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이틀 전

단문 2015. 4. 27. 22:43

이번 여행이 어쩌면 내 인생의 마지막 해외 여행이 될 것 같다. 신기하게 해외 여행에 흥미가 뚝 떨어졌다. 지금도 사실 그냥 제주도를 갈걸 그랬나 싶다.
이번 여행처럼 아무 준비없이 가기도 처음인 것 같다. 어떻게든 다녀지겠지 싶다. 친한 친구와 돌아다니면서 얘기하는 게 관광보다 더 큰 목표다.
어제 심란한 밤을 보내고 오늘은 회사에서 마음이 붕 떠 있었다. 오랜만에 7시반 이전에 퇴근했고, 가로등이 켜지지 않은 저녁 길을 달렸다.
십년 전 그랬던 것 처럼 간절히 원하는 걸 갖기위해 노력 중이다. 십년 전과 비교하면 일희일비 하지 않고 있으며 여유도 생겼다. 어울리지 않게 노련한 나를 보며 대견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


단문 2015. 4. 19. 01:27

집에 들어오는 길에 맥주를 사려다 참았다. 하지만 밤이 되니 술 생각이 간절하여 위스키를 마셨다.
물을 끓여 꿀을 탄 다음 위스키를 섞은 다음 얼음까지 넣어 마셨다. 이렇게까지 해서 술을 마시는 나를 보며, 쓸데없이 부지런하다는 생각을 한다.
혼자 살면 매일 마실 수 있다. 자제하지 않겠다 결심한다면 무한정 마실 수도 있을 것 같다.
혈압과 술이 관계가 있는지 없는지 알 수 없지만, 며칠전 병원에서 최고혈압이 79 나온 나는 술을 마신 후 평소보다 더 건강해진 기분이 들기도 한다.
엄청난 노력에도 불구하고, 나아지지 않고 있다.
​나는 직업도 있고 부모님도 있고 사지도 멀쩡한데 왜 이렇게 나약한 생각에 사로잡혀 벗어나지 못하는 건지 모르겠다.
감기 후 계속 기침이 나서 밥먹기 약간 불편하다. 어딘가 몸이 안좋으니 더이상 즐거워지지 않는 것 같기도 하다.


액땜 그만

단문 2015. 4. 15. 23:56

오늘 외근 갔다가 주차장에서 사고를 냈다. 백프로 나의 잘못 이었다.
2015년 들어 자꾸 안좋은 일만 생기는 것 같다. 즐거운 일은 전혀 라고 해도 좋을 정도로 없고.
안그래도 후진 우리집 차가 더 찌그러졌고, 난 적어도 10만원 이상은 차주인에게 물어줘야 할 것 같다.
회사에서 외근이 너무 많아지니 업무를 다 소화하기도 힘이 든다. 외근 갔다오면 다른 일은 산처럼 쌓여있다. 또 외근 장소가 다 서울 한복판이다 보니 운전도 여간 힘든 게 아니다. 항상 좁디 좁은 지하주차장에 차대기도 힘들고, 주차장 자리 없으면 주차할 데 찾는 것도 스트레스고…
이제 운전 2년 6개월 쯤인데, 아직도 이렇게 운전에 미숙한 나도 싫다.
외제차 아니었고, 주행 중 사고가 아니었음을 위안 삼으려해도 기분이 나아지질 않는다.
즐거운 일은 바라지도 않으니, 제발 나쁜 일 좀 그만 일어났으면 좋겠다.
이 일기에 쓰지 않은 작은 일도 이상하게 계속 꼬이고 잘못되어가니 난 정말 어떻게 해야하는 지 모르겠고, 울고 싶다.


알아주지 않는 꽃

단문 2015. 4. 15. 00:53

우리동네에서 월미도 가는 길에는 도무지 정이 안가는 공장이 쭉 늘어서 있다. 평일 낮에 그 길을 걸어가면 사람 한 명 보이지 않고, 엄청난 고압전류가 흐르는 소리만 들릴 뿐이다.
하지만 그 동네 공장 사이에는 어울리지 않게 벚나무가 무척 많이 심어져있다. 매년 때가 되면 꽃이 피고, 항상 예쁘지만, 봐주는 이는 적다.
삭막하고 외로운​ 곳에서 그 나무들이 피워낸 벚꽃은 정 떨어지는 그 곳에서 유일하게 아름다운 존재지만,알아주는 이는 별로 없다.
난 나 혼자라도 걔네들의 아름다움을 봐주리라 결심하지만, 그게 참 쉽지 않다. 올해도 난 그 꽃들을 바라봐주지 않았다.
이틀째 비오는 밤에 운전을 했더니 기분이 다시 가라앉았다. 이 비와 함께 꽃도 다 떨어질 것이다.
나 자신을 꽃에 비유하기도 웃기지만, 공장 앞 꽃들에게 정이 갔던 건 묘한 동질감 때문이었던 것 같다.
난 이미 지고 있는데, 가장 예뻤던 때 부터 지금까지 나를 진심으로 바라봐준 이는 없었다는 슬픈 생각에 봄마다 좀 우울해진다.
괜히 봄에 자살을 많이 하는 게 아니다. 이상하게 봄만 되면 비참한 기분이 든다.
며칠전 누군가에게 편지를 썼다. 편지의 수신자는 아마 영원히 그 편지를 읽지 않을 것이다. 그걸 알고 보냈지만, 마음이 홀가분했다. 그 편지에 답장은 기대하지 않는다고 썼지만, 거짓말이다. 난 죽을 때 까지 기다릴 것 같다. 절대 오지 않을 답장을.


