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저번주 토요일에 남편과 '기생충'을 보러가서 생리가 터졌다. 이미 수요일 쯤 임신테스터기로 한줄임을 확인해서 큰 기대는 안했지만, 허탈했다. 2017년도만 해도 생리주기가 33일 이상이었다. 시험관 때문에 올해 초부터 몸에 호르몬을 막 때려넣다 보니 생리 주기가 매달 제각각이다. 배아 이식을 하고 일주일만에 생리가 터진 걸 봐선 이식 날짜가 잘못된 것 같기도 하다. 뭐 가장 큰 문제는 내 몸상태가 불량하고 나이가 많다는 것이겠지만... 아직 더 시험관시술을 해야하는데 벌써 몸에서 티가 나서 걱정이다. 우리 부부의 난임은 작은 병원에서는 해결이 될 것 같지 않아 이번 주 토요일에 큰 병원으로 옮겨서 다시 진행해보기로 했다.

2. 영화 '기생충'은 기대했던대로 정말 재밌었다. 난 대학 시절 하루종일 햇빛 한점 안 드는데, 배관까지 잘못되서 베란다에서 하수구 냄새가 역류하는 어느 북향 원룸에 살았다. 어느 날 전주에서 부모님이 올라오셨는데 내가 차 뒷자리에 타자마자 아빠가 하수구 냄새가 난다고 하시더라. 그 뒤로 아빠가 사고를 쳐서 그 원룸에서 아빠와 단둘이 살게 되었을 때도 아빠가 시도때도없이 하수구 냄새 난다고 불평하셔서 말그대로 미쳐버릴 것만 같았다. 엄마는 하수구 냄새 풍기고 다니는 딸을 안타까워 하는데 아빠는 불평만 하셨다. 나중에는 아빠 혼자 하수구 냄새나는 집에 사시라고 하고 뛰쳐나가고 싶었고, 돈이 없어서 하수구 냄새 나는 방 외 다른 대안이 없는데 대체 어떡하라구요? 라고 되물으며 울부짖고 싶었다.

대학시절 당시 아마도 내가 강의실에 들어가면 하수구 냄새 풀풀 풍겼으리라. 이런 경험이 있는 나는 영화 '기생충' 보고 나서 큰 충격을 받았고, 뒷맛이 씁쓸했다. 하나같이 연기를 다 잘하는데 이선균이 제일 아쉽고 조여정이 의외였다. 연기 너무 잘하시더라. 남들이 날 무시하는 것 같으면 뚜껑이 열려 결국 모든 걸 그르치는 우리 아빠가 생각났다. 결국 그게 한국 대부분 중년 남성들의 모습이고, 그 중년 남성들의 가장 큰 피해자는 그 집 딸이다. 나도 그렇게 살았고 '기생충'의 똘똘한 기정이도 결국 최고 피해자가 된다.

3. 그닥 즐겁지 못한 20대를 보낸 나는 대학 축제 철에 TV에서 공연보면서 방방 뛰는 모습 보여주며 젊음을 예찬하는 멘트를 들을 때마다 삐딱해진다.

4. 시어머니와 우리 엄마 두분 모두 우리 부부가 언젠가 자연임신이 될거라고 믿고 계신다. 시어머니는 첫애를 22살에 낳으셨고 우리 엄마는 26살에 낳으셨다. 난 현재 37살이다. 당신들이 애를 임신했던 때와 지금 내가 10살 이상 차이가 나는 걸 전혀 고려치 않는 생각이다. 자연임신하라는 말을 2월 3월에만 해도 그냥 웃어 넘기며 들었는데 앞으론 화가 날 것 같다. 병원에서 거의 가망 없다고 했는데 왜 자꾸 그러시는걸까.

5. 남편이 시험관 실패해서 의기소침한 내 기분을 풀어주겠다고 토요일 내내 애를 많이 썼다. 하하호호 웃으며 오랜만에 데이트다운 데이트를 하고 맛있는 음식에 시술 때문에 못마시던 맥주까지 시원하게 마시고 누웠는데 2월에 처음 병원에 갔을 때부터 남편이 배에 주사 놓아주고 난자 채취하고 배아 이식하고 했던 일이 주마등처럼 스쳐가며 다 쓸데 없는 짓이었단 생각에 눈물이 났다. 결국 혼자 거실나와서 펑펑 울다 잠들었다.

6. 제일 친한 친구가 임신했는데 극초기인데도 양수가 세서 한달동안 입원했다. 걔 입원한동안 심심할까봐 매일 메시지를 보냈다. 그런데 퇴원 후 난 임신했는데 넌 '그러고' 있어서 내가 뭔 말을 못하겠단 식으로 말하고 그 뒤로 연락이 없다. 그냥 평소대로 대해주면 되지 꼭 그렇게 난 임신, 넌 비임신이라는 사실을 그렇게 콕 꼬집어 말했어야 했을까. 빈정상해서 나도 연락 안하고 있다. 

7. 회사일이 한가해졌다. 새로 들어온 직원이 생각보단 괜찮아서 내 일이 많이 줄어 들었다.


