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같은 경우는 여행 후 계속 곱씹어 생각하게 되는 건 유물, 유적지, 자연경관 이런 게 아니더라.
난 여행 중 길에서 봤던 사람들이 그렇게 생각난다. 그 사람들을 기억하기 위해 애써 집중하여 쳐다본 것이 아니었어도 말이다. 그래서 내가 갔던 해외 여행지 중 기억나는 사람들을 여기에 쓴다.

오사카 여행 -2008년. 1. 오사카에서 히메지성을 보러 히메지시까지 갔었다. 성 다 보고 내려올 때가 마침 그 동네 중학교가 끝나는 시각이었다. 교복입고 자전거 타던 중학생 애들. 귀여웠고 2월인데 겉옷도 없이 그냥 다녀서 춥지 않을까 염려스러웠다. 2. 그 다음 오사카 오는 기차에서 맞은편에 앉았던 털모자 쓴 예쁜 여자애. 얼굴이 참 예뻤다. 3. 우리가 사려는 티켓보다 더 싼 왕복 티켓을 알려주느라 화이트보드에 그림 그리고 가격 쓰며 애쓰던 역무원 아저씨. (난 영어도 일본어도 못했으니까) 아저씨는 참 차분해보였고 특히 내성적인 눈동자가 기억에 남는다. 눈만 봐도 그의 성격을 누구라도 간파할 수 있을 정도였다.

큐슈 여행-2008년. 1. 구마모토역에 있던 젊은 역무원 총각. 한국에서는 절대 못봤던 피부색에 놀랐다. 까매도 너무 까맸다. 그런데 그 총각은 아직도 나에겐 최고 잘생긴 일본인으로 기억되고 있다. 2. 역시 구마모토 에서 전차 안에서 봤던 중학생 남자애들. 촌티가 줄줄 흘렀는데 플라스틱 안경같은 걸 티셔츠에 걸고 다녔다. 걔네도 너무 까맸다.

도쿄 여행-2009년. 돌아오는 날 전철에서 봤던 남중학생(근데 나 중학생들만 열심히 봤나…변태같이) 흔히 우리가 생각하는 일본인의 전형적 모습이었다. 오사카 큐슈에서는 일본인이 내 예상과 다르군…생각했는데 그 남자애는 누가봐도 일본인이었다.

영국, 독일은 나중에 적겠다. (이래놓고 또 안 쓰겠지만)


다시 2008년의 여름으로 돌아와서 큐슈로 떠나보겠다. 스이젠지공원을 떠나 처음 탔던 전차를 다시 타고  점심을 먹기 위하여 구마모토 시내로 향했다. 스이젠지 공원을 갈 때도 느꼈지만 돌아다니는 사람이 참으로 없었다.  구마모토 시내는 아담했다.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라멘집으로 들어갔다. 구마모토는 말고기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비쌀 거 같아서 안 땡겼다. 그리고 왠지 말고기는 엄청 질길 거 같고 맛 없을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난 먹을 거에 있어서는 호기심이 없는 편이라 맛이 그닥 궁금하지 않았다. (한번도 안 먹어본 재료로 한 음식은 아무리 맛있다고 소문났어도 웬만하면 먹지 않는 편에 속함-지금 내가 알고 있는 맛있는 음식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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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여행가서 느낀건데 큐슈 쪽 음식점 들어가면 다 잘생기고 귀여운 남자들이 서빙해주고 음식을 해주더라. 물론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도쿄 갔을 때는 우리가 생각하는 키작고 등치 작고 멋 잔뜩 부린 일본 남자 이미지 그대로의 남자들이 많았는데 큐슈는 러블리 하신 분이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엄청 많았다. 오사카 가서는 남자들 키가 생각보다 너무 커서 놀랐다. 일본놈들은 다 키 작을 줄 알았더니만.
한국 사람 중에는 일본 라멘 느끼해서 싫다는 사람도 많지만 난 완전 좋아한다. 한국에 살면서 신라면을 안먹는 특이한 사람이어서 그런걸까? 매운 음식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나는 신라면은 도저히 매워서 먹을 수가 없다. 이거 뻘소린데 매운 음식 좋아하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나와 성격이 상극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한국 사회에 적응하면서 살기가 힘든건가. 으흐흐.
라멘 먹고 편의점에서 커피랑 과자 좀 사먹고 다시 전차를 타고 구마모토 성으로 이동.
히메지성, 나고야성, 구마모토성을 제일 좋은 일본 성으로 꼽는다는데 난 그 중 두개나 가봤다. 반성해야겠다. 우리나라 궁전도 제대로 안가놓고 일본 성만 계속 가서 조금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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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서양 사람들이 일본 문화에 열광하는 걸 보면서 서양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문화의 수준은 그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우리나라 사람이라 그런 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문화가 일본보단 뭔가 더 오묘하고 깊은 게 있는 거 같다니까) 전 세계에서 일본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도 한국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도 한국만큼 일본을 알게되면 누구나 일본을 무시할 수 밖에 없다고 코웃음을 치기도 했고.
솔직히 우리나라 사람만큼 일본 사람 잘아는 나라가 있을까? 직접 맞대하진 않았더라도 난 집단무의식론을 신봉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사람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어느 정도는 일본을 싫어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일본에 여행가면 진짜 책 한 권만 있으면 돌아다닐 수 있고, 사람들은 죄다 친절하고, 또 문화재 관리하는 거 보면 엄청 깨끗하고, 버스도 어쩌면 그렇게 곱게들 운전하는지, 손잡이 제대로 안 잡으면 사망 일보직전까지 갈 거 같은 인천 마을버스를 타는 나로서는 부럽기 그지없고 그렇다.
국력의 차이일 수도 있고, 정신 사나운 현대사를 간직한 나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난 우리나라도 문화재 같은 거 일본 못지 않게 복원 제대로 해놓고 그랬으면 좋겠다. 국보1호 다 불태우게 내버려 두지 말고. 그리고 일본놈들이 빼돌린 문화재도 다 빨리 제대로 돌려다 놓고 말이다. 일본 가면 부러우면서도 갔다온 후 잠시동안은 애국심이 솟구치는 이유도 아마 이런 이유들 때문인 거 같다. 에잇. 일본은 왜 그렇게 깨끗하고 좋은겨.
다다미 바닥에서 차가운 스시를 먹는 일본, 온돌 바닥에서 뚝배기에서 따뜻한 밥 먹는 한국. 이렇게만 생각해도 일본과 우리나라는 다를 수 밖에 없는 나라다. 어떻게 생각하면 일본 사람들은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서 행동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항상 최상의 경우를 생각하는 거 같기도 하고. (얼씨구 이런것만 봐선 무슨 일본에서 한 몇년 살다온 사람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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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단체로 온 관광객도 많고, 일본 관광객도 많고 구마모토성은 관광지 분위기 났다. 역시 많이 더웠지만, 천수각 위에서 바람 좀 쐬고 그러니까 기분 전환도 되었다. 바로 옆에 호소카와 법관 주택을 걸어갈 수 있었는데 입장객 받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우리는 서둘러서 걸어갔다.

