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월을 끝내며.

일상 2013. 4. 28. 23:59

사이버대 시험기간이라 몇주동안 블로그 업데이트를 못했다.  그간 나의 행적.

1. 스팸 댓글 - 블로그에 글은 자주 안쓰지만, 회사에서도 적어도 두번이상은 내 블로그에 접속을 했다. 아는 사람 이외에는 댓글이 없는 깨끗한 블로그였던 내 블로그가 며칠 전서부터 이상한 댓글이 하루에 몇십개씩 달리고 열어놓지도 않은 방명록에도 역시 외국 사이트의 이상한 글이 하루에도 30개씩 달렸었다. 다음 고객센터에 글 남겼더니 스팸 차단 하는 방법을 한 두가지 정도 알려줬다. 그래서 그걸 다 실행했더니 이틀만에 효과 만점이군. 

2. 여행책 관련 책 구입

한동안 여행가서 묵을 호텔을 결정하지 못하여 회사에서도 몰래몰래 계속 호텔 검색을 했었다. 호텔을 결정하고 나니 이제 맘이 편해져서 일단 관련책을 읽기로 하고 책을 구입했다. 요즘 나는 한 책을 진득하게 읽지 못하고 이거 읽었다 저거 읽었다 하고 있는데 침대에서 읽다가 다시 이불 박차고 나와서 이 책 가져갔다 저 책 가져가서 좀 읽다가 잠들고 있다. 한꺼번에 너무 책을 많이 사놔서 그런가. 

이제까지 읽은 걸로는 "런던 미술관 산책" 이라는 책이 제일 재밌다. 사실 저 책을 산 이유는 이번 여행에서 박물관이나 미술관을 과감하게 다 생략하기로 한 내 계획이 괜찮은 것인가 하고 확인하기 위해서였다. 책을 다 읽어보고 미술관에 가고 싶은 마음이 들면 가야겠지. 

론리플래닛 런던은 큰 지도가 들어 있어서 가끔 그거 확인하고 갈만한 식당을 물색할 때 주로 보고 있다. 영어를 한국어로 번역한게 영~ 어색하다. 전문 번역가가 번역한 게 아닌가.. 여하튼. 

스카치데이라는 책은 너무 얇고 글씨도 작은데 가격이 그에 비해 비싸다. 하지만 거의 유일한 스코틀랜드 여행에 포커스 맞춘 책이라 구입한 책이다. 그 책 보고 알게 된건데 찰스다윈이 에딘버러대학교 출신이었다. 음... 그래서 에딘버러대학교도 가보고 싶은 마음이 들었다. 

루나파크 라는 만화를 그리고 있는 홍인혜 작가(? 어째 어색하지만 이 표현) 가 쓴 "지금이 아니면 안될 것 같아서" 라는 책은 술술 읽히긴 하는데 읽으면 읽을수록 런던이 싫어지는 부작용을 낳았다. 저 작가 너무 곱게 자란 것 같기도 하고. 런던에 6개월 간 있으면서 외로웠단 얘기 밖에 없어. 어떻게 된 게.... 그런 성격이면 런던 말고 누구나에게 말걸고 쾌활하다는 이태리를 가는 게 낫지 않았을까 싶었다. 책에 런던이 좋았단 말이 거의 나오지 않는다. 

"런던 느리게 걷기" 라는 책은 서울대 교수가 쓴 책인데 "파리 느리게 걷기" 와 시리즈인 책이다. 지금 한 3분의1정도 읽었는데 책은 분명 "런던 느리게 걷기" 인데 자꾸 파리 얘기가 나온다. (두도시를 비교하고 결론은 파리가 더 좋다.는 문장이 너무 많다)  아마 저 교수가 파리가 훨씬 좋았던 모양인데. 내가 원하는 책과는 한참 핀트가 어긋나는 책이었다. 

"내사랑 아일랜드" 는 내용을 떠나서 책 종이 재질이 번쩍거리는 재질이라 내 침대에서 스탠드 켜고 보면 눈이 부신다. 대체 왜 저런 재질로 했는가. (예전 학교 사회과부도 종이 재질) 그런 번쩍 거리는 무거운 종이 재질이면 사진이라도 선명하게 잘 인쇄되어 있어야 하는데 지도와 사진의 질이 너무 조잡하다. 흑흑. 그리고 여행 루트가 다 차를 렌트 했을 때만 가능한 코스라 잘못샀지 싶다. 그래도 맨 첫장에 있는 더블린에 대한 내용은 나중에 유용할 것 같다. 

슬픈 아일랜드는 아직 5페이지도 안 읽었으니까. 나중에 괜찮으면 다시 포스팅 하겠다. 


3. 최고의 자유공원 


인천은 이번 주말이 벚꽃 절정기였다.  이동네 산지도 거의 10년이 되어 가는데 벚꽃이 피는 계절에 부모님과 한번도 제대로 구경을 못해서 밤늦게 자유공원에 갔었다. 나무가 어찌나 크고 예쁜지 황홀했다. 내가 여러군데 다녀보진 않았지만, 진짜 벚나무 자유공원처럼 예쁜 곳은 못봤다. 크고 탐스럽고... 다시 한번 자유공원이 좋아졌다. 나이 좀 들면 자유공원 밑에 있는 일본식 주택 많은 신개항로 부근에 좀 고급 주택 같은데서 사는 게 작은 소원이 되었다. 회사만 집이랑 가까우면 퇴근해서도 매일 매일 가고 싶은데.... 겨울에 가고 얼마만에 갔던 자유공원이었는지. 

4. 회사 - 자꾸 내가 싫어하는, 내 전체 업무 중 가장 하찮다고 생각했던 일이 나의 메인 업무가 되어가고 있어서 차장님께 지금 회사에서 자꾸 나한테 그 일 시키는 게 싫다고 (이렇게 단도직입적으로 말씀드리진 않았지만 의도는 이거였다) 말씀드렸다. 이번에는 차장님께 투정 부리고 너무 죄송했다. 예전 회사에서는 투정이고 뭐고 시키면 다 했으면서.... 내가 왜 차장님께 그랬을까 싶었다. 여하튼 그래도 우울한 건 우울한거야. 씁쓸하지만 어쩔 수 없으니까 해야지 별 수 없을 것 같다. 

