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번 주 목요일에 퇴근하는데 국립암센터 주치의로부터 전화를 받았다.
엄마가 한 달 넘게 극심한 두통을 호소하여 뇌 MRI를 찍어보니 척수 전이가 됐고, 이 상황이면 앞으로 급격히 안 좋아지실 것이라고.
전화를 받은 뒤로 미친 듯이 검색을 해보았는데 대부분은 척수 전이 판정 후 3개월 이내 사망인데 뇌의 암세포 때문에 환자의 신체 기능이 하나씩 망가져가는 과정을 보호자가 옆에서 지켜보아야만 하는 게 정말 힘들다고 한다. 보호자 입장에서 제일 힘든 게 아마 척수 전이일 것이라고.
우리 엄마는 며칠 전부터 사물이 두개로 보인다고 하셨는데, 아마도 이것도 암이 시신경을 눌러서 나타난 현상인 것 같다.
같은 과정을 겪었던 사람들은 환자가 죽어가는 과정을 묘사하는 것조차 너무 괴로워서인지 어떻게 환자가 기능을 하나씩 잃어갔는지 적어놓지는 않는 것 같다.
시력으로 시작해서 청력, 편마비, 하반신마비 결국에는 듣지도 못하고 보지도 못하고 말하지도 못하는 손하나 까딱하지 못하는 상태로 돌아가시는 수순이리라.
주말에 동서네 백일 잔치가서 용케도 눈물 한 방울 안 흘리고 엄마에게 갔는데, 우리 엄마는 일련의 과정에 대해 전혀 모르시는 눈치다. 마지막 치료의 일환으로 전뇌 방사선을 10회 하기로 하였는데 전뇌 방사선 후 항암을 하시겠다는 의지가 강하다. 전뇌 방사선을 하는 중에도 보통은 신체 마비가 오고 급히 호스피스로 옮겨지는 것 같은데, 우리 엄마는 그런 가능성은 전혀 생각하지 않고 계신다.
파주로 이사가셔서 동네가 너무 좋다면서 희망에 부풀어 오르셨었고, 산으로 들로 놀러 다니면서 암도 고치겠다고 하셨는데. 내가 싱크대랑 붙박이장도 새로 해드렸는데 그 싱크대에서 요리 한번 못해보시고 돌아가실 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하니 가슴이 찢어지는 것 같고 내 인생에 이보다 더한 슬픔은 존재하지 않을 것 같다.
아직은 혼자 화장실도 가시고 나한테 싱크대 설치되면 냄비는 제일 오른쪽 밑에 밀폐용기는 왼쪽 위에 넣으라고 하나하나 다 지시해주시는데, 핸드폰으로 물건도 잘사고 한번 가르쳐드리면 용케도 다른 것까지 다 척척해내는 우리 엄마인데 초점 없이 말도 어눌하게 우리 엄마가 아닌 상태로 돌아가시는 그 상황을 내가 감당할 수 있을까.
일요일에 담임 목사님과 면담을 하면서 울기도 참 많이 울고, 어제밤에는 하나님께 이제 먼 미래를 위해 기도하지 않는다. 딱 오늘 하룻밤만을 위해 기도드린다면서 제발 오늘 하룻밤 우리 엄마 안 아프게 해달라고 울면서 간절하게 기도를 드렸다. 내 기도를 들어주신 걸까. 엄마는 어젯밤은 잠을 깊게 잘 주무셨다고 한다.
토요일에 엄마한테 임신한 거 같다고 말씀드리니 울면서 좋아하셨는데, 우리 엄마 나 애낳는 거 보기 위해서라도 아마 죽을힘을 다해 암과 싸우시겠지.
나와 비슷한 상황을 겪은 보호자가 쓴 블로그 글을 보니 엄마가 암 걸린 뒤로 교회를 다니기 시작했는데도 뇌전이가 됐다면서 누군가 나한테 와서 하나님께 기도하자고 하면 멱살 잡고 죽도록 패주고 싶은 심정이라고 하더라.
나 역시 하나님이 너무 원망스럽고 대체 우리 엄마의 극심한 고통으로 인해 뭘 주시려는지 도저히 알 수없고, 우리 엄마 딱 70살까지만 엄마 살게 해달라는 기도에 전혀 응답을 안 해주셨지만, 내가 하나님 밉다고 막 원망하면 나 대신 엄마를 벌하실까 봐 그렇게 하지도 못한다.
평이 좋은 호스피스에 전화해서 관련 서류를 다 알아보았다. 방사선 치료 후 엄마가 도저히 견딜 상황이 아니면 바로 옮겨서 고통이라도 덜어드리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