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휴동안

일상 2016. 6. 8. 17:26

연휴동안 대학 때 같이 수업듣던 언니의 결혼식에 갔다.

언니가 나한테 소개시켜줬던 언니네 회사 사람도 오겠지? 라는 생각을 하긴 했지만, 재수없게 너무 가까운 자리에 앉게 되서 짜증났다. 그냥 보이는 자리 앉은건데 하필 왜 그 쪽에 앉아 있었던 건지.

내가 먼저 아는 체 하기도 웃겨서 그 남자가 날 보는 시선이 느껴지는데도 계속 안보이는 척 했다. 그 남자 정말 이상하고 황당한 남자였는데, 이제 다신 안보길 바랄 뿐이다.

결혼식장에 혼자 간 게 이번이 네 번째인데, 네 번 다 혼자 밥 잘 먹었다. 이번에는 갈비탕이었는데, 살짝 아쉬웠지만 무난한 맛이었다.

결혼식이니 예의를 차려야지 싶어 원피스에 저번달 백화점에서 산 9cm 굽의 오픈토를 신고 갔는데, 오는 길에 발이 너무 아파서 전철에서 하늘이 노래지는 기분이었다. 나중에는 내 앞에 앉아있는 사람한테 '저 발이 너무 아파서 그런데, 자리 좀 비켜주시면 안될까요?' 라고 말할까 말까 심각 고민하는 지경에 이르렀다. (농담이지만.. 진짜 그러고 싶은 맘이었다.) 그래도 꾹 참고 서 있다, 시간이 갈수록 너무 아파서 살긴 살아야하니 그냥 맨발로 서 있어야하나.. 하고 큰 맘 먹을 쯤 자리가 나서 얼른 앉았다.

그 신발은 굽도 굽이지만, 더 큰 문제는 볼이 좁은 것인듯 하다. 하늘색이라 예뻐서 샀는데, 너무 아파서 다음에 신을 용기가 날지.

결혼하는 언니에게는 부럽다 를 남발했지만 또 식장에 들어가는 언니를 보니 꼭 결혼이 좋은 것만은 아니라는 생각도 들고 그랬다. 어쨌든 결혼이란 책임은 커지고 자유는 줄어드는 것이니까. 물론 언니는 행복해 보였다.

결혼식에서 사회자가 신랑에세 저질스러운 짓을 시켜서 지켜보다 기분이 상했다. 남편보고 신부 치마 안으로 들어가 '이곳이 천국이다.' 라고 외치라고 시켰는데, 만약 내 결혼식에서 사회자가 그딴 짓을 시키면 그 자리에서 죽빵을 날려버렸을 것이다.

일요일에는 엄마 생신이 6월10일이라 가족들이 모여서 생신 축하한다고 말씀드리고 외식도 했다.

우리집의 가족사를 돌이켜보면, 단 한시기도 경제적으로 넉넉했던 때가 없었는데, 매년 부모님 생신 때마다 그 사실이 참 실감이 나서 슬퍼진다. 내 월급도 지금은 엄청 적고...돈을 못벌면 평범하게라도 살아야 하는데 이 나이되도록 결혼도 못하고 애도 못낳아 걱정만 끼치고. 항상 가난하게 살며 지금까지도 고된 육체노동을 하는 엄마를 보면 마음이 아프고 나의 보잘것 없는 능력에 죄책감이 든다.

요즘 꼭 가야하는 약속인 결혼식을 제외하고는 아무런 할 일이 없는 주말이 계속되고 있다. 뭐 이런 시간도 필요한 거니까, 의미없는 시간이라는 생각은 안하기로 했다.





이젠 정상궤도.

