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 휴가 사진을 아직도 정리하고 있다. 2009년 도쿄 사진은 영원히 정리 못하는 거 아닐까. (이 게으름증)
하지만, 이렇게 늦게 정리하긴 하지만 난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다. 사진만 죽 올려놓진 않으니까. 사진만 올려놔선 나중에 봐도 우울할 것 같아서.
사진 보면 그 때 상황이 떠오른 다는게 신기하다. 이래서 귀찮아서 사진 찍으라는 건가. (그래도 귀찮아서 못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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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쿄여행에서도 그랬지만, 둘째날이 제일 고단한 것 같다. 후쿠오카 타워 갔던 둘째날도 제일 힘들었고 후쿠오카 타워 갔을 때 이미 내 심신은 다 지친 상태였다.
그런데 타워에 있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그래도, 좀 쉴 수 있었다. 나가려고 해도, 그 타워안에 있는 작은 슈퍼에서 파는 우산은 모두 동이 난 상태였다. 비가 조금 그칠 때까지 타워 안에 갇혀 있는데 피곤함이 몰려왔다.
약간 그치고 나서 다시 후쿠오카 시내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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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타워 주변은 그렇게 비가 왔는데 후쿠오카 시내를 들어오니 비가 전혀 오지 않은 상태였다. 심지어 바닥은 보송보송. 짐 때문에 잠깐 호텔에 들렀다가 야타이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가보자! 하고 나왔는데 이 때 부터가 친구와 갈등의 시작이었다. 책에는 야타이가 늘어서 있다고 되어 있는데 후쿠오카 시내 어느 곳을 봐도 야타이가 죽 늘어선 곳은 없었다. 그래서 시내를 계속 걸었다.
후쿠오카는 밤이 되었음에도 살인적인 습도를 자랑했다. 진짜 최고 였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끈적 끈적함. 계속 우리 둘 사이에는 냉랭한 공기가 흘렀고 아무리 돌아도 우리가 생각하는 야타이가 엄청 많은 곳은 없구나! 라는 결론을 내린 후 앉을 자리가 있는 야타이로 들어갔다.
아사히 슈퍼드라이 맥주를 한 병 시키고 오뎅이랑 라멘을 먹으니 조금 기분이 풀어졌다. 저기 보이는 오뎅 세트 중 물렁뼈 같은 거 꽂아놓은 꼬치도 있는데 그건 도저히 먹을 수가 없겠더라. 라멘은 베리 굳! 일본 라멘 느끼해서 못 먹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맵지 않아서 내 입맛에 더 맞았다.
우리가 생각했던 야타이는 대만이나 홍콩 같은데 있는 정말 대규모의 야타이였는데 후쿠오카는 드문드문 있고, 야타이 가게 주인들도 다 제각각. 이랏샤이마셰!!!! 이 말이 너무 커서 귀가 아플 정도인 야타이 주인도 있고, 우리가 갔던 야타이 처럼 젊고 잘생긴 남자가 하는 야타이도 있다. (야타이 선택의 기준 중 하나였음) 우리가 야타이 간 날은 올림픽 야구에서 일본하고 네덜란드가 경기하는 날이었는데 모든 야타이 가게 주인들이 다 그경기를 보고 있었고, 그 경기에서 일본은 네덜란드한테 콜드 승 했다.
야타이를 찾는 중 한가지 사건이 있었다.
지도를 보는데 지하철역 중심으로 야타이를 찾아보자! 해서 길가는 젊은 남자에게 친구가 "텐진역" 이 어디인가요? 하고 물어봤더니, 쭉 걸어가면 된다고 웃으면서 말을 해줬다. 그래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하고, 그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분명히 책엔 9번 출구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 있는 야타이가 이게 맞냐. 이렇게 말하면서
텐진역을 그냥 지나치려는데 어디선가 그 젊은 남자가 막 뛰어오더니만, 텐진역에 가려면 이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고 다시 말해주는거다. 알고보니 자신의 여자친구는 우리가 길을 물어봤던 지점 반대편에 있었고, 횡단보도를 통해 건넌 후 여자친구를 만난 후에도 그 맞은편에서 우리가 텐진역을 잘 찾나 못찾나 계속 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텐진역을 못보고 그냥 지나치자 횡단보도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자마자 여자친구는 놔두고 뛰어와서 다시 말해준 것이었다. 우리는 그 남자의 성의가 무색하지 않게 원래 목적지는 지하철 텐진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단을 내려가서 남자가 지나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올라왔다.
지나치게 친절하여 우리에게 불편함을 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야타이서 먹을 거 먹으니 기분이 좋아져서 아이스크림까지 사먹고 호텔와선 추울 정도로 에어컨 틀고 잠들었다. 나야 여행으로 며칠 가 있었지만, 거기 사는 사람들은 더위를 싫어하면 못살 거 같더라. 큐슈 지역 정말 더웠다. 더운것도 더운건데 살인적은 습도는 앞으로도 못 잊을 거 같다.

