꽃피는 봄봄봄봄 1편

일상 2017. 5. 11. 16: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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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1.  콜드플레이 콘서트 끝나고 하남 사는 친구네 집에 갔었다. 원래는 그냥 집에 돌아오려고 했는데, 9호선 줄이 계단까지 늘어져 있고, 늦게라도 9호선을 탄다 한들, 노량진에서 1호선 막차를 놓칠 것 같았다. 혹시나 해서 옷이랑 세면도구를 챙겨오긴 했던 참이라, 잠실에서 하남까지 버스타고 갔다. 친구가 하남에서 잠실 가깝다고 하남도 살 만 하다고 했는데, 내 기준에서는 엄청 멀었다. 그리고 하남까지 가는 파란 버스 배차간격은 왜 그리 길든지. 우여곡절 끝에 버스에 탑승하여 여행하는 기분으로 바깥 풍경을 보는데 비싸다는 동네 지나갈 때는 과연 쾌적함이 느껴졌고, 서울 변두리 지날 때에는 여기가 서울이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낙후함이 느껴졌다. 버스타고 가며 오늘 콘서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말할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네 집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친구의 고양이를 봤다. 친구가 자기네 고양이는 모르는 사람 오면 안보이는데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는데, 나를 보고도 별로 경계를 안한다고 신기하다고 했다. 복실복실한 연회색 털에 동그란 눈을 가진 고양이가 먼 발치에서 '넌 뭐냐?' 라는 표정으로 내 행동을 빤히 쳐다보는데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면서 가까이는 오지 않았다. 내가 자려고 누워서 불을 끄니 그제서야 고양이는 내 머리 맡으로 와서 정수리 냄새를 킁킁 맡았다. 영광스럽게도.

  이번에 친구네 집에 가서 대기업의 위엄 같은 걸 느꼈다. 친구는 여전히 몸이 좀 아프긴 하지만, 첫 직장이자 현재 직장인 국내 굴지 대기업에서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고 있다. 경력도 계속 쌓고 있고, 연봉도 계속 올랐겠지. 아무리 친구사이여도 연봉이 얼마냐 물어볼 순 없는거라, 친구의 월급이 얼마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 날 친구네 집 가서 친구가 버는 돈이 어마어마함을 새삼 실감했다. 물론 내가 지금 하는 일보다 훨씬 힘드니 그 보상으로 많은 월급을 받겠지.

  친구는 대학졸업후  근 10년만에 하남시내에 대단지 아파트를 부모 도움없이 온전히 자기 힘으로 사고, 며칠 전에는 새 차까지 샀다. 친구가 너무 잘나서 대단하다는 생각 자주 하고 몸도 안좋은데 좋은 아파트에 살게 되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대체 30대 중반이 되도록 뭐한건가. 싶었다.

  다음날 하남에서 인천까지 지하철 타고 왔는데 배차간격이 똥이라, 3시간 넘게 걸렸다. 오는 길에 핸드폰을 두번이나 떨어뜨려서 산지 3개월도 안된 핸드폰이 순식간에 1년은 쓴 거마냥 후져졌다. 액정 안 깨진 건 다행이지만.

 

2. 친구네집 가서 한번도 느끼지 못한 박탈감 같은 걸 느낀 건 이유가 있다. 요즘 내 모든 역량을 절약에 쏟고 있기 때문이다. 3월말에 목돈 쓸 일이 있어서, 3개월 할부로 목돈을 쓰고 (내 기준에서는 엄청난 목돈) 건강보험정산까지 하고나니, 정말 돈이 없어도 너무 없다.


2번 부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짐. (회사에서 쓴건데, 바빠서 더 쓸 시간이 없는 관계로. )


봄은 왔지만.

일상 2016. 3. 6. 23:24

볼을 스치는 바람이 날카롭지 않고, 장갑을 끼지 않고도 걸을만 하다. 내가 집을 나서는 7시 10분에 이미 해도 떠 있다. 겨울이 되자마자부터 계속 봄을 기다리는 나는 이제 좀 살만한 날씨구나.. 생각한다.

