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옥같은 겨울 근황

일상 2018. 2. 13. 17:39

1. 엄마 

  동생 결혼준비를 하면서, 엄마를 지켜보는 것이 괴롭다. 가끔 우리 엄마가 암에 걸린 원인 1위는 아빠, 2위는 성격이라는 생각을 한다. 우리 엄마는 걱정이 너무 많다. 또 걱정이 있으면 식음을 전폐하고 잠도 한숨 주무시질 못한다. 소심하긴 얼마나 소심한지... 아들이 싫어할까봐 마음에 있는 말은 하나도 못하고, 또 그걸 말할 사람이 나밖에 없으니 나한테 속마음을 털어놓는데, 그걸 듣고 있다보면 나도 답답하고, 저러다 또 엄마가 크게 탈이 나면 어쩌나 싶고.. 그렇다.

  고부갈등의 근본적 원인은 내 아들을 객관화 하여 바라보지 못하는 것에서 비롯된다고 보는데, 보통의 중년 여자들은 자기가 가장 잘 아는 남자 즉, 남편을 대한민국 평균 남성의 모습으로 생각한다. 대부분 남편보다는 아들들이 시대적 요인에 의해 더 진보적인 사고를 갖게 되니, 엄마들 눈에는 자기 아들이 이 세상에서 제일 좋은 남편감 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심지어 자기 아들은 외모도 그만하면 미남이라고 생각들을 하니.... 거 참.

  동생이 선울 본 것도 아니고, 강제로 결혼시키는 것도 아니니, 당연히 둘이 좋아해서 만나고 결혼도 하는 거고, 그 얘기는 둘 다 결국 똑같다는 거라고, 제발 동생 아까워하지 말라고 아무리 말씀을 드려도 소용 없다. 요즘 우리 엄마는 너무 너무 사소한 것에도 백년의 실망을 하고, 마음 다스리느라 한시간씩 식탁에 앉아 기도하고 그러신다. 또 우리집 특유의 종교 문제까지 얽혀서 요즘 너무 괴롭다. 이 모든 걸 아들 앞에서는 전혀 티를 안내려고 하니 스트레스도 어마어마하고...

  난 아들도 있고 딸도 있는 게 좋지 않나? 란 생각 자주 했는데 요즘 보면 아들은 정말 필요가 없는 것 같다. 엄마가 여기 생활 다 접고 시골 내려가고 싶다고 하실 때마다 병원도 먼데 어딜 가시냐고 말렸는데, 요즘 보면 아들 딸과 소식 끊고 그냥 1년에 몇 번 애틋하게 보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 같다.


2. 소녀

  남자친구에 대해 딱히 표현할 말을 못찾다가 어제 별명을 지어줬다. 소녀라고...내가 지었지만 참 잘 지었다. 난 은근히 남자같은 면이 많은데, 특히 연애에 있어선 더더욱 그런 편이다. 뭐 내 성향을 남자같다고 표현하는 게 맞는진 모르겠지만.. 일단 난 애교가 없고, 질투도 별로 안하고 연락도 잘 안하고, 은근히 남자한테 고백도 잘한다. 

  사귀자는 말은 남자친구가 먼저 했지만, 내가 어마어마하게 티를 냈기 때문에, 남자가 도저히 거부할 수 없어서 사귀자는 말을 한 경향도 없지 않아 있다. 그런데 엊그제 내가 너무 잘 대해줘서(?) 사귀기로 마음을 먹었다고 한 말에 좀 속상했다. 나는 남자친구도 날 어느 정도는 좋아했기 때문에 사귀기로 마음을 먹었다면 얼마나 좋았을까? 하는 생각을 엄청 자주 했는데, 남자친구는 내 맘도 모르고 자꾸 그런 얘기를 했다. 그래서 내가 너무 슬프다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는데... 나중에 이 분이 살아온 세월을 헤아려보니 그런 생각 하는 것도 무리는 아니란 생각이 들었다.

