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사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이 그 무엇이든 난 실수없이 하려고 노력한다. 가끔 실수하긴 해도 내 일처리는 깔끔한 편이다. 흔히 말하는 일머리가 있는 것 같고, 모르는 점은 어디에 어떻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것도 알고.
가끔 메신저로 수다도 떨지만, 대부분 내가 하는 일에는 책임감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허술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회사에서 일만 잘한다고 다가 아니라는 얘기를 자꾸 제3자를 통해듣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장은 회사에서 업무시간에 일 이외에 다른 일 할 필요없는 직장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이 내게 바라는 건 존경 인 것 같은데, 제발 자기 자신들의 가증스러움을 직시 하고 존경을 강요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정말 추하다.


과격한 욕

일상 2014. 11. 24. 23:23

  토요일에 오랜만에 제일 친한 친구를 만났다. 친구가 오빠랑 성남에서 카페를 하면서 부터 친구를 만나기 무척 힘들다. 광화문에서 학원 끝나고 친구가 있는 코엑스까지 갔다. 친구가 코엑스에서 하는 카페쇼를 해서 거기 가서 찻잎들도 구경하고 친구네 가게 커피도 맛보고 그랬다. 버스타고 강북에서 강남까지 가다가 촌스럽게 심하게 멀미했다. 중간에 내리고 싶었는데 꽉 막혀서 내릴 수도 없었다.

  걔랑 서울에 있으면 뭔가 못올 곳 온 거 같은 기분이 들어서 스무살 때부터 우리의 아지트인 부천역으로 옮겼고, 하루 종일 대충 밥을 떼워 쌀이 그리웠던 우리는 샤브샤브를 동물같이 먹어치웠다.

  내친구 앞에만 있으면 마음이 편해 그런지 식욕이 막 용솟음 친다. 그런데 신기하게 회사 회식 자리가서는 거의 밥을 먹는 둥 마는 둥 한다. 일부러 그러는 게 아니다. 그냥 입맛이 없고 조금만 먹으면 더 먹고 싶은 생각이 들지 않는다. 친구한테 이 얘기를 하니 웃겨 죽으려고 한다. 저번에 나랑 치킨 먹는데 내가 너무 빨리 많이 먹어서 자기 가 삐질 뻔 했는데 무슨 니가 양이 적단 소리를 듣냐고 말도 안된댄다. 하지만, 진짜다. 회사 사람들은 다 나보고 양이 적다고 한다.

  친구랑 시간 가는 줄 모르고 이야기를 했는데, 일주일동안 회사에서 들들들들 볶인 이야기를 했다.

  걔가 없으면 난 어떻게 살았을까 싶었다. 남자친구가 생겨도 아마 이정도로 의지가 되지는 않을 것이다. 우울했던 나의 고등학생 시절을 통째로 한순간에 구원해준 친구가 얘인데, 정말 평생의 구원자라고 해도 모자르다. 현재까진.

  그 친구가 나한테 내가 이렇게 과격하고 심한 욕 하는 건 처음 봤댄다. 그렇다. 난 첫 직장 악마같았던 여자 선배에게도 이 정도의 쌍욕과 저주를 퍼붓진 않았다. 하지만, 지금 회사에서 날 괴롭히는 사람은 요즘 같아선 내 입에 올리기도 싫다.

  인격적으로 전혀 존경할만한 구석이 없는 사람이다. 자기 기분 맞춰서 옆에 있는 사람이 알아서 기고, 알아서 아양 떨기를 원하는 사람이다. 오늘 짜증의 방패막이를 해야만 했는데, 진짜 꼴도 보기 싫고 하루 종일 화가 나서 혼났다. 이제까지 난 그 사람이 원하는대로 해주는 편이었다. 죽도록 가기 싫은 회식에 가서도 아양 열심히 떨고 웃긴 이야기 입에 침이 마르도록 해주고, 그 사람이 기분 나빠 보일 땐 그냥 조용히 입닫고 알아서 기었다.

  그런데, 저번주 오늘 계속 고민하다 이 인간을 상대하는 방법은 그냥 쭉 일관성 있게 대하는 것 뿐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한 때는 정을 붙여보려고 했던 상사지만, 이제 그럴 필요성도 없고, 난 나 대로 내 할일 하고, 그렇게 원하는 상사 대접 깍듯하게 해주고 그 인간이 기쁠 때나 슬플 때나 난 언제나 똑같이 대하면 되는 것이다.

  마음을 다 잡고 있다. 내가 왜 그딴 사람 때문에 이렇게 스트레스를 받고 소화불량에 시달리고 복통에 시달려야 하는가? (저번 주 내내 너무 괴롭힘을 당해서 신경성으로 배가 아파 고생했다.) 이런 걸 보면 나는 아직 갈 길이 먼 거 같다. 내 몸을 상하게 하면서 까지 영향을 받을 필요 없는데, 난 왜 영향을 받는가. 다른 사람은 모르겠지만 적어도 그 사람보다는 내가 고결하고 착한 사람이다. 자부할 수 있다. 그런데 왜 내가 이렇게 고통을 받아야 하는가.