Love is losing game

단문 2015. 3. 10. 00:59

에이미 와인 하우스 노래 중 저런 곡이 있다. 정말 슬픈 제목이다.
난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게 싫다. 너무 괴롭기 때문이다. 내가 사랑하는 방식으로는 결국 서로 힘들어 지는 거 아닌가…하는 생각이 들어서 침대에 누워 오랜만에 눈물을 흘렸다.
언제나 틀림없이 지는 승부인 줄 알면서도 결국 어리석게 똑같은 실수를 반복하는 나를 보며 딱하다는 생각이 든다.
아무 나쁜 의도 없이 나에게 사랑을 받았을 뿐인데 졸지에 가해자가 된 사람들도 딱하다.
내가 원하는 사랑을 그대로 해줄 수 있는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알면서도 왜 이렇게 마음이 슬퍼지는지 모르겠다.


솔직히 말해 살면서 다이어트 해본 적 없었다. 운이 좋게도 사람들은 내 몸무게를 한 46키로 정도로 봐준다. 하지만 현재 난 저거보다 훨씬 많이 나간다. 훨훨씬 더.
2년 전 헐렁했던 원피스를 입었는데 엉덩이가 살짝끼고, 그나마 얇다 자부했던 허리도 1인치 늘어난 것 같다.
결정적으로 내 무릎이 아파와서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운동부족으로 아픈 건지 내 일생 최고 몸무게에 무릎이 적응을 못해 그런 건지 알 수는 없다. 아마 둘다 겠지?
저녁은 토마토로 먹고, 퇴근해서 1시간 20분씩 걷고 있는데, 이게 살이 빠질까 싶다. 빠질 거라는 믿음으로 그냥 빨리만 걷는데, 이렇게 했는데 1키로도 안빠지면 정말 좌절할 것 같다.
목표는 3키로인데, 진짜 힘들구나. 다이어트…3일만에 벌써 지치려고 한다.
배고픈 상태로 누웠더니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은 중간에 비와서 비맞으면서 걸었는데…피곤해서 자야되는데… 난 왜 잠들지 않는가!

운수 나쁜 날

단문 2013. 7. 30. 23:15
오늘은 뭔가 작은 것에서 조금씩 어긋나는 하루였다. 크게는 아니었지만.
이렇게 작은 일에도 크게 의기소침하고 오랫동안 빠져나오지 못하는 내가 정말 싫다.
하지만 타고난 성격인 걸 뭐 어쩔 수 없겠지. 오늘 하루도 이렇게 가나보다.
내가 할 수 있는 최선은 내일은 안그러길 바라는 것 밖에.

속물

단문 2012. 3. 31. 01:47

문득 내가 완전히 속물이 된 기분이 드는 밤이다. 8시 뉴스보고 잠들었다가 11시에 일어나 다시 씻고 누웠다. 자고 일어나서 Amy winehouse 의 you sent me flying을 듣고, 김수영의 봄밤을 읽었다.
목련꽃을 보고 싶다. 매일같이 봄을 기다린다. 바로 직전 일기를 보니까 쪽팔린다. 나는 기본적으로는 기독교인 이지만 운명을 믿는다. 내가 아무리 개척해도 도저히 거스를 수 없는 게 아마 있을 것이다.
난 누구에게도 표현할 길 없는 내 마음을 나에게만이라도 고백하자는 마음으로 일기를 쓴다. 실제로 일기쓰기는 심리 치료에서도 많이 권하는 치유 방법 중 하나랬다.
나도 끄적대는 일기로부터 큰 위로를 받고 있지만 아무리 그래도 나를 온전히 사랑해 본 적은 한번도 없는 것 같다. 현재 내 문제의 근원 또 그 문제의 근원을 떠올리면 괴로워지고 되돌릴 수 없음에 눈물 흘리다가 또 잠이 들었다가, 귀신처럼 현실 속에 떠돌아다니다 또 잠이든다. 나를 좀 누가 구해줬으면 좋겠다.


무서운 소리

단문 2011. 7. 27. 00:34
누워있는데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 너무 많은 비라 이게 비오는 소리인지 아닌지도 모를 정도의 비오는 소리가 들린다. 내가 좋아하는 여름이 벌써 반은 지나갔다고 생각하니 좀 울적하다.
갑자기 비오는 소리와 얇은 이불 습한 공기가 벌써부터 그리워지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