운동의 효과

단문 2017. 5. 17. 12:59

  콜드플레이 콘서트가 큰 위안이었나보다. 콘서트 보고 친구 만나고 고양이 만난뒤로 즐거운 기분으로 꽃도 보고 주어진 삶에 충실했는데, 엄마와 동생의 잔소리를 들은 뒤로 다시 부쩍 우울해졌다. 내가 더 분하고 슬펐던 이유는 엄마와 동생의 말이 다 맞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나는 정말 한심하고 답이 없다.

  아래 글은 사무실에 앉아 있기는 있는데 일도 손에 잡하지 않고 너무 답답하여 쓴 일기였는데 다시 읽어보니 참 추하다. 뭐 그렇게 힘들고 어렵다고 저런 글을 싸질러 놨을까. 아래 일기를 쓰고 나서 엄마한테는 좀 죄송했다. 우리 엄마가 나한테 잔소리를 하시는건 그만큼 엄마가 기력을 회복했다는 뜻이기도 하니, 좋게 생각할 수 있는건데.

  어렸을 때 품위없고 찌질했던 때가 차라리 행복했을까. 지금은 어떻게 하면 고상한 사람으로 남을 수 있는지 어느정도는 알고, 그렇게 살기위해 죽도록 노력하고 있다. 그런데 너무 고통스럽다.

  괴로운 마음에 원래 읽던 책을 중단하고 다시 나쓰메 소세키의 '그 후' 를 다시 읽고 있고, 퇴근 후에는 꾸역꾸역 인천여상 운동장에 가서 운동을 한다. 다리가 풀릴 것 같이 운동을 한시간 하고 집에 와서 책 읽다보면 간신히 잠들고, 로봇 처럼 일어나 회사에와서 기계처럼 일한다. 


조마 조마

단문 2015. 5. 27. 18:00

어제는 어떤 여자가 운동장에 강아지를 끌고 왔다. 그 강아지는 운동장 트랙에 똥을 쌌다. 나는 그 강아지가 똥을 싸는 광경을 봤기 때문에 그 똥을 피해 달릴 수 있었다.

운동장을 달리며 개 주인에게 당신 강아지가 싼 똥이니 니가 치우라고 이야기 해야하나…하고 고민을 좀 했다.

하지만 내 경험상 강아지를 키우는 사람들은 자기네 강아지가 한 행동에 대해 지적하는 것을 무척 싫어했다. 결국 나는 그냥 모른 척 하기로 했고 똥이 있는 곳을 지날 때 마다 그 똥을 무시하기 위해 엄청나게 애를 썼다. 

하지만 나 이외에 다른 운동하는 사람들이 자꾸 그 똥을 밟으려고 했고, 뒤에서 그 모습을 지켜보자니 안타까운 마음이 들면서 진짜 그 똥을 밟아버릴까봐 조마 조마했다.

나는 운동을 하면서 사람들에게 여기 똥이 있으니 피해서 운동하세요. 라고 말을 할 것인가 말것인가 하는 고민을 또 하다가, 그것도 그만뒀다.

같이 운동하던 할머니는 용케 끝내 똥을 안 밟았지만, 나중에 운동에 합류한 남자가 똥을 밟은 것 같았다. 불쌍한 남자였다. 운동하러 와서 그렇게 큰 똥을 밟다니.

운동하는 내내 개똥에 너무 집착했기 때문일까. 난 어제 밤에 똥꿈을 꿨다. 더러워서 내용은 여기 쓰지 않겠지만, 자는내내 소름이 끼칠 정도로 지저분한 꿈이었다. 