  정말 미스테리다. 남자친구의 인생... 어떻게 그 나이에 그렇게 순진할 수 있는지, 볼 때마다 신기하다. 나도 순진함으로 말하면 어디가서 빠지지 않는 사람인데... 끙. 하여튼 아직까진 아주 잘 지내고 있다. 너무 순수해서 상처주지말고 앞으로 잘 해줘야겠다는 생각 자주 한다.


 3. 겨울

  정말 이번 겨울 너무 악랄하지 않나. 너무 춥다... 이렇게 추운데 남자친구가 차도 없어서 외출도 엄청 많이 하고 있다. 정말 나이들어 추운 겨울에 연애하기 힘들구나.


4. 설

  설연휴 때 아마 며느리될 분이 올 예정인데, 휴... 벌써부터 피곤하다. 엄마 아프신 뒤로 기도할 때, 맨 첫번째 기도는 항상 엄마 안아프게 해주세요. 였는데 요즘에는 제발 엄마가 며느리 때문에 속상하지 않게 해주세요. 가 되었다. 제발 기도를 들어주시기를.

 


근황

일상 2017. 12. 12. 17:27

1. 바쁜 회사

  원래 11월에 로마에 놀러가려던 계획을 취소한 건 신의 한 수 였다. 11월 중순부터 저번주 까지 정말 미친 듯 바빴다. 물론 다른 회사 사람들처럼 절대적으로 바쁜 건 아니었다. 전 회사에서는 매일  저녁 안먹고 밤 10시까지 몇개월 내내 야근해도 도저히 해야할 일을 다 끝마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 회사에서 지금 내가 받는 월급과 이제까지의 업무량을 따져보면 분명 바빴다. 지금 회사로 이직한 지 이제 2년 3개월 됐는데 처음으로 6시 넘어까지 일했다. 그렇다보니, 야심차게 시작했던 독후감 쓰기도 전혀 안쓰고 있고, 일기도 못쓰고 그랬다. 오늘은 조금 짬이 나서 근황을 전한다. 


2. 친구의 연애

  친구가 연애를 시작하고, 행복에 들떠 있을 때, 내 우울의 모든 원인은 '남자'라고 단정지어서 당시 엄청 열받고 분했다. 실제 내가 연애를 하고보니, 역시나 난 친구가 말한 유형의 사람은 아니었다. 분명 지옥같았던 그 시기만큼 우울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너그러워 지고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약간 친구와 나는 어쩌다보니 약간 상황이 역전됐다. 친구는 여전히 그 남자를 만나지만, 그 남자 때문에 종종 우울한 모양이다. 글쎄.... 난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애정 문제에 있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라, 걔에게 별다른 말은 안했지만, 내가 들은 모든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친구의 애인은 그다지 좋은 남자는 아닌 것 같다. 아니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고, 그저 둘은 원하는 바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 같으면 못참고 벌써 도망가고 말았을 것 같다.


3. 해프닝

  11월에 쓴 일기에 적었던 무단결근하고 회사를 관두겠다고 난리를 피웠던 직원은 어쩌다보니 다시 주저앉았다. 지금 내 대각선 맞은 편에 앉아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 또 그럴지 알 수 없어서, 도저히 믿음이 안간다.


4. 도스토예프스키

  내 곁에 아무도 없었고,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손을 뻗었지만 무참히 무시당하고 말았던 지난 여름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쓰리다. 아마도 20살 이후 인생 최고의 위기가 아니었을까. 그 때 내 우울에 전염될 것 같아서 나를 보지 않겠다고 말했던 사람과는 마음 속으로 영원히 절교했다. 우울의 절정에 있을 때 그나마 날 살려준 건 기도와 Bach 와 E.M 포스터의 책들이었고, 역시 사람은 나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우울의 진창에서 빠져나와 어느 정도 뇌가 정상 궤도에 도달했을 때 부터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을 읽었는데, 그때부터 난 진심으로 도스토예프스키를 존경하게 되었다. 아직 그의 작품을 다 읽진 못했지만, 요즘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이 너무 재밌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며칠 전 읽은 이반 부닌이나, 나쓰메 소세키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난 언제나 고독하고 괴팍하고, 다혈질에 결국에는 약간 미쳐버린 도스토예프스키 세계의 인물들이 너무 좋다. 그들은 분명 사랑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인물들은 아니지만, 난 진심으로 그들을 사랑한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쓴 등장 인물에 대한 묘사를 읽을 때마다 매번 감탄하고 놀란다. 지금은 '죄와 벌'을 읽는 중이다.