새해 2019년

일상 2019. 1. 17. 14:30

1. 남편

  결혼하고 처음 맞는 새해다. 나와 남편은 남들과 좀 다른 신혼생활을 하고 있다. 편하기도 하고 우리가 좀 이상한건가 싶기도 하다. 나랑 남편이 10살 어린 나이에 만났으면 지금처럼 무덤덤하지 않았을까? 란 생각이 들다가도 30대 후반에 결혼한 부부라면 다 우리같을 수도 있겠단 생각도 한다. 몇십년 후를 예측할 순 없지만, 우리 부부는 그냥 지금 상태로 쭉 가지 않을까. 그러니까 남들이 생각하는 신혼부부마냥 엄청 뜨겁게 살고있지는 않다는 말이다. 


2. 자식

  이번 주 화요일부터 생리를 시작했는데, 난 내가 임신 아니라는 걸 알고 있었기 때문에 생리할 줄 알았다. 이번 생리가 결혼하고 3번째 생리니까 내가 3번이나 임신을 못하고 넘겼다는건데, 이거 때문에 너무 힘들다. 임신을 못해서 힘든 게 아니고 우리 엄마 때문에 힘이 든다. 우리 엄마는 나를 허니문 베이비로 낳고 내동생도 임신 계획을 세운 직후 가임기에 바로 맘먹은대로 임신을 했기 때문에 임신이 엄청 쉬운 줄 안다. 그래서 전화할 때마다 임신일 수도 있으니깐 약먹는거 조심하라고 하며 임신을 너무 기대하고 계신다. 그래서 내가 어제 지금 생리 중인데 무슨 임신이냐고 했더니 너 지금 나이에 임신 안되서 고생하는 사람 얼마나 많은 줄 아냐며 왜 노력을 안하냐고 늙어서 임신 못한 거 하나로 또 내 마음을 갈기갈기 찢어놓았다.  


3. 나이

  위에 이어서 하는 말이지만, 35살 넘었을 때 마음 속으로 결혼안하고 사는게 내 운명이라면 하는 수 없다고 생각했다. 그러나 35살 넘어부터는 엄마아빠가 단지 결혼 못한 거 하나로 사회의 낙오자 취급을 하며 시시때때로 늙어서 애도 못낳고 시간은 가고 어떡하냐고 해서 정말 문자 그대로 미쳐버릴 것 같았다. 

  한편으론 어려서부터 부모님이 하지 말란 거 안하고 말썽한번 안 일으키고 살았는데 고작 결혼 못한 거 하나로 죽일년 취급을 받는 게 억울했다. 난 가족이라면 결혼을 안해도 애를 안낳아도 나름 세상 잘살 수 있다고 말해줬으면 좋겠는데 우리 부모님은 가만 있다가도 결혼 못한 거 하나로 날 얼마나 구박했는지 모른다. 

  나중에는 엄마아빠의 잔소리가 잔소리를 넘어 저주로 들릴 정도였다. (혼자 늙어서 보호자도 없을거라는 둥, 외로울 거라는 둥 기타 등등의 저주) 

  작년에 드디어 엄마아빠가 그렇게 바라는 결혼을 하고나니 이제는 나이 많은데 왜 애를 안 갖느냐고 성화다. 나도 내 나이 많은 거 알고 나이 많으면 애 낳기도 키우기도 힘든 거 안다. 그런데 만약 애를 낳고 싶은데도 나이가 많아 임신이 안된다면 제일 슬프고 속상한 건 나 아닌가. 그런 나한테 왜 자꾸 그러시는걸까. 아직 아픈 엄마한테 화를 낼 수도 없고 엄마가 임신 얘기 꺼낼 때마다 너무 힘들다.  


4. 치매 

  원래 일기를 쓴 목적은 매주 가는 교회에 치매 노인에 대해 쓰기 위해서였다. 우리집에서 제일 가까운 교회에 매주 가고 있는데 그 교회에 항상 치매에 걸린 할머니가 오신다. 시도때도 없이 큰소리로 떠들고 저번 주 예배시간에는 엄청난 난동을 부리며 막 욕까지 하셨다. 그런데 젊은 담임 목사님께서 치매 노인이 큰 소리를 내든 말든 개의치 않고 설교를 열심히 하는 걸 보고 감동을 받았다. 

  결혼 주례 때문에 시부모님이 다니시는 우리나라에서 손에 꼽히게 큰 교회에 한번 참석한 적이 있었다. 시부모님이 목사님을 어찌나 어려워하든지, 남편이 비유하길 대학교로 치면 총장님 1:1로 만나는 거랑 마찬가지라고 했으니 많이 어려운 자리인 거 같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심하다 싶었다. 

  그런데 난 그냥 그 대형교회가 싫었다. 원래도 싫었지만 직접 가보고는 더 싫어졌다. 큰 교회에 몸담고 있는 게 대단한 줄 아는 대형교회 교인들과 예수님이 증오해 마지 않던 성경 속 바리새인들과 다른 게 뭔가 싶었다. 중간 기도도 교회 부흥을 위해 하는 거 정말 내 기독교 상식으로는 용납이 되지 않았다. (내 태도 때문에 그날 남편이랑 결국 싸웠다) 

  저번에도 썼지만, 난 장담한다. 예수님이 만약 다시 세상에 오시면 우리나라 대형 교회 목사들이 앞다투어 예수님을 못에 박아버릴 것임을.  