일상 2015. 3. 27. 23:26

사람은 예상치 못한 작은 사건에도 기분이 좋아질 수 있다.
어제는 초등학교 시절 바로 옆집에 살며 친하게 지내던 친구를 행신역에서 만났다. 대전에 살던 시절 친구를 고양에서 보게 되다니 신기했다. 나도 걔도 고양에서 일하고 있다는 사실이 말이다. 영영 가까워질 수 없을 줄 알았는데.
걔를 만나, 밀린 근황과 고민 얘기를 했더니 거짓말같이 괴로운 감정도 미련도 사라졌다. 친구는 행복하고 편안해 보였다. 부러웠지만 내 유년을 함께 보낸 친구라 진심으로 기뻤다.
내 블로그의 고정독자가 몇이나 되는지 모르겠지만 요며칠 일련의 미친 감정기복의 글을 참고 읽어주신 분들께 감사드리고 사과도 하고 싶다.
그런데 나는 글쓰기로 감정을 표현하는 것이 정서 회복에 엄청난 도움이 되기때문에, 안쓸 순 없었다.
어렸을 때 부터 난 뭐하나 특출난 게 없었다. 하지만 남들보다 덜 떨어진 적도 없었다. 가출도 말썽도 없이 학교 다녔고, 좋지도 않고 그렇다고 크게 나쁘지도 않은 무난한 대학들어가서, 제때 취업해서 부모님이 크게 걱정하지 않는 그런 딸이었다.​ 가만 놔둬도 알아서 남들만큼은 하는.
우리 엄마는 요즘 내가 남들보다 크게 못난 분야가 있다는 것에 적응을 아직도 못하고 계신 것 같다. 나보다 더 심하게…빨리 받아들이셨으면 나도 엄마도 편할텐데.
일주일만에 몸무게가 2.5kg 이 빠졌다. 예전 다이어트할 때는 죽어라 노력해도 1kg도 안빠지더니 참 쉽게도 빠졌다.
이번달 월급의 거의 4분의 1을 투자하여 봄옷을 샀다. 내 몸에 잘맞는 새옷을 입고 전신거울에 서니 기분이 좋았다. 상쾌하게 시작하진 못했지만, 드디어 봄이다! 완전한 봄.


조용한 성탄절

일상 2014. 12. 25. 23:06

  컴퓨터로 좀 할일이 있어서 하루종일 느려터진 내 노트북을 만졌다. 엄마는 모친상 당한 친구한테 가셨다. 우리 엄마가 집을 비운 건 잘 된 일이겠지. 작년과 똑같이 집에서만 죽치는 내 모습보면서 또 얼마나 답답해 하셨을지 안봐도 비디오다.

  엄마가 잠깐이나마 고등학교 동창들 만나서 얘기하고 올 수 있어서 잘됐단 생각을 했다. 아까 저녁때 집에 오셨는데 기분이 아주 룰루랄라 시다.

 

  덕분에 하루종일 아빠와 함께 둘이 집을 지켰는데, 너무 심심해 하셔서 모시고 영화라도 볼까 싶어 현재 상영 중인 영화를 아무리 검색해도 보고 싶은 영화가 없었다. 숲속으로는 아빠가 너무 돈 아까워하실거 같고, 엑소더스는 러닝타임이 너무 길고. 그래도 아빠 혼자라도 엑소더스 보고 오시라고 했어야 했나? 아빠 그런 구약성경 스토리 영화 좋아하시긴 하는데.  

 

  오후 늦게 요즘 최고로 더러워진 차를 세차했고, 세차하러 나온김에 운동이나 하자 하고 공원으로 갔다. 그런데 성탄절날에도 뽕짝 틀어놓고 여러명이 에어로빅을 하고 있는 게 아닌가. 내 기억으론 설날 연휴 중에도 하루도 안 빼놓고 나와서 에어로빅 했던 거 같은데, 거기 단상에서 에어로빅 지휘하는 엄청 마른 아저씨는 365일 내내 6시만 되면 자유공원으로 와서 춤을 추시는 것인가.. 싶어 경외감이 들었다.

  원래 사람이 단 10분이라도 꾸준히 하는게 참 힘든건데, 10분도 아니고 거의 30분을 매일같이 눈이오나 비가오나 나와서 춤을 추시다니. 대단한 분이다. 이정도면 TV 에 나오셔도 될 분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다.

 

  아빠 혼자 심심하게 집에 놓고 온게 미안해져서 오는 길에 칭따오를 4병이나 사와서 아빠 한캔드리고 4500원짜리 영화를 함께 봐드렸다. 모스트 원티드 맨 이라는 영화인데, 워낙 평이 좋아 선택했는데, 너무 현실적인 현대 첩보를 다뤄서 재미는 별로 없었다. 총싸움도 없고 추격신도 전혀 없는 현실적이어도 너무 현실적인 첩보물.. 흥미롭긴 했다. 실제 저렇겠지 싶어서.

