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웠다.

일상 2009. 4. 26. 14:34
어제는 하루종일 바깥에서 일하는데 바지 내복에 겨울 코트 입고 일하고 싶었다. 회사에서 흰 윗도리에 청바지 입고 오라고 해서 모범생 마냥 다 챙겨 입고 나갔는데 제기랄. 나 혼자만 그렇게 입고 왔잖아. 흰 옷이 얇은 것 밖에 없어서 얇게 입고 갔는데 무슨 날씨가 그렇게 춥냐.
취직해서 한 1년간은 농땡이 피지 않고 성실히 일했다. 물론 속으로는 항상 불만이 쌓여 있었지만 그래 이왕 하는 거 그냥 아무 말 하지 말고 하자. 이런 주의였다. 그런데 그렇게 일할 수록 불만만 쌓이고 몸은 병나고 안돼겠다. 싶었다. 그리고 요령껏 일 잘 피하는 사람들한테 무슨 불이익이 있는 것도 아니고.
회사에서 행시가 있는데 금요일 밤까지 일하고 토요일도 하루종일 일하라고 하길래 화가 났다. 물론 이런 일을 밥 먹듯 하는 회사도 있겠지만, 다수가 꾸준히 안보이는 곳에서 놀고 있는 거 뻔히 아는 이런 회사에서 무슨 나 혼자만 목숨걸고 일할 필요 뭐가 있나 생각이 들어서 금요일에는 퇴근 할 시간 되자마자 그냥 도망나오고 토요일에 가서도 다른 사람들은 7시 반에 갔대는데 난 일 있다고 하고 6시에 나왔다. 헐. 어제 맡은 바 임무에 대충 임하고 있는데 슬쩍 압박이 들어왔으나 눈치 없어 못 알아듣는 척 하고 안했다. 흥. 니들이 날 이제까지 부려먹은 댓가야. 하는 소심한 복수였다. 나름 통쾌하던걸.
그랬더니 그나마 좀 살겠다. 아 그래도 피곤하다. 어제는 너무 추웠어. 4월 말 날씨가 절대 아니었어.
달력을 보니 진짜 신기한게 이번 2009년에는 윤달이 끼어서 5월이 두번인데 어제 날씨가 음력으로 4월 1일이더라. 그걸 보니 추운 게 이해가기도 하고. 저번에 어떤 책에서 읽었는데 중국이나 우리나라에서 사용했던 달력은 서양에서 쓰던 수준낮은 달력과는 달리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정확했댄다. 서기로 하면 오차가 나서 몇 년에 한번씩 시계를 멈추고 그런다고 하질 않나. 칠정산이라고 불리는 달력은 지금 봐도 완벽한 달력이라고 하는데 그거 그냥 사용하면 안되나. 지구촌 시대에 그건 말도 안되는 말인가.

어제는 컴퓨터도 전혀 안하고 바로 잠자리에 들었는데 12시에 일어났다. 머리도 간지럽고 목욕이나 한가롭게 하고 싶은데 욕조에 찬물이 너무 많다.
원래는 오늘 약속이 있었다. 그건 바로 소개팅. 원래는 저번주 일요일 이었는데 일어나자마자 콧물이 너무 줄줄 흘러서 못 가겠다고 말해놓고 이번 주로 미뤘는데 이번에는 그쪽 회사에서 갑자기 호출이 떨어져서 출근을 해야 한다고 한다. 차라리 잘된 거 같기도 하고. 오늘도 춥다고 하니까.
아 근데 2주연속 미뤄지다 보니 그쪽에서 괜히 나에대해 품는 기대치만 높아질까봐 두렵다. 난 사실 숨길 수 없는 호기심으로 인해 싸이월드로 이미 사진을 다 확인했지만.; (하지만 좋지 않다. 으악)
괜히 소개팅 한다고 한 것 같기도 하고.. 생각해보니까 귀찮다.
다음주에는 근로자의 날이 있어서 조금 가뿐한 한주가 될 것 같다. 거깃다 내 몸 챙기자는 의미에서 내일 휴가도 냈다. 얏호!

주말을 피하는 방법.

일상 2008. 11. 18. 16:40
제목이 조금 거창하지만, 이번 주말에는 저기 멀리 가서 일을 해야 한다. 아.. 진짜 싫어.

