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혼이 빠져나온 꿈

단문 2017. 6. 22. 17:34

  며칠 전에 꿈을 꿨는데, 그게 너무 생생하다.

  꿈의 내용은 이러하다.

  내 방에서 자다가 아무 이유없이 영혼이 몸에서 빠져나왔는데, 내가 죽은 것 같진 않았다. 말 그대로 나의 신체와 정신이 분리된 것 뿐.이미 영혼이 되어버린 나는 방문을 열 수도 없어서, 껍대기인 나의 몸을 보며 침대 주변만 둥둥 떠서 빙글빙글 돌다가 영혼 상태로는 할 수 있는 게 별로 없다는 생각에 다시 내 몸으로 들어갔다.

  그런데 그 때부터 가위에 눌리는 것 처럼 몸이 움직이지를 않는거다. 나는 온 힘을 다해서 눈을 떴고, 아... 꿈이구나 안도하면서 멀뚱 멀뚱 천장보며 누워있었는데, 그 조차도 꿈이었다. 꿈에서 또 꿈을 꾸고 깨어나기도 두번 깨어난 것이다.

  인생 최악의 꿈이었던 강도가 내 발목 잡고 질질 끌고 다녔던 꿈 만큼이나 불쾌하고 생생한 꿈이었다.

  순간, 혹시 이거 꿈 아니고 내가 순간 영혼이 빠져나왔던 건 아닐까? 란 생각과 영혼이 되었을 때 멀리 떠나버렸다면 난 영원히 영혼으로 이승을 떠돌았을지도 모른단 으스스한 생각이 들었다.

  영화 주인공들은 악몽을 꾸면 막 큰소리로 비명을 지르며 식은 땀을 줄줄 흘리면서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다. 하지만 나는 악몽 꿔도 그렇게 침대에서 벌떡 일어난 적은 한 번도 없다. 가슴이 심하게 쿵쿵 뛰고 무서워도 절대 침대에서 일어나지 않고, 가끔 너무 무서운 꿈이면 누워서 깍지끼고 하나님께 기도드리고 그냥 잔다. 악몽마저도 잠에 대한 내 강한 의지를 막을 수 없는 것이다. (나는 잠들기 직전까지 소음에는 엄청 민감하지만, 일단 잠들면 새벽에 천둥번개가 쳐도 세상 모르고 자는 편) 

  엊그제도 그냥 그렇게 누워서 기도하고 아침까지 푹 잘잤다. 아직까지도 불쾌한 기분은 조금 남아 있었지만.

 


어제 꿈

단문 2016. 6. 23. 19:02

어제 진짜 웃긴 꿈을 꿨다.
꿈속에서 우리 엄마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남자와 결혼식을 잡아놨다면서 오후에 식장으로 오라는거다.
식장에 가보니 정말 결혼식 준비가 되어 있는 것 아닌가.
신랑될 사람도 예복을 입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난 이 엄청난 사태를 어떻게 수습 해야하나 고민하다, 예식장에 오늘 예식 취소 되었다고 방송을 부탁하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꿈에서 깼다.
그런데 오늘 아침 네이버 화면을 보니 꿈속에 내 신랑될 사람으로 나온 사람 얼굴이 글쎄 국가스텐의 ㅎㅎㅇ.
푸하하하. 나는 국가스텐 음악 한번도 들은 적도 없는데 대체 이게 어찌된 꿈인지 모르겠다.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프로에 이 분이 나와서 한번 화면으로 봤는데, 당시 별 감흥 없었는데 무의식 중에 그 분이 좋았던건지. 뭔지.
6월에 예식장을 두번이나 가서 이런 꿈을 꾸었나보다.
더 웃긴 건 내가 꿈속에서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식 올릴까 하고 고민했다는 거다. 꿈 속 신랑 외모가 그리 나쁘지 않았어. 내 기준으로는.


