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제 꿈

단문 2016. 6. 23. 19:02

어제 진짜 웃긴 꿈을 꿨다.
꿈속에서 우리 엄마가 얼굴 한 번 본 적 없는 남자와 결혼식을 잡아놨다면서 오후에 식장으로 오라는거다.
식장에 가보니 정말 결혼식 준비가 되어 있는 것 아닌가.
신랑될 사람도 예복을 입고 날 기다리고 있었다. 난 이 엄청난 사태를 어떻게 수습 해야하나 고민하다, 예식장에 오늘 예식 취소 되었다고 방송을 부탁하든지 해야겠다고 생각하며 꿈에서 깼다.
그런데 오늘 아침 네이버 화면을 보니 꿈속에 내 신랑될 사람으로 나온 사람 얼굴이 글쎄 국가스텐의 ㅎㅎㅇ.
푸하하하. 나는 국가스텐 음악 한번도 들은 적도 없는데 대체 이게 어찌된 꿈인지 모르겠다. 우리 엄마가 좋아하는 프로에 이 분이 나와서 한번 화면으로 봤는데, 당시 별 감흥 없었는데 무의식 중에 그 분이 좋았던건지. 뭔지.
6월에 예식장을 두번이나 가서 이런 꿈을 꾸었나보다.
더 웃긴 건 내가 꿈속에서 이왕 이렇게 된 거 그냥 식 올릴까 하고 고민했다는 거다. 꿈 속 신랑 외모가 그리 나쁘지 않았어. 내 기준으로는.


스타킹

단문 2016. 5. 16. 21:19

스타킹만큼 가격 대비 품질이 정확하게 비례하는 공산품도 드물다.
토요일에 친구네집 갈 때 신었던 스타킹이 하나에 8천원 짜리였는데 카페 의자에 뜯겨서 빵구가 났다.
비싼 스타킹은 하나에 삼만원도 넘지만, 내 기준에 하나에 8천원이면 대단히 비싼 편에 속하는 스타킹인데 아까워 죽는 줄 알았다.
오늘 신은 스타킹은 이천원 짜린데, 신은 느낌이 8천원짜리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흐물거리고 색도 별로고 하여튼 맘에 안든다.
난 털털해서 스타킹 대부분 5번 정도 신으면 다 빵꾸나서 버린다. 저번에 백화점 가서 검정 스타킹 10개를 샀는데 벌써 2개 밖에 안남았다.
나같이 스타킹 오래 못신으면 그냥 싼 거 사서 버리고 버리고 해야 하는데, 이 싸구려 스타킹은 아무리 싸구려라지만 너무 심히 구리다. 불쾌할 정도로.
예전에 큰 맘먹고 이태리제, 일본제 스타킹을 거금 주고 사서 신어봤는데, 좋긴 진짜 좋았다. 근데 그 스타킹들도 다 빵꾸나서 5번도 못신고 버렸다.


회복

단문 2016. 5. 12. 19:21

세상 끝난 것 처럼 우울해서 찌질하기 그지 없는 일기를 쓰다보니 이제 좀 회복이 된 것 같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니 뭐 그렇게 아쉬울 일이 아니다.
즐거운 상상을 하고, 읽던 책을 읽고, 제일 친한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내일 술을 마시기로 결심했고, 월요일 오후에는 상담실을 한번 가보기로 했다.
퇴근 후 신도림역까지 와도 하늘이 낮처럼 밝고, 내가 좋아하는 여름도 다가오고 있고, 또 언젠가는 좋은 일도 생길 것 같고 그렇다.
친구​들도 부지런히 만나고 혹시 기회가 생긴다면 낯선 사람과도 만나고 싶고 그렇다.
우울하다고 엄청나게 유난 떠는 게 나름대로 내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엄청나게 중요한 대부분의 결정은 장고 끝에 내려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단 몇 초, 몇 분만에 감정적으로 결정되는 일이 허다하게 많으며 그 여파는 불행히도 일평생 간다.
이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살면 오히려 속이 편하다.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살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나이들 수록 자주한다.
감정적으로 대처했다가, 죽도록 후회하다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피똥을 싸며 노력해도 결국 이미 늦었다.


어떻게든.