일요일 밤부터 약간 눈에 뭐 들어간 것 같이 아프길래 목욕할 때 녹두가지고 마사지 한 게 눈에 들어갔나 하고 대수롭지 않게 넘겼는데 그것은 다래끼의 초기 증상이었다. 아악.
예전 정읍 살 때 엄마랑 친한 아줌마가 나를 쫌 이뻐라 했는데 그 아줌마가 나보고 얼굴 마사지 하라고 녹두가루를 보내주셨다. 꿀이랑 밀가루랑 섞어서 나도 마사지 해봤는데 오오. 각질 제거에는 효과가 꽤 좋다. 완제품으로 나온 각질 제거제는 하면 얼굴 다 벌겋게 되고 그랬는데 이건 그런것도 없고... 아 근데 그 아줌마께서 (난 아무리 엄마랑 친한 아줌마라고 도저히 이모라고는 못하겠더라) 저번에는 버버리 지갑도 주셨다. 근데 장지갑이라 완전 아줌마지갑... 그래도 공짜라 감사히 쓰고는 있다.
 
월요일 아침에 일어나니 눈이 약간 부어 있고 깜박깜박 할 때마다 아팠는데 난 눈다래끼가 눈 위에만 나는 줄 알고 이건 눈다래끼가 아닌 줄 알았다. (눈위에만 다래끼 날 거란 생각은 왜한건지 참나) 근데 그게 아니랜다. 지금도 부어 있는데 무섭다. 어제 눈이 아파서 다 쓰러져가는 불결한 약국 가서 눈다래끼 나려고 한다고 말하니까 약사 아줌마가 역겨운 냄새나는 무식하게 생긴 약을 6알 주셨다. 2개씩 먹으라고 해서 먹었는데 뭐야 효과 하나도 없어.
결국 오전에 이비인후과랑 안과랑 같이 붙어 있는 병원 갔는데 안대를 붙여줬다. 태어나서 처음이었다. 안쪽 눈 안보이니 계단 내려가기도 무섭고... 근데 그 병원 진짜 돌팔이 같은 게 의사가 한명이야. 이게 말이 돼? 내과야 뭐 여러가지 다 본대지만, 이비인후과랑 안과를 같이 보다니... 며칠 있다가 와서 째라는데 안가려고 생각중이다. 소염제 열심히 먹으면 없어질거야 암. 사실 내가 살면서 다래끼 난 적이 한 번도 없다. 눈이 조금 아프면 소염제 바로 먹고 그러면 다 없어졌기 때문에. 근데 그 무식하게 생긴 약을 먹었는데도 아무 효능이 없다고. 약사도 돌팔이 아냐 이거. 충무로는 돌팔이 동네인가봐~~~아 근데 이 붓기가 점점 커져서 칼로 째고 고름 짜자고 하면 어떡하지. 아.. 말로만 들어도 끔찍해!!!!!!!!!!!!!!

근데 이거 눈 아픈거 잘만 이용하면 주말에 저기 멀리가서 일하는거 어떻게 좀 빠질 수 있을 것 같은데... 집에서 안대 만들어서 금요일날 붙이고 올까... 날도 추운데 이 뭔. 진~~짜로 가기 싫다.

15일에는 큰맘먹고 미용실에 갔다왔다. 작년 추석연휴 때 파마한 뒤로 미용실에 간 적이 한 번도 없었다. 그리고 더 심한 건 대학 졸업 이후로 머리를 자른 적이 없었다는 거. 다듬는 건 있었지만, 한번 맘먹고 길러보자하고 안 자른 건 아니고 귀찮아서 그냥 죽 길렀다. 자르기 전에 화장실 거울에 뒷모습을 비춰봤는데 조금 아까운 거다. 내가 언제 날개뼈 밑까지 머리를 길러보나 싶기도 하고... 하지만 그 긴머리를 감고 말리고 하는 게 정말 보통일이 아닌거다. 긴머리 유지하는 여성분들 존경스럽다. 아무나 기르는 게 아니다. 머리가 기니까 빠지기도 한 두배는 빠지는 것 같았다.
그래서 머리 좀 많이 자르고 아무 파마나 해야겠다 하고 원래 갔던 이철 헤어커커 를 갔다. 여기를 선호하는 건 아니고.. 그냥 세일해준다길래 작년에 파마했던 곳인데, 우와... 세상에 난 파마가 그렇게 비싼 줄은 꿈에도 몰랐다. 거기 있는 언니 가 머리결 상하니까 죽어도 시세이도 펌을 하라는 거다. 그냥 셋팅 하고 싶었는데, 그 언니 말빨에 넘어가서 나는 결국 15만원짜리 시세이도 펌을 했다. (왜 시세이도 펌이냐면 중간에 시세이도 약 넣어서 머리결 안상하게 해줘서랜다. 내 머리결 진짜 강한데) 아아아악. 내 인생에서 이렇게 머리에 돈 쳐바르긴 처음이었다. SK텔레콤이면 25% 할인이라고 해서 11만5천원 주고 했는데.......................지금도 그 생각만 하면 돈 아까워 죽겠네.

