적막

일상 2018. 9. 4. 15:39

1. 적막

  어느날 엄마가 입원하셨을 때, 혼자 TV도 오디오도 안켜고 빨래를 갰다. 초여름이었던 것 같다. 빨래를 개며 내가 만약 앞으로 영영 혼자 산다면 매일 매일 이런 밤이겠지. 매일밤이 이렇게 조용하고 적막하고 내가 뭘 하지 않으면 아무 소리도 안들리겠지 싶었다. 순간 이런 삶도 나쁘지 않겠단 생각이 들었다.

  고등학생 때 교생 실습 나온 선생님들이 다들 엄청 늙어 보였다. 지금 생각해보면 실습 나온 선생님들은 다 20대 초반의 어린 학생들이었음에도 불구하고 말이다. 고등학생 때 36살인 사람들을 보면 엄청난 중년에 아무것도 다시 시작할 수 없는 나이처럼 보였다. 그런데 내가 막상 36살이 되고보니 고등학생 때나 지금이나 내 본질은 그닥 다를 게 없다. 산술적 나이는 만만찮지만 의외로 내가 엄청나게 늙었단 생각이 안든다. 

  난 혼자살다가 엄마 돌아가시고 쉰살 쯤 되고 직업도 잃고 경제력도 없어서 남루해지면 차에다 번개탄 피워놓고 혼자 죽으려고 했다. (사람 죽은 차는 폐차시킬 수 있지만 집에서 죽으면 그럴 수 없으니 폐끼치는 것 같아서) 그런데 이 '쉰' 이라는 나이가 지금 내 생각처럼 어마어마하게 늙은 나이가 아닐 수 있겠단 생각이 든다. 쉰이되어도 난 학생때나 지금이나 별 다를게 없고 죽고 싶지 않다는 생각이 들 것같다. 참 무섭고 슬픈 일이다.


2. 신경

  남동생과 전화하고 며느리 눈치를 보는 엄마를 보면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다. 우리 엄마와 며느리는 얼굴 안보고 전화 통화 안한지 거의 3개월 이상 됐다. 며느리가 우리 부모님에게 신경 안쓰는 건 그렇다 치자. 예상했던 바니까. 그런데 문제는 우리 엄마가 그걸 너무 가슴 아파하신다는 것이다. 아들 장가보내면 그냥 자기들 살림 차리고 살겠지... 하고 엄마 나름의 삶을 살면 좋으련만 우리 엄마는 그게 안되나보다. 엄마가 속상해할 때마다 난 열심히 연준이 처의 좋은 점을 나열해서 엄마를 위로한다. 그런데 아마 내 위로는 하나도 소용이 없을 것이다. 우리 엄마아빠는 동생이 결혼할 때 돈 한푼 못보태줬다는 것 때문에 은연 중에 당신들이 동생 부부에게 죄를 진 것마냥 행동한다. 그래서 동생한테 이랬음 좋겠다 저랬음 좋겠다 말한마디 못하고 그냥 속만 썩는다. 엄마 보면 결혼도 하기 싫고 자식은 더더욱 낳기 싫고 그런다.


3. 시부모님

  내가 우리 엄마를 보며 가슴이 찢어지는 건 우리 엄마와 시어머님이랑 너무 크게 대조가 되기 때문이다. 약 한달쯤 전에 심각하게 결혼을 하지말까 생각한 적이 있었다. 어떻게 그 분들을 대해야 할지 자신이 없고 앞날이 깜깜하다.


4. 인내

  요즘 내 심란함에 대해 정말 친한 사람들한테 구체적 상황을 말하고 의견을 구했는데

  (1) 초반부터 진지하게 시부모님께 의견을 말씀드리고 싸가지 없는 며느리로 찍히고 난 편히 산다.

  (2) 시부모님들이 그냥 회사의 진상 부장님이다 생각하고 네네 하고 대충 얼굴볼 때만 기분 맞춰 드린다.

  (3) 남자친구를 정말 사랑한다면 내 남자친구 낳아준 부모님이다 생각하고 참을 수 있다. 

  위와 같이 총 3가지 의견이 있었다. 나름대로 다 도움이 되는 의견들이었다. 그런데도 나빠진 기분은 다시 좋아지질 않는다.


5. 결혼 후

  빨리 모든 상황 종료되고 신혼여행도 다녀오고 새로운 집에서 회사 왕복하면서 일이나 하고 싶다. 진급하면서 새로 맡은 일이 어마어마하게 늘어났다. 차라리 잘된 거 같다.


6. 미래 남편

  가까운 미래에 내 남편이 될 사람은 이런 내 심정을 아는지 모르는지 마냥 해맑기만 한다. 결혼해서도 아마 별다르지 않을 것이다. 우리 엄마는 내 결혼식에 건강하게 참석하겠다는 일념 하나로 항암도 견디시는데, 내가 유부녀가 되면 정말 더 행복할까? 요즘 집관련해서 여러가지 문제와 시부모님의 통제욕구를 참아내고 Bach 음악 들으면서 어떻게든 평정심을 찾으려 혼자 고군분투하고 있다. 만약 지금 남자친구와 평생 안헤어지고 연애만 할 수 있다면... 결혼을 할 필요도 없을텐데. 난 결혼을 하고 싶었던 게 아니라 평생 안 헤어지고 싶었나보다.


이글이글

일상 2018. 8. 1. 17:02

1. 건강검진 

  결혼을 앞두고 산부인과에서 70만원이 넘는 종합 건강검진을 했다. 아주 가벼운 마음으로 했는데 앞에 일기에도 썼다시피 갑상선에 모양이 애매한 결절이 있다고 해서 한 이주일 지옥같은 시간을 보냈다. 내가 받은 검사 프로그램은 대장내시경도 포함된 프로그램이었는데, 의사가 대장내시경은 한 45살때 해도 될 거라고 했다. 너무 다행이다. 비위 상하는 관장약 마시기를 10년 뒤로 미룰 수 있어서. 

  의외로 신체나이가 어리게 나왔고 (절대적인 건 아니었지만) 자궁에 작은 혹과 자궁경부의 염증도 치료를 요하는 단계는 아니라고 했다. 

  

2. 산부인과

  부끄러운 일이지만, 난 30대 중반이면서 산부인과에 갈 일이 없어도 가야하는 걸 알면서도 안갔다. 20대 후반에 자궁경부암 주사 맞으러 가보고 산부인과는 처음이었다. 아... 그런데 초음파 검사는 정말 할때마다 욕나온다. 산부인과에서 나보고 앞으론 6개월마다 오라는데 아니 진짜 다른 여자들은 6개월마다 한번씩 산부인과에 가고 있는건가? 쉣더퍽 


3. 암유전자 

  몇년전 안젤리나 졸리가 암 예방차원에서 유방을 절제했다고 하여 화제가 된 적이 있다. 암센터에서 우리 엄마도 혹시 안젤리나 졸리가 갖고 있는 그 유전자를 갖고 있는지 검사해보자고 했다. 일단 그 유전자를 갖고 태어나면 딸한테는 거의 99% 유전이 되는 거라고 해서 내심 걱정을 했는데, 다행히 음성이 나왔다. 암환자 중 대부분이 유전자와는 관계 없이 암에 걸린다고 하니 별 거 아니긴 했지만, 이게 나의 일이 되고보니 걱정이 되더라. 엄마 주치의 선생님이 난소암 관련해서 예방 수칙 같은 거 종합 면담을 해주신다고 해서 내일 암센터 면담 가는데, 초음파 또 하자고 하면 어떡하지. 아아... 제발 주여.