  점점 나한테까지 화가 나면서 내 자존심은 요즘 바닥을 치고 있다. 이러면 안될 거 같다. 이러면 나만 손해다.


재설정

일상 2013. 2. 4. 13:40

금요일에는 제 정신이 아니었나보다. 소심함의 표본이며, 소심의 처음이자 끝인 내가 너무 열받은 나머지 폭발하고 버럭하는 사건이 발생했다. 뭐 남들 입장에서는 버럭 수준도 아니었겠지만 나한테는 내 직장인생 최고의 버럭이었다.

사무실의 최고 말단인 내가 윗사람에게 화를 냈으니 이 얼마나 큰 사건인가. 거기에 나는 여기 온지 1년도 안됐고 아직도 날 탐탁치 않게 보는 사람이 있다는 것도 뻔히 알고 있는데 말이다. 그 사건으로 인해 나는 회의실에서 1시간 동안 면담을 해야 했고, 결국 31살씩이나 되선 애처럼 엉엉 울고 말았다.

내가 윗사람에게 짜증 부린 것에 대해서는 집에 와서 생각해보니 너무 쪽팔리고 잘못한 짓이었다. 내가 잠시 미쳤었나보다.

하지만, 회의실에서 1시간 동안 내 성격의 단점에 대해서 줄줄줄 듣고 있는 건 너무 괴로웠다.

회의실에서는 정신을 차려서 안정을 찾고 죄송하다고 말씀을 드렸지만, 결국 난 자존심에 큰 상처를 입었다.

애초에 세울 자존심도 많이 남아있지 않았지만 말이다.

이 사건을 계기로 직장 내 내 성격에 대해서 다시 재설정을 하고 업무 방향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보기로 했다.

윗사람은 윗사람일 뿐. 직장 동료는 그래봤자 직장 사람일 뿐.

왜 잊고 있었을까.

 


저번주에는 회사에서 늦은 환영회를 했다. 나와 함께 들어온 부장님의 환영회로 함께 합쳐서 하는 환영회였는데. 솔직히 난 환영회 같은 것 좀 안했으면 좋겠다. 잘부탁드립니다. 하고 고기 굽고 열심히 먹고 있는 사람들 가운데  굳이 일어나서 고개 숙여서 인사하는 바보 멍청이 같은 짓도 하기 싫고. (음식도 더럽게 맛없었다)

또 내 환영회라는데 2차를 안가기도 뭐해서 갔더니만, 사람들이 무슨 술을 물마시듯 마시고. 이미 그 동네에서 우리집 오는 막차가 끊긴 시각이라 인천 사는 사람이 술 다 마실 때 까지 어쩔 수 없이 기다리고 있는데 예전 직장에서 친하게 지내던 친구에게서 카톡이 왔다.

그 친구는 내가 알고 지내는 사람 중에 제일 얼굴이 예쁜 친구로, 새침해 보이는 인상과 달리 엄청 웃겨서 나랑 친했는데. 가끔 짬이 나면 우리는 각자의 윗사람 (나는 내 위에 과장, 그 친구는 위에 원장, 그리고 공통적인 윗사람은 팀장 과 사장) 흉내를 내며 복도에서 낄낄댔다. 

사내 정치세력에 끼어들지 못하고 표류하던 나와는 달리 그런 상황에서도 영리하게 대처도 할 줄 알고,(직장 경력이 나보다 한 3년 많았으므로 당연히 그런게 가능했을지도)  내 실수로 조금은 멀어질 뻔 하긴 했지만, 여하튼 둘도 없는 친구였다.

그 환영회 2차 자리에서 친하지도 않은 사람들 사이에 껴서 내가 이게 뭐하는 건가 싶고. 그 회사에서 일은 힘들었어도 가끔 친구 덕분에 기분 전환이 됐는데... 하는 생각에 회식자리에서 별안간 눈물이 핑 돌았다.

예전 직장에서 그리운 건 그 친구랑 또 둘도 없는 직속 후배. 진짜로 그 이후로 후배도 안들어오고 내가 계약직으로  있는 바람에 지금까지도 유일무이한 직속 후배가 되어버렸는데, 씩씩하게 아직도 그 직장을 잘 다니고 있다. 난 선배같지도 않은 선배였는데... 그래도 오븟하게 후배랑 커피 내려 마시고 퇴근 후에 가끔 밥 사주고 했던 게 좀 그립다. 혼자 서울 올라와 있느라 고생도 많았을텐데. 속깊은 후배도 좀 그립다.

충무로도 좀 그립다. 명동도 걸어갈 수 있고 금요일 밤에는 가끔 종로에서 차도 마시고, 70년대부터 지금까지 하나도 변하지 않았을 것 같은 충무로도 좀 그립다. 나 다니던 회사에서 점심시간에는 커피빈, 스타벅스, 카페베네, 일리, 톰앤톰스 다 걸어갈 수 있었는데 지금 직장은 그 흔한 테이크아웃 커피전문점 하나 없으니까. 점심시간에 가끔 가던 병원도 그립고 최고의 치과, 사랑니 잘뽑은 치과, 충무로 치과도 그립고, 거기서 상담해 주던 분도 좀 보고 싶다.

