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화 취향

일상 2017. 9. 26. 15:43

책이나 영화볼 때 의외로 가리는 게 엄청 많다. (근데 난 편식도 엄청 심하네 그러고 보니) 

영화는 잔인한 장면이 많이 나오면 아무리 평점이 높아도 안 보는 편인데, 그래서 아직까지 올드보이도 드라이브도 못보고 있다. 아무래도 평생 못 볼것 같다. 

책은 미성년자와 성인 사이의 본격적 사랑 이야기를 다룬 이야기면 피하는 편인데, 이유는 단순하다. 그냥 전혀 읽고 싶은 생각이 안든다. (여기서 '본격적'의 의미 = 단순히 짝사랑 혹은 정신적 사랑을 의미하는 게 아니라 서로 성관계까지 가는 사랑) 때문에 롤리타, 연인, 책 읽어주는 남자.. 이 세권의 책 감명깊다고 하는데도 아직까지도 못 읽었다. 

나는 평론가도 아니고, 업계 종사자도 아니고, 장래 글쓰는 사람이 될 가능성도 희박하기 때문에 억지로 읽고 볼 필요는 없다고 생각한다. 보기 싫은 작품들을 제쳐두고도 볼 수 있는 좋은 책이나 영화는 어마어마하게 많으니.


이제까지 완고하게 내 취향을 고수해왔지만, 며칠전 도스토예프스키의 '상처받은 사람들' 을 읽으며 좀 색다른 경험을 했다. (언제 리뷰를 쓸지 나는 모르오... 생각보다 리뷰 쓰는 게 엄청 힘이 드는구나.)

그 소설에서 중간에 주인공인 25살 소설가 이반이 13살 고아 소녀 넬리 앞에서 자기 첫소설에 대한 평가를 받으면서, 입을 맞출 뻔 했다는 내용이 나온다. 근데 그 부분을 읽으면서 나는 "놀랍게도" 이반이 진짜 넬리한테 입을 맞췄다면 좋았을 걸. 하는 생각에 안타깝기까지 했다. 주인공 이반이 워낙 착한 남자고, 또 넬리를 전혀 사랑의 대상으로 여기지 않기 때문에 그런 마음이 들었을 가능성이 높지만, 13살 짜리한테 이반이 입맞추고 싶단 말을 하는데도 일말의 거부감도 들지 않더라.

이런 경험을 하고보니 위에 내가 안 읽고 있는 소설들도 읽다보면 그들의 비정상적 사랑에 공감할 수도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근데 아까 어떤 블로그에서 어떤 소재를 지나치게 혐오하는 이유는 자기의 욕망을 강렬하게 자극하기 때문에 두려워서일 수도 있단 글을 봤는데... 순간, 아... 정말 그런가? 란 생각이 들면서 마음이 좀 혼란스러워졌다. 그럼 내가 비밀스럽게 욕망하고 있는 게 잔인함, 미성년자와의 육체적 관계라는건데, 어후 좀 징그럽고 소름끼친다.


그저 취미가 독서인 사람으로서 모든 이야기를 편견없이 받아들여야 옳은 것인가? 하는 생각을 잠시 하다가도, 아니 독서에 옳은 것이 어딨어. 란 생각에 결국 읽고 싶은 소설만 읽고 읽다가 기분 나쁘면 가차없이 안 읽고 있다.


뜬금없이 인생에 직접적으로 도움도 안되는 소설을 왜 읽어야 하는가? 란 질문에 스스로 답을 해본 적이 있는데, 나야 뭐 그냥 재밌으려고 읽는 게 가장 크지만, 만약 꼭 다른 이유를 하나 더 들어야 한다면 지금 세상을 바꾸진 못할지언정 적어도 의심 정도는 해봐야 하니까 라고 답하고 싶다. 근데 난 과거에도 아름다웠고, 현재도 아름답고, 미래에도 아름다울 책만을 찾아 읽고 있는 것 같으니, 의심할 기회 조차 없다. 그렇다고 내 독서 취향이 변할 것이냐. 아니 절대. 아마 평생 이럴 것이다. 나는 나를 아니까.


추신.

내가 한국 나이로 약 4살 쯤 됐을 시절, 외할머니가 우리집 오셔선 편식하는 내 버릇을 고쳐놓겠다고 김치나 나물 등 내가 싫어하는 반찬을 나에게 잔뜩 주신 적이 있다고 한다. 그런데 의외로 내가 불평없이 밥을 다 받아먹더란다. 그래서 외할머니는 얘 (우리 엄마) 는 시도도 안해보고 애를 편식시켰다고 생각하셨다고. 그런데 밥 다 먹고 약 30분 뒤, 내가 미친 듯 구토하여, 먹었던 음식을 다 내놓아 버렸다고 한다. ㅋㅋㅋㅋ( 화장실 갈 때까지 구토를 못참아 거실 바닥에 토사물을 다 흘렸다고 함.) 어쩌면 나는 그 음식들이 몸에 안 받는 걸 알고 본능적으로 편식을 했을지도 모른다. 구토를 자기 맘대로 조절할 수는 없으니.. 여하튼 그 사건 이후로 우리 외할머니는 돌아가시기 전까지 나보고 골고루 먹어야 한단 잔소리 안하셨다.. 


1. 2017/08/13 (일) 산본



  결혼한 친구네 동네 놀러갔다 왔다. 한동안 운전을 제대로 안해서, 운전연습 좀 할 겸 차를 가져갔는데, 주차하는데 너무 오래걸렸다. 군포에 새로 연  반디앤루니스 구경하면서 친구 기다렸는데 서가가 예뻐서 좋았다. 진열도 예쁘고.



  친구가 주머니에 그림 그려줬다. 옷에 그릴 수 있는 크레파스 같은 게 있다는데, 친구 솜씨가 좋다. 친구는 아기 옷에도 저런 식으로 직접 그림 그려서 입히곤 한단다. 참 귀여운 취미다. 전에 내가 좋아하는 완두콩인형이라고 사진 보냈더니 주머니에 그려줬다. 정신승리라고 해도 하는 수 없지만, 진짜 내 마음 이해해주는 건 이 친구 뿐이다. 오랜만에 대화다운 대화를 하고 돌아왔다. 그리고 운전은 웬만해선 까먹지 않을 것 같다. 연습을 해야 한다는 압박은 이제 안 갖기로 했다. 운전 한 번하면 대중교통 불편하다든데 난 전혀 안 그렇다. 이 날 주차장 자리 한 20분 기다리는데 차 안에서 혼자 지겨워 죽는 줄 알았다.


2. 2017/08/19 (토) 예술의 전당-모리스 드 블라맹크 展



  내가 좋아하는 블로그 주인이 이 전시회 좋다고 해서 좀 가고 싶었는데 마침 누가 같이 가자고 해서 따라갔다. 아... 하지만 정말 예술의 전당 우리집에서 너무나 멀었다. 예전에는 어떻게 그렇게 자주 예술의 전당에 간 건지, 과거의 나 정말 대단했다.  난 솔직히 모리스 드 블라맹크 누군지도 몰랐다. 이번에 처음 알았는데, 그림들 좋았다. 여름에 겨울 풍경 보니 영화 렛미인 봤을 때처럼 청량한 기분이 들었다. 그림마다 화가가 직접 쓴 글이 있어서 따로 오디오 가이드 없이 봤다. 전시회 다보고 마지막에 빔프로젝터로 그림 체험하는 곳 있는데, 오. 엄청 신기하고 재밌었다. 나 막 대형붓으로 칠하는 것도 다 하나하나 해봤다. 도록이 생각보다 싸서 2만원 주고 사왔는데, 집에와서 설명은 하나도 안 읽고 그림만 한번 쭉 다시 보고 책꽂이에 고이 꽂아놓았다. 아마 영원히 안 읽을 듯.