아 그런데 위에 최악의 결과 최상의 결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난 무슨 일을 할 때 항상 최악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대비를 하는 편인데, 자기 개발서 보면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실패를 부른다고들 한다. 그런데 나같은 사람이 부정적이 된 이유는 긍정적이려고 노력했는데도 최악의 결과가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름 상처 덜 받으려고 마련한 자구책이 이건데 어떡하냔 말이냐.


 


내가 이렇게 일본 여행 포스팅이 늦어지는 이유는 난 내 블로그의 스크롤바가 길어지는 게 싫어서 사진 크기를 포토샵에서 하나하나 줄이고 앉아있기 때문이다. 저번에 네이버 블로그를 보니 슬라이드쇼 사진도 한번에 줄이는 기능이 있던데 왜 티스토리는 그런 기능 하나 지원을 안하는거냐!!! 그렇다고 사람들 우글대는 네이버 블로그로 옮기기기엔 내가 티스토리에 너무 정이 많이 들었고 말이다.
백수가 되면서 큰 목표 중 하나가 큐슈여행 도쿄여행 사진을 정리해서 블로그에 올리는 것도 있었는데 오늘부터 다시 시작하기로 했다. (항상 결심 뿐이지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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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월 15일 구마모토에 간 날은 무척이나 더웠다. 2008년에 친구와 간 큐슈 사진을 보고 있노라면 사진이 모니터 밖으로 튀어 나올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덥고 괴로웠지만, 그냥 똑딱이로 찍었는데도 사진이 엄청 잘 나와서 더운 보람이 있다.
친구랑 간 날은 휴일이기도 했고, 구마모토 자체가 워낙 시골이어서 그런지 지나다니는 사람이 별로 없었다. 스이젠지 공원도 오사카에서 덴노지 동물원 갔을 때랑 비슷한 느낌으로 사람이 별로 없었다. 그늘만을 찾아 다니고 싶었지만 그늘도 별로 없었다. 구마모토에 있을 때 만큼 양지와 음지의 차이를 느낀 적이 있었던가. 스이젠지 공원에서 오랜 시간 햇빛에 발등을 노출하니 발등이 도저히 뜨거워서 못 견딜 정도였다. 그것도 나름의 추억이지만. 그런데 지금 생각해보니 구마모토 그렇게 더운데 벌레는 별로 못봤다. 더운 지역은 왠지 이상하고 큰 벌레들이 우글거릴 거 같은 느낌인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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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도 볼 게 없어서 저번에 NHK 를 봤는데 거기에 일본식 정원 전문가가 나와서 도쿄의 작은 집 앞에 공간을 활용해서 정원을 꾸며주는 게 나왔다. 일본식 정원이 뭔지 확실히는 모르지만 그 느낌은 어느 정도 알겠다. 왠지 나무들이 둥글둥글 잘려 있을 거 같고 흙보단 하얀 돌이 있어야 할 거 같고 그렇다. 나뭇잎 같은 것도 땅에 하나도 안 떨어져 있어야 할 거 같고, 빨간색이나 노란 꽃은 하나도 없을 거 같고. 대충 이런 느낌인데 맞는건가? 저번에 책에서 봤는데 그런 일본식 정원 꾸미기에 서양 사람들도 많이 심취해 있다고 하는데, 솔직히 말하자면 난 그런 정원 이쁜 지 잘 모르겠다. 너무 정갈한 느낌이 들어서 가까이 가면 안될 것 같은 느낌이 들고 인위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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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바퀴 쭉 도는데 스이젠지 공원은 그닥 오랜 시간이 걸리지는 않았다. 스이젠지 공원 갔을 때 가장 인상 깊었던 건 날씨도 날씨지만, 어떤 외국인 남자다. 나시를 잎고 쪼리를 신고 혼자 여행하는 분이었는데 살이 화상입기 1초 전 같아 보였다. 난 너무 뜨겁고 살 타는 거 싫어서 저런 날씨의 와중에도 긴팔에 모자 쓰고 돌아다녔는데 참 용감하신 분이었다. 스이젠지 공원을 보니까 얼추 점심 먹을 시간이 되어서 우리는 점심을 먹으러 그나마 구마모토의 시내로 추정되는 곳으로 향했다. 아래 사진은 스이젠지에서 찍은 사진 모음. 얼마나 맑은 날씨였는지 알 수 있는 사진들만 모아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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큐슈 여행 다녀온 사람들 보면 나처럼 스이젠지 공원 본 사람은 별로 못 본 거 같다. 흠... 지나고 나서 생각인데 스이젠지 공원은 생략해도 무방할 것 같다. 다음 포스팅에서 나올 구마모토 성 정도만 보고 그냥 구마모토의 이국스러움만 살짝 느끼길 추천한다. 특히 나처럼 한여름에 갈 사람은 쉽게 지칠 수 있다. (나 같은 경우에는 날씨가 아무리 더워도 뜨거운 아메리카노를 들이킬 수 있을 정도로 더위에 강하고 땀이 적은 편이라 그나마 괜찮게 돌아다녔던 거) 그리고 큐슈 여행 갈 때는 귀찮아도 물병을 항상 소지하고 주기적으로 마셔주자!