근데 그 미용실 언니한테 미용실 온지 한 1년 2개월 정도 되었다니까 필요이상으로 깜짝 놀라면서, 나보고 파마 완전 묵혔다가 왔다고 그러는거다. 그리고 그 파마 다 끝난 뒤에도 이제 1년 뒤에 뵙는건가요? 이러질 않나. 그리고 미용실에도 무슨 헤어크림이나 팩 같은 거 팔아야하는 할당 같은 거 있나? 작년에도 그러더니만 이번에도 진짜 작은 헤어크림이 엄청 좋다면서 4만원 주고 그걸 사라는거다. 입장이 진짜 난처했는데 다행히 그 제품은 구입 안했다. 내년엔 거기 안가. 그냥 동네 가서 4만원 짜리 파마를 하고 말지.

머리를 자르고 나니 감기도 편하고 시원하기도 하고 섭섭하기도 하고 그렇다. 그리고 파마하고 머리자른 것도 변화지만, 정말 오랜만에 앞머리를 만들었다. 사람들이 어려보인댄다. 키키키키. 이정도만 되어도 대성공? (그 말을 다 믿는 나)

어제는 지옥이었는데 오늘은 꽤 천국스러운 하루였다. 오늘은 칼퇴해야지.

이제금방 친구한테 문자가 왔는데 부천에는 눈이 온댄다. 근데 그 눈을 학원 같이 다니는 약간 정신병자 삘 나는 게이랑 같이 보려니까 암울하다고 한다. 그 남자애 소원이 돈 모아서 태국가서 수술하는 거라는데, 내친구가 보여준 사진 보니까 오 잇츠 호러블!

이거 다 쓰고 읽고보니 진짜 산만하다. 도대체 몇가지 주제가 나오는거야.

월요일 아침

일상 2007. 11. 26. 17:07

1. 12월 22일 동지전까지는 밤이 점점 길어진대지만 오늘 아침은 좀 심했다. 난 6시 50분에 집에서 출발하는데 저번주까지는 먼동이 터오는 새벽이었는데, 오늘 새벽은 완전히 밤이었다. 밤. 가로수등도 다 켜져있고 하늘도 어두운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까만색 이었다.
아.. 오늘부터는 매일 이렇게 밤 같은 때 출근해야 하는건가 싶어서 좀 우울해졌는데 무언가를 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항상 '잠' 이었던 내가 새벽에 이렇게 걷고 있다는 거 자체가 신기하고 심지어는 대견했다. 회사앞에 도착했을 때는 8시 20분 이었는데 8시 20분인데도 해가 떠있질 않고 어두컴컴했다. 아무래도 오늘 새벽이 밤 같았던 건 오늘 날씨가 특이해서 그랬던거지 밤이 길어지기 때문만은 아니었나보다.

