물음

일상 2016. 12. 7. 13:03

이 글은 어떤 평론가 때문에 충격 받아서 핸드폰 메모장에 써 놓았던 건데 논리도 없고 내가 봐도 비약도 너무 심하고 뒤죽박죽이라 이 블로그에 올려도 되나 하고 고민하다 그냥 옮겨 적는다.


어떤 평론가 때문에 며칠에 걸쳐 쓸데없는 의문점이 많이 생겼다.


1. 영화 "그녀" (정말 좋은 영화) 에서 테오도르가 실체도 없는 운영체제 사만다를 사랑하고 이별하며 진심으로 슬퍼하는 것을 보고, 두가지 생각을 했다.

  첫번째, 내가 이야기하고 싶을 때만 대화하고, 데이트 하고 싶을 때만 함께하는 관계가 정상적인 관계라 할 수 있을까. 즉, 내가 감내할 것이 전혀 없는 사랑이 진짜 사랑일까.

  두번째. 얼굴을 모른다 해도 서로 오랜 시간 진솔한 대화를 했다면, 서로 진심으로 사랑할 수도 있지 않을까.

  영화를 본 직후에는 첫번째 생각이 강했지만, 시간이 갈수록 두번째 생각이 더 강해졌다. 소위 랜선 연애라 말하는 관계를 오래 유지하다 실물을 보고 서로 실망하여 허무하게 그동안의 사랑이 순식간에 끝나버릴 수도 있지만, 이건 평범한 연애에서도 마찬가지 아닌가. 완벽하다고 생각했던 연인이 어느 순간 전혀 예상치도 않은 계기로 인해 다시는 보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되는 것은 희귀한 일이 아니다.


2. 뜬금없이 재능도 없는 영화 감상문을 짧게나마 쓴 이유는 두번째 생각 때문이다. 나는 어떤 사람의 정체를 가장 잘 나타내주는 것은 글 이라고 믿는 사람이다. 물론, 글로는 뭐든 할 수 있다. 거짓말도 실감나게 할 수 있고, 매사 연연하지 않는 멋진 사람으로 보일수도 있다. 하지만 장시간에 걸쳐 일관성 있고 치밀하게 글로 완벽하게 남을 속이는 건 불가능에 가깝다고 믿는다.


3. 그렇기 때문에 난 테오도르와 사만다가 서로 얼굴 한번 안봤다 하더라도 진심으로 사랑했다고 믿는 것이다. 영화에서는 서로 '글'로 관계를 맺는 것은 아니지만, 어쨌든.. 


3. 어떤 미술평론가의 블로그를 종종 들어갔다. 그 사람의 모든 글을 읽은 건 아니지만, 몇 달 전 홍대 미대생이 만든 일베 손 조각상 파괴 사건에 대해 그가 쓴 글에 상당 부분 공감했기 때문이었다. 그런데 그 평론가가 트위터에서 어떤 여성과 시비가 붙은 뒤 트위터에 쏟아낸 도저히 입에 담기도 싫은 여성 비하 욕설들을 본 뒤로, 나는 심하게 충격을 받았다. 그를 비난할 목적으로 트위터리안들이 그의 블로그에서 찾아낸 십수년전에 그가 예고 여학생을 보며 쓴 역겨운 글은 너무 지저분하고 구역질이 나서 차마 끝까지 읽지도 않았다.


4. 내 파이어폭스 블로그 폴더에 있는 블로그 주인들이 쓴 글을 보며 그들은 항상 (나보다는) 멋지다 생각해왔다. 그런데, 이 미술평론가 때문에 내 믿음이 깨졌다. 그가 쓴 트위터글과 여고생에 대한 그 글 때문에. 내가 본 그의 평론은 그 사람의 아주 사소한 일부분에 불과했던 것이다. 그를 반면교사 삼아 나 자신을 반성하기도 했다. 오랜 기간 블로그를 유지해온 나도, 어쩌면 남들에게 보여주고 싶은 모습만을 보이며 안그런 척 하면서 멋져보이려고 하진 않았나.. 의도치 않게 남을 속인 적은 없는지 반성했다.

  또 한편으로는 어떤 사람이든 언제나 고귀할 수 없고 추하고 남에게 도저히 말할 수 없는 소망 하나씩은 갖고 있을 수도 있는데, 그것을 글로 쓴다고 해서 비난할 수 있을 것인지. 이렇듯 사람이란 꼭 추하고 사회에서 용인되지 않는 것을 탐해야만 정상인으로 살 수 있는 것인지. 이것이 정녕 인간의 한계일까.


5. 아무리 누구나 추한 면을 갖고 있다고 해도 그가 쓴 글에 깃든 그의 사상은 역겨웠다. 그리고 그 평론가의 글을 사고로라도 다시는 읽고 싶지 않다. 진짜.


6. 나는 그냥 별볼일 없는 회사의 직장인 나부랭이지만, 초등학생 때부터 지금까지 유일하게 남들보다 잘해온 건 일기 쓰기이고, 평생을 누군가가 쓴 '글' 이 실제보다 더 진실되다 믿어왔는데. 아무래도 그게 아닌가보다.


7. 그 평론가가 본인이 쓴 여고생에 대한 환상이 비난받을 생각이라면,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이 비난의 대상이 될 것이라고 본인을 변호했는데, 난 진짜 궁금하다. 대한민국 남성 대부분이 정말로, 날씬한 여고생의 다리를 보며 그 여고생의 팬티를 벗기고 그 안의 체모 혹은 생리대를 상상하며 성적 판타지를 채우는 것인지. (아 진짜 이 문장을 타이핑 하는 내 손이 썩는 것 같이 역겹다)


8. 퇴근하는 길에 버스정류장으로 걸어가다보면 인천에서 유명한 남고생 애들을 많이 본다. 간혹 연예인 뺨치게 잘생긴 남자 학생들을 보며 난 내 성적 판타지를 펼치지 않는다고.. 이건 내가 멋지게 보이려고 하는 거짓말이 아니다. 그 평론가는 자기를 두둔하며 대한민국 사람 대부분을 본인과 같은 수준의 인간으로 분류했다. 이것도 기분이 나쁘다. 남자들을 원래도 그리 좋아하지도 않지만, 제발 저 평론가의 대한민국 남자 대부분이 그렇다는 말은 거짓이길 진심으로 기원한다. 


9. 아 진짜, 끝끝내 욕이 나온다. 내가 왜 그딴 글을 읽어서 이렇게 퇴근 길 내내 더러운 기분이어야 하는지.