삼일절에는 오랜만에 친가 식구들을 만났다. 할아버지의 기일이었기 때문에 갔는데, 아주 애 같기만 했던 사촌오빠의 자식들이 벌써 고3이고 중학생이고 참 쑥쑥도 컸더라. 세월의 무상함을 다시 한번 느꼈다. 식구들은 내 나이를 듣고 다들 깜짝 놀란다. 하긴 나도 내 나이에 가끔 놀라니까.

어린 시절 30살이 넘으면 난 어떻게 살고 있을까.. 하고 상상할 때는 분명 멋진 삶을 살 수 있을 거라 생각했는데. 앞으로 더 멋지고 좋은 날이 펼쳐질거란 기대를 품고 사는 것이 참 힘이 든다.

내가 가치 있는 사람이고 어떤 사람에게는 꼭 필요한 사람이라는 생각을 언제나 하려고 노력하지만, 그마저도 쉽지 않다.

내가 진짜로 원하는 게 뭔지 이제 나도 잘 모르겠다. 내가 원하는 것이 거창하고 큰 것일까? 누군가에게는 아무것도 아닌 것일 수 있을텐데.. 왜 나에게는 일생에 걸쳐 이렇게 어렵기만 한건지.



평소 라이브 앨범은 웬만해선 사지 않고, 듣지도 않는 편이다. 라이브 공연 자체를 그렇게 좋아하지도 않고. 잡음 없이 깨끗하고 좋은 음질로 스튜디오에서 녹음된 곡을 좋아하는데, Ryuichi Sakamoto 의 Media Bahn Live 앨범은 작년에 구입한 후 지금까지도 이틀에 한번 이상 이 앨범의 곡을 한곡 이상은 무조건 듣는다.

유튜브 찾아보니 이 공연이 86년 공연이라는데, 다시한번 80년대의 일본이 얼마나 대단한 나라였는지 실감하는 중이다. 86년에 녹음된 라이브 앨범의 음질 상태가 이렇게 좋을 수 있는 것인지. 그리고 86년도에 연주된 곡이 이렇게 (체제 전복적이라고 표현해도 좋을만큼) 혁신적일 수 있는 건지..

과거로 돌아갈 수 있다면, 80년대의 일본인으로 살아보고 싶을 정도다.


알아주지 않는 꽃

단문 2015. 4. 15. 00:53

우리동네에서 월미도 가는 길에는 도무지 정이 안가는 공장이 쭉 늘어서 있다. 평일 낮에 그 길을 걸어가면 사람 한 명 보이지 않고, 엄청난 고압전류가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하지만 그 동네 공장 사이에는 어울리지 않게 벚나무가 무척 많이 심어져있다. 매년 때가 되면 꽃이 피고, 항상 예쁘지만, 봐주는 이는 적다.
삭막하고 외로운​ 곳에서 그 나무들이 피워낸 벚꽃은 정 떨어지는 그 곳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운 존재지만,알아주는 이는 별로 없다.
난 나 혼자라도 걔네들의 아름다움을 봐주리라 결심하지만, 그게 참 쉽지 않다. 올해도 난 그 꽃들을 바라봐주지 않았다.
이틀째 비오는 밤에 운전을 했더니 기분이 다시 가라앉았다. 이 비와 함께 꽃도 다 떨어질 것이다.
나 자신을 꽃에 비유하기도 웃기지만, 공장 앞 꽃들에게 정이 갔던 건 묘한 동질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난 이미 지고 있는데, 가장 예뻤던 때 부터 지금까지 나를 진심으로 바라봐준 이는 없었다는 슬픈 생각에 봄마다 좀 우울해진다.
괜히 봄에 자살을 많이 하는 게 아니다. 이상하게 봄만 되면 비참한 기분이 든다.
며칠전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의 수신자는 아마 영원히 그 편지를 읽지 않을 것이다. 그걸 알고 보냈지만,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 편지에 답장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썼지만, 거짓말이다. 난 죽을 때 까지 기다릴 것 같다. 절대 오지 않을 답장을.