4. 삶

  이번에 결과 기다리면서 내가 생각보다 엄청 살고 싶어해서 좀 웃겼다. 바로 1년전만해도 죽고 싶어했으면서 말이다. 좀 멋쩍다. 


5. 집

  요즘 같이 태양이 이글이글한 날씨에 집을 구하느라 좀 돌아다녔다. 약골인 남자친구는 앓아 누웠다. 집 구하면서 남자친구의 이기적인 면을 발견하고 서운했다. 타인이 내 맘과 같을 순 없겠지만, 그래도 오빠는 내가 먼저일줄 알았는데 오빠의 우선순위 1위가 전혀 내가 아니라는 걸 발견하고 좀 많이 슬펐고, 결혼해서도 실망의 연속이면 어쩌나 싶어서 걱정도 됐다. 아.. 근데 아직도 못구했다. 슬슬 걱정이 된다. 


6. 엄마

  엄마가 항암 치료를 받고 집에 오시면 전혀 웃지 않으신다. 하루종일 아무 말씀도 없고 내가 재밌는 얘기를 해도 반응도 없다. 그럴 땐 병마가 엄마의 유쾌하고 명랑한 모습을 앗아간 게 아닐까 하고 걱정스럽다. 하지만 한 3주 지나면 다시 예전 내가 알던 엄마가 된다. 감사하게도. 요즘 우리 엄마가 아프기 전 엄마랑 똑같은 엄만데, 내일 다시 입원하셔야 한다. 기도가 구체적이어야 한다고 해서 하나님께 엄마가 15년 더 살게 해달라고 기도드리고 있다. 


7. 동정심

  내가 싫어하는 인간유형에 동정심없는 사람도 추가하기로 했다. 불행한 사람을 보며 안타까워하지 않는 사람을 보면 새삼 놀란다. 


8. 진급

  이번달 14일이면 내가 이 회사에 온지 딱 만3년이 된다. 처음 일하면서 뭐 이딴 회사가 있을까 하면서도 밥벌이는 해야지 라는 심정으로 다녔는데 어느덧 3년. 놀랍게도 내가 3년이상 다닌 회사는 여기가 처음이다. 급여가 10% 올랐고 과장으로 진급했다. 내가 아기를 낳아도 여기를 계속 다닐수 있을까? 두고볼 일이지만, 어쨌든 급여는 올라서 좋다. 솔직히 내가 그동안 너무 싸게 일했다. 너무 싸게.


슬픈 꿈

단문 2018. 5. 5. 20:21
어제 꿈에 엄마가 나왔다. 수술하기전 모습 그대로 TV를 보고 계셨다. 내가 엄마에게 "엄마 퇴원했어? 언제 퇴원했어~~" 라고 물었더니, 오늘 새벽에 왔다고, 너 놀래켜 주려고 일부러 조용히 오셨다고 했다.
난 너무 좋아서 엄마를 껴안았고 하나님이 내 기도 들어주셔서 감사하다고 말하며 막 울었다.
그런데 너무 실제 같았던 그 모든게 다 꿈이었다. 깨어나보니 텅빈 방에 나혼자 였다.
엄마는 아직도 누워계시고, 언제나 명랑하시던 모습은 이제 자취조차 찾을 수 없다. 아빠도 장기간 간병에 지치셨다.
나아질거라고 극복하실거라고 믿었는데 기미가 보이질 않는다. 앞날이 보이지 않는다. 엄마는 힘을 잃어간다. 엄마가 건강해지셨으면 하는 마음, 재수술을 받았으면 하는 마음 이게 다 내 이기심이었을 수도 있다는 생각에 너무 괴롭다.
엄마가 폐에 관을 연결하고 코에 산소줄을 끼고 병원에 힘없이 누워 계신 걸 멍하니 보고 있으면 가슴이 타는 기분이다. 영영 이제 영영 못 일어나시는걸까. 설마 지금 이거 다 꿈은 아닐까.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것도 없고, 난 무력하다. 한없이...

1. 동생

  우여곡절이 좀 있긴 했지만, 3월 둘째 토요일에 동생의 결혼식을 잘 마쳤다. 구두에 불편한 옷 입고 정말 엄청나게 뛰어다녔다. 이제는 동서가 된 신부네 집이 남양주라서 천호동에서 식을 올렸는데, 오전 9시반까지 가서 아침 먹고, 머리하고 화장하는 것만으로 난 완전히 지쳐버렸다. 그런데 그 날 인천-천호동 왕복 운전까지 내가 다 해서, 결혼식 끝나고 완전히 뻗었다.

  중간에 동생에게 들어온 축의금을 입금하라는 특명을 안고 남자친구랑 은행가서 어마어마한 거액을 입금했다. 축의금 받아주는 두 친척오빠가 너무 빨리 데스크를 정리해버리는 바람에, 늦게 온 몇몇 하객들은 식권을 못받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내 남자친구를 처음으로 가족과 친척들에게 공개했는데, 양복입은 남자친구 모습이 너무 멋져서 가슴이 뛰어 한동안 정신이 아득했다. 그런데 너무 바빠서 사진 한장 남기지 못했다. 제일 친한 이종사촌 언니들이 남자친구 잘 생겼다고 칭찬해서 기분 좋았다.

 

2. 엄마

  내일 모레 PET 검사 결과가 나온다. 아주 드물게 PET 에서는 암이 발견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암이 아니리라 하고 기대하면 처음 암판정 받을 때처럼 너무 충격을 받을 것 같아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결과가 너무 참담하다면 도저히 감당이 안될 것 같다.


3. 회사

  회사에서 자꾸 일을 너무 많이 시키려고 한다. 난 이미 두 사람 만큼의 일을 하고 있다. 누가봐도 두 사람의 일을 하지만, 내 월급은 정말 한숨나는 수준이다. 바로 전 직장을 쫓겨나다시피 그만둬야 했고, 대학 졸업하고 첫발을 들였을 때 부터 이미 망한 경력이지만, 가끔 정말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내 연봉가지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 요즘 수십번 씩 때려치겠다고 말하는 상상을 한다.