사용하던 오라클 ERP도 좀 그립다. 크크크크. 자료를 한번 입력하면 절대 지워지지 않는 지나친 시스템에 도스 화면같이 명령어 입력해야만 구동되는 불편한 ERP였지만, 그래도 안정감 하나는 최고였는데.

그룹웨어에 입력하던 휴가 신청서도 좀 그립고, 내 개인 이메일도 좀 그립고. 지금은 아웃룩으로 전직원이 내가 보낸 이메일도 볼 수 있도록 되어 있는데 이거 때문에 가끔 쓰는 영어 메일이 엄청 신경 쓰인다. 이미 메일을 보낸 후에 왜 문장에 this 를 두번씩이나 썼냐 이 바보 멍충아 하고 자책도 하게 되고 자꾸 남의 시선도 의식하게 되고. 으으. 그룹웨어라는 게 없으니까 모든 걸 다 종이로 처리해야 하는 것도 좀 번거롭고.

4호선 1호선도 좀 그립다. 죽어라고 아침 저녁으로 인천-서울 왔다갔다 하면서 돈벌고 있는 사람들 틈에서 느꼈던 묘한 동질감도 좀 그립고, 용산에서 동인천까지 아예 푹 자고 집에 가까워졌을 때 느꼈던 안도감도 그립고. 가끔 같이 퇴근하던 부평살던 목소리 엄청 큰 후배도 좀 그립고.

무엇보다 25살 26살, 27살, 28살 이었던 젊었던 나도 좀 그립고. (젊었다고 뭐 특별히 한 것도 없지만) 그때는 나이가 어리니 막연한 희망 같은 것도 있었던 것 같은데.

요즘 이랬으면 어땠을까. 저랬으면 어땠을까. 하는 생각을 엄청 자주 하게 되는데, 전혀 소용 없는 걸 알면서도 이런 생각하고 있는 나를 보면 벌써 지금 이 생활이 지겨워졌기 때문이겠지.

월요일 아침부터 비는 주룩주룩 내리고. 아 비 그쳐지면 추워질텐데. 지금 앉아있는 내 자리 완전 구석인 건 맘에 드는데 벌써 손시렵고 발시려운 게 심상치 않다. 다가오는 겨울을 또 어떻게 살아남아야 할 것인가!! 막상 엄청 추운 겨울이 되면 아무 생각이 안들 것 같아서 오히려 빨리 겨울이 왔으면 하는 생각도 드는 깝깝한 월요일 아침.


일한지 5년

일상 2012. 7. 15. 20:48

대학을 졸업하고 내가 월급을 받은지도 5년이 넘었다. 대학을 졸업하는 2007년 2월 부터 2010년 백수생활 4개월을 제외하고는 나는 그래도 월급을 계속 받는 사람이었다. 그 4개월 동안은 정말로 초조했다. 간신히 일자리를 찾았지만, 나는 어떻게 된 게 5년 내내 점점 더 다운그레이드만 되어가고 있는 느낌이다. 나는 아주 먼 옛날에서부터 첫단추가 잘못 끼어진 느낌. 그 길에 접어들어서 계속 계속 잘못된 길을 걷고 있는 느낌.

참 무서운 것이 당시에는 항상 최선이라고 생각하고 내린 결정인데 그 결정으로 인해서 서른살이 된 지금까지도 이모양이니.

하루종일 비오고 난 엄마와 함께 집에서 뭉갰는데, 왜 나는 이렇게 밖에 못살고 있는 것일까 하는 자괴감이 들었다. 내 이상이 그렇게 높은 것도 아닌데.. 난 왜 이렇게 밖에 못사는 것일까.

계약직은 참 비참하구나. 쫓아내면 나가야 하고, 요즘은 취업 사이트를 아무리 뒤져도 괜찮은 일자리도 없고. 그나마 오라는 곳은 악덕한 업체일 뿐이고.

내일 먼 곳으로 아빠 차 타고 면접보러 갈 건데, 거기... 제발 괜찮았으면 좋겠다. 나는 솔직히 어느 회사에서건 최선을 다하고 일도 잘하는 편이고 똘똘한 편이었는데 세상은 그 정도로는 되는 세상이 아닌 것 같다. 못났다.

몇 년만에 좋아했던 남자한테도 차이고. 흐흐흐

삼십대에 들어오면 조금 풀릴 줄 알았던 인생이 더 우울해지고 젊었을 때는 그래도 아직은 젊다는 생각으로 버텼는데 이제는 그런 위로도 없고. 참 살맛이 안나는 요즘이다.