아직도 끝나지 않은 2008년 큐슈 여행 이야기. 두둥. 드디어 2010년까지 왔다. 설마 올해는 다 정리할 수 있겠지.

오늘은 우리 숙소가 있었던 후쿠오카에서 JR을 타고 구마모토역에서 내려 스이젠지를 가는 여정까지를 쓰겠다.
우선 일찍 일어나서 호텔 1층 식당에서 조식을 먹었다. 난 이제까지 갔던 호텔 조식들이 다들 참 괜찮았다. 센트럴호텔 후쿠오카도 괜찮은 편이었다. 든든하고. 8월 15일은 일본 오봉 휴가라 호텔에 사람이 꽤 많았다. 그렇다고 밥 먹는데 밀리고, 많이 기다려야 하는 수준은 절대 아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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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는 오사카 도쿄보다 교통비가 매우 매우 저렴한 곳이다. 오사카는 간사이 패스가 요긴하게 쓰이지만 도쿄 같은 경우에는 정말 교통비가 내 여행 경비의 대부분일 정도로 부담이 무지 됐는데, 후쿠오카 버스는 엄청 싸다.
우리가 묵었던 호텔에서 버스를 타고 하카타역으로 출발. 북큐슈 레일패스는 탁월한 선택이었다고 느끼며 그 패스로 JR을 탄다. 내가 적어놓은 예전 자료를 보니 아침 9시 30분차 라고 적혀 있다. 1시간 14분 가량 달려서 후쿠오카보다 더 남쪽에 있는 구마모토에 도착.
예전에 읽은 나츠메 소세키의 "산시로" 주인공이 구마모토 출신인데, 그래도 가본 지역이라고 엄청 반가웠다. 구마모토는 기차역도 작고, 건물들도 다 아담하고 조용한 시골마을이었고, 지금 생각해보면 난 구마모토가 제일 내 취향에 맞았던 거 같다. 살기에는 도시가 좋지만, 가끔 여행가기에는 시골이 좋은 거 같은데, 또 도쿄나 오사카 같은 도시 갔을 때도 나름 재밌었다. 일본은 시골이라고 해도 교통 등에 불편함이 전혀 없어서 그런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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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 안에서 찍은 내 사진을 지금 보니, 일본 물이 나한테 안 맞는지 얼굴에는 트러블이 난데다 퉁퉁 부어 있고 눈에서는 잠이 뚝뚝 떨어지는 표정이었다. 너무 많이 걸어서 그런 것일까. 비가와서 조금 심란했는데 가면 갈수록 비올 확률 제로에 가까운 바깥 풍경이 펼쳐져서 안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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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을 보면 알겠지만 구마모토 날씨는 엄청 더웠다. 구마모토는 작은 전차로 움직였는데 보통 한국에서 에어컨을 풀로 가동을 하면, 아무리 여름이어도 난 대번에 콧물을 흘리거나 추워서 항상 가지고 다니는 가디건을 꺼내 입는데 워낙 더워서 그런지 그런 느낌도 없었다.
후쿠오카 타워에 가서도 느낀 것이지만, 일본은 우리나라에서 거의 안 쓰는 인력을 많이 소모 하는 것 같다. 버스 안내하는 여자의 경우도, 솔직히 버스 내 방송으로 다 대체할 수 있는 건데 사람이 서서 다 마이크로 방송하고, 후쿠오카 타워도 엘리베이터 내 방송으로 하면 될 것을 안내하는 여자가 하나하나 설명하고 엘리베이터 문 열어주고 닫아주고 다 한다. 선진국이라 그런걸까. 아니면 뭐든지 세분화 하기 좋아하는 걔네들 특성 때문에 그런걸까. 모르겠다.
전차를 타고 스이젠지공원 앞 역에서 내려 걸어가는데 걸어다니는 사람이 거의 없고 내리자마자 뜨거워서 죽는 줄 알았다. 난 그 더운 와중에서도 긴팔 가디건을 절대 벗지 않았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참 잘한 짓이다. 아마 긴팔 안 입고 다녔으면, 살이 다 타버렸을 것이다. 그리고 햇빛을 차단해주는 기능을 해서 오히려 긴팔이 더 시원한 거 같기도 하고.
자외선이 작렬하여 걸어다니는데 힘은 들었지만 덕분에 구마모토에서 찍은 사진들은 웬만한 사진은 다 잘나왔다. 흔들린 사진도 없고, 다 또렷하다.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인데 난 왜 휴가가기전에 머리를 안 잘랐는지 모르겠다. 내가 살면서 머리를 제일 많이 길렀던 때가 저 때인데 항상 머리카락이 땀에 절어 있고 감고 말리는 데도 엄청 힘들었다.