  그런데 바로 전 직장에서 정말 최악의 상사 밑에서 일을 해서 그런지 그때만큼 정신적으로 힘들진 않다. 난 아무리 연봉 올려주신다고 해도 회사에서 제시하는 업무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고 말해놨는데, 그 말 한 지 벌써 3주가 지났는데 아무 말이 없다. 이것도 솔직히 말하면 자기들끼리 이미 다 결정해놓고 나한테 통보만 할 작정인 것 같다. 이기적인 인간들. 자기들은 놀고 먹으면서.


4. 급체

  저저번주에 남자친구의 친남동생과 재수씨 그리고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만났다. 평소 남자친구가 집이나 부모님 얘기를 전혀 안해서 내심 나를 맘에 들어하지 않는건가 했는데, 막상 집에 가서 어머님께 인사를 하니 왜 이제야 나타났냐며 안아주고 어화둥둥 좋아해 주셔서 한시름 놓았다. 재수씨가 결혼하고 처음 맞는 생일이라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데 나를 초대한 자리였다. 그런데 그 분이 보령 굴단지 가서 굴먹자고 하셔서 하는 수 없이 보령까지 갔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굴을 전혀 좋아하지 않고, 많이 먹지도 못하는데... 가서 평소 내가 먹는 양의 2배를 먹었다. 결국 급체해서 차안에서 토했다. 1차로 던킨도너츠 먼치킨 담는 종이 컵에 토하고, 토하는 와중에 오빠가 겨우 찾은 허술해보이는 비닐봉지에 2차로 토하고, 나때문에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3차로 모든 음식을 다 토해버렸다.

  남자친구 부모님께 너무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지만, 차안에 토하지 않았다는 것 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5. 사랑

  주말에 오빠가 결혼하자고 했다. 정식으로 청혼을 안해서 서운하냐고 말했지만, 내가 서운할 리가 있을까. 좋아서 울 뻔했다. 결혼 얘기를 꺼낼 때 너무 좋아하는 티를 안내려고 노력했지만, 내가 너무 좋아하는 표정을 지어 자기가 무슨 한류 아이돌이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결혼하자고 말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니깐, 홧김에 말하고 후회 중은 아닌 것 같다.

  한 때는 결혼 같은 거 안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고, 애인 없어도 외롭다는 느낌 전혀 없었는데.... 사람 일이란 정말 알 수 없나보다. 남자친구를 만날 때 마다, 매 순간 반하고 가슴이 뛴다. 어떻게 나같은 인간이 누군가를 이토록 좋아하고 원할 수 있는건지 신기할 뿐이다. 난 진정한 사랑 이런 거 불가능한 인간인 줄 알았는데.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평생 안들 줄 알았는데...

  지금 내 소원은 오직 하나, 매일 매일 오빠를 보는 것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이뤄질 소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엄마

단문 2018. 3. 29. 17:20

엄마가 걸렸던 암이 유독 재발이 많고, 완치율도 20% 미만이라는 걸 알고 있었다. 하지만 무슨 자신감인지, 우리 엄마는 당연히 완치될 것이라 믿었다. 항암약이 잘 들어서 5년 동안 재발도 안하고 우리 엄마는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듯 건강한 할머니로 늙으실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다. 당연히 그럴 줄 알았다.

그런데 항암 치료가 끝난지 3개월 만에 우리 엄마는 재발 진단을 받았다. 모르겠다.. 어떻게 해야 하는걸까. 우리 엄마.... 어떻게 하면 완치될까. 대체 어떻게 하면..


회사에서는 나에게 일을 더 못시켜서 안달이다. 일이 너무나 많다.

이런 와중에도 쉴새없이 일하고 있고, 나는 일을 하면서도 남몰래 눈물을 흘렸다.

쓰고 싶은 말이 너무 많다. 그런데 쓰다보면 엉엉 울 것 같아서 못 쓰겠다.


아까 남자친구에게 맨날 맨날 오빠 생각한다고, 그러니 오빠도 내 생각 많이 해달라고 말했다. 엄마 생각이 너무 나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난 내일이라도 당장 결혼하고 싶고, 같이 살고 싶고, 옆에서 위로도 받고 싶고, 우리 엄마가 그나마 활동이 좀 가능할 때 손주도 안겨 드리고 싶다.

그런데 내가 재촉을 하면 떠날까봐 오빠는 내 마음과 같지 않을까봐 말도 못 꺼내고 있다. 남자친구는 이런 내 마음을 알까... 정말 사랑하는데, 그래서 더 무섭고 겁이 나는 내 마음을.


난 행복해지고 싶다. 그런데 내가 행복하려면 건강한 엄마가 꼭 내 곁에 계셔야 한다. 꼭 그래야만 하는데. 너무 무섭다.


지옥같은 겨울 근황

일상 2018. 2. 13. 17:39

1. 엄마 

  동생 결혼준비를 하면서, 엄마를 지켜보는 것이 괴롭다. 가끔 우리 엄마가 암에 걸린 원인 1위는 아빠, 2위는 성격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엄마는 걱정이 너무 많다. 또 걱정이 있으면 식음을 전폐하고 잠도 한숨 주무시질 못한다. 소심하긴 얼마나 소심한지... 아들이 싫어할까봐 마음에 있는 말은 하나도 못하고, 또 그걸 말할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나한테 속마음을 털어놓는데, 그걸 듣고 있다보면 나도 답답하고, 저러다 또 엄마가 크게 탈이 나면 어쩌나 싶고.. 그렇다.

  고부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내 아들을 객관화 하여 바라보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보는데, 보통의 중년 여자들은 자기가 가장 잘 아는 남자 즉, 남편을 대한민국 평균 남성의 모습으로 생각한다. 대부분 남편보다는 아들들이 시대적 요인에 의해 더 진보적인 사고를 갖게 되니, 엄마들 눈에는 자기 아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남편감 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심지어 자기 아들은 외모도 그만하면 미남이라고 생각들을 하니.... 거 참.

  동생이 선울 본 것도 아니고, 강제로 결혼시키는 것도 아니니, 당연히 둘이 좋아해서 만나고 결혼도 하는 거고, 그 얘기는 둘 다 결국 똑같다는 거라고, 제발 동생 아까워하지 말라고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소용 없다. 요즘 우리 엄마는 너무 너무 사소한 것에도 백년의 실망을 하고, 마음 다스리느라 한시간씩 식탁에 앉아 기도하고 그러신다. 또 우리집 특유의 종교 문제까지 얽혀서 요즘 너무 괴롭다. 이 모든 걸 아들 앞에서는 전혀 티를 안내려고 하니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하고...

  난 아들도 있고 딸도 있는 게 좋지 않나? 란 생각 자주 했는데 요즘 보면 아들은 정말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엄마가 여기 생활 다 접고 시골 내려가고 싶다고 하실 때마다 병원도 먼데 어딜 가시냐고 말렸는데, 요즘 보면 아들 딸과 소식 끊고 그냥 1년에 몇 번 애틋하게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2. 소녀

  남자친구에 대해 딱히 표현할 말을 못찾다가 어제 별명을 지어줬다. 소녀라고...내가 지었지만 참 잘 지었다. 난 은근히 남자같은 면이 많은데, 특히 연애에 있어선 더더욱 그런 편이다. 뭐 내 성향을 남자같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난 애교가 없고, 질투도 별로 안하고 연락도 잘 안하고, 은근히 남자한테 고백도 잘한다. 