이젠 정상궤도.

일상 2015. 3. 27. 23:26

사람은 예상치 못한 작은 사건에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어제는 초등학교 시절 바로 옆집에 살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행신역에서 만났다. 대전에 살던 시절 친구를 고양에서 보게 되다니 신기했다. 나도 걔도 고양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영영 가까워질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걔를 만나, 밀린 근황과 고민 얘기를 했더니 거짓말같이 괴로운 감정도 미련도 사라졌다. 친구는 행복하고 편안해 보였다. 부러웠지만 내 유년을 함께 보낸 친구라 진심으로 기뻤다.
내 블로그의 고정독자가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요며칠 일련의 미친 감정기복의 글을 참고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사과도 하고 싶다.
그런데 나는 글쓰기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정서 회복에 엄청난 도움이 되기때문에, 안쓸 순 없었다.
어렸을 때 부터 난 뭐하나 특출난 게 없었다. 하지만 남들보다 덜 떨어진 적도 없었다. 가출도 말썽도 없이 학교 다녔고,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크게 나쁘지도 않은 무난한 대학들어가서, 제때 취업해서 부모님이 크게 걱정하지 않는 그런 딸이었다.​ 가만 놔둬도 알아서 남들만큼은 하는.
우리 엄마는 요즘 내가 남들보다 크게 못난 분야가 있다는 것에 적응을 아직도 못하고 계신 것 같다. 나보다 더 심하게…빨리 받아들이셨으면 나도 엄마도 편할텐데.
일주일만에 몸무게가 2.5kg 이 빠졌다. 예전 다이어트할 때는 죽어라 노력해도 1kg도 안빠지더니 참 쉽게도 빠졌다.
이번달 월급의 거의 4분의 1을 투자하여 봄옷을 샀다. 내 몸에 잘맞는 새옷을 입고 전신거울에 서니 기분이 좋았다. 상쾌하게 시작하진 못했지만, 드디어 봄이다! 완전한 봄.



요즘은 mp3 를 들어도 매일 예전 노래만 듣는다. 라디오를 들을 시간이 없으니 새로운 곡이 뭐가 좋다 알 수도 없고.
대학교 때 짝사랑 하던 남자에게 고백 후, 나서 버스 정류장에서 두근 거리는 가슴으로 mp3 플레이어를 재생했을 때 나왔던 음악은 Beastie boys의 ch-check it out 이었다. 그 이후로는 이 음악을 들을 때 마다 그 상황이 떠올라서 기분이 심히 구리다. (오늘은 특히 그 날 입었던 자켓까지 입고 와서 더 생각이 난다 제길)
그 이후 내가 작렬히 차였다는 것을 알게 되는 데는 긴 시간이 걸리지 않았는데, 그때 내 상황에 딱 어울리는 배경음악은 gorillaz 의 feel good inc.다. 이 음악을 선택한 이유는 그 때 당시 나를 마음껏 비웃어 주고 싶기 때문이다. 흐흐흐. 근데 gorillaz 이번 stylo 노래 굳.

[Flash]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26D3ABDCA264F6532294A1F9C4B3F1CB3996&outKey=V1234500f3098566c7d65e8cf38b8aee769cd51f9860b4cb15da7e8cf38b8aee769cd

