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수기

단문 2018. 1. 11. 13:01

  11월 중순 부터 바쁘더니, 요즘에는 회사에서 정말 한시도 안쉬고 일만 한다. 남자친구가 생길 줄 모르고 9월에 덜컥 1년 코스로 등록한 학원은 학원대로 다녀야 하고, 일주일에 간신히 한번 보는 남자친구와 토요일에 한번 보고, 일요일에는 늘어지게 낮잠자고 평일에는 또 미친 듯 일을 한다. 간간히 지친 몸을 이끌고 학원까지 간다.

  지난 여름에는 약 한달 뒤의 일을 땡겨서 다 해도 할 일이 전혀 없어서 매일같이 민망할 정도로 블로그에 자주 글을 썼는데, 요즘 너무 블로그를 버려두고 있는 것 같아서 마음 한켠이 항상 불편하다.

  책 읽는 시간도 많이 줄었다. 아직도 '죄와 벌' 을 읽는 중인데, 이제 2권 60% 지점을 읽었다. 소냐에게 라스콜니코프가 죄를 고백하는 부분 읽으며 감탄을 거듭했다. 정말 신들린 글솜씨다.

  올해 겨울은 엄청 춥지만 맑은 공기, 별로 안 춥지만 미세 먼지 이 두가지 외 존재하지 않는 것 같다. 겨울답고 아름다운 건 역시 춥고 맑은 공기지만, 추운 날 지하철 플랫폼에서 고개를 푹 숙이고 전철을 기다리다보면, 빨리 봄이 왔으면 하는 생각만 든다. 

  점심시간에 잠깐 짬이 나서 쓴다. 나를 궁금해 하는 사람이 혹시 있을지도 모르니.


운동의 효과

단문 2017. 5. 17. 12:59

  콜드플레이 콘서트가 큰 위안이었나보다. 콘서트 보고 친구 만나고 고양이 만난뒤로 즐거운 기분으로 꽃도 보고 주어진 삶에 충실했는데, 엄마와 동생의 잔소리를 들은 뒤로 다시 부쩍 우울해졌다. 내가 더 분하고 슬펐던 이유는 엄마와 동생의 말이 다 맞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정말 한심하고 답이 없다.

  아래 글은 사무실에 앉아 있기는 있는데 일도 손에 잡하지 않고 너무 답답하여 쓴 일기였는데 다시 읽어보니 참 추하다. 뭐 그렇게 힘들고 어렵다고 저런 글을 싸질러 놨을까. 아래 일기를 쓰고 나서 엄마한테는 좀 죄송했다. 우리 엄마가 나한테 잔소리를 하시는건 그만큼 엄마가 기력을 회복했다는 뜻이기도 하니, 좋게 생각할 수 있는건데.

  어렸을 때 품위없고 찌질했던 때가 차라리 행복했을까. 지금은 어떻게 하면 고상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는지 어느정도는 알고, 그렇게 살기위해 죽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 고통스럽다.

  괴로운 마음에 원래 읽던 책을 중단하고 다시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 를 다시 읽고 있고, 퇴근 후에는 꾸역꾸역 인천여상 운동장에 가서 운동을 한다. 다리가 풀릴 것 같이 운동을 한시간 하고 집에 와서 책 읽다보면 간신히 잠들고, 로봇 처럼 일어나 회사에와서 기계처럼 일한다. 


설연휴 후 근황

일상 2017. 2. 11. 16:50

1. 연휴동안
  동생과 나 둘 다 시집장가를 못가서 우리 집 명절은 언제나 단촐하다. 동생의 이번 여자친구는 진짜 결혼까지 갈 것 같기도 한 게, 명절 이나 부모님 생신 때마다 선물 보낸다. 이번 설에 그 아이가 보낸 떡을 맛있게 먹었다.
  아빠가 새해 세배를 중요하게 생각하는데 우리가 원하는대로 하질 않아서 작년 설에는 집안이 시끄러웠다.
 
  작년 설 때만 해도 2016년 우리집에 그렇게 큰 일이 벌어질 줄은 몰랐는데... 올 설에는 아빠께서 원하시는대로 아침 일찍 일어나서 세배하고 예배를 드렸다. 점심 때는 시흥에 사는 이모네 가서 또 예배를 드리고 기도했다.
  우리 엄마는 머리카락만 없다 뿐이지 편찮기 전과 똑같이 생활 하신다. 한창 아프셨던 작년 추석 때는 음식 거의 못하셨는데, 이번 설 때는 식혜 를 비롯하여 갈비, 동태전, 월남쌈 까지 만들어 주셨다. 내가 무리하지 말라고 말씀드렸지만, 할 수 있다고 자꾸 요리하고 싶어 하셔서 나도 음식장만을 도왔다.

