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주동안 4명을 만남

일상 2015. 10. 26. 19:22

2주동안 정말 오랜만에 약속있는 금요일 밤과 약속있는 주말을 보냈다.

1. 첫회사 후배
이 블로그에 자주썼지만, 정규직으로 처음으로 일한 직장의 직속후배가 나에겐 유난히 애틋하게 느껴진다. 워낙 훌륭한 사람이고, 후배지만 항상 존경한다. 후배와 결혼을 하는 남자는 정말 운좋은 남자라고 생각할 정도로. 서울로 회사를 옮겼다 소식을 전하니 금요일에 한번 보자고 하여 오랜만에 후배를 봤다. 난 힘들다고 도망친 그 회사를 그 아이는 아직도 다니고 있다. 그것도 엄청 고생하면서.
그 회사는 내가 다닐 때 보다 나빠졌으면 나빠졌지 좋아지진 않은 것 같다. 지금 다니고 있는 회사에 하루하루 실망하는 중이었는데, 후배를 보면서 나는 아무것도 아니니 불평 불만 하면 안되겠구나. 하고 잠깐 생각했다.
후배가 견디고 감당할 수 있는 스트레스의 강도가 가늠조차 되지 않아. 어마어마한 존경심이 다시금 솟아났다. 그때나 지금이나 다름없이 착한 후배를 이제 좀 자주 볼 수 있을 것 같다. 회사가 가까워 졌으니까.

2. 투병 중인 친구
토요일에 회사에서 윈도우 깔며 개고생했던 날을 보상받기 위해 10월 21일 휴가를 냈다. 휴가 전날 투병 중인 친구를 찾았다. 저번에 만났을 때는 주사 치료를 1번만 받은 뒤라 원래 내가 알던 친구의 모습과 별 차이가 없었는데 이번에는 다른 모습이었다. 가발을 쓴 모습이었지만, 전과 다름없이 나와 대화를 하는 친구를 보고 짠한 마음이 들었다. 나에게 병원 치료 이야기를 나처럼 관심있게 들어주는 사람이 없다고 하였고, 그 말에 이렇게 힘든 시기에 내가 이 친구에게 아주 쓸모 없는 사람은 아니구나 싶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 전철을 타고 오면서 이 세상이 공평하지 않기 때문에 모든 슬픔이 발생하는 것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하며 울 뻔 했다. 내가 종교를 갖게 된 이유도 아마 이 때문이고. 친구에게 꽃기린 화분을 사줬는데, 기대치 않게 격하게 좋아하여 보람찼다.

3. 학원에서 알게 된 아이
저번에 썼던 보험회사에 취업했다는 학원에서 알게 된 남자아이를 만났다. 오랜만에 용산역에 갔는데, 새삼 용산역이 거대하다는 생각을 했다. 미로 같이 그지같은 건물 구조도 여전하고.
걔는 고생을 많이 한 건지 나이가 저번보다 한 10살은 더 들어 보였다. 양복을 입은 것도 한몫 했겠지만. 기본급도 없는데, 매일 8시 10분까지 출근해야 한다니 정말 세상에는 다양한 직업이 많다고 생각했다. 비싼 저녁을 사줬고, 다행스럽게 나에게는 상품가입 권유를 하지 않았다. 자기가 보험회사에서 일한다고 하니 연락 그냥 뚝 끊어버린 사람들도 많다면서 서운하다고 했다. 하긴 나도 정말 엄청나게 망설이다가 만난 거니까.
그런데 그 만남 뒤로 카톡을 너무 너무 심하게 자주 보내서 대체 어떻게 해야 하나 고민 중이다. 일단 어제 카톡부터 답을 안하고 있다. 요즘 애들은 1년에 몇 번 안보는 사이여도 이렇게 의미없는 메세지를 주고 받는건지, 얘가 유난한건지.
만나서 얘기 잘하고 잘 먹고 잘 마시고 왔지만, 여전히 불편한 아이다.

4. 용인의 친한 친구
운전을 너무 안해서 가끔 이러다 완전히 까먹는 거 아닌가 걱정될 때마다 용인 친구네 카페에 놀러간다. 매일같이 카톡으로 안부를 전하지만 역시 직접 만나 얘기하는 것이 진짜 대화다. 둘다 즐거운 일이 생기지않아 우울했는데 서로 기분전환 확실히 했다.
친구가 오징어 국을 20분만에 뚝딱 만들고 밥을 차려줘서 밥까지 얻어먹었다. 걔네 카페의 당근케익도 먹어치우고 쿠키도 먹고 내가 너무 많이 먹어 좀 미안할 정도였다. 친구가 만든 당근케익이 너무 맛있어서 다시 놀랐다.
돌아오는 길에 영동고속도로가 밀리는지 티맵이 의왕 안양 시내길로 안내하는 바람에 운전하느라 애를 많이 먹었다. 밤에 모르는 길 운전을 해보니 아직 운전을 까먹진 않은 것 같다. 성공적으로 석수IC로 고속도로를 타니 마음이 놓였다. 난 좀 밀려도 고속도로가 좋은데 아직도 친구네 집에서 우리집 오는 길을 못 외웠다.

이제 회사에 좀 적응을 하여 주말에 뭐 좀 하고 싶단 생각이 든다. 그동안 주말에는 잠만 잤다.
새벽 알람 소리에 잠을 깨며 주여 평생 이렇게 살아야 하나이까! 긍휼히 여기소서! 라고 마음 속으로 절규 중 이다. 점점 깜깜해지고 추워지고 있다.

P.S
지금 퇴근 지하철 안, 콧물이 나는데 휴지가 없다. 이럴 때마다 어쩔 수 없이 산 휴지가 집에 거의 한박스 있는데 왜 항상 있던 휴지가 이럴 땐 없는걸까. 파우치의 면봉으로 콧물을 닦으면 웃기겠지.