그리고 오늘 점심을 먹고 대학 때 얘기를 하다가 생각난건데, 내가 다니던 대학에 새로운 도서관이 생기기 전 까지는 집이랑 도서관이랑 연결되는 지름길을 애용했다. 전문대를 지나 고등학교를 지나 오는 길인데, 밤에 혼자 걸어오면 가로등에 벚꽃 나부끼는 거 보면서 감상에 젖고 그랬다. 지금 와서 생각하면 인적이 너무 드문 길이었기 때문에 그 길로 안돌아다니는 게 나을 뻔 했지만, 뭐 별 일 안 당했으니까. (감사합니다 하나님!)
여하튼 어느 봄날이었는데, sk 텔레콤에서 새로운 요금제에 대해 무지하게 홍보할 때였다. 그 요금제는 현재로부터 가까운 과거 3개월 동안의 통화량을 3으로 나눠서 한달 평균 통화량을 산출한 뒤, 그 통화량 만큼만 기본료를 책정하고 그 이상 통화료에 대해서는 모두 공짜! 라는 게 컨셉이었다.
그래서 나도 한번 해볼까 하고 114에 전화를 하면서 도서관을 나와 지름길로 이어지는 전문대 운동장을 지나고 있는데 상담원이 "네 고객님. 고객님의 최근 3개월간 월평균 통화량은 7분입니다. " 라고 나한테 이야기 하다가 풋 하고 웃음을 터트렸다. 나도 참 암울한 인간관계를 유지했던 거 같다. 한 달 내내 통화량이 단 7분이라니.
뭐 그덕에 나는 7분 요금만 내고 무제한 전화를 사용할 수 있었다.
예전에는 대학 때 암울했던 순간을 떠올리면서 현재에 만족하고 그랬다. 그때보단 내가 심적으로 덜 괴롭다는 생각에. 그런데 그때는 맨날 돈 없어서 5천원 짜리 티셔츠에 만원짜리 지하상가 바지 입고 다니고 남자한테 차였어도 그럭저럭 어리니까 봐줄만 했을 거 같다.
어차피 누구나 나이는 드는 거니까, 어린 애들을 안 부러워 하려고 했는데. 쳇.


밥 값 못하고 있다.

