관두기 3일전

일상 2010. 4. 7. 12:00
이제 금요일까지만 나오면 이 회사 생활은 끝이다.
이제 3일 되서 나 솔직히 일하기 싫어서 일 대충하다가 일이 커져서 다른 지점에서 이제 금방 욕을 바가지로 먹었다. 후배들도 나때문에 욕 먹어서 눈치 주는 거 느껴지고. 그나저나 난 나름 후배들 신경써 줬다고 생각하는데 아무리 관두는 마당이지만 골치아픈 건 다 선배가 해결해라 하는 게 느껴져서 또 서럽다. 아흑. 아무래도 퇴사 바로 직전까지 일 해야 할 것 같지만 이제 이번 주면 영원히 안녕이니까 참는다.  

오늘 아침에 번뜩 블로그에 써야겠다 한 내용은 이게 아니고, 다른 내용이다.
지금 나 바로 위에 있는 남자 과장은 무슨 얘기만 하면, 남녀관계(육체적 정신적 관계 모두) 쪽으로 이야기를 몰아가는 경향이 있다. 내가 평소 힘들어 하는 것도 애인이 없어서 스트레스를 못풀어서 라는 식으로 이야기 하면서 결국에는 또 그런 쪽으로 이야기가 흘렀고 심지어는 새로 입사한 사람에게도 나를 지칭하며 쟤가 몇년째 남자친구도 없어서 주말에 뭐 할일도 없어서 저렇게 회사생활 오래 못하고 관둔다고 말하는 걸 엿들은 적도 있다.
더불어 유부남은 젊은 여자 좋아하면 안돼? 라는 말도 서슴없이 하고 회사에 있는 젊은 여자들 외모를 지가 뭔데 하나둘씩 평가하는 경우도 많다. 난 내 위에 남자 과장이 열라 쪽팔리고 남자 망신 다 시키는 미친놈 이라고 생각하기 때문에 난 어느 정도 대놓고 이야기 하는 편이었다. '젊은 여자가 또래 결혼 안한 남자 놔두고 유부남을 왜 좋아하는데요?' 라고 말하거나, 아니면 저 여자가 나한테 관심 있는 거 같다. 이런 식의 착각을 무지하게 할 때에는 '전혀 아닌데요. 착각인데요.' 라고 말하거나 나 정도면 적극적으로 대처했다고 생각한다. 뭐 나처럼 느낀 여자가 한 둘은 아니었던 모양인지, 내가 너무 가기 싫어 빠진 회식 자리에서 성희롱 했다고 부장한테 경고 먹었다는데, 회식자리에서 찍은 사진을 보니 눈이 완전히 풀려선 만만한 여자 허리 감고 헤벌레 하고 있는 모습이 참 가관이었다. 딸만 둘이던데 그러고 싶나.  
여하튼 일 때문에 같이 차를 타면 또 어이상실한 소리를 계속 하는 통에 난 아예 대꾸를 안했는데, 내 후임으로 들어온 애(나보다 2살 어림) 한테도 어제 하루종일 그런 이야기를 한 거 같아서 내가 어제 그 과장이 이런 이런 이야기 하지 않았냐 라고 물어보니 후임이 사실을 실토하였다. 들어온지 얼마 안되서 대꾸를 안할 수도 없고, 남자 과장은 계속 이야기 하고 지금 일하는 나랑 후배는 술을 싫어해서 퇴근 후에 술 마시자는 이야기를 못했는데 **씨는 가끔 맥주 한잔 들어가자는 등의 이야기를 하루 종일 했다는데 참 고생을 많이 한 것 같았다. 앞으로 이걸 견딜 수 있을까 싶었다는데 어떡하냐. 내 후임은 들어온지 이제 한 달도 안됐는데 쯧쯧. 그래서 내가 그런 거 참고 있는 건 미련한 행동이니까 다음에 또 그러면 지금 이러시는 거 내 입장에선 성희롱으로 밖에 생각 안되니까 그만하시라고 이야기 하라고 그랬다.
내가 여기 들어오기 전에 계약직으로 일하는 데에는 ㅅ차장이 있었는데 거기 일하던 계약직 여자들에게 지금 생각해보면 수위높은 성희롱을 여러 차례 행했다. 나중에는 내가 이걸 녹음을 할까 말까 고민하고 피해 다녔는데 어느 봄날 그 ㅅ차장이 자기가 가는 강남에 있는 룸살롱 사이트라면서 보여준 사이트에 있는 사진들이 정말 심했다. 충격을 받고 할 말을 잃은 체로 자리로 돌아와서 앉았는데 화가 치밀어 올라서 차장이 있는 자리로 가서 앞으로  아까 같은 행동을 다시는 하지 말라. 기분 나쁘니까. 라고 말했더니 아니 뭐.. 이러면서 말을 막 얼버무리더니, 결국 얼굴 귀 까지 다 빨개져선 나랑 아예 눈도 못 마추쳤다. 그 뒤로는 그 ㅅ 차장이 나를 의도적으로 피하는게 느껴져서 으이구 저 병신.... 하면서 뭐 어떻게 보면 편히 회사생활 했다. (지가 알아서 피하니 얼마나 편한가)
내가 하고 싶은 이야기는 그렇게 성희롱 하는 인간들은 대놓그 그 행동에 대해서 이야기 하면 지들도 쪽팔린 행동을 했다는 걸 알기 때문에 그 이야기를 면상에 대고 한 여자에게는 더이상 그런 행동을 안한다는 거다. 갑자기 옛날 생각하니까 화가 나서 지껄였다.  

부적응자.

