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금방 풀무원 녹즙 아주머니가 왔다가셨다. 시음 한번 해보라며 빨대까지 꽂아서 주고 가셨는데, 갑자기 서글퍼졌다.
너무 소심한 영업이었다. 권유 한마디 없이 엄청 무거워 보이는 냉장가방을 둘러매고 나가셨다. 그리고 왜 저렇게 공손하신건 지 모르겠다. 물론 그것조차 그 아주머니의 영업전략일 수도 있지만 말이다.
영업하는 아주머니들 보면 내 맘이 그렇게 서글프다. 엄청 추운 날씨에 야쿠르트 차 끌고 다니는 아주머니들을 봐도 그렇고, 노상하는 분들도 그렇고. 먹고 살기 위해 행해야 하는 모든 행위들이 어렸을 때는 엄청 귀엽고 이뻤을, 부모님께 고귀한 대접받고 사랑받았던 한 인간을 얼마나 황폐하게 만드는지 생각하면 가끔 가슴이 먹먹하다.
갑자기 슬퍼졌다. 오늘 오후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