  권위적이지 않고, 치매 노인을 별나게 대하지 않는 우리동네 목사님 존경한다. 계속 다녀볼 생각이다.  


5. 회사

  난 생긴 것과 달리 의외로 회사 사람들한테 짜증 잘 부린다. 오늘 아침에 정말 참을 수가 없었다. 다 내가 부족해서 이런 회사 있는거라 부끄러워 큰 불만 안가지려고 했다. 하지만, 내가 다른 회사 사원 월급에 인사재무총무 하여튼 온갖 잡일 다 하고 있는데 은근슬쩍 또 관둔 직원이 하던 일을 나한테 시키는 행태를 보고 화가 안날 수 없었다. 

  이 회사도 너무 오래 다녔나보다. 

  너무 짜증이 나서 이직할 자리를 알아보는데 결혼을 하고보니 이직에도 소극적이 되고, 새로운 환경에 적응할 자신이 없다. 그러니까 내가 하고 싶은 건 이직이 아니고 그냥 온전히 때려치고 노는 건데, 이제 가정까지 생겨 더더욱 회사 사람들 짜증나서 못다니겠단 얼토당토 않은 이유로 관둘 수 없게 되었다. 


6. 외모

  남편 얼굴이 잘생겨서 같이 외출을 하면 기분이 좋다. 남편 만나고 나서 깨달은 게 있는데, 내가 이제껏 결혼 안한건 내 맘에 드는 외모를 가진 남자가 없어서 였다는 거. 솔직히 조건 좋은 남자도 많았다. 그런데 하나같이 외모가 별로라 마음이 안갔다.

  못생긴 건 유전되고 조건은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그러니까 어떻게 보면 외모가 남자가 가진 조건보다 훨씬 더 중요한 것일수도 있는 것이다. 하여튼 난 내 선택 절대 후회하지 않는다. 남편 외모 내 맘에 드는 거 어찌나 흐믓한지 모른다. 


결혼생활 & 회사생활

단문 2018. 12. 14. 16:20

1. 결혼생활

  남편과 나는 몇십년 결혼생활한 부부마냥 살고 있다. 처음 한 2주간은 울면서 싸우기도 했지만, 지금은 웬만해선 싸우지도 않고. 이제 한달 남짓 됐는데 마냥 편하다. 같은 공간에 다른 사람이 있으면 불편할 줄 알았는데, 다행히 남편은 아무렇지도 않다. 

  남편은 참 여리고 순진한 사람이다. 어떻게 저 나이에 저럴까? 란 생각을 엄청 자주 한다. 워낙 사람을 안만나고 혼자 보내는 시간이 길었던 사람이라 그런것 같다. 순한 남편 얼굴 보고 있노라면 내가 꼭 지켜줘야겠다는 생각한다. 

  여전히 내가 유부녀에 결혼을 했다는 사실에는 적응을 못하고 있다. 


2. 회사생활

  월급 꼴랑 몇푼 올려줘놓고 생색이란 생색은 다내고, 직원 한명이 그만뒀는데 충원도 안시키고 그 일을 다 나한테 시키고 있다. 그래서 예전처럼 회사에서 블로그 업데이트 하는 건 언감생심 꿈도 못꾼다. 


3. 추신. 우리 엄마

  어제 정기검진 검사 결과 수치도 CT 도 아무 이상이 없다고 한다. 어제 회사에서 엄청 짜증나는 일이 있었는데 엄마 소식에 간신히 참았다. 


  많은 위로가 되주었던 이 공간을 너무 버려두는 것 같아 흔적을 남긴다. 


1. 동생

  우여곡절이 좀 있긴 했지만, 3월 둘째 토요일에 동생의 결혼식을 잘 마쳤다. 구두에 불편한 옷 입고 정말 엄청나게 뛰어다녔다. 이제는 동서가 된 신부네 집이 남양주라서 천호동에서 식을 올렸는데, 오전 9시반까지 가서 아침 먹고, 머리하고 화장하는 것만으로 난 완전히 지쳐버렸다. 그런데 그 날 인천-천호동 왕복 운전까지 내가 다 해서, 결혼식 끝나고 완전히 뻗었다.

  중간에 동생에게 들어온 축의금을 입금하라는 특명을 안고 남자친구랑 은행가서 어마어마한 거액을 입금했다. 축의금 받아주는 두 친척오빠가 너무 빨리 데스크를 정리해버리는 바람에, 늦게 온 몇몇 하객들은 식권을 못받는 불상사가 발생했다. 

  내 남자친구를 처음으로 가족과 친척들에게 공개했는데, 양복입은 남자친구 모습이 너무 멋져서 가슴이 뛰어 한동안 정신이 아득했다. 그런데 너무 바빠서 사진 한장 남기지 못했다. 제일 친한 이종사촌 언니들이 남자친구 잘 생겼다고 칭찬해서 기분 좋았다.