단문 2016. 5. 9. 23:10

오늘 너무 피곤해서 전철에 앉아서 신나게 자다 아침에도 내릴 정거장에서 못내리고, 퇴근 길에도 신도림에서 못내려서 구로디지털단지 역까지 갔다왔다.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다.
이렇게 패배감에 절어서는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이겨내기로 결심했다.
어쨌든 난 당장은 죽을 수 없고, 나에게 주어진 남은 인생은 어쩔 수 없이 살긴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이 아픔을 넘을 수 있는 수가 있긴 할텐데 그게 뭔지는 서서히 알아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두려운 마음

단문 2016. 5. 3. 22:03

사랑이 주는 기쁨만큼이나 사랑이 주는 슬픔도 어마어마하다.
나에게 다정하면 이 세상을 다 가진 것 같지만, 평소와 다르면 만사에 의욕이 없다. 가끔 내가 사랑하는 것 만큼 나를 사랑해주지 않는다는 기분이 들면 순식간에 콱 죽고 싶어지기도 한다.
내가 더 사랑하지 않도록, 언제든 헤어나올 수 있을만큼만 마음을 열게된다.
나는 참으로 딱한 인생을 살고 있다.

긴 시간 함께 있고 싶지만, 또다시 예전의 흉한 내가 될까봐 두려운 마음에 마냥 기다린다. 예전에는 죽었다 깨어나도 안될 것 같았던 일을 용케도 잘도 한다. 쯧쯧.


우리 엄마는 늦게 생겼으면 그냥 어디가서 자고 오라고 하신다. 그리고 자유 방임이라고 해도 될만큼 어렸을 때 잔소리를 안하셨다. 공부해라는 말은 한번도 안들어본 것 같고, 치워라, 씻어라. 이런 잔소리도 거의 들어본 기억이 안난다.
그런 부모님 밑에선 난 이상하게 엄청 계획적인 사람으로 자랐다.
그래서 내 계획에도 없는 회식에 가고, 원래 자던 시각보다 늦게 잠을 자야하는 것에 다소 거부감이 있다.
결정적으로 난 여러 사람이 모여서 술 마시기 대회를 하듯 쏘맥을 연거푸 마시며 취하가는 걸 보는 그런 술자리가 너무 싫다. 유흥을 못하고 싫어하는 한국인으로 사는 게 정말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나같은 성격 아니면 모르겠지.
업무 후 술자리가 어떻게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것인지 난 아마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왜 사회생활에 특화된 사교적 한국인 성격을 타고나지 못한 것일까. 하고 직장 생활 초기에는 좌절도 했지만, 고칠 생각은 없다. 어차피 고쳐지지도 않을 걸 아니까.


폴 토마스 앤더슨 영화에서 단골 출연 배우이며, 우렁찬 목청에 정확한 발음으로 대사를 하던, 지금은 고인이 된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나온 영화 마지막 4중주는 여운이 긴 영화였다.

유명 4중주단에서 평생 퍼스트 바이올린을 보조하는 세컨드 바이올린 역할을 맡아온 로버트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 를 중심으로 다른 4중주 단원들의 저마다의 사연과 인간관계에 대해 고찰하는 영화였는데, 보고나서 몇날 며칠동안 영화의 장면과 무대에서 연주하는 장면이 머리 속에서 떠나질 않았다.

영화 도입부 부분에서 자신을 사랑하지 않는, 그렇지만 대학시절부터 쭉 사랑해온 부인을 위해 로버트가 커피를 끓이고 아침을 준비하는 장면이 나온다.

아침식사를 먹으면서도 로버트는 계속 부인의 기분을 살피며 전전긍긍하면서 쩔쩔매는데 그 모습이 그렇게 애처롭고 딱할 수가 없다.

아내가 평생 짝사랑해온 남자에게 자기의 딸마저 빼앗긴 로버트의 역할을 필립 세이모어 호프만이 실감나게 연기했다. 본지 꽤 오래 지났는데도 요즘에도 종종 그 아침식사 장면이 생각 난다.

내가 사랑한다면 평생 그 사람이 날 사랑해주지 않아도 곁에 있는 것 하나로 버티면서 살 수 있을까? 옛날에는 가능할 것 같다고 생각한 적도 있었는데, 그렇게 살다보면 아마 나이 들면 들수록 제정신으로 살기 힘들겠지.


결국 다시 돌아왔다.

단문 2016. 3. 26. 22:23

스킨을 수정하고 나서 회사에서만 내 블로그를 보다가 집에서 켜보고는 깜짝 놀랐다. 글씨체가 맑은 고딕이 아니라 굴림이 나와서.. 생각해보니 이전 스킨은 내가 html 로 다 일일이 맑은 고딕으로 폰트를 바꿔놓은 거였다.