5. 나의 연애

  남자친구 집과 우리집이 꽤 멀고, 그에게 차가 없어 결국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밖에 못 보고 있다. 거깃다 남자친구는 주말에 하루는 꼭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라.. 더더욱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와 만난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따져보니 사귄 지 아직 한 달 밖에 안됐다.

  저번주에 만났을 때 오빠에게 정말 내 남자친구가 맞는 거냐고 물었다. 그만큼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첫눈에 반한 이 귀여운 남자가 날 좋아한다니... 이거 정말 꿈 아니야? 행복할 겨를도 없이 끝없이 의아할 뿐이다.

  주책 바가지 같이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서 민망할 때도 많지만, 모르겠다.. 난 좋아하는 남자에게 잘해줄 수 있는 한 최대한 잘해주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 기회에 소원 성취 하는 셈 치고 계속 잘해주려고 매일같이 다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들뜨지 않으려고 무지 애쓸 때도 있다. 조금 두려운 기분이 든다. 언제까지 이 감정이 지속될 지 알 수 없기도 하고, 나보다 남자친구가 먼저 변할 수도 있는 거니까 말이다. 나는 어쩔 수 없나보다. 행복할 때도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보는 버릇은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다.


이유라도 제발.

단문 2015. 3. 24. 06:32

바로 전날까지 무슨 남자친구라도 된 거 마냥 말하고 메세지를 보내던 사람이 어떻게 하루만에 나에게 오만정이 떨어진걸까.
한달 남짓 이었지만, 거의 사귀는 사이다 생각해도 무방할 정도였는데, 영화보는 중 무슨 메세지를 받았길래, 그냥 날 두고 간 것이며 그 뒤로 나에게 오만정 떨어진 티를 팍팍 내는걸까.
차라리 이유라도 알면 좋을 것 같은데, 이유를 알려주지 않으니 그날의 시간을 곱씹고 곱씹고 또 곱씹으며 내 잘못이 뭔지 고민하게 되고 결국엔 화가 난다.
내가 가지 말라고 잡았어야 하는건지.
주위에선 이상한 놈 이다. 나를 불쌍히 여겨 주지만, 그건 내 지인들이기 때문이고 걔가 말하는 나에게 정떨어진 이유가 너무 궁금해서 어제는 밤을 꼴딱 샜다.
본격적 연애를 안한지 너무 오래되서인지 정말 이유를 짐작조차 못하겠으니 너무 답답하다. 내가 물어봐도 걔는 말도 안해주고.
이번에는 정말 이제까지와 다르다 생각했는데…
크게 상심한 이 마음이 좀 오래갈 것 같다.


꼴좋다.

단문 2015. 3. 23. 03:11

어제 중간에 회사에 일이 있어 간 사람은 사실 그게 아니었나보다. 그냥 그 자리를 벗어나고 싶었나보다.
바보가 아닌 이상 지금 이 상황은 누구나 알 수 있다. 나는 거절당했다.
나에 대한 마음을 계속 표현해서 다 된 줄 알았다. 나도 마음을 완전히 열어보려고 했다.
하지만, 언제 그랬냐는듯 그의 마음은 식었고, 난 어떻게든 왜 그런건지 알아보려했지만 실패했다.
오늘 울다가 어떻게든 이 무거운 마음에서 벗어나려고 차타고 공항 드라이브를 다녀왔다. 미세먼지로 온통 뿌옇게 변한 도시를 보며 이 차를 끌고 다시 집으로 와선 슬퍼하지 말자 다짐했지만, 여전히 슬프고 보다시피 새벽이 되도록 못자고 있다.
난 왜 매번 실패하는걸까. 하나님의 뜻을 정말 알다가도 모르겠다.