2. 6시 50분에서 단 1분이라도 늦으면 7시 08분 직통을 타는데 무리가 따른다. 우리 집 앞에서 가는 버스는 딱 1개 빼고 모두 역을 거쳐 가기 때문에 버스가 안와서 속 썩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으면 버스들이 우회전 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절대 변하지 않는 이 교통체계가 문제다. 내가 건너자마자 버스들은 우회전을 하고 난 항상 30미터가량을 버스와 달리기를 한다. 저번에 달리기를 하지 않고 그냥 걸어갔다가 전철 놓치고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했다. (우리회사는 지각 3번 하면 시말서 쓴다) 그 이후로는 구두를 신 건 무릎이 아프건 옷이 불편하건 무조건 뛴다.
오늘 아침에도 역시 열심히 뛰었는데 내가 버스를 타려고 문앞에 서는 순간 버스기사가 문을 닫더니 스피드를 내며 그냥 출발해버렸다. 빌어먹을 버스운전기사. 그건 명백히 나를 약올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쳇.
도대체가 인천광역시 버스 운전기사들은 승객기분나쁘게하기실습을 하는건지. 급정거 급출발 급커브 난폭운전을 위한 지덕체를 고루 갖췄다. 인천 버스를 타면서 세계 최초로 버스로 드레프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두번 한 게 아니다.
아침에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하루종일 꼬인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 한껏 쫄았는데 다행히 현재 5시 15분까지는 아무일 없었다. 오바.

3. 화요일이다. 오늘 출근길에는 휘엉청 밝은 달을 보았다. 이제 난 밤에 출근해야 하나보다. 어제 아무일도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다. 집에 가기 전에 공포에 떨었다. 아.. 나 진짜 무서워서 일을 할 수 가 없다!

4. 출근을 위한 셋팅이 제대로 되었든 안되었든 난 6시 50분에 현관문을 나서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시간이 모자르면 입어야할 겉 옷, 머플러, 엠피쓰리, 가방 등등을 줄줄이 손에 들고 그냥 나선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려서, 걸어가면서 옷을 입고 머플러를 두르고 엠피쓰리를 귀에 꽂고 장갑을 끼고 가방의 지퍼를 잠근다. 그 중 가장 신경쓰는 것은 엠피쓰리 음악 고르기다. 매일 고민하는데 새벽에 제일 잘 어울리는 곡은 역시 the verve 의 bitter sweet symphony 다. 어제는 새삼스럽게 그 곡이 너무 좋았다. 좋은 건 원래 알고 있었지만 원래 좋아했던 것의 한 100배 정도는 좋게 들렸다. urban hymns 는 명반 중의 명반 중의 명반이다. 진짜로. sonnet, this time 등등의 노래가 어제따라 귀에 쏙쏙 박혔다.


5. 제일 신경쓰는게 음악고르기라면 매일 아침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전철안에서 쉽게 잠들까 하는 거다. 부천역 전에 잠이 들어주면 좋으련만 아직까진 무리다. 예전에는 한숨도 못자다가 노력끝에 이제 잠드는 법을 터득했다. 우르르 몰려서 내리는 신도림역에서 잠을 깨지만 단 10분 간이라도 잠을 자면 몸이 가뿐하다. 신도림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면 2호선에 직장이 있지 않음에 항상 감사드린다. 매일 매일 노력해서 눈을 감고 5분안에 잠들고 말테다.

6. 원래 주말 이틀 중 하루는 야외활동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이틀 연속 야외활동을 하고 출근했다가 그 주 목요일때는 피곤해서 죽을 뻔 했기 때문에 하루로 제한을 한 것이었다. 저번에 동기 남자애 아는 누나가 '주말에 쉬어야 주중에 일할 수 있어.' 라면서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단 얘기를 들었는데. 이 얼마나 명언이냐. 어찌되었든 난 이번주말에 이틀연속으로 실내활동=집에서 놀기 만 했는데.. 슈퍼도 안가고 이틀연속 바깥에 안나갔다. 나중에는 좀 지겨웠지만, 월요일 아침에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놀랍도록 가벼운 이 육체! 정말 몸이 가뿐했다.
이러면 안되지만 이 개운함에 매혹되어버릴 것만 같다.;;

7. 화요일쯤 되면 정말 막막하다. 일주일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수요일에는 스트레스가 정점을 치고 목요일 저녁 때는 내일이 금요일이다. 라는 희망으로 충만하여 퇴근을 한다. 엊그제 말했지만 난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게 '퇴근' 이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건 당연히 '출근' 이지. 킬킬킬.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출근'을 좋아하고 '퇴근'을 싫어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8. 화요일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가길 바란다. 나와 날 아는 모든 사람들도. 저는 이제 점심 먹으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