용인 집들이

일상 2015. 4. 13. 01:12

  나와 제일 친한 친구가 용인으로 이사를 갔다. 부천에 살던 친구가 이사가고 나서 좀 허전했다. 1시간 이내로 볼 수 있는 친구가 아니라는 생각에. 친한 친구의 첫 독립 생활이니만큼 가서 응원해줘야겠다는 생각이 들었고, 학원이 끝나고 집들이 꽃을 사서 용인으로 가기로 했다.

 

 

  꽃을 샀더니 기분이 좋아졌다. 학원 건물 밑에 있는 꽃집 볼때마다 들어가보고 싶었는데, 사장님께 알아서 예쁘게 만들어 달라고 했더니, 정말 마음에 쏙 들게 예쁘게 만들어주셨다.

  용인에서 대중교통으로 다시 인천으로 올 일이 심란해서 차를 끌고 광화문 학원에 갔다가, 친구네 집인 용인으로 가기로 했다. 내 운전 역사 상, 이번 주 토요일 처럼 고생한 적은 없었다.

  광화문에서 핸드폰 네비게이션 버튼이 잘못눌려서 화면이 거꾸로 나오는데, 어떻게 조작하는 지도 모르겠고 거꾸로 나오는 화면 때문에 두번 길을 들어선 대가가 너무 컸다. 보신각을 지나, 시위 때문에 일부 도로가 폐쇄된 도로를 간신히 빠져나와서 명동과 충무로를 지나면서 정말 식은 땀을 비오듯 흘렸다. 엄청난 오토바이들과 도저히 차선 변경이 불가능해 보이는 꽉찬 도로...서울 도심 운전의 어려움을 몸소 체험하고, 간신히 간신히 경부고속도로를 탔지만, 너무 밀렸다. 버스전용차로 있는 고속도로는 처음 이었는데, 버스전용차로는 정말 하나도 안 밀려서 신기했다. 버스전용차로는 누가 만들었는지 참 생각 잘했다.  

  용인에 들어와서도 친구네 가게 찾기가 어려워 한 30분을 용인 아파트 구석구석을 헤맸고, 거의 울면서 친구에게 전화했다. 결국 친구가 내 차가 있는 곳까지 와서 간신히 가게를 찾았다. 네비게이션에서는 자꾸 경로를 벗어났다고 하고 4시 방향 우회전 이라는데 아무리 봐도 4시 방향 우회전은 없고, 헤메며 너무 당황을 하니 차선도 막 바꾸고 신호위반도 몇 번 했다. 지금 생각해보면 아찔하다.

  이번 토요일 경험으로 확실히 깨달았다. 토요일에는 차를 가지고 서울에 가면 안된다는 것을. 친구네 집이 있는 용인도 운전을 하니 인천까지 50분 밖에 안걸려서, 차라리 일요일에 인천에서 바로 가는 것이 나을 것 같다. 서울에서 용인 가는 건 이제 다신 안하고 싶다. 

  친구는 나와 다르게 돈을 지독하게 아껴쓰는 사람이다. 그래서 그런지 집에 살림이 너무 없었다. 너무 없어서 불편할 정도였다. 안타까운 마음이 들었다. 친구가 돈 많이 벌어서 변변한 살림도 사서 놓고 그랬으면 좋겠다. 그런데 친구는 냉장고는 각종 반찬으로 가득 차 있었다. 나 혼자 살때는 냉장고에 물한병 우유 맥주 식스팩 이외엔 아무것도 없었는데.

  친구와 맥주 마시면서 새벽 4시까지 이야기를 했다. 맥주를 너무 조금 사서 아쉬웠다. 술이 정말 술술 들어갔는데.. 친구가 만들어준 소세지에 당근, 양파 넣고 볶아 준 요리도 맛있었다. 20대 때 거의 같은 시기에 똑같은 일을 당했으면서 서로 속내를 털어놓지 않아 각자 힘들어 했던 걸 생각하며 안타까웠다.

  걔와 나의 20대의 큰 어려움은 단순히 더럽게 운이 없었던 게 아니라, 알고보면 확실한 원인이 있었다는 것이 묘하게 위로가 됐다. 어떤 문제에 있어서 남들보다 늦게 극복한다고 해서 못났다고 할 수 있는 건 아니니까 말이다. 나는 그 사건을 극복하는데 한 10년 걸린 것 같고, 30살 쯤 되서야 드디어 그 일에서 완전히 초월했다고 자신있게 말할 정도가 되었으니, 온전히 건강한 정신으로 산지는 3년도 안됐다는 것이 다행이라면 다행이다. 어쨌든 극복을 했고, 마음가짐이 완전히 달라졌으니까 말이다.

  친구가 오빠랑 함께 하는 카페에서 조각케익도 많이 먹고 맛있는 음료수도 엄청 많이 마시고 왔다. 다 친구가 만든 케익이고 쿠키에 커피였는데 내가 모르던 친구의 진면모를 봤다. 그냥 커피 체인에서 먹던 케익과 차원이 다르게 맛이 있어서 깜짝 놀랐다.  

  살아야 하니 살고 있지만, 친구가 많이 우울한 것 같다. 나와 친구를 이렇게 우울하게 만드는 건 미래에 대한 막연함인 것 같다. 20대에는 설마 설마 하며 막연해도 아직 젊으니 뭐라도 있겠지 하는 희망이 있었지만, 지금은 초조하면서 막연하기만 하니까 말이다.

  대만에 둘이 여행가서 얼마나 즐거울 지 모르겠지만, 즐거웠으면 좋겠다. 나도 우울해지지 않기 위해 항상 무지 노력하고 있는데, 친구는 노력할 시간 조차 없는 것 같다. 자영업은 정말 아무나 하는 게 아닌 것 같다. 걱정도 좀 되긴 하지만, 정말 친한 친구와 하루밤 보낸 것 자체로 기분이 참 좋아졌다. 친구도 나도 잘 극복해서 즐거워졌을면 좋겠다. 가끔 이렇게 서로 위로도 해주면서.



