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거운 마음

단문 2017. 12. 20. 17:35

  엊그제 자살한 연예인의 유서를 본 뒤로 마음이 계속 무겁다. 그가 쓴 유서 내용이 내가 진창에 빠져 있을 때 느꼈던 감정과 똑같았기 때문이다. 나는 기본적으로 암담한 사람이고, 또 앞으로 다가올 미래와 나에 대한 기대가 거의 없다시피 한 사람인데, 이런 나의 어두운 모습을 그대로 내보이면 사랑하는 친구가 혹은 애인이 떠날까봐 항상 두렵다. 이런 두려움 때문에 나는 언제나 실제와는 다른 상냥하고 친절한 사람이 되고자 했다. 나로 인해 불편한 타인을 보는 게 너무나 괴로웠다. 

  그가 유서에 쓴 표현대로 우울이 내 몸과 정신을 점점 갉아먹고 있다고 느꼈던 그 때, 이렇게 사느니 이제 그만 이토록 거대하고 압도적인 우울에 굴복하고, 나는 그저 우울에 몸을 맡기고 질식하여 죽는 것이 최선이란 생각을 하던 그 때, 나는 속으로 얼마나 많이 울부짖었던가. 죽어가는 나를 아무도 눈치 못채게 모든 행동과 말에 어마어마하게 심혈을 기울이고 있으면서도, 제발 누군가가 날 알아보고 손 내밀어 주기를 나는 정말 죽도록 기다렸다.

  끝내 나에게 아무도 손을 내밀지 않았지만, 나는 어쩌다보니 운좋게 우울을 극복하고 지금 살아남아 회사에 있다. 

  삶과 죽음의 경계가 내가 알고 있는 것보다 훨씬 허술하고, 어쩌면 죽는 것보다 쉬운 건 이 세상에 없다는 생각을 하던, 나같이 작은 것에도 쉽게 상처받는 사람은 빨리 죽는 것이 당연하다는 생각에 하루종일 사로잡혀 있던 시간은 고작 2주 였다. 그런데도 당시 난 정말 진심으로 이 세상을 등지고 싶었다. 고작 2주 만에 말이다.

  엊그제 자살한 그 사람은 얼마나 오랜 시간동안 그런 상태였던 걸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얼마나 괴로웠을까....

  보여지는 모습과 실제 모습과의 지독한 괴리, 그로 인한 고독, 절대 오지 않을 미지의 구원자를 향한 막연한 기다림.. 얼마나 오랫동안 우울했길래 결국 그는 죽고 말았을까.

  아... 너무 슬프다. 난 그가 노래 부르는 걸 제대로 본 적도 없고, 평소 팬도 아니었는데, 그가 쓴 유서가 너무 슬퍼서 엊그제부터 정말 미칠 것 같다.   


한가한 시절 끝

단문 2013. 2. 19. 19:00

아... 1월 한달 참 천국같고 좋았는데 이제 한가한 시절은 끝난 것 같다. 

다시 12월 처럼 연장근로 해야만 하는구나 생각하니 우울하다. 

아무래도 렌즈를 빼고 안경을 끼든지 해야겠다. 눈도 뻑뻑하고 기분도 우울하고.

오늘 연말정산 확정액이 나왔는데 생각보다 두둑해서 (뭐 워낙 월급이 적어서 낸 세금도 적고 돌려받는 돈도 적지만) 기분이 좋았는데 회의 후 또 엄청 우울해졌다. 

아... 회의 같은 것좀 안하고 살 순 없나. 연장근로까지는 괜찮은데 밤 10시 넘으면 기분이 한없이 우울해지는데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여하튼 오늘부터 난 연장근로 시작. 

힘이 전혀 안나네. 배철수 음악캠프라도 들어야겠다.