Love is losing game

단문 2015. 3. 10. 00:59

에이미 와인 하우스 노래 중 저런 곡이 있다. 정말 슬픈 제목이다.
난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싫다. 너무 괴롭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방식으로는 결국 서로 힘들어 지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침대에 누워 오랜만에 눈물을 흘렸다.
언제나 틀림없이 지는 승부인 줄 알면서도 결국 어리석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를 보며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 나쁜 의도 없이 나에게 사랑을 받았을 뿐인데 졸지에 가해자가 된 사람들도 딱하다.
내가 원하는 사랑을 그대로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알면서도 왜 이렇게 마음이 슬퍼지는지 모르겠다.


환상

단문 2012. 7. 9. 17:30

어렸을 때 나는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환상이 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나 책이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난 어른이 되면 그런 영화나 책에서 나오는 것 처럼 서로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안보면 미칠 것 같은 절절한 사랑이나 연애를 일생에 한번은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서른살이 된 지금까지도 그런 경험은 한번도 없고. 막상 지금은 그런 힘든 사랑라면 하고 싶지 않은 생각마저 든다.

상대방을 심하게 좋아하면 괴로운 건 나 자신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나보다 더 사랑하면 안된다는 것도 아니까 말이다. 그렇다 난 이미 알만큼 알고 약아 빠졌기 때문이다.

이런 못난 내 연애사 때문에 난 매체에서 모든 사람들의 첫사랑은 아련하고 절절하다고 전제하는 것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  나같이 첫사랑이라고 해봤자 별 거 없는 사람도 꽤 많을텐데. 나만 이 모양인가 싶어서 소외감마저 느낀다.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음악들 듣고 있는데 러브테마가 듣기만 해도 스토리가 연상될만큼 슬프고 절절하다보니 마음이 동하고, 그렇다보니 연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여러 영화에서 말 그대로 죽을만큼 사랑했는데 헤어져야 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대리만족도 하고 눈물도 흘리지만, 난 절대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 그냥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보고 느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누군가는" 이라고 항상 기대하고 있는 걸 보면 아직도 환상 속에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연애 공감대

일상 2011. 1. 11. 10:21
저번 주 목요일에는 퇴근하고 주안에서 용산까지 갔다. 전 회사에서 친했던 친구를 만나러 가기 위해서였다. 회사에서 친해진 친구니만큼 회사를 떠난 이 시점에도 서로 할 말이 있을까 싶었는데 의외로 할말은 또 있더라. 그 얘기 대부분이 회사에 남겨진 사람들의 이야기였지만.
내가 회사를 관둔 건 작년 4월. 회사 친구를 만나니 내일부터 다시 충무로로 출근해야할 것 같고 그랬다. 요즘에는 8시 20분에 집에서 나와서 9시면 회사 도착하는데 그때는 6시 50분에 나와서 8시 25분쯤 회사 도착하는 생활을 했으니... 어떻게 했나 싶고. 근데 또 흔히들 말하는 이름난 회사들은 다 8시까지 출근이긴 하더라만.
내방이 너무 춥다보니 요즘같이 추운 날씨에는 새벽에 종종 깨는데 오늘 일어나 핸드폰 시계를 보니 5시 55분이었다. 예전 같으면 일어나야 하는 시간이었다. 근데 5시 55분이어도 난 한시간이나 더 잘 수 있다니! 하면서 행복하려다가 다시 우울해졌다. 나는 왜 노동에 적응하지 못하는가. 어디가 좀 모자란가 하는 생각도 들고. 아침 뉴스에 교통상황 알려주는 경찰 아저씨가 일할 수 있는 직장이 있음에 감사하라고 했는데 난 그게 안된다. 난 그냥 일어나서 아무 걱정 안하고 놀고 먹고 싶다. 그런 사람들 보면 부러워 죽을 지경.
다시 본론으로 돌아와서.
회사에서 친해진 친구는 더 넓은세계(?)에서 만난 친구 답게 이제까지 내가 알던 친구들과는 완전히 다르다. 이제와서 생각하면 걔랑 나랑 어떻게 친해질 수 있었나 싶은데, 나는 충무로로 회사 다닐 때는 정말 남부끄러울 정도로 아무렇게나(?) 하고 다니는 여자였다. 의욕도 안생기고, 내가 정말 꽃다운 나이에 어울리지 않는 옷차림이라는 걸 알면서도 너무 피곤해서 도저히 엄두가 안났다. 내가 그런데 집착하는 성격이었다면 5시에 일어나서라도 꾸미고 다녔겠지만 그런 성격도 아니고 필요성도 못 느꼈고.
회사에서 만난 그 친구는 잘 꾸미고 다니고 주변에 남자친구들도 많고 예쁘고 키도 크다. 친해지면서 이런 류의 아이들에게서 느꼈던 약간의 거부감이 많이 완화되었다. 그리고 되려 저런 애들이 나랑 친하게 지내려고 할까? 하는 생각을 했는데 의외로 친하게 지냈고.
내가 회사를 떠날 때 눈물까지 흘려줬으니 고마운 마음도 있고.