저저번주 부터 회사 사람들과 점심 먹기가 싫어져서 도시락을 싸서 다니고 있다. 더 정확히 말하면 사장님이 자꾸 여러 사람 앞에서 결혼하라고 구박하는 게 듣기 싫어서. 한 두번은 웃으면서 들었지만, 정말 일주일 주5일 근무하는데 매일 매일 그 소리를 듣고 있자니 미치고 환장할 노릇이었다. 지금 회사의 단점이 회사가 워낙 작다보니 가족적이라는 미명아래 직원 개개인의 사생활에 정신병자스러울 정도로 관심이 많다. 관심꺼줘 제발.... 내가 누굴 만나든 그래봤자 지금 회사 사람들은 나를 안지 1년도 안된 사람들인데 왠 오지랍들인가 싶다. 

뭐 내 사생활 간섭도 그렇고 회사에서 식당이 너무 멀어서 무조건 차를 타고 나가서 밥을 먹고 그러다보니 들어오면 이미 내 피같은 점심시간이 끝나 있어서 피곤하기도 하고... 유일한 내 오아시스 같은 점심시간이 뺏기는 기분이 들어서 점심 싸오기 시작했다. 우리 엄마가 좀 귀찮으시겠지만, 난 아주 좋다. 단 한곡이라도 내가 좋아하는 음악도 듣고 가끔 공부도 하고 눈치 안보고 여행 사이트도 보고. 어차피 차 끌고 다니니 도시락 들고 다니는 것도 안 귀찮고. 

5. 나의 기아타이거즈 - 올시즌은 기형적인 프로야구다. 아니 프로야구의 최고 장점이 매일 매일 한다는 건데 지금 홀수 구단 체제라 주기적으로 한팀이 3일 내내 경기를 안하고 쉬고 있다. 기아 타이거즈가 3일 내내 쉬는 주간이면 나는 너무 슬프다. 흑. 

지금 까지는 기아타이거즈가 엄청 잘 나가고 있어서 야구보는 재미가 쏠쏠하다. 이제 윤석민 돌아오고 김주찬까지 돌아오면 완벽하다!!  근데 대체 언제오니. 


한가한 시절 끝

단문 2013. 2. 19. 19:00

아... 1월 한달 참 천국같고 좋았는데 이제 한가한 시절은 끝난 것 같다. 

다시 12월 처럼 연장근로 해야만 하는구나 생각하니 우울하다. 

아무래도 렌즈를 빼고 안경을 끼든지 해야겠다. 눈도 뻑뻑하고 기분도 우울하고.

오늘 연말정산 확정액이 나왔는데 생각보다 두둑해서 (뭐 워낙 월급이 적어서 낸 세금도 적고 돌려받는 돈도 적지만) 기분이 좋았는데 회의 후 또 엄청 우울해졌다. 

아... 회의 같은 것좀 안하고 살 순 없나. 연장근로까지는 괜찮은데 밤 10시 넘으면 기분이 한없이 우울해지는데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여하튼 오늘부터 난 연장근로 시작. 

힘이 전혀 안나네. 배철수 음악캠프라도 들어야겠다.


아직도 난 수습 중.

일상 2012. 11. 25. 20:10

회사에서 자리를 옮겼다. 꽤나 고된 작업이었다. 일단 컴퓨터 다 옮기고 집에서 썩고 있던 모니터 하나를 더 연결해서 듀얼모니터로 만들고 책꽂이는 내가 자주 쓰는 파일을 가까운 곳에 배치하고, 키보드와 마우스는 내 돈으로 무선으로 구입하였다. 이런 거 보면 나도 은근히 내 책상 정리하는데 집착하는 스타일이다.

내 책상 밑에 작은 히터가 있는데 그걸 틀어놓으면 눈이 건조해서 참을 수가 없다. 요즘 거의 원데이 렌즈 끼는데 인공눈물도 소용도 없고, 맘 같아선 가습기도 가져다 놓고 싶은데 책상이 좁을까봐 참고 있다. 이번 주 보내보고 도저히 너무 건조하면 좁아도 그냥 갖다놔야지. 내가 제작년에 산 미키마우스 가습기 꽤 예쁜데 단점이 생각보다 꽤 크다는 점이야.

저번 주 내내 야근을 했다. 그렇다고 밤 9시 넘기고 그런 건 아닌데 어찌되었든 우리 회사 퇴근 시간은 6시 반인데 계속 7시반 이후에 갔으니까. 일주일 내내 풀로 나 혼자 운전을 했는데 어제 몸무게를 재보니까 몸무게가 3키로가 빠졌다. 저번에 뉴스에서 보니까 운전할 때 소비하는 칼로리가 장난이 아니던데, 사무실에서 일할 때의 약 3배 가량 됐다. 더군다나 난 저녁 거의 안먹고 야근 했으니까.

일주일 동안 몇번의 위기가 있었다. 여하튼 사고는 한번도 안나긴 했는데 이틀에 한번 꼴은 도로에서 문제가 생기는 것 같다. 

그런데 난 초보운전 이라고 쓴 푯말 아주 충실하게 잘 붙이고 다니는데 의견이 두가지로 나뉜다. 붙이면 더 빵빵대니까 붙이지 말고 하라는 의견, 그래도 붙여야 된다는 의견. 보통 남자들은 붙이지 말라고 하고 여자들은 붙여야 된다고 하고.

고속도로 운전하면서 생각보다 미친 운전자들이 많다는 생각에 겁이 살짝 나고 가끔 욕도 하긴 하는데 금요일 고속도로 탈 때 보니깐 착한 운전자들도 있긴 했다. 나도 그런 착한 운전자가 되어야 할텐데.

 

늦었지만 2주전에 007 스카이폴을 봤다. 난 정말 흥미진진해서 눈을 뗄 수가 없었는데 생각보다 지루하다는 의견도 많네. 맨 앞에 스카이폴 노래 흘러나오면서 나오는 화면은 최고였다. 막 가슴이 쿵쾅쿵쾅 뛰었다. 엄마아빠에게도 영화보시라고 예매해드렸는데 재밌으셨다고. 악역으로 나온 아저씨가 살짝 귀여웠고, 본드걸은 가슴이랑 허리는 예쁜데 다리가 좀 짧고 안 빠진 다리인 것 같아서 안타까웠다. (흑인 여자 말고 마카오에서 만나는 여자) 맨 앞에 터키 추격씬과 상하이 빌딩 신이 기억에 남는다. 

