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금 생각해보면, 어렸을 때는 직장에서 싫어하는 사람에게는 노골적으로 싫은 티를 냈다. 어차피 말단이었으니 싸우자는 식으로는 못했지만, 그쪽에서 말을 걸지 않는 이상 절대 먼저 말도 안했고 대답도 무조건 짧게 하고.
나보다 직급이 높다고 해도 마찬가지였다. 경멸하는 사람과는 그 어떤 것도 함께하지 않기 위해 엄청나게 노력했다. 그 사람들과 함께 웃는 일은 거의 없었다.
이게 지혜로워진 건지 어쩐건지 모르겠지만 요즘은 분위기 봐서 일부러 말을 걸기도 하고 웃기도 한다. 아무리 그 사람을 속으로 싫어해도 말이다.
상대방이 내 마음을 절대 모르도록 농담도 하고, 대답도 어쩜 그렇게 잘하는지 모르겠다. 이런 내자신이 참 어색하지만, 웬만하면 그 사람들 기분에 맞추려 한다. 더 얽히고 싶지 않으니까.
어렸을 때는 참 순진했다. 비록 내 앞길에 전혀 도움은 안됐지만.
상종하기 싫은 사람들한테도 상냥히 대하는 나를 보며 좀 슬퍼지는 하루였다. 이게 바로 사회 때가 타는건가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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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에 운전하면서 생각에 잠길 때가 있는가 하면, 지각하지 않겠다는 일념 하나로 고속 운전에 집중할 때가 있다. 매일같이 왔다갔다 하는 길이라 그런지, 이젠 출발하는 시각이 언제든 지각하지 않게 되었다. 오늘은 시간이 넉넉하여 이상한 생각만 잔뜩하면서 출근했다. 지금은 하나도 떠오르지 않는다.
오늘 흰옷을 입어서 스킨색 브라를 하고 왔는데 와이어가 만나는 가슴 가운데 지점이 너무 아프다. 이런건 가슴이 너무 없어서 벌어지는 문제인걸까? 가슴이 커본 적이 없어서 모르겠다. 여름에는 어쩔 수 없이 살색 속옷을 입을 수 밖에 없는데, 오늘 입은 이 브라는 그냥 버려야 할 것 같다.
요즘 음악듣는 재미에 푹 빠져 있다. 최근 재생한 음악 목록을 랜덤으로 재생시키면 한시간 가량은 정말 즐거운 기분으로 보낼 수 있다. 재생 목록에 라흐마니노프 곡도 하나 있다. 락을 듣다보면 재즈를 듣게 되고 재즈 듣다보면 클래식으로 넘어간다는데, 요즘에는 종종 좋아하는 클래식 곡도 찾아 듣고 있다.
우리 동네에 유니클로가 하나 생겼다. 주차장도 엄청 크고, 정말 뜬금없는 곳에 뜬금없이 좋은 건물에 흡사 미국같은 분위기로 유니클로 매장이 떡하니 생긴 것이다.
어제 엄마랑 슬슬 걸어갔다가, 세일하는 티셔츠도 사고, 브라탑도 3개 사고 셔츠도 하나 샀다. 돌아오는 길에 정말 작지만 알찬 공원에 가서 구청에서 설치해놓은 운동기구에 올라가 조금 몸을 풀었는데, 생각보다 시원했다.
어제는 엄마 생신이었다. 별 일 없이 지나갔다. 엄마에게는 돈을 보내드리고, 오랜만에 동생이 와서 동생의 연애스토리를 들었다. 오토바이를 산다고 해서 나와 엄마는 동생과 크게 싸웠다. 어차피 우리가 아무리 말려도 오토바이 살테니까 여자친구라도 말려야 되는거 아니냐고 했는데, 여자친구는 오토바이에 긍정적이라고 해서 엄마와 나는 도저히 이해할 수 없다면서 어떻게 남자친구가 오토바이 사서 위험하게 타고 다닌다는데 안 말릴 수가 있냐며 그 자리에도 없는 여자친구에게까지 화를 냈다.
일하기 싫다. 벌써 점심시간도 끝.
동생의 훈계가 다시 시작되고 있다. 동생의 훈계를 들을 때면 화가 나는데, 그 자식에게 반박할 말이 떠오르지 않다는 게 더 화가 난다.
동생 말을 들으니 정말 내가 심각하게 잘못된 사람인 것만 같다. 정말 난 이상한 사람인걸까. 가족이 이상하다고 하면 정말 이상한 건지, 아니면 가족에게 다른 가족 구성원이란 언제나 정신병자 같아 보이는 건지.