2008년 여름 휴가 사진을 아직도 정리하고 있다. 2009년 도쿄 사진은 영원히 정리 못하는 거 아닐까. (이 게으름증)
하지만, 이렇게 늦게 정리하긴 하지만 난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다. 사진만 죽 올려놓진 않으니까. 사진만 올려놔선 나중에 봐도 우울할 것 같아서.
사진 보면 그 때 상황이 떠오른 다는게 신기하다. 이래서 귀찮아서 사진 찍으라는 건가. (그래도 귀찮아서 못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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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쿄여행에서도 그랬지만, 둘째날이 제일 고단한 것 같다. 후쿠오카 타워 갔던 둘째날도 제일 힘들었고 후쿠오카 타워 갔을 때 이미 내 심신은 다 지친 상태였다.
그런데 타워에 있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그래도, 좀 쉴 수 있었다. 나가려고 해도, 그 타워안에 있는 작은 슈퍼에서 파는 우산은 모두 동이 난 상태였다. 비가 조금 그칠 때까지 타워 안에 갇혀 있는데 피곤함이 몰려왔다.
약간 그치고 나서 다시 후쿠오카 시내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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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타워 주변은 그렇게 비가 왔는데 후쿠오카 시내를 들어오니 비가 전혀 오지 않은 상태였다. 심지어 바닥은 보송보송. 짐 때문에 잠깐 호텔에 들렀다가 야타이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가보자! 하고 나왔는데 이 때 부터가 친구와 갈등의 시작이었다. 책에는 야타이가 늘어서 있다고 되어 있는데 후쿠오카 시내 어느 곳을 봐도 야타이가 죽 늘어선 곳은 없었다. 그래서 시내를 계속 걸었다.
후쿠오카는 밤이 되었음에도 살인적인 습도를 자랑했다. 진짜 최고 였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끈적 끈적함. 계속 우리 둘 사이에는 냉랭한 공기가 흘렀고 아무리 돌아도 우리가 생각하는 야타이가 엄청 많은 곳은 없구나! 라는 결론을 내린 후 앉을 자리가 있는 야타이로 들어갔다.
아사히 슈퍼드라이 맥주를 한 병 시키고 오뎅이랑 라멘을 먹으니 조금 기분이 풀어졌다. 저기 보이는 오뎅 세트 중 물렁뼈 같은 거 꽂아놓은 꼬치도 있는데 그건 도저히 먹을 수가 없겠더라. 라멘은 베리 굳! 일본 라멘 느끼해서 못 먹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맵지 않아서 내 입맛에 더 맞았다.
우리가 생각했던 야타이는 대만이나 홍콩 같은데 있는 정말 대규모의 야타이였는데 후쿠오카는 드문드문 있고, 야타이 가게 주인들도 다 제각각. 이랏샤이마셰!!!! 이 말이 너무 커서 귀가 아플 정도인 야타이 주인도 있고, 우리가 갔던 야타이 처럼 젊고 잘생긴 남자가 하는 야타이도 있다. (야타이 선택의 기준 중 하나였음) 우리가 야타이 간 날은 올림픽 야구에서 일본하고 네덜란드가 경기하는 날이었는데 모든 야타이 가게 주인들이 다 그경기를 보고 있었고, 그 경기에서 일본은 네덜란드한테 콜드 승 했다.
야타이를 찾는 중 한가지 사건이 있었다.
지도를 보는데 지하철역 중심으로 야타이를 찾아보자! 해서 길가는 젊은 남자에게 친구가 "텐진역" 이 어디인가요? 하고 물어봤더니, 쭉 걸어가면 된다고 웃으면서 말을 해줬다. 그래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하고, 그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분명히 책엔 9번 출구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 있는 야타이가 이게 맞냐. 이렇게 말하면서
텐진역을 그냥 지나치려는데 어디선가 그 젊은 남자가 막 뛰어오더니만, 텐진역에 가려면 이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고 다시 말해주는거다. 알고보니 자신의 여자친구는 우리가 길을 물어봤던 지점 반대편에 있었고, 횡단보도를 통해 건넌 후 여자친구를 만난 후에도 그 맞은편에서 우리가 텐진역을 잘 찾나 못찾나 계속 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텐진역을 못보고 그냥 지나치자 횡단보도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자마자 여자친구는 놔두고 뛰어와서 다시 말해준 것이었다. 우리는 그 남자의 성의가 무색하지 않게 원래 목적지는 지하철 텐진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단을 내려가서 남자가 지나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올라왔다.
지나치게 친절하여 우리에게 불편함을 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야타이서 먹을 거 먹으니 기분이 좋아져서 아이스크림까지 사먹고 호텔와선 추울 정도로 에어컨 틀고 잠들었다. 나야 여행으로 며칠 가 있었지만, 거기 사는 사람들은 더위를 싫어하면 못살 거 같더라. 큐슈 지역 정말 더웠다. 더운것도 더운건데 살인적은 습도는 앞으로도 못 잊을 거 같다.

8월 14일 2탄 - 유후인

일본 2009. 4. 30. 11:48

이게 또 얼마만인가. 겨울에 여행기를 쓸 때는 언제 여름이 오나 싶었는데 벌써 4월 조금만 있으면 다시 여름이 오겠다.
아주 오래전 여행기에는 긴리코 호수의 오리사진만 냅다 올렸는데 이젠 긴리코 호수에서 유후인 역까지 오면서 본 상점들을 본격적으로 소개 하려고 한다. 이번에도 사진은 엄청 많음. (어쩌면 사진이 전 여행기와 겹칠지도 모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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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책자 보면 유후인은 여성들이 가장 좋아하는 여행코스! 이쁜 상점이 가득! 이런 말이 써 있었던 거 같은데 이쁜 상점이 가득! 하면 뭐하나 사고 싶은 거 다 사지도 못하는 거. 그리고 우리 둘다 오후에는 후쿠오카로 떠나기로 해서 많이 구경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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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후인 역에다가 자전거를 반납하고 료칸에 가서 짐을 찾아서 아침에 예약해놓았던 유후인노모리를 타고 다시 후쿠오카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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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차안에서 점심 먹기로 해서 여러가지 막 먹었는데, 나중엔 배가 너무 불렀다. 저 유명하다는 롤케익은 과연 맛있었다. 쫄깃한 맛도 강하고. 위에 아메리카노는 유후인 노모리에서 파는 건데 엄청 진했다. 그런데 난 부끄럽게도 기차 안에 저걸 다 쏟아서.. ;; 닦느라 진짜 고생했다. 내 캐리어에도 커피 얼룩 다 묻고.

p.s 이게 얼마만의 포스팅이더냐.