일상 2009. 6. 12. 20:01

교육을 다녀왔다. 저기 용인 깡시골에 있는 곳으로 다녀왔는데 난 용인이 그렇게 시골인 줄 몰랐다. 인천이 뭐 용인에 비하여 얼마나 세련된 도시겠냐만은 난 용인사느니 인천살겠다. 교통이 너무 심하게 안좋잖아. 7월달에는 회사에서 저기 경북 문경 가서 산악자전거 타고 사격하자는데 정말 돌겠다. (그것도 무려 금요일 토요일 1박 2일의 스케줄) 고등학교 때도 수련회 안가고 학교에서 자원봉사로 잡초 뽑고 비디오 봤던 내가 1년동안 4번씩이나 되는 숙박 교육을 가려니까 말 그대로 토 나온다. (대학때도 1박 2일 엠티는 단 한번 갔었다. 갔다와서 기관지염에 시달렸었지.;;)
교육 받은 거 자체는 꾸역꾸역 회사에서 받으라고 하니까 돈 벌어야 하니까 하는 건데, 거기서 멍하게 교육 받고 있으려니 정말 세상살기 너무 힘들단 생각을 마르고 닳도록 했다.
용인이 도저히 전철로 오기에는 동인천과 거리가 멀어서 아빠에게 나 좀 집에 데리고 가주세요 하고 부탁을 했는데 생각보다 교육이 일찍 끝나서 기다리는 동안 연수원 안에 있는 산책로를 혼자 걸었다. 회사에서 딱히 친한 사람도 없고 아쉬운 소리 하기 싫어서 아빠한테 부탁한건데 다들 과보호 받는 딸인 줄 알더라. 다른 회사 사람들은 끝나자 마자 차 타고 잘 들 떠났다. 낯선 곳에서 혼자 산속 산책하다보니 기분이 부쩍 우울해져서 시골로 내려간 친구에게 전화를 해서 난 아무래도 회사 체질이 아닌 것 같다고 하소연을 했다. 내 친구에게서 지극히 현실적이고 당연한 대답이 돌아왔다. 그래. 뭐 우리 둘이가 어줍잖은 말로 희망을 복돋아줄만한 사이는 아니지.
거기 연수원은 현대그룹 전체 연수원이 다 모여 있는 곳이었는데 교통이 너무 불편하다는 것만 제외하면 공기가 무지 좋고, 뻐꾸기도 울고 산책로는 베리 굳이었다.

저번에 어떤 사람에게 니 주변 사람은 왜 다 못됐냐? 라는 말을 들은 적이 있다. (비꼬는 투였다) 그러니까 내가 항상 주변 사람들 불평불만만 하고 나쁜 사람 만드는 거라는 뜻이었다. 그리고선 아마 니 자신을 먼저 되돌아 보라고, 남의 결점만 보는 사람은 자신의 결점은 못보는 거라고 말했었다. 그 이외에도 다른 말이 많았지만, 시간이 좀 흐르고 보니 다른 말들 보다 이 말이 참 나에게 큰 상처가 된 거 같다. 이제까지 나랑 친구관계 유지하여 주는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이 들기도 했고. 이런 불만 투성이의 볼멘 소리에도 다들 공감해주고 오냐 오냐 해주니 이 얼마나 감사한 일이냐.

내 직속 과장도 관두고 새로오고, 그 위에 팀장도 새로 왔다. 저번주에는 새로 오신 팀장이 개별 면담을 하는데 난 있는 그대로 솔직하게 냉소적으로 대답을 했고, 역시나 내 신변에는 아무 변화가 없었다. 긍정적이든 부정적이든.
작년에는 회사에서 내가 하고 싶은 일이 한가지라도 있을 줄 알았다. 그런데 2년이 다 되어가는 마당에 하고 싶은 일이 단 한가지도 없다는 것을 깨달았다. 물론 하고 싶은 일 하고 사는 사람이 없는 건 안다. 하지만 적어도 하기 싫은 일을 이렇게 죽어라 하면서 평생 살아야하나.
평소 때 피해의식 있는 사람 싫다고 얘기는 하지만 어쩌면 내가 피해의식이 쩌는 인간인 거 같다. 요즘들어 가장 부러운 사람은 나이 생각 안하고 내가 지금 이미 반 이상 걸어온 길이 처음부터 잘못된 거 같으면 그래 시간 좀 보내면서 잘 생각해보라고 응원해줄 수 있는 집안의 사람이다. 이거 또한 솔직히 까놓고 말해서 경제력 아닌가.
난 왜 똑똑한 인간이 못되어서 대학 4년을 그리 허송세월하고 이 지경으로 되어 있나. 애초에 승부욕 있고 경쟁심 있는 사람이 아니라 뭘 한들 평균 정도만 하면 되는 생각으로 살아온 게 문제일 수도 있는데, 도통 나같은 인간이 이런 사회에 발 들여놓을 자격이 있나. 버틸 능력이 되나 싶다.

회사 사람들이 그 책을 쳐다보는 것 만으로도 아마존의 열대우림에게 미안한 마음이 드는 썩을 경제 경영 서적이나 자기개발서에서 나오는 얘기나 나에게 지껄이는 이유는 단 하나다. 그냥 내가 여기 버티고 하는 일 하고 있어야 지들 심간이 편해서 그러는 거겠지. 아무리 인간적으로 회사 내에 친하다고 해도 나랑 일에 있어 관련이 되면 그 사람이 아무리 죽을 똥 살 똥 몸과 마음이 아파서 한 2~3일 회사 안나오면 내 몸이 힘들고 왜 걔는 회사 안나오고 지랄이야. 하는 생각 드는 게 회사다.
꼴에 3년차라고 일이 넘쳐나서 내 유일한 위로였던 블로그도 제대로 못하고, 6월 쯤에는 9층 건물 창문으로 뛰어내리고 싶었던 적이 한 두번이 아닌데. 이거 역시 내가 모든 것에 삐딱해서 지극히 당연한 사회의 이치에 수긍하지 못하고 혼자 왜왜왜! 하고 불평 불만만 늘어놓기 때문이라면, 나같은 건 그냥 집안에 틀어박혀서 밥이나 축내는 인간으로 살아야 할 거 같다.
뜬금없이 이런 얘기하기 뭔 하지만, 카프카의 변신 를 읽었을 땐, 역시 나같은 단세포 인간이 이해하기엔 어렵다는 생각을 했는데, 참 지금 내 상황에 그보다 더 걸맞는 소설은 없을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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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무실 천장 물이 새서 조명이 튀어나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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조명이 튀어나오기 직전의 상황.;;


혼자 점심먹기.

