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일사랑

단문 2012. 1. 25. 02:02
밤12시가 넘어서 때를 밀고 티비를 보다 벌써 새벽2시. 꿈같은 연휴도 끝나고 내일은 출근이다. 울고싶어라.
예전에 친구가 내 발등을 만지고선 부드러워서 깜짝 놀란 적이 있다. 난 아마 대한민국에서 가장 부지런하게 발에 로숀을 바르는 사람일 것이다. 내 발꿈치가 갈라지는 걸 용납할 수 없기 때문이다. 아침저녁으로 바세린과 풋크림을 발라줘서 손보다 부드러운 내 발. 보여줄 사람이 없어 애석할 뿐이다.
또 내가 공들이는 건 몸에 오일바르기이다. 샤워하고 나서 싼 바디오일을 듬뿍듬뿍 문지르고 그 위에 또 바디로숀을 번질번질할 때까지 발라주는데 이것도 사실 보통일은 아니다. 얼굴처럼 작은 면적이 아니니까. 하지만 난 근성있게 언제나 오일과 로숀을 온 몸에 바른다. 이렇게하지 않으면 이 건조한 겨울을 버틸 수가 없다.
꽤 부드럽고 매끈한 얼마가지않을 이 젊은 피부를 나 혼자 보고 만지고 있단게 좀 애처롭다면 애처롭달까. 흐흐흐.
근데 뭐 내가 오일바르는 이유는 이렇게하지 않으면 안될 정도로 몸에 피지가 안나오기 때문일 뿐 딴 이유는 없다. 빌어먹을 건성피부때문에 난 아마 주름도 빨리 생길거다.

간단한 문제

단문 2011. 12. 7. 00:46
사람이 사람을 평가할 때 걸리는 시간은 길어야 3초라고 생각한다. 말로는 표현 못할 첫느낌과 전혀 다른 사람은 이 세상에 없다. 사람은 유기체기 때문에 하나가 나랑 아니면 전체가 아닌 것이다.
이러한 나의 똥같은 맹신으로 인하여 난 친구도 별로 없고 애인도 없다. 이런 나에 대해 불만과 체념이 뒤범벅된 기분으로 살아가고 있지만,
한가지,
순간 순간 계속 스쳐가면서 생각나는 여러 사람들이 딱 내가 생각하는 것 만큼만 날 생각해 준다면 더 바랄 것이 없을 것 같다.
의외로 난 소박한 사람 인 것이다. 아마 그래서 이렇게 외로운 것 일 수도 있고.

문득 누워서

단문 2011. 11. 29. 00:24
대학 시절부터 지금까지 나에게 호감을 보인 남자를 일단 사귀고 보자 라는 심정으로 닥치는대로 만났으면 과연 내가 몇명이나 만났을까 하는 상상을 해 보았다.
난 진짜진짜 신중하고 겁이 많았다. 그리고 호감가는 사람에게는 자신감이 끝도 없이 떨어져서 그 사람에 비한다면 난 천하의 못난 년 이란 생각을 했다.
근데 또 그에 대한 반대급부로 나에게 마음을 두는 남자들을 그만큼 우습게 봤던 것 같다. 아마 그렇게 균형을 맞춰갔나보다.
엄마가 내년에 서른이라 똥값된단 말을 하시는데, 정작 난 아무 생각없다. 대학 때는 위험하니까 절대 아무도 만나지 말라더니 내년엔 똥값에 회사도 짤리는데 아무도 없다며 이미 몇년전에 다 끝난 남자들 이름을 들먹거리며 아까워 죽으려고 하신다.
난 정말 내년부터는 누구에게도 여자대접 못받고 누군가에게 사랑받을 기대는 완전히 접어야 하는 것 일까.
세상 기준에 비추어 내가 그렇게도 부족하고 못난 것인가 하는 자괴감이 드는 밤이다.