근황과 푸념 가득

일상 2016. 4. 25. 18:24

1. 바로 오늘 아침에 있었던 일이다. 유방암으로 수술을 하고 복직을 앞두고 있는 친구가 수술한 가슴에 다시 뭔가 만져져서 병원에 가는 중이라는 메세지를 보고, 내 가슴이 미친듯이 뛰기 시작했다. 유방암이 재발하면 (내 입에 이 단어를 올리기 싫지만) 사망 위험이 크다는 말을 어디 선가 봤기 때문이었다. 그 친구가 내 곁을 먼저 떠날 것이란 상상은 단 한번도 해본 적이 없었다. 친구가 검사결과 말해주기까지 몇 분 동안 만약에 만약에 결과가 최악이라면, 친구는 어떻게 해야하고, 난 어떻게 해야하나 하는 오만가지 생각이 들었다. 다행히 의사에게 암은 아닌 것 같다는 말을 들었다고 해서 한시름 놓았다. 이 글을 쓰다 보니 눈물이 또 핑 돈다.

2. 요즘 다시 읽고 있는 하울의 움직이는 성 을 보면 (정확친 않지만) 주인공 소피가 어렸을 때부터 책을 많이 읽어서 자신의 인생에 대단한 일이 벌어질 확률이 매우 낮음을 너무 빨리 알았다는 내용이 나온다. 책은 이래서 좋다. 내가 느꼈던 걸 정확히 표현해주니까. 어렸을 때 부터 부모님 보다는 내가 더 경제적으로 발전된 삶을 살아야 한다는 강박이 있었다. 한 때는 동화 작가 같은 꿈을 꾼 적도 있었다. 하지만 난 언제나 사회진출에 유리한 쪽으로만 행동하고 그 방면에서 뛰어나길 원했다. 그런데, 지금 내 모습을 보면, 다 부질없었단 생각이 든다. 점점 더 내 인생이 내 기준에서는 실패한 인생에 가까워지는 것을 보면 내 자신이 한심해서 참을 수가 없다. 내가 더 강하게 버텼다면, 지치지 않았더라면, 이런 생각 때문에 점점 더 제 정신으로 살기 힘들어지고 있다.

3. 이 말을 글로 쓰는 순간 더 사무칠 것을 알기 때문에 웬만해선 일기에도 안쓰던 말이지만, 요즘 들어 정말 외롭다. 내 짝을 찾은 사람들이 세상에 엄청나게 많은데, 그 많은 사람들이 짝을 만난 게 하나같이 다 기적에 가까운 일임을 알고 그들은 행복하기 위한 최선의 노력을 다해야 한다. 누군가에겐 그런 기회조차 주어지지 않았으니까.
4. 주말에 영어학원에 가는 것이 너무 힘들어서, 인터넷으로 영작한 후, 첨삭 받는 걸 시작했는데 일주일에 두번 써서 내는 게 그렇게 힘들다. 호기롭게 써서 내면 온통 빨간색으로 틀린 부분이 표시되서 되돌아온다. 벌써 6번 정도 썼는데 자꾸 틀린 걸 또 틀린다.

5. 고용노동부에서 보낸 대표이사 출석요구서 사유를 보고, 이 회사 역시 오래 있을 회사는 아니라는 생각에 또 이직 준비를 하고 있다. 그런데 이 나이 되서 이력서 쓰는 게 너무 힘들고, 그거 때문에 올 봄은 꽃 한번 제대로 못봤다. 그렇게 4월이 끝나간다.

6. 어떤 남자의 메세지 혹은 전화를 받을 때마다 극심한 스트레스에 시달리고 있다. 우리 엄마는 또 일단 사귀라고 성화다. 이제 내 의견 따위는 전혀 중요하지 않고, 남자가 좋다고 하면 무조건 만나야 되는 나이인가 보다. 동생 부모님 다 협공 중이다. 너 그럴 나이 아니니까 정신 차리라고 한다. 맞는 말이긴 하지만.. 어쨌든 여러가지로 내 맘대로 되는 게 하나도 없다.



아침 간식

일상 2016. 3. 22. 19:27


아침에 출근해서 자리에 앉자마자 옷도 안 벗고 하는 일은 커피를 내리는 일이다. 유난스러워 보이겠지만 나는 매일 아침 드리퍼로 혼자 원두커피를 내려 먹는다.
이렇게 내려서 마시는 커피가 내 직장 생활의 유일한 낙이라 해도 과장된 말이 아니다.
한국야쿠르트에서 나온 콜드브루 라는 제품을 먹어봤는데 엄청 맛있어서 앞으로 내려 먹지 말고 이거 매일 시켜 먹을까 고민하다가 가격 때문에 포기했다.
이미 난 매일 흰우유 하나에 요일마다 하루야채, 윌, 바나나우유를 돌려가며 시켜 먹고 있기 때문에 커피까지 시키면 한달 음료 값으로만 거의 7만원 이상이 나올 것이다.
아침에 커피만 마시는 게 아니라 꼭 과자도 같이 먹는다. 편의점에서 2+1 하는 과자를 쟁여놓고 먹는데 오늘은 큰 맘먹고 초코하임을 사놓았다. 비싸고 양은 적은 초코하임은 먹을 때마다 감탄한다. 우리나라 과자 중 최고 맛있는 것 같다. 오늘 초코하임 계산할 때 카운터에 있던 킨더가든의 달걀모양 초코렛도 샀다. 패키지 디자인이 귀엽고 안에 작은 장난감이 들어있고 초코렛이 엄청 고급이었지만 너무 비쌌다. 내가 어린이라면 볼 때마다 사고 싶을 것 같긴하지만, 난 어른이니까..
보통 오레오나. 사브레, 과일샌드 많이 사놓고 너무 우울할 땐 편의점에서 절대 세일 안하는 빈츠도 사먹는다.
역 바로 앞에 있는 편의점이 더 크지만 회사 가는 길에 있는 작은 편의점을 선호하는 이유는 사장님이 무척 친절하기 때문이다. 저녁에 퇴근 시간에 일하는 알바 총각은 엄청 미남이라 한번 이상 쳐다보리라 하고 결심했다. 근데 오늘은 깜박했네.
오늘 출근길에는 대학 4학년 때 대기업 면접 봤던 거랑 크리스 마틴을 생각했다.
웬만해선 안 떨어진다는 경쟁률 1.2 대 1 이었던 3차 최종 면접에서 난 떨어졌다. 그 회사에 붙었다면 난 지금 월급보다 훨씬 받으면서 자부심 갖고 일했을까? 우리 부모님은 친구 친척들한테 내 자랑 많이 했을까. 낯선 이를 만날 때 좀 자신감이 있었을까.. 붙었어도 단체 생활 못하는 종특 때문에 그만 뒀을 수도 있지만, 괜히 슬퍼졌다.
콜드플레이는 어느 순간부터 찾아 듣진 않고 있지만, 20대 초반을 함께 보낸 밴드라 애착이 간다. 수능 끝나고 집에 있으면서 콜드플레이의 1집을 참 많이도 들었다. 크리스 마틴은 내가 좋아하는 남자 체형의 최정점에 있는 사람 아닐까. 최근 나온 앨범을 들으며 이게 밴드 음악이 맞는거야? 라는 생각을 좀 했지만, 비욘세랑 부른 노래는 좋더라. 크리스 마틴의 상쾌한 느낌의 목소리는 1집이나 지금이나 변함 없다. 내가 싫어하는 기네스 펠트로랑 결혼한단 소식 듣고 참 슬펐는데....
이런 생각 하다보니 벌써 성수역이었다. 그리고 오랜만에 핸드폰으로 퇴근길에 일기를 쓴다. 일기 쓰다보니 벌써 제물포역이다. 2월부터 급행이 제물포, 개봉 두개 역에 추가로 정차한다. 안그래도 오래 걸리고 사람 많은데... 더 느려지고 사람은 더 많아졌다.
이제 다음 정류장이 동인천이다. 휴. 오늘도 무사히 퇴근해서 다행이다.