3. 2017/08/20 (일) 카페



  자유공원에서 내려오는 길에 많은 카페가 있는데, 그중 식민지 시절 일본 가옥을 개조해서 만든 좀 유명한 카페가 있다. 겨울에 실컷 걷다가 집에 오는 길에 혼자 이 카페에서 뜨거운 차 한잔 마시면 그렇게 기분이 좋아지곤 했는데... 이날은 배가 고파서 카페에 갔고, 혼자 앉아서 체호프의 '지루한 이야기'를 읽었다. 옆에 백합이 있어서 기분이 좋았다. 다신 6월과 같은 상태가 되지 않으려고 죽도록 노력 중이고 꽤 효과가 있다. 내가 하는 노력이라고 해봤자 독서, 음악듣기, 산책이지만, 이 세 가지만 충실히 해도 그 지경까지는 안 가는 것 같다.


4. 2017/08/25 (금) 세종문화회관



  친구 아는 사람이 연주회를 하는데 자리 좀 채워달라고 부탁했다고 해서 나도 따라갔다. 친구랑 종로에 어떤 건물 들어가서 저녁 먹는데, 그 건물의 세련됨에 너무나 놀라버렸다. 나랑 친구는 시골쥐가 되어 도시 체험하는 느낌이었다. 아... 종로 사람들은 퇴근하고 이런 데서 저녁먹고 데이트하고 그러는구나... 라고 생각하니 부러웠다. 내가 있는 가산디지털단지는 삭막 그 자체에 매력이라곤 찾아볼 수가 없고, 친구 회사 있는 상일동은 여기 서울 맞나? 싶을 정도로 시골인데. (상일동 친구네 회사 갔을 때 친구랑 설렁탕 먹으러 갔는데 식당이 비닐하우스였다. 맛은 있었지만... )

  세종문화회관 지나만 다니고, 처음 들어갔다. 그런데 나 광화문 광장 지나갈 때마다 느끼는건데, 아무리 세종대왕이 대단한 사람이긴 하지만, 세종대왕 동상 인간적으로 너무 경관 해치고 있다는 생각 들지 않나? 뒤에 있는 궁전이랑 능선 너무 예술인데, 중간에 세종대왕이 떡하니 버티고 있어서 볼 때마다 짜증 난다. 그냥 아무것도 없고 궁만 보이면 훨씬 예쁠 텐데.

  연주회는 플루트 연주회였는데, 내가 아는 곡이 단 한 곡도 없었다. 연주회장에 한 15명 밖에 없어서 나까지 좀 당황스러웠고 발시려워 죽는 줄 알았다. 그리고 아무리 연주회 횟수 채우느라 하는 연주회지만, 너무 성의가 없었다. 나 그렇게 주름 자글자글한 드레스 입고 집에서 대충 묶은 머리로 연주하는 연주자 처음 봤다. 큰 감동은 없었지만 졸리진 않았다. 곡이 좋아서 졸리지 않았던 건 아니고 너무 추워서 도저히 잘 수가 없었다.


5. 2017/08/26 (토) 당산-종로3가




  결혼식 때문에 당산에 갔다가 벼르고 벼르던 엄마 시계 수리를 맡겼다. 오*가 시계 치곤 싼 모델일 것 같지만, 엄마가 결혼할 때 산 시계라 안 고치고 있긴 너무 아까웠다.  책에서 본 시계명장이 운영하는 시계방을 찾아갔는데, 그 시계방이 위치한 상가와 이름이 같은 빌딩이 있어서 엄청 헤맸다. (난 당연히 그 빌딩일 줄 알고 거기로 찾아감) 인사동에서부터 종로성당까지 정말 어찌나 열심히 걸었는지. 거기까지 갔는데 시계방 문 닫아서 못 고칠까봐 너무 초조했다. 사장님이 시계상태 보더니 너무 심각하다고 꼭 고쳐야겠냐고 하셨지만, 그냥 고쳐달라고 했다. 무사히 시계 맡기고 다시 지하철 역으로 가는데 멀리 보이는 종묘에 마음이 끌려, 샌들 신어 발이 어마어마하게 아픈데도 들어갔다.

  날씨가 아름다웠고, 조선의 왕과 왕비가 죽어 누워있는 곳을 혼자 걷다보니 기분이 묘했다. 내가 편안함을 느끼는 장소는 분리된 곳인 거 같다. 그날 종묘 바깥에서는 시위 때문에 엄청 시끄러웠는데, 종묘 안으로 딱 들어가니 어찌나 고요하든지. 도저히 같은 서울이라는 생각이 들지 않았다. 

 

6.2017/09/02 다시 종묘



  시계 찾으러 일주일 후 다시 종묘에 갔다. 시계 수리비는 15만원 나왔다. 예전 배터리 교체한 곳에서 부품 하나 잃어버린 것 같다고, 스위스에도 없는 부품이라 수리비가 많이 나왔다고 하셨다. 사장님이 이거  비싼 시계도 아닌데 괜히 돈 쓴단 식으로 자꾸 말씀하셔서 좀 민망했다. 뭐.. 그 사장님이 보는 시계는 다 몇백몇천만 원짜리 시계일 테니.. 내가 가진 시계가 엄청 우스웠겠지.

  일주일 지나 또 종묘를 찾았는데, 9월이라고 확실히 햇빛이 한풀 꺽였더라. 좀 슬펐다. 그렇게 덥더니 물러갈 때가 되니 언제 그랬냐는 듯 그냥 더위가 갔다. 올 여름은 참 신사적이었다. 더울 때 확 덥다, 미련없이 가버렸다.

  혼자 종묘 걸으며, 작년 여름을 떠올렸다. 엄마가 수술실에서 나왔던 직후, 수술 후 항암 때문에 입원하셨던 모습, 퇴근하고 병원으로 가던 밤과 그 길, 차가웠던 공기, 퇴근하고 집에 오면 바닥에 수북했던 엄마의 머리카락... 인과관계도 없이 시간 순서도 없이 마구잡이로 끼워진 사진첩을 보듯 장면 하나 하나가 머리 속에 떠올랐다 사라지곤 했다. 그래, 6월에 힘들었지만, 올 여름은 작년보다는 살만한 여름이었다고 스스로 위로했다.

  여행 때문에 영어 공부를 좀 해야할 것 같아서 영어학원에 등록했다. 학원비가 어마어마했지만, 억지로라도 외출할 이유 만들기 위해선 학원만한 데도 없겠지 싶어서 그냥 등록했다. 내가 다닐 때 계셨던 선생님은 당연히 안계셨다. 루크 선생님 진짜 좋아했는데... 어디로 가셨을까. 3개월 할부로 12개월을 등록했다. 그래서 앞으로 3개월 동안 거지같이 돈 아끼며 살아야만 한다. 돈 아깝지 않게 다시 영어 공부 열심히 해야지. 레벨테스트했는데 꼴찌 등급 나왔다. 문법도 겨우 50점 맞았다.