야구가 최고야!

야구 2009. 3. 25. 14:18
WBC가 끝이 났다. 애초에 병맛나는 룰과 미국의 상업적 의도가 다분한 대회라 호응하고 싶은 대회는 아니었지만, 국내 프로야구 선수들 중 잘하는 선수들로만 모인 드림팀을 볼 수 있는 거 자체가 야구팬인 나에게는 큰 행복이었다.
연일 여론에서 WBC에 대해서 말을 많이 해서 야구를 전혀 안보는 사람들도 다 알고 있겠지만, 이번 대회는 일본하고만 5번을 붙는 초유의 사태가 발생하였다. 이렇게 일본이랑 한국이랑 여러번 붙일거면 뭐하러 미국에서 개최한 건지 모르겠다. 차라리 일본에서 개최하는 것이 나을 뻔 했다. 시차도 안나고.
그렇다고 하여 이번 대회에 성과가 전혀 없는 건 아니라고 생각한다. 어쨌든 평소 때 야구에 대해서 하나도 몰랐던 사람들도 야구에 관심을 갖는 계기가 되었으니까. 아쉬운 건 진짜 제대로 된 토너먼트로 해서 정정당당하게 맞붙는 대회가 있었으면 하는 건데 그건 좀 어려울 것 같고.
사람들은 WBC 끝나서 이제 무슨 재미로 사나 하는 사람도 있던데, 프로야구를 보면 되지 않는가. 크크큭. 4월 4일 프로야구 개막일인데 나는 그 날만 손꼽아서 기다리고 있고만.

난 2002년 월드컵 때 국민 모두가 한국전 경기만 있으면 Be the reds 티를 입고 전광판 앞에서 응원할 때도 단 한번도 빨간티를 입지 않았다. 이게 뭐 무슨 자랑도 아니지만, 평소 때 K리그나 K리그 말고 좀 더 수준 높은 프리미어 리그, 분데스리가, 세리에A 등에 대해서 전혀 시청하지도 않고 관심도 없던 사람들이 밤 늦게까지 바깥에서 응원하는 게 공감이 되지 않고 신기하기도 하고 그랬다. 물론 내가 너무 냉소적이고 축제에 참여하지 못하는 찌질하고 촌스러운 사람이라 그런 걸 수도 있지만 말이다.;
그리고 난 내 또래 남자와 여자가 서로에게 은연 중에 잘보이고 마음에 들고 속된말로 한 번 엮어 보려는 그런 분위기에 굉장히 취약한데 그때 월드컵을 모여서 시청하고 있는 내 또래 사람들을 보면 남자에게나 여자에게나 그런 느낌이 심하게 들어서 같이 섞여 있기에 거북하고 그랬다. 이래서 내가 애인이 없는건가. 뭐 2002년에 출산률이 다른 해에 비해 증가했다는 것을 보면 내가 느낀 분위기와 결과가 정말 이었던 거 같기도 하고.

이번 WBC 역시 잠실, 문학경기장에서 모여서 응원한다고 경기장을 개방했는데 완전한 낮시간에 그래도 많은 사람들이 모여서 봤더라. 신기하기도 하고 부럽기도 하고 좀 허탈하기도 하다. 난 야구만은 그런 응원 안하길 원했는데. 단체 응원이 싫은 이유를 이야기 하라고 하면 할 말 없지만 난 직접 경기를 시청하는 것도 아닌데 그렇게 대규모로 모여서 응원을 하는지 잘 모르겠어서; 뭐 술집 같은데서 조촐하게 좋아하는 사람들끼리 보는 건 재밌지만, 그렇게 대규모로 모여서 스포츠를 시청하는 걸 보면 도무지 공감이 되질 않더라.
이러한 이유와 함께 난 직장인이라 야구가 한창일 때는 회사에서 일하고 있을 시간이고 하여 집에서 조용히 혼자 시청하였다. 말로는 에잇 WBC는 병신 같은 대회야. 일본애들만 열광하는 대회야! 라고 불만을 쏟아내어 놓고서는 1경기도 안 빼고 모두 시청하였다. ;;; 재방송도 많이 해주고 해서 좋드만.
어제는 대망의 결승전 이었는데 선발 이와쿠마한테 완전히 막혀서 안타를 5개 밖에 못치고 일본에게 패배. 이와쿠마가 너무 잘한 것도 있지만, 사실 어제는 2루심이 너무 하더라. 지고나서 심판 탓 하는 건 우울한 짓 이지만 고영민 2루타 때도 내가 보기엔 완전한 세입이고, 용규가 헬멧부서지면서 도루한 것도 완전한 세입이었다. 두 개다 만약에 세입이 되었다면 분위기가 완전히 우리 쪽으로 넘어올 수 있었던 타이밍에 나온 아웃 판정이라 난 어제 밤까지 아까워서 한숨을 푹푹 쉬고 오바 좀 더해서 미칠 것 같았다. 크크큭. (내가 이런 데 선수들은 오죽할까) 야구가 분위기 싸움이라 안타 15개 치고도 5점밖에 못낸 일본한테 우리가 이길 수 도 있었던 건데 역시 한 게임 이기는게 어쩔 땐 엄청 쉽지만 어쩔 땐 엄청 어려운 것 같다. 그래도 9회말 2아웃에 3:3 만들 때는 잠깐동안 소름 돋았다. 으하하하. 그 뒤에 고영민이 끝내기 안타 치고 4:3으로 이겼어야 하는건데. 원래 끝내기로 이기는 게 최고 기분 좋고 끝내기로 지는 게 최고 기분 나쁜 건데 맘속으로 간절히 염원했건만 고영민은 삼진을 당해버렸다. 아. 그래도 정말 명승부였어!!!