 

 요근래 엄청 춥고 아침에 눈 내렸던 한 3일동안 아빠는 내가 차 타기 전에 차에 눈을 다 치워놓고, 심지어 차안에 히터까지 틀고 날 주차장에서 기다리고 계셨다. 내가 차탈 때 너무 추울까봐서.

  난 중학생 이후로 아빠에게 실망한 적도 많고, 이해할 수도 없었던 적이 많아서 무뚝뚝해도 그렇게 무뚝뚝할 수 없고 아빠께 하루에 한마디도 겨우하는 딸인데, 하지 말라고 해도 기어코 시동 켜놓고 기다리는 아빠를 보면 가끔 눈물이 핑 돈다.  

 

  모친상 당한 분의 어머니는 올해 97살로 100살을 3살 남겨놓고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정도면 호상이겠지. 97살이라니.

  사람이 기력이 쇠해지는 것이 45살 부터라고 치고 100살까지 산다고 가정하면, 이제까지 살아온 기간보다 더 긴 기간 동안 몸이 약해지고 보기 흉한 몰골로 변해가는 걸 매일 매일 봐야한다는 말이 된다. 정말 끔찍한 일 아닌가. 주어진 인생이니 끝까지 살아내야겠지만, 사는 게 참 재미가 없는 것 같다. 100년동안 기력 팔팔하고 생기로운 기간은 끽해야 15살때부터 30살까지 15년 남짓이다. 너무 가혹하지 않은가.

 

  오늘 꼭 일요일 같다. 그런데 내일은 금요일. 이보다 더 기쁠 수가 없다.  

 

 


딸을 위한 변명

단문 2014. 11. 17. 22:20

우리 엄마는 친척들이나 친구들에게 내가 혼자인 이유를 말할 때 마다, 우리 미영이는 남자가 다가올 수 없을 정도로 빈틈이 없어서 저런다고 말하시곤 한다.
듣고 있으면 민망하고 피식 웃음이 난다.
난 그냥 인기가 없어서 혼자 인건데, 우리 엄마는 죽어도 인정하기 싫으신거다. 어떻게보면 귀엽기도 안쓰럽기도 하다.


꺽인 11월

일상 2014. 11. 16. 22:37

요즘에는 책도 재밌고, 노래도 좋은 노래가 쏙쏙 귀에 들어온다.

1. 셜록홈즈 전집
도서 정가제를 앞두고 전집류를 무지 싸게 팔고 있다. 그 덕에 난 셜록홈즈 전집을 4만원도 안되는 가격에 구입했고, 요즘 자나깨나 읽는 중이다.
아주 어렸을 때 읽은 거라 거의 처음 읽는 거나 다름 없는데… 이렇게 재밌을 줄이야?

2. Ryuichi sakamoto 의 YMO​

Ryuichi sakamoto 의 1996 앨범을 무지 좋아하면서, 다른 앨범은 듣지 못했다. 가끔 찾게 된 다른 루이치 사카모토의 곡들이 너무 난해했기 때문이다. (Sweet revenge 와 smoochy 앨범은 좋아하지만) 그러다 우연한 기회에 you tube 에서 1000 knives 를 듣게 됐고, 바로 한국에 출시된 YMO 음반 2장을 구입했다. 동양적 멜로디와 감성을 기반으로 도저히 70년대말에 만들었다고 믿을 수 없는 진보적인 전자음악에 살짝 감명 받았다. 젊은 시절 루이치 사카모토는 다 가진 남자였던 거 같다. 음악 잘하고, 실험적이고, 집도 부자고, 똑똑하고, 거기에 잘생기기까지.

3. Weezer의 Everything will be alright in the end 앨범
오랜만에 rock 밴드 음반인데 처음부터 끝까지 다 좋은 곡으로만 구성된 앨범을 만났다. 특히 lonely girl 이거 완전 내 곡 같다. 시작부터 마지막 곡까지 다 좋고 완성도 있다. 당분간 계속 듣게 될 것 같다.

http://youtu.be/jGUPsdOCZ-A

무슨 곡이 제일 좋다 말하기 어려울정도로 다 좋지만, 지금은 위 링크 곡이 제일 좋다. weezer 이 사람들 음악은 항상 깜찍한 면이 있다.