학원 가는 길

단문 2015. 5. 17. 09:30

2월에 다치면서 학원을 한달 이상 빠졌다. 지금 다니는 학원은 레슨40개를 정해진 기한 내 소진해야 하는 방식인데, 평일 수업은 들을 수 없으니 꽤 빠듯하다.
안그래도 빠듯한데 한달이나 빠졌으니 난 매주 학원에 갈 수 밖에 없다.
어제도 두개 레슨을 듣고, 일요일인 오늘도 학원에 가고 있다.
한동안 무역 파트로 갈까 말까 고민했지만, 그냥 지금 부서에 남기로 하면서 영어 공부에 대한 동기가 없어졌다. 또 해외 여행도 그만 갈 예정이니 더더욱 영어공부할 이유가 없는 것이다.​ 그런데도 학원에 가야하니 죽을 맛이다. 더군다나 요즘 가르치는 강사들은 수업을 하는 건지 마는 건지 성의도 없고, 그따위로 할거냐고 따지고 싶지만 영어를 못하니 그것도 안된다. 어제 가르친 강사처럼 가르치는 건 나도 할 수 있을 것 같다.
날씨가 이렇게 좋은데 주말에 하는 일이 고작 학원에 가는 거라니 내 인생이 말할 수 없이 한심하다는 생각이 든다.
영어공부는 지금 나만큼 공부해서는 절대 늘지 않을 것 같아서 이번 레슨만 끝나면 때려치리라 결심했다.
엊그제는 3개월만에 뛰었다. 발다친 뒤로 뛴 적이 없었다. 요즘 퇴근 후 가까운 상고 운동장에서 운동하는데 갑자기 뛰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원래는 뛰는 걸 지독히 싫어했는데, 발이 아픈 동안 뛰고 싶을 때 뛸 수 있는 게 큰 복 임을 사무치게 깨달았다.
5바퀴 정도 뛰었는데 발이 크게 아프지 않아 기뻤다.
유명 마라토너 중 에선 혈압 100 넘는 사람은 없다고 한다. 혈압만 봐서는 난 최고의 마라토너인데, 그래서 그런지 천천히 오래 달리는 건 별로 괴롭다는 생각이 안든다.
운동의 즐거움을 조금씩 알아가는 중이니, 당분간은 뛰기, 걷기를 열심히 해보려고 한다.
영어는 때려치고.


솔직히 말해 살면서 다이어트 해본 적 없었다. 운이 좋게도 사람들은 내 몸무게를 한 46키로 정도로 봐준다. 하지만 현재 난 저거보다 훨씬 많이 나간다. 훨훨씬 더.
2년 전 헐렁했던 원피스를 입었는데 엉덩이가 살짝끼고, 그나마 얇다 자부했던 허리도 1인치 늘어난 것 같다.
결정적으로 내 무릎이 아파와서 운동을 해야겠다고 결심했다. 운동부족으로 아픈 건지 내 일생 최고 몸무게에 무릎이 적응을 못해 그런 건지 알 수는 없다. 아마 둘다 겠지?
저녁은 토마토로 먹고, 퇴근해서 1시간 20분씩 걷고 있는데, 이게 살이 빠질까 싶다. 빠질 거라는 믿음으로 그냥 빨리만 걷는데, 이렇게 했는데 1키로도 안빠지면 정말 좌절할 것 같다.
목표는 3키로인데, 진짜 힘들구나. 다이어트…3일만에 벌써 지치려고 한다.
배고픈 상태로 누웠더니 잠이 오지 않는다. 오늘은 중간에 비와서 비맞으면서 걸었는데…피곤해서 자야되는데… 난 왜 잠들지 않는가!

자유공원

단문 2012. 4. 13. 01:10

언젠가는 한번 우리동네를 구석구석 관찰하고 싶다. 확실히 오래된 동네라, 매력이 있다. 특히,우리집에서 걸어갈만한 자유공원을 올라가면 처연한 기분이 든다.
오늘 자유공원 안에서 진짜 짧게 뛰었는데, 사람이 어찌나 없든지 나혼자만 있는 기분이었다.
그렇게 운동했는데도 런키퍼 어플에 있는 소모칼로리를 보니 안습이다. 목표를 1kg감량으로 줄일까 생각 중이다.