어서 봄이 왔으면..

일상 2016. 2. 21. 21:35

1. 연휴 후

연휴가 끝나고 목금만 일하고 또 주말에 쉬고 저번 주에도 병원 때문에 목요일에 휴가를 내서 4일만 일했다. 연휴 후 일주일을 풀로 일하는게 다음주가 최초인데 벌써 몸이 배배 꼬이고 우울하다.

노동은 인간으로 태어난 형벌 같다는 생각을 자주한다. 다음 주에는 화요일과 목요일에 외근가고 아마 저녁도 먹고 들어와야 할 것 같다. 외근이 싫다기 보단 집에 늦게 들어오는 게 싫다.

매일 아침 6시에 기상하는 게 생각보다 많이 고되다. 날이 갈수록 더 힘들어 진다. 3월에 할부금 갚으면 인삼이라도 사먹을 작정이다.

 

2. 떠나는 자와 오는 자

회사에 정말 대책없는 또라이가 한 명 있다. 정말 그런 인간은 처음 봤다. 결국 그 사람으로 인해 한 사람이 사표를 냈다. 나도 참 이기적 이라는 생각이 든다. 왜냐하면 사표를 쓴 사람이 그 또라이로 인해 받은 상처보다 그 사람이 그만 둘 경우 나에게 올 피해에 대해서만 생각하게 되더라. 나도 대책없구나.. 싶어서 씁쓸했다.

사표를 쓴 사람이 맡고 있던 업무 중 가장 큰 업무 하나가 나한테 올 것 같다. 다음주 두번의 외근도 새로 맡게 될 업무 때문에 가는거다. 떠나야할 사람은 그 또라이 인데... 그 사람 때문에 관둔 사람이 벌써 이번이 세번째라고 하던데, 이럴 때마다 정말 이 나라를 떠나고 싶다는 생각만 든다. 어떻게 된 게 어느 직장에 가도 쓰레기 같은 사람이 한명씩 있고 그 쓰레기들은 잘만 사는지..

그나저나 나는 쥐꼬리만한 월급에 너무 다양하고 많은 일을 하고 있다. 월급을 안 올려주면 정말 우울할 것 같아서, 종종 구직 사이트를 구경하는데, 볼 때마다 다시 정신이 번쩍 든다. 나같은 사람을 받아줄 회사가 거의 없다.

인턴 한명이 새로 들어왔다. 동생과 동갑인데, 저번 금요일에는 사무실 직원들이 모두 워크샵에 휴가 등등으로 자리를 비워 걔와 나 둘이 덩그라니 둘이서 사무실을 지켰다. 성격이 꽤 있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든다. 위에 말한 또라이한테 호락호락 당할 성격은 아니라 다행이다.

걔와 2호선 전철까지 같이 나란히 앉아서 오는데, 어색해 죽는 줄 알았다. 걔가 여자였다면 좋았을텐데.. 또래 여자는 뽑을 생각이 전혀 없어보인다.  

 

3. 회피

문제를 회피하면 그 보다 더 큰 문제가 나를 기다리고 있는 건 진리인 것 같다. 대학을 졸업한 후 직장생활을 돌이켜보면 항상 그랬다.

 

4. 친구네 집

용인 친구네 집에 갔다. 오랜만에 운전을 오래 했고, 이번에도 역시 용인 시내 들어와서 이상한 길로 잘못 들어 고생했다. 친구와 치킨을 먹고 낮잠을 한 숨 잤더니 밤 7시가 넘었다. 친구가 피곤했는지 치킨을 다 먹고 눕자마자 잠이 들었다. 새해 되서 처음 봤고, 언제나 하는 이야기는 비슷한데 언제나 편안하고 기분이 좋아진다.

이 친구가 없으면 대체 내가 어떻게 이 세상을 살까 싶다.

 

5. 자유공원

2016년 들어 처음으로 자유공원에 갔다. 사람이 별로 없었고, 아픈 뒤 처음이라 그런지 올라가는 데 예전보다 훨씬 힘이 들었다. 미세먼지 없는 파란하늘을 바라보며, 내일 회의와 업무에 대해 좋게 생각해보려 애썼지만 쉽지 않았다.

오늘 근 한달만에 교회에 갔는데, 담임 목사님께서 은퇴를 하신다고 한다.

성당과 달리 교회는 목사님 따라 교인들이 많이 관두고 옮기고 하는 편인데, 이 교회는 어떨지. 우리집은 항상 제일 가까운 교회 다니고, 현재 이 교회가 제일 가까우니 아마 계속 다닐 것 같다.

기도를 더 열심히 해야겠다 하고 다짐했다.



아빠는 다른 나이드신 분들과 마찬가지로, 음력 생일을 따지신다. 아빠의 음력 생일은 항상 아슬아슬하게 크리스마스보다 한 3일 전이고, 내 생일은 크리스마스 다음 다음 날이다.

아빠와 나는 겨울파고, 동생과 엄마는 여름파다. 신기하게 성격도 생일 따라 성격도 비슷하다.

동생이 웬일로 이틀밤이나 자고 가서 부모님이 좋아하셨다. 난 남동생이 오면 은근히 불편하고 그런데, 부모님은 그래도 자식이라 그런지 동생이 올 때마다 표정에 웃음이 떠나질 않는다.

아빠가 61세가 되셨는데, 우리집은 별로 좋아진 것이 없다. 큰 사건도 없었다. 하지만 나와 동생이 둘다 혼자 먹고 살 수 있고, 크게 아픈 데 없는 데 감사해야겠지.

그나저나 우리 아빠는 옛날에는 사람들이 원래 나이보다 15살 정도 적게 봤는데 이젠 최대 20살 까지 어리게 보기 시작했다. 동안은 타고나는 것임을 아빠를 보며 느낀다. 관리고 뭐고 다 필요 없다. 타고나면 끝.


토요일에는 엄마를 태우고 내가 다니는 치과에 갔다. 엄마의 이상태가 날로 심각해져서 좀 좋은 병원에 가서 상담을 받아야 할 것 같아서 갔는데 치료기간만 1년에 치료비 견적이 410만원이 나왔다. 엄마아빠가 하던 일을 정리하고 남은 돈으로 주택 대출금에서 원금 좀 갚는다고 하셨는데.. 그 계획도 모두 물거품이 되었다. 최소한으로 줄인게 410만원이고 의사가 말한 다른 치료까지 다 하면 한 천만원 들 거 같은데, 휴 치료비 생각하니 마음이 답답해진다.