4. 더러운 남동생
한창 백수 시절에 난 어쩌면 타고난 백수체질일지도 모른단 생각을 했다.
왜냐하면 난 약속이 없고 하루종일 집에만 있을 예정이라고 해도 머리도 감고 세수도 한다. 아무데도 안나갔다왔다 해도 자기 전 샤워까지 다해야 직성이 풀린다. 그러니깐 난 집에만 있어도 폐인이 되는 타입은 아닌 것이다.
그런데 내 남동생은 어제밤에도 샤워는 커녕 세수도 안하고 자고 오늘도 세수 안하고 이만 닦고 그 더러운 꼴을 하고 성남까지 갔다. 나랑 엄마가 저 버릇을 고치려 엄청 노력했는데도 고치지 못했는데, 혼자 나가 살면서 안씻는 게 더 심해진 거 같다. 여자친구 없는 뒤론 더더더 안 씻는 거 같다. 진짜 더러워 미치겠다.
쟤를 어떻게 하면 좋을까… 중국 사람 안씻는다 욕할게 아니었다. 진짜 더러워 죽겠는 사람이 바로 내 친 남동생이니까.
걔가 있던 방에 온통 페브리즈 뿌리고, 향초까지 피워놨다. 냄새가 나서.
3개월만에 집에 와선 동생은 집이 너무 춥단 짜증만 부려서 엄마는 동생한테 그러려면 오지 말라고 했다. 사실 너무 추워서 못씻겠다고 하며 안씻고 간거다.

근데 우리집은 엄마가 보일러 너무 안틀어줘서 너무 춥고 가끔 서럽기까지 한 것만은 사실이다. 집에서 양말필수에 패딩조끼까지 입어야한다. 보일러 틀면 분명히 나한테 난방비까지 내라 하실 거 같아서 그냥 이렇게 참고 산다.
이러니 내가 겨울만 오면 우울할 수 밖에 없다. 바깥 나갈 때만 추운 게 아니라 집에서도 아침저녁으로 너무 추우니까…(우리엄마는 잠들기전에 딱 15분 보일러 틀고 하루종일 안트신다. 아침엔 맨발로 방바닥 올라서면 정신이 번쩍 들정도로 차다. 흑흑)



내 나이 미혼 여성이면 주말마다 데이트도 좀 하고 남자한테 카톡오면 연락도 좀 주고 받고 해야 하는 거 아닌가. 여하튼 난 지금 그러지 못하고 있다. 개인적으로, 그리고 회사에서도 일이 너무 많이 겹쳐서 좀 바빴다. 안바빠도 뭐 별다른 점 없겠지만.


저번주에는 처음으로 싱가폴에 전화를 했다. 나는 전화영어를 꾸준히 하고 있는데 그게 꽤 효과가 있는 것 같다. 뭐... 너 내 이메일 확인했니? 확인하고 답장줘 이정도 말 밖에 안했지만 아마 전화 영어 아니었으면 그것도 안됐을거다.


어제는 한양대에 가서 졸업시험을 봤다. 내가 다니는 사이버대가 한양대에서 만든 대학교라 어쩔 수 없이 그 먼 곳으로 갈 수 밖에 없었다. 한양대는 내가 고3 시절 많이 가고 싶었던 학교다. 뭐 꿈도 못 꿨지만. 내가 졸업한 인하대 애들 중에는 원래는 한양대 가고 싶었는데 못가서 온 애들이 많았다. 나 역시도. 한양대 붙었으면 아마 좋아서 엉엉 울었을거야. 인하대 붙고서는 한없이 무덤덤한 기분이었는데. 

원래 나는 미디어 학부라는 곳을 가고 싶었는데, 내가 꽤 선견지명이 있었던 거였는데...  여하튼 미디어 학부고 뭐고 다 지난 얘기니깐. 

한때나마 내 꿈이었던 한양대를 걷다보니 학교 참 좋다는 생각을 많이 했다. 인하대의 외관에 전혀 신경쓰지 않은 후진 모습과는 달라. 역시. 