부상 소식

일상 2017. 8. 3. 17:27

  7월초 부터 왼손 엄지와 검지 사이가 많이 아팠는데, 워낙 관절이 안 좋은 편이라 손을 아껴쓰면 낫겠지 하고 계속 두고 봤다. 그런데도 영 낫지 않아 저번주 토요일에 병원에 갔더니 인대가 찢어졌다고 한다.

  몇 년 전 인대 3개 파열되는 부상을 당한 뒤로, 물리적 고통에 좀 둔해진 느낌이다. 인대 파열 사건 뒤론 여간해선 아프단 생각 잘 안한다. 인대가 찢어졌는데 한의원 가서 침맞고 혼자 찜질만 했으니 나을 턱이 없었겠지. 좀 신기한 것이 내가 왼손으로 크게 무리되는 활동을 한 게 없는데, 단지 왼손으로 마우스질 많이 한 걸로 인대가 늘어난건지.. 아니면 자면서 인대가 늘어날만한 동작을 한건지. 거 참 알 수 없는 일이다. 대체 왜 어째서 인대가 찢어진걸까.

  손가락이다 보니 키보드 치는데도 영향이 많이 간다. 이 부상 때문에 써야지 하고 결심한 독후감도 하나도 못쓰고 업무 시간에 할 일 없을 때는 멀뚱거리고 있다. 보통은 그럴 때 블로그 글 업데이트 하곤 했는데... 요즘에는 네이버 캐스트만 열심히 읽는다.

  내 업무 특성상 7~8월이 제일 한가한 때인데, 원래 광복절에 여행을 가려다가 11월 티켓이 엄청나게 저렴한 걸 보고 계획을 수정했다. 11월이면 꽤 춥겠지만, 내가 지금 가진 돈은 해외 여행 가기엔 부족하고, 근데 또 해외를 가고는 싶고 해서 그냥 옷 많이 껴입고 다니기로 했다. 비수기라 그런가 요즘 티켓보다 약 30만원 정도 저렴하다. 30만원이면 숙박비 하고도 남는 돈이니 현명한 선택이었다고 자평하고 있다.

  오늘 티켓 발권까지 완료했는데, 아직 갈 날이 멀어서 그런지 실감은 안나네.

  8월이 되자마자 우리집 TV 를 사고, 타이어도 4개 다 바꿔서 벌써 70만원 넘게 돈을 썼다. 8월 된 지 3일 밖에 안됐는데... 아빠한테 우리집 타이어 4개 다 바꿔야 할 거라고 계속 말했는데도 절대 인정을 안하셨다. 4개 다 바꿔야 한다고 말했던 카센터 이제까지 한번도 없다, 만약 4개 다 바꿔야 한다고 말하면 그거 다 돈벌려고 수작 부리는 거라고 하도 우기셔서, 내 카드 주면서 그럼 아빠가 직접 가서 물어보라고 했더니 역시나 내 말이 맞았다. 심지어 아빠가 교체할 필요 절대 없다고 주장한 뒤 쪽 타이어는 2005년 이후로 한 번도 안 갈았다는 충격적 소식까지 들었다. 그러니까 우리집이 맨 처음 차 살 때 껴준 타이어를 아직도 끼고 다닌 것이었다. 볼 때마다 내가 이 타이어 때문에 언젠가는 사고를 당하겠지 했는데 미루고 미루다 드디어 바꿨다.

  가끔 카센터에서 여자라고 사기치는 사장들도 여자로서 견디기 힘들지만, 남자 가족 구성원이 여자가 차수리 맡기면 무조건 사기 당할거라고 의심하는 것도 만만치않게 힘들다. 여자도 나름대로 판단할 수 있고, 설명듣고 결정할 수 있는데, 무조건 니가 몰라서 속은거다. 라고 우기면 정말 할 말이 없어진다.

  한 4년 전에 회사 가까운 카센터에 앞 유리 교체하러 갔더니 다른 것도 손 볼게 많다면서 150 만원 정도 들 거라고 견적서를 뽑아서 줬다. 아무리 생각해도 의심스러워서 우리 동네 가서 그 견적서 들고가서 물어보니 안 바꿔도 될 거 잔뜩 적어놨다면서 약 36만원 정도에 꼭 필요한 것만 고쳐 주셨고 그 뒤로 아무 문제 없이 잘만 타고 다녔다. 나도 나름대로 잘 판단하고 잘 고친다고 생각하는데.. 36만원에 저렴하게 수리해준 카센터 사장님은 건강이 안 좋아졌다며 약 2년 전에 카센터 사업 정리하셨다. 내가 그 카센터 문 닫을 때 얼마나 슬펐는지 모른다.

  내일은 인대 병원 때문에, 연차를 냈다. 오전에 가야하는데, 이 날씨에 병원 들렀다 다시 출근할 자신이 없었다. 우리집은 엄마가 하루종일 에어컨 못 켜게 하시니, 어딘가 또 피신을 가야 하는데, 어딜 가야 하나 고민 중이다. 또 알라딘 중고서점이나 극장 중 한 군데가서 하루종일 시간 보내겠지만, 그래도 어쨌든 내일 회사 안온다 생각하니 기분이 아주 좋다.


1. 완두콩 삼형제



  나는 해외가서 기념품용 인형 아니면 인형 거의 안산다. 그런데 어제 위에 사진에 보이는 완두콩 삼형제 인형을 2만원 주고 샀다. 대학생 때 혼잣말 상대로 구입한 코끼리 인형 이후로 한국에서 인형산 건 처음인 듯 하다. 이 완두콩 삼형제는 토이스토리3 에서 나오는 애들로서, 영화에서 목소리도 약 3세~4세 정도의 어마어마하게 귀여운 남자애 목소리였다. 생긴 것도 보다시피 귀엽고 사랑스럽다.!!!


토이스토리에서 완두콩 삼형제가 등장하는 장면


  친구가 보낸 카톡 이모티콘이 콩모양인걸 보고 갑자기 잊고 있던 완두콩 삼형제가 생각나서 검색해보니, 영화 속 모습 그대로의 인형을 디즈니 정품으로 판매하고 있는 것이 아닌가!!  나는 망설이지 않고 바로 구입했다. 너무 귀여워서 너무 맘에 든다.



2. OK Computer 재발매 앨범



  난 재발매 앨범 혹은 리마스터링 앨범은 거의 안사는 편이다. 보통 재발매 앨범을 발매할 땐, 원래 앨범에 수록되어 있던 곡 외 다른 추가 미공개 곡들을 수록하기 마련이다. 그렇게 해야 원래 앨범을 가지고 있던 사람들도 재발매된 앨범을 살테니까 말이다. 하지만 나는 최초 발매된 앨범 한장이 그 자체로 창작자의 선택과 고민이 충분히 반영된 작품이라고 생각하고, 또 만약 추가로 수록된 곡들이 별로면, 내가 알던 원래 앨범의 가치가 조금은 반감되는 기분이 든다. 이런 이유로 이번 세계에서 제일 좋은 앨범 1위인 Radiohead 의 OK Computer (물론 주관적임) 재발매 앨범 구입을 엄청 망설였다. 그런데 결국 샀다.

