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선택한 가족

일상 2020. 6. 29. 17:09

  피가 섞인 가족은 내가 선택할 수 없다. 그래서 끊는 것도 불가능하다. 오로지 나의 남편만이 내 의지로 선택한 피 한 방울 안 섞였지만 제일 가까운 나의 가족인 것이다.

  남편을 만나던 해의 6월에 내가 죽어야만 이 모든 고통이 끝난다는 생각이 약 일주일이상 지속되었다. 주님께 울면서 기도를 했는데 그때 들었던 노래가 Bach의 비올라 협주곡이다. 이대로 살아봤자 내 인생에 좋은 날은 절대로 오지 않을 것 같았다. 차라리 날 고통 없이 데려가 달라고 어느 날 저녁 난 울부짖었다. 그 이후로는 Bach 음악을 들을 때마다 고통받는 인간의 극복 의지 같은 게 느껴진다. 내가 정말 죽도록 괴롭지만 끝내 내 목숨을 포기하지 않고 주님께 의지하겠다는 그런 극복 의지.

  미친 여자처럼 혼자 그렇게 다 쏟아낸 후, 신기하게도 응답을 받은 기분이 들었다. 당시 상태가 너무 심각해서 정신 병원을 못가면 가톨릭으로 개종해서 신부님한테 고해성사라도 해볼까 고민할 정도로 심각한 상태였는데 눈부시게 아름다운 날씨의 다음날 아침, 죽고 싶다는 기분은 씻은 듯 씻겨 내려가고 없었다. 선데이 크리스천이던 내가 어렴풋이 신의 존재를 느낀 사건이었다. 

  2018년 6월 큰 위기를 넘기고 10월에 지금 남편을 만났다. 6월에 내가 바라던대로 죽었다면 어땠을까. 내 남편을 보면살아있길 정말 잘했단 생각이 든다. 동시에 하나님이 날 사랑하심을 매일같이 느끼고 있다. 6번에 걸친 시험관도 엄마의 투병을 옆에서 지켜보는 것도 남편이 없었으면 버티지 못했다. 남편 정말 사랑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