우와... 무슨 3박4일 여행기를 1년 내내 쓰게 생겼네. 그래도 가끔 이렇게 여행기 쓰려고 사진보고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런다.

전 여행기에서 말했던 유후인 노모리를 타고 2시간 10분정도 지나서 4시 42분에 유후인에 도착했다. 후쿠오카는 완전 맑은 날씨였는데 유후인은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였다.
3박4일 여행간 중에 최고 좋았던 때는 유후인 도착해서 잠들기까지 이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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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정같은 건 거의 다 잡고 어디어디 갈 지 정했는데 중간에 료칸을 끼자고 한 건 친구 아이디어였다. 우리가 예약했던 여행 패키지가 에어텔 이었는데 난 바보같이 중간에 1박을 료칸으로 빼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료칸을 1박 안 끼었으면 무지하게 억울할 뻔 했다. 다음에 갈 때는 2박 정도 료칸에서 자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엄청 좋았다. 근데 저기 유후인은 하루 지나면 별로 볼 게 없어서.. 흠. 뭐 여행의 목적이 온천욕 이라면 또 모를까.

저기 유후인은 온천으로 유명하고, 료칸으로도 유명하고, 또 여자들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기념품 많이 팔기로 유명한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워낙 작은 동네라 료칸 찾기도 엄청 쉬웠다. 우리가 묵었던 료칸 카미노유는 유후인 역에서 직진하다가 오른쪽으로 꺽어서 길 건너면 바로 보이는 데라 더더욱 찾기 좋았다.
나중에 유후인 갈 사람들한테 우리가 묵었던 료칸 적극 추천합니다. 온천도 지하에도 있고 야외에도 있고 공중탕도 있고 무려 3개! 특히 야외탕은 시간대를 정해서 다른 사람이랑 겹치지 않게 목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요.
료칸 문을 열자마자 다다미 냄새인지 뭔지 모를 좋은 냄새가 났다. 근데 유후인 같은 날씨에서는 다다미 안 깔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진짜 진득하기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 비까지 와서는 정말 불쾌한 기분이 최고조였다.

짐 좀 대충 풀고 이제 우리 잠깐 동네 구경이나 할까 하고 나갔는데 가게 아저씨들이 이제 문 닫는다고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결정적으로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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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가게를 구경하려고 해도 다 닫고 비도 많이 와서 다시 료칸으로 복귀해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화장실 가서 막 샤워를 했다. 거기서 주는 유카타? (내친구 말로는 유카타 라고는 하는데 아무리 봐도 샤워가운 같았는데) 를 입었는데 너무 커서 질질 끌리고 폭이 좁아서 많이 불편했다. 그래서 그냥 난 반바지에 나시 입고 있었는데 친구는 키가 크고 료칸에 왔으니까 입어줘야 한다고 계속 입고 있었다.
료칸 카미노유는 맘씨좋은 아줌마랑 할머니 둘이서 같이 하고 계신데 무지하게 친절한데 온리 일본어만 하신다. 친구가 좀 할 줄 알아서 다 알아서 해줬는데 식사는 언제 들여보내줄지 물어보고 온천은 몇시부터 몇시로 할건지 물어보고 그랬다고. 저번에 오사카 갔을 때 처럼 일본어 한마디도 할 줄 모르면 좀 곤란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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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하고 에어컨을 틀고 기다리고 있으니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꺅. 진짜 맛있었다!!! 상은 한 3번 들어왔었나? 처음보는 생선요리가 많이 나왔고, 따뜻한 음식보다는 찬 음식이 많았다. (여름이라 그런가 아님 일본음식이 원래그런가) 모든 음식이 딱 1인분씩 나눠져 있고, 음식에 대해서도 뭐라뭐라 설명해주셨는데 잘은 모르겠다. 뭐라 하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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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 아이스크림까지 가져다 주셔서 다 먹고 나니 배도 부르겠다 에어컨 틀어서 시원하겠다 샤워도 했겠다 어제밤에 3시간 밖에 못 잤겠다 잠이 막 술술 오기 시작했다. 내가 이때 머리를 감았었나 안 감았었나 기억이 안나네. 아아. 샤워하면서 감았구나. 아니 머리까지 축축한데 이게 친구 드라이어도 내 드라이어도 220V 만 사용가능한거라 110V에 꽂았더니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거 같은 바람이 나와서 머리도 제대로 못 말렸다.
머리 말리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들어오셔서 완전 깨끗한 이불도 깔아주시는데 황송하기가 어디 이를 데가 없었다. 누우니까 기분 진짜 킹왕짱 이었어.