 

요즘들어 확실히 일본보다는 중국이 영향력이 있구나 하고 느끼는게 90년대 초 블레이드 러너만 봐도 미래의 세상은 일본의 세상인데 (해리슨포드가 일본 라멘을 먹고 빌딩의 디스플레이에서는 기모노 입은 여자가 나오니까) 몇 개월전 본 토탈리콜, 그리고 007 에서도 상하이 마카오의 중국스러운 배경을 멀리서 보여주니까 말이다. 아무래도 중국의 대도시는 미국사람들에게도 꽤나 궁금한 곳인 모양이다. 근데 007에서 나오는 상하이 모습 보니까 완전 우주 최강의 도시 같이 보이던데, 실제로 가보면 별로라는 얘기들도 있고.

또 몇개월 전 본 영화 토탈리콜에서는 한글은 나오는데 가타가나는 그렇게 주의 깊게 나오지 않았던 것 같다. 콜린파렐이 찾아가는 리콜사도 중국의 전통가옥 모습이고 거리도 중국 할렘가 비슷하게 꾸며놓았다. 확실히 대세는 중국인가! (하지만 중국은 싫어) 이제와서 한마디 더 덧붙이자만 주인공 제시카 비엘이 너무 노출이 없어서 여자인 나도 아쉬울 지경이었다. 콜린 파렐같이 멋진 남자가 나오는데 여자 주인공 제시카 비엘이 남자가 입는 자켓에 일명 건빵바지에 낮은 운동화 신고 계속 뛰어다니다니... 이건 콜린파렐의 외모에 대한 모독이다.;

토탈리콜 보고 나서 예전 90년대 초 토탈리콜을 다시 봤는데, 지금보면 허접한 CG 지만 만약 그 시대에 그 영화를 봤다면 정말 최고의 충격이었을 것 같다. 그리고 지금 헐리우드에서도 젊은 시절 샤론스톤보다 예쁜 여자는 없는 것 같다. (토탈리콜에서 샤론스톤의 최고 예쁘고 섹시한 시절을 볼 수 있음) 남자 주인공은 콜린 파렐이 더 멋있고.

 

나름 있어보이게 폴 토마스 앤더슨 감독 팬이라고 말하고 싶어서 There will be blood 를 다운받고 약 1시간 가량 시청했는데, 아직까지도 못보고 있다. 잔인한 영화는 아닌데 극 중 다니엘 데이 루이스 캐릭터가 너무 혐오스러워서 더욱 마음의 준비를 더 하고 봐야 할 것 같아서. 또 처음부터는 아니지만 브룩클린으로 가는 마지막 비상구 도 조금 봤는데. 그 영화는 다시는 보고 싶지 않다. 볼 용기도 안나고. 어떻게 보면 나이가 들면서 새로운 자극을 받아들일 자신이 없어지는 것 같다.

 

아 그리고 이제서야 깨달은 건데 내가 제일 좋아하는 영화 장르는 SF 다. 웃긴 영화도 좋긴 한데 역시 난 SF 가 제일 좋다. 확실한 내 취향을 찾았어. SF 라면 웬만한 영화는 다 재밌게 볼 수 있다. 잔인하지만 않다면.


2012년 11월 여러 주제.

일상 2012. 11. 15. 01:38

1. Terri 선생님 - 난 학원을 많이 다닌 적은 없지만, 그래도 "사교육"을 받을 땐 충실히 임하는 편이다. 그래서 그런지 초등학생 때 부터 나는 항상 학원 선생님들께 인기폭발이었다. (별로 소용도 없는 인기) 초등학교 3학년 때 이사로 인해 다니던 공부방을 관둘 상황이 되었는데, 날 가르쳐주시던 선생님은 심지어 나를 껴안고 우셨다.; 어쨌든 내가 내 돈 들여서 하는 거니까 돈 값은 해야 한다는 생각으로 임한다. 대학교 이후로는 영어 사교육을 많이 받았는데 토익강사도 대학영어 수업 외국인 강사들도 회사 다니면서 배웠던 영어 회화랑 작문 강사와 외국인 강사도 나를 정말 좋아했다. 일 때문에 어쩔 수 없이 영어 공부는 해야겠고 시간 내기는 힘들고 해서 동생 추천으로 전화 영어를 3개월 째 하는 중인데 지금 하루 십분씩 나랑 통화를 해주고 계신 미시간의 60살 테리 할머니 역시 나를 좋아하시는 눈치다. 니가 나의 학생이라는 것이 자랑스럽다. 너로 인해 내 하루가 기쁘다 등등 매일 매일 칭찬을 늘어놓고 있다. 저번달도 테리 할머니랑 수업 했는데 테리 할머니가 수업 끝날 때 너무 아쉬워 하셔서 그냥 또 테리 할머니랑 두달 더 수업 한다고 신청했다.

2. 드디어 독립 - 혼자 운전을 하면서 출퇴근을 한지 이틀이 되었다. 출근길에 제1경인고속도로를 타고 요금소를 빠져나와서 외곽순환고속도로를 타는데 X 자 교차 지점이 있다. 오른쪽은 일산, 왼쪽은 판교 방향. 대부분의 차가 판교로 향하고 나는 일산으로 간다. 오늘도 그 교차지점에서 실수를 했다. 나 때문에 놀란 뒤의 아반떼 운전자 미안. 그래도 초보라고 써 붙여 놨으니까 조금은 이해해주겠지. 그 교차하는 지점이 어렵긴 한데 속도를 낼 수 있는 지점은 아니라 사고가 나도 죽지는 않을 것 같다. 퇴근하는 길은 부천까지는 국도로 오다가 고속도로로 합류하는데 밤이고 깜깜해서 고속도로로 합류할 때마다 심장마비 걸릴 것 같다. 엄마께 언제쯤 운전이 속 편해질까... 했더니 엄마가 운전은 항상 무서운 거랜다. 절망이다.

3. 자리 옮기기 - 앞서 말한 분이 관두시면서 내가 그 자리로 옮겨가게 됐다. 그 자리는 넓고 ㄱ 자 책상이지만, 컴퓨터 화면이 모든 사람에게 오픈되는 후진 자리. 간신히 지금 자리에 적응도 하고 이거저거 다 내가 편하도록 최적화를 시켜놨는데 그걸 또 언제 다 옮기나...