함께 할 수 없음

일상 2012. 5. 27. 01:08

나는 아무래도 올해 상반기, 또 올해 하반기에도 아니 영원히 서서히 내리막을 걷는 지금 상태를 유지할 것 같다. 나는 일생동안 너무 우울해서 겪었던 몇 번의 위기에서 나름대로 잘 빠져나왔다고 생각한다. 내가 우울함에서 빠져나오는 방법은 다른 게 아니라 친한 친구 만나고, 집에서 혼자 영화보고 책보고 음악 듣는 거다. 내가 우울함에서 빠져나오는 데에는 큰 돈도 별로 안들고 사람도 별로 필요없고... 내가 이런 방법으로 우울함을 풀고 스트레스를 풀 수 있다는 게 다행이다.

 

좋아하게 된 남자가 하필이면 나와 전혀 다른 생활패턴으로 살고 있는 사람이다. 내가 이렇게 주말에 시간이 남아돌고 집에서 혼자 매니큐어 바르고 낮잠자고 놀고 있는데 볼 수가 없다. 한마디로 도저히 발전할래야 발전할 수가 없는 사이다.  얼굴을 못본지도 3주가 다 되가서 벌써 가물가물하다. 그냥 저쪽서 다 포기를 해주셨으면 좋겠다. 자꾸 우울해진다. 우리 둘은 도저히 안될 것 같으니 알아서 나한테 연락하지 말고 내가 연락해도 외면해 주시면 편할텐데 말이다. 아무리 생각해도 안될 사이라는 생각을 하고나니 마음이 쓰려서 못견디겠다.

 

내가 바라는 삶은 거창하지 않다. 죽을만큼 출근하기 싫은 직장이 아니면 되고, 외롭고 심심할 때 만날 수 있는 남자가 있었으면 좋겠다. 그 뿐이다. 그런데 대학을 졸업한 이후 들어간 직장은 전철에 몸을 던지고 싶을만큼 출근하기 싫은 직장이었고, 25살 이후로 처음으로 좋아하게된 남자는 만날 수가 없으니 원.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것이 여러가지가 있는데 그 중 최고로 싫은 걸로 이력서 쓰기로 정하기로 했다. 정말 세상에서 최고로 싫다. 금요일 오후에 커리어 사이트에서 구직광고를 보는데 정말 어느 한군데도 내가 갈 수 있는 곳이 없어 보였다. 세상에 어떻게 그럴 수가 있지? 점점 계약 만료일은 다가오고, 난 전혀 모르던 계약직의 설움을 몸소 체험 중이다. 월급이 너무 적어서 불만이었는데 금요일에 구직사이트를 보다보니 그나마 월급주면서 나같은 사람을 써준 것만으로 고마울 지경이다. 한편으로는 어떻게든 먹고살 수 있겠지 라는 생각도 하긴 하는데... 니들 정말 구역질 난다고 때려치고 나온 회사 사람들이 내가 비참히 살고 있는 꼴을 보면서 어떤 생각을 할 지 생각하면 당장 죽고 싶은 기분이 되고만다.

 

인생이 17살 이후로 지속적으로 한계단씩 내려가고 있다는 느낌도 끔찍해서 엊그제는 저번에 밑에 집에 불나서 우리집에 연기가 가득찼을 때 비상벨이 안울렸다면 난 어쩌면 좀 편히 이 세상을 하직할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도 좀 했다. 마음에 여유도 없고 즐거움도 없는데 난 회사에서 친한 후배랑은 엄청 친하게 지내고 저번 회식 자리에서는 내가 하도 웃겨줘서 나랑 친한 언니는 소화도 잘 안됐댄다. 이렇게 웃고 떠들면서 잘 지내는 중이고 순간순간 좋아하는 음악 들으면서 행복하다고 느끼기는 하지만, 밤이 되면 좀 반 미친 상태가 되는 것 같다. 다 극복하고 주어진 하루하루를 살아내면 어떻게든 시간이 가겠지라고 생각하지만, 힘이 조금 든다. 아무것도 다르지 않다는 것이.