일상 2009. 4. 9. 10:48
봄이 되어서 그런가 마음이 붕~ 하고 떠 있는 느낌이다. 요즘 날씨는 또 왜이리 좋은거야.
이렇게 봄에 날씨가 좋으면 언젠가 친구랑 평일 낮에 청계천 가서 룰루랄라 했던 게 생각난다. 사람이 기분을 좀 풀기 위해서는 뭐 대단한 게 필요치 않은 것 같다. 그냥 그 정도면 족한데 왜 이런 짧은 시간조차 내기 힘겨워지는 걸까. 그때 점심시간이라 쏟아져 나오는 직장인들 보면서 불쌍하다고 생각했는데. 생각해보면 난 백수로 놀고 있을 때 조차 직장인이 별로 부럽지 않았다. 취직 안하고 그 후 에서 다이스케마냥 유유자적 사는 게 꿈이었다. 나는야 이기적인 영혼.
예전에 시골살 때 너무 갇혀 있다는 느낌이 싫었는데, 봄하고 여름만은 창밖만 봐도 기분이 꽤 상쾌해지고 그랬다. 일단 우리집 앞에 벚꽃나무가 무지하게 많았고, 국립공원으로 지정된 산까지 있었으니까. 딱 이맘때쯤 버스를 타고 창밖을 보면 말로 형용하기 어려운 연두색 빛 새싹만 봐도 막 심란하고 그랬다.
나도 여자인지라 꽃은 웬만한 건 다 좋아하는데 꽃은 나무에서 피는 꽃이 훨씬 이쁜 거 같다. 벚꽃도 그렇고 복숭아꽃, 사과꽃, 동백꽃, 산수유, 또 나무에 피는 꽃 뭐 있지? 아 목련도 그렇고. 아... 꽃 보고 싶다. 엄마아빠도 맨날 인천에 살다보니 꽃이 피는지 지는지 어쩌는지도 모르겠다고 삭막하다고 하시는데 나도 꽃을 볼 일이 없다. 아 꽃보고 싶다. 그런데 봄에는 꽃도 꽃이지만, 나무에 그냥 작은 잎이 꽃보다 더 이쁠 때도 있는 것 같다. 진초록도 아니고 딱 이맘 때쯤만 볼 수 있는 그런 연두색.
참나. 내가 이렇게 시골을 1g 이나마 그리워하는 일이 있을거라고 누가 알았겠나.
어제는 할 일도 엄청 많았는데 하루 종일 야구관련 기사만 보다가 하루 다 보냈다. 프로야구가 개막하니 점점 생활에 변화가 생기는구나. 기아는 역시나 꼴찌이지만, 어제 4연패 하는 줄 알았는데 1승해서 기분 좋다.
난 대졸 신입사원 평균 연봉보다 못한 연봉 받으면서 일하고 있는데 어제 같이 일하는 모습이라면 그 돈도 사실 아깝다. 하지만! 2월부터 너무 업무 때문에 핀치에 몰려 있었기 때문에 오랜만의 여유가 아주 그냥 꿀맛이었다. 돈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저번 일기에도 썼는데, 요즘 없는 월급으로 집안에 일조하고 있어서 보람차기도 하지만 (사실 보람차다고 하면 거짓말) 원래 쓰던 돈이 있어서 그걸 못 줄이다 보니 완전 쪼들리고 있다. 그나마 아주 조금 하던 저금도 전혀 못하고. 나야 뭐 월급이 들어온 것을 보아도 그냥 무덤덤 하지만, 앞으로도 저금을 별로 못할 거라 생각하니 우울하기도 하다. 돈 모아서 하려는 일들도 서서히 이렇게 물거품이 되어가겠구나 생각하니까 우울하다. 그런데 뭐 예전부터 50:50으로 불가능 하리라고 생각을 하긴 했다. 하지만, 불가능 하다고 해도 장래에 대한 꿈이나 희망 소망 등은 생각만 해도 기분이 좋고, 현재를 버티는 힘이 되어주니까 내가 나중에 뭘 해야지 하고 생각하는 것 만으로도 꽤 의미있는 일이라고 생각한다. 그러나 끝내 이렇게 고생해서 날 위해서 할 수 있는 일이 단 한가지도 없겠구나 생각하니 좀 허하다.
금요일에는 동대문에 가서 마사지를 받았다. 이걸 어떤 남자 선배한테 말하니 당연히 퇴폐일 거라고 생각을 하더라. 만약 내가 퇴폐 마사지를 받았다면 이렇게 다른 데 얘기를 하고 다녔겠는가? 기분이 나빠졌다.;; 회사에 나랑 동갑인 얼굴이 엄청 이쁜 친구가 한 명 생겼는데 나랑 연관 부서가 아니라 속 편하고 그렇다. 이번에도 친구가 추천해줘서 같이 간 거. 우리 부서도 그 친구 부서도 다 회사에서 좀 제3의 부서로 취급받는 곳이라 통하는 것도 많고. 5만원 주고 스포츠마사지 받는 거 였는데 황송하기 그지없게도 발도 닦아주셨다. 난 역시 이런 대접에 익숙치 않아. 처음 가는 거라 그냥 약하게 해달라고 했더니 몸에 기별이 별로 안가더라. 토요일 딱 하루 뻐근한 거 좀 없고, 다시 어깨가 천근만근이네.
봄이라 옷 좀 장만하고 구두도 사고 그러고 싶은데, 돈도 없고. 돈이 있어도 주말되면 아무데도 가기 싫고. 며칠 전 싸구려 구두를 2개나 구입했는데 하나는 왼발이 너무 작다. 내 발 크기가 애매해서 어떤 브랜드 거는 230 신고 어떤 브랜드는 225 신고 그러는데 이거는 오른발은 딱 맞는데 왼발이 정말 참고 신어보려고 해도 너무 작다. 하루 신고 나갔다가 길에서 신발 버리고 그냥 맨발로 걸어들어오고 싶은 심정이었다. 다른 하나는 이 구두 모양이 이상한지 구두가 걸으면 막 벗겨지려고 한다. 첫번째 구두는 만9천원짜리 두번째 구두는 2만 5천원인데 그 2만 5천원 짜리는 구두가 너무 커서 그런 줄 알고 깔창도 깔고 바닥도 붙여서 만원이 더 들었다. 총 5만원이 넘는 돈이 들었는데 제기랄 이거 그대로 다 부산 사는 고모 드리게 생겼다. (내가 잘 못신는 구두는 다 고모네 댁으로 보냄)
차라리 그 5만원에 내 돈 더 합쳐서 백화점 가서 좋은 구두 사고 제대로 신을 걸.