4. 인수인계 - 난 회사에 결원이 생겨서 입사한 게 아니라 충원이 되서 입사한 거였는데 그 분이 관두면서 결국 대부분이 나의 일이 되었다. 기계 쪽 전공 지식 필요한 거 빼고는 대부분 인수인계를 받았는데, 일을 하면서도 이게 맞게 하는 건지 틀리게 하고 있는 건지 모르겠고, 해도 해도 끝도 없다. 쉴 새 없이 일하느라 블로그도 못쓰고 진짜 일을 하는데도 8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모르겠다. 그래서 오늘도 결국 8시 30분 쯤 퇴근. 이제 대학교에서 일할 때 같은 칼퇴근은 절대 못하겠지. 영영.... 흑

5. 초록 카트 - 첫회사에서 초록 카트와 이별하는 게 소원이었다. 제조업이었기 때문에 공장과 창고가 경기도에 따로 있었는데 내가 일하는 부서가 특히 물건이 제일 많이 필요한 부서였다. 공장에서 물건 들어오는 목요일 오후에는 죽어라 그 박스를 들어 날랐다. 택배도 내가 다 수발신 담당했고, 퀵서비스도 내가 아마 회사에서 제일 많이 썼을거다. 대학교에서 일할 때는 전 회사처럼 물건 옮길 일은 별로 없었지만 혼자 일하니까 작은 카트 하나 사무실에 놓고 물건을 옮겼다. 아무래도 학교다 보니 학술 서적 같은 걸 옮길 일이 좀 있었다. 지금 회사에서는 그 업무에서 벗어나는 줄 알았는데 관두시는 분이 택배랑 퀵 수발신, DHL 이나 FedEX 로 들어오는 물건 수발신, 포워딩 통해 들어오는 물건 수발신 이 모든 걸 맡고 계셨는데 결국 그게 다 고스란히 내 업무가 됐다. 또 카트에 물건 싣고 창고로 옮기는 업무를.... 무거운 건 정말 무겁던데. 나는 정말 카트랑 헤어질 수 없는 운명인건가. 무역회사다 보니 물건 제대로 들어왔는지 체크하는 게 중요한데 어제에 이어 오늘 또 실수를 했다. 집에서 이닦는데 딱 생각이 나네.

6. 결혼 소식 - 20대 초반부터 중반까지 친구도 연인도 아닌 애매한 관계를 유지했던 지냈던 남자가 결혼을 한다는 소식을 전했다. 내년 3월. 결혼을 한다고 생각하니 나한테 이겼다는 생각에 득의양양한건지 아니면 정녕 내가 불쌍한건지 모르겠는데 그 말을 전하면서 카카오톡으로 나에게 악담을 엄청 했다. 나보고 현실직시를 하라면서 너는 평생 혼자 늙고 앞으로 너같은 여자를 봐줄 남자는 단 한명도 없을 거라고 말했다. 대체 뭐지. 어차피 결혼하면 앞으로 영원히 안볼 사이니깐 그러려니 했지만 일하다 말고 순간 욱 했었다.

7. 사람들은 참 남의 일에 관심이 많다. 본인이 아무렇지 않다고 말하는데도 괜히 나서서 측은하다고 생각하는 사람들을 보면 왜저러나. 싶다.


운전연습 현황

일상 2012. 11. 6. 14:17

저번 블로그에 운전 너무 너무 싫다고 써 놓았던 날은 내가 출근길 운전을 두번째로 해본 날 이었다.  아버지께서 내게 운전을 가르치고야 말겠다는 일념 하나로 요즘 하루하루를 살고 계신데 이번 주말에는 처음으로 나에게 좀 화를 내셨다.
웬만한 감각이 아니고서는 대부분은 후진에 어려움이 있을 거라 생각한다. 그러니까 후방카메라 같은 게 존재하는 거 아니겠나. 나 역시 후진에 약하다. 그래서 주차도 후방주차만 하고. 후진해야 하는 상황을 안만드는 게 상책이라는 신념으로 운전을 하고 있다.

저번 주말에는 약 30미터 가량을 후진해서 차를 빼는데 내가 엄청 망설이고 당황을 백번 했더니 결국...
내가 바라는 운전수준은 백화점가고 마트가고 시내 돌아다니는데 아무 문제 없는 수준이었다. 애 낳으면 병원이나 유치원 학교 데려다 주는 정도? 그런 생각으로 연습도 안한거고.
그런데 이렇게 짧은 시일내에 인천-고양 을 왔다갔다 해야 하는 상황이 발생할 줄 이야. 면허 따자마자 운전연습 안한 것을 피눈물 흘리면서 후회 중이다. 
지금 회사에서는 운전을 못하는 사람은 한명도 없는 분위기인데 부모님께서는 회사에서 그런 취급 받는 걸 도저히 참지 못하시는 것 같다. 
이런 상황에서 은근히 회사에서는 내가 빨리 운전을 했으면 하고 바라는 분위기다. 지금 회사는 초코우유 하나를 사 먹으려고 해도 차를 타고 나가야 하고, 외근도 꽤 많다면 많으니.

서른살이나 되서 염치 불구하고 퇴근길에 심심치 않게 아빠가 오시는 것도 조금 민망하지만, 여하튼 필요하다는 생각에 군말없이 연습 중이다.
고속도로는 장애물이 없어서 오히려 도로에서는 운전하기 편한데 사고가 나면 죽을 수도 있다는 생각도 가끔 든다. 속도가 워낙 빠르니 말이다. 또 고속도로 진입할 때 본선 합류 해야 할 때 가슴이 그렇게 떨린다. 엄청난 속도로 오는 옆 차선의 차를 볼 때마다 내가 언제쯤 겁내지 않고 고속도로 본선 합류를 해낼 수 있을까. 생각도 하고. 초보운전이라고 괜히 더 빵빵대는 사람들 볼 때마다 서럽고. 인조이 드라이빙을 못하다 보니 조금만 어려운 상황이 생겨도 눈물까지 핑 돈다.
고속도로 운전을 하면서 부터 시내에서는 운전하다가 사고나도 죽진 않겠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저번 주말에는 동생 역에다 데려다 주고 혼자 돌아오는데 그 짧은 거리도 어찌나 가슴이 뛰든지 영화 마스크에서 심장이 뛰는 것 처럼 심장이 정말 그렇게 뛰었다.
아. 정말 전철타고 회사 다니는 게 그렇게 큰 복 일 줄이야. 웃기지만 저번 주말에는 교회가서 운전하다가 사고나지 않게 해달라고 기도까지 했다.