  사귀자는 말은 남자친구가 먼저 했지만, 내가 어마어마하게 티를 냈기 때문에, 남자가 도저히 거부할 수 없어서 사귀자는 말을 한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엊그제 내가 너무 잘 대해줘서(?) 사귀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 말에 좀 속상했다. 나는 남자친구도 날 어느 정도는 좋아했기 때문에 사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엄청 자주 했는데, 남자친구는 내 맘도 모르고 자꾸 그런 얘기를 했다. 그래서 내가 너무 슬프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나중에 이 분이 살아온 세월을 헤아려보니 그런 생각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미스테리다. 남자친구의 인생... 어떻게 그 나이에 그렇게 순진할 수 있는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 나도 순진함으로 말하면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사람인데... 끙. 하여튼 아직까진 아주 잘 지내고 있다. 너무 순수해서 상처주지말고 앞으로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 자주 한다.


 3. 겨울

  정말 이번 겨울 너무 악랄하지 않나. 너무 춥다... 이렇게 추운데 남자친구가 차도 없어서 외출도 엄청 많이 하고 있다. 정말 나이들어 추운 겨울에 연애하기 힘들구나.


4. 설

  설연휴 때 아마 며느리될 분이 올 예정인데, 휴... 벌써부터 피곤하다. 엄마 아프신 뒤로 기도할 때, 맨 첫번째 기도는 항상 엄마 안아프게 해주세요. 였는데 요즘에는 제발 엄마가 며느리 때문에 속상하지 않게 해주세요. 가 되었다. 제발 기도를 들어주시기를.

 


설연휴 후 근황

일상 2017. 2. 11. 16:50

1. 연휴동안
  동생과 나 둘 다 시집장가를 못가서 우리 집 명절은 언제나 단촐하다. 동생의 이번 여자친구는 진짜 결혼까지 갈 것 같기도 한 게, 명절 이나 부모님 생신 때마다 선물 보낸다. 이번 설에 그 아이가 보낸 떡을 맛있게 먹었다.
  아빠가 새해 세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우리가 원하는대로 하질 않아서 작년 설에는 집안이 시끄러웠다.
 
  작년 설 때만 해도 2016년 우리집에 그렇게 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는데... 올 설에는 아빠께서 원하시는대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세배하고 예배를 드렸다. 점심 때는 시흥에 사는 이모네 가서 또 예배를 드리고 기도했다.
  우리 엄마는 머리카락만 없다 뿐이지 편찮기 전과 똑같이 생활 하신다. 한창 아프셨던 작년 추석 때는 음식 거의 못하셨는데, 이번 설 때는 식혜 를 비롯하여 갈비, 동태전, 월남쌈 까지 만들어 주셨다. 내가 무리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지만, 할 수 있다고 자꾸 요리하고 싶어 하셔서 나도 음식장만을 도왔다.

2. 친척들 근황
  설에 이모네 가서 우리집이랑 친하게 지내는 사촌 남동생이 결혼을 하자마자, 회사를 그만두고 경찰 공무원 시험준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사표 쓴 건 너무 이해할 수 있지만, 공무원 하고 싶어하는 건 절대 이해를 못하겠다. 며칠전에도 관할 세무서에 전화하면서 화가 나 죽는 줄 알았는데. 정말 그렇게 힘들게 공부해서 안일하고 게으르고 불친절 끝판왕의 표본인 공무원이 되고 싶을까? 심지어 뉴스에서 가끔 듣는 것만으로도 영혼을 갉아 먹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범죄 들과 밀접한 업무를 하는 경찰공무원이라니! 사명감이 있어서 도전하는 거면 존경스럽지만, 만약 그저 공무원이어서 하고 싶어서 공부하는 것 이라면... 나와 친한 지인이 그런 결심을 했다면 다시한번 생각해보라고 했을 것이다.

3. 동물적 감각
  매달 생리가 돌아오고, 또 배란 때가 되면 인간도 역시 동물이구나... 하고 느낀다. 초경을 시작한 이래 매달 느끼는 기분이지만 정말 좋지못한 기분이다. 평소 남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 전혀 안하는데 이럴 땐 남자들은 얼마나 편할까 싶다.

4. 재입사한 직원
  작년에 퇴사하는 날, 뜬금없이 수트를 입고와서 기억에 남았던 직원이 재입사했다. (우리 회사는 개발자들 대부분 청바지에 티 입고 다님)
  그 직원 캐주얼 입을 땐 몰랐는데, 차려입은 모습이 평소랑 다르게 멋져보여서 당시 좀 놀랐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그 날 사표내고 다른 회사 면접 볼 작정이었던 것 같다. 내가 인사업무를 하다보니, 서류로 파악되는 직원의 가족관계나 개인사정 같은 게 있는데, 그 직원은 계속 불행하게 살아온 것으로 추정이 되서 잘됐으면 했는데, 또 우리회사에 입사하다니..이 회사에 다시 돌아온 건 실패라는 뜻인데 좀 안타까웠다.
  그래도 퇴사 전 급여보다는 높게 계약한 거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수트 입었던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서인지, 서류 안내 등을 하는데 그 직원의 눈을 제대로 못 쳐다봤다. 내 나이가 몇 인데 또래 남자한테 이렇게 내외를 심하게 하나 싶어서 스스로 웃겼다. 결혼해서 애 낳으면 젊은 남자 봐도 아무렇지도 않고 쳐다보거나 말하는 거 하나도 어렵지 않을까? 아마 그것도 사람 나름이겠지.

5. 점심시간 은행 가는 길 

 
  며칠 전 직장인들 중 '혼밥' 하는 직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학교에서 일할 때 여자들끼리 모여서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며 맞장구 쳐줘야 하는 것에 너무 큰 피로를 느꼈다. 밥먹으며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어쩔 수 없이 나도 말을 해야 하는 것이 너무 피곤해서, 혼자 밥 먹을 핑계를 찾다가 그 핑계도 마땅치 않아, 일부러 학교에서 하는 영어 수업을 점심시간에 듣는 걸로 신청해서 몇 달동안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적도 있다. 그 기사에 달린 댓글 중, 남들이랑 밥 먹는 것 조차 싫으면 회사생활 때려쳐야 하는 거 아니냐는 댓글이 있었다. 나도 동감이다. 나 같은 인간은 인간관계를 최소한으로 하고 혼자 하는 일을 해야 여러 사람이 편한 인간이다. 그런데 먹고 살려면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난 내 맘대로 일할 만큼 큰 능력도 없다.