매일 아침 아빠가 전철역까지 태워다 주신다. 그렇지 않으면 회사까지 2시간이 넘어서 하는 수 없이 아빠 차를 매일같이 탄다. 아빠 차를 타면 전철역까지 신호등 잘 걸리면 어쩔 땐 5분만에도 가는데 버스를 타면 아무리 짧게 잡아도 25분이니 어쩔 수 없다.

그런데 저번주에 한창 추울 때 두번이나 아침에 배터리가 방전되서 외롭게 차가운 바람 맞으며 달이 뜬 거리를 뚜벅뚜벅 걸어서 버스를 타고 전철을 탔다. 처음으로 7분 지각을 했고, 피곤했는지 눈에 또 다래끼가 나려고 해서 일찍 들어와서 쉬었다. 약도 먹고 해서 다행히 부풀어 오르진 않았다. 다래끼 때문에 이번 주말은 놀고 먹고 완전히 나태하게 보냈다. 무서워서 몸무게를 못재겠다. 간신히 40키로대 유지하고 있는데 이번 겨울에 50키로대에 진입할 것 같아 두렵다.


저번주에 이틀짜리 연말정산 교육을 갔는데 두번째 연말정산 교육 강사가 자꾸 여성 비하적 발언을 해서 기분이 심히 나빴다. 아직도 저런 인간이 남 앞에서 강의하고 사는구나 싶어서 씁쓸했다. 연말정산 오랜만에 봤는데, 지금 이 시스템에서는 돌려받는게 오히려 이상할 것 같다. 특히 결혼안하고 부양가족 없는 사람은... 나도 큰 기대는 말아야겠다. 


월요일 오전마다 우울한 회의를 해야 한다. 멤버 구성 상 내일은 더 우울할 것 같다. 유체이탈 상태로 썩은 말들을 잘 견뎌낼 수 있도록 기도하고 자야겠다.


1년을 마무리 하는 시점에서 생각해보면, 언제나 그렇듯 나의 대부분의 날이 특별하지 않았고, 평범했다. 하지만 이런 별볼일 없는 내 일상을 아주 조금 특별하게 만들어 주는 건 바로 블로그에 쓰는 일기인 것 같다. 이렇게라도 하지 않으면 정말 아무 것도 없이 1년이 또 10년이 훅 지나갔겠지.

그런 의미에서 내년에도 일기 잘쓰고, 일기 쓰면서 우울한 것도 다 날리고, 또 주어진 삶이니 살아내야겠다는 생각을 한다.


오늘은 교회를 못갔다. 기도 많이 하고 자야지.


제발 닥쳐.

단문 2015. 3. 11. 20:39

오늘은 하루종일 책망의 말을 들었다. 나에 대한 책망은 아니었지만, 옆에서 듣는 것만으로도 넋이 나가는 기분이 들었다.
목소리만 들어도 손이 떨리고, 한숨이 나왔다. 가서 입을 막고 제발 그 입 닥치라고 말하는 통쾌한 상상을 해도 미칠 것 같은 기분은 나아지질 않았다.
드디어 집에 오니 살 것 같은 기분이다.

엊그제 내가 쓴 글을 보니 헛웃음이 나온다. 평소 필요이상으로 비관적이지만, 가끔 나 정도면 꽤 낙천적인거 아닌가 하는 생각도 한다. 왜냐하면, 비록 혼자 있을 때지만 슬프면 큰 어려움없이 펑펑 울 수 있고, 울고나선 잠도 쿨쿨 자니까. 아마 눈물로 우울함을 날려버리는 모양이다.

이제 나는 누군가에게 마음을 열고 다시 닫는 게 엄청 쉽다. 겁이 많아진 것인지 현명해진 것인지 모르겠지만, 마음은 편하다. 그럼 된 거 아닌가.


5일동안 한 일

일상 2014. 1. 5. 22:19

  12월에는 회사 전체가 무척 바빴다. 난 주말에 출근할 정도는 아니었지만 12월에는 하루 이틀 빼고 계속 야근을 했다. 24일 크리스 마스 이브에도 9시 넘어 집에 가고, 27일 내 생일에는 한술 더떠 10시 넘어 집에 갔다.

  그리고 2014년이 되었다. 어색하다. 2014년이라니. 2013년을 연습장에 써놓고 보면 균형이 잘 맞는 것 같아서 마음에 들었는데, 끝이구나.

  매년 1월이 되면 조급증에 시달리곤 한다. 29살때부터 시작된 증세인데, 뭔가 해놓아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조급증. 30살 넘으면서 부터는 이 조급증이 결혼과 관련이 되는데, 3월 되면 봄이라서 기분 좀 좋아지고 야구 시작하면 또 점점 잊혀지고 결국 또 작년처럼 1년이 끝나고 새해가 밝곤 하는 것이다.

  이 조급증을 해소하고자 1월에는 주말마다 친구를 만나려고 한다. 친구를 못만나면 혼자 영화라도 보든지.

 

  12월에 직원들이 고생을 해서 그런 것인지, 사장님이 2일 3일을 다 쉬라고 하셨다. 나는 둘 중 하루는 회사에 나가려고 맘을 먹었는데, 차장님이 지금 하고 있는 일 어차피 검토 못한다고 나오지 말라고 하시는거다. 그래서 그냥 안나갔다. 5일 내내 쉬다가 회사 출근하려니까 우울해 죽겠다. 1월에는 골치 아픈일이 엄청 많은데, 아까 세수를 하다 회사가서 할 일이 또 문득 생각이 나서 죽을만큼 우울해졌다.

  가끔 과연 대한민국에 직장생활이 즐거운 사람이 있을까? 하는 생각을 하는데 없을 것 같다. 내 돈벌이 수단이므로 중요하긴 하지만, 고작 회사가 한 사람의 마음을 이렇게 황폐화 시켜도 되는 것일까. 고작 그 회사에!! 

 

  새해의 목표는 심플하게 한 두세가지 정했는데, 어차피 이루지 못할 가능성이 높지만, 노력은 해보기로 했다. 하긴 지금 내가 말하는 건 새해 목표가 아니라 일상 생활에서 언제나 어디에서나 생각은 하고 있었던 거니 뭐 목표라고 하기도 뭐하구나.

 

  31일에 5일 내내 쉴 수 있다는 기쁜 소식을 듣고 뭘 할것인가 골똘히 고민했다. 지금이라도 여행 티켓을 알아볼까. 했는데, 딱히 갈만한 곳도 떠오르지 않고, 만약 간다고 해도 혼자갈 것 같아서 그냥 포기하고 원대한 결심을 했다. 그것은 바로 방정리!

  이 방정리 라는 게 그냥 바닥 닦고 쓸고 하는 수준이 아닌 훨씬 더 총체적인 방정리를 의미한다. 버릴 거 다 버리고 엉망진창인 서랍도 좀 정리하고 이런거.