  이거 정말 정품이 맞는 것인가?? 하고 의구심이 들 정도로 성의 없는 종이 케이스 비주얼에 놀랐는데, 결과적으로는 사길 잘한 것 같다. 추가로 들어간 곡들이 다 좋고, Bends 시절 분위기도 물씬 난다. 나는 아티스트 라디오헤드보다 락밴드 라디오헤드를 훨씬 더 좋아했다. 오랜만에 락밴드 라디오헤드의 신곡을 듣는 느낌이 들어 당분간은 잘 들을 것 같다. 추가로 들어간 곡들이 다 여름에  무척 어울리는 분위기다.



3. 가방


  원래 가지고 다니던 가죽 가방이 책도 잘 안들어가고 너무 무거워서, 사진에 보이는 가방을 샀다. 입구가 엄청 넓고, 나일론 소재라 가볍다. A4 도 잘 들어간다. 우리 엄마는 아줌마 가방 같다고 했지만, 못생겨도 상관 없다. 가볍고 편하기만 하다면. 가방 너무 무거워서 전철에서 집어던져버리고 싶었던 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는데, 진작 살걸.

  뒤에 보이는 자리가 회사에서 내 자리인데, 너무 더러울 때 찍었네. 담요에 가방에 이어폰에 지금 읽는 책까지.. 원래 저 정도로 더럽진 않다. (변명)



4. 어제

   어제 책선물을 받았다. 요즘 몇 번 본 남자 분과 서점에 같이 들어갔는데, 예전부터 좀 궁금하던 책이 마침 있었다. 화장실에 가신다길래 그 사이 자리 앉아서 읽고 있었는데, 선뜻 사주셨다. 안 사주셔도 된다고 계속 말했는데도 사주셔서 죄송했다. 결과적으론 이번에도 더이상 발전은 없을 것 같다. 난 스스로 타인에게 엄청 열린 마음으로 기독교를 믿고 있다고 자부해 왔는데, 이런 나에게 조차 불교는 정말 넘을 수 없는 벽임을 다시 한번 느꼈다. 과거에도 한번 이런 경우가 있어서 노력해본 적이 있었으나, 역시 이번에도 실패.

  책 선물 받고 공원에 앉아 대화하는데, 나는 일부러 정떨어지게 말하고 행동했다. 내가 생각해도 내가 너무 재수없었다. 못보게 되어 그다지 아쉽진 않은데, 그 분 근무하는 회사 건물이랑 우리 회사 건물이랑 뛰면 30초도 안 걸린다는 게 너무 큰 문제다.

  아... 길에서 마주치면 인사정도는 해야겠지.

  어제 1년짜리 적금이 만기됐는데, 이자 받고 좀 허망했다. 뭐 요즘 저축이야 이자 받으려고 하는 거 아니지만, 그래도 너무 한다. 입사 초에는 적금 만기되는 날은 맛있는 것도 먹고 싼 것이라도 옷 한벌 사고 그랬다. 지금은 뭐, 받은 이자로 맛있는 거 배불리 먹지도 못하고 옷 같은 건, 언감생심 꿈도 못 꾼다.


숨은 의도

일상 2017. 6. 13. 17:20

1. 어제는 뜬금없이 예전에 학원에서 알았던 남자한테 메시지가 왔다. 나랑 동갑이고, 당시 아마 내가 블로그에도 썼는데 어느날 점심 같이 먹다가 갑자기 자기 연봉을 말해서, 난감했던. (당시 연봉 높으시네요. 라고 말하며 박수를 쳐야하는 건가. 아니면 나도 내 연봉을 말해야 하는건가 고민했다.) 

  그 남자가 어제 나한테 자기 내년 9월에 텍사스에 있는 대학에 박사과정으로 유학을 가게 됐다고 하는거다. 아니 1년 만에 연락해서 왜 본인 진로를 말하지? 의아했지만 모르는 사람이 아니니, 부럽다고 했다. 유학가서 공부하는 것보다 회사 때려치고 간다는 게 진심 부러웠다.  그런데  유학가기 전에 결혼을 하고 싶다는거다. 푸하하하. 아니 이건 뭐임? 1년 만에 연락해서 유학 전에 결혼하고 싶다니. 

  이번에도 역시 예전 '연봉' 때 처럼 대체 내가 어떤 반응을 보여야 하나 어리둥절 하고 있다 할 말이 딱히 없어서, 뭐... 유학 가기 전에 가정 이루시면 안정감도 들고 더 좋겠죠. 라고 말하고 말았다.

  그렇게 대충 답을 해주고, 화장실에서 곰곰히 이 사람의 의도를 생각해보니, 답이 나왔다. 이 남자는 소개팅을 원했던 것. 해답을 알고나니, 예전에 나한테 연봉/출신학교/직장 다 털어놓은 것도 이제서야 다 이해가 됐다.

  차라리, 대놓고 여자 좀 소개시켜주세요. 라고 말했으면 찾아본다고 했을텐데, 뭘 또 이렇게 힘들게 돌려 말하나 싶어서 피식 웃음이 나왔다. 당시 같이 학원 다녔던 피아니스트 언니에게 물어보니, 그 언니한테도 저번달에 걔가 뜬금없이 자기 유학간다고 메시지를 보냈다는거다. 그 언니는 걔 너무 영업하는 사람처럼 군다고 싫다고 했던터라, 네 잘됐네요. 잘가세요. 라고 단답식으로 메시지를 보내셨다고 한다.

  내가 아닌 언니한테 먼저 메시지를 보낸 것도, 속이 뻔히 보였다. 언니가 레슨 하는 사람들이 대부분 엄청 부자집 자녀들이고, 우리에게 언니가 보여준 언니의 지인들이 다 워낙 예쁜 사람이 많기도 했다. (이 언니도 예쁘심) 이런 생각 전혀 못하고 걔 왜그러는지 모르겠다고 묻는 언니에게 '언니 제가 잘 생각해봤는데요. 아무래도 언니한테 여자 좀 소개시켜달라는 의도였던 거 같은데, 안되니 저한테도 연락한 거 같아요.' 라고 말해줬다.

  뭐 내가 넘겨짚은 것일 수도 있지만, 99% 맞을 거라 생각한다. 

  이 남자 애 때문에 오랜만에 언니랑 전화하게 되었고, 덕분에 언니랑 목요일에 같이 저녁 먹기로 했다. 언니가 맛있는거 사줄 것 같다.


 2. 엄마는 나보고 너는 어렸을 때, 책을 너무 많이 읽어서 그런가보다. 라고 말씀하셨다. 근래 엄마 주변에서 일어난 몇 가지 사건의 전망을 내 나름대로 분석해서 이렇게 될 것이다 예상해서 엄마에게 말씀드렸는데, 대부분이 다 현실이 되었다. 심지어 'OO가 이렇게 말하며 싫다고 할 것  같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한번 더 물어봐봐.' 라고 엄마한테 말했는데, 엄마가 그 사람이 너가 말한 고대로 말하면서 싫다고 했다는 거다. 엄마가 넌 다 아니 좋겠다고 하셨지만, 사실 이건 별로 좋지 않다. 