돈쓰기

단문 2011. 11. 25. 10:55

25살 때 지금은 민영화 될지도 모르는 곳에서 아르바이트로 일했었다. 아르바이트가 그렇듯 내가 하는 일은 잡일이었는데, (크크큭 근데 난 정규직일 때도 지금 계약직도 계속 잡일만 하는거 같아) 회의 준비를 한다며 음료수를 사람 수대로 사서 테이블 위에 놓으란 심부름을 받았다. 그때 당시 음료수 살 돈으로 나에게 배정(?)된 돈은 총 7만원인가 그랬던 거 같다. 그런데 음료수를 열라 넉넉하게 50개 사도 돈이 한참 남았다. 난 음료수만 산 연수증을 법인카드와 함께 드렸다. 7만원보다 한참 모자르게 돈을 쓴 영수증을 본 직원이 "미영씨는 왜 이렇게 융통성이 없어? 미영씨 사고 싶은 것도 좀 사지. " 이러는 거다. 난 별 대답을 안했는데 결국 그 직원이 지하 매점에서 원두커피 초코렛 휴지 물티슈 등으로 7만원을 가득 채웠다. 그걸 보면서 결국 우리 엄마아빠가 낸 세금은 저런데 다 쓰여지는구나 싶었다.
요즘 학교도 예산 처리 마감일이 다가와서 엄청 분주하다. 내돈도 아닌 돈 쓴 거 처리하느라 나도 죽을 지경. 여하튼 대학생들이 낸 등록금은 이렇게 쓰여지는 것이다. 최신형 컴퓨터와 LED 모니터로 또 회식으로.
교수되는데 돈이 엄청 들고 학생들이 교수에게 지식을 얻는 건 부정할 수 없지만, 가끔 기가 막히다는 생각이 든다. 그렇다고 대학생들이 의식있고 깨여있고는 반값등록금을 주장할 수 있을 만큼 당당하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그냥 우리집과 내 통장에는 돈이 참 없는데 어딜가든 돈이 넘치고 다들 돈을 다 쓰느라고 골머리인 것이 아이러니다.

내부고발자

단문 2011. 11. 18. 17:37

내부고발하는 사람들 심정을 알 것 같다. 이게 불법임을 알면서도 윗사람이 밀어붙이니까 따를 수 밖에 없는 심정. 이러다 큰 일 터지면 결국 힘있는 사람은 어떻게든 빠져나가지 않을까? 대학교가 얼마나 썩었는지 깨닫는 중이다. 물론 전체적으로 보면 도저히 어쩔 수 없는 상황에서 자행되는 예외가 있을 수 있다. 하지만 이건 아니지. 이럴꺼면 그냥 다 때려치는 편이 낫겠단 생각이 드는 오늘이었다. 그냥 배신자 되고 다 까발린 내부고발자들은 아마 발 뻗고 편히 잠들었을거다. 아.. 젠장.


이제 금방 풀무원 녹즙 아주머니가 왔다가셨다. 시음 한번 해보라며 빨대까지 꽂아서 주고 가셨는데, 갑자기 서글퍼졌다.
너무 소심한 영업이었다. 권유 한마디 없이 엄청 무거워 보이는 냉장가방을 둘러매고 나가셨다. 그리고 왜 저렇게 공손하신건 지 모르겠다. 물론 그것조차 그 아주머니의 영업전략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영업하는 아주머니들 보면 내 맘이 그렇게 서글프다. 엄청 추운 날씨에 야쿠르트 차 끌고 다니는 아주머니들을 봐도 그렇고, 노상하는 분들도 그렇고. 먹고 살기 위해 행해야 하는 모든 행위들이 어렸을 때는 엄청 귀엽고 이뻤을, 부모님께 고귀한 대접받고 사랑받았던 한 인간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지 생각하면 가끔 가슴이 먹먹하다.
갑자기 슬퍼졌다. 오늘 오후가.

꼬마들의 우정

단문 2011. 11. 15. 23:00
며칠전에 TV에서 초등학교 5학년 남자 꼬마들이 나왔다. 한명은 이혼한 아버지와 함께 사는 아이, 다른 한명은 화목한 집안의 아이였다.
그 둘은 권투 체육관에 다니는데, 항상 활기차고 신나보이는 화목한 집의 애와는 달리 이혼한 집의 아이는 내성적이고 항상 의기소침했다.
그 둘이 같이 초등학생 아마추어 권투 시합이 있는 날, 의기소침한 아이는 끝내 엄마에게 와달라는 전화를 못하고 울면서 혼자 체육관에 갔다.
시합 시작 전, 엄마 생각이 나서 인지 그 어린 애가 갑자기 서럽게 울기 시작했다. 그걸 보던 항상 명랑한 꼬마가 지 친구에게 울지말라고 하다가, 결국 자기도 눈물을 뚝뚝 흘리는 것이 아닌가. 그 장면을 보고 나도 울고 말았다.