  5일 중 하루는 은행이랑 중고품 팔러 나가느라 청소 제대로 못했고, 또 하루는 약속 때문에 나가느라 정리를 못했다. 하지만 나머지 3일은 정말 죽어라 일을 한 거 같다. 먼지도 엄청 뒤짚어 쓰고, 손도 다 부르트고.

  3일 동안의 고된 노동 끝에 내 방이 훨씬 구성이 좋아졌다. 서랍장도 사고 화장대도 샀다. 서랍장이 내 코높이까지 오는데 그 위에 오디오를 올려놔서 앞으로 CD 를 바꾸려면 의자에 올라가서 바꿔야 한다. 하지만, 스피커가 높이 있으니까 훨씬 음악이 멀리 퍼지는 느낌이 들어서 오히려 맘에 든다. 오디오에 핸드폰 연결하는 잭을 꽂아 놓아서 이제 핸드폰 음악도 스피커로 들을 수 있으니까, CD 바꿀 일은 별로 없을 것 같다. 이렇게 CD 시대를 끝내는구나. 싶어 좀 섭섭하지만, CD 보다 MP3 파일이 훨씬 편한 것 만은 사실이니까.

 

   맨날 바닥에 앉아서 얼굴 간신히 보이는 거울보면서 머리 말리고 화장도 하고 그랬는데, 싸구려지만 화장대도 하나 생겨서 기분 좋다. 새 서랍장은 이루 더 말할 수 없이 좋다. 옷을 버리고 또 버려도 옷이 아직도 많은데 (우리 엄마는 아깝다고 버리지도 못하게 하고, 여름 돌아오면 여름옷도 한 두박스 버릴거다.) 이제서야 좀 넉넉해졌다. 옷 정리하면서 다시 한번 깨달았다. 이제 정말 그만 옷을 사야 한다. 옷을 사봤자, 난 어차피 맨날 입던 것만 입는데 대체 왜 그렇게 옷을 사재끼는지 알다가도 모를 일이다. 그만 사자. 정말. 또 나는 뭔 놈의 스타킹이 그렇게 종류별로 많은건지. 누가보면 스타킹 집착증에 걸린 줄 알 거 같다. 그래놓고 올 겨울에 치마에 스타킹 신은 날은 이틀도 안되고. 치마에 신으려고 3년전에 엄청 비싼게 산 롱부츠는 단 한번도 신지 않았다. 끙... (죄책감에 내일 신고가려고 내놓았다)

 

  새해 목표 중 이 몰골을 좀 가꾸고 제대로 하고 다니자 도 있다. 회사야 뭐 잘 보일 사람도 없고, 안경끼고 편하게 입는다 쳐도... 회사 안가는 다른 날 이라도 사놓은 옷도 입고, 사놓은 화장품도 좀 이용하고 그렇게 하기로.  하지만 이 목표는 만 30년동안 못지킨 것이니 쉽지 않을 것 같다.  

 

  연휴 기간동안 내 오랜 숙원 인터넷 TV 를 드디어 설치하였다. 인터넷 TV 설치하면서 우리집 통신비도 그냥 내가 내기로 했는데, 이렇게 또 새해에 고정지출이 하나 추가되었다. 어제 오늘 인터넷 TV 로 영화도 보고 다시 보기도 이용해보고 했는데 케이블 TV 까지 HD 로 나오니까 살 것 같다. 난 노트북 없이는 살아도 TV 없이는 못사는 사람인데, 그동안 참 오래 참고 인터넷 TV 를 안달았다. 달고 보니 진작 달 껄 그랬다. 공짜영화도 의외로 종류 무지 많아서 히치콕 영화까지 구비되어 있다. 다운로드 안받고 영화도 볼 수 있고, 또 셋톱박스에 USB 단자가 있어서, 이제 노트북 거실까지 안 옮겨도 손쉽게 넓은 화면으로 영화도 볼 수 있고. 대만족 이다. 엄마 아빠는 복잡해서 리모콘 조작 못하겠다고 하시지만, 차차 익숙해지면 엄마아빠도 좋아하시겠지.

 

  새해에는 올해보다 책을 좀 더 읽고 싶다. 올해 종이 다이어리도 사지 않았는데, CD 도 이제 잘 안사고 다이어리도 안쓰는 마당에 책까지 안 읽으면 정말 내가 너무 옛날과 달라지는 것이 아닌가 싶어서 말이다. 핸드폰도 좀 자제하고.

 

  아, 그리고 올해부터 매일 매일 자기 전에 기도하기로 했다. 뭘 이루겠다고 하는 것 보다도, 경건하게 하루를 정리하고 흥분 상태에서 벗어나서 편안하게 잠들기 위한 목적으로. 작년에 성격이 점점 급해지는 것 같아서 위기감을 느꼈다. 급해질 때도 있고 히스테리 부릴 때도 있고.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사람이 성격 급한 사람인데, 내가 그러고 있으면 자괴감이 심하게 와서, 수양하는 마음으로 잠들기 전 눈감고 딱 1분 정도라도 조용히 있어보려고한다. 기도 하고 핸드폰 안 쳐다 보고 바로 잠드는 것도 추가해서 실행에 옮겨봐야지. 어렵겠지만.

 

  오늘 자애로운 KBS 께서 셜록 시즌 3을 방여해준다고 해서 그것만 기다리고 있다. 이미 토렌트 검색해서 다 보긴 했지만, 한번 더 보려고 한다. 2014년 되서 셜록 시즌 3 시작해서 진심으로 기쁘다. 1월 1일에 셜록 시즌 3 나온다는 뉴스를 핸드폰으로 보고 집에서 혼자 소리를 꺅 질렀다.

 

  하아. 셜록님이 내 우울함을 위로해주리라 믿는다.


피곤한 백수

일상 2010. 5. 23. 15:24
28살답지 않게 나 도저히 못하겠다고 대책없이 관두고 나서 집에서 푹 쉬고 있는데도 혓바늘이 돋았다.
이 큰 몸에 손가락 하나만 다쳐도 참 불편하고 혓바늘이 나면 먹을 때 불편하고 정말 사람이 참 나약하다는 생각이 든다. 정말 티끌만큼도 다치면 안되는거다. 너무 살기 불편하니까.
요즘에는 일어나서 커피 내려 먹는 것이 나의 유일한 낙이다. 엄청 큰 잔에 한잔 가득 마시는데 난 이상하게 커피 마시다가 마지막에 한모금 정도 남으면 그 커피는 안 마시고 싶다. 그래서 그냥 버린다. 왜 그러지. 아메리카노는 식어도 그럭저럭 먹을만 한데 말이다.
회사를 관둘 때 후배가 컵을 사줬다. 내 바로 밑에 후배가 팀회비를 관리하는 역할이라서 관둘 때 선물도 내가 골랐는데 커피원두랑 비비크림을 사달라고 했다. 원래 쓰던 비비크림이 있었는데 샘플로 받았던 비비크림이 내 피부에 더 잘 맞았다. 그렇다고 한참 남은 비비크림을 놔두고 또 사기는 돈 아까워서 그 비비크림이랑 집에 있으면서 내려마실 커피 원두를 사달라고 했다. 그리고 후배도 선배 선물 뭐살까 망설이고 있다고 하여 콕 집어서 컵 사달라고 했다. 일단 후배가 사준 컵은 엄청 크고 화사해서 맘에 든다.