꿈과 주말

일상 2016. 2. 14. 17:19

이틀연속 심란한 꿈을 꾸었다.
토요일에는 스무살 때 사귀던 애와 도쿄도청 전망대를 갔다. 진짜 왜 얘가 나와서 하필 도쿄 도청에 가냐 싶어 잠에서 깨어난 후에도 헛웃음이 나왔다.
오늘은 내 인생에 최고 쓰린 기억으로 남은 그 남자가 꿈에 등장했다. 꿈속에서 우리는 아무일도 없었던 것 처럼 농담과 안부를 주고 받다가 그 남자는 와이프와 산부인과에 가야한다면서 일어났다.
부인이 자궁이 안좋아 임신을 못한다면서 너는 건강해서 다행이다…라는 말을 남기고 떠났다. 잠에서 깨어나 외마디 욕을 내뱉었다.
꿈속에서 결혼했다는 말을 들었는데 생각보다 가슴이 찢어지게 아프진 않았다.
그런데 제발 꿈속이든 실제든 이름이고 얼굴이고 안듣고 안보고 싶다. 잘살고 있었으면 좋겠지만, 싫다. 그 사람에 관한 모든 것이. 정확히는 그 사람과 얽힌 과거의 내가 싫은 것이다. 내 인생에서 그렇게 열열히 내 자신을 혐오했던 적이 없다. 떠올리고 싶지 않다. 될수만 있다면 영원히.
건강이 나빠져서 여기저기 면역력이 떨어져 나타나는 증세로 고생 중 이다. 주말에도 건강이 악화될까봐 멀리 나가지 못해 엄청 심심하다. 누워서 유튜브 영상을 한시간 넘게 멍하니 보면 그나마 있던 내 총명함 마저 허공에 흩뿌려지는 기분이다.
책도 영 눈에 안들어오고, 새로 알게된 좋은 노래도 없고, 식욕도 없다.
설연휴동안 영화도 두편이나 봤는데 리뷰도 못남기고 있다.
빨리 건강해졌으면 좋겠다. 혼자 영화도 보고 싶고 드라이브도 좀 하고 싶다.
어제는 테만 있던 안경에 렌즈를 넣었다. 다음주부터 이틀에 한번 꼴로 안경을 끼려고 한다.
올해 계획한 일이 꽤 많은데 모든 일을 3월이후로 미뤘다. 단 하나라도 계획한대로 이뤄졌으면 좋겠다.


예전에도 쓴 적이 있지만, 난 내가 다시 학생이 되는 꿈을 자주 꾼다. 교복입고 교실에서 공부하는 꿈 말이다. 난 고등학교 때 진짜 공부를 하고 싶었고 좋은 대학교 입학하고 싶었는데, 내가 다니던 학교는 아무것도 가르쳐주질 않았었다. 잘하고 싶은 욕심도 있었고, 공부가 싫은 마음도 들지 않았다. 나 혼자 좋은 대학 가고싶어서 아둥바둥 대는데 우리 엄마아빠는 전문대 가서 돈이나 벌어오면 된다는 주의였다. 나보다 못하는 애들도 좋은 대학 보내려고 부모님이 안달인데, 나쁘지 않은 성적이고 공부를 싫어하지도 않았는데 전문대를 가거나 지방 국립대 전북대 전남대나 가라는 성화에 고등학교 시절 내내 시달렸다. 전학간 학교는 최악이었다. 고등학교 내내 배운 과목 중 처음부터 끝까지 과목을 가르쳐준 적이 거의 없었다. 근데 그 시골에서는 항상 그렇게 해오고 그게 당연했다. 불만을 갖는 내가 이상한 사람이었으니까. 국어, 물리를 제외한 모든 과목은 진짜 나 혼자 책보고 공부한 거다.
대학시절에도 취직은 되겠냐, 돈은 벌겠냐 부터 시작해서 내가 돈을 벌어오지 못할 미래에 대한 걱정에 시달렸고, 직장을 관둘 때는 농담이 아니라 부모님은 며칠간 나를 쳐다도 안보셨다. 백수로 지낼 때는 이럴 줄 알았으면 엄마말대로 간호전문대 들어가서 취직이나 할 걸 하고 후회한 적도 있지만, 내가 위태롭게 매달려 있을 때 그냥 엉덩이만 쑥 밀어 주셨으면 내 마음이 이렇게 주기적으로 우울하지도 않았을거고, 교실에서 교복입고 공부하는 꿈을 주기적으로 꾸지 않았을텐데.
내가 딸이어서 그랬던 것일까? 아니면 진짜 돈이 너무 없어서?  요즘도 매일 돈없단 소리에 시달리는데 솔직히 지금 월급으로 집에 내놓을 돈도 더는 없고. 더 두려운 건 나중에 내 자식도 이런 미련에 시달릴 것 같아서... 두렵다. 돈이 진짜 웬수고 돈에 꿈도 결정나고 인생도 결정나고, 마음도 결정나고, 사랑도 결정나고, 성격도 결정나는 거 같다. 돈 싫다.
근데 난 그 드럽고 치사한 돈조차 제대로 못벌어. 그렇게 박박 우겨서 대학 들어와서 졸업했으면 제대로 풀렸어야 할 거 아냐.  4월만 되면 왜 사람은 비관적이 되는거지. 유령처럼 지옥같은 고등학교를 왔다갔다하는 버스 안에서 벚꽃을 보면 그냥 죽고 싶단 생각이 들었었다. 그래서 그런것인가. 물론 내가 부잣집에서 안정적으로 학창시절을 보냈어도 내 인생은 딱 이 정도 수준이었을 수도 있는거지만... 10년 된 일에 이렇게 미련 갖고 우울해지는 내가 참 싫다. 누가 보면 무서울 정도로 찌질한거지.