 

곁가지로 회사 이야기를 하자면 영어를 더 연마해야겠다는 생각과 무역실무 관련 책을 진득하게 한 번 읽고 싶다는 생각을 하고만 있고 실천은 못하고 있다. 구박은 옵션으로 맨날 받고 있고.


 

 

나는 게으르다. 늘어지게 잠도 자고, 할 일도 다 미루고, 집에 가자마자 씻기는 커녕 12시까지 늘어져 있다가 간신히 샤워를 하다가 결국 늦게 취침하는 게 내 일과.  잠과 게으름을 휴식의 일등조건으로 생각하는 우리집 분위기가 나에게는 고마울 뿐이다. 어떤 집은 아침에 아빠가 일어나기 전에 무조건 일어나야 하는 집도 있다던데. 우리집은 잠에 관대하기 때문에 전혀 그럴 일이 없다. 우리 부모님도 잠이 무지 많으시니까.

이렇게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하루도 거르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내가 사용하는 머그컵 설거지.
물론 누구나 사용 전에는 컵을 닦겠지만, 나는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퇴근 전에는 컵을 닦아 놓는다. 컵 하나 닦는데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겠냐만, 그래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렇게 해왔다는 게 갑자기 신기했다.
출근해서 커피가 말라 붙어 있는 직원컵을 보면 저런 컵을 출근하자마자 봐야 한다면 기분이 나쁠 것이라 생각한다.
여담으로 지금 직장은 일회용 컵도 안쓰고 페이퍼 타올도 안써서 좋다. 딱 물 한잔 먹고 종이컵을 버리는 예전 회사 사람들을 보면서 저건 너무 심하다고 항상 생각을 했다. 내가 대단한 환경 운동가는 아니지만, 종이컵 이랑 페이퍼타올 그리고 쓸 데 없이 버려지는 A4 들이 왜이렇게 아까운지 모르겠다. (근데 난 듀얼모니터가 아니라서 웬만한 건 다 프린트... 내가 이면지 생산률이 제일 높은 듯)
근데 요즘 사무실은 다 컬러 레이저 프린터 쓰는건가. 솔직히 가끔 빼곤 컬러로 뽑을 일이 거의 없어서 나는 혼자 흑백 설정해서 흑백으로 쓴다. 혼자 흑백으로 쓰면 한가지 좋은 점이 있는데 여러 사람의 프린트가 섞였을 때 내 프린트만 흑백이라 찾기 쉽다는 거? 크큭.

사진에 보이는 내 컵은 예전 학교에서 일할 때 남는 예산으로 만원주고 샀다. 요즘 학교에서 일할 때 문구류 좀 많이 사서 가져올껄. 하고 후회 중이다. 여기는 포스트잇도 귀하고, Jetstream 이라는 최고 명품 볼펜을 쓰다가 여기서 Bic 볼펜을 쓰려니 답답도 하고. 뭐 학교 돈으로 다 사고 집으로 싸오는 건 나쁜 짓이지만, 그게 그냥 내 퇴직금이려니 하고 가져올껄. 흑. (퇴직금도 안줬던 더러운 대학교)

새로운 직장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에게 실망했다가 다시 또 혼자 칭찬했다가 하고 있다. 예전 회사를 계속 다녔으면 곽대리 되고 월급도 꽤 됐겠지. 하는 생각과 나이 서른되서 새로운 일 배우느라 고생한다 하면서도, 그래도 그 회사에 계속 있을 순 없었지. 하는 결론에 봉착한다.
새 직장 구할 때 이력서를 올렸더니 동일 업종 동일 업무로 헤드헌터들에게 전화가 조금 왔었다. 유명한 회사들이라 솔깃했지만 그때 그냥 큰 맘먹고 뿌리치길 잘한 것 같다.

한 회사를 오래 오래 다닌 사람들도 존경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한번 회사를 때려쳐보는 것도 세상 사는데 도움 되는 게 꽤나 많은 것 같다. 역시 인생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나보다. 


21,450원

일상 2012. 9. 17. 23:55

나의 출근길은 은혜로우신 인천시민이 책임지고 계시고(인천 만세~) 퇴근길은 보통 대중교통을 이용한다. 서로 퇴근 시간까지는 일치하지 않으니깐. 일하는 직원 중 1명 이상은 항상 김포공항에 있는 롯데몰에 가기 때문에 김포공항까지는 항상 편히 온다. 그나저나, 김포공항에 있는 롯데몰 진짜 최고로 좋다. 타임스퀘어보다 백배는 더 좋은 것 같다. 돈만 많으면 더 좋겠지. 난 아직까지 한번도 뭘 안사봤네.

그렇게 롯데몰과 연결된 김포공항역에서 공항선을 타고 계양역으로 와서, 계양역에서 인천지하철 1호선을 타고 예술회관 역에서 내린다. 그리고 예술회관역에서 또 버스. 딱 1시간 30분 정도가 걸리는 경로. 뭐 아침저녁으로 하는게 아니고 저녁에만 1시간 30분 걸려서 그런지 별로 피곤하단 생각은 안든다. 이게 쌓이고 쌓이면 또 언젠가는 피곤하겠지.

공항철도는 따로 요금을 징수하기 때문에 계양역에서 갈아타면서 개찰구에서 카드를 찍는다. 오늘도 역시 인천지하철을 타기 위하여 공항철도와 연결된 계양역 개찰구를 나서는데 내 앞에 가던 남자의 버스카드의 잔액 (혹은 사용액)이 21,450원이 찍혔다. 그리고 나도 바로 내 티머니를 찍었는데 정확히 21,450원이 찍히는 것이 아닌가.

순간, 이 많은 사람들 중에서 바로 내 앞에 가는 사람의 버스카드 잔액이 내 카드 잔액과 10원 단위까지 일치할 확률이 어느 정도 될까. 하는 생각을 해봤다. 아마 거의 제로에 수렴하지 않을까.

이 세상은 정말 극미한 확률의 일이 아무것도 아닌 상황에서, 내가 지각도 못하는 사이에 수도 없이 발생하고 있나보다.