P.S 기아팬 사이에서는 원래 유명했던 용규 인기가 너무 많아져서 무서울 정도다.
개막전 가고 싶었는데 개막전 예매시작하자마자 서버가 다운되어버렸다는 슬픈소식.
그리고 이번 WBC의 가장 큰 성과라면 평소 아무 이유없이 개무시 받던 석민이가 재조명 되었다는거.(사실 이에 대해 구구절절하게 썼다가 다시 읽어보고 다 지워버렸다)

유후인에서 꿀맛같은 잠을 자고 나서 일어나서 료칸 1층으로 내려갔다. 저녁은 방안으로 들여주지만 아침밥은 료칸에 있는 식당에서 모여 먹는 거였는데 역시 훌륭했다.
우리가 갔던 료칸이 한국 여행사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곳이라 그런가 우리 빼고는 다 일본 여행객 이었다. 료칸에서 나눠주는 하카타 입고 내려온 사람들이 많아서 신기하기도 했고. 난 너무 일본스러운 옷이라 별로 안 땡기기도 했고 앞서 말했던 것 처럼 너무 크기도 해서 입지 않았다.
그 전날 밤에 아침에 온천 가본다고 하고 결국 자느라 못갔다. 90% 이상 예견된 일이었지만. 내 친구는 부지런하게 아침에도 온천 다녀왔다고. 결국 일본에서도 유명한 온천 관광지 유후인 가서는 온천 한 번도 안하는 불상사를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난 그냥 그때 더 자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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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다 먹고 짐을 챙겨서 유후인 구경해야지 하고 나서려는데 캐리어가 걸리적 거려서 료칸 프론트에 맡겨달라고 하니 완전 친절하게 맡아주셨다. 아. 료칸 카미노유 강추요.
전날 비까지 와서 그런가 하늘이 정말 맑았고 정말 더웠다. 후쿠오카에서 2시간 20분 가량 남쪽으로 내려가서 그런걸까? 우왕. 우리나라에서는 익히 느껴보지 못했던 아침부터의 더위. 우리나라는 진짜 좋은 나라. 히히히. 여름도 견딜만한 더위고 겨울도 딱 견딜만한 추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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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니 유후인역에서 자전거를 대여해준다고 하여 자전거를 대여하러 갔다. 거기있던 자전거는 national 제품으로 반전자동 자전거였는데 오르막길 같은데 나오면 자동으로 전기가 공급되서 하나도 힘 안들이고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자전거였다. 매우 더웠기 때문에 오르막 올라가는 것 까지 힘들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듯 하다. 자전거 대여소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한국어로 적혀 있는 안내문도 복사해서 주셨는데 여기 저기 많이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많아서 친구가 몇 개 고쳐줬다. 그랬더니 거기 운영하는 여자분 두 분이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전자 자전거를 어떻게 쓰느냐고 물어봐서 친구가 적어주고 왔다.
근 10년 만에 자전거를 타는 거라 떨렸는데 역시 자전거는 날 배신하지 않고 잘 굴러갔다. 그런데 한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자전거가 내 키에 비해 너무 높아서 패달은 밟히는데 절대 발이 땅에 닿지 않아서 오랜만에 자전거 타는 나에게는 큰 공포를 안겨주었다. 친구가 뒤에서 보기에 완전 불안하다고... 사실 내가 겁이 좀 많아서 사람이나 차가 좀만 가까이 와도 패달 돌리길 멈춰버리는데 넘어질 뻔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자전거로 차 긁을뻔한 적도 한 두번이 아님) 근육 경직되어서 타니까 엉덩이는 또 얼마나 아프든지. 흑. 키작은게 죄다 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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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리코에는 오리들이 많았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집에와서 보니 오리 사진이 무지하게 많았다. 나 왜 이렇게 오리를 열심히 찍은거지? 흠. 저번에 TV 보는데 오리 새끼들이 나와서 내가 오리는 다른 새들보다 귀엽단 말이야. 이랬더니 아빠가 그래서 도날드 덕 캐릭터도 나온 거라고 하셨다. 음. 맞는 말 같다. 헐. 딱히 쓸 곳은 없지만 아까워서 여기에 올리겠다. 오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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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늘 유후인 구경하고 후쿠오카행 기차 타는 거 까지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그건 무리인 듯 하고 또 기약없이 다음에 써야겠다. 진짜로 큐슈 여행기 다 쓰는데 1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우와... 무슨 3박4일 여행기를 1년 내내 쓰게 생겼네. 그래도 가끔 이렇게 여행기 쓰려고 사진보고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런다.