운동하러 가는 길

일상 2011. 6. 8. 17:3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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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일주일에 3번 정도는 운동을 가려고 노력 중이다. 그런데 이상하게 금요일 저녁은 아무런 약속이 없어도 운동하러 가기가 싫어서 안간다. 운동 시작한지 두달 되었는데, 딱 한번 금요일 운동을 갔다. 지역 주민과 함께하는 시립 인천 체육관의 금요일 저녁, 그 곳에는 나를 포함하여 딱 3명이 왔다. 
  우리 동네는 번성했다가 쇠락한 특유의 느낌이 있는데, 아마 그 번성했던 시기가 약 80년대 쯤이 아니었을까 하는 생각이다. (영화 품행제로에서 나오는 배경 그대로의 모습) 저번에 친구랑 남산도서관이랑 남산동물원 갔을 때 같은 느낌이 우리 동네 체육관 가는길에서도 받을 수 있다. 나 혼자만 약 30년 전으로 돌아간 느낌. 간판이고 길이고 건물이고 촌티가 줄줄 나는데 그마저도 괜히 정겹고 좋다.
  10시간 운전학원에서 도로연수를 받고 차를 끌고 약 2주간 출퇴근을 하였는데, 크고 작은 접촉사고를 4번이나 냈다. 첫번째는 아파트 주차장에서 후방주차 연습하다가 베라크루즈 뒷범퍼를 아주살짝 박아서 15만원 물어주고, 두번째는 시장 앞에서 오른쪽 사이드미러 신경 못쓰다가 어떤 차 사이드미러랑 살짝 부딪쳐서 내려서 90도로 사과하고, (그래도 이 아저씨는 쿨해서 다음부터 조심하라고 하고 그냥 넘어갔다. 뭐 거울끼리 부딪쳐서 그런지 흠집이 안나서 그런 걸지도) 세번째 부터가 대박인데 운동하러 가는 좁은 골목에서 앞쪽에 오는 차를 피해주겠다고 옆으로 붙다가 주차되어 있던 소나타를 제대로 긁고 지나갔다. 우리집 차 범퍼로 소나타 차체를 완전히 처음부터 끝까지 긁어버린 것이다. 이거는 보험처리를 했는데 수리비만 한 300나올 꺼 같다고. 워낙 옛날 소나타고, 색도 흔치 않은 색깔이라 5월초에 사고났는데 아직도 견적이 안나왔다. 네번째 사고는 학교 안에서 공사용 트럭하고 부딪친건데 하필 주황색트럭이랑 부딪쳐서 우리집차 범퍼에 주황 페인트가 엄청 묻었다. 콤파운드 라는 걸 사서 아빠가 문질렀더니 지워졌다고는 하지만, 내가 차를 몬 2주 사이 우리집 차가 몰라보게 똥차가 되어버렸다. 
  2주 후 난 그냥 다시 버스를 탄다. 오늘 아침에는 택시를 탔다. 운전을 하다보니까 인천 마을버스가 얼마나 운전을 위험하게 하는지 또 얼마나 운전을 잘하는 기사들이 몰고 있는지 새삼 깨닫는다. 용현동 앞에 골목을 마을버스가 지나갈 때는 내 가슴까지 조마조마하고 그렇다. 그리고 택시 운전기사들은 "운전의 신" 이다. 
  작년 수영도 그렇고 이번에 운전도 그렇고 남들 하는만큼 해서는 절대 할 수 없을 것 같다. 운전은 연수비 25만원이나 냈는데 다시 또 받아도 내가 제대로 할 지 의문이고, 수영은 무서워서 솔직히 이제 도전할 용기도 없다. 아... 저주받은 운동신경이여.