연애 공감대

일상 2011. 1. 11. 10:21
저번 주 목요일에는 퇴근하고 주안에서 용산까지 갔다. 전 회사에서 친했던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였다. 회사에서 친해진 친구니만큼 회사를 떠난 이 시점에도 서로 할 말이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할말은 또 있더라. 그 얘기 대부분이 회사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였지만.
내가 회사를 관둔 건 작년 4월. 회사 친구를 만나니 내일부터 다시 충무로로 출근해야할 것 같고 그랬다. 요즘에는 8시 20분에 집에서 나와서 9시면 회사 도착하는데 그때는 6시 50분에 나와서 8시 25분쯤 회사 도착하는 생활을 했으니... 어떻게 했나 싶고. 근데 또 흔히들 말하는 이름난 회사들은 다 8시까지 출근이긴 하더라만.
내방이 너무 춥다보니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는 새벽에 종종 깨는데 오늘 일어나 핸드폰 시계를 보니 5시 55분이었다. 예전 같으면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었다. 근데 5시 55분이어도 난 한시간이나 더 잘 수 있다니! 하면서 행복하려다가 다시 우울해졌다. 나는 왜 노동에 적응하지 못하는가. 어디가 좀 모자란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침 뉴스에 교통상황 알려주는 경찰 아저씨가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하라고 했는데 난 그게 안된다. 난 그냥 일어나서 아무 걱정 안하고 놀고 먹고 싶다. 그런 사람들 보면 부러워 죽을 지경.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회사에서 친해진 친구는 더 넓은세계(?)에서 만난 친구 답게 이제까지 내가 알던 친구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걔랑 나랑 어떻게 친해질 수 있었나 싶은데, 나는 충무로로 회사 다닐 때는 정말 남부끄러울 정도로 아무렇게나(?) 하고 다니는 여자였다. 의욕도 안생기고, 내가 정말 꽃다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이라는 걸 알면서도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엄두가 안났다. 내가 그런데 집착하는 성격이었다면 5시에 일어나서라도 꾸미고 다녔겠지만 그런 성격도 아니고 필요성도 못 느꼈고.
회사에서 만난 그 친구는 잘 꾸미고 다니고 주변에 남자친구들도 많고 예쁘고 키도 크다. 친해지면서 이런 류의 아이들에게서 느꼈던 약간의 거부감이 많이 완화되었다. 그리고 되려 저런 애들이 나랑 친하게 지내려고 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친하게 지냈고.
내가 회사를 떠날 때 눈물까지 흘려줬으니 고마운 마음도 있고.

전 회사 팀에는 83년생이 나 포함 3명 있었는데, 들어온 순서가 나 1등 그다음 목요일에 만난 친구, 그 다음이 H 였다. 그 H도 아마 학교나 다른데서 만나면 어머 뭐 저런애가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막가파 성격이었는데, 알고보니 리얼 재벌집 딸이었다. 정말 TV 에서 말로만 듣던 명품 구경도 많이 했고. H는 그래도 뒤에서 까고 앞뒤 다른 면은 없고 그래서 처음에는 뭐 저런 미친년이 다 있나 싶었다가 약간의 호감이 생겼는데 목요일에 만난 친구와 그 친구가 어느 새 절친이 되어 있었다. 여고생도 아닌데 내 친구가 다른 친구랑 더 친해졌다니 하면서 까닭모를 허전함이 느껴졌다. 목요일에도 만나고 있는데 그 H한테서 전화가 왔다.
생각해보면 회사 다닐 때도 그 친구가 전화를 하면 난 참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던 거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대화 내용의 대부분이 남자와의 연애와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듣는 것도 한계가 있지 나중에는 약간 짜증이 난 적도 있었다. 나와 친한 애들하고 전화할 때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고 그런 상황에서 난 뭐라고 얘기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니까.
목요일에 다시 들어보니 그 둘을 엮어준 건 역시나 "남자" 였다. 내가 "남자" 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는 경험담 제로인 그냥 이랬음 저랬음 좋겠다는 내용이 전부인데, 아마 그 둘은 더 고차원적인 이야기를 하는 걸 수도 있고. H가 나랑 친구랑 친한거 보면서 많이 부러워 했는데 결국 친구되고싶어하는 목표도 달성했네 싶었다.

친구들 중에서도 정말 만나면 너무 맘이 편해서 안경끼고 다 늘어난 츄리닝 입어도 편한 친구가 있고, 얘가 날 쪽팔려 할까봐 치마에 화장 좀 해줘야 할 것 같은 친구가 있고 그렇다. 나이대에 따라서 친구의 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저번 목요일에 난 너무 추워서 남색 오리털 잠바를 입고 나갔는데 또 마음속으로 내심 이 겉모습으로 만나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친구긴 친구인데 역시 난 걔랑은 완전 친한 친구는 아닌 것이다. 이 사실을 생각하니 좀 씁쓸했다. 재미있게 놀았는데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알고 지내는 친구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지만, 새로 알고 지낸 사람이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하는 생각도 자주 한다. 나이 29살 되서 애인 만날 생각은 않고.

아 근데 나랑 친한 친구들하고도 연애 공감대가 있긴 있구나. 연애경험이 거의 없다는 공감대. 흐흐흐.