저저번주 토요일에는 엄마를 이모댁에 데려다 주기 위해 다음지도 도 보고 네비게이션 모의주행도 하고 길을 나섰다. 그런데 고속도로에 진입하려는 찰나, 이모가 지금 바깥으로 나와서 엄마를 못 만나겠다고 하시는거다. 난 이거 때문에 이미 머리도 감고 얼굴에 비비크림도 다 발랐는데 갑자기 아무데도 안가게 되니 왠지 서운했다.

그래서 나는 엄마를 내려 드리고 혼자 어디든 가겠다는 생각으로 차를 탔는데 딱히 갈만한 곳이 떠오르지 않는거다. 송도에 가서 차나 마실까 싶었는데 거기는 내가 익숙한 곳도 아니고 차를 마시면서 볼만한 책도 없어서 결국 복잡한 구월동으로 향했다. 

인천 사람들이 데이트 장소로 자주가는 3곳은 크게 부평, 구월동, 송도 로 나뉠 수 있겠다. 송도가 깔끔하고 계획적으로 개발해서 보기도 좋고 깨끗한데, 차가 없으면 인천 안에서도 교통이 안 좋다는 게 단점이다. 또... 극장이 없다는 것도 커다란 단점. 구월동은 쇼핑의 매카로 신세계 백화점, 롯데백화점이 있고 극장도 많지만 점점 지저분해지고 있고 정신이 없다는 게 문제. 부평은 오래된 도심으로 딱히 좋은 점이라고 한다면... 부천 사는 친구들이 오기 편하다는거? 실제로 부천 사는 친구 만날 때 이외에는 부평을 안간다. 아 부평에는 술집도 무지 많군.

혼자 운전해서 백화점 지하 주차장으로 들어가니 새삼 내 자신이 너무 자랑스러웠다. 별 거 아니긴 하지만, 내가 "혼자 운전" 을 해서 쇼핑하러 오다니!! 이제 다 큰 기분이 들었다. 거깃다 주차장이 꽉꽉 차 있다가 겨우 한자리 났는데 주차도 완벽하게 딱 한가운데 잘 댔다. 기둥 옆이라 어려웠지만, 여러번 심사숙고 하니깐 그것도 나름 잘 되는거다. 

좋은 기분으로 선글라스도 사고 옷도 입어보고 하면서 치마도 하나 샀다. 그리고 볼 영화가 없어서 월드워Z 를 봤는데 당시 나는 원래 스타트랙을 보고 싶었다. 그런데 벌써 극장에서 내려서 어쩔 수가 없었다. 그렇다고 은밀하게 위대하게를 볼 순 없었다. 혼자 티켓을 끊으니 중간에 딱 한자리 남아 있는 좋은 자리 (앞에 좌석 없는 자리) 에서 발 뻗고 편히 봤다. 

엔젤리너스에서 카라멜 마끼아또를 사들고 들어왔는데 너무 맛이 없어서 우울할 지경이었다. 또 그거 때문에 중간에 화장실도 갔다. 

아웃브레이크 때 부터 전염병 얘기만 나오면 미국 애들은 우리나라 걸고 넘어지는데, 좀 불만이다. 하지만 헐리우드 영화에 평택이 나오니 신기하기도 했고. (근데 그 평택의 풍경이 우리 625 전쟁 때나 나올 법한 풍경) 멋있고 유려한 외모의 브래드 피트가 너무 너무 늙어버려서 마음이 아팠고, 극 중 브래드 피트 부인이 너무 못생겨서 불만이었다. 난 브래드 피트 제일 귀여웠던 건 12 Monkeys 였던 거 같은데, 언제 시간 되면 그 영화나 다시 볼까 생각 중이다. 

예루살렘을 비행기에서 찍은 장면이 볼 만 했다. 하지만, 끝에서 너무 쉽게 모든 실마리가 풀려서 시시했고, 갑자기 좀비 튀어나오고 해서 깜짝 깜짝 놀라는 사람들도 많던데, 난 별로 놀라지도 않았다. (난 공포 영화도 엄청 잘본다) 

그래도 지금 같이 더운 여름에 꽤나 잘 어울리는 영화이고, 지루하지 않게 볼 수 있어서 누군가 본다고 하면 말리지는 않을 영화다. 오늘도 원래는 혼자 영화나 보고 싶었는데 볼 게 없었다. 대체 요즘 극장가 왜이래. 그냥 설국열차나 빨리 개봉하지. 왜 8월 1일에 개봉한다는 거야. 


시원한 비

일상 2013. 6. 12. 00:18

며칠 정말 뜨거웠다. 아직 덥다는 생각은 안드는데 온 몸으로 느껴지는 햇빛이 뜨겁다는 생각은 매일 하던 차에 비가 오니 참 좋다.

확실히 차로 출퇴근을 하니까 현관에서 차까지만 비를 맞아도 되니까 좋다. 신발에 신경쓰지 않아도 되고. 밤에는 사이드미러가 비때문에 잘 안보여서 좀 무섭지만 그래도 우산 쓰고 전철타고 버스타고 했던 때 보다는 편하고 느긋하게 음악도 즐길 수 있다. 비오는 차에서 익숙한 길을 달리면서 듣는 음악도 운치있고.

매일 매일 운전해야만 하는 제1경인고속도로도 이제 예전 지하철 정류장을 다 외웠던 것 마냥 인터체인지 순서를 다 외워버렸다. 또 어떤 구간은 밀리고 어떤 구간은 아예 70도 가량 꺽이고 이 구간에서는 좀 밟아도 되고 이런거 까지 다 알다보니 운전하기 수월하다. 역시 운전은 고속도로지!

 

회사에서 우리 팀의 팀장님의 기대수준을 충족하는 게 불가능하다는 생각 때문에 좀 우울한 하루였다. 하루종일 엑셀시트만 쳐다보고 있었더니 척추가 그냥 그대로 굳어 버린 기분이다. 정말 우리 팀장님은 이 몇천개 되는 라인을 다 하나하나 살펴볼 작정이신건가.