012

혼자 250g 짜리 원두를 내려 먹다 보니 꽤 오래 마시다가 저번 주에 새로운 원두를 샀다. 베트남 원두라는데 스타벅스나 커피빈 원두의 반가격 밖에 안해서 샀는데 맛이 괜찮다. 예전에 먹었던 일본꺼 ucc 원두보다 맛과 향 모두 더 좋다. 이거도 뭐 한 한달정도 먹겠지.
그나저나 커피 전문점에서 사오는 원두는 더 대량으로 싸게 들여올텐데 최소한 2000원씩 받으니 얼마나 남는 장사야. 역시 물장사를 해야 하는 것인가!!
내가 집에서 커피를 내려 먹으면서 부터는 스타벅스나 커피빈 가서 도저히 아메리카노는 못 시켜 먹겠다. 일단 집에서 실컷 마시고 있고, 너무 싸다는 생각에서... 근데 뭐 일부러 조금이라도 비싼거 먹자 하고 시키는 바닐라 라떼나 카페모카도 원가는 싸겠지?
하지만 난 쪼잔하게 원가 따지면서 커피 마시고 싶지 않다. 난 커피를 사랑하니까 커피한테는 무한 애정을 배풀기로 했다. 뭐 그렇다고 내가 고급입맛인 것도 아니고 티오피 칸타타 같은 커피도 좋아하고 커피우유도 좋아하고 커피 아이스크림도 좋아하고 맥심 모카골드도 가끔 마시면 그렇게 맛있더라. 사랑해요 카페인. 나는 카페인의 노예;

이건 좀 다른 얘기인데 나에게 있어 블로그의 의미는 뭘까? 집에 있으면서 자연히 컴퓨터 하는 시간도 늘어나고 있는데 처음에 내가 인턴넷에 혼자 일기를 쓰기 시작한 건 21살 여름방학 부터 인거 같다. 아닌가? 20살 때 부터 인가? 어쨌든 그때는 다 개인 홈페이지 였기 때문에 더 썰렁했다. 오는 사람은 딱 두명이었다. 그래도 근성있게 일기를 계속 썼다. 그러다가 잠깐 네이버 블로그를 했다가 너무 사람이 많은 거 같아서 그것도 관두고 티스토리도 한두번 주소 바꾸고 다 지웠다가를 반복하다가 여기에 정착했다.
보다시피 여기 블로그도 아마 정기적으로 찾아오는 사람은 5명 이내? 하루에 아마 나 혼자만 들어오는 경우도 허다할 건데 나는 지치지 않고 블로그를 하고 있다.
요즘 보면 블로그에다 광고 달면 돈도 준다는 거 같던데, 지금 백수다 보니 푼돈도 아쉬운 입장이라 알아봤지만, 왠지 내키지 않았다. 지저분해 보이기도 하고 내 블로그가 인기 블로그도 아니고 왠지 순수성을 잃는 것 같은 기분도 들고.
누군가에게 나 좀 알아달라고 블로그를 하는 것도 아니고, 인기 블로거가 되고 싶은 생각은 추호도 없다. 뭐 내가 그럴만한 지식이 있는 것도 아니지만 말이다.
부끄러운 이야기지만, 어렸을 때 내 꿈은 원고료 받아서 돈 버는 사람이었다. 크크크. 세상에는 나보다 책을 백배는 더 많이 읽고 백배는 글을 잘쓰고 기발한 사람이 많다는 걸 아주 예전에 알았기 때문에 진작에 관뒀지만 말이다.
어떻게 보면 내가 블로그를 하는 이유는 어떤 식으로든 내가 뭔가를 쓰고 있다는 것에 위로받고 싶어서 그런지도 모르겠다. 이상하게 블로그에 쓰다 보면 찌질한 내용도 많지만 마음이 평온해 지는 것도 있고. 반성도 꽤 많이 한다. 내 자신에 대해서. 가끔은 이놈의 블로그에 너무 시간을 오래 뺐기기도 하지만.
그런데 왜 난 왜 그렇게 어렸을 때 부터 냉소적이었는지 모르겠다. 할 수 있다고 말해주는 사람이 주변에 없기도 했지만, 뭐 내 노력의지도 부족했다.
그리고 내가 20살 이후로 제일 꾸준히 해온 짓은 홈페이지든 네이버 블로그든 어딘가에 열심히 일기 쓴 거 밖에 없다. 그래서 더 애착이 생기는 지도 모르겠다.

p.s 오늘 류현진 김광현 빅매치에서 만약에 류현진이 진다면 난 오늘 잠을 못 잘지도 모르겠다. 오랜만에 야구 카테고리에 글이나 하나 써볼까. 으흐흐

주말 보내기

일상 2008. 12. 23. 10:3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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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저번주에도 하드렌즈를 빼다가 각막에 염증이 생겼다. 그래서 안과에 갔다가 친구를 만났는데 저번 가을에 만나고 몇개월만에 보는 친구였다. 같은 인천인데도 어쩜 그렇게 시간이 잘 안맞든지 진짜 만나기 힘들더라. 그 친구가 핸드폰이 없어서 즉흥적으로 보기도 힘들고.
내 블로그에 자주 오는 사람은 알겠지만, 난 진짜 인간관계가 좁다 못해 협소한데 그런데도 이렇게 만나기가 힘들다. 내 친구관계를 크게 요약하면 중학교 친구 한명, 고등학교 친구 한명, 대학교 친구 한명 이랑 친한데 그 날은 친구들이 다 어떻게 시간이 그날만 된다고 해서 오전부터 오후중간까지는 중학교 친구 만나고, 그 이후로는 대학교 친구를 만나려고 했다. 근데 대학교 친구가 몸이 안좋다고 그래서 그냥 오전 서 부터 주구장창 중학교 친구랑 놀았다.
안과가 동인천역에 있어서 중학교 친구랑 동인천역에서 만났는데, 역시 동인천역에서는 뭘 해야 할지 모르겠더라. 아는 데도 없고.. 동인천역 보면 옛스러워서 좋긴 한데 놀기는 참 애매하다. 그리고 그쪽은 중고등학교 밀집지역이라 거기 끼기도 좀 뭐하고. 동인천쪽 중고등학교 다니는 애들 보면 좀 부럽다. 그렇게 옹기종기 모여 있으면 더 재밌을 것 같다. (제물포고, 인성여고, 인천여상, 인천정보산업고, 뭐 더 멀리 보자면 동산고 광성고 까지 우와 동인천은 고딩들의 천국!)
또 익숙한 구월동으로 가서 오래 시간 떼우려고 TGIF 에 들어가서 첨 보는 걸 먹었는데 역시 매워서 많이 못먹고 사람 없는 거기서 그냥 계속 앉아 있었다. 사람이 없는 시간대라 그런지 난방을 하는건지 뭔지 좀 추웠다.
그나마 매년 생일 챙겨주는 친구라 핸드폰 고리도 선물로 받았다. 히히.
친구랑 선물샵 가서 노호혼이라고 하는 태양 에너지 받으면 머리 계속 움직이는 장난감을 샀다. 저 조그만한게 8천 8백원인데 신기하게 밤에는 가만히 있다가 햇빛 받으면 부지런히 고개 까딱여서 볼 때 마다 흐믓해진다. 호랑이랑 다람쥐 중에서 뭘 살까 고민하다 호랑이는 수염이 너무 징그럽게 점점점점 찍혀 있어서 다람쥐로 결정했다. 실제로는 난 호랑이가 육상동물 중에 제일 좋지만.