영화 시청

단문 2012. 2. 29. 00:07
나의 학창 시절 꿈은 영화평론가, 영화기자였다. 이루지못한 꿈에 대한 회환, 아쉬움 때문인지 영화평론가 되고 싶었단 말을 블로그에 한 백번도 넘게 쓴 것 같다. 나름대로 영화에 대한 관심의 끈을 놓지 않고 후진 영화는 안보려고 노력했지만, 끝내 내 꿈은 이뤄지지 않았다.
난 영화보는 걸 업으로 하기엔 취향이 매우 편향적인데 추격자 같은 잔인한 영상의 영화는 편당 백만원주면 보라고 해도 보고 싶지가 않다.
엊그제는 극장전 을 티비에서 해주길래 봤는데 평론가들이 물고빨고 매니아들이 환장하는 홍상수 영화인데도 아무런 감흥이 없었다. 근데 어쨌든 그 일관성만은 높이 사고 싶다. 한결같은 점.
이런 걸 보면 꿈을 이뤘어도 항상 괴로워 했을 것 같기도 하다. 내가 쭉 영화를 광처럼 봤어도 잔인한 영화는 못봤을 것 같고, 홍상수 영화를 싫어했을 것 같으니까.
야구를 못본지 거의 반년이 되어가서 주말 할일 없음과 심심함에 지친 나는 요즘 DVD도 꽤 구입하고 영화기사를 기웃기웃하며 주말에 영화한편보려고 노력씩이나 하고 있다.
이런 영화를 보고싶은 '영화혼'이 다시 살아난 덕분에, 나의 까다로운 취향에 꼭 맞는 영화를 보고 싶은 맘이 샘솟고있다. 그리고 보고 싶었던 영화가 생각보다 훨씬 괜찮았을 때 오는 기쁨이 요즘 나의 유일한 위안이다.
블로그에 감상평 쓰려고 임시저장만 엄청나게 해놓고 있는데, 언젠간 올릴 수 있겠지.

꿈속의 그 이.

단문 2011. 9. 19. 10:33

가끔 전혀 이성적 감정이 없는 실제로 알고 지내는 남자가 꿈속에 나타나서 좀 민망한 상황이 되는 경우가 있다. 그렇게 되면 괜히 나 혼자 얼굴이 붉어지곤 하는데 오늘 밤 꿈이 딱 그랬다.
전에 블로그에 친해지고 싶다고 한번 썼던 남자가 꿈에 나왔다. 그 남자랑 대화다운 대화를 나눈지 거의 두달째. 그 뒤로는 그냥 마주치면 인사만 하는 정도고 나도 뭐 대화를 시도해야 할 필요성을 전혀 느끼지 않았는데, 세상에 그 남자가 꿈속에 떡하니 나와서 나랑 같이 누워서 축구를 봤다. 그것도 한 밤중에 하는 EPL을 불끄고.; 
아 왠지 내가 좀 욕구불만 여성이 된 것 같아서 쪽팔린다. 아.. 젠장. 왜 꿈속에 나오고 지랄. 근데 다행스럽기도 하고 아쉽기도 하지만 누워서 같이 축구보는 이상의 내용(?)은 꿈속에서 구현되지 않았다. 크크크.