팀장님의 기대수준이 너무 높다보니 내가 어떻게 일을 해도 만족하지 못하실테니깐 그냥 이정도 하자는 생각이 들때도 있다. 나만 그런게 아닌 것 같은데 본인은 다 해내셨으니깐 그런 생각이 드실만도 하지.

여하튼 요즘 하고 있는 일은 너무 너무 괴로운 일이다. 눈알이 빠져버릴 것 같은 일. 내 모니터가 54인치 였으면 좋겠는 일. 엑셀시트가 6개가 한꺼번에 한 눈에 보였으면 좋겠는 노가다 스러운 일. 대체 이런 식으로 계속 회사가 유지 되었다는 것이 신기하고 우리 팀장님의 초인적인 능력에 감탄을 금할 수가 없다. 나는 팀장 절대 안될거야. 아마. 

 

6월 말에 가는 워크샵에 가기 싫어서 미칠지경이다. 토요일 오후 5시 비행기로 부산에서 김포공항으로 올라온댄다. 그나마 1박 2일 인 것에 안도하고 있다. 예전 회사에서 2박3일동안 밤 1시까지 짜여진 스케줄에 따르느라 환장하고 미치고 팔짝 뛸 뻔한 걸 생각하며 꾹 참고 있다. (발묶고 달리기 뜀틀, 앞구르기, 뒷구르기 이따위 활동을 하루종일 했음 ㅜㅜㅜ 아오 내 직장의 흑역사)

 

아, 그리고 오늘 졸업시험 합격했다는 문자를 받았다. 그냥 붙여준거 같다. 솔직히 2번째 과목은 40점도 안나왔을 것 같은데. (과락이 40점임) 난 공부는 잘 못했지만, 급히 공부해서 문과계열 객관식 문제 푸는 데에는 아주 쪼끔 재능이 있는 것 같다. 학교 다닐 때 특히 윤리 같은 과목이나 미술 필기 과목 같은 읽고 기억하고 객관식 문제 풀고, 또 바로 까먹는. 이런 능력.  이 능력이 완전 특출났으면 내 인생이 덜 우울했을텐데. 흐흐

 

아직까지도 읽고 있는 책 런던 미술관 산책이 몇 장 남지 않아서 우울하다. 아껴서 보고 있다. 하지만 이번 주면 다 읽을 것 같다. 아쉽다.

 

사람이 누군가에게 고민상담을 했을 때 반응에 따라 사람을 나누면 두 부류가 있는 것 같다.

나도 어렴풋이 알고 있는 절망적 현실을 그대로 말해주는 사람 과 내가 듣고 싶은 말을 일리 있게 설명해줘서 잠시라도 안심을 하게 해주는 사람.

난 솔직히 말하면 전자와는 가까워지지 않더라. 왜냐면 난 정말 속이 좁기 때문이다. 히히.

그것보다도... 난 사람이라면 누구나 현실을 직시하고 극복할 의지와 힘이 있다고 생각을 하기 때문에 굳이 옆에서 그걸 거들어야겠다 하고 오지랖을 부릴 필요 없는 것 같다. 나는 우리 부모님이든 친구든 혹은 동료든 간에 그냥 내가 혼자 극복할 때 까지는 잠시 잠깐이지만 좋은 말로 날 위로해주고 장기적으로는 나를 기다려 줬으면 좋겠다.  

고민 상담 한다고 해서 고민이 해결될 리 만무하고, 그냥 털어놓는 것 만으로도 그 문제에 대해 정리도 되고 직면도 할 수 있고 그러니깐.

제안과 해결책을 남발하는 사람일 수록 제대로 된 사람 못보기도 했고.

 

2년 6개월동안 심리학 수업을 들었지만, 내가 느낀 건 위와 같네. 대학 때도 똑같은 말 일기에 쓴 거 같은데 괜히 배웠구만. 그래도 심리학자들의 생애에 관련된 수업은 재밌었다. 

 

다신 공부 안할거야. 너무 피곤해.


 

11월말 12월 초까지 차 수리비만 80만원 가량이 나왔다.(사고 안나고 그냥 점검 받은건데...) 제너레이터라고 하는 걸 갈고, 배터리도 갈고, 뭐 크고 작은 것들도 다 갈았다. 원래 우리집 차가 SUV 라 다른차보다 시끄러운 줄 알았는데, 수리를 마친 뒤로는 별로 시끄럽지도 않고 속도도 그 전보다 훨씬 잘 난다. 난 이제 이만하면 출퇴근길은 마스터구나 하는 생각 많이 하는데 주말에 교회갈 때 동생 차 태우고 운전하면 동생은 맨날 나보고 운전 너무 못한다고 타박이다. 뭐 운전이 사고 안내는 게 중요한거지 동생 말처럼 막 민첩하게 빠르게 하는 게 능사는 아닌 거 아닌가? 여하튼 요즘에는 사고 위험 없이 운전하는 건 하루 하루 충실히 하고 있으니까. 하도 구박을 하니까 동생이랑 차를 같이 타고 싶지가 않다. 뭐 맨날 못한다고 타박이야. 아무도 나한테 빵빵대지도 않는구만. 나중에 여자친구나 부인이 운전 가르쳐 달라고 하면 어쩌러고 저러는지 원.  운전을 하다보니 날씨에 민감해 지는데 겨울이 접어들면서 금요일 마다 눈 예보가 있다. 그래서 금요일마다 차 안끌고 대중교통으로 출퇴근을 하는데 심각하게 김포공항에서 인천까지 택시탈까 고민을 했었다. 아 진짜 눈 왜이렇게 싫으니 모르겠다. 저번에는 눈온다고 좋아하는 친구한테 한번 버럭할 뻔 했다. 아... 이런말을 하는 와중에 또 눈이 오네. 화이트 크리스마스.