전 회사 팀에는 83년생이 나 포함 3명 있었는데, 들어온 순서가 나 1등 그다음 목요일에 만난 친구, 그 다음이 H 였다. 그 H도 아마 학교나 다른데서 만나면 어머 뭐 저런애가 다 있나 싶을 정도로, 막가파 성격이었는데, 알고보니 리얼 재벌집 딸이었다. 정말 TV 에서 말로만 듣던 명품 구경도 많이 했고. H는 그래도 뒤에서 까고 앞뒤 다른 면은 없고 그래서 처음에는 뭐 저런 미친년이 다 있나 싶었다가 약간의 호감이 생겼는데 목요일에 만난 친구와 그 친구가 어느 새 절친이 되어 있었다. 여고생도 아닌데 내 친구가 다른 친구랑 더 친해졌다니 하면서 까닭모를 허전함이 느껴졌다. 목요일에도 만나고 있는데 그 H한테서 전화가 왔다.
생각해보면 회사 다닐 때도 그 친구가 전화를 하면 난 참 무슨 말을 해야할지 몰랐던 거 같다. 그도 그럴 것이 대화 내용의 대부분이 남자와의 연애와 관련된 내용이었는데, 듣는 것도 한계가 있지 나중에는 약간 짜증이 난 적도 있었다. 나와 친한 애들하고 전화할 때 내용과는 전혀 다른 내용이고 그런 상황에서 난 뭐라고 얘기해야 하는지도 전혀 모르니까.
목요일에 다시 들어보니 그 둘을 엮어준 건 역시나 "남자" 였다. 내가 "남자" 에 대하여 이야기 할 때는 경험담 제로인 그냥 이랬음 저랬음 좋겠다는 내용이 전부인데, 아마 그 둘은 더 고차원적인 이야기를 하는 걸 수도 있고. H가 나랑 친구랑 친한거 보면서 많이 부러워 했는데 결국 친구되고싶어하는 목표도 달성했네 싶었다.

친구들 중에서도 정말 만나면 너무 맘이 편해서 안경끼고 다 늘어난 츄리닝 입어도 편한 친구가 있고, 얘가 날 쪽팔려 할까봐 치마에 화장 좀 해줘야 할 것 같은 친구가 있고 그렇다. 나이대에 따라서 친구의 질이 달라지는 건 아니라고 생각하는데, 저번 목요일에 난 너무 추워서 남색 오리털 잠바를 입고 나갔는데 또 마음속으로 내심 이 겉모습으로 만나다니!!! 하는 생각이 들었다. 아 친구긴 친구인데 역시 난 걔랑은 완전 친한 친구는 아닌 것이다. 이 사실을 생각하니 좀 씁쓸했다. 재미있게 놀았는데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지금 알고 지내는 친구들만으로도 충분하다는 생각이지만, 새로 알고 지낸 사람이 진짜 친구가 될 수 있다면 참 좋겠다 하는 생각도 자주 한다. 나이 29살 되서 애인 만날 생각은 않고.