나이가 들어가는 건 인생의 내리막이 점점 가파르게 되는건 아닐까? 그 내리막을 내려가는 내 속도도 엄청 빨라지고 있다. 나에게는 평지같은 인생도 별로 없었고, 계속 낑낑 대면서 올라가기만 했는데 이젠 완전한 내리막이다. 25살 때는 서서히 내려가는 내리막이었는데 이제는 완전 급경사로 내려가는 느낌이다. 앞으로 내 인생도, 늙어서 죽는 것만 남은 내 인생도 별로 좋아질 것 같지 않고, 경력이고 연륜도 없고. 늙으니까 하루하루가 우울과 투쟁하는 일 뿐이다. 아... 살고 싶지 않구나. 갑자기.

예전에 홈페이지를 가지고 있을 때 나의 일기는 시덥지 않은 고민으로 가득했다. 그때 고민하고 있었던 것들을 타파하기 위하여 조금이라도 노력을 했다면 난 이렇게 되지 않았을 거다. 그런데 변명을 좀 하자면 뭘 어떻게 해야 해결할 수 있는지 전혀 답을 알 수 없었다.
그냥 무작정 공부를 하기에도 목표가 없으니 제대로 되지도 않고, 돈을 벌자니 돈을 벌어서 그렇게 하고 싶은 것도 없었다. 맨날 불평 불만에 가득한 일기랑 우울하다는 내용 이외에는 아무 것도 없던 그 시절 일기를 보고 있으면 좀 한심하다. 쪽팔리기도 하고. 우울한 일기를 쓰다보면 더 우울해지고. 그래서 난 답없는 고민에 대한 내용은 웬만하면 안 쓰려고 노력했다.
조금 쓰고 조금 벌고 있는 삶에 그럭저럭 만족하고 있지만 졸업 후 항상 소속기관이 있었던 나로서는, 지금의 소속없는 인생이 어색하다.
회사를 다닐 때는 나름의 우울함이 있었고, 지금도 그런 우울함이 있을 뿐이다. 어떤 우울함과 비참함을 선택하는 건 내 문제다. 회사를 다니면서 받는 스트레스가 돈과 안정으로 상쇄가 된다면야 괜찮겠지만 난 그게 안됐다.
좀있다 12시 반 쯤 열라 먼 곳으로 면접을 보러 가는데 솔직히 말하면 여기가 만약 붙어도 내가 다닐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이 든다. 오늘 가봐서 도저히 안되겠으면 관두고 뭐. 이런 생각으로 간다. (근데 거기 자기소개서에 회사 이름 안 바꿔서 딴 회사 이름을 떡하니 써놨는데도 면접보러 오라는건 뭐지?;;;;)
우울한 날씨에 이렇게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는 나를 보니 한심하다.
28살이면 이제 좀 정신 차려도 될텐데 말이다.
부모님이나 동생에게 내가 얼마나 걱정스러운 존재일지 생각해보니 더 그렇다.
도대체 내가 만족할 수 있는 인생이란 뭘까? 없는 거 같다.

기분

일상 2009. 1. 6. 14:16
2008년 마지막을 아파서 버라이어티하게 보내고 1월 3일에는 친구에게 다녀왔다.
그때 이후로 기분이 전혀 나아지지 않는다. 친구 때문은 아니지만 내 주변 모든 일이 다 싫어졌다.
회사에 들어와서 줄곧 느껴던 감정은 짜증이다. 짜증과 피곤 지루함.
아주 작은 일 조차 하기 싫다. 원래 나는 원인모를 우울감에 시달리곤 했는데 회사와서는 먹고살기 바빠서 그런 기분 모르고 지냈다.
대학교때는 가끔가다가 이런 기분이 들었는데 그럴 때는 그냥 책 읽거나 혼자 시간 보내다보면 나아지곤 했다. 아니면 그래도 몇마디 끄적 거릴 수 있는 친구도 있었고. 어제는 그 친구가 생각나서 문자도 보내고 메일도 썼다. 근데 답이 없네. 어디 아픈가.... 걱정된다.
지금 페레로로쉐 초코렛을 얻어서 조금 먹었는데 먹었더니 기분이 조금 낫네.
무엇을 해야 기분이 조금 좋아질까. 일본여행 사진 꺼내서 그 여행기나 적을까.
친구 만나러 전라도 갔다온 얘기도 쓰고 싶었는데. 요즘 본 영화 포뇨랑 예스맨 얘기도 쓰고 싶고.
아.. 이런 성의 없는 포스팅 관두고 제대로 해야겠다.