우리가 갔던 8월 13일은 올림픽이 한창이었고, 특히 올림픽 야구 예선이 시작하는 날 이었는데 TV를 트니 일본에서도 쿠바랑 일본이랑 예선전 경기를 해주고 있었다.
흠. 그래서 그 유명한 다르빗슈 라는 애가 던지는 것도 한번 봤네. 이날 일본은 쿠바한테 졌고, 한국은 미국한테 이겼는데 엄마아빠한테 전화하면서 이렇게 이렇게 저렇게 해서 이겼다고 말을 듣고 기분좋아서 누워 있는데 잠이 절로 왔다.

친구는 여기까지 왔는데 온천을 해야겠다고 나가는데 나는 갈까 말까 하다가, 아까 샤워도 했고 단지 온천때문에 또 목욕하기도 싫고 잠도 오고 이런 핑계로 그냥 내일 아침에 할래. 하고 안갔다. 비가 엄청 많이 와서 내 친구도 결국은 야외온천은 이용 못했다고 한다. 울 아버지 말로는 비올 때 야외에서 물에 담그고 있으면 기분 좋다고 하는데... 비가 어느 정도껏 와야지. 조금 아깝다. 그 료칸이 딴데보다 쪼끔더 비싼게 야외온천 때문인데.
온천 안가고 누워서 음악 듣는데 전화가 와서 받으니 일본어로 '~까' 로 끝나는 말 그러니까 계속 뭘 물어보는 투로 계속 말하시는데 알 수가 있어야지. 계속 '오후로 오후로' 이러길래. 오케이. 하고 말았는데, 친구한테 물어보니 오후로가 욕탕이라는 뜻이랜다. 이런 거 보면 나도 참 게으르다. 온천 유명한 데 와서 졸리고 귀찮아서 온천도 안가고.
근데 그냥 온천을 안해도 그 만으로도 100%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이 밑에 사진은 친구가 온천가서 찍어온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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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오랜만이다.
일본여행 갔다온 지 이제 기억도 가물가물한데 오랜만에 사무실 한가한데 틈틈히 이제 여행기나 정리해야지.
저번 1탄에서는 공항에서 하카타역에서 JR패스 발급 받은 거 까지 끝냈으니 그 다음부터 시작해야지.
우리는 예쁜 열차를 타겠다고 2시 34분 유후인노모리5호 열차를 예약했는데 그러고나니 시간이 너무 많이 남았다. 그렇다고 어디 돌아다니기도 그렇고... 책을 보고 하카타역 주변을 보니 뭐 갈만한데도 없고. 공원이라고 갔더니 그늘이라곤 하나도 없고 하여 "요도바시카메라" 라는 전자제품 상가를 구경하기 시작했다. 5층인가 하는 건물인데 전자제품부터 화장품 등등이 밀집된 건물이었다. 평소 일본 전자제품에 그닥 관심이 없는 나는 건성건성 봤는데 지금 생각해보니 거기가서 디카나 하나 살 걸 그랬나보다. 우리나라보다 싸다던데. 근데 일본에서 디카사면 액정 다 일어로 나오나? 영어버전도 있겠지. (에잇 아깝다)
저번 오사카 가서도 덴덴타운이라고 엄청 큰 전자상가 같은데가 있었는데 일본은 용산같은 전자상가가 어딜가나 있나보다.
카메라 구경보다 재밌었던 건 핸드폰 구경. 핸드폰이 진짜 우리나라와는 비교도 안되게 많았는데 색깔도 여러가지고, 액정도 진짜 크고 무엇보다 핸드폰 카메라 성능이 디카 뺨치게 좋았다. 슬라이드보다는 거의 다 폴더형태였다. 어디서 보니 일본은 무선 인터넷이 훨씬 발달되어 있어서 핸드폰 액정이 클 수 밖에 없다고 한다. 왜 유선인터넷을 건너뛰었을까. 흠. (이건 내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지)
요도바시카메라 바닥에 앉아서 면세점에서 산 거 가방에 좀 정리하고 목에 선크림도 더 좀 바르고.. 새벽에 일어나서 몰골이 말이 아닌 얼굴에 화장도 좀 하고 했는데 아.. 그래도 남아도는 시간이었다.
유후인노모리 때문에 허비한 시간이여. 흑. 그냥 유후DX 12시 18분 차를 탔어야 했어.
사진은 친구 사진이랑 내가 찍은 사진이랑 짬뽕인데 둘다 요도바시 카메라 안에서는 하나도 안 찍었는데 그 안에서 어찌나 시간을 허비했든지 요도바시 카메라 주제곡을 나중에는 거의 외울 지경이었다. (디게 코믹한 노래였는데)