  뭐든지 예상대로 되는 건 정말 재미없다. 내가 책을 많이 읽어서 그런 거라기 보단, 워낙 사람 관찰하는 걸 좋아하고, 내 주변에 예측불가 행동을 하는 사람이 없어서 그런 것 같다. 그렇다고 뭐든 확신하면 큰 코 다칠 수 있으니, 건방지게 너무 내 예상만 100% 믿으면 안되겠지만.


3. 어제 카페하는 친구가 갑자기 전화를 해서 하는 수 없이 전화 통화를 좀 오래했는데, 스트레스 받았다. 나중에는 그냥 지금 얘한테 말해 뭐하겠나 싶어서 더 말 안했다. 걔는 현재 모든 게 즐거운 상태고, 나는 거의 정반대라 뭔가 벽에 대고 말하는 기분이었다.


 4. 앞으로 또 나쁜 생각이 들면, 그냥 내 핸드폰 메모장에 쓰고, 회복되면 바로 바로 지워버리기로 했다. 그렇게 하면 시각적으로 삭제되는 게 눈에 보여서 그런지 정상으로 돌아오는데 조금 도움이 되는 느낌이다.


5. 엄마가 아프신 뒤로, 일요일에 친척이 너무 자주 오신다. 처음에야 고마운 마음에 인사도 드리고 얘기도 나누고 했지만, 너무 자주 오시니 더 할말도 없고 하여, 전화로 친척이 지금 우리집으로 출발한다고 하면 나는 부랴 부랴 옷 갈아입고 화장하고 차타고 알라딘 중고서점으로 향한다. 인천에 중고서점 생겨서 너무 좋다. 저번 일요일에도 큰엄마 오신다고 해서 중고서점으로 피신했다. 거기서 책 2권 이나 샀는데 8000 원 밖에 안들었다. 


6. 넌 이민가면 훨씬 행복하게 살거라고 말하는 사람이 주변에 한 명 있는데, 이민은 무슨 이민? 이민은 아무나가나. 갈 수만 있다면 벌써 갔겠지. 사람들이 정말 말을 쉽게 한다.


7. 중고등학교때는 일기를 손으로 쓰다가 블로그로 넘어오게 된 계기 중 하나는 친구의 영향도 있지만, 내가 글씨를 쓸 때 지나치게 손에 힘을 주고 쓴다는 이유도 컸다. 저번에 회사에서 쓰는 3색 제스트스림 고무랑 볼펜 연결 부위가 부러졌는데 (제일 약한 부분) 이번에도 똑같은 부위가 부러졌다. 연필이 부러진 것도 아니고 볼펜을 부러뜨리다니. 난 이 닦을때도 힘을 너무 세게 줘서 칫솔이 부러진 적도 있다. 차인표가 드라마에서 하던 분노의 칫솔질을 나는 매일같이 하고 있나보다.


8. 내가 돈을 빌려드렸던 친한 고모는 인테리어 관련 사업을 하신다. 어제 그 고모께서 미수금 때문에 사업을 그만 두시려고 고민 중이란 소식을 들었다. 그래서 미수금이 얼마인지 물어봤더니 7천만원 이란다. 자그마치 7천만원. 그 얘기 듣고 너무 슬펐다. 고모랑 고모부 둘이서 하는 아주 작은 사업인데, 그런 사업장에서 7천만원이면 정말 어마어마한 돈이다. 어제 그 얘기 듣고 흥분하여 다 고소하면 안되냐고 했는데, 이 말은 내가 들었던 너는 이민가서 살아야 한다는 말 만큼이나 부질없는 말이라는 걸 이내 깨달았다. 마음이 너무 아프고 고모가 안됐다.


산본역/ 석촌호수

일상 2017. 6. 2. 13:14


  우울을 이겨내보기로 굳게 마음 먹은 것도 잠시, 5월의 나는 도저히 참을 수 없을 정도로 마음이 황폐화 되어, 군포에 사는 친구를 찾아갔다.

  그 친구는 내가 아는 사람 중 책을 제일 많이 읽는 사람인데, 신기하게도 자기의 고급 취향을 드러낸 적은 한 번도 없다. 가끔 다독하는 사람들 중에 은근한 우월감을 과시하는 사람도 많은데, 그 친구는 가장 친한 친구인 나에게 조차 그런 내색 한 번 한 적이 없는 대인배다. 그 친구와 얘기하고 와서 다시 나쓰메 소세키 책을 읽기로 결심했다.

  내가 느끼는 책을 많이 읽는 사람들의 가장 큰 특징은 '함부로 사람에 대해 단정짓지 않는 것' 이다. 그래서 그런지, 의외로 다독인들은 조언도 잘 해주지 않는다. 다년간의 독서로 사람 마음은 다른 사람이 쉽게 파악할 수 있는 것이 아님을 알기 때문일까.

  사람들에게 언제나 좌절하고 상처받고 그들 사이에 섞여 있을 때 오히려 더 고독해지는 것을 이해해주는 친구가 나에게 있어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내가 속상하다 말하면, 보통 사람들은 뭘 그런 거 가지고 속상하냐고 거 참 이상하다고 하거나, 그거 다 니 탓이라고 하는데, 친구는 진짜 속상하겠다고 공감을 해준다. 요즘 육아에 거의 모든 에너지를 쏟아붓고 있어서 나 만날 시간이 없었을텐데, 나와줘서 너무 고마웠다. 

  산본역 카페에서 바깥을 보는데 비바람이 몰아쳤다. 친한 친구와 비바람 바라보며, 얘기를 딱 2시간 했는데 그제서야 좀 살 것 같았다. 친구와 얘기했던 나쓰메 소세키의 책을 오랜만에 다시 읽으며, 내 맘 이해해 주는 사람이 친구 말고 여기 또 있어서 다행이라고 생각하며 안도했다. '그 후' 는 몇 년전 읽었던 책인데도 너무 새롭고, 요즘 나의 유일한 위안이다.




  저번 주말에 회사 동료 결혼식 때문에 잠실에 갔다. 이상하게 요즘 잠실갈 일이 많이 생겨 평균 2주에 한번 꼴로 가게 된다.

  회사에서 워낙 같이 많은 일을 한 사람이기 때문에 축의금은 전혀 아깝지 않았지만, 1시 30분까지 가느라 부산하게 움직여야 했다.

  잠실까지 갔는데 그냥 오기 아쉬워서 친구를 만나 석촌호수를 좀 걸었다. 나는 잠실에 볼 일 있을 때만 가기 때문에 제대로 볼 기회가 없었는데, 이 날 친구와 주변을 좀 걷다 보니, 사람들이 왜 강남 강남 하는 지 알 것 같았다. 깨끗하고 쾌적했다. 석촌호수와 가까운데 살면서 거기서 운동할 수 있으면 난 정말 매일 매일도 할 수 있을 것 이다.

  결혼식 때문에 평소 잘 입지 않던 불편한 원피스를 입었는데, 정말 불편하고 힘들었다. 운동화에 청바지 입고 갔으면 훨씬 더 기분이 좋았을텐데.