아 근데 나랑 친한 친구들하고도 연애 공감대가 있긴 있구나. 연애경험이 거의 없다는 공감대. 흐흐흐.

일주일 후.

일상 2010. 3. 11. 11:57
나는 남자가 나에게 호의를 배풀면 어떻게 반응해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물론 나한테 호의를 배푸는 때가 그렇게 많은 건 아니지만, 대학 때도 예상치 못한 사람이 나에게 호의를 배풀면 이럴 때 어떤 표정을 지어야 하는건지 파악이 되질 않았다.
물론 호의를 받는 건 복받은 일이다. 더군다나 그렇게 눈에 뛰지 않는 나를 발견해 준 것만으로도 감사한 마음이 크다.  처음 남자친구랑 헤어지고 나서 나 대학 2학년 때 재수로 들어와서 나랑 딱 한번 포켓볼 같이 친 남자 애가 (도대체 어떤 경로로 알았는지 모르겠는데) 내 핸드폰으로 전화를 하고 편지를 보냈을 때 편지에 眞光不輝 라는 말을 하며 잠깐 날 감동시켰던 적이 있다. 별로 화려하지 않은 여자한테 하기 좋은 말이라 생각한다. 그러나 난 걔가 날 스토킹 비스므리하게 내 뒤를 밟은 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어 무서워서 피하다가 결국 아무 일도 없이 끝났다.  그도 그럴 것이 포켓볼 한 번 치고 1년 넘게 전혀 연락이 없다가 남자친구랑 헤어지자마자 전화한다는 거 자체가 그때 당시에는 쪼금 공포였다.
여하튼, 몇 안되는 남자들이 대학에서 (입사 이후엔 전혀 없었음 큭) 노골적인 멘트를 날려도 못본 체 하거나, 못들은 체 하거나, 화제를 전혀 다른 것으로 돌리는 방법을 사용했는데, 난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할 지 모르겠어서 그런건데 간혹 그걸 지금 날 무시하는거냐. 이렇게 받아들이는 분도 있어서 당혹스러웠다.

이번에도 역시 내가 계속 다른 소리를 하니, 니가 지금 그러는 건 지금 상태가 좋다는 뜻으로 받아들여지는데 맞냐고 물어봐서 대답을 못했다. 결국 또 혼자에서 벗어날 수 있는 기회를 날렸지만, 모르겠다. 어쩌면 난 진짜 지금 상태가 훨씬 더 편하고 좋은 건지도.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해본 적이 없다면, 모르겠지만 내가 누군가를 진심으로 좋아했을 때 느꼈던 감정은 지금 이건 아니다. 차라리 몰랐다면 그럭저럭 행복하게 지냈을 거 같은데.
그런데 내 지론은 신중해서 나쁠 건 전혀 없다.기 때문에 만족한다. 후회할 짓은 별로 하고 싶지 않다.


이런 내용은 개인 공간에서 남 욕 하는 거 같아서 정말 하기 싫었지만.

나 아는 친구 한 명이 있는데 걔가 나에게 부여한 역할은 남자친구랑 싸우거나 헤어지면 하소연 들어주기 인 거 같아서 갑자기 울컥했다. 물론 친구사이에서 힘든 일이나 어려운 일 이야기 하는 건 당연한 거지만, 나에게 전화하거나 찾아오는 이유의 99.9% 가 남자친구랑 싸운 이야기나 헤어진 것 같다고 이야기 하려고 하는 거면 조금 문제가 있는 거라고 생각한다. 나머지 0.1%도 처음에는 남자친구 이야기는 안하지만 필경, 남자친구가 문자를 씹었거나, 남자친구가 전화를 안받거나, 남자친구가 약속을 취소했거나 했을 때 허한 느낌에 전화를 했을 것이라 추측한다.
생각해보니 걔랑 부쩍 친해진 때도 남자친구랑 헤어진 후 였다.
나에게 전화하여 나도 너처럼 독립적으로 혼자서 즐기며 살 거다. 매번 나한테 결심을 하더니 3달도 안되서 다른 분을 만났다. 뭐 이런 것에 대해서 비난을 하려는 건 절대 아니다. 그 친구는 키크고 이쁘고 (항상 부럽다) 항상 남자친구가 있었던 사람이니까 그러는 것도 이해 못하는 건 아니지만, 왜 하필 내가 남자친구랑 싸우면 이야기를 들어주는 역할이 된 건지 모르겠다. 왜 하필 하고 많은 사람과 많은 역할 중 그게 나 냐고요.