 

2. 엄마

  내일 모레 PET 검사 결과가 나온다. 아주 드물게 PET 에서는 암이 발견 안되는 경우도 있다고 하는데, 암이 아니리라 하고 기대하면 처음 암판정 받을 때처럼 너무 충격을 받을 것 같아서 마음의 준비는 하고 있다. 하지만 만약 결과가 너무 참담하다면 도저히 감당이 안될 것 같다.


3. 회사

  회사에서 자꾸 일을 너무 많이 시키려고 한다. 난 이미 두 사람 만큼의 일을 하고 있다. 누가봐도 두 사람의 일을 하지만, 내 월급은 정말 한숨나는 수준이다. 바로 전 직장을 쫓겨나다시피 그만둬야 했고, 대학 졸업하고 첫발을 들였을 때 부터 이미 망한 경력이지만, 가끔 정말 너무 한다는 생각이 든다. 회사에서 내 연봉가지고 협박 아닌 협박을 하고 있다. 요즘 수십번 씩 때려치겠다고 말하는 상상을 한다.

  그런데 바로 전 직장에서 정말 최악의 상사 밑에서 일을 해서 그런지 그때만큼 정신적으로 힘들진 않다. 난 아무리 연봉 올려주신다고 해도 회사에서 제시하는 업무 도저히 납득이 안된다고 말해놨는데, 그 말 한 지 벌써 3주가 지났는데 아무 말이 없다. 이것도 솔직히 말하면 자기들끼리 이미 다 결정해놓고 나한테 통보만 할 작정인 것 같다. 이기적인 인간들. 자기들은 놀고 먹으면서.


4. 급체

  저저번주에 남자친구의 친남동생과 재수씨 그리고 남자친구의 부모님을 만났다. 평소 남자친구가 집이나 부모님 얘기를 전혀 안해서 내심 나를 맘에 들어하지 않는건가 했는데, 막상 집에 가서 어머님께 인사를 하니 왜 이제야 나타났냐며 안아주고 어화둥둥 좋아해 주셔서 한시름 놓았다. 재수씨가 결혼하고 처음 맞는 생일이라고 맛있는 거 먹으러 가는데 나를 초대한 자리였다. 그런데 그 분이 보령 굴단지 가서 굴먹자고 하셔서 하는 수 없이 보령까지 갔다.

  솔직히 말하면 나는 굴을 전혀 좋아하지 않고, 많이 먹지도 못하는데... 가서 평소 내가 먹는 양의 2배를 먹었다. 결국 급체해서 차안에서 토했다. 1차로 던킨도너츠 먼치킨 담는 종이 컵에 토하고, 토하는 와중에 오빠가 겨우 찾은 허술해보이는 비닐봉지에 2차로 토하고, 나때문에 들른 고속도로 휴게소 화장실에서 3차로 모든 음식을 다 토해버렸다.

  남자친구 부모님께 너무 강렬한 첫인상을 남겼지만, 차안에 토하지 않았다는 것 만으로 다행이라고 생각하기로 했다.


5. 사랑

  주말에 오빠가 결혼하자고 했다. 정식으로 청혼을 안해서 서운하냐고 말했지만, 내가 서운할 리가 있을까. 좋아서 울 뻔했다. 결혼 얘기를 꺼낼 때 너무 좋아하는 티를 안내려고 노력했지만, 내가 너무 좋아하는 표정을 지어 자기가 무슨 한류 아이돌이 된 기분이었다고 한다. 결혼하자고 말하길 정말 잘했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니깐, 홧김에 말하고 후회 중은 아닌 것 같다.

  한 때는 결혼 같은 거 안해도 상관없다고 생각했고, 애인 없어도 외롭다는 느낌 전혀 없었는데.... 사람 일이란 정말 알 수 없나보다. 남자친구를 만날 때 마다, 매 순간 반하고 가슴이 뛴다. 어떻게 나같은 인간이 누군가를 이토록 좋아하고 원할 수 있는건지 신기할 뿐이다. 난 진정한 사랑 이런 거 불가능한 인간인 줄 알았는데. 결혼하고 싶은 생각은 평생 안들 줄 알았는데...

  지금 내 소원은 오직 하나, 매일 매일 오빠를 보는 것이다. 조금만 기다리면 이뤄질 소원이라는 게 믿기지 않는다.




성수기

단문 2018. 1. 11. 13:01

  11월 중순 부터 바쁘더니, 요즘에는 회사에서 정말 한시도 안쉬고 일만 한다. 남자친구가 생길 줄 모르고 9월에 덜컥 1년 코스로 등록한 학원은 학원대로 다녀야 하고, 일주일에 간신히 한번 보는 남자친구와 토요일에 한번 보고, 일요일에는 늘어지게 낮잠자고 평일에는 또 미친 듯 일을 한다. 간간히 지친 몸을 이끌고 학원까지 간다.

  지난 여름에는 약 한달 뒤의 일을 땡겨서 다 해도 할 일이 전혀 없어서 매일같이 민망할 정도로 블로그에 자주 글을 썼는데, 요즘 너무 블로그를 버려두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 한켠이 항상 불편하다.