 

  엄마가 아빠 때문에 속상한 일이 있어서, 둘이 여행이라도 가시라고 제주도 비행기 티켓을 사드렸다. 평일에 출발하니 2인 왕복이 9만원도 안한다. 숙박도 제주도에서 게스트 하우스 하는 친척이 그냥 방을 내준다고 하셔서 편히 다녀오실 것 같다. 예의상 10만원은 드리려고 한다.

  돈한푼 못버는데 왜 그런거 예약하냐고 하지 말라고 만류하던 엄마가 막상 내가 예매를 해드리니 그렇게 좋아하셔서 마음이 좀 찡했다. 어린 애 처럼 들 뜬 마음으로 옷 뭐 가져갈지, 가서 뭐 신을지 고민하는 엄마를 보니 귀여웠다.

 

  나도 요즘 부쩍 혼자 1박 2일이라도 다녀오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그런데 또 막상 떠오르는 곳이 없다. 나쓰메 소세키의 '도련님' 의 배경인 시코쿠를 좀 가고 싶다고 막연히 생각 하는데, 여름에 일본 여행 갔던 20대 기억을 떠올리면 다시 고개를 절래 절래 하게 된다. (일본의 여름 너무 덥고 습하고 불쾌하다!!)

  이제 금방 대한항공에서 소멸예정 마일리지 안내 메일이 왔다. 어떻게든 2018년 전에 여행을 가야 하는데, 나 이번 마일리지는 좋아하는 사람이랑 여행가는데 쓰고 싶었는데 크크크크. 너무 큰 꿈이었나보다. 그냥 나 혼자 빨리 써야겠다.


꽃피는 봄봄봄 2편

일상 2017. 5. 23. 13:02

  4월~5월 동안 많은 일이 있었는데 일기를 미루다 보니, 이제 별로 기억나는 일이 없다. 다 별일 아니었나보다. 우선 기억나는 일들만.


 1. 절약 (이어서)

  재작년에 짤린 회사는 직원들 의식수준이 너무 수준이 낮아서 그렇지 임금은 지금보다 높았다. 당시에는 내가 이 험하고 드러운 꼴 참는 대가로 이 돈 받는다 생각도 했다. 근데 그 회사에서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랬던건지,쓰기도 엄청나게 많이 썼다.

  그런데 지금은 월급이 워낙 적다 보니 조금이라도 원래 수준에서 벗어난 돈을 쓰면 한 몇개월은 혹독한 절약을 해야만 한다.

  평생 부족하게 살아왔으니 절약하는게 큰 어려움은 아닌데, 친구네 집 갔다온 뒤로 좀 처량한 기분이 들었다. 친구 월급 얼마인지 아예 관심도 없다가 그 날 이후, 인터넷에 친구네 회사 연봉 검색해보고는 너무 높아서 깜짝 놀랐다.  동생에게 이 얘기하니 큰 회사는 다들 그 정도 받는댄다. 다시 한번 내가 모르는 세계는 어마어마 하구나 싶었다. 비겁하게 친구 연봉 몰래 검색하고 놀라고 부러워한 게 스스로 좀 속물 같아서 우울해졌다.


2. 비둘기

  여름을 앞두고 에어컨을 수리했다. 우리집 에어컨은 순전히 비둘기똥 때문에 고장났다. 실외기에 매일 같이 앉아서 똥만 싸대는 비둘기놈들 때문에 실외기 부품이 부식되어 버린 것. 심지어 그 부품 교체비가 25만원이나 되서 작년에는 수리도 못하고 그냥 덥고 더운 여름을 보냈다.

  나는 여름마다 실외기에 앉은 비둘기놈들 울음 소리에 단잠을 깼고, 베란다 문을 열고 컴퓨터를 하는 계절에는 내 컴퓨터 바로 옆에서 똥싸며 날개를 푸드덕 거리는 비둘기를 진심으로 증오했다. 하지만 이 지독한 비둘기들은 내가 아무리 부지런히 쫓아내도 10분도 지나지 않아 다시 우리집 실외기에 앉아있곤 했다. 똥냄새는 또 어찌나 심한지. 나에게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동물이 무어냐 물으면 1초의 망설임도 없이 '비둘기' 라고 답할 것이다.

  부품교체를 하기 직전에는 비둘기 두마리가 쉴새없이 우리집 실외기에 왔고 급기야 실외기 주변에 둥지를 틀고 알낳고 부화까지 했다. 내가 너무 싫어하는 비둘기와 동거까지 하게 된 것이다. 결국 난 더 참지 못하고 실외기 수리하면서 실외기 주변에 어떻게든 비둘기가 다시는 얼씬거리지 못하도록 조치를 취하자고 했다.

  부랴부랴 A/S 를 예약했고, 평일 엄마아빠만 집에 계실 때 실외기 부품 교체가 진행되었는데, 이미 다 큰 우리집 실외기 비둘기가 자기 둥지 주변에 사람이 왔다갔다 하는데도 꼼짝도 안하더란다. 실외기 교체해야하니 빨리 날아가라고 별 짓을 다해도 그 비둘기는 멀뚱멀뚱 사람만 쳐다보고 있어, 결국 하는 수 없이 A/S기사님이 밀어 떨어뜨렸더니 그제서야 날아갔다고 한다.

  자기가 무슨 카이저 소제도 아니고, 그렇게 못 나는 척을 하며 아무것도 모르는 표정으로 끝까지 실외기에 버티고 있다니. 안그래도 싫어하는 비둘기를 더 싫어하게 됐다.


3. 동생집

  동생이 이사한 뒤로, 엄마가 동생집에 한번도 가보지 못하여 성남에 갔다. 나는 안가고 싶었는데 엄마가 너도 가야한다고 하도 그래서 생리 이튿날이라 아파 죽겠는 몸을 이끌고 갔다. 결국 동생네 집 침구에 피만 잔뜩 묻혀서 이불이랑 요를 인천으로 다 들고 와야 했다. 아 정말 죽을 맛이었다. 이번달에 생리통도 유난히 심했고.

  우리 엄마는 예전에 동생 군대 갔을 때도, 당시 출근만 하면 자살충동 날 정도로 회사 생활에 지쳐있던 나를 한 달에 한번씩 죽어도 동생 부대 면회에 데려가서 미칠 노릇이었다. 면회가서도 뭐 두시간 있다오는게 아니라 새벽에 일어나서 아침 9시에 부대 도착해서 저녁 5시까지 좋지도 않은 부대 면회실 딱딱하고 추운 의자에 앉아있다 왔다. 거기 한번 갔다오면 머리가 너무 아파서 타이레놀만 4알을 먹고 별 짓을 다했는데. 진짜 지금 생각해도 이건 엄마 너무 원망스럽다.

  동생은 다른 한국 남자들 대부분이 그렇듯 본인이 군생활 잘한게 인생 최고의 자랑거리인데, 나는 동생이 군대 얘기하면 너 군생활 하는 동안 엄마가 한달에 한번씩 면회와서 하루 8시간 있다 가셨단 말 꼭 하라고 덧붙인다.

  나중에 동생이 결혼하여 며느리될 사람이 우리 엄마의 끔찍한 아들 사랑을 알면 좀 무서울 것 같아서 엄마한테 제발 좀 그만 좀 하라고 해도 도저히 제어가 안되는 모양이다.