새로운 직장에서

일상 2010. 9. 28. 09:23
회사에 출근해서 처음으로 딴 짓을 하고 있다. 내일부터 조금 바빠질 것 같은데 오늘은 조용할 거 같다. 좀 있다가 저쪽 다른 건물 한번 가야 하는데 벌써 군기가 빠진건지 다른 때 같으면 부지런하게 아침에 오자마자 본부건물에 가서 제출할 거 제출하고 했겠지만 있다가지 뭐 하고 있다.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약 한달간 여기에서 일한 느낌을 말하자면

1. 무서운 대학원생들
: 나와 가까운 사람 중에는 대학원에 들어간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다들 대학 졸업해서 돈 벌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대학원에 갈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다. 이런 이유들로 난 대학원생들의 세상을 전혀 몰랐고, 여기와서 일하면서 난생처음 대학원생들을 맞대하고 있다. 내가 있는 과가 우리학교에서 그닥 밀어주는 과도 아니고 워낙 소규모긴 하지만 생각보다 대학원생들이 엄청 많다. 소심한 나는 석사과정 말고 박사과정한테는 말도 제대로 못 붙이고 있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앞으로도 많이 안 부딪치려고 말을 많이 섞지 않을 예정이다. 특히 아저씨들 한테는 말이다. 난 누가 돈 주면서 공부하라고 해도 할까말까인데 여기 사람들은 몇백씩 줘가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걸 보자니 참 이해 안간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 솔직히 난 사회나가서 일하면서 내가 대학에서 배운 건 진짜 단 한가지도 필요 없고 그냥 사회로 나오기까지의 유예기간만 늘려주었을 뿐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대학을 안나온 사람들에 대한 편견같은 것에는 자유로울 수 있다지만 일하다 보니 대학 나온 사람이나 고등학교 나온 사람이나 일하는 능력에서의 차이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전문대 나오거나 고등학교 나오서 바로 일한 사람들보다 내가 딸렸으면 딸렸지. (내가 일하는 회사만 그랬을 수도 있다) 대학원에 몸을 담은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어차피 대학원에서 웅크리고 있어봤자 점점 겁쟁이만 될 거 같다. 또 한가지 신기한 점은 난 내가 나온 이 모교에 대해서 애정이 전혀 없는데 반해 여기 대학원생들은 나름 자부심 갖고 있고 다른 곳에서 대학 나온 사람들을 약간 무시하고 텃새 부리는 느낌인데, 내가 상관할바는 아니라고 해도 좀 같잖다. (역시 난 세상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인간인가!)

2. 출퇴근 시간과 새로운 세상
: 출퇴근 시간이 짧으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흐흐흐. 무슨 소리인고 하니 난 예전 회사를 다니면서 편도로만 1시간 반이 걸렸기 때문에 퇴근 후에 무언가를 한다는 건 내 기력상 상상할 수 없는 일 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오래 걸려도 집에 오고 가는데 40분이면 간다. 예전에 마을버스 - 전철 2번 갈아탈 필요도 없고 버스 한번이면 바로 직장으로 도착이다. 칼퇴를 해도 7시 이전에는 절대 집에 올 수 없는 회사를 다니다가 예전회사보다 30분 더 늦게 끝나는데도 집에 오면 7시가 안되는 이상한 느낌에 적응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 지금에서야 예전 회사 사람들은 이런 생활을 하니까 퇴근 후에 운동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한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아침에 눈뜨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예전 직장보다 직장 내 위치도 구리고 월급은 몇십만원이 깍였지만, 몸이 편하니까 전혀 슬프지 않다. 학교고 직장이고 뭐든 가까운 게 제일이야!

3. 윤택한 사무실 생활을 위한 물건들
: 예전에 내가 일하던 회사 사진을 올렸을 때 봤겠지만 난 사무실에 이상한 걸 많이 갖추고 사는 사람 중 하나였다. 큰 건 별로 없지만, 팔꿈치 보호대까지 갖추고 살았으니까. (근데 이 팔꿈치 보호대 사용해보면 다들 좋아할텐데. 정말 안아프다!) 첫 출근을 준비하면서 큰 가방에 짐을 엄청 싸놨는데 2주동안은 일하느라고 하나도 풀지 못했었다. 그게 마음의 짐으로 계속 남아있다가 추석 당일날 결심을 하고 회사에 와서 사무실도 쓸고 닦고 그 짐을 다 풀었다. 원래 사람이 관두기 직전이면 사무실에 애정도 안가고 별로 정리하고 싶지도 않고 그러니까 이해는 하지만 예전 사무실 모습은 너무 비효율적이고 불편하고 지저분했다. 다 정리하고 나니까 마음도 편안해지고 기분 좋고 일도 막 잘되는 거 같고 이제 손 닿는 곳에 비품이 있어서 편하다. 한동안은 커피도 못 내려마셨는데 혼자 커피도 내려마시고, 화분도 가져다 놓고 조금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아직 모르는 게 엄청 많아서 긴장된 상태긴 하지만 조금씩 나아질 거라 위안하고 싶다.