  친한 친구가 며칠 전에 자기랑 같이 맛있는 걸 꼭 같이 먹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 아니냐고 자기는 그런 사람 너무 괴롭고 힘들다는 애기가 나왔다. 그 말을 듣고 역시 나랑 친한 친구구나 싶었다. 왜냐면 나도 줄곧 똑같은 생각 하고 있었으니까.

  이건 순전히 나 혼자만 믿고 있는 이론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인생의 최고 기쁨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들과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면 남들도 좋아할 것이라 확신한다는 점에서. 나는 점심시간에 맛있는 거 먹고 싶다는 생각 별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식판 밥도 맛없다는 생각 별로 안 들고, 먹는 것이 내 일생의 가장 큰 기쁨은 더더욱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맛있는 걸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는데 그것도 전혀 나한테는 해당 사항 아니다. 그런데 먹을 걸 밝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자기같이 매 식사 맛있는걸 찾아 다니며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인 줄 안다. 마치 대부분의 애완견주들이 내 애완견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며 만지고 싶어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거랑 비슷하다. 

  결론은 나는 먹는 걸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과 함께하면 피곤하고 마음이 불편하고 하여튼 친하게 지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너의 편견이라고 욕해도 하는 수 없지만 난 그렇다. 대학생 때도 친구한테 난 먹기 싫은데 계속 먹으라고 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말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니, 예전부터 난 그랬던 것 같다.

  불행히도 우리 회사에 내가 밥을 꼭 같이 먹어줘야만 하는 여자 부장님이 딱 이런 과다. 먹는 걸 너무 좋아하셔서 매 점심시간마다 뭐 먹을지 고민하고 맛있는 걸 먹자고 하고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는 엄청 먼 곳까지 기꺼이 찾아가고 기다린다. 예전 성수동 있을 때는 점심시간에 그 부장님의 차 타고 건대 앞도 가고 롯데백화점도 가고 그랬다. 단지 점심 시간에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 더 환장하는 건, 난 전혀 가고 싶지도 않았던 비싼 음식점에 나를 끌고 가서는 죽어도 밥값은 더치페이를 한다는 것이다. 그 부장은 그러면서 내가 맛있는 걸 먹었으니 행복할 줄 안다. (내가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본인이 먹고 싶은 걸 먹느라 날 끌고 다니는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설마..) 올해 우리 엄마 보험료도 오르고, 내 통신요금도 늘어나고 해서 나는 요즘 만원 단위로 돈 아끼면서 꼭 필요한 것만 제일 싼 걸로 찾아 사는 등 간신히 생활하는데, 먹고 싶지도 않았던 비싼 음식을 먹고 만원 넘는 돈을 내고 나면 맛있는 걸 먹어서 좋기는 커녕 한없이 우울해진다. 이런 걸 보면 내가 먹는 데 큰 관여를 안하게 된 게, 일생 맛있는 걸 양껏 먹을 만큼 여유가 있어본 적이 없어서 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 많은 돈이 생긴다고 해도 난 그 돈으로 뭘 할까. 고민할 때 비싸고 맛있는 걸 먹는 것이 우선 순위에 들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이유로 나는 혼자 먹을 핑계가 생기면 어떻게든 혼자 먹으려고 한다. 며칠전에는 마침 OTP 갱신 시점이 되서 은행갈 일이 생겨 은행 때문에 혼자 좀 다녀오겠다고 하고, 가산디지털단지 내 산업은행을 찾아 나섰다. 사무실에서 신는 슬리퍼 신고 나왔는데 육교도 건너고 2km 넘게 걸었지만, 혼자 걷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위에 사진은 육교 건너는 중에 보이는 풍경을 찍은 건데, 막무가내로 지어 올린 아파트형 공장이 범람하는 가산디지털단지는 내가 보기엔 정말 정 없고 멋 없다. 비행기가 엄청 낮게 나는 구간이라 비행기가 지나가고 전철까지 지나가면 시끄럽기도 엄청 시끄럽고. 하지만 뭐 아무리 그래도 성수동 보단 백배 좋다.

  그런데 지금이 2017년인데, OTP 같은 실물 도구를 지참해야만 금융거래가 되고 갱신 시점이 되면 반드시 본인이 은행까지 찾아가야만 한다는 거 너무 미개하지 않나. OTP 가 없으면 금융거래 아무 것도 못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은행 사이트가 보안이 엄청나게 잘되냐. 그것도 아니고.. 어쨌든 이번에 갱신 했으니 3년간은 OTP 갱신하러 은행 안가도 되지만 3년 뒤에도 똑같이 이 OTP 를 사용한다면 난 아직도 미개한 한국의 은행 시스템이라고 욕하면서 은행에 가겠지.


햇빛 잘드는 우리집

일상 2017. 1. 22. 21:55

  이 동네로 이사온 10년 전이나 지금이나 주변은 거의 변하지 않았다. 여전히 낙후되어 있고 지저분하다. 하지만, 난 지금 집에 정이 많이 들었다. 특히 겨울의 우리집은 정말 좋다. 고양이 처럼 따뜻한 햇빛을 쬐며 집에 있으면 세상 부러울 것이 없다. 보일러보다 더 강력한 건 햇빛이다. 겨울 낮의 우리집은 정말 무적이다.


   어제는 눈다운 눈이 하루종일 왔다. 아무데도 나가지 않아도 되는 나는 식탁에 앉아서 앞이 안보이도록 오는 눈을 보며 음악을 들으며 맥주를 마셨다. 다 읽는 것이 아쉬울 정도로 재밌었던 책도 어제 다 읽어버렸다. 어서 이 겨울이 지나갔으면 하는 생각 뿐 이지만, 역시 겨울은 분위기 있는 계절이다. 중국발 미세먼지 때문에 내가 사랑하는 겨울의 매력이 점점 사라져 가는 것이 아쉽고 화가 난다. 파란 하늘의 상쾌한 공기의 겨울날이 요즘에는 정말 귀하고 귀한 것이 되었다. 썩을 중국 때문에.

  핸드폰을 구입했다. 아이폰5를 4년이나 썼고, 사실 내 아이폰5는 아직도 완전 멀쩡하고 보는 사람마다 완전 새거라고 놀랐지만, 용량이 16GB 밖에 되지 않아 음악용 핸드폰을 하나더 들고 다녀야했다. 운전해서 출퇴근 할 때는 음악용 핸드폰이 한 개 더 있는 것이 훨씬 편했지만, (아이폰은 티맵으로 쓸 때가 많았기에) 전철로 출퇴근 하며, 화장품에 핸드폰을 두개씩 들고다니니 가방이 너무 무거웠다.

