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가한 시절 끝

단문 2013. 2. 19. 19:00

아... 1월 한달 참 천국같고 좋았는데 이제 한가한 시절은 끝난 것 같다. 

다시 12월 처럼 연장근로 해야만 하는구나 생각하니 우울하다. 

아무래도 렌즈를 빼고 안경을 끼든지 해야겠다. 눈도 뻑뻑하고 기분도 우울하고.

오늘 연말정산 확정액이 나왔는데 생각보다 두둑해서 (뭐 워낙 월급이 적어서 낸 세금도 적고 돌려받는 돈도 적지만) 기분이 좋았는데 회의 후 또 엄청 우울해졌다. 

아... 회의 같은 것좀 안하고 살 순 없나. 연장근로까지는 괜찮은데 밤 10시 넘으면 기분이 한없이 우울해지는데 물리적 시간이 부족하면 어쩔 수 없는 거니까.

여하튼 오늘부터 난 연장근로 시작. 

힘이 전혀 안나네. 배철수 음악캠프라도 들어야겠다.


바보같았다.

단문 2012. 11. 25. 13:46
25살의 나를 떠올려보면 당시 나의 미성숙함에 치를 떨며 반성하게 된다.
내가 지금 정신과 아량으로 다시 25살이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 쓰잘 데 없는 생각인 걸 알면서도 자주 이런 생각을 한다. 우울했던 20대 초반. 돌이켜보면 그 때 조금만 더 내가 영리하고 또 나에게 자신이 있었다면 내 인생은 180도 바뀔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계속 망설이고 자신도 없었지. 일요일 낮 누워서 젊었던 그 때를 돌이키니 속이 쓰려서 견딜 수가 없다.
이런 후회를 하고 있단 것 자체도 내가 아직 멀었다는 증거겠지.
휴. 결론은 또 역시나 그 때 널 붙잡았어야 했어. 보고싶다.

눈치보기

단문 2012. 11. 12. 11:57

우리 회사 소모품 담당하는 대리님은 내가 뭐 좀 필요하다고 사다달라고 하면 무조건 "왜"라고 물어본다.  

다른 직원들한테는 안그러는 거 같은데 유독 나한테만 왜 그게 필요하냐고 물어보면 갑자기 짜증이 확난다.

내가 필요 없는 거 시키는 것도 아닌데.

왜 라고 물어보면 내가 그 물건이 어디에 어떻게 필요해서 사야할 것 같다고 얘기를 해야만 알겠다고 하신다.

그 대리님한테 "왜" 라는 말 듣기 싫어서 내가 그냥 가져온 물건도 꽤된다. 클립통, 인덱스테이프, 포스트잇, 자, 볼펜, 형광펜, 색연필 다 내가 집에서 쓰던 거 가져왔다고.

아오 짜증나. 내가 오늘 사달라고 한 게 몇 만원 짜리도 아닌데.

나 신입 들어오기 전 컴퓨터랑 책상도 아마 저 대리님이 그냥 시킨 거 같은데 자기네들은 다 ㄱ  자 열라 넓은 책상에 서랍장 책꽂이도 두세개씩 놓고 쓰면서 내 책상은 자기네들 책상 반밖에 안되고 컴퓨터, 모니터도 너무 사양 낮은 걸 사놨다.

그리고 자기네들은 다 무선 마우스 키보드면서 내 키보드 마우스는 완전 후진 키보드 마우스 사다 줘 놓고.

월요일 아침부터 사소한 걸로 울컥하게 만드네!!


이런 충격적인 일이.

단문 2012. 11. 6. 17:06

회사에서 두달남짓한 기간동안 간신히 정 붙였던 분이 관둔다는 소식을 들었다. 나보다 3년이나 더 일하고, 물어봐도 항상 자세하게 알려줘서 무슨 일만 생기면 다 그분 께 물어보곤 했는데.

관두신다니.. 관두신다니..

그 분만 너무 일이 많다고 속으로 생각은 하고 있긴 했는데 정말 지금 회사에서 최고 괜찮은 분이라 생각했는데.

아. 오늘따라 몸도 안좋고, 충격으로 일도 안되고. 오늘 출근길에는 경인고속도로에 사고가 나서 고속도로에서 1시간 반을 그냥 시동끄고 가만히 있어서 피곤한데, 이런 을씨년 스러운 날씨에 이런 우울한 뉴스라니.


평생

단문 2012. 11. 5. 01:06
나는 2007년 2월에 대학을 졸업했다. 백수였던 4개월을 제외하고는 쭉 이렇게 월요일이 오는 것이 끔찍하다.
오늘은 하루종일 날씨가 우울했다. 강하진 않아도 꾸준히 비가 왔다.
대학 입학 전에는 배우고 싶은 걸 배울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연애 시작 전에는 사랑은 더 숭고하고 오래가는 것인 줄 알았는데, 직장생활 전에는 내가 대단한 일을 할 줄 알았는데.. 모두 빗나갔다.
하긴 어렸을 때는 내가 스물다섯이 넘으면 조금 대단한 인물이 되어 있을 줄 알았었지.
하루하루 십분 후 한시간 후 주어진 과제를 매일 하고는 있지만 월요일밤만 되면 이렇게 지옥같이 우울하니. 대체 구만리같이 남은 이 인생을 어찌하오리까.

환상

단문 2012. 7. 9. 17:30

어렸을 때 나는 남녀간의 사랑에 대한 환상이 심했다. 그도 그럴 것이 영화나 책이나 드라마를 너무 많이 봐서.