나 진짜 너무 우울해. 크아.
근데 대학생 때 느꼈던 기분을 또 느끼고보니까 왠지 옛날로 돌아간 것 같아서 익숙해서 한편으로는 좋다.

어제밤에는 피곤한데도 잠이 안와서 또 여러 생각을 하는데 내가 이런 기분 하나도 없이 외롭지도 않고 내내 즐겁기만 하다면 좋기도 좋겠지만 왠지 아쉬울 것 같다. 내 원래 정서는 그게 아니야.
아 오늘 하루종일 회사서도 삽 푸는구나.

자신감 결여.

일상 2008. 7. 31. 13:25

어제와 오늘은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꿈에서까지 일하면서 울었다.
특히 어제 퇴근 쯤에는 너무 열이 받아서, 결국 눈물이 쏟아지려고 했고, 그래서 그냥 컴퓨터도 켜두고 가방만 들고 나와버렸다. 옆에 있는 선배는 죄도 없는데 미영씨 기다려봐 기다려봐. 이랬는데 이미 흥분할대로 흥분한 내게 그런 말은 들릴리가 만무하였다.
입사 초기가 최고 일이 힘들긴 했지만, 심리적으로 힘든 것으로 따지면 매일 매일이 브랜뉴, 기록 갱신이다.
이제는 정말 끝을 봐야할 때가 된 것 같다. 어디선가 원래 입사 1년차가 힘들고 그다음 3년, 5년 이라고 하던데... 그래 나도 1년차니까 힘들때가 된 거고 남들과 다름없이 힘든 걸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회사다니는 사람들이 나 진짜 회사 관둔다. 얘기할 때마다 그냥 답답해서 한번 해보는 말이겠지. 했다. 막상 회사원이 되고보니 그게 아니다. 그 사람들 대부분은 진짜로 업무시간이나 집에 와서 취업포탈을 뒤지고 있거나, 진짜로 용기있는 자는 관두거나 그랬을 거다.
또 예전에는 진짜 회사다니기 싫다고 얘기하는 회사원들 보면, 집에서 놀고 있는 사람보단 행복한 줄 알아야지. 했다. 막상 회사원이 되고보니 이거 역시 그게 아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말은 너무 뻔하고 당연하고 올바른 말이라 짜증나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뼈져리게 느끼는 바는, 무슨일을  결정하고 행함에 있어서 그것이 되고 안되고 보다 중요한 건 단 1%의 의심도 없는 확신이라는 거다.
일생을 통틀어서 난 100%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이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사소한 것 중에서는 있었겠지만, 인간 곽미영의 인생에 최대 전환점이 될지도 모르는 일을 믿음과 자신감이 충만하여 추진해 본 적이 있냐는 말이다.
물론 계속 의심하면서, 계속 두려워하면서 끝내는 운이 좋게 성공한 적도 있기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그 초조함이 너무 싫었다.
또 다른 생각은, 쓰잘 데 없이 원대하여 말하기조차 쪽팔렸던 내 결심을 주변 사람한테 말했을 때 넌 할 수 있다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어주던 사람이 있었나? 만약에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계속 단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난 이런 비관적인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었을까.