  내 주변에서 아무도 쓰는 것을 보지 못했던 소니 엑스페리아를 샀는데, 아이폰에서 다시 안드로이드로 돌아와서 한동안 좀 버벅댔다. 그리고 왜 엑스페리아 쓰는 사람들이 그토록 엑스페리아를 욕하는지 아는데 이틀도 걸리지 않았다. 엑스페리아를 예전부터 사야지 결심한 건 순전히 계속 이용했던 소니 음악 어플리케이션이 너무 편리해서였다. 그런데, 운영체제 업그레이드를 하니 음악 어플리케이션에서 음악검색이 안되는 것이 아닌가. 결국 나는 미국 어느 사이트에서 해결법을 찾은 뒤에야 이 증상을 고칠 수 있었다. (해결법은 SD 카드에 든 음악 전부를 PC 에 옮겼다가 다시 업로드 하는 것이었다. )

  또 한가지 정말 이해 안되는 것이, 엑스페리아 퍼포먼스에는 영국에서 만든 Swift keyboard (원래는 유료 인 것 같음) 가 내장되어 있는데, 반응속도가 너무나 느리고, 정말 놀랍게도 추천 단어를 끄는 기능이 없다!! (정말 난 설마 설마 하면서 소니코리아 콜센터에 까지 전화해서 확인했다니까)

  그리고, 카메라가 마음에 안든다. 이 엑스페리아 퍼포먼스 모델 내가 알기론 소니에서 꽤 밀던 모델이라고 알고 있는데... 아니 대체 왜 4년전 아이폰보다도 사진이 좋지 않은 것인지. 나중에 여행갈 땐 사진기용으로 아이폰5 들고 가야겠다고 생각했을 정도.

  그런데 이 핸드폰 외장 스피커가 짱짱하고, 음질은 만족스럽다. 또 디자인도 마음에 든다. 아이폰에서 리모콘이 되지 않아 사놓고 사용하지 않았던 JVC 이어폰을 사용하니 좋다. 또 핸드폰 하나만 들고다니니 편하다. 원래 사려던 색상이 모두 품절되서 하는 수 없이 검정색을 사용중이지만 뭐 25만원 밖에 안주고 싸게 샀으니 큰 불만은 없다.

  엄마가 오늘은 신나는 음악에 맞춰서 막 엄청 열심히 춤을 추셨다. 그 장면을 녹화하며 난 배꼽이 빠지는 줄 알았다. 요즘에는 아빠도 잠잠하고, 엄마도 머리카락이 새로 나고 아프신 데 없다.

  난 새로 이사한 사무실이 가끔 참을 수 없이 춥긴 한데, 옷 두꺼운 거 갖다 놓고 핫팩도 이용하고 담요도 두 개 덮고 하면서 그럭저럭 일하고 있다. 그런데 올해는 정말 월급 올라야 할 것 같다. 뭔가 항상 부족하다. 단돈 10만원이라도 좋으니 진짜 올라야만 한다. 안 올려준다고 하면 크게 좌절할 것 이다.

  오늘 원래 제일 친한 친구 생일이라 만나기로 했는데, 예정보다 빨리 시작한 생리 때문에 약속을 취소했다. 원래 변태같을 정도로 주기가 잘 맞는데, 이번 달은 이상하게 불청객이 먼저 왔다. (33일 째 되는 날 오후 1시 쯤에 시작하는 것이 나의 표준인데) 약속 취소하는 거 못견디게 싫어함에도 불구하고, 겨울에 유독 생리통이 심할 때가 있어서 외출하기 겁났다. 다행히 수월하게 넘긴 것 같다. 친구에게 미안해서 기프티콘을 하나 보내줬다. 친구 생일 선물도 포장해놨는데, 미안하다. 연휴 중 하루 잡아서 봐야지.


1. 크리스마스 

  요 근래 매년 크리스마스 쯤 만나던 (남자인) 친구가 있었다. 올해는 그 친구한테도 메리크리스마스라는 형식적 메시지 조차 없는 정말 조용한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다. 그리고 이틀 뒤면 내 생일. 매년 별 거 없었다. 아마 난 죽을 때까지 이럴 것 같다. 나는 누군가와 이 정도면 많이 친해졌고, 상대방도 나를 진짜 친구로 받아들여주겠지? 라고 착각하는 병에 걸린 것 같다. 이런 애정결핍적 행동과 태도가 스스로 짜증이 나서 날이 갈수록 사람을 멀리 하게 된다. 내가 특별한 사람이라고 생각하는 모든 사람들이 나 없는 곳에서 즐거운 크리스마스를 보내고 있길 바랄 뿐이다. 27일 내 생일에는 가족 제외한 누구한테라도 축하한다는 말을 단 한번이라도 들을 수 있을까? 내 생일은 언제나 회사에서 제일 바쁜 시즌이라 생일답게 보낸 적 거의 없기 때문에 크게 의미부여 안하지만, 2016년은 개인적으로 너무 힘들었던 해 라, 혼자서라도 의미깊게 보내고 싶다.

2.  사무실 이전

  사무실 이전이 드디어 끝났다. 정말 죽는 줄 알았다. 난 사무실 이사도 가정집 포장 이사처럼 그날 아침에 다 싸고 옮겨주고 정리까지 해주는 줄 알았는데 전혀 아니었다. 나랑 막내만 죽어라 짐싸고, 죽어라 전화하고 일했다. 걔랑 전우애 같은 감정을 느꼈다. 어쨌든 끝났고, 나는 가산디지털단지 내 수많은 아파트형공장 중 한 건물 안의 한 사무실에 자리를 잡았다. 인천에서 비정상적으로 멀었던 성수역에서 가산디지털단지역으로 사무실이 이전한 덕분에 출퇴근시간이 약 90분 줄었다. 엄청나게 힘들었지만, 그나마 보람 있다. 만약에 2년 뒤 여기 계약 연장 안하고 또 이사간다고 하면 정말 심각하게 퇴사를 고민할 것 같다. 사무실 이사는 일반 가정집 이사와는 차원이 다르더라. 우리집은 이사만 한 15번 정도 했는데, 15번 이사하는 동안 이번 사무실 이사 처럼 힘든 적은 한번도 없었다. 이사를 토요일에 해서 어쩔 수 없이 토요일에도 출근했는데, 휴일 근로 수당 같은 것도 하나도 없었다. 얼마나 힘들었는지 심하게 몸살이 나서 월요일에 간신히 일하고, 화요일에는 도저히 거동이 불가능할 정도라 결근했다. 할머니 체력인 나는 평소보다 조금이라도 힘든 노동을 하면 무조건 탈이 난다. 나같은 체력의 소유자는 규칙적으로 살 수 밖에 없다.

 

3. 내 자리

  나는 언제나 딸린 짐이 많은 편에 속한다. 이번에 이사하면서 내 짐만 세 박스가 나왔다. (다른 직원들은 보통 한박스) 짐을 줄이려고 회사에서 쓰던 컵과 커피 드리퍼, 원두, 우롱차잎, 커피 필터, 잎차용 필터를 집으로 가져왔다. 아침에 커피를 내려 먹는 것이 내 유일한 낙이라고 할만큼 2008년 부터 쭉 아침에 원두커피를 마셨지만, 요즘 나오는 아메리카노 믹스가 워낙 훌륭해서 이제 그렇게까지 불편하게 직접 내려 마실 필요는 없을 것 같았다. 컵은 회사 싱크대를 열어보니 아무도 안 쓴 것으로 보이는 컵이 있어서 그냥 그 컵을 사용하기로 했다. 그런데 아무리 짐을 줄여도 내 왼쪽에 있는 서류 들은 정리할 수 없었다. 안쓰는 파일이 하나도 없이 다 수시로 꺼내보는 것들이라.. 어쩔 수 없다.