  책 읽는 시간도 많이 줄었다. 아직도 '죄와 벌' 을 읽는 중인데, 이제 2권 60% 지점을 읽었다. 소냐에게 라스콜니코프가 죄를 고백하는 부분 읽으며 감탄을 거듭했다. 정말 신들린 글솜씨다.

  올해 겨울은 엄청 춥지만 맑은 공기, 별로 안 춥지만 미세 먼지 이 두가지 외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겨울답고 아름다운 건 역시 춥고 맑은 공기지만, 추운 날 지하철 플랫폼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전철을 기다리다보면, 빨리 봄이 왔으면 하는 생각만 든다. 

  점심시간에 잠깐 짬이 나서 쓴다. 나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혹시 있을지도 모르니.


근황

일상 2017. 12. 12. 17:27

1. 바쁜 회사

  원래 11월에 로마에 놀러가려던 계획을 취소한 건 신의 한 수 였다. 11월 중순부터 저번주 까지 정말 미친 듯 바빴다. 물론 다른 회사 사람들처럼 절대적으로 바쁜 건 아니었다. 전 회사에서는 매일  저녁 안먹고 밤 10시까지 몇개월 내내 야근해도 도저히 해야할 일을 다 끝마치지 못하는 경우도 많았으니까. 하지만 이 회사에서 지금 내가 받는 월급과 이제까지의 업무량을 따져보면 분명 바빴다. 지금 회사로 이직한 지 이제 2년 3개월 됐는데 처음으로 6시 넘어까지 일했다. 그렇다보니, 야심차게 시작했던 독후감 쓰기도 전혀 안쓰고 있고, 일기도 못쓰고 그랬다. 오늘은 조금 짬이 나서 근황을 전한다. 


2. 친구의 연애

  친구가 연애를 시작하고, 행복에 들떠 있을 때, 내 우울의 모든 원인은 '남자'라고 단정지어서 당시 엄청 열받고 분했다. 실제 내가 연애를 하고보니, 역시나 난 친구가 말한 유형의 사람은 아니었다. 분명 지옥같았던 그 시기만큼 우울하진 않지만, 그렇다고 해서 모든 사람에게 너그러워 지고 마냥 행복하지는 않다는 말이다. 1년이 지난 지금 약간 친구와 나는 어쩌다보니 약간 상황이 역전됐다. 친구는 여전히 그 남자를 만나지만, 그 남자 때문에 종종 우울한 모양이다. 글쎄.... 난 아무리 친한 친구여도 애정 문제에 있어서는 말을 아끼는 편이라, 걔에게 별다른 말은 안했지만, 내가 들은 모든 정황을 종합해 볼 때, 친구의 애인은 그다지 좋은 남자는 아닌 것 같다. 아니 좋다 나쁘다 말할 수 없고, 그저 둘은 원하는 바가 달라도 너무 다르다. 나 같으면 못참고 벌써 도망가고 말았을 것 같다.


3. 해프닝

  11월에 쓴 일기에 적었던 무단결근하고 회사를 관두겠다고 난리를 피웠던 직원은 어쩌다보니 다시 주저앉았다. 지금 내 대각선 맞은 편에 앉아서 일하고 있다. 그런데 언제 또 그럴지 알 수 없어서, 도저히 믿음이 안간다.


4. 도스토예프스키

  내 곁에 아무도 없었고, 어떻게든 살아보고자 손을 뻗었지만 무참히 무시당하고 말았던 지난 여름을 생각하면 아직도 가슴이 쓰리다. 아마도 20살 이후 인생 최고의 위기가 아니었을까. 그 때 내 우울에 전염될 것 같아서 나를 보지 않겠다고 말했던 사람과는 마음 속으로 영원히 절교했다. 우울의 절정에 있을 때 그나마 날 살려준 건 기도와 Bach 와 E.M 포스터의 책들이었고, 역시 사람은 나에게 전혀 위로가 되지 않았다. 우울의 진창에서 빠져나와 어느 정도 뇌가 정상 궤도에 도달했을 때 부터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을 읽었는데, 그때부터 난 진심으로 도스토예프스키를 존경하게 되었다. 아직 그의 작품을 다 읽진 못했지만, 요즘 도스토예프스키의 책이 너무 재밌다. 도스토예프스키는 며칠 전 읽은 이반 부닌이나, 나쓰메 소세키처럼 아름다운 문장을 쓰는 작가는 아니다. 하지만 난 언제나 고독하고 괴팍하고, 다혈질에 결국에는 약간 미쳐버린 도스토예프스키 세계의 인물들이 너무 좋다. 그들은 분명 사랑스럽다는 표현이 어울리는 인물들은 아니지만, 난 진심으로 그들을 사랑한다. 도스토예프스키가 쓴 등장 인물에 대한 묘사를 읽을 때마다 매번 감탄하고 놀란다. 지금은 '죄와 벌'을 읽는 중이다.


5. 나의 연애

  남자친구 집과 우리집이 꽤 멀고, 그에게 차가 없어 결국 우리는 일주일에 한 번밖에 못 보고 있다. 거깃다 남자친구는 주말에 하루는 꼭 출근해야 하는 사람이라.. 더더욱 만나기가 쉽지 않다. 그와 만난지 꽤 오래된 것 같은데 따져보니 사귄 지 아직 한 달 밖에 안됐다.