   연휴동안 찾은 동생네집이 위치 대비 월세가 엄청 싼 편이었는데, 집안 꼴을 보니 동생이 좀 불쌍하기도 했다. 바로 아래는 노래방이라 엄청 시끄럽고, 동생방은 참 덥고 축축하고 어두웠다. 솔직히 나보고 거기 살라고 하면 도저히 못살 것 같았다. 그런데 아무리 남자라도 그렇지 집이 지저분해도 너무 지저분했다. 책상이 너무 어지러져 내 안경 올려놓을 작은 자리 조차 없었다. 정말 이건 너무 심하지 않은가.

  아무리 성별이 다르다지만, 어쩜 이렇게 남매가 다른지. 걔네집에서 1박 2일 동안, 집안을 정리하고 청소하고 싶은 맘을 억누르느라 힘들었다. 대체 어떻게 그러고 사는지 알다가도 모르겠다.

 

4. 꽃

  올 봄에 확실히 깨달은 게 있다. 난 꽃을 너무 좋아한다. 우울할 때도 꽃을 볼 수 있음에 금새 기분이 좋아진다. 이제 봄이 지나 벌써 여름이 되어 좀 아쉽다. 여름에도 꽃이 피긴 하지만, 봄만큼 다양하게 피진 않으니.


꽃피는 봄봄봄봄 1편

일상 2017. 5. 11. 16:58

01234567891011121314151617


 1.  콜드플레이 콘서트 끝나고 하남 사는 친구네 집에 갔었다. 원래는 그냥 집에 돌아오려고 했는데, 9호선 줄이 계단까지 늘어져 있고, 늦게라도 9호선을 탄다 한들, 노량진에서 1호선 막차를 놓칠 것 같았다. 혹시나 해서 옷이랑 세면도구를 챙겨오긴 했던 참이라, 잠실에서 하남까지 버스타고 갔다. 친구가 하남에서 잠실 가깝다고 하남도 살 만 하다고 했는데, 내 기준에서는 엄청 멀었다. 그리고 하남까지 가는 파란 버스 배차간격은 왜 그리 길든지. 우여곡절 끝에 버스에 탑승하여 여행하는 기분으로 바깥 풍경을 보는데 비싸다는 동네 지나갈 때는 과연 쾌적함이 느껴졌고, 서울 변두리 지날 때에는 여기가 서울이야? 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낙후함이 느껴졌다. 버스타고 가며 오늘 콘서트가 얼마나 대단했는지 말할 사람이 있어서 다행이라는 생각을 했다.

  친구네 집에서 사진으로만 보던, 친구의 고양이를 봤다. 친구가 자기네 고양이는 모르는 사람 오면 안보이는데 들어가서 나오지도 않는데, 나를 보고도 별로 경계를 안한다고 신기하다고 했다. 복실복실한 연회색 털에 동그란 눈을 가진 고양이가 먼 발치에서 '넌 뭐냐?' 라는 표정으로 내 행동을 빤히 쳐다보는데 정말 귀엽고 사랑스러웠다. 그러면서 가까이는 오지 않았다. 내가 자려고 누워서 불을 끄니 그제서야 고양이는 내 머리 맡으로 와서 정수리 냄새를 킁킁 맡았다. 영광스럽게도.

  이번에 친구네 집에 가서 대기업의 위엄 같은 걸 느꼈다. 친구는 여전히 몸이 좀 아프긴 하지만, 첫 직장이자 현재 직장인 국내 굴지 대기업에서 열심히 일하고 돈을 벌고 있다. 경력도 계속 쌓고 있고, 연봉도 계속 올랐겠지. 아무리 친구사이여도 연봉이 얼마냐 물어볼 순 없는거라, 친구의 월급이 얼마인지 잘은 모르겠지만 그 날 친구네 집 가서 친구가 버는 돈이 어마어마함을 새삼 실감했다. 물론 내가 지금 하는 일보다 훨씬 힘드니 그 보상으로 많은 월급을 받겠지.

  친구는 대학졸업후  근 10년만에 하남시내에 대단지 아파트를 부모 도움없이 온전히 자기 힘으로 사고, 며칠 전에는 새 차까지 샀다. 친구가 너무 잘나서 대단하다는 생각 자주 하고 몸도 안좋은데 좋은 아파트에 살게 되어 정말 다행이란 생각이 들면서도, 나는 대체 30대 중반이 되도록 뭐한건가. 싶었다.

  다음날 하남에서 인천까지 지하철 타고 왔는데 배차간격이 똥이라, 3시간 넘게 걸렸다. 오는 길에 핸드폰을 두번이나 떨어뜨려서 산지 3개월도 안된 핸드폰이 순식간에 1년은 쓴 거마냥 후져졌다. 액정 안 깨진 건 다행이지만.

 

2. 친구네집 가서 한번도 느끼지 못한 박탈감 같은 걸 느낀 건 이유가 있다. 요즘 내 모든 역량을 절약에 쏟고 있기 때문이다. 3월말에 목돈 쓸 일이 있어서, 3개월 할부로 목돈을 쓰고 (내 기준에서는 엄청난 목돈) 건강보험정산까지 하고나니, 정말 돈이 없어도 너무 없다.


2번 부터는 다음 포스팅에서 이어짐. (회사에서 쓴건데, 바빠서 더 쓸 시간이 없는 관계로. )


What is depression?

일상 2017. 4. 16. 23:24


  며칠 전 이 동영상을 봤다. 이 동영상을 보니, 나도 심하진 않지만 약한 우울증일 수도 있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내가 무가치하다는 생각이 들고, 집중력이 저하되고, 평소 좋아하던 것에도 흥미를 못 느끼고, 무기력하고, 자살을 지속적으로 생각하는 것이 나에게 좀 해당되는 것 같다.

  난 자살을 생각하지는 않지만, 내가 태어나지도 않은 사람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생각은 자주 한다. 또 내가 죽은 뒤 내 장례식을 떠올리곤 한다. 내가 만약 죽는다면 누구 누구를 부를 것인지, 그 사람들이 내 장례식에 와서 슬퍼해줄까 하는 생각 말이다. 웃긴 생각이지만, 20살 때부터 자주 그런 생각을 한다. 

  나는 평생을 괴롭혀온 우울한 감정을 타파하기 위해선 뭐라도 할 수 있다고 줄곧 생각해왔다. '뭔가'를 하면 나아지지 않을까. 구원받을 수 있지 않을까. 이런 막연하지만 간절한 기대를 언제나 가지고 있다. 하지만, 이건 순서가 잘못되었단 생각이 문득 든다. 내가 우울을 극복하고 이겨내야 뭘 해도 해낼 수 있는 것이다.

  힘겹지만, 이건 내가 이겨내야할 몫이다. 조금만 더 혼자 노력을 해보고 도저히 안될 것 같으면 병원을 가보려고 한다. 그리고 우울한 건 죄가 아니니, 필요 이상으로 밝은 모습을 보이려고 노력하지 않고, 조금은 솔직하게 살기로 했다. 정말 가까운 친구에게는 털어놓고 조언도 구하고, 낙심한 모습도 보이고. 