난 어른이 되면 그런 영화나 책에서 나오는 것 처럼 서로 좋아서 어쩔 줄 모르고 안보면 미칠 것 같은 절절한 사랑이나 연애를 일생에 한번은 할 수 있을 줄 알았는데 서른살이 된 지금까지도 그런 경험은 한번도 없고. 막상 지금은 그런 힘든 사랑라면 하고 싶지 않은 생각마저 든다.

상대방을 심하게 좋아하면 괴로운 건 나 자신이라는 걸 너무 잘 알고, 이 세상 어느 누구도 나보다 더 사랑하면 안된다는 것도 아니까 말이다. 그렇다 난 이미 알만큼 알고 약아 빠졌기 때문이다.

이런 못난 내 연애사 때문에 난 매체에서 모든 사람들의 첫사랑은 아련하고 절절하다고 전제하는 것에 큰 불만을 갖고 있다.  나같이 첫사랑이라고 해봤자 별 거 없는 사람도 꽤 많을텐데. 나만 이 모양인가 싶어서 소외감마저 느낀다.

엔니오 모리꼬네가 작곡한 음악들 듣고 있는데 러브테마가 듣기만 해도 스토리가 연상될만큼 슬프고 절절하다보니 마음이 동하고, 그렇다보니 연애에 대해 생각해보게 된다.

여러 영화에서 말 그대로 죽을만큼 사랑했는데 헤어져야 하는 주인공들을 보면서 대리만족도 하고 눈물도 흘리지만, 난 절대 그렇게 되고 싶지 않다. 그냥 소설이나 영화에서만 보고 느끼고 싶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언젠가는 누군가는" 이라고 항상 기대하고 있는 걸 보면 아직도 환상 속에 살고 있는 것 같기도 하고.


단발머리

단문 2012. 6. 5. 17:31

6월 3일 일요일 저녁 쯤에 구월동에 가서 머리를 단발로 잘랐다. 다가올 여름에 대비하여 딱 묶일정도로만 지금보다 짧게 자르자 하는 마음으로 갔는데 결과적으로는 완전히 단발이 되었다.

머리를 자르면서 난 점점 공황에 빠져들었는데, 고등학교 1학년 이후로 이렇게 머리가 짧았던 적이 없었던 것 같다. 아무리 짧아도 어깨에 닿는 정도였는데 이번에 내 머리카락의 길이는 "현저히" 어깨 위다.

미용실에서 나와서 어떻게든 어색함을 무마하고자 반묶음을 하고 백화점 거울을 여러번 봤는데도 어색했지만, 그날 밤 머리를 감고 말리는 순간 나의 불만은 눈녹듯 사라졌다.

머리를 감고 말리는 시간이 딱 반으로 줄었다. 올 여름 아주 거뜬하게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기분 전환도 되고. 뭐 예의 상 하는 말들이겠지만, 자른게 낫다고들 하니까. 심지어 우리 엄마는 그냥 앞으로 영영 머리 기르지 말고 지금 머리길이를 유지하라고 까지 하셨다.   


외로운 달

단문 2012. 6. 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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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에 와서 바로 옷을 갈아입고 바로 자유공원으로 가서 이곳 저곳을 혼자 걷고 내려오면 아주 적당히 우울해진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우울한 느낌은 한없이 차분해지는 느낌이기도 하고 한없이 나른해지는 느낌이기도 하고.


절정에 달한 장미꽃을 보고 있노라면 꽃이 지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 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순간 순간 연초록을 잃고 진초록으로 변해가는 나뭇잎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름이 다가오는 것을 실감하고, 내가 아무 일 없이 이렇게 충실하게 나이들어가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혼자 터벅터벅 자유공원을 내려갈 때에는 두더지게임의 두더지가 어김없이 익살스럽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는데 나는 피식 하고 웃으면서 그 두더지의 억양을 항상 정확히 흉내내본다. 


딱 그 시각,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그 시각에 뜬 외로운 달과 외로운 내 마음.


썩을 네이버 검색

단문 2012. 5. 30. 00:16

내가 소개팅에 관련된 글을 쓴 뒤로 유입 키워드가 모두 다 소개팅 관련 키워드라 관련 글을 다 삭제하고 비공개로 해놓았음에도 네이버에서 계속 검색이 되는 거 같다. 네이버를 스스로 검색해보면서 블로그 검색에 내 블로그가 첫번째 두번째로 뜨는 걸 보면서 좌절하고 있다. 아오 진짜. 왜 계속 검색되냐고.

이상한 삶에서 벗어나서 원래 나로 살기로 결심했는데 소개팅 글을 주루륵 써놓다 보니 없어보였는지, 비공개 덧글도 이상한 게 많이 달리고. 나는 하나의 깨달음을 얻었다.

소개팅 관련글은 진짜 내 책상위에 있는 일기장에만 적고 여기에는 적지 말아야지. 내 불찰이다.


치고 빠지기

단문 2012. 5. 14. 18:17
나는 매일매일 실체도 없는 과거와 싸우고 있다. 지금 나를 가장 괴롭게 하는 건 암담한 나의 미래지만, 내가 더 나아가지 못하는 이유는 특정 시점에 받았던 공포 때문이리라.
내 인생은 내가 선택할 수 있는 거고, 내가 던진 돌때문에 누군가 맞아 죽는다고 해도 나는 전혀 상관없이 살 수 있어야 한다.
하지만 나에게는 쓸데없이 연민이 너무 많다. 아 .. 난 왜이렇게 변덕이 심한걸까. 대체 뭘 두려워하길래 이렇게 살고 있는걸까.
난 사실 아무 고통없이 살아왔는지도 모른다. 그런데도 왜 이렇게 하루하루를 살고 있는지 모르겠다. 날 구해줄 사람이 있을까. 틈만나면 이지경 이꼴이 되고마는 이 정떨어지는 나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