2. 친척들 근황
  설에 이모네 가서 우리집이랑 친하게 지내는 사촌 남동생이 결혼을 하자마자, 회사를 그만두고 경찰 공무원 시험준비 한다는 소식을 들었다. 난 사표 쓴 건 너무 이해할 수 있지만, 공무원 하고 싶어하는 건 절대 이해를 못하겠다. 며칠전에도 관할 세무서에 전화하면서 화가 나 죽는 줄 알았는데. 정말 그렇게 힘들게 공부해서 안일하고 게으르고 불친절 끝판왕의 표본인 공무원이 되고 싶을까? 심지어 뉴스에서 가끔 듣는 것만으로도 영혼을 갉아 먹히는 것 같은 기분이 드는 범죄 들과 밀접한 업무를 하는 경찰공무원이라니! 사명감이 있어서 도전하는 거면 존경스럽지만, 만약 그저 공무원이어서 하고 싶어서 공부하는 것 이라면... 나와 친한 지인이 그런 결심을 했다면 다시한번 생각해보라고 했을 것이다.

3. 동물적 감각
  매달 생리가 돌아오고, 또 배란 때가 되면 인간도 역시 동물이구나... 하고 느낀다. 초경을 시작한 이래 매달 느끼는 기분이지만 정말 좋지못한 기분이다. 평소 남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 전혀 안하는데 이럴 땐 남자들은 얼마나 편할까 싶다.

4. 재입사한 직원
  작년에 퇴사하는 날, 뜬금없이 수트를 입고와서 기억에 남았던 직원이 재입사했다. (우리 회사는 개발자들 대부분 청바지에 티 입고 다님)
  그 직원 캐주얼 입을 땐 몰랐는데, 차려입은 모습이 평소랑 다르게 멋져보여서 당시 좀 놀랐다.
  지금 생각해보니 아무래도 그 날 사표내고 다른 회사 면접 볼 작정이었던 것 같다. 내가 인사업무를 하다보니, 서류로 파악되는 직원의 가족관계나 개인사정 같은 게 있는데, 그 직원은 계속 불행하게 살아온 것으로 추정이 되서 잘됐으면 했는데, 또 우리회사에 입사하다니..이 회사에 다시 돌아온 건 실패라는 뜻인데 좀 안타까웠다.
  그래도 퇴사 전 급여보다는 높게 계약한 거 같아서 다행이다 싶었다. 그런데 수트 입었던 모습이 뇌리에 강하게 남아서인지, 서류 안내 등을 하는데 그 직원의 눈을 제대로 못 쳐다봤다. 내 나이가 몇 인데 또래 남자한테 이렇게 내외를 심하게 하나 싶어서 스스로 웃겼다. 결혼해서 애 낳으면 젊은 남자 봐도 아무렇지도 않고 쳐다보거나 말하는 거 하나도 어렵지 않을까? 아마 그것도 사람 나름이겠지.

5. 점심시간 은행 가는 길 

 
  며칠 전 직장인들 중 '혼밥' 하는 직원이 늘어나고 있다는 기사를 봤다. 학교에서 일할 때 여자들끼리 모여서 시덥지 않은 이야기를 하는 걸 들으며 맞장구 쳐줘야 하는 것에 너무 큰 피로를 느꼈다. 밥먹으며 듣고 싶지 않은 이야기를 듣고 어쩔 수 없이 나도 말을 해야 하는 것이 너무 피곤해서, 혼자 밥 먹을 핑계를 찾다가 그 핑계도 마땅치 않아, 일부러 학교에서 하는 영어 수업을 점심시간에 듣는 걸로 신청해서 몇 달동안 점심을 먹는 둥 마는 둥 했던 적도 있다. 그 기사에 달린 댓글 중, 남들이랑 밥 먹는 것 조차 싫으면 회사생활 때려쳐야 하는 거 아니냐는 댓글이 있었다. 나도 동감이다. 나 같은 인간은 인간관계를 최소한으로 하고 혼자 하는 일을 해야 여러 사람이 편한 인간이다. 그런데 먹고 살려면 그럴 수 있는 상황도 아니고, 난 내 맘대로 일할 만큼 큰 능력도 없다.