 


  회사를 워낙 많이 옮겨 다녀서, 내 자리 사진을 웬만하면 남겨 놓는 편이다. 위 사진은 성수동 사무실에 있을 때 내 자리다. 지금 가산동에도 거의 똑같이 정리해놓았다. 우리 사무실에서 내 컴퓨터가 제일 후지고, 모니터도 나만 유일하게  4:3 비율 모니터를 쓴다. 근데 뭐 상관 없다. 일하는 데 아무 문제 없다. 난 어차피 오피스 패키지 외 다른 프로그램은 하나도 안쓰니.

 

4. 고독한 삶

  12월 10일에 너무 우울하여, 혼자 산책을 나섰다. 하루종일 늘어져서 TV 보다, 책보다, 음악듣다, 석양을 보기 위해 발걸음을 재촉하는 삶도 그리 나쁘진 않다는 생각이 들었다.

  친구가 생일인데 뭐 필요한 거 없냐고 나에게 물었다. 아무리 생각해봐도 난 요즘 필요한 게 없다. 아니, 내가 갖고 싶은 것 중에서 남이 나에게 줄 수 있는 게 하나도 없다는 게 맞는 말이겠지. 내가 간절히 원하는 건 인간의 힘으로 안되는 것들이다. 그래서 너무 슬프고, 자주 좌절한다. 교회에서 기도할 때는 당연히 하나님께서 내 맘을 알고 들어주리라 확신하지만, 요즘들어 부쩍 마음이 약해진다. 의심하면 될 것도 안되는 건데.

 

 

 

 

  이 동네 살면서 셀 수 없이 자유공원에 자주 갔지만, 비가 억수로 오던 어느 여름날 이후 이렇게 사람이 없는 자유공원은 처음 봤다. 찬 겨울 바람을 얼굴에 맞으며, 추운 바다 속으로 야속하게 사라져가는 태양을 멍하니 바라보았다. 나는 그 순간 인천에 유일하게 살아남은 느낌이었다.

 

5. 건강

  아직 감기 몸살이 다 낫지도 않았는데 화요일에 받아놓은 약이 떨어져 어제 병원에 가서 2시간을 대기했다. 정말 지루해 죽을 뻔 했다. 너무 심심해서 신문도 봤다가, 핸드폰도 보다가, 너무 심심해서 혈압도 쟀다. 혈압이 최고 87 에 최저 54 가 나왔길래, 네이버에서 저혈압에 대해 찾아봤다. 몇 년 전 신문에서 의사가 고혈압보다 저혈압이 위험하다는 건 완전히 잘못된 의학상식이라고 쓴 글을 읽은 적이 있어서, 난 저혈압에 대해서는 별로 신경 안쓰고 산다. 네이버에서 보니 저혈압인 사람들의 일반적인 증세는 만성피로 라는데, 정상 혈압인 사람들의 일상은 나보단 훨씬 덜 피곤하고 활력이 있는 모양이다. 나는 평생 저혈압으로 살아왔기 때문에 현재 내 상태가 피곤한지 어쩐지도 모른다. 다만, 남들보다 쉽게 피로하고 지치는 게 운동부족이 가장 큰 원인이겠지만, 체질적인 것도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했다. 근데 뭐 이런 취약점이 있는데도 운동 안하고 체력 키울 생각 안한 건 100% 내 잘못이다.

 

6. 엄마의 치료

  내가 엄마에게 감기몸살을 옮긴 것 같다. 암환자는 다른 병에 걸리지 않게 엄청 조심해야 하는데, 오늘 우리 엄마는 내가 사무실 이사 후 앓은 증세와 완전히 동일한 증상의 감기에 걸려서 앓아 누우셨다. 죄책감이 든다. 다행히 내일 원래 병원 가는 날이라, 의사 선생님께 관련해서 상담을 받을 예정이다. 문제는 요즘 병원마다 내과에 감기 때문에 사람이 너무나 많아서, 엄마도 2시간 이상 대기를 해야 한다는 점이다. 지금 15분 이상 앉아 있지도 못하는 상태인데, 나도 힘들어 죽을 뻔 했던 장시간 대기를 하실 수 있을지..

  엄마께 항암용으로 투약하는 약이 3개에서 한 개로 줄었다. 하지만 6차 항암 후 C.T 사진 결과가 그리 좋지 않았다. 이 나쁜 소식이 내 감기 몸살의 결정타가 됐다. 월요일에 간신히 일하고 있는데 그렇게 힘들게 6번이나 항암을 받았는데, 복수가 다시 찼다는 소식을 사무실에서 전해 듣고, 가슴이 터질 것 같아 물을 마시는데 손이 덜덜덜덜 떨렸다. 그리고 그 다음날 결근했다.

 

7. 그리운 친구

  자유공원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동인천 파스쿠치에 갔다. 그 카페는 지금은 시집간 친구와 같이 가던 곳이었다. 대학교를 중간에 그만둔 친구는 엄청난 독서가였다. 어느 날은 자기가 사랑방손님과 어머니 로 유명한 주요섭 소설가의 단편 소설집을 읽었다면서, 그 책 이야기를 신나게 해줬다. 그런데 주요섭 소설 이야기를 한 다음부터 친구는 자꾸 주요섭 소설 속의 말을 따라했다. "처녀티 좀 나면 나아디갔디."  같은 말로 대화를 할 때마다 난 배꼽을 잡고 웃었다. 혼자 파스쿠치에 앉아서 듣고있기 힘든 멜론 최신가요 100 곡 중 하나로 추정되는 구린 가요를 들으며 (예전에는 선곡이 좋았는데..) 주요섭 소설체 생각이 나서 혼자 베시시 웃다가 눈물이 핑 돌았다. 친구를 그리워하는 감정이 헤어진 옛 애인을 그리워 하는 것 만큼이나 절절할 수 있음을 그 때 느꼈다. 그 친구에게 이런 저런 고민을 이야기 하고 푸념을 하면 항상 최상의 상황이 될 것이라고 말한다. 근데 그게 거짓말로 나 위로되라고 하는 말이 아니다. 그 친구는 정말로 내가 언젠가는 그 누구보다 행복해 질 것이라 믿고 있다. 그게 얼마나 고마운지 모르겠다.  친구의 말이 정말 이뤄지기 힘든 일 임을 알면서도 너무 힘들때는 이상하게 듣고 싶다. 다 잘될거라는 진심어린 친구의 말이.