그렇다고 남을 원망할 필요는 없다. 일단 내가 나한테 자신이 없는데, 그 누가 나를 믿어줄 수 있었을까. 다 내탓이지.
멋있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거다. 나 역시도 말하기조차 쪽팔린 사정없이 원대한 꿈을 가지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하루 하루 지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우울함에 시달리는 건 꿈이고 뭐고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사실은 그 꿈이 점점 멀어지는 게 무섭도록 실감하니까 우울한 거다. 꿈이 없다고 말들은 하지만, 대부분 그래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텐데.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나는 좀 가련하다. 날씨도 우울하고, 나도 우울하고.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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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이후로 최고로 재미 없는 날이 2008년 3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2008년이 새로 밝을 때만 해도 2007년과는 달리 뭔가 조금은 나아지겠지. 라는 기대가 있었다. 물론 2007년보다는 2008년이 훨씬 나아지긴 했다. 작년 이맘때는 이력서만 죽어라 쓰면서 계속 탈락 소식만 들었으니까. 그리고 뭐 여러가지 를 생각해봐도 2007년보단 지금이 훨씬 낫긴 하지.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3월부터는 정말 최악이다. 최악. 최악. 내가 최악이라고 계속 말하니까 최악이 되는 건지 어쩐지는 몰라도 계속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하는데 오히려 계속 악화만 되니까 미치고 팔짝 뛰겠단 말이다. 손놓고 그냥 총알받이 마냥 그냥 다 이러고 견디고 있어야 하는 것도 화가나고 도저히 내가 뭘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이제 집에와서 어떻게든 스트레스 풀려고 이거저거 하는 나도 처량하고 이젠 그것도 한계에 달했다. 무기력해서 정말 견딜 수가 없다. 아. 우울해.
회사에 와서 일을 해도 지겹고 전혀 일의 의미를 못찾겠고, 여기저기서 나한테 공격을 퍼 부어댄다. 내가 그렇게 만만한가. 하고 생각하면 만만하긴 하다.
몸도 점점 안좋아져서 저번주에는 입안이 다 헐어서 밥도 제대로 못먹고, 이번 주에도 한의원에 갔는데 또 부항 뜨고 침맞고. 예전엔 어깨쪽만 그러다가 이번엔 허리가 안좋아서 밥 먹으려고 상들고 있다가 내려놓는데 기절할 뻔 했다. 아.. 이제 한의원은 내 일상이 되어버렸구나. 제길.
몸이 좋아질만 하면 일 시키고. 저번 주 목요일에도 40박스 날랐으니 말 다했지. 아. 역시 사회는 냉정한 것이다. 대학에서는 이렇게 무거운 거 나를 일이 있었나. 전혀 없었는데. 한의원에서 무거운 거 들지 말래는데 보나마다 이번 주 목요일에도 죽어라 일만 시킬 꺼 뻔하고. 진짜 시퍼렇게 멍든 내 허리와 등을 까서 보여줄 수도 없고 말이다. 못하겠다고 하면 분명 도끼눈 뜨면서 눈치주겠지.
오늘 아침에도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해서 일만 더 커지고. 그 사람 인터넷에 내 이름 적어서 올린 댔는데 올려볼테면 올려보래지. 그래봤자 회사에서 짤리기 밖에 더해. 만약 여기서 짤리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지. 짤려서 회사 안간대는데 왜 관두냐고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일상이 맨날 협박이다. 이젠 웬만한 협박에는 눈도 꿈쩍 안해. 이게 일하면서 얻은 수확이라면 수확이군.
연휴가 있었다고 한들 전혀 리프레쉬 되지 않았다.
내 스트레스의 원인은 회사다. 회사.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남들은 멀쩡히 잘 다니고 있는 회사에 난 왜 이제껏 적응 못하고 아직까지도 이렇게 찌질한 짓꺼리를 하는건지. 진짜 나 왜이렇게 못났니.

어린이날 연휴 때는 종종 등장했던 분이 갑자기 만나선 또 사귀자고 하시는거다. 순간 짜증이 확났다. 뭐 연애를 하면 리프레쉬가 되면서 기분이 좋아질거랜다. 아니 남은 직장 갈 때마다 지옥 끌려가는 기분으로 하루하루 주말만 손꼽아 기다려 사는고만 이 판국에 연애?  으아~~ 진짜 속편한 소리다. 연애를 한다고 한 들 니가 날 이 직장에서 꺼내줄래? 라고 말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지금 관둬봤지 나가서 할 거 없다고 죽어도 2년간 버티고 이직하라고 한 게 누군데. 그래 아무 직장도 없이 노는 건 또 싫다 이거지? 으아..
진짜 힘들겠구나 그 한마디 못해주니? 역시 남자는 친구보다 못한 것이다. 내 친구중에는 그런 사람 없다구.
근데 어른이나 남자들은 너 지금 관두고 나오면 뭐할거냐. 이런 말만 하니. 그래 나 관두고 그냥 노는 거 밖에 안되는 사람이다 어쩔래. 아~~ 다 복수할거야. 나쁜 사람들.