사용자 삽입 이미지

내가 공부하는 책들.


한자공부는 예전부터 공부해야겠다 생각을 해서 어떻게할까 어떻게 할까 하다가, 결국에는 장원한자를 신청했다. 내가 사람들한테 장원한자 한다고 말하면 투잡으로 장원한자 선생님 하는 줄 알더라. 그게 아니고 진짜로 장원한자를 신청했다. 크크크. 전화해서 직장인도 하나요? 했더니 많이 한댄다. 뭐 설마 전혀 안해요~ 라고 말하진 않았겠지만.
한달에 3만천원씩이고 일주일에 한번씩 선생님이 집에 오신다. 선생님은 나보다 3살 많은 분인데 중국어랑 같이 선생님 하고 계신다고. 그래서 그런가 왠지 한족 분위기가 나는 얼굴. 흠. 근데 나 충격 받은 게 선생님이 우리집에 와서 결혼해서 남편이랑 같이 사는 거냐고 물어봤어. 제길!!! 물론 내 나이가 26살이기 때문에 결혼해도 전혀 이상할 나이는 아니지만 그래도! 그래도.흑.
나는 금요일 저녁 8시 반 9시 사이에 선생님 보기로 했는데 뭐 금요일 밤에도 퇴근하자마자 땡 하고 들어와야하고 좋다. 어차피 뭐 약속도 별로 없고, 나름 금요일이라서 집에 일찍 가고 싶을 때 댈 핑계도 있고.
이번주는 회식때문에 못 만나서 선생님이 교재만 우편함에 주고 가셨다.
어떤 단계부터 시작해야 하나 알기 위해서 테스트를 했는데 오마이갓. 진짜 상태가 심각해서 거의 처음부터 하고 있다. 교재가 아주 맘에 든다. 이제까지 내가 한자공부의 필요성을 느껴서 많은 책을 구입해봤지만, 이번 교재처럼 좋은 거 처음이야. 히히. 총 천연색에 북녁 北 자 옆에 막 북극곰도 그려져 있고 알맞은 그림과 글자를 연결하세요. 이런 문제도 나오고 고사성어는 그에 맞는 만화 그려져 있고 그런다. 굳!!! 왜 어른 교재는 이렇게 재밌게 못 만드는거야.
일본어 교재는 그냥 인터넷으로 구입을 했는데 저번에 만난 일어 혼자 배운 선배가 왜 일본어 위에 한국어로 하나하나 다 써져 있는 걸 샀냐고 이렇게 하면 공부 하나도 안된다고 해서 다락원 교재도 샀다. 근데 사고 보니 다락원 교재는 한국어로 읽는 법 안 써져 있는 거 빼곤 좋은 점이 하나도 없는거다. 뭐 어느정도 아는 사람이 보면 괜찮을지 몰라도 예문 같은 게 해석이 하나도 안되어 있는거다. 보니까 인터넷 강의용으로 나온 것 같다. 그래서 그냥 저 교재로 한다. (저건 시사일본어사에서 나온 교재)
내 생각에도 일본어 읽는 법이 하나하나 써져 있으면 공부가 안될 것 같아서 그 부분은 수정테이프로 다 지우는 노동을 하여 교재로 사용하고 있다. 그거 빼고는 교재 구성은 좋은 것 같다. 지우는 것도 뭐 생각보다 별로 어렵지 않다.

이번 주말에는 정장을 위아래로 입을 일이 있어서 (이 속터지는 얘기는 또 언젠가 포스팅 하겠음) 작년 재작년에 산 겨울 정장을 입어봤는데 검정색은 꽤 비싼 돈 주고 산건데 그때 왜 비싸게 주고 샀냐면 나한테 맞는 품이 맞는 정장이 없어서 어렵게 어렵게 44가 있는 브랜드를 찾아서 하는 수 없이 비싸게 주고 산거고 고동색은 윗도리는 맞아서 안 줄였는데 치마랑 바지는 하도 커서 결국 품도 줄이고 길이도 줄이고 그랬는데 우왕 그 두 정장이 완전 타이트하게 딱 맞는거다. 심지어 막 답답했다. 그 두정장 모두 그 때 당시 타이트하지도 않았고 넉넉하니 편했는데 진짜 좌절했다.
그래서 그 충격 이후로 일부러 밤에 좀 먹을거 먹으면서도 걱정하고 회사에서도 모카골드 믹스커피도 안마시고 그러기로 했다. (어제 그래서 2분의 1칼로리랑 블랙커피 믹스 구입) 사실 살면서 살에 대해 의식하면서 산 적은 한 번도 없었는데 요 며칠 먹을 거 보면서 지금 먹으면 살 찌겠지. 라는 생각을 하니 괴롭기가 그지 없었다. 다이어트 성공한 사람들 존경스럽다.

어제 새벽에는 요염한 초승달을 보며 출근했고, 오늘 새벽에는 눈 쌓인 길을 걸으며 출근했다. 근데 귀가 너무 아파서 병원에 가봐야할 것 같다. 우리 아빠가 중이염 때문에 수술을 거의 5번 넘게 했는데 뭐 큰 문제는 아닐 거라 생각하지만 귀 아프다고 하면 엄마아빠가 막 과민반응을 한다. 좀있다 병원 간다고 말해야 하는데 완전 눈치보인다. 이 글 읽는 사람들도 콧물난다고 코를 너무 많이 풀지 말았으면 한다. 코를 너무 세게 풀면 귀에 염증이 온다구요. (아 어떻게 일기를 끝맺어야 할지 모르겠네)

다들 내일 크리스마스 이브 즐겁게 보내세요~ 난 아무 스케줄 없음. 흐흐흐.

블로그의 재정립.