위로 2008. 10. 31. 12: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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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예전에 흔히들 말하는 된장녀 스러운 습관을 하나 가지고 있는데 거의 맨날 점심을 먹고 테이크아웃 커피점에 가서 커피를 사 마신다. 비싼 커피 마시는 게 그리 큰 잘못인가? 한잔에 십만원짜리도 아니고.
내가 뭐 비싼 커피 가끔 사먹는 건 우리회사가 점심이 공짜라서 그런 것도 크다. 그냥 남들 점심 먹는 돈으로 커피 사먹는다고 생각하고 있다.
난 예전부터 미용실도 그렇고 문구점도 그렇고 단골손님이 되는 걸 좀 부담스러워 한다. 그 곳 이외에 다른 곳을 가면 죄책감 느끼는 것도 싫고, 단골이라고 주인이 나한테 친한 말을 건내도 좀 불편하고 그런거다. 난 그냥 매일 와도 처음 오는 손님처럼 사무적으로 대하는 데가 좋더라. 음식점도 그렇고 병원도 그렇고 미용실도 그렇고.
이렇게 단골손님이 되는 것을 방지하기 위해서 회사주변에 있는 5개 커피숍을 돌아가면서 가고 있다.
가끔 회사 사람들이 꼴도 보기 싫으면 그냥 혼자 가서 커피랑 빵이랑 먹으면서 음악듣는다. 이미 사무실에서도 나 혼자 나가면 쟤 또 혼자 먹으러 가는구나 하고 내버려 두는 분위기고.
옆에 보이는 건 저번에 또 우울해서 던킨도너츠가서 혼자 점심 먹었을 때 찍은 사진이다. 이때는 the veve 신보가 새로나왔을 때 인데 mp3로 love is noise를 듣는데 갑자기 울컥해버렸다. 그리고 중3때 엄청 좋아했던 the verve가 여전히 멋있는 모습과 음악으로 돌아와서 기쁘기도 했다. 뭐 울컥하는 마음이 더 크긴 했지만.
아 그리고 바로 옆에 보이는 던킨도너츠 박스는 미니도너츠 세트 먹으니까 넣어주는 상잔데 너무 귀여워서 사진을 찍어놨다.

아 이 포스팅도 사실 예전부터 끝마치려고 했던건데 오늘 야근하면서 짬내서 완성하는 중이다. 이제금방 김밥을 사다 먹었는데 단무지가 무지막지하게 크네. 난 식초맛 나는 음식을 굉장히 싫어해서 짱아찌도 싫고 단무지도 별로 안 좋아한다. 대학교 1학년때까지는 냉면도 잘 안먹었다.

이건 딴소리고 내가 이 포스팅을 처음 쓸 때의 목표는 내가 요즘 좋아하는 노래 뮤직비디오 올리고 싶어서였으니 본래의 목적에 따라 뮤직비디오를 올리겠다.

우선 첫번째로 the verve - love is noise

[Flash]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59B578643E721A6B43D41D496879EB567A69&outKey=V127923b70049da1a6e5d92b3e8799dce9e7a148b8702366aa5c592b3e8799dce9e7a



이번 forth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봤더니 역시 love is noise 빼고는 그닥 기억에 남는 곡이 별로 없었다. 그런데 오랜만에 돌아왔고, 뮤직비디오도 멋있으니 봐주기로 했다. 저 뮤직비디오 처음 볼 때 촛불 장면이 멋있다고 생각했는데 중간중간에 뭔가 낯익은 장면인걸? 하고 봤더니 북한 어린이들이었다. (나중에 북한 국기도 나오고) 이 노래는 우후우후우후 아하아하아하 이후렴이 곡분위기의 반은 먹어주는 듯 하다. 뮤직비디오까지 날 실망시키지 않아서 다행!

그 다음으로는 fall out boy - I don't care

[Flash] http://serviceapi.nmv.naver.com/flash/NFPlayer.swf?vid=45DD7D9B6735147D7984A60BDA095CF22EF6&outKey=V12106edf51f9de20f7958bcd56f24a4e0b38d2c47cbdcf572b228bcd56f24a4e0b38



fall out boy 는 thanks for the memory 이외에는 아는 곡이 없다. 위 곡도 이번에 새로나온 싱글인 것 같은데 후렴구가 신명나서 좋다. 나는 퇴근하면서 시끄러운 락음악 크게 듣는 버릇이 있는데 그 때 들으면 딱이다. fall out boy 노래는 요즘 이 노래말고도 thriller 라는 노래도 좋아하는데, 뮤직비디오가 없고 공연장에서 노래하는 동영상만 있길래 그냥 안 올렸다; 난 예전부터 라이브버전으로 음악듣는 걸 별로 안좋더라. 라이브앨범 CD로 사는 것도 조금 이해가 안간다. 난 그냥 최상의 상태에서 관중소리 없이 녹음한 곡으로 듣는게 좋더라.
아 근데 서양에도 바바리맨이 있는 모양이지? 난 이제까지 살면서 저런 노출증 걸린 남자=변태 를 한번도 안봤다. 행운이라면 행운이지. 흐흐.

위 곡들 말고도 my chemical romance 의 sleep 도 자주 듣고 이번 주말엔 스텔스 O.S.T 를 다운 받았는데 여기 들은 incubus 곡이 또 그렇게 괜찮다. incubus 곡은 나중에 포스팅 해야지.

벌써 2008년 11월 이라는 게 실감이 나지 않는 11월 4일 화요일 밤이로군. 아 피곤해.
오늘은 루꼴라 없이 야근해서 그나마 즐거운 야근인데 아프리카로 일본시리즈 세이부 : 요미우리 경기 보고 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점점 더 남성스러워 지는 것 같다. 위에 곡 성향도 그렇고, 드라마는 하나도 안보고 mlb,일본프로야구까지 챙겨보고 있으니.
근데 응원하는 세이부가 자꾸 바보짓을 해서 열받네. 아오.


끝이 아니야.

일상 2008. 10. 14. 17:21
회사에 들어오고 20대 중반에 접어들면서 나를 가장 많이 괴롭혔던 건, 이대로 내가 끝이 아닐까 하는 조바심 이었다.
물론 직장을 계속 다닌다고 해서 내가 없어지는 건 아니지만, 이제 앞으로 돈 좀 벌다가 돈 모이면 결혼하고 애낳고 애 키우고 이렇게 지극히 평범한 삶을 사는 건 나에게 있어서 그냥 "끝" 이상의 의미가 없었다. 대학 때 난 그냥 평범히 사는 게 소원이라고  말은 하고 다녔는데 우리나라에서 평범히 사는 건 돈 때문에 하기 싫은 일 계속하기, 그래도 자식 때문에 못 관두기 이거 이상의 의미가 없다는 걸 직장에 오면서부터 깨닫게 되었다.
원래 집안에 돈이 많아서 돈을 안 벌어도 도서관이나 다니면서 공부하고 가끔 여행이나 가면서 우아하게 살 수 있는 처지도 아니고.

