5월 마지막 2주간

일상 2016. 5. 30. 01:11

저저번주 금요일에는 인턴, 사원, 나 셋이 사무실을 지켰다. 어찌나 쾌적하든지. 셋다 이어폰 끼고 일했다.

그 날 이어폰으로 뭔 노래를 들을까 고민하다, 페퍼톤스의 2집 3집을 들었다. 페퍼톤스의 1집은 대학시절 남자 때문에 상심하여 핸드폰도 정지하고 휴학까지 해서 히키코모리마냥 집에만 붙어 있으며 밤만 되면 울었던 시절에 많이 들었다. 지금까지 내 인생에서 제일 우울했던 시절인데, 착하고 희망차고 밝은 노래로만 가득한 그 앨범을 배경음악으로 들었다는 게 아이러니다. 그런 이유로 페퍼톤스에게 고마운 마음은 있지만 괴로웠던 시절을 상기하는 것이 싫어 잘 듣진 않았다. 그런데 이제 뭐 그 시절과도 화해한 지 오래고, 남자 하나 때문에 그렇게 크게 슬퍼했던 어린 시절 나도 좀 귀엽고.. 그래서 훗 하고 웃었다.

페퍼톤스를 처음 들은 건 10년도 더 전인데 이장원과 신재평의 얼굴을 정확히 안 게 작년이다.
이장원씨는 전체적 얼굴형과 두상 (특히 턱) 그리고 부티나는 인상이 내 이상형에 가깝다. 실물보면 어떨지 궁금하지만 뭐 실제 볼 확률은 제로에 수렴하겠지. 팬으로 그냥 계속 좋아만 해야겠다.

심리상담소에 내 발로 찾아갔다. 구체적으로 자살을 생각할 정도는 아니지만, 갑자기 걷잡을 수 없이 삶에 의욕이 떨어지는 주기가 잦아지면서, 가면 조금이라도 나아지겠지 싶어 간 것이다. 상담 후 느낀 점은 결국 모든 해결의 열쇠는 내가 쥐고 있다는 것이다. 이제 두번 갔는데 너무 너무 비싸다는 것만 빼면 나쁘지 않은 것 같다. 한달 정도는 꾸준히 가볼 생각이다. 그 이상은 돈이 없어 못갈 것이다.

사람의 성격은 반 이상은 타고 나는 것 같다. 나를 주로 양육한 사람은 우리 엄만데, 난 엄마 성격을 전혀 닮지 않았다. 엄마의 사교적인 면을 많이 닮았다면, 내가 상담실 가서 우울증 척도 문항에 체크하는 이런 일은 벌어지지 않았을 것 이다.

그리고 내가 주말마다 혼자 행하고 있는 것들, 산책, 영화보기, 서점가기, 음악듣기 이런 건 정확히 아빠가 결혼 전 하셨던 행동과 정확히 일치한다는 게 신기하다. 아빠가 나보고 이렇게 해라 가르쳐 주시지도 않았는데 말이다. 그러니 결론은 성격도 유전이고 타고 난다는 것이다. 엄마의 사교적인 성격은 불행히도 동생에게만 유전되었다.

내 아이폰5가 저번 겨울 영하 18도 야외에 약 20분 간 노출된 이후 배터리가 완전 맛이갔다. 갑자기 꺼지기도 하고 100%였다 순식간에 5% 가 되기도 하고. 그 때부터 맨날 보조배터리 끼고 사용 중인데 너무 불편하여 바꿀까 했지만. 또 바꾸자니 너무 새 거 같은 폰이 아까웠다. 리퍼는 20만원 넘고. 그래서 내일 강변역 테크노마트 가서 야매로 배터리 교체를 해보기로 했다.

회사에 엄청 심란한 일이 있어 출근하기 더 싫다. 잠들고 일어나면 월요일이라는 게 너무 우울하여 항상 일요일 밤에 일기를 쓰면 글이 길어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