저번 주말에 정말 오랜만에 전화가 왔는데 아니나 다를까 역시 완전 헤어졌다는 내용이었다. 뭐 내 예상대로 결국 하루도 안지나서 화해하고 다시 만나고 있지만 말이다. 다음에 전화가 또 온다고 해도 아마 남자친구랑 이번엔 진짜 헤어졌다는 내용일 것이다. 그래서 이런 생각도 했다. 전화벨이 울려서 받은 직 후 "또 남자친구 문제구나?" 라고 말해볼까. 하는 이런 찌질한 생각. 크크크큭.
 
가끔 연애하는 여자애들을 보면 상대가 좋지 않아도, 일단은 사귀고 보는 애들을 보는데 진짜로 이해가 안된다. (남동생에게 이 이야기를 했더니 그런 여자는 남자 입장에선 참 고마운 여자랜다. 근데 대부분이 그렇다) 남자가 좋다고 하면 시간 지나면 절로 좋아진다는데 나한테는 그게 전혀 해당 내용이 아니기 때문이기도 하고, 지금 사귀는 남자친구가 있어도 결국에는 지금 남자친구 맘에 안들어 안들어. 빨리 다른 남자 만나고 싶다 싶다 싶다 이런 이야기를 만날 때마다 하면서도, 결국에는 그 헤어져서 혼자 있는 시간을 못 견뎌서 혼자가 된 당시에 나를 좋다고 하는 남자랑 사귀는 경우가 다반사. 그런게 바로 외로움의 노예지 뭔가.
난 안그러겠다. 이야기를 했더니 니가 그래서 연애를 못하는 거라는 말이 되돌아 왔다. 사귀어보고 별로면 헤어지면 그만이라는데 진짜로 그런건가!!!
 
물론 결혼 전 여러 남자 만나서 괜찮은 배우자랑 가정을 이루는 것이 모든 인간의 미덕이라지만, 단순히 여러 남자를 만나는 것으로 성공적으로 괜찮은 남자를 만날 수 있다는 보장도 없다. 아무리 별로여도 남자를 일단은 만나야 한다는 주장은, 자기가 그 남자를 만나는 이유가 단지 외롭고 심심해서 라는 진짜 이유를 숨기기 위해서 만들어낸 비겁한 명분이라고 밖에 생각이 안든다. (그리고 그거 때문에 만나고 있는 남자도 불쌍하고)

계속 혼자다 보니 혼자에 익숙해 진건지 내가 혼자인 걸 원래 좋아하는 건지 잘 모르겠지만, 난 진짜 좀 이해가 안간다. 항상 지금 만나고 있는 남자보다 괜찮은 남자는 이 세상에 깔렸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단지 외로워서 원래 당연한건가. 아니면 내가 남자친구가 없으니까, 그냥 내 앞에서는 연애가 별 거 아니라는 걸로 위로를 하려고 하는건지 잘 모르겠다. (그런거라면 난 열라 불쌍)

나랑 진짜로 친한 고등학교 친구에게 위 내용에 대해 말했더니 원래 다 그런거랜다. 나도 그랬던가? 하도 오래되서 기억은 안나지만, 난 안그러겠다. 결국 이런 불만 내용을 쓸 때마다 나오는 "난 안그러겠다." 지만, 이제까지 내가 안그러겠다 결심한 걸 진짜로 안하고 살면 난 훌륭한 사람이 될 거 같다. 여하튼, 친구가 나에게 부여한 역할은 맘에 안든다고.