드디어 썩은 갤럭시S 와 이별을 했다. 아이폰5가 나오자마자 바꿨다. 12월 7일이 출시일 이었는데 금요일은 퇴근이 늦어서 못가고 토요일에 핸드폰 받고 12월 10일에 바로 개통. 내 예전 갤럭시S 가 워낙 썩었기 때문에 이번 아이폰을 받으니 좋긴 좋았다. 처음에는 버튼이 너무 작아서 고생 좀 했다. 난 남들보다 손 엄청 작은 편인데도 문자 치기가 너무 힘들었다. 지금은 완벽 적응해서 잘 치고 있는데 처음에는 그게 좀 힘들었고, 지금까지도 아이튠스는 그지 같다. 벨소리 하나 바꾸려고 해도 컴퓨터의 아이튠스를 이용해야 하다니. 아직 잘은 모르겠지만, 핸드폰 자체를 메모리로 인식해서 MP3 파일 넣고 빼는 것도 안되는 것 같고.... 쿼티 치기 힘든 거랑 아이튠스가 짜증나긴 하지만 그 이외 것들은 예전 핸드폰과 비교하면 엄청 좋다. 원래 쓰던 갤럭시S는 초기화 하고 32GB 메모리 사서 낀 다음에 mp3 Player 로 이용 중이다. 내 방에서 스피커 연결해서 라디오로도 듣고. 스마트폰이 두개니 편하긴 편하더군. 아이튠스로 음악 넣어 들을 일은 앞으로 별로 없을 것 같다. 난 아무리 스마트폰이 좋다고 해도 음악 듣는 건 플레이어 따로 있는 게 좋더라.

중3 끝날 때 부모님이 사주셨던 오디오가 고장난 줄 알고 썩혀 두고 있다가 요즘 다시 연결했다. 고장 난 게 아니라 CD 넣는 접시(?)와 오디오의 틈새에 CD 가 한장 껴 있어서 CD 를 못 읽었던 거였고, 내 작은 손을 이용해 틈새로 손을 밀어넣어 문제의 CD 를 꺼냈더니 여전히 잘 돌아간다. 가지고 있던 CD가 문제인 건지, 오디오의 CD 읽는 렌즈가 문제인지 잘 모르겠는데, 가끔 CD 가 엄청 튄다. 하지만, 그래도 MP3 파일과는 비교되지 않는 아름다운 음질의 음악을 들을 수 있다. 그리고 리모콘으로 누워서 음악을 켜고 끄는 것이 가능한 건 큰 메리트. 저 오디오로 학창시절의 나는 라디오도 듣고 Elliot smith 음악도 듣고 coldplay 1집도 듣고, Ryuichi sakamoto 1996 앨범도 듣고, Smashing pumpkins 음악도 들었다. 그러면서 어렴풋이 평론가가 되고 싶다는 생각을 했지. 인천에 있던 Sharp 공식 수입창고에 가서 샀는데 아직도 수입원가 T스티커가 붙어 있다. 저 오디오의 수입원가는 51만9천원. 중3때 산 거 치곤 비싼 가격 이었다.  

오디오를 새로 설치한 기념으로 fourplay 아저씨들의 앨범을 세장 샀다. 구입한 후로 너무 안와서 주문배송 조회를 봤더니 let's touch the sky 앨범이 일시품절이라고 뜨고 물량 확보 중 이라고 써 있길래, 못 받는 줄 알았는데 저번 주 금요일에 잘 도착했다. 아래 포스팅에서도 썼듯 내가 하루 하루 책도 안 읽고 일만 하는 사람이 된 것 같아서 책도 샀다. 대학교 때 빌려 읽었던 문학동네의 안톤 체홉 단편집도 사고 위화의 산문집 "사람의 목소리는 빛보다 멀리 간다" 도 샀다. 그랬더니 yes24 에서 달력을 줬는데 맘에 든다. 사무실에 있는 못생긴 달력 없애고 저 달력 갖다 놔야지. 달력의 3월은 내가 19일 대선 선거날 부터 어제까지 열심히 읽어서 진도 다 따라잡은 웹툰 "미생"이 배경이다. 사람들이 미생 보고 직장인의 필독 웹툰 어쩌고 말하는 의견에 대해서는 크게 공감은 못하겠지만, 그래도 다음 편이 막 궁금해지는 재미가 있다. 원래 한 3년 전에는 웹툰 엄청 좋아했는데, 다시 챙겨보는 웹툰이 생겨서 반갑다.


2012년 11월 여러 주제.

일상 2012. 11. 15. 01:38

1. Terri 선생님 - 난 학원을 많이 다닌 적은 없지만, 그래도 "사교육"을 받을 땐 충실히 임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초등학생 때 부터 나는 항상 학원 선생님들께 인기폭발이었다. (별로 소용도 없는 인기) 초등학교 3학년 때 이사로 인해 다니던 공부방을 관둘 상황이 되었는데, 날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은 심지어 나를 껴안고 우셨다.; 어쨌든 내가 내 돈 들여서 하는 거니까 돈 값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대학교 이후로는 영어 사교육을 많이 받았는데 토익강사도 대학영어 수업 외국인 강사들도 회사 다니면서 배웠던 영어 회화랑 작문 강사와 외국인 강사도 나를 정말 좋아했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어 공부는 해야겠고 시간 내기는 힘들고 해서 동생 추천으로 전화 영어를 3개월 째 하는 중인데 지금 하루 십분씩 나랑 통화를 해주고 계신 미시간의 60살 테리 할머니 역시 나를 좋아하시는 눈치다. 니가 나의 학생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너로 인해 내 하루가 기쁘다 등등 매일 매일 칭찬을 늘어놓고 있다. 저번달도 테리 할머니랑 수업 했는데 테리 할머니가 수업 끝날 때 너무 아쉬워 하셔서 그냥 또 테리 할머니랑 두달 더 수업 한다고 신청했다.

