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단문 2016. 5. 12. 19:21

세상 끝난 것 처럼 우울해서 찌질하기 그지 없는 일기를 쓰다보니 이제 좀 회복이 된 것 같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니 뭐 그렇게 아쉬울 일이 아니다.
즐거운 상상을 하고, 읽던 책을 읽고, 제일 친한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내일 술을 마시기로 결심했고, 월요일 오후에는 상담실을 한번 가보기로 했다.
퇴근 후 신도림역까지 와도 하늘이 낮처럼 밝고, 내가 좋아하는 여름도 다가오고 있고, 또 언젠가는 좋은 일도 생길 것 같고 그렇다.
친구​들도 부지런히 만나고 혹시 기회가 생긴다면 낯선 사람과도 만나고 싶고 그렇다.
우울하다고 엄청나게 유난 떠는 게 나름대로 내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엄청나게 중요한 대부분의 결정은 장고 끝에 내려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단 몇 초, 몇 분만에 감정적으로 결정되는 일이 허다하게 많으며 그 여파는 불행히도 일평생 간다.
이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살면 오히려 속이 편하다.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살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나이들 수록 자주한다.
감정적으로 대처했다가, 죽도록 후회하다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피똥을 싸며 노력해도 결국 이미 늦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