전 여행기에서 말했던 유후인 노모리를 타고 2시간 10분정도 지나서 4시 42분에 유후인에 도착했다. 후쿠오카는 완전 맑은 날씨였는데 유후인은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였다.
3박4일 여행간 중에 최고 좋았던 때는 유후인 도착해서 잠들기까지 이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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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정같은 건 거의 다 잡고 어디어디 갈 지 정했는데 중간에 료칸을 끼자고 한 건 친구 아이디어였다. 우리가 예약했던 여행 패키지가 에어텔 이었는데 난 바보같이 중간에 1박을 료칸으로 빼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료칸을 1박 안 끼었으면 무지하게 억울할 뻔 했다. 다음에 갈 때는 2박 정도 료칸에서 자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엄청 좋았다. 근데 저기 유후인은 하루 지나면 별로 볼 게 없어서.. 흠. 뭐 여행의 목적이 온천욕 이라면 또 모를까.

저기 유후인은 온천으로 유명하고, 료칸으로도 유명하고, 또 여자들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기념품 많이 팔기로 유명한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워낙 작은 동네라 료칸 찾기도 엄청 쉬웠다. 우리가 묵었던 료칸 카미노유는 유후인 역에서 직진하다가 오른쪽으로 꺽어서 길 건너면 바로 보이는 데라 더더욱 찾기 좋았다.
나중에 유후인 갈 사람들한테 우리가 묵었던 료칸 적극 추천합니다. 온천도 지하에도 있고 야외에도 있고 공중탕도 있고 무려 3개! 특히 야외탕은 시간대를 정해서 다른 사람이랑 겹치지 않게 목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요.
료칸 문을 열자마자 다다미 냄새인지 뭔지 모를 좋은 냄새가 났다. 근데 유후인 같은 날씨에서는 다다미 안 깔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진짜 진득하기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 비까지 와서는 정말 불쾌한 기분이 최고조였다.

짐 좀 대충 풀고 이제 우리 잠깐 동네 구경이나 할까 하고 나갔는데 가게 아저씨들이 이제 문 닫는다고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결정적으로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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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가게를 구경하려고 해도 다 닫고 비도 많이 와서 다시 료칸으로 복귀해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화장실 가서 막 샤워를 했다. 거기서 주는 유카타? (내친구 말로는 유카타 라고는 하는데 아무리 봐도 샤워가운 같았는데) 를 입었는데 너무 커서 질질 끌리고 폭이 좁아서 많이 불편했다. 그래서 그냥 난 반바지에 나시 입고 있었는데 친구는 키가 크고 료칸에 왔으니까 입어줘야 한다고 계속 입고 있었다.
료칸 카미노유는 맘씨좋은 아줌마랑 할머니 둘이서 같이 하고 계신데 무지하게 친절한데 온리 일본어만 하신다. 친구가 좀 할 줄 알아서 다 알아서 해줬는데 식사는 언제 들여보내줄지 물어보고 온천은 몇시부터 몇시로 할건지 물어보고 그랬다고. 저번에 오사카 갔을 때 처럼 일본어 한마디도 할 줄 모르면 좀 곤란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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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하고 에어컨을 틀고 기다리고 있으니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꺅. 진짜 맛있었다!!! 상은 한 3번 들어왔었나? 처음보는 생선요리가 많이 나왔고, 따뜻한 음식보다는 찬 음식이 많았다. (여름이라 그런가 아님 일본음식이 원래그런가) 모든 음식이 딱 1인분씩 나눠져 있고, 음식에 대해서도 뭐라뭐라 설명해주셨는데 잘은 모르겠다. 뭐라 하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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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 아이스크림까지 가져다 주셔서 다 먹고 나니 배도 부르겠다 에어컨 틀어서 시원하겠다 샤워도 했겠다 어제밤에 3시간 밖에 못 잤겠다 잠이 막 술술 오기 시작했다. 내가 이때 머리를 감았었나 안 감았었나 기억이 안나네. 아아. 샤워하면서 감았구나. 아니 머리까지 축축한데 이게 친구 드라이어도 내 드라이어도 220V 만 사용가능한거라 110V에 꽂았더니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거 같은 바람이 나와서 머리도 제대로 못 말렸다.
머리 말리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들어오셔서 완전 깨끗한 이불도 깔아주시는데 황송하기가 어디 이를 데가 없었다. 누우니까 기분 진짜 킹왕짱 이었어.

우리가 갔던 8월 13일은 올림픽이 한창이었고, 특히 올림픽 야구 예선이 시작하는 날 이었는데 TV를 트니 일본에서도 쿠바랑 일본이랑 예선전 경기를 해주고 있었다.
흠. 그래서 그 유명한 다르빗슈 라는 애가 던지는 것도 한번 봤네. 이날 일본은 쿠바한테 졌고, 한국은 미국한테 이겼는데 엄마아빠한테 전화하면서 이렇게 이렇게 저렇게 해서 이겼다고 말을 듣고 기분좋아서 누워 있는데 잠이 절로 왔다.