아까 어떤 게시판에서 봤는데 오늘 날씨가 환장하게 좋다고 한다. 지금은 점심시간 10분 전. 나는 점심먹고 한옥마을 산책이나 좀 해야겠다. 시간이 날 지 모르겠지만.

봄밤 - 김수영

위로 2009. 3. 11. 15:42

봄밤 - 김수영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강물 위에 떨어진 불빛처럼
혁혁한 업적을 바라지 말라
개가 울고 종이 울리고 달이 떠도
너는 조금도 당황하지 말라
술에서 깨어난 무거운 몸이여
오오 봄이여

한없이 풀어지는 피곤한 마음에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너의 꿈이 달의 행로아 비슷한 회전을 하더라도
개가 울고 종이 들리고
기적 소리가 과연 슬프다 하더라도
너는 결코 서둘지 말라
서둘지 말라 나의 빛이여
오오 인생이여

재앙과 불행과 격투와 청춘과 천만인의 생활과
그러한 모든 것이 보이는 밤
눈을 뜨지 않은 땅속의 벌레같이
아둔하고 가난한 마음은 서둘지 말라
애타도록 마음에 서둘지 말라
절제여
나의 귀여운 아들이여
오오 영감이여


Off day.

일상 2008. 4. 20. 09: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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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1일 너무 떨려서 잠도 제대로 못잤던 휴가. 민양과 내가 한일은 결국 서울시청에서 만나서 밥 먹고 청계천 좀 구경하다가 스타벅스에서 커피 마시기. 난 스타벅스가 좋다거나 거기 커피 아니면 안마신다거나 하는 건 아닌데 어찌된 일인지 서울에서 놀기만 하면 스타벅스 혹은 커피빈에 가게 된다. 그냥 뭐 마시면서 수다 떨고 싶은데 일반 카페는 담배피는 사람이 너무 많고, 원래 가던 습관도 있고 해서 결국에는 그런 다국적인 별다방 콩다방에 가게 되는 것. 회사 다니면서 뭘 제일 하고 싶냐고 물어보면다면 세계 일주, 애인만들기(애인 만드는 게 언제부터 거창한 게 되버렸다냐) 같은 거창한 건 말 안할거다. 그냥 하고 싶은 건 쉬기, 사람없는 평일 낮에 친구랑 만나서 얘기하기 정도다. 이렇게 소박한 소원인데 그게 참 힘들다는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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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월 29일 민양이 핸드폰이 없다보니 민양한테 가끔 집에 전화를 하면 이상하게 그럴때마다 민양이 집에 없다. 그래서 맨날 민양 어머님하고 전화를 하는데 우리가 하도 자주 만나니까 민양 어머님이 우리보고 사귀냐고까지 물어보셨다. 그래도 시간 날 때 자주 그리고 오래 만나주는 친구가 있는 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친구가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있고 애인이 채워줄 수 있는 부분이 있다면서 친구랑 아무리 친해도 애인이 있어야 한다지만 난 아직 그 단계까진 당도하지 않은 것 같다. 그냥 친구 만나는 것 만으로도 어느 정도는 스트레스가 풀린다. 아 저기 사진에 있던 스탬프 세트는 결국 나도 따라 구입했다. 이제까지 이쁜 스탬프 봐도 꾹꾹 참고 있었던 이유는 한번 사기 시작하면 계속 살까봐 였는데 이건 꽤 여러개 들어있어서 추가로 안사도 될 것 같다. 4월 들어서 다이어리에 스탬프 엄청 찍어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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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3일 하도 무료해서 친구한테 뭐하냐 물어봤더니 지금 일어났다고 해서 우리 백화점이라도 갈까. 하고 만나서 진짜 백화점에 갔다. 4월 12일에는 원래 아는 언니 오랜만에 만나기로 했는데 몸살기가 있어서 미안하다고하고 약속을 취소했다. 어찌나 미안했든지. 토요일 하루 푹 쉬었더니 몸이 원상복귀가 되고, 엄마 아빠는 큰아빠 농장에 가셨고 집에 혼자 TV만 보고 있자니 무료해서 견딜 수가 없었다. 같이 만난 친구랑 같이 산 옷은 이제까지 거의 성공을 해서 이번에도 같이 가서 이거 저거 구경을 하면서 여성스러운 옷을 살 것인가 그냥 맨날 입는 청바지를 살 것인가 고민하다가 결국 청바지를 샀다. 취직하고 얼마간은 이제 나도 직장인~ 이러면서 꽤 여성스러운 블라우스나 치마 같은 거 샀는데 결국 한달에 한번 입을까 말까 한 옷이 되어버리더라. 그리고 우리 회사 그냥 청바지 입고 다녀도 되니까. (심지어 난 구두도 안 신음)