회사 파이어폭스랑 익스플로러는 내가 맑은 고딕으로만 나오게 설정을 해놓아서, 맑은 고딕으로 나온 거였다.

결국 다시 예전 스킨으로 돌아왔는데, 완전히 똑같이는 못했다. 화면에 나오는 폰트 사이즈가 너무 큰데, 어떻게 수정하는지 잘 모르겠다

그래도 굴림체는 벗어났으니.

그냥 이 스킨으로 쭉 가는 것으로.


스킨 변경

단문 2016. 3. 12. 13:57

예전 티스토리 스킨은 하나같이 별로 였다. 그래서 내가 적용한 스킨을 한번도 바꾼 적이 없었는데, 오랜만에 스킨 변경하려고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게 많아서 변경했다. 나만의 블로그지만, 뭔가 새로운 기분이 들어서 자꾸 들어와보게 된다. 

이 스킨으로도 몇 년 가려고 한다. 민트색이 맘에 들어서. 

부모님께서는 성남으로 친척 결혼식에 가시고 나는 11시 쯤 일어나서 알지도 못하는 바둑 방송 틀어놓고 포맷한 아빠 컴퓨터 세팅을 하고 있는 토요일 오후다. 이세돌이 뭔가 안됐다. 천억은 받았어야 하는건데. 

어렸을 때 충청도 홍성에 살 때 그러니까 내가 초등학교 1학년 정도 됐을 때 아빠가 나에게 바둑을 가르치시려다 포기하셨다. 아빠가 바둑이 점수 따는 방식에 대해 설명해주시는데 너무 너무 이해가 안가서 정신적 아노미 상태에 빠졌던 게 조금 기억 난다. 

우리 아빠는 일 그만 둔 뒤로 바둑방송 종종 보시는 애호가신데, 이세돌이 불계패 한 것에 충격이 상당히 크신 것 같다. 이세돌이 다섯판 다 지겠지..  

저번 주에 맡긴 부츠 찾으러 백화점에 가야하는데, 참으로 귀찮다. 앞머리도 길어서 잘라야 하고.. 어제 당한 굴욕을 어떻게 무마해야 하나 궁리도 해야하고, 미래를 위한 준비도 해야한다.  

어제는 겨울 마냥 너무 너무 추웠다. 신도림역에서 급행 기다리는데 너무 추워서 다음 전철 안기다리고 지옥전철에 그냥 몸을 맡겼다 . 더 기다리다가는 얼어버릴 것 같아서. 

다음주에 완연한 봄이라는데, 일기예보 믿을 수 있는 거겠지? 

어제는 내가 가진 예금 중 가장 금액이 큰 예금 하나가 만기되었다. 세금 빼고 나니 1% 밖에 이익이 나지 않았다. 그래도 큰 돈이 내 입출금 통장에 입금되니 기분이 좋았다. 소심하고 여유돈도 없어서 펀드나 주식에는 도저히 투자를 못하겠고, 예적금 이자는 실질적으론 무이자라서, 어제 외화 통장을 하나 만들었다. 지금 달러가 오를만큼 오른건지, 더 오를 건지 잘은 모르겠지만.. 재미로 달러 투자 좀 해봐야지.

근데 우리 회사 있는 건물 1층에 있는 은행 지점의 직원 한명이 너무 예쁘다. 가끔 식당에서도 만나고 전철역에서도 보는데, 저정도 되야 요즘 은행 면접에 붙는 건가 싶어서 위화감 마저 들 정도다. 저 얼굴로 살면 얼마나 행복할지 잠시 상상해봤다.  

하아. 할 일이 있는데 너무 하기 싫어서 끄적였다. 이제 할 일을 하자. 해야할 일을 해야, 벗어날 수 있다!


외면

단문 2016. 3. 11. 22:18

아직도 가끔 화가 난다. 모든 사정 다 알고 있는 사람이 그렇게 나를 쉽게 외면 했다는 것이.
나는 큰 걸 바란 게 아니었다. 정말 간단한 말 몇 마디만 해줬으면, 나는 훨씬 더 빨리 극복할 수 있었을 것이다. 평생 고마웠을 것이다.
결국 내 힘으로 극복했고, 그럭저럭 살고 있지만, 원망스러운 마음은 왜 사라지질 않는걸까.
그래 뭐..애초에 위로받길 원한 내가 어리석은 걸지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