거절당하는 기분

단문 2011. 8. 22. 10:02

친해지고 싶었는데 상대방이 나를 슬슬 피하는 것 만큼 서러운 일도 없는 것 같다. 친구가 되고 싶었는데 거절당하는 기분은 애인되고 싶어서 접근하여 거절당하는 일보다 백만배는 슬프다.아무래도 애인되고 싶다고 말했는데 거절당하는 경우는 흔한 편이니까. (음? 나한테만 흔한가?) 
나이 들수록 거절의 쓴 맛을 알아가고, 거절의 위험성을 감수하면서 까지 친구를 만들고 싶지 않고 그래서 점점 더 주변에는 떠나는 사람만 많아지고 친해지는 사람은 없나보다. 친하다고 생각했던 사람 말고 정말 친한 사람을 만나면 기분이 나른해지면서 끝없는 편안함을 느낀다. 결국 내가 매일 보는 사람도 친한 척 하는 사람일 뿐 진짜 친한 사람은 아니라는 뜻.  
그래서 서른 쯤 되면 애인이 필요한 것일까? 
엊그제 꿈에는 대학교 때 적어도 일주일에 한번씩은 보고, 하루에 3번이상 문자를 주고받던 친구가 나왔다. 어느 순간 부터인가 그 친구를 만날 수 없었다. 걔가 나를 안보는 여러가지 이유 중 예상되는 합당한 이유가 하나 있긴 있었지만, 나도 더이상 연락하기를 관둬버렸고, 안본지 이제 몇년되었는지 알 수 없는 친구. 
회사 다닐 때도 A4 로 치면 3장이상의 긴 메일을 보내서 위로받언 친구였다. 
꿈속에서 걔와 춘천 남이섬에 가기로 했는데 눈이 엄청왔고, 난 어그부츠를 신고라도 나가려고 했다. 그런데 남이섬에 가기로 한 요일이 난 토요일인줄 알았는데 친구는 일요일이라고 말했고, 난 문자로 일요일은 곤란하다고 약속을 취소했다. 왜 이런 꿈을 꾸는 걸까?
이번 휴가를 함께 보낸 친구가 아부다비로 일하러 떠났다. 1년 이상 체류할 것 같다. 아... 그래서 그런지 난 이번 주말 약속 하나 없이 집에서 책상정리랑 가방 정리를 했다. 그렇게 했는데도 시간이 남아서 풀타임으로 야구를 보고, 영화까지 다운받아서 봤다.

이틀 째 그지같은 꿈

일상 2010. 12. 8. 10:43
엊그제 꿈에는 아주 그냥 똥이 가득 나왔다. 꿈이 내내 똥이었다. 이런거 꾸면 복권 사야 하는건가? 저번에 로또 사서 5만원짜리 당첨됐는데 바꾸는 거 까먹어서 못 바꿨었는데. 보통 사람들이 로또를 하면 기계가 찍어주는 걸로 하는지 아니면 다 자기가 찍는지 궁금하다. 난 그냥 필 가는대로 찍는다. 작년 이맘 때쯤 실낱같은 희망을 갖고 회사 후배랑 열심히 로또 하러 다녔는데. 다시 해볼까?
오늘 꿈도 정말 황당했다. 오늘 꿈은 한 5층 짜리 건물 전체가 '남녀혼탕' 이고 내가 그 남녀혼탕을 이름도 가물가물한 대학교 1학년 때 알던 남자애랑 같이 가는 꿈이었다. 으아!!! 이건 도대체 무슨 꿈인걸까? 난 꿈속에서도 이게 꿈인걸 알고 흠... 옷을 다 벗는 꿈은 구설수에 시달리는 꿈이라는데. 라는 생각을 하다가 깼다.
일요일부터 밤에 머리를 감고 자는데 10분 정도 더 자는게 그렇게 꿀 맛일 수 없다. 그런데 워낙 지성 모발이라 도저히 이 넘쳐나는 기름을 주체가 불가능하여 다시 아침에 머리 감아야 할 것 같다. 아 머리 감는데도 30분이나 걸리는데 어쩔 수 없지. 