  나는 유별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하지만 어쩌다 보니 유별난 사람이 되었다. 하지만 극복할 수 있다고 믿는다. 기도도 하고, 우울이 나를 파멸로 이끌도록 손 놓고 지켜보고 싶지는 않다. 죽고 싶다는 건 거짓말이다. 눈 앞에 죽음이 닥치면 아마 미친듯이 살고 싶을 것이라 믿는다. 그리고 유별난 게 죄가 아니다. 누구나 유별날 수 있으니.



  이 동영상은 라스 폰 트리에 감독의 '멜랑콜리아' 오프닝 이다. 신문에서 보니 이 영화 만들 때 라스 폰 트리에가 심각한 우울증에 빠져 있었고, 이 동영상을 보면 우울증에 걸린 사람의 심리가 고스란히 드러난다고 한다. 이런 창작 활동도 어쩌면 우울에서 벗어나기 위한 몸부림인데, 이런 몸부림이 아름다운 예술이 되기도 하니, 어떻게 보면 사람이 가진 힘이란 참 위대하다.

  극장에서 이 부분 보면서 울었는데...지금 봐도 가슴이 두근두근 한다. 난 특출난 재능은 없지만, 지금 이렇게 우울해진 게 언젠가는 내 삶에 도움이 되리라 믿는다. 멋지게 극복하고 약한 사람들에게 항상 너그럽고 싶다.


폐기물

일상 2017. 4. 9. 22:44

  인정하기는 싫지만, 요즘의 나는 산업 폐기물 같다. 내가 오물까지는 아니어도, 폐기물에는 꽤 가깝다. 나는 다른 사람에게 폐를 끼치지 않고, 요즘에는 인간관계도 거의 맺고 있지 않기 때문에, 누구에게 상처를 주지 않지만,  아무 곳에도 쓸모가 없다면 폐기물과 다를 바가 무엇일까. 요즘 나는 정말 아무런 효용가치가 없는 인간이다.

 

 

 

  의무감에 일요일 오후에는 산책을 나간다. 산책을 나가지 않으면 내일이 월요일이라는 사실을 받아들이기 힘들어 엄청나게 슬퍼지기 때문이다. 미세먼지때문에 꽃이 피어도 예전처럼 예쁘지가 않다. 슬픈일이다. 우리나라 대한민국은 점점 더 살기 어려워지고 있다.

 

  저번주 부터는 프로야구가 개막해서 TV 를 틀어도 좀 덜 심심하고, 다음주에는 콜드플레이 콘서트에 혼자 간다. 우리집에서 너무나 먼 송파까지 가야하고, 콘서트 시작 시간이 너무 늦어서 끝나고 돌아올 일이 걱정이었는데, 그냥 속편히 송파에서 가까운 하남 친구네 집에서 하루밤 신세를 지기로 했다. 근데 일요일에 하남에서 대중교통으로 어떻게 집으로 와야할지 모르겠다. 버스를 타든지 해야할 것 같은데, 동서울터미널에 버스가 있겠지만, 생각해보면 우리집은 인천터미널에서도 한 40분 걸린다. 이런 젠장. 결국 전철이 답인가. 근데 송파에서 인천까지 전철로는 도저히 못올 것 같다. 뭐 아무렴, 어떻게든 와지겠지. 그래봤자 수도권.

 

  저번주 오랜만에 전화한 친구는 내 우울의 원인이 모두 애인이 없기 때문이라고 한다. 아마 친구는 애인이 생겨서 행복한 모양이다. 안그러면 나에게 모든 원인이 '애인' 이라고 말하진 못했겠지. 그 친구 가끔 너무 돈을 밝히고, 돈 없는 남자는 사람 취급을 안해서 거리감 느꼈는데 정말로 돈 많은 애인을 사귀니 오히려 가난한 사람에 대한 '멸시' 같은게 좀 덜해지고 마음이 좀 여유로워졌다.  

  근데 난 사람의 근본은 변하기 힘들다고 생각한다. 이렇게 속이 썩은 내가 남자 하나로 언제나 즐거운 내가 될 수 있을까? 글쎄. 뭐 이건 애인 생길 일 없으니 별로 고민할 일은 아닌가. 훗.

 

  엄마가 건강해지신 거 같긴 한 게, 늙은 주제에 너 좋다는 남자 싫다고 하지 말고, 좋다고 하면 무조건 감사히 마음 받아야 한다는 강요와 구박이 다시 시작되었다. 동생까지 합세해서 듣고 있다보면 나이 많다는 이유 하나로 죽을 죄를 진 기분이다. 나는 폐기물인데 소각되거나 처리가 되어야 하는데 아직 그게 안되고 있으니 부모님 답답한 마음도 어느 정도는 이해가 간다. 가족들이 보기에도 내가 이런데, 제 3자들이 보기에는 얼마나 더 한심할지.

 

  일기에서 너무 징징대는 거 스스로 읽는게 괴롭긴 하지만, 난 요즘 지인 혹은 가족에게는 즐겁게 사는 사람으로 보이려고 엄청 노력하고 또 그렇게 보이기도 하니... 그리 큰 문제는 안되겠지. 하며 이 일기의 우울함을 변호하고 싶다.

 

  요즘 Ben folds 의 So there 앨범을 누워서 멍하니 듣는 일이 많은데, 참 위로가 많이 된다. 그리고 우연히 듣게 된 모차르트 피아노 협주곡 23번 2악장도 좋다. 모차르트 음악은 Major(장조)여도 어딘지 모르게 병적이고 슬픈 느낌이 든다. 놀랍게도 터키행진곡 이라 불리는 피아노 소나타 no.11 도 Major. 모차르트의 곡은 언뜻 들으면 산뜻한 곡들 마저도 일말의 정신병적 나른함이 있다. 

 

  난 정말로 음악과 문학의 힘으로 간신히 살고 있다. 저번주에는 좋아하는 체호프 님의 '마녀'를 읽다고 혼자 킥킥대며 잠들었다. 그리고 한 3일동안 아래 문장이 생각나서 즐거웠다.

 

 

  사벨리는 주인공 여자의 못생긴 교회지기 남편인데, 눈보라 치는 어느 날 밤 길을 잃은 잘생긴 금발 우편배달부가 집에 불쑥 찾아온다. 교회지기의 부인은 넋을 잃고 잠든 미남 우편배달부를 쳐다보는데, 그를 보다못한 '사벨리'는 우편배달부의 얼굴을 천으로 가려버린다. 그 뒤에 나오는 부분이 저 부분.

  우울한 와중에도 어찌나 웃기든지. 회사에서도 '칠면조' 같은 두 다리. 이 부분이 생각나서 혼자 킥킥댔다.

 

  나의 문학적 저변이 더 넓어지지 않고 있어서 좀 걱정이다. '체호프' 책만 너무 반복해서 읽고 있다. 체호프 외 다른 작가의 책을 읽으려고 해도 재미가 없다.

 

  요즘 하나님께 기도하면서 저도 세상에 온 이유가 있고, 쓸모가 있겠지요. 하고 자꾸 묻고 있다. 대체 뭘까. 나를 세상에 태어나게 하신 이유. 폐기물이 되라고 이 세상에 보내신 건 아닐 것 같은데. 이런 생각 하는 게 사실은 부모님께 하나님께 참 죄스러운 일이다. 자기 전에 용서해달라고 기도해야 할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