어제는 나에게 큰 시련을 안겨줬던, 하지만 내가 여기 취직할 수 있는 가장 큰 이유가 되었던 부장님 ( 다른 사람은 다 나 싫다고 하고 부장님만 유독 맘에 들어서 면접 통과) 이 건강을 이유로 이번달 까지만 하신다는 소식을 들었다.
조금 충격이었다. 뭐 부장님이 나에게 크게 신경써주신 것도 없고, (뭐 야구 좋아하셔서 유일하게 야구얘기할 수 있는 분이긴 했지만) 오히려 부서 이동 떡밥을 나에게 던져주시사 날 결국 이 자리에 눌러 앉도록 만든 분이지만 그래도 충격은 충격이었다.
그리고 한편으로는 이 나라 망하네 어쩌네 하는 흉흉한 소문이 도는 시기에 일을 관두신다니! 부장님댁 재정수준도 우아하게 살 수 있는 수준이구나. 하는 생각에 열등감도 들었다.
또 나랑 그나마 최고 친하게 지내던 분도 이번 주 까지만 나오고 관두신다고... 회사에서 만드는 친구가 진짜 친구가 될 수 있겠냐만은 내가 회사에서 말하는 얘기를 알아들어 줄 수 있는 사람은 귀하니까. 아무리 친한 고등학교 친구여도 내가 회사에서 싫어하는 게 뭔지 누가 어떻게 생겼는지는 전혀 모르니까 말이다.
회의에 들어가서 친한 분도 관두고, 부장님도 관두고 이런 얘기를 들으니 좀 허해졌다.

부장님이 관두면서 마음에 조금 걸리는 게 몇 가지 있다면서 내 얘기도 하셨는데 "고맙게도 잘 버텨주고" 있는 미영이랜다. 오..."고맙게도 잘 버텨주고 있는"
조금 자존심이 상했다. 내가 뭐 좀 힘든 부서에서 일하고 있긴 한데, 이 자리가 고맙게도 잘 버텨줘야만 하는 자리인 것을 다시한번 깨닫고 나니 그냥 좀 초라해지는 느낌이랄까. 난 부장님 고마워하라고 버텨주고 있는 게 아니라 어쩔 수 없이 버티고 있는건데. 쳇. 뭐 이래서 초라한 생각이 더 심하게 들었는지도 모르지.
이 때문에 용산에서 동인천 가는 직통을 타면 거의 무조건 자는데, 어제는 잠이 전혀 오질 않았다. 매일 눈을 감고 지나쳤던 바깥풍경을 보니 새삼 낯설고 멀미가 날 것 같았다.
내가 잘 버텨주고 있는 자리에서 난 하루하루 기록 갱신 중이다. 1년이상 한 사람도 처음이거니와 이제 조금만 하면 1년 6개월도 머지 않았다.

내가 다른 사람보다 뛰어나다고 내세울 수 있는 건 오기다. 말이 오기지. 이건 오기보다는 "인욕" 에 더 가깝다고 할 수 있다. (인내할 인. 욕할 욕) 욕됨을 참아내는 힘이랄까. 말하자면 복잡하고 우울해서 더 하기 싫지만 매일 밤 잠들면서 "다 죽었어." 이 생각 이외에는 다른 생각을 안했던 적이 있었다. 그 때 생각하기 싫어서 그때 봤던 책, 음악, 옷 등등을 모두 회피해서 살았건만 몇 개월을 그렇게 지내다보니 대단한 치욕에도 그냥 자면서 다 죽었어 하는 정도로 마무리 지을 수 있는 지혜 같은 게 생겼다. (이런 거라도 없이 그 몇개월을 괴로워했다면 너무 억울한 일)  뭐, 속 없고 단순해서 그런 걸 수도 있지만.
아 이건 정말 뜬금 없는데
저번에 안톤 체홉 어떤 소설 등장인물이- 이 세상의 아름다운 것 중 그 어느 것도 과거에 추하지 않았던 적은 없다. 과거에 추했기 때문에 현재 아름다울 수 있는 것 아니냐-고 반문하는 구절이 있었는데  (이보다 훨씬 멋있는 말이었는데 요지는 저거였음. 책을 읽을 때 좋은 구절 있으면 표기해놓는 습관을 들이자. ㅠ)  갑자기 또 저 구절 생각하니 울컥하네. 아직 더 추해져야 하는건가.

전철에서도 골똘히 생각을 하고 잠도 잘 안와서 누워서 골똘히 생각하다가 앞으로 몇개월간은 내 자신을 토닥일 수 있는 방법 같은 게 번뜩 떠올랐다.
이틀에 걸쳐 쓰는 일기라 얘기가 또 산으로 가는데 직장생활을 하면서 지독하게 날 괴롭혔던 건 이렇게 돈 벌면서 인생 마무리 짓는건가 하는 생각, 다 끝이라는 생각 이었는데 어제 밤에 누워서 난 이렇게 끝이 아니라  어떻게든 여기를 벗어나겠다고 (억지로라도) 계속 생각하기로 했다.  
그랬더니 '벗어나려면 생활을 유지할 수 있는 최소한의 돈이 있어야 하고, 지금 내가 버티는 이유는 다 그때를 위해서다, 어차피 돈 버는 건 똑같은데 왜 더 못한 자리가서 월급 깍이면서 어차피 하기 싫은 일 똑같이 하냐. 버티자.' 라고 생각하니  단 5분만에 급 기분이 좋아져버렸다.
그 때 내가 떠올린 미래의 나는 온난한 기후의 어딘가의 도심에서 음악듣고 룰루랄라 혼자 돌아다니는 건데 그냥 이 생각만으로도 기분이 좋아지는 거다. 또 한편으로는 내가 생각하는 이상적인 미래엔 가족도 친구도 남자도 자식도 없는 것을 보니 아직은 혼자 하고 싶은게 더 많다는 생각도 들고.

아 쓰려던 얘기는 이게 아닌데, 결론은 앞으로의 인생에서 "직장인 곽미영 - 결혼한 곽미영" 이 사이에 다른 곽미영이 있도록 앞으로 당분간은 이 시궁창에서 더 버티고, 그 돈으로 뭔일이든 하나는 하겠다는 거다.

다른 얘기지만 대학 때 했던 모 테스트에서 난 "사고력" 이 거의 100점 만점에 100점에 육박하게 나왔는데 그 심리학 아저씨 말대로 난 행동보다는 생각으로 문제를 해결하려는 경향이 있는 것 같다. 문제를 해결하기 위한 행동을 하지 않더라도 그냥 그 행동을 해야겠다는 생각만으로도 문제가 99%는 해결된다는 어리석은 믿음. 한마디로 재미없고 게으르고 소심한 타입인거지.
냉소적인 척 하지만, 다 상관없단 식으로 말하긴 하지만 결국에 난 항상 부지런히 머리 굴리면서 어떻게든 내가 버틸 건덕지를 만들어 내는 능력이 있는데 그나마 다행이다. 그마저도 없으면 정말 난 살 이유가 없었을 듯 하니까.

자신감 결여.