저번 포스팅을 하고 나서 난 외출을 딱 두번했다.
(여기까지는 11/30에 쓴 내용)

첫번째는 친구랑 등축제에 다녀왔고, 두번째는 차 샀다는 대학 선배 오빠 보러 송도에 갔었다. 송도에 다시 또 가서 느낀 것이지만, 거기는 진짜 한 30년 지나면 본전 뽑으려나? 저번에 김연아가 투자했다가 완전 손해봤다고 나왔지만, 정말 유령도시다. 아무것도 없어.
아파트만 정말 많은데 그 많은 아파트 안에 사람이 살고 있는 것이 경이로울 정도다.
농담처럼 얘기하지만 난 친구가 딱 6명인데, 송도에서 만난 오빠도 그 6명 중 하나다. 23살 때는 날 좋다고 했던 분인데 지금은 다른 여자 잘 사귀고 있다. 그런데 그러면서도 지금 좀 애매한 관계가 계속 되고 있다. 여자친구한테는 결혼식 간다고 거짓말 하고 날 만나러 왔다고 하니까 뭐 내가 좀 죄짓는 느낌이고 이상했다. 7년 동안 니곁을 맴돌았는데 왜 난 안되는거냐고 물어보질 않나... 그렇다고 이젠 완전 안녕 하자 하기에는 내가 친구가 너무 없기도 하고 아쉽고 그렇다.
양심이 좀 없는 거 같아서 (물론 그 상황이 내가 의도한 상황은 아니지만) "본격적으로" 만나볼까? 하는 생각을 해도 결론은 아니다.(그 오빠가 여자친구 없을 때 그런 생각을 했었음) 어떻게 보면 미래 보장인데 난 왜 이럴까? 나중에 피눈물 흘리려나.

그리고 오늘은 벌써 12월. 내년이면 29살이구나. 원래는 저기까지 백만년만에 포스팅 하려고 했는데 이번 주말에 한 소개팅 얘기도 간단히 써야겠다. 다른 사람들에 비해 막 소개팅을 많이 한 건 아지만, 그래도 한 대여섯번 했는데 나중에 아 좀 아깝다 하는 생각이 들었던 건 착한 사람이었던 거 같아서 이번에는 정말 착한 사람 나오면 오픈마인드 하자 하고 나갔다. 워낙 갑작스럽게 잡힌 소개팅이었는데 인사동에서 만두전골 먹고, 오설록 들어갔는데 얘기하다보니 좀 선한 마음이 느껴지는 거 같아서 이번 주 토요일에도 보기로 했다.
처음 핸드폰 번호 말해주는데 우리집 전화 뒷자리번호랑 같아서 조금 신기했다. 오설록 들어갔을 때는 약간 에피스드가 있었다. 한참 얘기하고 있는데, 깊은 산속에서 살꺼 같은 초록색에 검정 점박이 벌레가 툭 하고 떨어진 것이다. 다 마신 찻잔에. 난 생각보다 벌레를 그렇게 안 싫어해서 무덤덤하니 있었는데, 이 벌레가 날개를 푸드덕 거리면서 나한테 다가오는 것 만은 꺼려져서 바닥에 떨어진 벌레를 휴지로 싸서 죽여버리거나, 발로 밟아야겠다 말하면서 행동을 취하려고 하는데, 그 소개팅 한 분이 저기 멀리 가니까 그냥 두자고 해서 안 죽였다. 별 거 아닌데 그 사건 때문에 묘하게 호감이 생겼다.
한번 봐서 모르겠지만 약간 쑥맥이신 거 같은데, 이번엔 정말 3번이상 만나봐야지.(이런 맘 먹은게 근 8년만에 처음이다)