4. 점심메뉴 고민
: 사무실을 혼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점심은 여기 같은 단과대학 소속 사람들이랑 먹어야만 한다. 그래서 11시 30분 정도가 되면 맨날 네이트온 창을 켜서 메뉴를 정하는데 난 그냥 제일 가까운 저쪽 사범대학 쪽 식당가서 밥 먹고 빨리와서 쉬고 싶은데 사람들은 그 메뉴를 골라서 맨날 멀리까지 간다. 또 그 단과대학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을 내가 별로 안 좋아해서 그냥 거짓말 하고 혼자 사범대학 식당가서 먹고 그럴 때도 꽤 있다. 가끔 도움 받을 일이 있어서 아예 모른 척은 못하고 있지만, 차라리 혼자 밥먹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012

충격과 공포

일상 2010. 9. 24. 19:08
내가 지금 쓰려는 내용에 비하여 저 제목은 엄청 과장된 감이 있지만 난 이제금방 엄청난 충격을 받았다.
오늘 퇴근을 하는데 문득 내가 졸업한 학교에서 일하기 때문에 부여되는 권한을 새롭게 깨달았다. (그래서 옷도 안벗고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이러고 있다)
그 권한이란 바로 학생검색인데, 뭐 싸이월드 같은 데서도 사람검색을 할 수 있고 미투데이 같은데서도 가능하고 하다지만, 난 정보공개에 상관없이 지금 학교에 재학 중인 학생, 석사, 박사 뿐 아니라 졸업한 사람까지 다 검색이 가능하다.
그래서 난 학생검색 란에 일단 내 이름을 검색하여 보고 다른 궁금한 사람들 이름을 검색하다가 완전 당혹스러운 사실 하나를 알게 되었다. 꿈에서도 마주치고 싶지 않고, 같은 인천에 살고 있다는 거 자체가 나에게 큰 불안감을 주는 존재인, 예전 어린시절에 사귀었던 (그리고 끝나면서 서로 엄청 안좋았던) 그 남자애가 이번학기에 내가 출근하고 있는 이 학교에 석사로 진학했다는 사실이 바로 그것이다.
심지어 이번학기에 입학한 거라 내가 여기를 관두게 되는 2년내내 고스란히 넓다면 넓고 좁다면 좁은 이 같은 캠퍼스 안에서 마주칠지도 모른다는 불안감에 시달려야 한다.
으아아아아아아아아악.
차라리 몰랐으면 맘편히 다닐텐데 이미 이 사실을 알아버린 이상 난 웬만하면 학생회관 식당에 안가고, 걔가 다니는 대학원 건물은 근처에 얼씬도 안하고, 도서관에는 더더욱 가지 않도록 해야겠다.
아. 그리고 밥 먹을 때도 웬만하면 사람들 많이 가는 골목으로 안가야겠다. 아 싫어.
그런데 이 와중에 천만 다행인건, 내가 걔가 속해 있는 과로 안가게 되었다는 거. 그걸로 위안을 삼자. 그리고 걔네 건물과 내가 있는 건물은 그래도 꽤 먼 편에 속하니까.

줏대 없는 나.