 

만약 위 상황이 소설이었다면, 그걸 인연으로 잘생기고 예쁜 청춘 남녀가 사랑에 빠질 수도 있겠구나. 하고 상상했다. 소설에서는 별의별 상황으로 남녀가 만나니까. 현실은 뭐 그 남자 뒷통수만 보고 얼굴도 어떻게 생긴지 모르지. 하지만 오늘 내가 직접 겪은 현실은 소설보다 더 소설같긴 했어 단 몇초간의 상황이었지만.

근데 낯선 이성에게 호감의 말을 건내는 건 진짜 웬만한 자신감이 아니면 안될 것이다. 내가 말걸면 피하지 않을 거라는 약간의 자신감은 있어야 할 거 아냐. 난 절대로 못하지. 실제로 한번도 그래본 적이 없기도 하고.

뜬금없지만 내가 이렇게 혼자인 것의 장점 중 얼굴도 모를 무명의 멋진남을 설정해놓고 이렇게 만날까? 저렇게 만날까? 하고 맘대로 상상해볼 수 있다는 것도 있다. (미쳐가나 봅니다. 이젠 상상은 그만 해도 되는데.) 남자친구 있을 때는 미지의 멋진남자를 상상하는 것도 약간 죄책감이 들었는데. 그런 죄책감도 안 느껴도 되고..... 근데 이게 정녕 장점인지 모르겠네. 뭐 그래도 난 아직까진 솔로의 장점과 커플의 장점이 50:50 정도로 거의 비슷하다고 생각한다. 커플이 무조건 좋아 보이진 않는단 말씀. 합리화가 아니라 진짜로.

 

2년만에 전철을 타고 출퇴근을 하다보니, 사람들 관찰을 하게 된다. 확실히 버스보다는 좋든 싫든 사람을 많이 관찰할 수 밖에 없는 것 같다. 아직까지는 인천 지하철에 익숙치 않아서 그런지 잠도 잘 안온다. 익숙해지면 관찰할 겨를도 없이 잠들겠지. 예전에 그랬던 것 처럼.  

오늘은 늘씬한 각선미의 약 40대 초반의 여자를 봤는데(출산을 겪지 않았을 것이라고 확신하고 있음) 몸매에 비해 머리스타일이 80년대 스타일이어서 좀 안타까웠고, 내 바로 옆에는 덩치 큰 스무살 정도 된 남자애는 계절에 맞지 않는 두꺼운 니트를 입고 있어서 어색했다. 걔가 입은 니트가 좀 두껍긴 했지만, 오늘 확실히 약간 춥더군.  

 

새로운 생활이라는게 분명 큰 스트레스이기도 하지만, 확실히 지루하다는 생각은 안든다. 그리고 오늘 인천 계양역의 21,450원 사건을 겪고보니 어렸을 때 부터 품고 있었던, 내 상황에선 얼토당토 않는 꿈이라고 생각해서, 남들 앞에서 포기한 척 했던 것들이 어쩌면 이 대단한 세상에서는 정말 별 거 아닌 걸 수도 있단 생각이 들었다. 그러니까, 생각보다 내 꿈의 실현 가능성이 예상보다 훨씬 더 높을 수도 있다는 거지.

 

아 그리고, 주말에 아빠랑 회사로 가는 고속도로 운전연습을 드디어 했다. 아직 갈 길이 요원한 것 같다. 예전에 어떤 다큐에서 봤는데 독일은 면허따는데 몇백만원이 들고 면허 따기 전에 도로 연수만 약 2년에 걸쳐 한댄다. 나같은 사람은 독일가서 2년 동안 몇백만원 들여서 연수 받아야 할 것 같은데, 영국같은 데로 어학연수 안가고 독일로 운전연수 가면 웃기겠는데? 근데 왠지 독일사람들은 운전연수도 완벽히 해줄 것 같은 기분이다. 이 "독일" 은 이름에서 주는 느낌도 어찌나 확실한지... 누가 지었는지 이름 한번 참 잘지었다.

여하튼 주말동안 아빠가 바로 옆에서 지금 지금!!! 아직 아직!!! 이런식으로 필요할 때마다 다급히 외쳐주셔서 간신히 운전을 하긴 했지만, 아직 정면 이외에 그 어느 곳도 보이지 않는다. 흑흑흑. 그냥 고속도로 한번 달려본 데 의의를 두어야지.


인수인계 중

일상 2012. 8. 22. 16:55

자리에 딱 맞는 사람은 정해져 있는 모양이다. 난 2년 9개월동안 예전 회사에서 제대로 일했고, 내가 관둔 후 그 회사의 실장은 한동안 내 타령을 꽤 했다고 한다. 그러니까 있을 때 좀 잘해주시지는. 내 자리가 아닌 자리긴 했어도 여하튼 난 그 자리에서 일정기간 딱 맞게 일을 했다. 그리고 나 다음에 뽑힌 사람도 나 관둔 후부터 지금까지 예전의 나보다 더 열심히 잘 일하고 있다.

면접이라는 짧고 다소 황당한 절차로 그리고 엄청난 위험부담을 안고 한 사람을 채용하지만 대부분은 결국 정해진 그 자리에 딱 맞는 사람이 뽑히고, 뭐 처음에는 안 맞았다고 하더라도 결국에는 적응을 하게 되니까.

내가 지금 일하는 자리도 여러번의 우여곡절이 이었지만, 결국에는 제대로 된 사람을 채용하게 되었다. 솔직히 빨리 채용하고 나는 인수인계 해주고 쉬고 싶은 마음이 굴뚝 같아서 빨리 채용되었음 하는 마음이 컸는데, 역시 나보다 세상 오래산 분의 안목을 무시할 게 아니라는 생각을 하게 된다. 내가 생각했던대로 급히 채용했으면 인수인계 받다가 뛰쳐나가거나, 얼마 못가서 관두거나 했을거다.

내가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솔직히 거의 모든 잡다한 일을 다 했던거라서 그런지 인수인계를 할 게 엄청 많다.

처음에는 절대 어떤 절차로 처리되는지 예상되지 않는 것들만 알려주자는 생각으로 어제 하루 인수인계를 해줬는데 목이 너무 아프고, 인수인계 때문에 아직 남아 있는 일도 못하게 되고 여하튼 좀 피곤한 하루였다.