저번 목요일에는 회식하다가 그 주변 사는 친구가 "고맙게도" 전화해서 불러내줘서 친구본다는 핑계로 중간에 빠졌는데 친구가 내 앞에서 우울하다고 조금 울었다. 어떻게 해소할 수 없는 종류의 우울함이었기 때문에 크게 도움은 안됐지만, 그때 얘기하다가 나 남자를 좋아하는 세포가 3년전에 그 쫓아다녔던 사람이랑 제대로 안되면서 펑 하고 다 사라졌거나, 아직도 그 남자를 좋아하는 거 같다고 고백(?) 했는데 절망적인 기분이었다. 부디 제발 내가 말한 것이 진짜가 아니길 빈다.

계속되는 이유

일상 2010. 9. 22. 12:13

여기 블로그로 옮겨오기 전에 내 블로그 주제로 뻔질나게 등장했던 남자가 있었다. 가끔 여기에다가도 썼지만 그 남자는 내가 2년 동안 짝사랑만 하던 남자였다.
그 짝사랑이 끝날 쯤에 난 회사생활을 시작했고, 회사에 가선 난 남자 만날 일도 없이 일만 계속 했다. 사실 남자친구가 없어서 한이되거나 외롭거나 하는 느낌이 뭔지 잘 모르겠고, 내 나이 때문에 약간 의무감을 느낄 때도 있지만 난 여전히 별로 애인이 필요하다는 생각이 안든다.
그 이후로 좋아한 남자도 없고, 그 이후로 1시간 이상 전화통화한 남자도 단 한명도 없다.(이거 왠지 내 무덤을 내가 파고 있는 것 같네)
그때도 나 혼자만 좋아한 거였기 때문에 손을 잡거나 혹은 그 이상의 스킨쉽도 없었다. 농담 좀 보태면 난 이대로 수녀원에 들어가도 전혀 이상할 것이 없는 의도치 않은 금욕생활을 하고 있는 셈이다.
내가 좋아하는 남자도 없고, 나를 좋아하는 남자도 없는 생활이 계속되어서 어떻게 생각하면 난 그때의 남자를 아직도 좋아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들 정도다. 이제는 그 사람의 이름을 생각하면 새삼 어색하고, 얼굴도 잘 기억안나고 그런데 어떻게 하다보니 현재 시점에서 내가 마음에 두었던 마지막 남자가 되어버린거다. 그게 벌써 3년 전 일인데 말이다.
어제밤에도 무려 3년전 짝사랑 남자인 그 사람이랑 같이 잡지보면서 다정하게 얘기하는 꿈을 꿨다. 아직까지도 그 사람은 꿈속에서 날 좋아해주거나 싫다고 한다. 어제 정읍 휴가 사진을 올렸는데 그 휴가 마지막날 밤에도 그 남자 꿈을 꿨다. 빈도로 따지면 2주에 한번꼴로 내 인생에 전혀 도움이 되지 않는 그 사람 꿈을 꾼다.
이 얼마나 불쌍하고 찌질한 삶이냐.
내가 차라리 20살 때부터 계속 좋아했던 남자도 없고 좋아해준 남자도 없이 살았으면 덜 비참했을까?
사람 마음이 마음대로 되는거라면 예전에도 지금도 난 괴로울 필요가 없겠지만 그런 꿈을 꾸고 일어난 아침에는 기분이 참 뭣같다. 욕구불만 28살 여자가 된 기분이고 그렇다.
이러한 이유로 인해 난 그때처럼 또 똑같이 쌍방향 사랑이 아니어도 되니까 내가 다른 남자를 좋아했으면 좋겠다. 이유는 그냥 그 인간 꿈을 그만 꾸고 싶어서다.