일상 2010. 7. 29. 13:28

요즘에도 가끔 괜찮다 싶으면 이력서를 넣어보고는 있지만, 100% 여기 가야겠다 하는 마음이 드는 곳은 사실 없다. 그러다보니 고민이 되고 괜히 후회도 하고 그런다.
직장을 그만 둘 때도 부모님께 사실을 말씀드리고 그 허락(?)을 받는 동안 난 거의 투쟁아닌 투쟁을 해야만 했다.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고, 그만 둔 뒤에도 현금을 받아쓰고 있진 않아도, 어쨌든 집,쌀,수도,전기 다 엄마한테 신세를 지고 있으니까 허락을 받는 건 필요한 절차였다.
대학 졸업 후 괜찮은 곳에 취직 못하고 있을 때 면접이나 필기고사 같은 일정이 잡히면 난 엄마아빠한테 다 비밀로 했는데 어쩔 수 없이 밝혀지면 난 정말 곤욕스러웠다. 엄마아빠는 그 회사가 어디에 있는지 지도로 검색하고, 심지어 나한테 말 안하고 둘이 손잡고 그 회사 앞까지 대중교통 혹은 차를 이용하여 다녀오시기까지 해서 나를 부담 백배 상태로 만들곤 하셨다.
이런 일화에서도 보듯, 나를 직장인으로 만들겠다는 우리 부모님의 의지는 대단한 것이었다.
왜 그렇게 열성이신지는 모르겠지만, 주변 사람들에게 내 딸 어디 회사 다닌다 말하고 싶은 마음, 23살 때부터 빨리 시집가라고 압박했던 부모님 성향으로 미루어 보아 변변한 직장을 다녀야 그나마 선으로라도 혼처를 잡을 수 있다는 조바심, 내가 회사를 다니면서 집안에 내놓았던 돈 등등이 그 원인이 아니었을까 싶다.
대학 졸업 후 이런 경험을 토대로 요즘에도 웬만하면 모두 비밀로 하고 엄마아빠가 일하러 가신 동안에 면접보고 있는 중인데 엊그제 일이 터지고 말았다.
나 졸업한 회사에서 근무하는 친구가 혹시 주변에 내일부터 바로 일할 수 있는 친구가 있냐고 물어봤는데 내가 생각나더라고 전화가 왔다. 그래서 응 나 일할 수 있다고 교수한테 말해도 된다고 했는데 집에 오니 메일이 도착해 있었다. 모 연맹 에서 바로 일할 사람을 뽑는다고. 이력서와 자기소개를 보내라고 해서 보냈고, 워낙 교수가 여기 연맹 쪽이랑 친해서 말하면 바로 될 거 같은데 만약에 하다가 중간에 갑자기 관두거나 하는 등의 입장 곤란한 행동을 할거면 차라리 처음부터 하지 말라고  교수가 나에게 신신당부를 하셨다.
일단 가서 얘기나 들어보자 싶어서 알겠다고 말씀드렸는데, 문제가 생겼다. 내가 수영을 간 사이 핸드폰으로 전화가 온걸 우리 엄마가 받은거다. 오늘 면접날짜 발표나는 좀 먼 직장도 있는데 교수님께 면접이 하나 남아있어서 교수님이 말씀해 주신데는 갈 수 있을 지 없을 지 확실치 않다고 말씀드렸던 거 까지 다 우리 엄마가 알아버린거다. 교수는 내가 전화 안받으면 다시 전화를 하면 될 것이지 왜 그 모든 걸 다 우리 엄마한테 말하고 물어봤는지 아직도 이해할 수가 없다. (수영갈 때 귀찮아서 핸드폰을 안 가져간 내 탓이 가장 크지만)
엊그제 연맹에 가서 한달 월급이 130과 140 사이라는 이야기를 듣고 아 이런 직장이라도 가야 하는 건가 하고 고민을 하고,(일이라도 내가 하고 싶은 일이면 하겠는데 그도 아님) 오늘 발표 나는 곳에 만약에 서류에 붙어도 거기는 100% 면접에 까지 붙는다는 보장이 없어 복잡한 마음인데 이 모든 걸 또 부모님과 이야기하며 공유해야 한다는 사실이 더 머리아프고 그렇다.
덕분에 집에 중간 중간 잠은 계속 깨고, 계속 고민하고 고뇌하고 있다.
솔직히 말하면 난 130만 받고도 삶을 유지할 수 있는 인간이다. 문제는 그 130 주는 곳이 집에서 한시간 거리에만 있었어도 옳타쿠나 하고 가겠는데 (아니면 내가 관심있는 일이거나) 문제는 그 연맹이 우리집에서 1시간 30분이 걸린다는거다. 예전 회사보다 30분이 늦은 출근이기 때문에 6시 30분쯤 일어나면 되겠지만, 거의 왕복 3시간을 하면서 지금 상황에서 과외 하나 더 하면 벌 수 있는 돈을 위하여 거길 다녀야 하는 의문이 들고, 거기 일도 마찬가지로 하기 싫어질 거라는 생각이 들었다.
마음 속으로는 그냥 안가야겠다는 마음을 굳혔는데 나 또 이거를 어떻게 부모님께 말씀드려야 하나 하는 생각이 들어서 스트레스다.
올해까지는 정말 괜히 들어갔나 하는 생각 안드는 직장에 취직하는게 내 목표인데, 그 목표에 매진할 세도 없이 이렇게 휘둘리고 저렇게 휘둘리는 내 자신이 너무 짜증이 나고 서러워서 엊그제 버스 안에서 울었다. 괜히 들어갔나 하는 직장이라면 차라리 이 상태로 생계를 유지하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도 든다.
쓰잘 데 없는 말이지만, 이게 다 첫 직장에서의 찝찝함을 무식하게 몇 년동안 참고 있었기 때문이라는 생각에 지난 세월이 한없이 아깝고 나도 병신같고 그래서 요즘 많이 우울하다.
제길. 그래도 그 그지같은 직장을 계속 다니지 않고 때려친 건 백번 잘한 짓이다. 이걸로 위안 삼으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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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충무로