졸업시험은 3과목을 보는데 2번째 과목이 정말 큰 문제였다. 어떤 유형으로 나오는지 이번에 알았으니깐 다음 시험에는 붙을 수 있다. 진짜로. 다음학기에 또 시험 보려면 졸업을 못하는거고 졸업안하고 시험 또 보려면 16만원이 나가는데 이거 참 쌩돈 나가게 생겼다. 


오늘 엄마랑 아빠랑 함께 자유공원에 갔다가 내려오는 길에 콩국수를 먹었는데 그 맛이 어찌나 일품이었든지. 이름도 기억해놨다. 이름은 "개성집" 다음에 또 가야지. 우리동네는 참 좋은 동네다. 들어가는 식당마다 웬만하면 다 맛있다. 신포시장에서 떡볶이 사먹어보고 느꼈던 그 폭풍감동이란. 눈이 번뜩 뜨일 맛이었다. 그뿐 만이 아니라 칼국수, 순대, 회덮밥 내가 신포동에서 들어간 식당에서 먹은 건 진짜 다 맛있었다. 


우리 엄마는 작년에 폐경이 오셨다. 꽤 늦은 편이었다. 주변 사람들 이야기 들어보면 엄마가 폐경 뒤에 신경질 부리고 많이 울고 또 우울증 비슷한 증세가 와서 고생하고 당황스럽다든데 우리 엄마는 넉넉치 않은 살림에도 참 긍정적이신 것 같다. 엄마도 한동안 약간 우울 증세같은 게 있으셨는데, 동생이 좋은 회사 취직하고 나도 직장에 자리 잡아가고 그러는 걸로 많이 위안을 받으시는 모양이다. 엄마께 진짜 고맙다. 어떻게 생각하면 우울하고자 하면 한없이 우울할 수 있는 상황인데도 유머를 잃지 않으시니, 그건 참 엄마 닮고 싶다. 


근데 이게 우리 엄마 천성인 거 같기도 하다. 산후 우울증 관련 TV 프로그램을 보는데 우리 엄마는 나랑 동생 낳고 우울하다는 생각을 한번도 해본 적이 없다고 하셨다. 힘들긴 해도 그냥 애들 쳐다만 봐도 좋고 행복했다고 하셨으니... 가끔 엄마가 불쌍하고 안쓰럽고 한데, 요즘에도 TV 보다 웃긴 장면에 막 큰 소리로 웃으시는 걸 보면 참 다행스러운 일이다. 싶다. 우리 엄마 정말 좋아.  


저번 주 회사에서 보낸 부산에 갈 사람은 얘기하라는 메일이 모든 사람에게 간 내용이 아니라는 얘기를 듣고 정말 크게 실망을 해고 심란했다. 결국 사장님께 장문의 메일까지 썼는데 (그 메일 발송하고 어찌나 후회를 했는지) 다행히 답장이 왔다. 나랑은 상관 없는 거라고. (근데 정말 상관이 없었던 거 맞아? 상관 없는데 왜 그런 이메일을 보내셔선... 크흑) 


추가로 회사에서 우리팀 차장님께 진짜 잘해드리기로 결심했다. 다른 팀 팀장들 보니 정말 우리 팀장님은 가끔 무섭긴 해도 천사시다. 잘해드려야지. 서운한 점 있어도. 


결국 또 6월이 왔다.  벌써 2013년이 반절이 지나가는데 아마 내 2013년은 이렇게 또 심심하게 마무리되려나보다. 요즘에는 런던 미술관 산책 이라는 책을 재밌게 읽고는 있지만, 여행 준비는 아무래도 한 8월이나 되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의욕적으로 여행책 왕창 사놓고 앞에 좀 보다가 너무 바빠서 못보고 있다. 

내 2013년 도 별볼일 없을 거 같긴 하지만 그래도 9월에는 유럽땅 밟을 거니깐. 솔직히 그 낙에 하루하루를 살고 있다. 