그런데 새로 들어오시는 분 학점도 좋고 말해보니 차분하고 인상도 괜찮은데, 이런 분이 왜 여기에 오시는걸까. 하는 생각을 잠시 했다. 물론 나도 일했던 자리긴 하지만, 너무 안타깝다.

겉보기에 대단한 회사 다니는 사람들이 그 회사의 명성만큼 훌륭하고 좋은 사람이라는 생각은 안한다. 반대로 초라한 회사에 다닌다고 해서 그 사람이 덜 떨어지는 것도 절대 아니고. 자리에 딱 맞는사람이 있다는 말은 이 회사에서 하는 업무를 가장 잘 인내심 있게 잘 할 수 있는 사람이 정해져 있다는 거겠지.

아 근데 "인내심" 과 "회사생활"은 말도 못하게 밀접한 관계. 솔직히 면접도 회사에서 얼마나 인내심을 갖고 일할 수 있는 건가를 보는 거니까.

새로 출근할 회사에서 내가 일을 잘 할 수 있을지 하는 생각에 걱정이 많지만, 오늘 쓴 것 처럼 결국에는 내가 잘 견디고 해낼 수 있는 일이 기다릴 것이라 믿어야지.  

 


출퇴근 탐색전

일상 2012. 8. 2. 23:42

저저번주 주말 저번주 주말에는 앞으로 내가 다닐 회사를 출퇴근할 것인가 알아보러 혼자 길을 나섰다. 요즘 같은 날씨에 가장 뜨거운 시간에 돌아다니려면 물을 중간중간 마셔줘야 한다고 하기에 나는 물통에 물도 넣어서 자주자주 마셔서 탈수되지 않도록 주의했다.  나시에 반바지에 편한 신발을 입고 한번 왕복을 해봤는데 출근하는 길은 넉넉잡아서 2시간은 잡아야 할 것 같았다. 자취는 전에 말한 여러가지 이유로 하기 싫고, 운전도 하기 싫고. 퇴근하는 길은 1시간 30분이면 될 거 같고.

사실 2시간까지는 안걸릴 수도 있는데 그 회사가 전철역에서 내려서 다시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고, 더욱 큰 문제는 그 버스가 거의 30분에 한대꼴이여. 택시도 하나도 안잡히는 곳이고. 일산은 도시지만 고양은 전혀 도시가 아니고 산좋고 물좋은 완전 시골 분위기였다. 그 동네 택시기사 말로는 그냥 콜택시를 부르라는데 매일 매일 콜택시 부르는 것도 곤욕일 것 같고 고민이 많지만 일단은 그냥 2시간 걸려서 출근하는 걸로 정했다. 뭐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버스오는지 알 수도 있고, 언제 오는지 알 수 있으면 기다릴 수 있어. 그리고 요 며칠 내가 대충 출근시간대 버스 오는 시간을 검색해보니 최대로 기다리면 20분기다리는데.... 흠. 뭐 전철역 안에 의자도 있던데 그때 독서하면 못기다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버스가 금방 오면 1시간 30분도 가능하니까 최악은 아니다. (지나친 합리화인가 흐흐)

그나마 다행인 것이 그 회사 출근이 9시 30분까지다. 예전 충무로까지는 8시30분까지 출근이어서 6시 50분에는 집에서 나섰다. 지금 이 회사는 버스를 20분 기다린다고 쳐서 2시간 걸려도 7시 20분 쯤에 집에서 나가면 되니까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난 운전을 해서 다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3주전 토요일에 바로 운전대를 잡고 백화점에 갔었다. 옆에 동생을 태우긴 했지만 갈 때도 무사히 잘 들어가고 주차도 잘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왔는데 밤이고 비가 오니까 차선이 하나도 안보이고 차선을 못 바꿔서 모르는 길로 네비게이션 말만 들으면서 긴장하면서 운전하고 오는데 뒤에 있던 마티즈가 우리집 차를 심하게 받았다. 빨간불에 정차하고 있던 우리집 차를 그냥 와서 냅다 받은 것이다. 보니까 약간 졸음운전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선 그렇게 황당한 사고를 낼 리가 없었다. 나는 엄청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차에서 내려보니까 뒤의 마티즈는 범퍼가 완전히 다 망가지고 헤드라이터도 다 튀어나오고 거의 폐차 직전이었는데 우리차는 범퍼만 찌그러지고 말았다. 나랑 동생은 목에 좀 충격이 있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도 아무 이상이 없는 상태. 보험처리 해서 검사도 하고 우리집 차도 다 수리를 하고 잘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운전 중 아무 잘못 안했는데 사고가 나고보니, 고속도로에서 이렇게 사고가 나면 얼마나 크게 사고가 날 것이며 나같은 초보가 무슨 고속도로 운전이냐 하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다. 결국 그 사고 이후로 운전 왕복의 꿈을 접고 대중교통 왕복으로 노선을 바꾼 것이다. 그리고 주말동안 두번의 경로 탐색을 해보다 보니 어떤 길이 제일 빠른 건지도 알겠고, 나름대로 최선의 출퇴근 루트를 찾은 것 같다. 두번 왔다갔다 해보니 아예 못갈 동네는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가려는 회사는 지금 있는 대학교에서 교수님 소개로 들어가는 회사인데, 뭐 그렇다. 나는 소위 말하는 낙하산이다. 난 이제까지 살면서 내가 내 힘으로 알아서 살아왔다. 학연도 없고 지연도 없고 우리 집안이 유력인사도 없고 하니까. 그리고 어느 누구의 도움도 안받고 주목받지 않는 삶을 살다보니 오히려 난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더 불편하고 날 좀 가만히 내버려뒀음 좋겠다는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이렇게 누군가의 큰 힘으로 취업에 성공하다보니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 이런 길이 내가 뚫었던 난관(?)에 비한다면 정말 쉽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 취업에서는 바보같이 말도 안되는 소리 늘어놓는 1분 자기소개도 안했고, 어떻게든 날 뽑아달라고 사정하는 뉘앙스의 면접도 안해도 되니 덜 굴욕적이었다.

한편으론 그래도 2년 동안 내가 헛수고를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2년 동안 지금 있는 대학교에서 일을 제대로 안했다면 교수님도 날 그 곳에 취업시켜주지 않았을 거다. 근데 난 정말 실수하지 않으려고 엄청 열심히 노력하면서 일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취업하게 되는 거니까. 괜찮은 거 겠지? 