배가 고파서 친구가 책을 또 막 찾더니 요도바시 카메라 맨 윗층 회전초밥집이 괜찮단 정보가 있다고 거기가서 밥을 먹자는거다. 11시 쯤에 문을 열었던 거 같은데 열자마자 들어가서 회전초밥을 먹었다. 한국 사람이 하도 많이 가서 그런지 메뉴판에 한글안내도 다 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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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시온도" 에서는 초밥 뿐 아니라 입가심 할 수 있는 푸딩 같은 것도 파는데 거기서 먹은 푸딩도 엄청 맛있었다. 근데 평소 연약한 장의 소유자인 내가 일본에서 너무 날생선 가득한 초밥을 먹어서 그런지 그때부터 배가 살살 아프기 시작했다. 흑.

점심을 후다닥 먹고나서도 시간이 남아서 하카타역 지하상가를 구경하는데 난 벌써 다리가 아파서 친구한테 카페들어가면 안되냐고 사정사정해서 결국 카페에 들어가서 좀 쉬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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쉬고나서 기다리던 열차를 타러 플랫폼으로 가는데, 예전 오사카 여행 갔을 땐 무거운 짐 동생이 다 들어줘서 편했는데 계단을 캐리어 들고 올라갔다 내려갔다 하려니까 힘들었다. 키가 작아서 그 캐리어를 가슴높이까지 들어야만 계단을 오르내릴 수 있었기 때문에. 흑. (아 열등한 신체구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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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기차 안에는 매점 같이 밥 될만한 거 파는 칸이 하나 따로 있는데 저기 유후인노모리는 카페같은 칸도 따로 있고 저 안에서 먹는 커피랑 빵이 맛있다고 소문이 나 있었다. 그리고 유후시까지 가는 시간이 꽤 걸리는데 그때 바깥으로 보이는 풍경이 일품이라 유명한 열차이다. 저 열차 안에서 무슨 은하철도 999 에서 나오는 기관사 모자 같은 거 쓰고 날짜 쓰여진 푯말들고 기념사진도 찍어준다. (친구랑 둘이 찍었는데 꽤 코믹하다)