2. 드디어 독립 - 혼자 운전을 하면서 출퇴근을 한지 이틀이 되었다. 출근길에 제1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요금소를 빠져나와서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는데 X 자 교차 지점이 있다. 오른쪽은 일산, 왼쪽은 판교 방향. 대부분의 차가 판교로 향하고 나는 일산으로 간다. 오늘도 그 교차지점에서 실수를 했다. 나 때문에 놀란 뒤의 아반떼 운전자 미안. 그래도 초보라고 써 붙여 놨으니까 조금은 이해해주겠지. 그 교차하는 지점이 어렵긴 한데 속도를 낼 수 있는 지점은 아니라 사고가 나도 죽지는 않을 것 같다. 퇴근하는 길은 부천까지는 국도로 오다가 고속도로로 합류하는데 밤이고 깜깜해서 고속도로로 합류할 때마다 심장마비 걸릴 것 같다. 엄마께 언제쯤 운전이 속 편해질까... 했더니 엄마가 운전은 항상 무서운 거랜다. 절망이다.

3. 자리 옮기기 - 앞서 말한 분이 관두시면서 내가 그 자리로 옮겨가게 됐다. 그 자리는 넓고 ㄱ 자 책상이지만, 컴퓨터 화면이 모든 사람에게 오픈되는 후진 자리. 간신히 지금 자리에 적응도 하고 이거저거 다 내가 편하도록 최적화를 시켜놨는데 그걸 또 언제 다 옮기나...

4. 인수인계 - 난 회사에 결원이 생겨서 입사한 게 아니라 충원이 되서 입사한 거였는데 그 분이 관두면서 결국 대부분이 나의 일이 되었다. 기계 쪽 전공 지식 필요한 거 빼고는 대부분 인수인계를 받았는데, 일을 하면서도 이게 맞게 하는 건지 틀리게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 해도 해도 끝도 없다. 쉴 새 없이 일하느라 블로그도 못쓰고 진짜 일을 하는데도 8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결국 8시 30분 쯤 퇴근. 이제 대학교에서 일할 때 같은 칼퇴근은 절대 못하겠지. 영영.... 흑

5. 초록 카트 - 첫회사에서 초록 카트와 이별하는 게 소원이었다. 제조업이었기 때문에 공장과 창고가 경기도에 따로 있었는데 내가 일하는 부서가 특히 물건이 제일 많이 필요한 부서였다. 공장에서 물건 들어오는 목요일 오후에는 죽어라 그 박스를 들어 날랐다. 택배도 내가 다 수발신 담당했고, 퀵서비스도 내가 아마 회사에서 제일 많이 썼을거다. 대학교에서 일할 때는 전 회사처럼 물건 옮길 일은 별로 없었지만 혼자 일하니까 작은 카트 하나 사무실에 놓고 물건을 옮겼다. 아무래도 학교다 보니 학술 서적 같은 걸 옮길 일이 좀 있었다. 지금 회사에서는 그 업무에서 벗어나는 줄 알았는데 관두시는 분이 택배랑 퀵 수발신, DHL 이나 FedEX 로 들어오는 물건 수발신, 포워딩 통해 들어오는 물건 수발신 이 모든 걸 맡고 계셨는데 결국 그게 다 고스란히 내 업무가 됐다. 또 카트에 물건 싣고 창고로 옮기는 업무를.... 무거운 건 정말 무겁던데. 나는 정말 카트랑 헤어질 수 없는 운명인건가. 무역회사다 보니 물건 제대로 들어왔는지 체크하는 게 중요한데 어제에 이어 오늘 또 실수를 했다. 집에서 이닦는데 딱 생각이 나네.

6. 결혼 소식 - 20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친구도 연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를 유지했던 지냈던 남자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내년 3월.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니 나한테 이겼다는 생각에 득의양양한건지 아니면 정녕 내가 불쌍한건지 모르겠는데 그 말을 전하면서 카카오톡으로 나에게 악담을 엄청 했다. 나보고 현실직시를 하라면서 너는 평생 혼자 늙고 앞으로 너같은 여자를 봐줄 남자는 단 한명도 없을 거라고 말했다. 대체 뭐지. 어차피 결혼하면 앞으로 영원히 안볼 사이니깐 그러려니 했지만 일하다 말고 순간 욱 했었다.

7. 사람들은 참 남의 일에 관심이 많다. 본인이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는데도 괜히 나서서 측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왜저러나. 싶다.


운전연습 현황

일상 2012. 11. 6. 14:17

저번 블로그에 운전 너무 너무 싫다고 써 놓았던 날은 내가 출근길 운전을 두번째로 해본 날 이었다.  아버지께서 내게 운전을 가르치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요즘 하루하루를 살고 계신데 이번 주말에는 처음으로 나에게 좀 화를 내셨다.
웬만한 감각이 아니고서는 대부분은 후진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후방카메라 같은 게 존재하는 거 아니겠나. 나 역시 후진에 약하다. 그래서 주차도 후방주차만 하고. 후진해야 하는 상황을 안만드는 게 상책이라는 신념으로 운전을 하고 있다.

저번 주말에는 약 30미터 가량을 후진해서 차를 빼는데 내가 엄청 망설이고 당황을 백번 했더니 결국...
내가 바라는 운전수준은 백화점가고 마트가고 시내 돌아다니는데 아무 문제 없는 수준이었다. 애 낳으면 병원이나 유치원 학교 데려다 주는 정도? 그런 생각으로 연습도 안한거고.
그런데 이렇게 짧은 시일내에 인천-고양 을 왔다갔다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줄 이야. 면허 따자마자 운전연습 안한 것을 피눈물 흘리면서 후회 중이다. 
지금 회사에서는 운전을 못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는 분위기인데 부모님께서는 회사에서 그런 취급 받는 걸 도저히 참지 못하시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은근히 회사에서는 내가 빨리 운전을 했으면 하고 바라는 분위기다. 지금 회사는 초코우유 하나를 사 먹으려고 해도 차를 타고 나가야 하고, 외근도 꽤 많다면 많으니.