일주일

일상 2010. 2. 28. 01:28
요즘 봄이 되어가서 그런지 모르겠지만, 연애에 대해 생각을 많이 한다.
내가 연락 하고 지내는 남자는 딱 두 명이다. 대학교 1학년 때 부터 친했던 친구 한명과 대학교 4학년 때 부터 알고 지내던 오빠 한명.
원래 내 인간관계가 좁다.
친했던 친구 한명은 나랑 좋아하는 것이 거의 비슷해서 그때 부터 계속 친구고, 4학년 때 알게 되었던 오빠는 그 오빠가 의도적으로 나에게 접근을 했다. (그땐 몰랐으나 지금 생각해보니 그렇다)
의도적 접근으로 이렇게 친해지기도 힘들겠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
여기 블로그에서도 자주 쓰지만, 난 진짜 못났다. 여러가지로.
블로그에 흐르는 전반적인 비관적인 정서와 피해의식 사회적인 나의 위치, 키도 작고, 집에 돈도 별로 없고, 나역시도 돈이 없고 얼굴도 그렇게 예쁘지 않고 뭐 그렇다.
그런데 왜 그 오빠는 날 좋아했는지, 혹은 아직도 좋아하는지 좀 이해가 안간다. 진심으로.
오늘 오랜만에 만났는데 모르겠다. 아직도 날 좋아하는 모양이다.
알고 지낸지 5년이고, 바로 이전 포스팅에서도 말했지만 김일병 저주 이후 내 연애사는 정말 어디 내놔도 부끄러울 정도로 뭐 하나 잘 된 게 없다.
요즘 들어서는 내가 무성애자일까? 하는 생각을 자주 한다.
무성애자는 태어나는 것일까 만들어지는 것일까? 타고난 성적취향이 커가면서 바뀔수도 있는건가? 예를 들면 이성애자인 사람이 동성애자가 된다거나 이렇게.. (말도 안되는 소리인가) 나도 원래 이성애자인데 무성애자가 된 것인가 하는 생각도 하고.
저번에 영국인가에서 발표한 논문에서 발견한건데 이 세상에는 동성애자 이성애자 양성애자가 있는 것 처럼 무성애자가 있는데 무성애자는 일반 사람이 느끼는 "사랑"에 대한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한다. 그렇다고 해서 불행하다고 생각하지도 않고, 결혼해서 애 낳고 잘 사는 사람도 있으나, 이성 이든 동성이든 간에 연애 감정을 전혀 느끼지 못한다고 하더라. (연애 감정은 동료애, 모성애 이런 거와는 분명 다른 감정이니까)  
여하튼 중학교 고등학교 때도 멋있는 사람 보면 떨리고, 대학교 때도 전에도 말했지만 정말 진심으로 좋아하는 사람도 있었고 그랬는데, 그 이후로는 소개팅을 하면서 상대방이 연락을 계속 해오면, 아 좀 있다 사귀자고 하는거 아니야 이거?? 이러면서 결국 피하고 그랬다.
내가 뭘 말하려는지 잘 모르겠지만, 여하튼 5년 동안 내 옆에서 친하게 지낸 이유가 아직도 날 좋아해서 라면 난 참 그 분께는 죄송하게 되었다. 잘난 것도 없는 주제에 이러고 있으니. 다른 남자를 사귀는 것도 아니고 그렇다고 그 분과 사귀는 것도 아니고. 이게 뭡니까.
여자는 남자한테 사랑 받는게 미덕이라는데, 이 기회에 그냥 사랑 좀 받아볼까 싶다가도, 김일병이랑 사귈 때 걔가 날 엄청 좋아하는게 느껴지면서도 난 전혀 행복하지 않았기 때문에 또 그 짓을 할 순 없다는 생각도 들고.
내 성격은 왜 이모양이냐. 왜 남들처럼 살질 못하니.
어쨌든 그 분이 일주일 뒤에 대답을 하라는데, 헐~~~결론을 어떻게 내려야 할지 난감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