일상 2008. 7. 31. 13:25

어제와 오늘은 업무에서 받는 스트레스가 극에 달해서 꿈에서까지 일하면서 울었다.
특히 어제 퇴근 쯤에는 너무 열이 받아서, 결국 눈물이 쏟아지려고 했고, 그래서 그냥 컴퓨터도 켜두고 가방만 들고 나와버렸다. 옆에 있는 선배는 죄도 없는데 미영씨 기다려봐 기다려봐. 이랬는데 이미 흥분할대로 흥분한 내게 그런 말은 들릴리가 만무하였다.
입사 초기가 최고 일이 힘들긴 했지만, 심리적으로 힘든 것으로 따지면 매일 매일이 브랜뉴, 기록 갱신이다.
이제는 정말 끝을 봐야할 때가 된 것 같다. 어디선가 원래 입사 1년차가 힘들고 그다음 3년, 5년 이라고 하던데... 그래 나도 1년차니까 힘들때가 된 거고 남들과 다름없이 힘든 걸지도 모른다.

예전에는 회사다니는 사람들이 나 진짜 회사 관둔다. 얘기할 때마다 그냥 답답해서 한번 해보는 말이겠지. 했다. 막상 회사원이 되고보니 그게 아니다. 그 사람들 대부분은 진짜로 업무시간이나 집에 와서 취업포탈을 뒤지고 있거나, 진짜로 용기있는 자는 관두거나 그랬을 거다.
또 예전에는 진짜 회사다니기 싫다고 얘기하는 회사원들 보면, 집에서 놀고 있는 사람보단 행복한 줄 알아야지. 했다. 막상 회사원이 되고보니 이거 역시 그게 아니다.

무슨 일을 하든지 마음가짐이 중요하다는 말은 너무 뻔하고 당연하고 올바른 말이라 짜증나는 말이다.
하지만 요즘 들어 뼈져리게 느끼는 바는, 무슨일을  결정하고 행함에 있어서 그것이 되고 안되고 보다 중요한 건 단 1%의 의심도 없는 확신이라는 거다.
일생을 통틀어서 난 100% 할 수 있다고 생각했던 일이 한번이라도 있었을까?
사소한 것 중에서는 있었겠지만, 인간 곽미영의 인생에 최대 전환점이 될지도 모르는 일을 믿음과 자신감이 충만하여 추진해 본 적이 있냐는 말이다.
물론 계속 의심하면서, 계속 두려워하면서 끝내는 운이 좋게 성공한 적도 있기는 있는 것 같다.
하지만 그 과정이 너무 힘들었다. 그 초조함이 너무 싫었다.
또 다른 생각은, 쓰잘 데 없이 원대하여 말하기조차 쪽팔렸던 내 결심을 주변 사람한테 말했을 때 넌 할 수 있다고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어주던 사람이 있었나? 만약에 내 주변에 그런 사람이 계속 단 한명이라도 있었으면, 난 이런 비관적인 삶의 태도를 바꿀 수 있었을까.

그렇다고 남을 원망할 필요는 없다. 일단 내가 나한테 자신이 없는데, 그 누가 나를 믿어줄 수 있었을까. 다 내탓이지.
멋있게 살고 싶지 않은 사람은 없을거다. 나 역시도 말하기조차 쪽팔린 사정없이 원대한 꿈을 가지고 살았던 시절이 있었다. 그런데 요즘의 나는 하루 하루 지나가기를 바라는 사람이 되어버렸다.
대부분의 직장인들이 우울함에 시달리는 건 꿈이고 뭐고가 없어서 그런 게 아니라 사실은 그 꿈이 점점 멀어지는 게 무섭도록 실감하니까 우울한 거다. 꿈이 없다고 말들은 하지만, 대부분 그래도 하나쯤은 가지고 있을텐데. 그런 의미에서 오늘 나는 좀 가련하다. 날씨도 우울하고, 나도 우울하고. 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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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살 이후로 최고로 재미 없는 날이 2008년 3월부터 이어지고 있다.
2008년이 새로 밝을 때만 해도 2007년과는 달리 뭔가 조금은 나아지겠지. 라는 기대가 있었다. 물론 2007년보다는 2008년이 훨씬 나아지긴 했다. 작년 이맘때는 이력서만 죽어라 쓰면서 계속 탈락 소식만 들었으니까. 그리고 뭐 여러가지 를 생각해봐도 2007년보단 지금이 훨씬 낫긴 하지.
하지만 내가 기대했던 수준은 아니다. 그리고 3월부터는 정말 최악이다. 최악. 최악. 내가 최악이라고 계속 말하니까 최악이 되는 건지 어쩐지는 몰라도 계속 나아지겠지 나아지겠지 하는데 오히려 계속 악화만 되니까 미치고 팔짝 뛰겠단 말이다. 손놓고 그냥 총알받이 마냥 그냥 다 이러고 견디고 있어야 하는 것도 화가나고 도저히 내가 뭘 할 수 있는 것도 없고, 이제 집에와서 어떻게든 스트레스 풀려고 이거저거 하는 나도 처량하고 이젠 그것도 한계에 달했다. 무기력해서 정말 견딜 수가 없다. 아. 우울해.
회사에 와서 일을 해도 지겹고 전혀 일의 의미를 못찾겠고, 여기저기서 나한테 공격을 퍼 부어댄다. 내가 그렇게 만만한가. 하고 생각하면 만만하긴 하다.
몸도 점점 안좋아져서 저번주에는 입안이 다 헐어서 밥도 제대로 못먹고, 이번 주에도 한의원에 갔는데 또 부항 뜨고 침맞고. 예전엔 어깨쪽만 그러다가 이번엔 허리가 안좋아서 밥 먹으려고 상들고 있다가 내려놓는데 기절할 뻔 했다. 아.. 이제 한의원은 내 일상이 되어버렸구나. 제길.
몸이 좋아질만 하면 일 시키고. 저번 주 목요일에도 40박스 날랐으니 말 다했지. 아. 역시 사회는 냉정한 것이다. 대학에서는 이렇게 무거운 거 나를 일이 있었나. 전혀 없었는데. 한의원에서 무거운 거 들지 말래는데 보나마다 이번 주 목요일에도 죽어라 일만 시킬 꺼 뻔하고. 진짜 시퍼렇게 멍든 내 허리와 등을 까서 보여줄 수도 없고 말이다. 못하겠다고 하면 분명 도끼눈 뜨면서 눈치주겠지.
오늘 아침에도 말도 안되는 실수를 해서 일만 더 커지고. 그 사람 인터넷에 내 이름 적어서 올린 댔는데 올려볼테면 올려보래지. 그래봤자 회사에서 짤리기 밖에 더해. 만약 여기서 짤리면 울고 싶은데 뺨 때려준 격이지. 짤려서 회사 안간대는데 왜 관두냐고 뭐라 할 사람도 없고. 일상이 맨날 협박이다. 이젠 웬만한 협박에는 눈도 꿈쩍 안해. 이게 일하면서 얻은 수확이라면 수확이군.
연휴가 있었다고 한들 전혀 리프레쉬 되지 않았다.
내 스트레스의 원인은 회사다. 회사. 회사에서 일어나는 모든 일. 남들은 멀쩡히 잘 다니고 있는 회사에 난 왜 이제껏 적응 못하고 아직까지도 이렇게 찌질한 짓꺼리를 하는건지. 진짜 나 왜이렇게 못났니.