서른살이나 되서 염치 불구하고 퇴근길에 심심치 않게 아빠가 오시는 것도 조금 민망하지만, 여하튼 필요하다는 생각에 군말없이 연습 중이다.
고속도로는 장애물이 없어서 오히려 도로에서는 운전하기 편한데 사고가 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속도가 워낙 빠르니 말이다. 또 고속도로 진입할 때 본선 합류 해야 할 때 가슴이 그렇게 떨린다. 엄청난 속도로 오는 옆 차선의 차를 볼 때마다 내가 언제쯤 겁내지 않고 고속도로 본선 합류를 해낼 수 있을까. 생각도 하고. 초보운전이라고 괜히 더 빵빵대는 사람들 볼 때마다 서럽고. 인조이 드라이빙을 못하다 보니 조금만 어려운 상황이 생겨도 눈물까지 핑 돈다.
고속도로 운전을 하면서 부터 시내에서는 운전하다가 사고나도 죽진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저번 주말에는 동생 역에다 데려다 주고 혼자 돌아오는데 그 짧은 거리도 어찌나 가슴이 뛰든지 영화 마스크에서 심장이 뛰는 것 처럼 심장이 정말 그렇게 뛰었다.
아. 정말 전철타고 회사 다니는 게 그렇게 큰 복 일 줄이야. 웃기지만 저번 주말에는 교회가서 운전하다가 사고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까지 했다.

 

곁가지로 회사 이야기를 하자면 영어를 더 연마해야겠다는 생각과 무역실무 관련 책을 진득하게 한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만 있고 실천은 못하고 있다. 구박은 옵션으로 맨날 받고 있고.


너무 너무 싫은 운전

일상 2012. 10. 18. 11:42

운전면허를 처음 취득하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그렇게 운전을 하고 싶다는데 솔직히 말하면 난 면허를 따도 전혀 운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안들었다.
우리 아빠가 차를 애지중지 하는 분도 아니고 (뭐 애지중지할만큼 비싸지도 않지만) 시간나면 해보라고 하셨는데도 나는 무서워서 기필코 운전을 하지 않았다.
필요도 없었고, 운전을 하면서까지 가고 싶은 곳도 없고.
하지만 이젠 더이상 운전을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직장 다니는 아빠들보다 시간이 많은 아빠가 제대로 고생을 하고 계신데, 내 나이쯤 되면 이거 남자친구나 남편한테 운전 배워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못난 딸 때문에 연로하신 아버지께서 고생 중이시구나.
우리 아버지는 운전연습시키면서 화내진 않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요즘 아빠와 적어도 이틀에 한번씩은 차를 타고 출근 중이다. (나 출근 시켜주고 아빠는 다시 집으로 가시고. 죄송합니다 아빠. 으헝)
오늘은 출근길에 스타렉스 탄 젊은 남자한테서 아주 심한 쌍욕을 들었다.
내가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두번 연속 변경하면서 뭘 잘못하긴 한 모양인데 사실 뭘 잘못한 지도 모르고 욕을 먹으려니까 조금 무서웠다. 난 깜박이도 켜고 나름 사이드미러도 봤는데... 이런 얘기를 운전자들에게 하면 다들 욕먹을만 했으니 욕먹었다는 반응이라 어디에 말도 못하겠고. 여하튼 그 욕하는 와중에도 고개 숙여서 미안하다고 하니까 그냥 가기는 했다. 하긴 뭐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려서 날 죽일 수도 없고.
며칠 운전을 해보니 운전은 아직까지도 전혀 하고 싶지가 않고, 앞으로도 하기 싫을 것 같고, 안할 수만 있다면 평생 안하는게 좋다는 거.
사실 나와 카풀하는 분이 요즘들어 부쩍 불편하고 빨리 그 분에게서 독립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아서 독립의 필요성을 느끼는건데,... 지금 내 상황봐선 독립은 요원하기만 하다.
나는 신기하게 또 후방주차는 아빠보다 잘하고 있다. 하나라도 잘하는 게 있어서 다행이다. (대신 전방,평행주차를 못하는게 함정이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정말 운전에도 귀천이 없는 것 같다. 중학교만 나온 사람이라도 서울대 나온 사람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게 운전인 걸 봐선, 운전이야 말로 정말로 귀천이 없네.
결론은 진짜 진짜 너무 너무 운전하기 싫다. 흑흑흑.


21,450원

일상 2012. 9. 17. 23:55

나의 출근길은 은혜로우신 인천시민이 책임지고 계시고(인천 만세~) 퇴근길은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서로 퇴근 시간까지는 일치하지 않으니깐. 일하는 직원 중 1명 이상은 항상 김포공항에 있는 롯데몰에 가기 때문에 김포공항까지는 항상 편히 온다. 그나저나, 김포공항에 있는 롯데몰 진짜 최고로 좋다. 타임스퀘어보다 백배는 더 좋은 것 같다. 돈만 많으면 더 좋겠지. 난 아직까지 한번도 뭘 안사봤네.

그렇게 롯데몰과 연결된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선을 타고 계양역으로 와서, 계양역에서 인천지하철 1호선을 타고 예술회관 역에서 내린다. 그리고 예술회관역에서 또 버스. 딱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 경로. 뭐 아침저녁으로 하는게 아니고 저녁에만 1시간 30분 걸려서 그런지 별로 피곤하단 생각은 안든다. 이게 쌓이고 쌓이면 또 언젠가는 피곤하겠지.

공항철도는 따로 요금을 징수하기 때문에 계양역에서 갈아타면서 개찰구에서 카드를 찍는다. 오늘도 역시 인천지하철을 타기 위하여 공항철도와 연결된 계양역 개찰구를 나서는데 내 앞에 가던 남자의 버스카드의 잔액 (혹은 사용액)이 21,450원이 찍혔다. 그리고 나도 바로 내 티머니를 찍었는데 정확히 21,450원이 찍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바로 내 앞에 가는 사람의 버스카드 잔액이 내 카드 잔액과 10원 단위까지 일치할 확률이 어느 정도 될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마 거의 제로에 수렴하지 않을까.

이 세상은 정말 극미한 확률의 일이 아무것도 아닌 상황에서, 내가 지각도 못하는 사이에 수도 없이 발생하고 있나보다.