난 왜 사회 생활에 부적합한 성격일까. 자괴감만 더 심해지고 있다. 원인이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에 일 안하면 되는게 정답인데 그게 안되잖아. 아. 미쳐. 위기의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동생이 군대에 갔다.

일상 2008. 2. 27. 11:27

어제는 동생의 입대일이었다. 태어나서 처음으로 의정부에 갔는데 그곳이 바로 306보충대. 눈이 별로 없는 겨울이었는데 어제 아침에는 눈이 엄청 쌓여 있었다.
어제 군대가는 인원이 약 2400명이라는데 다들 어찌나 어리든지 내가 나이 먹었음을 실감하는 순간이었다.
엄마는 일이 많으셔서 못갔는데 지금 생각으론 안가시길 잘한 거 같다. 가면 100% 많이 우셨을 것 같아서..
집앞에서부터 우셨는데 가셨음 많이 우셨겠지.
내가 보기엔 그냥 군대 보낼때 안울고 잘가~~ 라고 말하는게 가는 사람한테나 가족한테나 좋은 것 같다.
나 역시도 그냥 잘 갔다오라고 하고 울진 않았다. 몸 아파서 안가는 거 보단 낫잖어~ 하고 말았지.
2월 말에 들어가는 거고 3월부턴 점점 따뜻해질테니까 날짜는 그리 나쁘지 않은 것 같다. 100일휴가가 없어졌기 때문에 동생은 7월 경에나 휴가를 나올 수 있다고 했다.
아직은 실감이 안나는데 나중에 동생 옷이 소포로 도착함 진짜로 실감 나겠지.

내가 가봤던 훈련소는 친구들 & 나 & 전 남자친구가 갔던 공군 진주 훈련소 인데, 4월이라 날씨가 징그럽게도 좋았다. 걔 갈 때는 눈물 났는데. 흐흐. 뭐 많이 어렸으니까.
근데 내 주변에 의외로 그 진주 훈련소 다녀온 여자들이 많다. 흠.. 공군 가는 애인 둔 사람들은 많이들 가는건가? 내가 그냥 흘리는 말로 나 진주 훈련소는 가봤는데. 라고 말하면 주변에서 나도. 나도. 이런 얘기를 해서 깜짝 놀란다는 거.

동생을 보내고 차를 타고 오는데 차가 어찌나 밀리든지,(밀리는 게 당연하지만) 5시쯤 집에 도착해서는 눈알이 튀어나올 듯 머리가 아파서 허겁지겁 타이레놀 이알을 먹고 잤다. 자고 일어나니 8시. 그렇게 자고도  밤 되니까 졸려서 컴퓨터 좀 하다가 12시 쯤 잤다.

오늘 아침까지도 우리 엄마는 기분이 완전히 다운된 상태. 하지만 뭐.. 내동생이 바보도 아니고 대부분은 몸 건강히 다녀오는 군대니깐 잘 다녀오리라 믿는다.