  친한 친구가 며칠 전에 자기랑 같이 맛있는 걸 꼭 같이 먹어야 한다고 강요하는 것도 일종의 폭력 아니냐고 자기는 그런 사람 너무 괴롭고 힘들다는 애기가 나왔다. 그 말을 듣고 역시 나랑 친한 친구구나 싶었다. 왜냐면 나도 줄곧 똑같은 생각 하고 있었으니까.

  이건 순전히 나 혼자만 믿고 있는 이론이지만,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인생의 최고 기쁨이라 여기는 사람들은 애완견을 기르는 사람들과 비슷한 점이 있는 것 같다. 내가 좋아하면 남들도 좋아할 것이라 확신한다는 점에서. 나는 점심시간에 맛있는 거 먹고 싶다는 생각 별로 해본 적이 없는 것 같다. 식판 밥도 맛없다는 생각 별로 안 들고, 먹는 것이 내 일생의 가장 큰 기쁨은 더더욱 아니다. 보통 사람들은 맛있는 걸 먹으면 스트레스가 풀린다고 하는데 그것도 전혀 나한테는 해당 사항 아니다. 그런데 먹을 걸 밝히는 사람들은 당연히 이 세상 모든 사람이 자기같이 매 식사 맛있는걸 찾아 다니며 먹는 것을 좋아하고, 맛있는 음식을 먹는 것이 인생의 가장 큰 기쁨인 줄 안다. 마치 대부분의 애완견주들이 내 애완견은 이 세상 모든 사람들이 좋아할 것이며 만지고 싶어할 것이라고 착각하는 거랑 비슷하다. 

  결론은 나는 먹는 걸 이 세상에서 가장 중요하다고 여기는 사람과 함께하면 피곤하고 마음이 불편하고 하여튼 친하게 지내기 어렵다는 것이다. 너의 편견이라고 욕해도 하는 수 없지만 난 그렇다. 대학생 때도 친구한테 난 먹기 싫은데 계속 먹으라고 하는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싫다고 말했던 기억이 나는 걸 보니, 예전부터 난 그랬던 것 같다.

  불행히도 우리 회사에 내가 밥을 꼭 같이 먹어줘야만 하는 여자 부장님이 딱 이런 과다. 먹는 걸 너무 좋아하셔서 매 점심시간마다 뭐 먹을지 고민하고 맛있는 걸 먹자고 하고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는 엄청 먼 곳까지 기꺼이 찾아가고 기다린다. 예전 성수동 있을 때는 점심시간에 그 부장님의 차 타고 건대 앞도 가고 롯데백화점도 가고 그랬다. 단지 점심 시간에 맛있는 걸 먹기 위해서. 더 환장하는 건, 난 전혀 가고 싶지도 않았던 비싼 음식점에 나를 끌고 가서는 죽어도 밥값은 더치페이를 한다는 것이다. 그 부장은 그러면서 내가 맛있는 걸 먹었으니 행복할 줄 안다. (내가 싫어하는 걸 알면서도 본인이 먹고 싶은 걸 먹느라 날 끌고 다니는 건 아니라고 믿고 싶다. 설마..) 올해 우리 엄마 보험료도 오르고, 내 통신요금도 늘어나고 해서 나는 요즘 만원 단위로 돈 아끼면서 꼭 필요한 것만 제일 싼 걸로 찾아 사는 등 간신히 생활하는데, 먹고 싶지도 않았던 비싼 음식을 먹고 만원 넘는 돈을 내고 나면 맛있는 걸 먹어서 좋기는 커녕 한없이 우울해진다. 이런 걸 보면 내가 먹는 데 큰 관여를 안하게 된 게, 일생 맛있는 걸 양껏 먹을 만큼 여유가 있어본 적이 없어서 인 것 같기도 하다. 하지만, 나에게 많은 돈이 생긴다고 해도 난 그 돈으로 뭘 할까. 고민할 때 비싸고 맛있는 걸 먹는 것이 우선 순위에 들 것 같지는 않다.

