알아주지 않는 꽃

단문 2015. 4. 15. 00:53

우리동네에서 월미도 가는 길에는 도무지 정이 안가는 공장이 쭉 늘어서 있다. 평일 낮에 그 길을 걸어가면 사람 한 명 보이지 않고, 엄청난 고압전류가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하지만 그 동네 공장 사이에는 어울리지 않게 벚나무가 무척 많이 심어져있다. 매년 때가 되면 꽃이 피고, 항상 예쁘지만, 봐주는 이는 적다.
삭막하고 외로운​ 곳에서 그 나무들이 피워낸 벚꽃은 정 떨어지는 그 곳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운 존재지만,알아주는 이는 별로 없다.
난 나 혼자라도 걔네들의 아름다움을 봐주리라 결심하지만, 그게 참 쉽지 않다. 올해도 난 그 꽃들을 바라봐주지 않았다.
이틀째 비오는 밤에 운전을 했더니 기분이 다시 가라앉았다. 이 비와 함께 꽃도 다 떨어질 것이다.
나 자신을 꽃에 비유하기도 웃기지만, 공장 앞 꽃들에게 정이 갔던 건 묘한 동질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난 이미 지고 있는데, 가장 예뻤던 때 부터 지금까지 나를 진심으로 바라봐준 이는 없었다는 슬픈 생각에 봄마다 좀 우울해진다.
괜히 봄에 자살을 많이 하는 게 아니다. 이상하게 봄만 되면 비참한 기분이 든다.
며칠전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의 수신자는 아마 영원히 그 편지를 읽지 않을 것이다. 그걸 알고 보냈지만,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 편지에 답장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썼지만, 거짓말이다. 난 죽을 때 까지 기다릴 것 같다. 절대 오지 않을 답장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