발이 또 아파져서 결국 종합병원 재활의학과에 진료 예약을 했다. 허리디스크 환자가 평생 그 상태로 더 악화만 안되면 다행이듯 나도 지금보다 아프지 않으면 다행이다 하고 생각하며 살아야 하는건가... 하는 우울한 생각을 하며 6월을 보내고 있다.
어제는 갑자기 회식을 한대서 오랜만에 야간 운전을 했는데, 좀 겁이 나고 낯설었다. 그만큼 요즘 내 퇴근이 빨랐다는 것이고, 그만큼 요즘 해가 길다는 건데 오늘은 눈치가 보여서 한시간 딴짓하다가 이제 퇴근을 하려고 한다.
배철수 음악캠프 30분도 못들을 것 같아서 좀 서운하다.
나이가 들어가면서, 어떻게 늙을 것인가. 하는 생각을 자주하게 된다. 밑에 썼다시피 아직도 애송이에 주제 모르고 살고 있지만, 나는 벌써부터 어린 애들을 보며 언제나 놀라게 되고, 놀라면서 나이 들었음을 실감한다.
회사에서 존경욕구가 강한 추한 늙은이들을 볼 때마다 저렇게 늙지는 말아야지. 라는 생각을 자주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간날 때마다 자기미화하기에 여념이 없는 꼰대들 보다 더 혐오스러운 건, 본인의 정신이 젊은이들과 일백퍼센트 동일하다고 착각하는 늙은이들인 것 같다.
만약에 둘중 꼭 한개를 택해야 한다면,
나는 아직 젊다고 혼자서만 주장하는 늙은이가 되느니 차라리 꼰대로 늙는 편을 택하고 싶다.
운동하고 오면서 옆에 늘어선 가게 안을 본다. 무표정하게 닭을 튀기는 여자, 자전거 바퀴에 바람 넣는 아저씨, 와이셔츠에 파묻혀 지친 세탁소 아저씨, 심각한 표정으로 술마시는 손님들 까지.
다들 어쩐지 슬프고 외로워 보인다.
나는 그 사람들을 볼 때 마다 에드워드 호퍼 그림 속 인물들을 볼 때와 똑같은 기분이 든다.
그 사람들은 영원히 위로 받지 못할 것이고, 죽을 때 까지 우울할 것 만 같다.
어제는 어떤 여자가 운동장에 강아지를 끌고 왔다. 그 강아지는 운동장 트랙에 똥을 쌌다. 나는 그 강아지가 똥을 싸는 광경을 봤기 때문에 그 똥을 피해 달릴 수 있었다.
운동장을 달리며 개 주인에게 당신 강아지가 싼 똥이니 니가 치우라고 이야기 해야하나…하고 고민을 좀 했다.
하지만 내 경험상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은 자기네 강아지가 한 행동에 대해 지적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결국 나는 그냥 모른 척 하기로 했고 똥이 있는 곳을 지날 때 마다 그 똥을 무시하기 위해 엄청나게 애를 썼다.
하지만 나 이외에 다른 운동하는 사람들이 자꾸 그 똥을 밟으려고 했고,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자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진짜 그 똥을 밟아버릴까봐 조마 조마했다.
나는 운동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여기 똥이 있으니 피해서 운동하세요. 라고 말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 하는 고민을 또 하다가, 그것도 그만뒀다.
같이 운동하던 할머니는 용케 끝내 똥을 안 밟았지만, 나중에 운동에 합류한 남자가 똥을 밟은 것 같았다. 불쌍한 남자였다. 운동하러 와서 그렇게 큰 똥을 밟다니.
운동하는 내내 개똥에 너무 집착했기 때문일까. 난 어제 밤에 똥꿈을 꿨다. 더러워서 내용은 여기 쓰지 않겠지만, 자는내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지저분한 꿈이었다.
앞으로 좋은 일이 생길 것이라는 생각을 안하고 산지 참 오래되었다.
사람이 주제도 모르고 이상만 높으면 일생동안 실망만 하면서 살아야 한다. 그렇다고 중간 수준에 만족하며 산다면 일생동안 발전이 없을 것 이다.
만족을 모르는 사람과 욕심이 없는 사람 모두 저마다의 설득력 있는 이유 하나씩은 있는 것이다.
어렸을 때는 몇 년이 지나면 지금보다는 나아지겠지 라는 생각을 매일 같이 했다. 비록 이루지 못할 꿈이라 해도, 희망을 품을 수 있는 것은 젊은 사람들의 특권이라고 생각한다. 지금 나는 이보다 나빠지지 않으면 천만 다행이라는 생각을 하며 살고 있다.