세일이라고 해서 백화점 가서는 세일 안하는 바지를 샀는데, 그 바지 입고 나왔을 때 '야 난 민망해서 이거 도저히 못 입을 것 같다. 어떻게 입어~' 이랬는데 친구 말로는 그보다 더 심한것도 잘만 입고 다닌다고 강권 하는거다. 결국 귀 얇은 나는 10만원이 훌쩍넘는 돈을 주고 그 바지를 사버렸다. 대학 다닐 때는 돈이 없어서 그냥 1~2만원짜리 청바지 입었다. 근데 입는 바지마다 다 허벅지하고 엉덩이는 맞는데 허리는 남아도는 난감한 모습이 되는거다. 내 체형이 이상한 줄 알고 그냥 그렇게 살았는데, 이제서야 내 체형에 딱 맞는 바지 브랜드를 발견했다. 그래서 그런가 계속 사입게 되네. (이번이 3번째)
다른 얘기로, 난 이번 봄에도 결국 벚꽃놀이를 못갔다. 예전 대학 다닐 때는 학교 안에 벚꽃이 많아서 별다른 노력 없이도 벚꽃을 실컷 볼 수 있었다. 특히 벚꽃이 만개하는 때는 항상 시험기간이었다. 도서관에서 공부하다가 밤에 혼자 집에 들어가면서 밤, 4월, 가로등, 벚꽃 등이 만들어내는 쓸쓸한 분위기 때문에 감상적이 되선 '아 오늘밤도 새야 하나' 라고 한숨 쉬곤 했는데. 난 왜 매해 4월은 이렇게 혼자인 것 같은지. 예전 남자친구도 벚꽃피기 전에 입대했고, 걔랑 사귀는 동안에도 벚꽃핀 길을 걸을 땐 항상 혼자였던 것 같다. 유난히 외로운 4월 같으니라고.
대전에서 살던 저층 아파트 화단에는 목련이 엄청 많았다. 사람들은 목련 떨어지면 지저분해서 싫대지만, 벚꽃을 생각하면 맨날 밤에 혼자 터덜터덜 걸어왔던 게 생각나고 목련을 생각하면 중학생이었던 나와 그때 친구들이 생각나서 난 목련이 더 좋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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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월 18일 - 팔자 좋게 휴가를 냈다고 할 지 모르지만 저번주는 너무 지치고 지쳤던 한 주였다. 결국 눈치 엄청 보면서 저 금요일에 쉬겠다고 하고 쉬었다. 몸이 안좋아서 쉬기로한 것이니만큼 별다른 약속은 잡지 않았다. 단 꼭 하고 싶은 일이 있었는데 그건 CGV 포인트 쓰기. 롯데시네마, 메가박스, CGV 모두 이번 4월 30일 날짜로 포인트가 다 소멸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만육백점이나 되는데 영화를 보려고 봤더니 보고 싶은 게 하나도 없었다. 저번 포인트 쓸 때는 보고 싶은 게 없었음에도 포인트 쓰는 마지막날이라 울며 겨자먹기로 '메종 드 히미코' 를 봤는데 재미 없었다. 이 영화 좋았던 사람들 도대체 어느 점이 좋았는지요? 난 진짜 재미없어 죽는 줄 알았다. 그때와 똑같은 상황이 될 것 같아 직원한테 이 포인트로 그냥 영화관람권이나 상품으로 주시면 안되냐고 물어봤더니 작년 12월을 끝으로 그런건 없어지고 포인트는 현장 발권만 된다는거다. 결국 목적 달성 못하고 오후 5시경에 친구랑 헤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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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랑 헤어지고 나서 45번 버스를 탄 나는 갑자기 집에 들어가기 싫어졌다. 그래서 그냥 종점인 월미도까지 가기로 했다. 그날에서야 안 건데 인천역을 지나서 월미도 가는 길 주변에 피어 있는 나무가 알고보니 다 벚나무였다. 월미도 가는 길에는 남항 입구가 있어서 컨테이너 박스도 산처럼 쌓여있고, 대한제분, 무지개 사료, 대한제당 등 무지막지하게 크고 삭막한 공장들이 즐비하고 바퀴 10개이상 달린 트럭들도 쌩쌩 달리는데 그런 길에 피어 있는 벚꽃이라. 이색적이고 멋질 것 같은데 이미 다 지고 바닥에 그나마 남은 벚꽃잎들만 굴러다니고 있었다. 그런 광경을 놓쳐버린 것이 원통하기까지 했다.
난 원래 부터 혼자 다니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었나? 아니면 어쩔 수 없이 혼자 다니다 보니 이젠 혼자가 편해진걸까?
잘은 모르겠지만, 내년에 제분공장 옆 벚꽃을 또 혼자와서 구경하더라도 별 상관없을 것 같다.