거기 있던 2400명 남자애들 오늘부터 어제와는 전혀 다른 하루가 펼쳐질 거란 생각이 하니 쌩뚱맞게도 이런 생각이 들었다.
매일 하는 일을 안해도 되고, 매일 당연하다고 생각했던 것이 이제 당연해지지 않아 지는, 한 사람의 인생이 변하고 인생이 너무 거대하다면 하다못해 한 사람의 생활패턴이 변하는 데 필요한 최소한의 시간은 얼마일까?
난 단 1분이면 충분하다고 생각한다.
사귀던 사람이 헤어지자고 하는 순간. 내가 사표를 내는 순간. 한국을 떠나는 순간. 결혼하는 순간. 등등 모든 게 다 순간인데. 그 순간을 전후해서 더 행복할 수도 더 불행할 수도 있는건데.
쉽게 변할 수 있을 것 같은 내 일상은 왜이렇게 하루하루가 구질구질하고 재미없고 지루한걸까. 다만 지금 여기만 아니면 어디라도 더 즐거울 수 있고 행복할 수 있다는 생각이 들 때 내가 할 수 있는 행동은 뭐가 있을까.
문득 내가 직장인이 되었다는 게 지금 인생에서 쉽게 변할 수 있는 것이 이제까지보다 훨씬 더 적어지는 거 아닌가 싶었다. 사실은 그럴만한 용기가 없어진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몸이 안좋아서 그런지 우울한 생각이 너무 많이 들어서 제발 뭐라도 하고 싶어지는 요즘이다. 여행은 이미 한 1년전에 갔다온 것 처럼 까마득해진지 오래고.

P.S 저번에 엘리베이터에서 이사님을 만났다. 처음 들어올 때 면접을 보셨던 분이라 날 기억하고 계셨는데, 오랜만에 본거라 그런가 "일은 이제 좀 재밌나?" 하고 물어보시는 거다. 한심하게도 난 거기에 대고 되물었다. "근데.. 일을 재미로 하는 게 가능한 일인가요? 세상에 그런 사람이 있나요? " 라고. 크하하하하. 나 참. 간도 부었다. 그 때 뽑아주셔서 감사합니다라고 말하진 못할지언정 이런 망언을. ;; 내 물음에 대한 이사님의 대답은 당연히 있다면서 그 사람 중 하나가 나라고 하시는거다.
난, 흥! 거짓말! 말도 안돼! 라고 생각했다. 물론 속으로만.


경품과 중대결심

일상 2007. 12. 14. 15:39
어제 모 협회에서 주관하는 연말행사에 갔다. 협회이니만큼 여러 회사 사람들이 많이 왔는데 다들 나이가 지긋하신 분들이었다. 보면서 참 중년이 되도록 회사에서 버티려면 장난아니었겠다 싶기도 하고 사회생활을 5개월 남짓한 나에게는 존경스럽기도 하고 그랬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는 그 사람을 잘 모르지만.

거기서 그냥 마지막 행사로, 재미삼아 경품 추첨 행사를 했다. 참가한 회사들이 협찬한 경품을 주는 거였는데, 원래 경품 같은 거 응모하면 1등은 못해도 3등 4등 정도는 잘 되는 편이라 나도 한 개는 되겠거니 하고 있었다.
내가 눈독들이고 있었던 건 리바이스 청바지랑 가습기랑 건강검진상품권, 글로코사민이었다.
내 번호는 38번이었는데. 오오 38광땡 이러면서 행운의 번호다. 하면서 좋아하고 있었다. 화투는 태어나서 한번도 못쳐봤으면서 이런 건 또 알고 있어서.

상품소개를 마치고 사회자는 38번! 을 외쳤다. 오오오.
아저씨들이 엄청 부러워한다.

내 상품은 벤츠 산 사람들한테 주는, 메르세데츠 벤츠 무뉘가 어지러이 찍혀 있는 골프용 가방, 골프 장갑, 골프용 우산, (골프용인지 뭔지 모를) 카드지갑 이었다. '이걸 어디에 쓰라고!' 라면서도 공짜라 받아서 가져왔다. (소시민이라 주변에 골프치는 사람이 단 한사람도 없음) 골프용 가방은 다행히 골프채 넣는 가방은 아닌데 너무 커서 어디에 쓰나 싶었는데 자세히 보니 옆에 있는 주머니에 캐리어가방처럼 끌 수 있는 장치를 폈다 접었다 할 수 있도록 되어 있었다. 밑에 바퀴도 있고. 흐흐. 이건 여행을 위한 하늘의 선물??;; 벤츠 당첨이었다면 더 좋았을텐데 크큭. 벤츠경품은 있지도 않았지만...;;
골프장갑은 운전할 때 끼면 좋다고 하니까 고모드리고 골프우산은 큰 우산 좋아하는 아버지를 드리기로 했다. 캐리어가방 없어서 하나 사려고 했는데 잘됐지 뭐.
청바지가 안된 게 못내 아쉬웠지만 어차피 사이즈가 안 맞는 거였고, 가치로 따지면 내 것이 더 비싼거라고 하니 그냥 참아야지.