그래서 그런지 삶이 참 무기력하다.
주말부터 기침이 너무 심해 운동을 못했다. 생각해보면 난 은근 기관지 쪽 질병도 많았다. 어렸을 때도 그렇고 커서도 기관지염, 폐렴 진단 받고 고생한 기억도 있고…
벌써 한달 넘게 아침 저녁으로 기침이 그치지 않는 것이 이상하여 종합병원 소화기내과 진료 예약을 했다.
아까운 휴가를 또 병원가는 데 쓰게 생겼다.
2월에 다치면서 학원을 한달 이상 빠졌다. 지금 다니는 학원은 레슨40개를 정해진 기한 내 소진해야 하는 방식인데, 평일 수업은 들을 수 없으니 꽤 빠듯하다.
안그래도 빠듯한데 한달이나 빠졌으니 난 매주 학원에 갈 수 밖에 없다.
어제도 두개 레슨을 듣고, 일요일인 오늘도 학원에 가고 있다.
한동안 무역 파트로 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그냥 지금 부서에 남기로 하면서 영어 공부에 대한 동기가 없어졌다. 또 해외 여행도 그만 갈 예정이니 더더욱 영어공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학원에 가야하니 죽을 맛이다. 더군다나 요즘 가르치는 강사들은 수업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성의도 없고, 그따위로 할거냐고 따지고 싶지만 영어를 못하니 그것도 안된다. 어제 가르친 강사처럼 가르치는 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주말에 하는 일이 고작 학원에 가는 거라니 내 인생이 말할 수 없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공부는 지금 나만큼 공부해서는 절대 늘지 않을 것 같아서 이번 레슨만 끝나면 때려치리라 결심했다.
엊그제는 3개월만에 뛰었다. 발다친 뒤로 뛴 적이 없었다. 요즘 퇴근 후 가까운 상고 운동장에서 운동하는데 갑자기 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뛰는 걸 지독히 싫어했는데, 발이 아픈 동안 뛰고 싶을 때 뛸 수 있는 게 큰 복 임을 사무치게 깨달았다.
5바퀴 정도 뛰었는데 발이 크게 아프지 않아 기뻤다.
유명 마라토너 중 에선 혈압 100 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혈압만 봐서는 난 최고의 마라토너인데, 그래서 그런지 천천히 오래 달리는 건 별로 괴롭다는 생각이 안든다.
운동의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니, 당분간은 뛰기, 걷기를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영어는 때려치고.
회사에서 나에게 주어진 일이 그 무엇이든 난 실수없이 하려고 노력한다. 가끔 실수하긴 해도 내 일처리는 깔끔한 편이다. 흔히 말하는 일머리가 있는 것 같고, 모르는 점은 어디에 어떻게 하면 되겠구나 하는 것도 알고.
가끔 메신저로 수다도 떨지만, 대부분 내가 하는 일에는 책임감을 갖기 위해 노력한다. 허술한 사람이 되고 싶지 않으니까.
회사에서 일만 잘한다고 다가 아니라는 얘기를 자꾸 제3자를 통해듣고 있다.
이 세상에서 가장 좋은 직장은 회사에서 업무시간에 일 이외에 다른 일 할 필요없는 직장일 거라 믿어 의심치 않는다.
그들이 내게 바라는 건 존경 인 것 같은데, 제발 자기 자신들의 가증스러움을 직시 하고 존경을 강요하지 말아줬으면 좋겠다. 정말 추하다.
이번 여행이 어쩌면 내 인생의 마지막 해외 여행이 될 것 같다. 신기하게 해외 여행에 흥미가 뚝 떨어졌다. 지금도 사실 그냥 제주도를 갈걸 그랬나 싶다.
이번 여행처럼 아무 준비없이 가기도 처음인 것 같다. 어떻게든 다녀지겠지 싶다. 친한 친구와 돌아다니면서 얘기하는 게 관광보다 더 큰 목표다.
어제 심란한 밤을 보내고 오늘은 회사에서 마음이 붕 떠 있었다. 오랜만에 7시반 이전에 퇴근했고, 가로등이 켜지지 않은 저녁 길을 달렸다.
십년 전 그랬던 것 처럼 간절히 원하는 걸 갖기위해 노력 중이다. 십년 전과 비교하면 일희일비 하지 않고 있으며 여유도 생겼다. 어울리지 않게 노련한 나를 보며 대견하기도 하고 서글프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