짧은 순간

일상 2008. 3. 13. 15:51
1.
전철을 타고 가는데 창문으로 흐릿하게 내 모습이 보였다. 아직 다 자라지 않은 앞머리 몇가닥은 묶이질 않아서 이마 옆에 지저분하게 내려와 있고, 중학교 때 샀는데 아직까지도 입는 짙은 회색 코트가 그 날 따라 더욱 우중충해 보였다. 난 이제 다 풀어져 가는 파마때문에 머리는 질끈 묶었고 유행에 뒤떨어진 안경을 끼고 다닌다. 축 쳐진 모습으로 주머니에 손을 넣고 있는 나를 보니 갑자기 처량했다. 그 상태로 내가 아는 누군가를 만났다면 아마 난 모른 척 하고 도망갔을 거다.

2.
어제는 회사에 일이 있어서 9시쯤에야 퇴근을 했다.
우리회사 건물은 무지하게 낡아서 어쩔 땐 비까지 새는 데 옛날 건물 답게 반투명유리로 작은 창을 열고 닫을 수 있다. 샷시도 옛날 거라 엄청 뻑뻑하지만, 창문이 있는 건 좋다. 예전에 통유리로 된 건물에서 일할 때는 뭐 아무리 천장에 있는 환풍구로 공기 순환을 한다고 해도 공기가 매우 나빠서 머리가 지끈 거렸다. 하지만 지금 건물은 낡긴 했지만 머리 아플 때 창문을 열 수 있어서 좋다.
어제 저녁 8시가 넘어서 무심코 그 작은 창문 밖의 풍경을 봤다. 은행도 있고 사람도 지나다니고 차도 지나다녔다. 멍하니 창밖을 보는데 한순간 바람이 훅 하고 불어들어왔다.
아무런 일도 없었는데 갑자기 가슴이 찡해지면서 외로웠다.

아.. 온 몸의 세포들이 느끼고 있다. 분명 봄이 오고야 말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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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S 저번주에는 날 살려두지 않을 작정인양 일이 차고 넘치더니 이번 주는 왜 이리 한가한지 모르겠다. 3일 연속으로 너무 한가하다 보니깐 이젠 점점 불안하다. 꼭 이러다 한순간 확 일이 밀리던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