  저번주에 만났을 때 오빠에게 정말 내 남자친구가 맞는 거냐고 물었다. 그만큼 아직도 실감이 안난다. 첫눈에 반한 이 귀여운 남자가 날 좋아한다니... 이거 정말 꿈 아니야? 행복할 겨를도 없이 끝없이 의아할 뿐이다.

  주책 바가지 같이 너무 좋아하는 티를 내서 민망할 때도 많지만, 모르겠다.. 난 좋아하는 남자에게 잘해줄 수 있는 한 최대한 잘해주는 게 소원이었는데, 이 기회에 소원 성취 하는 셈 치고 계속 잘해주려고 매일같이 다짐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너무 들뜨지 않으려고 무지 애쓸 때도 있다. 조금 두려운 기분이 든다. 언제까지 이 감정이 지속될 지 알 수 없기도 하고, 나보다 남자친구가 먼저 변할 수도 있는 거니까 말이다. 나는 어쩔 수 없나보다. 행복할 때도 최악의 상황을 상상해보는 버릇은 도저히 고쳐지지 않는다.


운동의 효과

단문 2017. 5. 17. 12:59

  콜드플레이 콘서트가 큰 위안이었나보다. 콘서트 보고 친구 만나고 고양이 만난뒤로 즐거운 기분으로 꽃도 보고 주어진 삶에 충실했는데, 엄마와 동생의 잔소리를 들은 뒤로 다시 부쩍 우울해졌다. 내가 더 분하고 슬펐던 이유는 엄마와 동생의 말이 다 맞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정말 한심하고 답이 없다.

  아래 글은 사무실에 앉아 있기는 있는데 일도 손에 잡하지 않고 너무 답답하여 쓴 일기였는데 다시 읽어보니 참 추하다. 뭐 그렇게 힘들고 어렵다고 저런 글을 싸질러 놨을까. 아래 일기를 쓰고 나서 엄마한테는 좀 죄송했다. 우리 엄마가 나한테 잔소리를 하시는건 그만큼 엄마가 기력을 회복했다는 뜻이기도 하니, 좋게 생각할 수 있는건데.

  어렸을 때 품위없고 찌질했던 때가 차라리 행복했을까. 지금은 어떻게 하면 고상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는지 어느정도는 알고, 그렇게 살기위해 죽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 고통스럽다.

  괴로운 마음에 원래 읽던 책을 중단하고 다시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 를 다시 읽고 있고, 퇴근 후에는 꾸역꾸역 인천여상 운동장에 가서 운동을 한다. 다리가 풀릴 것 같이 운동을 한시간 하고 집에 와서 책 읽다보면 간신히 잠들고, 로봇 처럼 일어나 회사에와서 기계처럼 일한다. 


  요즘 주중에 회사에서 너무 바쁘다 보니, 주말에 아무것도 안하고 축 쳐져 있다가 일요일 밤에 우울함에 몸부림 치며 책 몇 장 읽다 잤다. 주말 내내 너무 의미 없이 시간을 보내는 것 아닌가.. 하고 죄책감이 들 때도 있지만, 제일 중한 건 건강이니까.. 푹 쉬는 것도 나쁘지 않겠지.


1. 사랑스러운 후배

  첫 회사 후배를 만났다. 내가 워낙 좋아하는 애라 맛있는 걸 많이 사줘야지 했는데, 도리어 내가 얻어먹었다. 생일도 챙겨주지 못해서 내가 저녁을 꼭 사고 싶었는데.. 그 약속 때문에 오랜만에 명동에 갔다. 첫 회사의 추억이 어린 명동에 가면 기분이 좀 이상해진다. 좀 슬픈 기분 들기도 하고. 제대로 적응해서 죽으나 사나 그 회사에서 버텼으면 지금보다 나았을까.. 하는 생각도 들고. 나이가 그 때는 지금보다 훨씬 어렸어도, 사회적 지위(?)는 오히려 지금보다 높았던 것 같기도 하고 그렇다. 하지만 언젠가는 때려치고 말았을 첫 회사라 미련은 없다. 첫 회사에서 유일하게 얻은 건 이 후배 하나다. 후배 만나기로 한 명동 롯데 백화점 안에 들어갔다가 한창 길 잃고 헤맸다. 정말 갈 때마다 다신 오고 싶지 않은 곳이라 생각하게 되는 복잡한 곳이다. 갈 때마다 한번에 뭘 찾은 적이 없다. 

  내가 처음 직장생활 할 때는 명동 일대가 모두 일본인들이었다. 어디서나 일본어가 들렸고, 일본인들은 양손 가득 쇼핑백을 들고 돌아다녔는데, 지금 명동은 모조리 중국인들 이었다. 세상이 많이 변했다. 우리 동네에 배타고 내리는 중국인들과 다르게 명동 중국인들은 부유해보였다.