어린이날 연휴 때는 종종 등장했던 분이 갑자기 만나선 또 사귀자고 하시는거다. 순간 짜증이 확났다. 뭐 연애를 하면 리프레쉬가 되면서 기분이 좋아질거랜다. 아니 남은 직장 갈 때마다 지옥 끌려가는 기분으로 하루하루 주말만 손꼽아 기다려 사는고만 이 판국에 연애?  으아~~ 진짜 속편한 소리다. 연애를 한다고 한 들 니가 날 이 직장에서 꺼내줄래? 라고 말하고 싶은 걸 꾹 참았다. 지금 관둬봤지 나가서 할 거 없다고 죽어도 2년간 버티고 이직하라고 한 게 누군데. 그래 아무 직장도 없이 노는 건 또 싫다 이거지? 으아..
진짜 힘들겠구나 그 한마디 못해주니? 역시 남자는 친구보다 못한 것이다. 내 친구중에는 그런 사람 없다구.
근데 어른이나 남자들은 너 지금 관두고 나오면 뭐할거냐. 이런 말만 하니. 그래 나 관두고 그냥 노는 거 밖에 안되는 사람이다 어쩔래. 아~~ 다 복수할거야. 나쁜 사람들.

난 왜 사회 생활에 부적합한 성격일까. 자괴감만 더 심해지고 있다. 원인이 너무도 분명하기 때문에 일 안하면 되는게 정답인데 그게 안되잖아. 아. 미쳐. 위기의 직장인이 되어버렸다.


설레임.

일상 2008. 3. 19. 11:48

3주 연속 우울한 금요일을 맞을까 두려워서 금요일에 휴가를 냈다. 어제 얼마나 눈치를 보며 휴가를 냈는지 모른다. 저번에는 다른 팀 부장이 쟤는 왜저렇게 일찍 퇴근하냐고 뭐라고 했다는 흉흉한 소문도 들려왔다. 그 얘기 듣고 진짜 열받았다. 님이 뭔상관? 이렇게 말해주고 싶은 걸 억지로 참았다.
이런 때일 수록, 나는 바빠도 휴가내고 아무리 뭐라고 해도 일 없으면 일찍 퇴근하는 사람이다. 라는 것을 확실히 보여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연한 의지로!
정말 두려운 소문은 따로 있다. 나 그 소문이 진짜면 앞뒤 생각치않고 관둬야지 했는데 나 그럴 수 있을까? 아.. 아니야. 그 소문이 진짜면 관둬야지 어떻게 일해? 그건 인권침해야.

뉴스를 통해 금요일 날씨를 확인하니 비도 안오고 화창하댄다. 재작년 그러니까 24살 때 친구랑 종로 인사동 일대를 놀러다녔던 기억이 났다. 오전 11시쯤 만나서 저녁까지 먹고 어두워지기 전에 들어왔는데 아마 4월 말 정도였지. 24살 봄은 진짜 잔인했다. 오.. 생각만해도 끔찍하다. 그런데 유일하게  즐거웠던 기억으로 남아있는 나들이가 그 나들이다. 서울은 평일 낮에 보면 한가롭고 이쁘기까지 한 도시다. 저번에는 친구랑 남산, 명동, 경복궁 등등 완전 관광코스로만 하루종일 놀았던 적이 있는데 어찌나 유익하고 기분이 좋은지 다른 사람들한테도 마구 추천하고 싶었다. 특히 남산은 케이블카가 있어서 올라가는데 힘들지도 않고 올라가서 보면 또 기분이 극락이고. (뭔가가 극락이다. 라는 표현은 친구가 쓰는 표현인데 벌써 옮아서 나도 사용하고 있다)

이번 휴가에도 나랑 놀아줄 친구는 24살 4월 말에 놀아줬던 친군데 우리 사진도 그때처럼 찍기로 했다. 엊그제는 그 때 찍은 사진을 다시 보여주면서 우리 완전 늙었어. 나이 왜이렇게 쉽게 먹냐. 라고 했는데.. 얼굴이 완전 애띠고 심지어 지금에 비해선 해맑기까지 한거다. 서글퍼졌지만 그래도 그땐 즐거웠고 그럼 된거지. 어제 마을버스 타고 오면서 이번 주 휴가 낼 생각을 하니까 요근래 들어 최고로 가스이 쿵쾅 거리는 게 아닌가. 휴가는 아직 시작도 안했는데 벌써 이런다. 아.. 재밌겠다. 벌써부터 기대된다. 서울시청앞 분수대도 이제부터 다시 가동한대고, 잔디에 새싹은 좀 돋았나? 아 신난다. 요즘 내 일상에 너무 뭔가가 없었다. 맨날 퇴근 후 바로 집으로 와서 씻고 어떻게든 10시 반 이전에 취침하겠다는 일념하나로 살아온 3월이여. 점심시간에 청계천 가서 나는 오늘 일 한다는 걸 온몸으로 보여주며 직장인들 약올려야지. (그래봤자 나도 직장인이지만) 원래는 월요일에 쉴수도 있고 월요일에 쉬는게 나한테 훨씬 유리하지만 이번주 금요일도 안쉬었음 분명히 또 우울했을거다.

아 군대가서 아직도 훈련받고 있는 동생이 아무래도 심상치 않은 부대로 배치될 것 같다. 키 175 이상만 간다는 소문도 있고, 그냥 군인보다 훈련 두배 행군 두배 라는 소문도 있다. 우리 엄마는 어디서 그렇게 안좋은 소문만 듣고 오시는지. 내무반도 일반 군인과 다르게 10명 밖에 안 쓰고 월급도 무려 4만원이 많댄다. 거기서 많이 하는게 헬기 에서 줄타고 내려오는 거라는데 이거 생각하니까 블랙호크다운에서 블랙번인가? (블랙호크다운을 5번 넘게 봐놓고 그거 하나 모른다. 하핫) 그.. 반지의 제왕에서 꽃미남 아. 이름 기억안나. (결국 네이버에서 찾았다. 올랜도 블룸!) 하여튼 그 놈이 헬기가 흔들려서 땅에 떨어지고 의식불명 되는 게 생각났다. 고작 생각난게 이런 불길한 거라니! 우리 엄마가 대령으로 제대한 삼촌한테 여기 어떤데냐 물어봤더니 요즘 군대 죽을만큼 훈련 안시킨다. 다 할 수 있을만큼 시키는거다. 라고 말씀하셨댄다.  근데 그것까진 좋은데 삼촌은 왜 마지막에 엄마한테 기도 많이 해야겠다는 말을 덧 붙이신건지 원. 그 말에 우리 엄마는 다시 심란해지셨다.