 

만약 위 상황이 소설이었다면, 그걸 인연으로 잘생기고 예쁜 청춘 남녀가 사랑에 빠질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상상했다. 소설에서는 별의별 상황으로 남녀가 만나니까. 현실은 뭐 그 남자 뒷통수만 보고 얼굴도 어떻게 생긴지 모르지. 하지만 오늘 내가 직접 겪은 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긴 했어 단 몇초간의 상황이었지만.

근데 낯선 이성에게 호감의 말을 건내는 건 진짜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안될 것이다. 내가 말걸면 피하지 않을 거라는 약간의 자신감은 있어야 할 거 아냐. 난 절대로 못하지. 실제로 한번도 그래본 적이 없기도 하고.

뜬금없지만 내가 이렇게 혼자인 것의 장점 중 얼굴도 모를 무명의 멋진남을 설정해놓고 이렇게 만날까? 저렇게 만날까? 하고 맘대로 상상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있다. (미쳐가나 봅니다. 이젠 상상은 그만 해도 되는데.) 남자친구 있을 때는 미지의 멋진남자를 상상하는 것도 약간 죄책감이 들었는데. 그런 죄책감도 안 느껴도 되고..... 근데 이게 정녕 장점인지 모르겠네. 뭐 그래도 난 아직까진 솔로의 장점과 커플의 장점이 50:50 정도로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커플이 무조건 좋아 보이진 않는단 말씀. 합리화가 아니라 진짜로.

 

2년만에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다보니, 사람들 관찰을 하게 된다. 확실히 버스보다는 좋든 싫든 사람을 많이 관찰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인천 지하철에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잠도 잘 안온다. 익숙해지면 관찰할 겨를도 없이 잠들겠지.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오늘은 늘씬한 각선미의 약 40대 초반의 여자를 봤는데(출산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음) 몸매에 비해 머리스타일이 80년대 스타일이어서 좀 안타까웠고, 내 바로 옆에는 덩치 큰 스무살 정도 된 남자애는 계절에 맞지 않는 두꺼운 니트를 입고 있어서 어색했다. 걔가 입은 니트가 좀 두껍긴 했지만, 오늘 확실히 약간 춥더군.  

 

새로운 생활이라는게 분명 큰 스트레스이기도 하지만, 확실히 지루하다는 생각은 안든다. 그리고 오늘 인천 계양역의 21,450원 사건을 겪고보니 어렸을 때 부터 품고 있었던, 내 상황에선 얼토당토 않는 꿈이라고 생각해서, 남들 앞에서 포기한 척 했던 것들이 어쩌면 이 대단한 세상에서는 정말 별 거 아닌 걸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생각보다 내 꿈의 실현 가능성이 예상보다 훨씬 더 높을 수도 있다는 거지.

 

아 그리고, 주말에 아빠랑 회사로 가는 고속도로 운전연습을 드디어 했다. 아직 갈 길이 요원한 것 같다. 예전에 어떤 다큐에서 봤는데 독일은 면허따는데 몇백만원이 들고 면허 따기 전에 도로 연수만 약 2년에 걸쳐 한댄다. 나같은 사람은 독일가서 2년 동안 몇백만원 들여서 연수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영국같은 데로 어학연수 안가고 독일로 운전연수 가면 웃기겠는데? 근데 왠지 독일사람들은 운전연수도 완벽히 해줄 것 같은 기분이다. 이 "독일" 은 이름에서 주는 느낌도 어찌나 확실한지... 누가 지었는지 이름 한번 참 잘지었다.

여하튼 주말동안 아빠가 바로 옆에서 지금 지금!!! 아직 아직!!! 이런식으로 필요할 때마다 다급히 외쳐주셔서 간신히 운전을 하긴 했지만, 아직 정면 이외에 그 어느 곳도 보이지 않는다. 흑흑흑. 그냥 고속도로 한번 달려본 데 의의를 두어야지.


진짜로 묻고 싶은 말

일상 2012. 5. 13. 00:48

오늘부터 주말마다 운전 연습을 하기로 했다. 더불어 주차연습도 함께. 오늘 동생을 옆에 태우고 롯데백화점에 가서 주차하는데 진짜 어찌나 진땀을 뺐는지 땀한줄기가 주르륵 흘렀다. 난 이런식으로 약 1년은 더 해야 남들하는만큼 할 수 있을 것 같다. 오늘 운전을 해보니 괜히 조바심 낼 필요가 없겠단 생각이 들었다. 내가 당장 운전할 일이 생긴 것도 아니고, 남들보다 좀 늦더라도 뭐 언젠가는 하겠지. 이런 식으로 그냥 1년동안 하다보면 언젠가는 내가 가고 싶은 곳도 가고 주차도 할 수 있으리라 생각한다.  

동생과는 어벤져스를 보러 갔었는데, 난 토르도 안보고 아이언맨, 헐크도 안보고 하여튼 거기 나오는 모든 주인공이 나오는 영화를 단 한편도 보질 않아서 당최 뭔 소린지 알아먹기가 힘들었다. 그런데도 영화는 유쾌했다. 모든 스토리 다 몰라도 나름 깔깔 웃으면서 웃을 수 있을 정도로. 그리고 스케일도 장난이 아니고. 

영화를 한창 보고 있는데 카카오톡이 왔다. 자기는 집에서 쉬고 있는데 나는 뭐하냐는 물음였다. 동생과 있다고 했더니 이내 포기를 하고 재밌게 놀라는 대답이 왔다. 난 갑자기 술이 확 땡기는 바람에 동생을 먼저 보낼 생각으로 보자고 했고, 결국 만났다. 

난 솔직히 연락을 왜 이렇게 안하냐고 묻고 싶었다. 

아마 그 남자도 나에게 묻고 싶은 말이 따로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 우리는 맥주 500cc 두잔을 마시면서 실없는 얘기로 서로 극존칭을 쓰며 얘기를 하다가 헤어졌다.

나는 아직도 "미영씨"다. 

겨울코트 입을 때 만나서 반팔입을 때까지 이게 뭔지 모르겠다. 진짜 나랑 친구를 하고 싶은 건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