  자라 매장 가면 항상 건성으로 보고 뭘 사본 적이 없었는데, 이번에 후배와 자라에 들어가서는 원피스를 하나 샀다. 바느질 상태는 정말 한숨나는 수준이지만, 사이즈가 나한테 딱 맞고 디자인이 예뻤다. 가끔 가서 사야지 하고 마음 먹었다. 워낙 저렴해서 부담이 없기도 하니까. 오랜만에 지인을 만나서 사는 얘기도 듣고 내 이야기도 하니 기분이 좋았다. 너무 오랫동안 이런 기쁨을 맛보지 못했다.


2. 우편함

  퇴근 길에 우편함에 우편물이 그대로 있으면 '오늘도 엄마가 한 번도 바깥에 나오시질 않았구나...' 하고 생각한다. 이번 5차 항암 치료는 4차보다 더 수월하게 넘기셨다. 4차 항암 치료가 초등학교 4학년 같은 건지.. 저번 4차 항암 치료 끝내고는 너무 힘들어 하셨는데 오히려 5차를 쉽게 넘기셨다. 정말 다행이다.


3. 대전 결혼식

  원래 어제는 대전에 갔어야 했다. 유일한 초등학교 친구의 결혼식이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몸이 너무 좋지 않아, 친구에게 양해를 구하고 돈만 보냈다. 그 친구는 8살 어린 남자와 결혼을 한다고 한다. 연애한다는 말 들었을 때 행여나, 중간에 헤어지면 걔(남자)는 아직 팔팔한 나이 인데, 얘(내친구)는 어떡하나 싶었는데 결혼까지 해서 다행이란 생각 들었다. 8살 어린 남자는 대체 어떻게 생긴 사람일까 궁금해서 가보고 싶긴 했지만, 안가길 잘한 것 같다. 갔다왔으면 병이 나서 앓아누웠을 것이다.


4. 가을 월미공원

  어제 우리동네에 있는 주차장이 꽤 넓은 유니클로에 가서 세일하는 울트라 라이트 다운을 3개나 샀다. 두 개는 엄마 것, 한 개는 내 것. 나는 이미 두 개 가지고 있지만, 나는 겨울내내 울트라라이트다운을 거의 매일 같이 입기 때문에 한 개가 더 필요했다. 사고나니 너무 든든하고 기분 좋았다.

  차까지 끌고 나왔는데 그냥 들어가기 아쉬워서 엄마와 월미공원에 갔다. 언제나 주차장에 자리가 남아돌고 한가한 월미공원에서 단풍나무도 많이 보고 은행나무도 봤다.

  월미도 인근을 전 안상수 시장이 얼마나 많이 망쳐놨는지 볼 때마다, 가슴이 너무 아프다. 희대의 뻘짓으로 월미은하레일 이라는 걸 설치해서 그 멋대가리 하나 없는 레일과 큰 기둥이 월미도 인근 풍경을 재앙에 가까울 정도로 심각하게 망쳐 놓는다. 스산하고 모든 것이 낡은 예전 월미도가 너무 그립다. (영화 고양이를 부탁해 에서 나오던 그 월미도)






5. 사무실 이전

  요즘 사무실 이전 때문에 회사에서 죽을 맛이다. '사공이 많으면 배가 산으로 간다.' 라는 속담이 뭔지 몸소 체험 중이다. 참견하는 사람이 너무 많으니 뭐하나 제대로 되는 게 없다. 12월이면 안그래도 바쁜데, 대체 왜 이사날짜를 12월로 잡은 건지 모르겠다. 또 한창 추울 때 아닌가.

  그래도 LSM Effect 로 인해 심하게 스트레스 받고 있진 않다. LSM Effect 는 내가 지어낸 말인데, LSM 이 전회사에서 날 괴롭히던 부장의 이니셜이다. 푸하하하. 막 열이 받고 내 뜻대로 되지 않아 힘들다가도, 그 여자와 함께 일하던 시절을 회상하면 웬만한 일에는 화도 안나고 순식간에 마음이 평온해진다. 앞으로 그 여자보다 힘든 직장 상사는 없을 거라 믿는다. 지금 생각해보면 내 인생 전체로 볼 땐 그 여자에게 당한 일들이 완전히 나쁜 일만은 아니었다. 그 여자로인해 직장 상사에 대한 내 기대 수준이 사정없이 낮아진 것은 고마운 일이다. 요즘에는 회사 사람들이 배푸는 정말 작은 배려에도 감사하게 된다. 그 여자와 비교하면 더 나쁜 사람이 하나도 없으니, 지금 회사에서 아무리 열이 받아도 좋게 좋게 생각하려고 노력한다.


6. 친구의 연애

  친구가 공들이는 남자가 생겼는데, 그 남자가 생긴 뒤로 나에게 보내는 카톡의 양이 10분의 1로 급감했다. 잘되가서 그러는 거겠지. 뭐 우리 나이에 더 중요한 건 우정보다는 사랑일테니 이해는 하지만, 못내 좀 서운하다. 친구에게는 괜히 질투하는 것으로 보일까봐 말은 못했지만, 저번에 카페가서 실제로 본 남자와 내 친구.. 비주얼 적으로는 너무 안 어울려서 당혹스러웠다. 하지만 응원한다. 걔가 이제까지 고생하면서 산 걸 아니까.