팔도비빔면

일상 2010. 6. 18. 15:30
어렸을 때 쫄면 먹고 체한거랑 설사가 같이 와서 엄청 고생한 적이 있어서 그런 빨간 면들을 별로 안 좋아했다. 그래서 28살이 되도록 팔도비빔면을 단 한번도 먹은 적이 없었다. 그러다가 며칠전 한번 팔도비빔면을 먹고 나서 하루에 한번씩 먹고 있다. 자극적인 팔도비빔면에 커피까지 마시고 나면 원래도 장이 안 좋아서 좀 쓰린 느낌이지만, 이제 하루에 한번 팔도비빔면을 안 먹으면 서운하다.
어제도 간식으로 팔도비빔면을 먹고 엄마 생신이라 치즈케익을 먹었더니 바로 속이 안좋아서 식은땀 좀 흘렸다. 내 위장은 왜 이모양인지 모르겠지만 그나마 위장에서 바로 신호가 와서 밀가루를 멀리하게 되서 다행이다.
내가 다니는 수영장은 시립인데 뭐 수영장 물이 깨끗해봤자 얼마나 깨끗하겠냐만 거기를 다닌 후로 피부와 머리결이 완전 거칠거칠 해졌다. 아까도 1시간 연습하고 왔는데 이제 발은 뜨는데 호흡이 안된다. 뭐 이것도 한 일주일 연습하면 되겠지 설마;
집에만 있다보니까 인터넷 등을 통해 나같은 류의 사람을 많이 보게 되는데 초조해하는 사람, 사회적 잣대로 볼 때 잉여가 되어가는 느낌에 우울해하는 사람이 많은데 난 어떤 편인지 모르겠다. 난 오락가락 한다. 아 졸라 불안해. 하고 취업 사이트 기웃거리는 시간도 있고, 아 좀있다가 과외 가야 하는데 이러면서 중학교 수학을 진지하게 풀이할 때도 있고, 한자 공부해야 하는데 하면서 한자 쓰기를 한글자당 10번씩 쓸때도 있고. 여하튼 이러나 저러나 시간은 참 잘간다. 이렇게 난 29살이 되고 30살이 되고 점점 위너들과는 동떨어진 루저가 되어간다고 해도 만약에 내 마음속이 평안하다면 그럭저럭 잘 살 수있을 것 같기도 하다.
난 중고등학교 시절에 대한 미련이 많아서 그런지 꿈속에서 자꾸 중학생이 되거나 고등학생이 되는데 오늘 밤에도난 중학생이 되었다. 그런데 같은 반 학생들이 예전에 회사에서 내가 싫어하던 대리들 이었다. 거기 대리들이 날 엄청 따돌렸다. 수학여행 가는 버스 안이었는데 내가 목말라서 물 한모금만 달라고 했는데도 안줬다. 난 쿨한 척 하면서 혼자 잘 돌아다녔는데 잠을 자다가 일어나서 만년필로 노트에 외롭다고 일기를 썼다. (꿈속에서까지 찌질함) 그리고 두번째 꿈이 이어졌는데 방글라데시 같은데서 오는 외국인 노동자 숙소가 배경이었다. 내가 아무래도 외국인 노동자 신세였나보다. 그런데 그 숙소 한 가운데서 폭탄이 터졌다. 생존자는 나 포함 8명 이었는데, 어떤 일인지 난 그 폭파된 숙소에서 절대 나갈 수 없는 신세여서 그 더러운 숙소 중에서 가장 깨끗한 방에 들어가서 책을 읽었다. 크크크크. 이건 무슨 꿈인지 나원 참.
과외로 내 용돈 정도는 벌고 있는데 의외로 이 생활이 그렇게 싫지 않다. 마음이 편해서 그런걸까. 여하튼 내가 과외하는 애들이 다 너무 귀여워죽겠다. 난 운이 좋은 것 같다. 예전에 과외하는 애들 이야기 들어보면 못된 애들디 종종 있던데, 진짜 착하디 착한 애들이 걸려서 편하게 과외하고 싶다. 가끔 볼에 뽀뽀해주고 싶다. (중1,중2 여자애랑 초등학교 2학년 남자애-이 애기한테 두자릿수 덧셈 가르치고 있는데 중학생 수학 가르치기보다 더 힘들다)
있다가 올시즌 처음으로 기아 경기 보러 문학 가는데 설마 표가 없진 않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