손모양, 발모양

일상 2011. 9. 20. 00:05

난 손에 살이 별로 없다. 손도 엄청 작은 편이다. 다행히 짧은 손가락은 아닌데, 손톱은 엄청 크다. 가끔 혹하는 것 중 하나가 남자 손가락이다. 겁내 우락부락하게 생겼는데 손이 섬세하면 헉?! 하는 느낌과 함께 그 남자의 전혀 모르는 새로운 면을 발견한 것 같아서 가끔 경이로워 질 때도 있다. 근데 뭐 열라 오동통해서 손등이 통통한 손도 가끔 곰돌이 같아서 귀여워 보일 때도 있다. 크크큭 (결론은 그냥 남자면 다 좋다는거냐;)
손에 살이 없는 것과 대조적으로 내 발에는 좀 살이 오동통하니 있는 편이다. 전형적인 동양인의 발로 발등이 딴 여자들 발보다는 높은 거 같고, 엄청 작은 내 손에 비한다면 발 볼도 절대 좁은 편이 아니다. 평균치로 본다면 아주 약간 작은 편인거 같지만.
아 그리고 난 다행스럽게도 엄지발가락이 두번째 발가락보다 길다. 내 발가락은 양말 모양처럼 엄지부터 차례대로 작아지는 발가락모양이다. 난 내 발가락에 아주 쪼끔 자부심을 갖고 있다. (어이쿠 별거에 다) 난 모든 사람이 두번째 발가락이 엄지 발가락보다 짧은 줄 알았는데 알고보니 두번째 발가락이 엄지발가락보다 긴 사람이 더 많댄다.  
또 한가지 난 절대 평발이 아니다. 심지어 내가 발에 힘을 주고 있는 줄 착각할 정도로 완벽히 쏙 들어간 발 바닥을 자랑하는데 그래서 남들보다 걷는 걸 더 잘하는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우리 엄마는 정상발과 평발의 중간 정도이다. 그래서 아무리 편한 캐주얼화를 신어도 발바닥이 아프댄다. 나이키 운동화를 신어도 불편함을 느끼는 우리 엄마는 평생 4센치 이상의 힐을 신어본 적이 없댄다.
근데 뭐 우리 엄마 키가 엄마 시대 때로 치면 절대 작은 키가 아니니까.
워낙 편한 신발만 추구하는 엄마이다 보니, 신발을 사놓고 못 신는 경우가 엄청 많은데 그 덕에 그 신발 다 얻어가는 우리 고모만 좋다.
추석 바로 직전에 엄마가 인터넷으로 발견한 신발을 산다고 했을 때 내가 말렸는데 결국 그 신발도 아프댄다. 4만원 주고 산건데. 내가 그렇게 말렸거늘. 
백화점에서 신어보고 사도 아프다고 안신는데 인터넷은 오죽 하랴.
엄마가 못신는 신발을 내가 신으면 참 좋겠지만 우리 엄마 발은 235, 내 발은 225. 절대 신을 수가 없다. 5mm 차이면 그럭저럭 신겠지만 1cm 의 차이는 생각보다 너무 크다고.
밤 12시 넘어서 숙제 하려고 노크북 켰다가 뻘소리만 하고 컴퓨터 끄고 자겠구만.

매일 하는 결심.