  이런 이유로 나는 혼자 먹을 핑계가 생기면 어떻게든 혼자 먹으려고 한다. 며칠전에는 마침 OTP 갱신 시점이 되서 은행갈 일이 생겨 은행 때문에 혼자 좀 다녀오겠다고 하고, 가산디지털단지 내 산업은행을 찾아 나섰다. 사무실에서 신는 슬리퍼 신고 나왔는데 육교도 건너고 2km 넘게 걸었지만, 혼자 걷는 그 시간이 너무 좋았다. 위에 사진은 육교 건너는 중에 보이는 풍경을 찍은 건데, 막무가내로 지어 올린 아파트형 공장이 범람하는 가산디지털단지는 내가 보기엔 정말 정 없고 멋 없다. 비행기가 엄청 낮게 나는 구간이라 비행기가 지나가고 전철까지 지나가면 시끄럽기도 엄청 시끄럽고. 하지만 뭐 아무리 그래도 성수동 보단 백배 좋다.

  그런데 지금이 2017년인데, OTP 같은 실물 도구를 지참해야만 금융거래가 되고 갱신 시점이 되면 반드시 본인이 은행까지 찾아가야만 한다는 거 너무 미개하지 않나. OTP 가 없으면 금융거래 아무 것도 못한다. 그렇다고 우리나라 은행 사이트가 보안이 엄청나게 잘되냐. 그것도 아니고.. 어쨌든 이번에 갱신 했으니 3년간은 OTP 갱신하러 은행 안가도 되지만 3년 뒤에도 똑같이 이 OTP 를 사용한다면 난 아직도 미개한 한국의 은행 시스템이라고 욕하면서 은행에 가겠지.


1. 요즘 나와 제일 가까이 지내는 사람들은 모르는 사람들이다. 이름도, 나이도, 소속도 모르는 타인들. 사람들로 뒤엉킨 신도림역 플랫폼이나, 기어코 전철에 탑승하는 출퇴근하는 직장인들과 매일같이 부대끼고 어쩔 수 없이 몸을 맞닿은 체 시간을 보내지만, 그들과 나는 눈 한번 마주치지 않는다. 키가 작은 나의 눈에 보이는 건 그 사람들의 스카프 색이나, 핸드폰 기종이나 양복 색깔 뿐.

2. 혼자 점심 먹는 게 좋다. 은행 간다는 핑계로 혼자 길을 나서 편의점에서 튀김우동과 참치마요 삼각김밥을 2,030 원 주고 사먹었다. 오른쪽에는 겨울을 알리는 호빵이 왼쪽에는 전자레인지가 있어 왔다갔다 하는 사람들에게 꽤 시달렸지만, 말 한마디 안해도 상관없어서 정말 평화로운 점심시간이었다.

3. 점심을 먹다가 회사 건물 1층 카페 쿠폰 12개를 다 채워서 공짜로 커피 한잔을 먹을 수 있다 생각하니 별안간 기분이 좋아졌다. 쿠폰으로 평소 잘 안먹던 카라멜 마끼아또를 공짜로 받아 마시는 중이다.

4. 어제 밤에는 평소 전혀 관심도 없고 좋아하지도 않는 토니안이 내 애인으로 등장했다. 대체 무슨 일이지?

5. 대학시절 갑자기 이사를 가야해서 복덕방 아주머니와 학교 주변 원룸을 보러 다녔다. 아주머니는 주인도 없는 원룸을 열쇠로 마구 열고 보여주셨는데, 그러다보니 어쩔 수 없이 등교 후 남자 대학생들이 살고있는 원룸의 실상을 목격했다. 벗어놓은 팬티를 대체 몇 개를 봤는지 기억도 나지 않는다. 방바닦에 그대로 벗어져 있는 남자애들의 체크무뉘 사각팬티를 나는 아무 영문도 모르고 갑작스럽게 봐야만 했다.

6. 작년 같으면 미국야구 한국야구 가리지 않고, 야구를 엄청 열심히 시청했을 시즌이다. 그런데 요즘은 전혀 재미가 없다. 어제 기아 타이거즈가 이겼는데도 무감흥.

7. 하석진이 나오는 혼술남녀가 요즘 나의 유일한 낙이다. 어제는 하석진 님 분량이 너무 적어서 짜증났다.


회사에서 쓰는 일기

단문 2013. 12. 11. 13:26

  주말에는 핸드폰으로 게임만 하다가 하루가 후딱 갔다. 예전 애니팡이 유행할 때도 안했는데. 이게 무슨.. 게임 다 하고나면 내가 왜 이런 쓰잘데 없는데 시간낭비를 했는가 싶다가도, 이번 판만 끝내고 그만하자 싶어서 또 한다.

  언제나처럼 토요일에는 학원에 가고, 학원이 끝난 후에는 혼자 종로 일대를 돌아다니고 있다. 교보문고는 무조건 한번 들르고.