무자비한 마사지

단문 2011. 11. 11. 20:47
3만원주고 무자비한 중국 황실 등마사지를 받고 왔다. 내가 진짜 싫어하는 교수가 나오는 꿈을 꾼 엊그제부터 내 목 근육이 굳었다. 오른쪽 왼쪽으로 고개도 못 돌렸는데 마사지 받으니까 이제 그건 된다. 근데 아직도 고개숙이는 게 잘 안된다.
무자비하긴 했지만 받고나니 확실히 시원하다. 실내를 좀 쌀쌀하게 해놓은 게 불만 이었는데, 온 찜질도 해주고 그렇게 비싸지도 않고 집에서도 가깝워서 좋다.
회사를 서울로 다닐 땐 병원도 마사지도 다 서울에서 받았는데, 요즘엔 진정한 인천사람이 된 느낌. 오는 길에 사온 코코호두가 참 맛있었다.

썩을 영어

단문 2011. 10. 29. 21:59

썩을 영어가 나를 너무 짜증나게 한다. 수요일마다 영어로 에세이를 써야 하는데 도저히 어떻게 써야 할지도 모르겠고 A4 반절 쓰는데 농담이 아니라 한 6시간이 걸린다. 처음 할 때는 의욕에 불타서 영어를 시작했지만 영어로 한시간 얘기해도 하는 얘기는 한정적이고 실력도 전혀 늘지가 않는다. 에세이를 써도 맨날 쓰는 표현만 쓰게 되고 내가 정말 쓰려고 하는 건 도저히 쓸 수가 없다. 취미로 일어를 배울 때도 그렇고 이번에 영어를 배워도 그렇고 내가 이렇게 백날 한국에서 공부해봐야 절대 다른 나라 언어를 정복하는 것은 불가능하겠구나 하는 좌절감만 깊이 맛보고 있다.
아오 진짜 해 떴을 때 숙제를 붙들고 있는데 아직 A4 의 3분의 1도 못채웠다. 더러운 한국. 영어만 잘해도 먹고 사는. 어린 애들 영어 배우게 하려고 애쓰는 아줌마들 심정이 조금은 이해가 되려고 한다. 내가 번 돈을 다 털어서 영국 한 3년 다녀오면 영어 잘할 수 있는건가? 근데 또 영어를 잘하면 또 어디에 쓸건데? 크크크크크

잠이 안온다.또...

단문 2011. 10. 11. 00:54
요즘 학교에서 교수들이랑 일하면서, 그냥 학사만 나온 사람들하고 일하고 싶다는 생각을 사무치게 한다. 교수 하면 모든 사람이 우러러보고 어딜가도 대접받을 것 이다. 때문에 누구 명령을 받아본 적도 없고 학교 안에서 무소불위의 권력을 휘두르는 그 사람들의 사고방식이 나를 가끔 미치게 만든다. 전혀 협조라는 것을 모르는 사람들이다.
25살 이후 돈을 벌면서 드는 생각은 내가 그냥 병신인건 아닐까.하는 생각이다. 어딜가도 이렇게 적응 못하고 홧병날 것 같으면 그냥 내가 병신인거다. 남들은 잘만 사는데 말이다.
딱히 잘하는 것도 없고, 지금 일하면서 배워가는 건 행정력 이라면 행정력인데 좋게 말해 행정력이지 이건 뭐 교수들의 씨다바리 of 씨다바리일 뿐이다.
난 일할 때 똘똘한 편이고 교수들이 뭔가를 얘기하면 나름의 대안을 찾으려 노력하는 편이다. 근데 내가 왜 이러고 있나 싶은거다. 어차피 계약직이라 2년 후 짤리는 거 알고 온거고 1년도 안남아서 참아보려 하지만 몸이 편한 한편으로는 약간의 자괴감을 항상 곱씹으며 돈을 벌고 있는 중이다. 중학교이후로 한번도 어긋난 적 없는 생리주기도 이상해졌다. 날짜가 10일이 지났는데 기별도 없고 배만 묵직하니 아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