그래도 여러가지 마음의 결정을 굳히고 나니 맘이 편하다. 덕분에 살도 1키로 쪘다. 흑흑. 입맛도 다시 돌아오고. 이제 나 다음으로 올 후임에게 인수인계만 제대로 해주면 될 것 같은데, 내가 일했던 자리가 딱 2년이 정해진 계약직이라 그런지 사람 뽑는 게 쉽지가 않다. 거의 한달째 알아보는데도 안오네. 빨리 뽑혀서 인수인계 해주고 맘편히 휴가가고 싶은데, 그래도 날 추천해주신 교수님 봐서 마지막까지 마무리 잘 짓고 새로운 직장으로 가고 싶다.



큰 결정

일상 2012. 6. 30. 21:15

저번 주 월요일에는 엄마의 생신이셨다. 요즘 우리집은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이후로 제일 어려운 것 같다. 그 때는 나랑 동생이 워낙 어려서 그냥 저냥 지나갔지만, 지금은 느껴진다. 우리집이 어려운 것이. 물가도 비싸고 우리집에 들어오는 돈은 적고. 다들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경제가 나아지면 잘살 수 있는건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이러한 이유로 엄마의 생신 선물도 다 생략하고 우리집은 작은 아이스크림 케익 하나를 사서 초도 불고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고 했다.


수요일에는 며칠 전 블로그에 썼던 면접본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출근하라는 내용이었다.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하고 전화를 끊는 순간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어찌되었든 정말 크나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잘해낼 수 있을까 고민도 되고. 그런데 이건 내 느낌인데 사장에게 나는 최선책이 아니었던 것 같다. 차선책 정도 됐는데 아마 최선책이 연봉을 높이 불렀거나 다른 데 간다고 했거나... 그래서 이렇게 연락도 늦고, 전화해서도 연신 "잘할 수 있겠냐" 를 물으면서 계속 의심을 했던 것 같다. 솔직히 사장이 제시한 연봉에 사장이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충격적인 연봉. 으으. 하지만 난 그 연봉을 감수하기로 했다.

근데 잘할 수 있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거지? 거기서 요구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 수준인 지를 알 수가 없으니. 솔직히 말하면 난 사장이 원하는대로 잘할 자신이 없기는 한데. 크크큭.  


사실 6월 9일에 면접을 본 후에 결과 기다리고 있는 중에 학교 교수님이 친구가 하고 있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라고 추천을 해주셨었다. 불시에 그 회사 사장님이 회사로 찾아와서 점심을 먹자고 하는 통에 얼떨결에 면접도 봐버렸는데, 다행히 그날 퇴근 후 연주회에 가기로 되어 있어서 예의 차린 옷차림으로 그 회사 사장님을 맞을 수 있었다. 

그 회사도 사장님은 참 인자하고 좋은 것 같고, 연봉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갈등을 많이 했다. 그래서 수요일에 출근하라는 전화를 받고 퇴근 후 몰래 그 회사를 다녀와봤다. 그리고 시원하게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회사는 너무도 멀었다. 난 태어나서 경기도 고양을 처음 가봣는데, 차가 있으면 행복한 회사라더니 김포공항에서 내려서 택시에서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치고 찾아가는데 점점 "아.. 여기는 어딘가" 이런 생각이 들고, 점점 골목에 골목을 지나가고 옛날 전원일기에 나올 법한 시골마을 한 가운데 멀쩡한 건물이 하나 딱 있는데 그게 바로 추천해주신 그 회사였다. 차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벌판이라 택시도 다시는 못 잡을 것 같아서 타고 갔던 택시를 타고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는데 아쉽지만 이건 아니다. 하는 마음에 큰 결심을 했다. (택시비만 왕복 만오천원 나왔음)  김포공항도 처음 가봤는데 뭐 김포공항도 좋더구만.

내가 거절을 해서 교수님도 조금 입장이 난감하고 삐지신 것 같고, 나도 좀 죄송스럽고 그렇다. 나도 뭐 이럴 줄 알았나.


큰 변화는 내 앞에 있고, 지금 학교에서도 일이 최고 많을 시기라서 마음도 심란하고 인수인계 해주고 난 하루도 제대로 못 쉬고 출근하게 생겼는데 당분간은 휴가 이런 거는 먼나라 얘기겠지. 그냥 한가지 위안은 30살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사회에서 기능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 그리고 교수님이 추천한 회사를 갔으면 계속 교수님들과 얽힐 수 있었는데, 내가 내 갈길 찾은거라 완전히 여기와는 영원히 안녕을 고할 수 있게 된 거. 이왕 새롭게 시작하는 거 처음부터 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컸으니까.


아 그리고 또 별개로 또 큰 결심을 하나 했는데, 신용카드를 정말 필요한 상황 아니면 사용을 안하기로 했다. 우리집이 어렵기도 하고, 요즘은 체크카드도 꽤 좋은 게 많으니까. 저번달 저저번달 리볼빙 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가는 내 신용카드 결재액을 보면서 느낀 바가 좀 있어서. 체크카드를 주사용카드로 만들기 위해서 예금을 분할해지 해서 한 100만원 가량을 통장으로 옮겼는데..(6월 월급은 전액 카드결재액으로 나가버리고 잔액이 없어서 결국 예금을 분할해지했다. 흑흑) 금요일에 혜택 좋은 체크카드도 만들었다. 다음달에 카드고지서 받으면 좀 뿌듯할 것 같다. 좀 힘들겠지만 이보다 더 힘든 일도 해냈으니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사람은 누구나 닥치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으니까. 

저번주에는 교회 결국 자느라 못갔는데 내일은 교회가서 기도도 좀 하고 와야지. 한 주 정리도 하고 다음주를 위하여 기도도 좀 하고. 난 신앙심이 깊은 편은 아닌데 그냥 교회가서 눈감고 속으로 소망하는 바를 말하다보면 심신이 편안해지고 진짜로 다 잘될 것 같은 기분도 들어서 교회에 간다. 뭐... 또 자느라고 못갈 수도 있지만.  


아. 근데, 내가 들어갈 회사 사장이 나보고 하도 엑셀 못할 거 같다고 해서 오늘 컴퓨터학원도 등록하고 왔다. 나도 참 어지간히 불안했나보다. 오랜만에 비와서 상쾌한 인천시내를 버스타고 돌아다녔더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에는 별로 외롭지도 않고 그렇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