일상 2008. 7. 14. 12:15
1. 배출구.
: 어렸을 때 부터 일기 쓰는 걸 좋아했다. 방학숙제로 써오라는 일기는 맨날 밀려서 하루만에 다 써버리곤 했지만, 그때 그때 생각날 때마다 공책이든, 다이어리든 어디에 끄적거려 놓는 그런 일기는 자주 썼다. 학교에서 쓰는 공책도 앞면은 필기내용이었지만 뒷면 한 두장은 언제 쓴지도 모를 짧은 낙서나 글이 항상 있었던 것 같다. 아무도 읽으면 안된다고 생각했던 것들이고, 실제로 거의 나 혼자만 보는 일기였는데 왜 그렇게 일기를 쓰면 마음이 조금 가라앉았는지 모르겠다.찌질하게 엉엉 울다가 눈물 뚝뚝 흘리면서 쓴 적도 꽤 되고 분이 안 가셔서 글씨까지 분에 절어 있었던 적도 있고 그랬다. 그런데 이상하게도 한 페이지 정도 쓰면 이상하게도 평정심을 되찾게 되더라. 좋게 말하면 평정심을 되찾는 거였지만, 내 일기의 내용은 항상 비관적이었기 때문에 어찌보면 무기력 해졌다고 보는 것이 맞을 수도 있겠다.
저번에 읽어서 포스팅 했던 소설 프리즌 호텔 주인공이 (이름 벌써 까먹음) 도망간 엄마가 니가 어떻게 사는 지 알 수 있게 글을 써달라. 라고 부탁했나? (분명 다 읽었는데 왜 내용에 확신이 없는거냐) 여하튼 그런 부탁 때문에 엄마가 떠난 뒤로 365일 단 하루도 안 빼놓고 일기를 썼다는 내용이 나온다. 어느 정도였냐면 팔 깁스를 했어도 그 깁스를 풀고 아픈 손으로 울면서 일기를 썼다는 거다. 그 주인공  삼촌이 엄마를 원망하는 주인공한테 니가 하루도 빼놓지 찮고 일기를 썼기 때문에 작가가 될 수 있었던 것 아니냐. 라고 말 하는 장면이 나온다. 나도 그림일기를 쓸 수 있었던 시절부터 단 하루도 안 빼놓고 일기를 썼다면 작가가 될 수 있었을까? 흐흐.
일기를 많이 써서 그런지 내 심정을 글로 풀어내는 건 그닥 어렵지 않다. 어렵지 않을 뿐이지, 그 내용이 세련되고 멋있다는 건 아니다. 내가 쓰는 단어는 언제나 한정되어 있고, 내가 어떤 기분일 때 일기를 쓰는 지도 거의 비슷비슷하다. 기뻐 죽을 것 같은 때보다 슬퍼 죽을 것 같은 때 일기가 더욱 길어지고, 기쁠 때 쓰는 단어보다 슬플 때 스는 단어의 수가 훨씬 많다. 아마도 그럴거다.
내가 일기를 쓰는 이유는 그냥 내 감정을 분출하기 위해서다. 지금 이 감정때문에 잠도 제대로 못 자고, 밥도 제대로 못 먹느니 그냥 실컷 씨부리다가 내 생활로 돌아오기 위해서.
그 일기들의 대부분은 나중에 읽어보면 민망스럽고, 내 자신이 너무 쪼다같아서 찢어버리거나 검정 비닐봉지에 꽁꽁 묶어 바로 종량제 봉투로 직행해 버렸지만, 난 그시절 일기들을 다시 못 읽는 건 별로 안 아쉽다. 일기를 쓰는 이유 자체가 그 일기를 쓸 때 단 몇 분동안 제발 곽미영이가 제정신을 찾기 위해서 였으니까. 나중에 다시 꺼내봐도 쪽팔리지 않을 일기를 쓰려면.. 뭐 나한테는 일기를 쓸 필요가 없는 거겠지.
내가 내 속마음을 다 써도 나중에 봐도 쪽팔리지 않는 그런 멋진 사람이면 좋겠지만, 그건 또 아닌 거 같고.

2. 블로그의 목적.
: 블로그를 시작하게 된 이유는 예전 홈페이지에서 블로그로 인터넷의 흐름이 넘어오면서 자연스럽게 그렇게 된 거 같다. 예전 홈페이지도 본래의 목적은 일기 였지 거창한 내용이 있는 홈페이지는 아니었다. 예전 홈페이지 때 부터 지금 블로그도 이곳의 존재 이유는 '일기 쓰기' 인 것이다.

3. 부담.
: 블로그를 쉬고 있었던 6월, 주말마다 회사일이 있었다. 휴일수당도 없고, 아쉬우면 평일 휴가 쓰라고는 했지만 휴가 쓸 수 있는 환경도 아니었다. 집에가서 블로그를 할 수도 있지 않았을까 하지만, 전에 블로그에도 썼다시피 집에가선 야구만 봤다. 헐; 그나마 야구도 응원하는 팀의 포스트시즌 진출이 요원해짐에 따라 스트레스의 원인이 되어버렸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야구를 못 끊고 있다. 이 마약같은 야구 같으니라고)
6월은 참으로 피곤한 한 달이었지만 나름 주말에 야구장도 가고, 영화도 조금 봤고, 책도 꽤 읽었다. 회사에서도 내 거처 문제, 기가 막혔던 선배 문제 등등 뭔가 엄청 많은 일이 있었다. 예전에는 뭔가 특별한 일을 하면 블로그에 쓰고 싶고 어떻게든 사진도 넣고 내가 좋아하는 뮤직비디오도 올려놓고 그러고 싶었다. 다른 사람들 블로그 보면 참 성의 있어보이고 심혈을 기울인 것 같아보이던데.. 나도 몇 몇 포스트는 꽤나 긴 시간 공을 들여서 만들어서 보기 좋은 것도 있지만, 기본적으로 나는 보기좋게 포스팅을 못한다.
쉬면서 사진도 찍고 책도 뭐뭐 읽었나 다시 상기시키고 나중에 블로그에 써야지 써야지 하다보니 언제부턴가 이게 남다른 압박이 되어 다가왔다. 그래서 더 포스팅을 못한 것일지도.

4. 앞으로는.
: 전혀 일관성 없는 이 글을 쓴 목적은 앞으로는 내 블로그가 더욱 성의없어 질 것임을 말하기 위해서다. 그냥 잠깐잠깐 짧게 텍스트로만 블로그 채우는 건 요즘 같은 상황에서도 별 문제가 없다. 영화를 봐도 기본적으로 영화사진 하나 쯤은 넣는 나였지만, 앞으로는 그런거에 구애받지 않기로 했다. (이래보여도 꽤 구애받으며 포스팅 했다오)
다행히 7월 1일부터는 꽤 견딜만 했고, 오늘은 루꼴라도 옆에 없다. 우하하하하핫. 그래서 오늘은 그동안 못 간 블로그 이웃들 블로그나 구경하고 야구 게시판이나 봐야지. 아 예전부터 하고 싶었던 얘긴데 나 디씨인사이드 야갤에서는 활동 안한다. ;;; 누가 날 야갤 하는 인간으로보면 나 너무 속상할 것 같애! (하면서도 가끔 가서 움짤 퍼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