  요즘 교보문고는 크리스마스카드를 쭉 진열해놨는데, 학원 선생님한테 줄 카드를 사다가 충동적으로 선물도 같이 샀다. 예전에 학교에서 일할 때 다니던 선생님한테도 선물 사드렸고 별다른 뜻은 없는데 괜히 오해하는 건 아니겠지? 하는 생각에 뭔가 카드에 내용을 잘 써야겠다고 생각을 했다.

  실컷 선물 사놓고 이런 생각이나 하고 나는 역시 무지하게 소심한가보다.

 

  아직도 눈오는게 좋다는 친구를 보며 갑자기 억한 심정이 드는 건 내가 늙었기 때문일까? 차가 엄청 밀리고 잘못하면 아예 차를 못끌고 올지도 모르는 눈이 좋다니. 나는 눈이 정말 싫다. 눈 오는 걸 봐도 아무 기분이 안들고 그저 걱정만 될 뿐. 하지만 남이 눈오는거 좋아하는 거 까지 뭐라 할 순 없겠지.

  어제 눈이 엄청 올지도 모른다는 예보를 보고 완전 짜증이 났는데, 인천은 비만 오고 눈은 안왔다. 올겨울에는 적설량 10cm 미만일 때는 웬만해서는 그냥 차를 끌고 다니려고 한다. 한국도로공사를 믿고.

 

  주말말고 평일에 이렇게 재미없이 살아도 되는걸까 하는 생각을 했다. 훗날 나에게 많이 미안할 것 같다. 어제밤 꿈속에서도 회사사람이나 나오고. 이게 뭔가. 회사 일은 갑자기 12월이라고 바빠지기만 하고 참 재미 없는 일상이다.


춥고 추운 겨울

일상 2012. 1. 4. 22:30

나는 12월 27일,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중간, 춥고 추운 겨울의 한가운데 강원도에서 태어났다. 내 생일 쯤은 항상 제일 추웠다. 겨울이 위력을 발휘하는 시기는 12월 마지막주에서 부터 1월 둘째주까지이다. 셋째주 금요일 쯤 되면 벌써 미세하게 한풀 꺽인 겨울바람을 느낄 수 있다. 사나웠던 바람이 그냥 차가운 바람이 되어버리면 왠지 서운하다.
나는 겨울을 엄청나게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오바를 좀 더하자면 6월 하지가 지난 시점부터 이제 해가 짧아져간다는 생각에 그리고 겨울이 오고 있다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12월에 돌입하면 그 우울함이 극에 달했다가, 막상 12월 중순이 지나 진짜 겨울이 되면 내복도 입고 오리털도 입고 모자도 쓰고 어그부츠도 신고 바깥에 안 나가고 하면서 겨울을 지낸다. 
이번주 월요일 화요일 엄청 추웠던 날씨에 혼자 점심을 먹고 방학이라 한가한 운동장을 다섯바퀴 넘게 걸었다. 요즘 내 머리 길이가 애매해서 아예 머리를 묶고 앞머리도 완전히 실삔으로 다 고정한 채 다니기 때문에 목도 시렵고 이마도 시렵고 볼도 엄청 시려웠지만 말이다.

뜬금없지만 내가 이세상에서 죽을 때 까지 친해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부류는 대형 교회 청년부에서 열혈 활동을 하는 부류인데, 일단 대형 교회 청년부에 소속되었다는 딱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나는 그들에게 경멸감을 느낀다. 고등학교 때 시도때도 없이 나한테 시비를 걸었던 이모양도 지금 회사에서 시비를 거는 K양도 그 소속이다. 한판 싸우고 싶지만 겁도 나고 상대하기도 싫어서 관용을 배풀면서 정신승리하는 중인데, 그렇다 보니 회사에서 혼자 점심 먹는 일이 많다.
난 교직원식당, 학생식당 가릴 거 없이 알아서 밥 주는 식당에서 나오는 반찬도 뚝딱 잘 먹어서 별 불만은 없다. 오히려 밥혼자 먹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로만 가득 채워진 MP3 플레이어를 귀에 꽂고 커피 마시면서 운동장을 30분동안 뱅뱅 걸었더니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이 느껴졌다. 그런게 바로 행복이었다.
내가 겨울이 싫다 싫어 라고 말은 하지만 이런 날씨에 상쾌하지만 찬 겨울 공기를 맡겠다고 혼자 운동장을 걸으면서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 보면, 난 어쩌면 겨울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태생부터가 겨울을 좋아할 수 밖에 없을 수도 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