돌아오는 길에는 나의 중대 결심에 대해 말하기 위해 전화를 했다.
사실은 요즘 정말 큰 고민 한가지와 두번째 큰 고민 한가지가 생겼다.
저번 블로그에도 몇 번 등장한 오빠가 한 명 있는데, 내가 23살때부터 어찌되었든 날 좋아한다고 말하는 사람이다. 근데 내 감정은 음.. 농담이 아니라 그냥 고등학교 친한 친구만큼 편하다. 이게 끝.
한 번은 오빠는 내가 왜 좋은데.
물어봤더니 그냥 너랑 있으면 제일 재밌어. 이렇게 말을 했다.
재밌어. 재밌다. 재밌어. 흠.. 그래 아주 솔직한 대답이었다. 다른 이유는 없고 재밌어. 음..

입사초기가 힘든 시기인만큼 내가 이 오빠에게 전화하는 횟수가 기하급수적으로 늘어가고 있는데, 어제도 역시 요즘 정말 큰 고민 한가지와 그에 대한 내 결단을 대해 말을 했다.
왠지 예감이 좋으니 잘해보랜다.
아아. 이제서야 좀 안정이 된다.
전화를 끊고 전철안에서 졸리는 가운데 든 생각이, 언제부턴가 내가 뭘 결심하거나 하려고 하면 이건 어때. 저건 어때. 하고 그 오빠에게 물어보게 되고 그 오빠는 하면 괜찮겠다. 안하는 게 낫다. 말을 해주고 난 거의 100% 그 말에 따르는 거다.
그도 그럴 것이 내 행동은 그 오빠가 생각하는 범위에서 단 한번도 벗어난 적이 없는데, 처음에는 설마 설마 하다가 한 2년 지나고보니 정말로 다 그 오빠 말대로 되어버린 경우가 99.9% 인거지.
아니 어떻게 그렇게 잘 맞춰?
물어봤더니 난 예상보다 굉장히 단순하고 행동을 예측하기 쉬운 애 랜다. ;; 흠.
난 내가 굉장히 복잡미묘한 존재인 줄 알았는데.
어찌되었든 2년간 나에 대해 어느정도 연구를 했는지 모르겠지만, 난 어느새 그 오빠에게 의지하고 있고 있었다. 그렇다고 사귀고 싶냐?
오오. 이기적이게도 또 그건 아니다. 이거다. 정말로 고등학교 친구 같다니까.
근데 만약에 그 오빠가 갑자기 내 곁에서 휙 하고 사라진다면?
오오. 난 누구한테 조언을 구하나. 이런거다.

요즘 나의 두번째 고민은 바로 이거다. 이것도 사랑의 다른 모습인걸까? 만약에 그렇다면 사귀어볼까. 하는 것.
내년에는 그냥 자기랑 연애를 하자는데. 그럴때마다.
왜이래 또. 우울해?
라고 말을 하는데. 아악. 사실 우울한 건 나다.
이러다 실컷 사귀어놓고 헤어지면 어떡해?
으으. 모르겠다. 정말로.

참고로 내친구는 그냥 만나보랜다. 하긴 2년 넘게 이렇게 잘해주기도 힘들지.;
흠. 열정보다 강한 건 순정이라던데, 나 사실 말은 이렇게 고민중이라고 해도 80% 정도는 넘어간 거 같다.
근데 문제는 내년에 이 오빠가 취직해서 내려가면 거의 못 볼거라는거지.

아.. 난 왜이러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