휴가를 이틀 앞두고 있는 수요일. 오늘도 불길하게 일이 없다. 그리고 나 일하기가 너무 싫다. 오늘은 특히 싫은걸. 좀있다 점심먹고 치과에서 스케일링 받기로 했는데 아프면 어떡하지. 제대로 된 이가 거의 없고 금니도 엄청 많은 나는 치과에 대한 안좋은 추억이 너무 많다. 설마 스케일링 하다가 또 뭔가를 발견해서 견적 100만원 입니다. 하는 건 아니겠지. 무사히 스케일링 받고 오늘도 결연한 의지로 될 수 있는 한 빨리 퇴근해야겠다.


일본 여행에 다녀와서부터 몸이 여기저기 아프더니만 결국 담에 또 걸렸다. 내 친구는 담에 걸렸다 표현 안하고 담 들었다고 말하던데. 그렇게 말하는건가?
시름시름 앓기를 며칠, 장염 증세가 며칠 지속, 귀에 염증, 결막염을 거쳐 '담'에 코감기까지 단단히 들어버렸는데 거기에 목소리까지 완전히 맛이 가버렸다. 에헤라.

저번주는 정말 악목같은 일주일 이었다. 내 생애 그렇게 일주일이 길어보긴 처음이었다.
내 생애 가장 길었던 일주일이여. 으흑.
화요일에 회사에 대형사건 하나가 뻥~! 하고 터져서 그 이후로는 수습하느라 반 죽을 뻔 했다. 다시한번 내가 일하는 부서에 회의감이 들었달까. 내 성미에 전혀 맞지 않는 일 하는 거 정말 괴롭다. 직장인들 대부분이 회사 사람들 때문에 힘들다고 한다. 직장 사람들한테 세상에서 가장 힘든 게 뭐냐는 질문 1위에 인간관계가 나왔다고 하니까. 나도 정말 죽었다 깨어나도 친해지지 못할 사람. 친해지고 싶지 않은 사람. 친해지면 안되는 사람. 등등 여러 인간들이 회사에 많고 그것 때문에 관두고 싶다고 골백번 생각을 했지만, 내가 관두고 싶은 가장 큰 이유는 지금 이 일이 너무 싫기 때문이다. 솔직히 학교 다니면서도 죽어도 안해야겠다고 생각했던 일 중 하나가 지금 하는 일이다. 졸업 후 제대로 돈도 못벌고 계약직으로 일할 땐 정규직이면 옳타쿠나 감사합니다. 하고 가려고 맘을 먹었고 여기 회사에 붙었을 최초에는 기쁜 마음이 컸다.
하지만 하면  할수록 회의감이 들고 이 직무로 경력 쌓고 또 너 이 경력으로 회사 옮길래? 라로 자문해보면 오오 Never! 다. 내가 하고 있는 직무가 싫을 뿐 아니라 몸 담고 있는 직종도 싫다. 아. 싫은 것 투성이~~ 그래도 1년도 못 버티고 나오면 어디가서 버틸만큼 버텼다 말하기 쪽팔릴 뿐 아니라, 1년도 못하고 관둔 날 용서할 수 없을 듯 하여 1년은 버텨야 하지 않겠니? 라면서 버티고는 있지만.. 그리고 말할 수 없는 뭔가를 계속 고대하고 있는 상태지만 저번 루쉰 책에 대해서 쓸 때와 마찬가지로 다시 포기로 기울고 있다. (안돼!!! 루쉰 선생님의 말을 생각해! 희망은 미래에 속하는 것이잖아!! 라고 맘을 다잡아도 소용없다. 흑)
그렇다고 해결책이 있느냐? 관두고 나오면 니가 뭐 할 것이 있느냐? 없단 말이다. 아아아아악. 그래 일단은 1년이 되기까지의 유예기간이 있다. 이제까지 그래왔듯 그때가 되면 또 불현듯 어떤 결심을 하게 되리라 믿는다. 그렇다. 뭐 고민한다고 되는 일이더냐. 하루 하루 살아가고 주말 제대로 돌아와주면 되는 거 아니냐.
크크 이제까지 쓴글을 찬찬히 읽어보니 이거 뭐 무슨 정신병자가 쓴 것 같네. 반지의 제왕에서 골룸이 혼잣말 하는 거 같잖아. 이거원. 혼자 고민하고 혼자 해결책 수습하고.

다시 내가 원래 말하고자 했던 내 몸의 증상에 대해 말해보자면.
저번 담의 증상은 '오른쪽으로 고개가 안돌아간다. 오른팔이 안 올라간다. 허리를 숙일 수 없다.' 이 정도였다. 아주 대형 담이었다고 할까. 이번 담의 증상은 딱 하나 왼쪽으로 고개가 안돌아간다. 이거 였다. 저번 담에 비한다면 아주 약한 증상이었는데 사람이 목이 제대로 안 돌아가는 거 단 하나만으로도 얼마나 생활이 불편해질 수 있는지 절실히 깨달았다.
오랜만에 우리동네 단골 한의원에 갔더니 의사선생님이 이렇게 날씨 좋은 주말에 무슨 일로 왔냐고 물어보신다. "아.. 저기.. 목이 아파서."라고 말했는데 의사 선생님이 단번에 "여기랑 여기 아니세요?" 라고 딱 집는데 이런 족집게 같으니라고. 정확하게 그 부분이 너무 아파서 나도 모르게 외마디 비명을 질렀다.  
부항을 한 4개 뜨고, 침은 한 8방 맞고 찜질까지 마무리 짓는데.. 나이 26에 부항이나 뜨고 누워있고 내 신세가 좀 처량했다. 하지만 부항의 효과는 아주 탁월한 것이어서 한지 3일 밖에 안 지났는데 이젠 왼쪽으로 고개가 잘 돌아간다. 대신 부항 맞은 데 피멍이 크게 4개가 생겼지만.
난 침 맞는 건 하나도 안 두려운데 엎드린 자세로 꼼짝도 못하고 꽤 오랜 시간 있어야 하는 게 어찌나 좀이 쑤시던지.. 나중엔 머리가 지끈 거렸다. 3가지 코스 중 제일 맘에 들었던 건 역시 찜질... 잠이 솔솔 와서 결국 잠이 들었는데 깊게 잠드려는 찰나 끝났다고 일어나라고 해서 너무 아쉬웠다.
 