일상 2009. 7. 20. 16:17

내 블로그가 초창기의 모습을 되찾은 거 같다. 방문자 수만. ; 내가 인터넷에 가장 집착했던 건 대학교 1학년 2학년 3학년 때 였다. 하루종일 포토샵에 매달려서 홈페이지 만들고 부지런히 글 써서 올리고 그랬다. 그때도 방문자수는 하루에 2명 3명 이랬지만 지금 보다는 훨씬 모든면에서 알찼던 거 같다. (지금처럼 편리한 인터페이스도 아니데 그걸 다 html 로 제작해서 올렸으니) 요즘 같이 기업에서 방문자수 블로거들한테 돈이랑 자기네들 신제품 갖다 바치면서 제발 글 좀 올려주시옵소서. 하는 세상이 올 줄 알았으면 계속 그 길로 나가볼 껄 그랬다.
저번에 금호 아시아나 채용공고 보니까 블로그나 큰 동호회 운영하는 사람한테 가산점 부여하고 그렇던데, 그런 이유로 난 네이버 블로거들을 싫어하기로 했다. (크크 신기한 결론)
아까 문득 든 생각인데 난 남자들의 대책 없는 자신감이 싫다. 물론 피해의식 쩌는 인간도 싫지만 내가 여기서 말하는 건 외모에 대한 자신감이다. 우리나라 남자들의 90% 는 자기 정도면 괜찮게 생겼다고 생각하나는데 그게 real 인가? 흠. 몇명 알지도 못하지만 내 주변을 봐서는 신빙성 있는 이야기 같다. 아까도 네이트 쪽지로 소개팅 하는 족족 못생긴 여자만 나와서 짜증난다는 쪽지를 받고 짜증나서 남자들은 다 자기가 잘생긴줄 아나봐? 하고 보냈더니 쪽지가 안온다. 뭐 내가 못생긴 여자라 찔려서 그렇게 보낸 것도 있겠다. 아마 그 쪽지 받은 입장에서는 참나 피해의식 쩐다고 생각하겠지. 니 얼굴을 보고 그런 생각하라고 말하지 않은 것만도 다행으로 알아 이 사람아.
저번 주 금요일에는 회사에서 친한 사람과 아사히 맥주를 먹고 서로 통하는 게 있어서 깔깔깔 웃다가 대리석 계단에서 미끄러졌다. 지금 이렇게 말하고 있지만 난 정말로 그 때 내가 골로 가는 줄 알았다. 종각역에서 이자카야에서 내려오다가 그렇게 되었는데 치마 입고 대단했다. 정말 그 순간에는 치욕 때문에 죽고 싶었는데 한 10초 지나니 너무 아파서 죽고 싶었다.
그 술집이 진짜 신기한게 다른 데 보다 사람이 없어서 비도 오고 해서 들어간 건데 저번에 갔을 때는 거기 상에 정강이를 세게 부딪쳐서 멍들고 부었었는데 이번에는 강도가 더 심해져서 꼬리뼈에 피멍이 들고 집에 와보니 속치마도 심지어 찢어져 있었다. 꼬리뼈가 너무 아파서 몰랐지만 집에 와보니 팔꿈치에 피까지 질질 나 있었다. 그 꼴을 하고 아무렇지도 않은 척 엉금엉금 전철 타고 동인천까지 왔으니.
난 왜 이렇게 계단에서 잘 넘어지는걸까.
이정도에서 그쳐서 다행이라는 생각도 들었다. 정말 잘못했다가는 하반신 마비도 가능할 정도로 크게 미끄러졌다. 그런데 한편으로는 아예 입원할 정도로 넘어져서 회사 좀 쉬고 싶다는 몹쓸 생각까지 들었다.
한 2주전에 엄마에게 어디가서 한번도 말하지 못한 내 원대한 결심에 대해 용기내서 말을 했다. 그 뒤로 엄마가 나랑 말도 안하려고 한다. 눈도 안마주치고 웃는 횟수가 부쩍 줄었다. 응원해 줄 것이라 생각하진 않았지만 이 싸늘한 반응이란.
난 내가 아직 젊다고 생각하는데 남들은 아닌가 보다. 난 지금 시점도 내 20살 이후의 인생을 만회할 수 있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래도 그건 아닌건가?
저번주 토요일에 이마트 안에 있는 꽤 이름난 미용실에서 파마를 했는데 하루만에 다 풀려서 태어나서 처음으로 따져서 어제 다시 파마를 했다. 막무가내로 다시 해달라고 한 것도 아니고 3만원 추가비용 내면서 한 건데 내 머리는 솔약국집 아들들에서 나오는 김간호사 머리가 되어버렸다. 도대체 왜 앞머리에 파마를 이렇게 심하게 해놓은거지?
그래도 뭐 다 풀려버린 머리보다는 돈값 하는가보다 하고 생각하니 기분 나쁘진 않다.

요즘도 야구를 열심히 시청하고 있는데 원래 난 기아 타이거즈에서 윤석민을 최고 좋아했지만 1순위가 안치홍으로 바뀌었다. 아 유니폼 마킹 다시할까. 큭.
치홍아 근데 요즘 너 너무 살쪄가고 있는 거 같아. 살빼자.

월요일이라 할일도 많은데 오랜만에 블로그 업데이트. 일한 것 보다 더 뿌듯한 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