 

 

 

메리크리스마스


  요즘 주중에 회사에서 너무 바쁘다 보니, 주말에 아무것도 안하고 축 쳐져 있다가 일요일 밤에 우울함에 몸부림 치며 책 몇 장 읽다 잤다. 주말 내내 너무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 아닌가.. 하고 죄책감이 들 때도 있지만, 제일 중한 건 건강이니까.. 푹 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1. 사랑스러운 후배

  첫 회사 후배를 만났다. 내가 워낙 좋아하는 애라 맛있는 걸 많이 사줘야지 했는데, 도리어 내가 얻어먹었다. 생일도 챙겨주지 못해서 내가 저녁을 꼭 사고 싶었는데.. 그 약속 때문에 오랜만에 명동에 갔다. 첫 회사의 추억이 어린 명동에 가면 기분이 좀 이상해진다. 좀 슬픈 기분 들기도 하고. 제대로 적응해서 죽으나 사나 그 회사에서 버텼으면 지금보다 나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나이가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어렸어도, 사회적 지위(?)는 오히려 지금보다 높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하지만 언젠가는 때려치고 말았을 첫 회사라 미련은 없다. 첫 회사에서 유일하게 얻은 건 이 후배 하나다. 후배 만나기로 한 명동 롯데 백화점 안에 들어갔다가 한창 길 잃고 헤맸다. 정말 갈 때마다 다신 오고 싶지 않은 곳이라 생각하게 되는 복잡한 곳이다. 갈 때마다 한번에 뭘 찾은 적이 없다. 

  내가 처음 직장생활 할 때는 명동 일대가 모두 일본인들이었다. 어디서나 일본어가 들렸고, 일본인들은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돌아다녔는데, 지금 명동은 모조리 중국인들 이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우리 동네에 배타고 내리는 중국인들과 다르게 명동 중국인들은 부유해보였다.

  자라 매장 가면 항상 건성으로 보고 뭘 사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후배와 자라에 들어가서는 원피스를 하나 샀다. 바느질 상태는 정말 한숨나는 수준이지만, 사이즈가 나한테 딱 맞고 디자인이 예뻤다. 가끔 가서 사야지 하고 마음 먹었다. 워낙 저렴해서 부담이 없기도 하니까.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서 사는 얘기도 듣고 내 이야기도 하니 기분이 좋았다. 너무 오랫동안 이런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2. 우편함

  퇴근 길에 우편함에 우편물이 그대로 있으면 '오늘도 엄마가 한 번도 바깥에 나오시질 않았구나...' 하고 생각한다. 이번 5차 항암 치료는 4차보다 더 수월하게 넘기셨다. 4차 항암 치료가 초등학교 4학년 같은 건지.. 저번 4차 항암 치료 끝내고는 너무 힘들어 하셨는데 오히려 5차를 쉽게 넘기셨다. 정말 다행이다.


3. 대전 결혼식

  원래 어제는 대전에 갔어야 했다. 유일한 초등학교 친구의 결혼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이 너무 좋지 않아,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돈만 보냈다. 그 친구는 8살 어린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한다. 연애한다는 말 들었을 때 행여나, 중간에 헤어지면 걔(남자)는 아직 팔팔한 나이 인데, 얘(내친구)는 어떡하나 싶었는데 결혼까지 해서 다행이란 생각 들었다. 8살 어린 남자는 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 궁금해서 가보고 싶긴 했지만, 안가길 잘한 것 같다. 갔다왔으면 병이 나서 앓아누웠을 것이다.


4. 가을 월미공원

  어제 우리동네에 있는 주차장이 꽤 넓은 유니클로에 가서 세일하는 울트라 라이트 다운을 3개나 샀다. 두 개는 엄마 것, 한 개는 내 것. 나는 이미 두 개 가지고 있지만, 나는 겨울내내 울트라라이트다운을 거의 매일 같이 입기 때문에 한 개가 더 필요했다. 사고나니 너무 든든하고 기분 좋았다.

  차까지 끌고 나왔는데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서 엄마와 월미공원에 갔다. 언제나 주차장에 자리가 남아돌고 한가한 월미공원에서 단풍나무도 많이 보고 은행나무도 봤다.

  월미도 인근을 전 안상수 시장이 얼마나 많이 망쳐놨는지 볼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희대의 뻘짓으로 월미은하레일 이라는 걸 설치해서 그 멋대가리 하나 없는 레일과 큰 기둥이 월미도 인근 풍경을 재앙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하게 망쳐 놓는다. 스산하고 모든 것이 낡은 예전 월미도가 너무 그립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에서 나오던 그 월미도)






5. 사무실 이전

  요즘 사무실 이전 때문에 회사에서 죽을 맛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라는 속담이 뭔지 몸소 체험 중이다. 참견하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 뭐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12월이면 안그래도 바쁜데, 대체 왜 이사날짜를 12월로 잡은 건지 모르겠다. 또 한창 추울 때 아닌가.

  그래도 LSM Effect 로 인해 심하게 스트레스 받고 있진 않다. LSM Effect 는 내가 지어낸 말인데, LSM 이 전회사에서 날 괴롭히던 부장의 이니셜이다. 푸하하하. 막 열이 받고 내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다가도, 그 여자와 함께 일하던 시절을 회상하면 웬만한 일에는 화도 안나고 순식간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앞으로 그 여자보다 힘든 직장 상사는 없을 거라 믿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인생 전체로 볼 땐 그 여자에게 당한 일들이 완전히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그 여자로인해 직장 상사에 대한 내 기대 수준이 사정없이 낮아진 것은 고마운 일이다. 요즘에는 회사 사람들이 배푸는 정말 작은 배려에도 감사하게 된다. 그 여자와 비교하면 더 나쁜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지금 회사에서 아무리 열이 받아도 좋게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6. 친구의 연애

  친구가 공들이는 남자가 생겼는데, 그 남자가 생긴 뒤로 나에게 보내는 카톡의 양이 10분의 1로 급감했다. 잘되가서 그러는 거겠지. 뭐 우리 나이에 더 중요한 건 우정보다는 사랑일테니 이해는 하지만, 못내 좀 서운하다. 친구에게는 괜히 질투하는 것으로 보일까봐 말은 못했지만, 저번에 카페가서 실제로 본 남자와 내 친구.. 비주얼 적으로는 너무 안 어울려서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응원한다. 걔가 이제까지 고생하면서 산 걸 아니까.


7. 친구의 고양이

  내 일기에 자주 등장하는 유방암으로 투병 중인 친구가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고양이 사진을 올리려고 인스타그램도 시작했는데, 인스타그램으로 가끔 보는 친구의 고양이는 예쁘긴 진짜 예쁘다. 너무 예뻐서 살아있다는 생각이 안들 때도 있다. 고양이가 비현실적으로, 그리고 충격적으로 귀엽지만, 난 죽어도 못 키운다. 한 생물을 거둬야겠다 다짐하고 실제 행하는 사람들 보면 존경스럽다. 난 정말 용기가 안난다. 그런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절대 아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