계산을 하기 전에 키랑 몸무게나 재볼까 하고 쟀는데 키는 그대로 몸무게는 2키로가 빠져있었다. 오.. 역시 최고의 다이어트 비법은 '일' 이로구나 하며 계산하고 나와선 잠깐 친구를 만났다.

여기서 한가지 사건.
집에와서 저번에도 등장하신 그 분과 전화를 하는데 일주일 동안에 살이 많이 빠져서 그런가 어지럽다고 말했더니 그 여세를 몰아서 2키로를 더 빼라는 거다.
그 순간 거짓말 처럼 이제까지의 감정이 싸그리 사라지면서 무서운 속도로 감정 정리가 착착 진행되며 역시 안된다.로 결론이 나버렸다.
하하하하. 역시 말이란 얼마나 무서운 것인가. 말 한마디에 당신 너무하는 거 아니야? 그것도 살 빼란 말에? 이렇게 되물어도 소용없다. 내가 기대한 말은 힘들겠다. 혹은 고생이 많았구나. 라는 말이었는데 그 여세를 몰아서 2키로를 더 빼라고? 어허허허. 어이가 없었다. 이런말은 안하려고 했지만, 2키로 더 빠진 내 몸무게는 누가 살빼라고 말할만한 절대 몸무게는 아니었단 말이다.! 그 체중계에서도 분명히 저체중이랬어!! 내가 물론 키가 다른 사람보다 작긴 하지만, 아무리 본인 기준에 내가 살이 좀 있다고 한들 아니 아파서 골골대는 사람한테 살을 빼라니! 이런 당치도 않은. 난 태어나서 누구한테 살 빼라는 말을 한번도 입에 담아본 적도 없는 것 같은데. 내 일생동안 충격적이었던 말 베스트 3 에 들만한 아주 엄청난 말이었다. 2키로 더 빼. 아아악.(오늘 이 아아악. 이 말 참 많이도 하네;) 다시 생각해도 충격적이다.

친한 친구랑 놀고 싶은 맘이 굴뚝같은 지 벌써 한달째. 친구는 시골에 내려갔다. 우울한 마음에 친구한테 이런 저런 넋두리를 늘어놓았더니 역시 내 친구 답게 이구 불쌍한 것. 이라고 해주는 거다. 아.. 눈물나게 고마운 친구. 요즘 날 불쌍히 여겨주는 건 너 밖에 없어. 엉엉. 친구 올라오면 맛있는 거 잔뜩 사주기로 결심했다.

친구오기 전에 이 만신창이 몸뚱아리가 조금의 차도라도 있으면 좋으련만.

진짜 서럽다.

일상 2007. 11. 15. 12: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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위의 저 처량한 사진은 회사에서 주말 행사 갔을 때 강당 청소하다가 찍힌 사진이다. 왕따당하는 듯한 저 포즈가 왠지 맘에 든다.

요즘은 자면서 소스라치면서 혹은 몸서리치면서 깰 때가 많다.
아침에 머리는 한웅큼씩 빠지고, (근데 한웅큼씩 빠지기만 하면 문젠데 그만큼 머리가 또 나는 거 같아서 다행) 저번 면접 볼 때 입었던 꼭 꼈던 정장치마가 헐렁헐렁 한다든가. 등등 이른바 스트레스로 인한 증상들이 하나둘씩 나타나기 시작하는 거다.

잠을 설치면 그 다음날은 기분이 정말 별로인데 그럴 수 밖에. - 오늘도 설쳤음.

사실 꿈에서까지 시달리고 있다. 날 아는 사람은 내가 뭐에 시달리는 지 알겠지만 말이다.
내가 정말로 괴로운 한가지 일이 생기니 다른 일에 대해서는 '그래 그거 별거 아냐' 하고 우습게 넘어갈 수 있다는 점은 좋다.
그런데 정말 내가 괴로운 일 이 한가지가 너무 간절해졌다. 너무 간절하단 말이다. 맘 같아선 100일 철야기도라도 드리고 싶을 정도로 간절하다.

나는 취업시장에서 내가 얼마나 하찮고 무기력한 존재인지 너무 잘 안다. 내가 나 좀 뽑아주슈 해봤자 그 누구도 나한테 관심을 안 가진다는 거. 겪을만큼 겪어봤다.
서울 하늘 아래 나에게 책상 하나를 내어주고 돈을 줘가면서 니가 할 일이 이거다. 라고 해주는 것이, 내가 매일 아침 전철을 타고 가야 하는 곳이 있다는 것이 얼마나 행복한 일인지도 안다.
이제 겨우 수습 딱지를 땠고, 일을 시작하는 입장에서 내가 하는 일에 대해 불평을 이야기하는 것이 참으로 웃기고 가당치 않고 내 자신의 나약함을 여러사람에게 알리는 짓 인지도 안다.

이제까지 날 버티게 해준 것. 그래도 일을 관두지 말아야 겠다는 확신을 갖게 해준 것은 딱 2가지다.
간단하게 말해서.
1. 집에서 있는 것 보다는 덜 우울하다.
2. 언젠가는 이 일을 관둔다.

이 두가지였다.

어제는 입안이 바싹바싹 마르고 자신이 없어졌다. 내가 무슨 미친짓을 해도 절대 변하지 않을 것. 이것을 깨닫는건 언제나 슬프고 짜증이 나는 일이니까.
어제는 위와 마찬가지로 딱 두가지 생각이 들었는데
1. 집에서 있는게 낫겠다.
2. 지금당장 이 일을 관두고 싶다.
이거였다.

그러니까.
회사에서 나랑 친할 수 있는 사람이 동기도 없고 뭐.. 아무도 없어서.. 제대로 말도 못하지만.
나 사실은 요즘 너무 힘들다.
진짜 죽을 힘을 다해서 버티고 있는데, 누구나 그런 것이라면 할 말 없지만..
너무 힘들다.
그런데 내가 할 수 있는 건 아무 것도 없다는 걸 너무 잘 아니까.. 그걸 너무 잘 아니까 화가 난다.
Never change 인 이 모든것이.

P.S - 오늘 음악을 듣다가 feel 받아서 블로그 이름을 the world is yours 라고 바꿨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