일상 2010. 4. 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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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누구나 한번씩은 생각한다는 사직서를 썼다.꼭 자필로 작성하라고 해서 자필로 작성을 했다. 퇴직 사유에 구체적으로 기술하라고 써 있었는데 적성에 안 맞는다고 썼다.학창시절에 적성검사도 하고 학교 선생들이 생활기록부에 적성에 대해서도 써주고 하는데 왜 난 28살이 되도록 내 적성하나 못 찾아서 이러고 있나 싶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깨달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생각보다 사직서를 쓰는 기분은 담담했다.
우리 부모님은 나때문에 심란하다. 어렸을 적 아버지를 보면서 난 한 직장에서 오래 붙어 다녀야지 결국 3년을 못 넘겼다. 그래도 참고 참아서 2년 9개월임.
25살에서 28살 어떻게 보면 제일 좋다면 좋은 시절을 회사에서 보낸 건데 생각 나는 거라곤 기상, 출근, 업무, 퇴근이것 밖에 없다.한의원에서 나한테 한약 지어먹으려고 지어낸 말일지도 모를 나의 80세 노인 체력으론 솔직히 회사 다니면서 다른 일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나 너무 무난하게 살아온 거 같아서 갑자기 우울해진다. 그렇다고 특출나게 살고 싶은 것도 아닌데. 적어도 모든 것이 불만인 인생은 살고 싶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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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일하는 곳은 다른 팀과는 분리되어 있는 곳이었다. 유리로 막혀 있었는데 앞에 앉는 새로온 사람이 달력을 덕지 덕지 붙여 놓는 바람에 바깥 동향을 알기 힘들었다. 그리고 나도 작년 다이어 살 때 준 12월치 다 나와 있는 달력을 붙여 놓으니까 일하기 편하고 그래서, 사서 붙여놨었다. 저 달력은 새로온 분한테 주고 왔다. 집에 있을 땐 12개월치 다 보면서 일할필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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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달력 밑으로 내려오면 다른 달력이 보인다. 퇴직 전까지는 스케줄이 빼곡하나 그 이후로는 하얗다. 탁상 달력을 대학 때는 전혀 사용할 일이 없었는데 사용해보니까 편하다. 앞으로는 애용해주기로 했다. 탁상달력 옆에는 스피커, 그 앞에는 핸드폰 꽂아놓는 강아지. 그리고 모니터. 모니터 옆에 붙어 있는 건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 모니터 뒤의 코르크 보드에도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 혹은 필요한 사이트 비밀번호 아이디 목록. 모니터 밑에 있는 건 내가 사용하던 노란 연습장. 난 A4 만한 연습장을 세로 말고 가로로 놓고 쓰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해야 내 책상에 놓고 쓰기 편했다.. (이 사진 한번도 사용안해본 DSLR 로 찍었는데 촛점이 저기 연필꽂이에 딱 맞았다) 그리고 사진 제일 앞쪽으로 보이는 건 사원증하고 교통카드 넣고 다니는 카드지갑이랑 남들은 웬만해선 안쓰지만 한번 사용해보면 편한 푸카 모양의 팔꿈치보호대. (강추합니다. 여름에 팔꿈치 아프지 않아요) 그리고 내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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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뒤로 보이는 코르크보드는 처음 왔을 때 부터 붙어있었던 건데, 잡다한 영수증, 버리기도 뭐하고 언젠가는 한번 찾아볼 거 같은 메모를 죽 꽂아놓기에 안성맞춤. 내 방에도 붙여놓고 싶은데, 지저분할까봐 참는다. 저기 있는 코르크보드 상태는 내가 정리하느라고 엄청 깨끗해진 상태이다. 코르크보드 최고 상단 가운데에는 기형도의 우울증 걸릴 것만 같은 시 "질투는 나의 힘" 이 붙어 있다. 그 앞으로 보이는 최근 교체하여 준 흰색 컴퓨터 본체. 그리고 그 본체 위에 있는 샤파.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난 일하면서 연필을 애용했다. 컴퓨터 본체 옆에 보이는 플라스틱 검정 책꽂이는 원래는 자주 사용하는 클리어파일이랑 서류를 보관했다. 그 앞에 보이는 건 물 넣어뒀던 던킨도너츠 텀블러. 책꽂이 옆에는 엄청 편리한 미니 서랍. 미니 서랍 안에는 한 달에 한번 할까말까면서도 색조화장품(마스카라 아이섀도, 블러셔 등)을 잔뜩 넣어놨었고, 챕스틱이랑 하드렌즈 케이스 등을 보관했다.  미니서랍 위에는 아직도 정을 못 붙인 레드스타 화분. 화분 옆에는 생명과도 같았던 핸드크림. 난 비누로 손 씻는 걸 좋아하는데, 약한 체력으로 감기도 안걸리고, 눈병에도 잘 안걸리는 이유가 손을 자주 씻어서가 아닌가 싶다. 대신 손에 주름이 많다.;; 여기엔 안 찍혔지만, 회사에 핸드워시도 가져다 놨었다. 그리고 키보드 옆에는 마우스와 타이거 맥주 마크기 찍혀 있는 마우스패드랑 손목보호대. 난 오른손잡이인데도, 마우스를 왼쪽에 놓고 썼는데 왼쪽에 놓는게 빈자리가 많아서 배치하기 쉬웠던 것도 있지만, 오른손을 너무 많이 쓰니까 오른쪽 어깨만 너무 아파서, 일부러 왼쪽에 놓고 썼다. 왼손으로 마우스 하면서 오른손으로 글씨쓰기도 편했다.

이렇게 사진을 찍고 보니까 사진 한장이면 다 들어가는 좁은 공간에서 참 오래도 뭉갰다는 생각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