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번주 토요일에 2차 기형아 검사를 간다. 4주만에 초음파 보는데 아기들은 잘 있을까? 4주 전 찍은 초음파 사진을 보며 웃다가도 엄마 생각만 하면 이내 마음이 어두워진다.

  기회만 되면 혼자 점심을 먹곤 하는데 오늘 혼자 산책 중, 초등학교 시절 엄마가 막걸리 넣고 꿀빵 해주시던 기억이 났다. 밀가루랑 막걸리 넣고 다음날 아침 보면 부풀어 있던 술빵 반죽.

  엄마와 함께한 사소한 일상도 하나씩 떠오르며 이내 눈물이 쏟아진다. 저번주에는 엄마가 놀러가서 찍은 씩씩하게 걷는 엄마 뒷모습을 찍은 사진을 보고 울었고, 어제 밤에는 엄마가 다시 잘 걷는 꿈을 꾸고 일어나서 한참을 우울했다. 

  뇌전이로 5년 이상 생존한 사람은 봤는데, 뇌척수 전이로 1년 이상 살았다는 사례는 아무리 찾아도 없다. 엄마 손의 경련, 자꾸만 힘없이 주저앉아버리는 다리... 아무리 증상을 호소해도 병원에서는 지금 상태 유지만도 대단한 것이라고, 아무 조치도 취해주지 않는다.

  악화되지 않는 것만으로 만족하기엔 엄마가 너무 힘들긴 한데, 더 악화되면 엄마의 지금 이 시간조차도 그리워지겠지.

  엄마가 돌아가시면 어찌 살까.

  오늘 편의점을 차로 박고 밀어버린 분노조절장애 환자 뉴스를 보는데 아빠 생각이 났다. 우리 아빠도 언제라도 저렇게 할 수 있는 사람이지 싶어서. 엄마가 돌아가신 후, 아빠의 동네북은 이제 내가 될텐데. 엄마 때문에 아빠 대접 해드렸지만, 엄마 돌아가시면 가진 돈 탈탈 털어서 돌아가실 때까지 잘 쓰시라고 몇천만원 드리고 연을 끊어버리리라 결심했다. 나까지 아빠 때문에 암에 걸릴 순 없다.


  시험관 카페에서 엄마가 돌아가셨다는 글을 쓴 회원에게 무작정 말을 걸었다. 그 분의 엄마는 췌장암으로 수술은 못하고 항암 하시다 돌아가셨다고 한다. 그 분한테 쌍둥이를 임신했는데 요즘 맨날 울어서 아기들한테 미안하다고 했더니, 아기들도 엄마 맘 이해할 거라고 토닥여주더라.

  우리 이모도 그렇고 시어머니도 그렇고 다들 쌍둥이한테 안좋으니 엄마 아픈걸로 너무 울지 말라고 하는데, 역시 같은 아픔을 겪은 분이어서 그런지 조언이 다르더라. 아무리 힘들어도 맘 다잡고 아기들 생각해서 울지 말라는 말 들을 때마다, 나는? 나도 감정이 있는데 나 슬픈 것보다 뱃속의 아기들이 안슬픈게 더 중요해? 란 생각이 들었는데... 그 분은 당연히 너무 슬프기 때문에 울 수 밖에 없다고 쌍둥이들도 이해해줄 거라고 해주셔서 너무 감사해서 눈물이 울컥났다.

  나중에 내 주변에 누군가가 임신하고 출산한다면 아기 선물 말고 엄마 선물사주고 엄마 감정을 더 생각해주고 싶다. 엄마도 사람이야. 감정까지 태어나지도 않은 아기를 위해 조절할 순 없다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