운동과 운전

일상 2011. 4. 3. 22:14

작년에 백수가 되면서 목표를 세운 것 중에 하나는 수영을 하는 것 이었다. 물에 대한 큰 두려움 때문에 결국 실패했고, 앞으로도 수영을 배울 생각은 없기 때문에 이건 영원히 못 이룰 목표인 것 같다. 아.. 수영한답시고 수모,수영복,수경 까지 다 구입했는데 평생 썩겠구나.
난 키판을 잡고는 발차기, 팔돌리가, 숨쉬기 부족한 거 없이 다 잘하는데 키판이 없으면 단 1m도 앞으로 나갈 수가 없다. 극복 못할 물 공포증. 고소공포증은 전혀 없는데 물속에만 들어가면 기분이 나쁘고 무서우니.
수영복 얘기가 나와서 생각난 건데 대학 때 마트에서 아르바이트를 할 때 앞의 수영복 매장 언니가 자리를 비워서 매장을 지켜준 적이 있었다. 그 전까진 몰랐는데 수영복도 탈의실에서 입어보더라. 속옷까지 다 벗어야 하는건데도. 수영복 안쪽에 비닐 필름 같은 게 덧붙여져 있기는 하지만, 난 정말 그 사실이 너무 충격적이었다. (탈의실 안에 거울이 있고 그 거울서 보고 결정하는 모양)  난감했던 순간이 있는데 어떤 사람이 수영복 입어보고 나한테 수영복을 줬는데 그 사람 체온 때문에 그 수영복이 따뜻함이 느껴졌다. 순간 토가 나올 것 같았다.
 
저번 일기에 썼다시피 점쟁이 아줌마의 말을 속는 셈 치고 헬쓰를 하고 있다. 그 아줌마 때문에 하는 건 아니고 몇 년전서부터 내 체력이 한계에 달했다는 생각을 여러번 했기 때문에 하는 면이 더 크다. 
나랑 가장 친한 친구는 헬쓰 한 30분 한거 같은데 시계보먼 10분 지나 있다고 말하면서 지루해도 그렇게 지루한 게 없다고 말했다. 난 아직 한달 밖에 안했지만, 수영보단 이게 훨씬 좋다. 
시립이라서 사물함도 없고, 난 매일 출근할 때 신발이랑 옷을 맨날 가지고 다니고 있다. 트레이너는 이제까지 2분의1밖에 안나왔다고, 몸의 변화를 느끼려면 적어도 2/3는 나와야 한다고 다그쳤지만 난 이정도면 훌륭하다고 생각한다. 2분의1이 어딘가? 반은 나갔단 소린데.
살보다 근력 부족이 심각하다고 유산소보단 근력운동 위주로 하고 있는데 제일 가벼운 무게로 해도 너무 힘들고, 런닝머신은 스피드 7로 놓고 5분 뛰기도 벅차다. 정말 한 세달 하면 체력이 개선될까? 궁금해서라도 계속해봐야지.
(엇 근데 이거 썼을 때는 4월 초이고 지금은 4월 21일인데 요즘에는 스피드9로 놓고 5분 뛰는 건 거뜬하다. 이렇게 기록해놓고 보니까 조금은 보람이 있군)

지금 하고 있는 일이 월급이 엄청 적은 대신에 거의 매일 칼퇴가 가능한 일이다. 저번 학기에는 아는 게 없어서 남들은 다 칼퇴하면서도 할 수 있는 일을 나혼자만 못해서 야근을 좀했지만, 한학기 지나고 나니까 어떤일을 미뤄도 되는지 대충 알겠어서 거의 6시에 칼퇴근을 한다. 집까지도 15분이면 가고, 저번 직장 다닐 때 피곤에 찌들어서 살았던 것과 비교하면 조금 여유가 있다.

그래서 운동도 하고 저번주 주말 까지는 운전 연수를 받았다. 주말에는 차가 없어서 운전하기 수월했는데 요즘 아빠가 동석해서 아침에 출근을 자가용으로 하고 있는데 운전 좀 서툴다고 뒷차들이 엄청 빵빵댄다. 입구로 들어올 때도 비보호 좌회전이라 까다롭고, 우리동네 아스팔트 사정도 메롱이고. 생각해보니 난 어렸을 때도 자전거 롤러스케이트 이런거 배울 때 남들보다 두배는 걸렸다. 아마 운전도 남들보다 배는 걸릴 거다. 연수 받으면 바로 차타고 수원도 가고 강남도 가고 잠실구장도 갈 수 있을 줄 알았더니 15분 운전하는데도 어찌나 험란한 여정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