7. 친구의 고양이

  내 일기에 자주 등장하는 유방암으로 투병 중인 친구가 고양이를 키우기 시작했다. 고양이 사진을 올리려고 인스타그램도 시작했는데, 인스타그램으로 가끔 보는 친구의 고양이는 예쁘긴 진짜 예쁘다. 너무 예뻐서 살아있다는 생각이 안들 때도 있다. 고양이가 비현실적으로, 그리고 충격적으로 귀엽지만, 난 죽어도 못 키운다. 한 생물을 거둬야겠다 다짐하고 실제 행하는 사람들 보면 존경스럽다. 난 정말 용기가 안난다. 그런 대단한 일을 할 수 있는 사람도 절대 아니고.


실수 연발

단문 2016. 11. 4. 22:14

처음 성수동으로 출퇴근 할 때는 눕자마자 잠들었다. 요즘에 이상하게 잠이 오질 않는다. 누워서 음악 몇 곡을 들어야 간신히 잠이들고, 아침에는 피곤한 상태로 간신히 일어난다.
엄마 앞에서는 최대한 밝게 보이려고 노력한다. 회사에 아무일 없고, 건강도 좋고, 근심걱정도 없어 보이는 게 아마도 엄마의 건강에 가장 좋을 거라 생각하니까.
그런데 요즘 자꾸 회사에서 실수를 한다. 실수를 하면 스스로 실망하기 때문에 자꾸 검토도 하고 더이상 실수 안하려고 온갖 노력을 다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실수가 나온다.
오늘도 평소 같으면 절대 안했을 실수를 했는데 며칠 전 부터 요즘 곽대리 이상하다고 일하는 감 떨어졌다고 하던 부장님이 요즘 힘든 건 알지만 너무 심각한 거 아니냐고 자꾸 이러면 곤란하다고 하셨다.
아마 나였어도 화가 났을 것이다.
난 집안에 힘든 일 있어도 티 하나도 안내고 평소대로 일 잘하고 싶은데, 이건 내 희망 사항일 뿐 요즘 회사에서 난 엉망진창이다. 컴퓨터 앞에 앉아서 일을 하는 중에 끝없이 말도 안되는 망상을 하고 그것 때문에 도무지 심적으로 안정이 안된다. 조금만 더 이 상태가 지속된다면 현실과 상상을 구별하지 못하는 정신병에 걸릴 것만 같다.
뭘 어떻게 해야 원래대로 돌아갈 수 있는지 모르겠다.
겨우 이딴 일로 친구 카페 구석에서 울면서 일기 쓰고 있자니 또 한심하고.


친척 동생의 결혼식

일상 2016. 6. 19. 23:04

6월에만 결혼식 두 개를 가야했다. 휴. 이제 그 미션을 완료했다.

어제 결혼한 사촌 남동생은 나와 가장 친한 친척 중 하나로, 28살 밖에 안됐는데 결혼했다. 일한지 1년 조금 넘었는데 결혼할 수 있는 이유는 아마도 외삼촌께서 서울에 살 아파트를 마련해 주셨기 때문이겠지.. 

이번 결혼식은 양쪽 다 기독교라 예배 형식으로 진행되었다. 억지 웃음을 유도하는 사회자가 없어서 좋았다.

부모님 모시고 공덕까지 전철로 왕복하는 게 보통 일이 아니었다.

친척들이랑 얘기 하느라 아침 10시 반쯤 나가서 5시쯤 집에 도착했는데 날씨도 뜨겁고, 구두를 신어 발도 아프고, 여러가지로 너무 너무 피곤했다. 집에 오자마자 씻고 밤 7시쯤 누워 자다 밤 11시쯤 잠깐 눈떴다가 오늘 아침까지 잤다.

엄마가 몸이 안좋아서 부쩍 우울해하셨는데 이모들 보고 조금 기분이 나아지셨다. 다행스러운 일이다.

그나저나 부부가 되어도 남이라는 걸 나는 친가나 외가 갈 때 느낀다. 부모-자식은 몰라도 역시 부부는 남이다.

너는 왜 시집 안가냐는 말을 엄청나게 많이 들었다. 이젠 그냥 그런가보다... 하게 된다.


회사에서 연봉협상을 하는 중이다. 스트레스가 심했는지 며칠전 임금동결되는 꿈까지 꿨다. 우리집 사정이 어려워지면서 엄마가 무리하게 일을 늘려서 하고 계신다. 그런 의미에서 내 월급이 꼭 올라야 하는 상황인데 안 올려줄까봐 걱정도 되고.

회사 이전이 확정 되었다. 그 소식을 듣고 얼마나 좌절했는지 모른다. 뭐 이사가면 지금보다 집에서 가까워지긴 하겠지만, 일이 엄청나게 많을 것이다. 한달은 나 죽었다... 하고 일해야 할 것 같다.


영어 작문을 일주일에 두개씩 하고 있는데, 점점 틀리는 게 줄어들어서 보람있다. 그런데, 아마 내 영어 작문 수준은 1학년 애들이 그림일기 쓰는 수준의 문장이겠지 싶다.


날이 점점 더워진다. 기분이 좋아진다. 난 역시 더운 게 좋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