친구는 여기까지 왔는데 온천을 해야겠다고 나가는데 나는 갈까 말까 하다가, 아까 샤워도 했고 단지 온천때문에 또 목욕하기도 싫고 잠도 오고 이런 핑계로 그냥 내일 아침에 할래. 하고 안갔다. 비가 엄청 많이 와서 내 친구도 결국은 야외온천은 이용 못했다고 한다. 울 아버지 말로는 비올 때 야외에서 물에 담그고 있으면 기분 좋다고 하는데... 비가 어느 정도껏 와야지. 조금 아깝다. 그 료칸이 딴데보다 쪼끔더 비싼게 야외온천 때문인데.
온천 안가고 누워서 음악 듣는데 전화가 와서 받으니 일본어로 '~까' 로 끝나는 말 그러니까 계속 뭘 물어보는 투로 계속 말하시는데 알 수가 있어야지. 계속 '오후로 오후로' 이러길래. 오케이. 하고 말았는데, 친구한테 물어보니 오후로가 욕탕이라는 뜻이랜다. 이런 거 보면 나도 참 게으르다. 온천 유명한 데 와서 졸리고 귀찮아서 온천도 안가고.
근데 그냥 온천을 안해도 그 만으로도 100%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이 밑에 사진은 친구가 온천가서 찍어온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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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랜만이다.
일본여행 갔다온 지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오랜만에 사무실 한가한데 틈틈히 이제 여행기나 정리해야지.
저번 1탄에서는 공항에서 하카타역에서 JR패스 발급 받은 거 까지 끝냈으니 그 다음부터 시작해야지.
우리는 예쁜 열차를 타겠다고 2시 34분 유후인노모리5호 열차를 예약했는데 그러고나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그렇다고 어디 돌아다니기도 그렇고... 책을 보고 하카타역 주변을 보니 뭐 갈만한데도 없고. 공원이라고 갔더니 그늘이라곤 하나도 없고 하여 "요도바시카메라" 라는 전자제품 상가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5층인가 하는 건물인데 전자제품부터 화장품 등등이 밀집된 건물이었다. 평소 일본 전자제품에 그닥 관심이 없는 나는 건성건성 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거기가서 디카나 하나 살 걸 그랬나보다. 우리나라보다 싸다던데. 근데 일본에서 디카사면 액정 다 일어로 나오나? 영어버전도 있겠지. (에잇 아깝다)
저번 오사카 가서도 덴덴타운이라고 엄청 큰 전자상가 같은데가 있었는데 일본은 용산같은 전자상가가 어딜가나 있나보다.
카메라 구경보다 재밌었던 건 핸드폰 구경. 핸드폰이 진짜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되게 많았는데 색깔도 여러가지고, 액정도 진짜 크고 무엇보다 핸드폰 카메라 성능이 디카 뺨치게 좋았다. 슬라이드보다는 거의 다 폴더형태였다. 어디서 보니 일본은 무선 인터넷이 훨씬 발달되어 있어서 핸드폰 액정이 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왜 유선인터넷을 건너뛰었을까. 흠. (이건 내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지)
요도바시카메라 바닥에 앉아서 면세점에서 산 거 가방에 좀 정리하고 목에 선크림도 더 좀 바르고.. 새벽에 일어나서 몰골이 말이 아닌 얼굴에 화장도 좀 하고 했는데 아.. 그래도 남아도는 시간이었다.
유후인노모리 때문에 허비한 시간이여. 흑. 그냥 유후DX 12시 18분 차를 탔어야 했어.
사진은 친구 사진이랑 내가 찍은 사진이랑 짬뽕인데 둘다 요도바시 카메라 안에서는 하나도 안 찍었는데 그 안에서 어찌나 시간을 허비했든지 요도바시 카메라 주제곡을 나중에는 거의 외울 지경이었다. (디게 코믹한 노래였는데)

배가 고파서 친구가 책을 또 막 찾더니 요도바시 카메라 맨 윗층 회전초밥집이 괜찮단 정보가 있다고 거기가서 밥을 먹자는거다. 11시 쯤에 문을 열었던 거 같은데 열자마자 들어가서 회전초밥을 먹었다. 한국 사람이 하도 많이 가서 그런지 메뉴판에 한글안내도 다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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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온도" 에서는 초밥 뿐 아니라 입가심 할 수 있는 푸딩 같은 것도 파는데 거기서 먹은 푸딩도 엄청 맛있었다. 근데 평소 연약한 장의 소유자인 내가 일본에서 너무 날생선 가득한 초밥을 먹어서 그런지 그때부터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흑.

점심을 후다닥 먹고나서도 시간이 남아서 하카타역 지하상가를 구경하는데 난 벌써 다리가 아파서 친구한테 카페들어가면 안되냐고 사정사정해서 결국 카페에 들어가서 좀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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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나서 기다리던 열차를 타러 플랫폼으로 가는데, 예전 오사카 여행 갔을 땐 무거운 짐 동생이 다 들어줘서 편했는데 계단을 캐리어 들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려니까 힘들었다. 키가 작아서 그 캐리어를 가슴높이까지 들어야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었기 때문에. 흑. (아 열등한 신체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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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차 안에는 매점 같이 밥 될만한 거 파는 칸이 하나 따로 있는데 저기 유후인노모리는 카페같은 칸도 따로 있고 저 안에서 먹는 커피랑 빵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그리고 유후시까지 가는 시간이 꽤 걸리는데 그때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이 일품이라 유명한 열차이다. 저 열차 안에서 무슨 은하철도 999 에서 나오는 기관사 모자 같은 거 쓰고 날짜 쓰여진 푯말들고 기념사진도 찍어준다. (친구랑 둘이 찍었는데 꽤 코믹하다)

아무리 바깥풍경이 멋지다고 해도 3시간 밖에 안자고 온 터라 헤롱거리다가 결국 잠들었다. 어차피 잘 것 같아서 창가쪽도 친구에게 양보한 상태였고, 결국 나는 30분정도 지나서 미친듯이 자버렸다. 흐흐. 어차피 유후인에서 하룻밤자고 다시 후쿠오카로 올 예정이라 오는 길에 구경해도 되겠지 하고 잤는데 오는 길에는 커텐을 열면 너무 직사광선이 들어와서 다른 자리 사람들을 위하여 커텐을 칠 수 밖에 없었다. ; 그리고 결국 오는 길에서도 난 잤다.
친구처럼 가는 2시간 반 동안 열렬히 바깥 풍경을 구경하진 않았지만, 30분 남짓한 시간동안 기차 바깥을 보는데 미세먼지 0%에 도전하는 바깥 공기도 그렇고, 작열하는 햇빛도 그렇고, 피곤한 것도 그렇고 여행온 게 막 실감나서 난 들뜬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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