아무리 바깥풍경이 멋지다고 해도 3시간 밖에 안자고 온 터라 헤롱거리다가 결국 잠들었다. 어차피 잘 것 같아서 창가쪽도 친구에게 양보한 상태였고, 결국 나는 30분정도 지나서 미친듯이 자버렸다. 흐흐. 어차피 유후인에서 하룻밤자고 다시 후쿠오카로 올 예정이라 오는 길에 구경해도 되겠지 하고 잤는데 오는 길에는 커텐을 열면 너무 직사광선이 들어와서 다른 자리 사람들을 위하여 커텐을 칠 수 밖에 없었다. ; 그리고 결국 오는 길에서도 난 잤다.
친구처럼 가는 2시간 반 동안 열렬히 바깥 풍경을 구경하진 않았지만, 30분 남짓한 시간동안 기차 바깥을 보는데 미세먼지 0%에 도전하는 바깥 공기도 그렇고, 작열하는 햇빛도 그렇고, 피곤한 것도 그렇고 여행온 게 막 실감나서 난 들뜬 기분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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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선 이 글을 보는 분들에게 묻고 싶다.
만약에 같이 여행간 친구가 여행가서 사진 하나도 안 찍고 딩가 딩가 놀다가 돌아와선
니가 찍은 사진 다 나도 공유해주면 안돼?
라고 말을 하면 어떨 것 같나?
(참고로 그 친구는 카메라를 한시도 손에서 안놓고 거의 모든 곳의 모든 사진을 다 찍었다.)

내 주변 몇명한테 물어봤더니 다들 아무 상관 없댄다. 나라면?? 흠... 친구랑 여행가본 적이 이번이 처음인데 난 아무 상관 없을 것 같은데. (진심임)
 
휴가 때 큐슈를 잘 다녀오긴 했는데 저번 오사카 여행 때 처럼 사진을 많이 찍지 못했다. 뒤로 매는 가방을 매서 손은 편했지만, 카메라를 넣고 빼기가 너무 귀찮았기 때문이다.
그리고 오사카 갔을 땐 동생이 짐꾼역할 해서 좋았는데. 이번엔 그것도 안되었으니.
또 내 사진기가 너무 후진대다가 밧데리까지 살짝 맛이 간 것을 모르고 그냥 가져가서 오전에 사진 찍음 이미 밧데리가 다 닳고 없었다.
물론 물론 다 핑계거리 맞다.

진짜 이유는 그냥 사진 찍기가 귀찮았다.

저번 오사카 여행가서 사진 찍느라고 정작 봐야할 것도 별로 못보고 즐길 것도 별로 못 즐긴 감이 없지않아 있어서 이번에는 사진 찍을 시간에 그냥 한 걸음이라도 더 걷고 보자는 생각으로 안 찍어봤는데.. 집에 와서 보니 이거 이제와서 후회가 되는거다. 물론 편하긴 했다. 뒤로 매는 배낭에 그냥 씩씩하게 팔 휘두르면서 걸을 수 있었으니까.

흠.. 새로 산 내 친구 디카 속에는 내 인물사진도 꽤 있었는데 친구가 사진 보냈다고 해서 메일함을 열어보니 진짜로 딱 내 인물사진 밖에 안 들어 있었다.
이럴 경우 친구가 얘는 인물 사진 이외에는 필요로 하지 않을거라 생각하고 이걸 다 편집해서 보낸 것인가?
아니 근데 1기가 정도 되는 메모리를 풀로 다 채운 친구인데 그 사진을 하나하나 골라냈다는 게 더 놀랍잖아. 난 그 수고도 수고라 생각하기도 했고 공짜로 배경 사진도 좀 얻을 요량으로 그냥 메모리 전체 다 보내달라고 말을 했는데 그럼에도 불구하고 친구가 내 인물사진만 보내줬단 말이다.

우와... 이거 내 일기 블로그이긴 하지만 이런 고민까지 쓰게 되다니.

여하튼 나의 소심한 고민거리는 과연 내가 동행한 친구한테 니 사진 다 보내달라고 말하면 얘는 싫어할까? 하는 이것이다. 크크크. 아 진짜 캐소심.
근데 이런 고민을 하면서 한가지 깨달은 바는 이번에 같이 동행한 내 친구는 나랑 진짜로 친한 친구가 아니구나 하는 거. 진짜로 친한 친구 (지금 머리속에 떠오르는 두세명) 같았으면 이런 고민 할 게 뭐있나. 하긴 진짜 친한 친구 같았음 아마 내가 말하기도 전에 그냥 사진 다 보내줬을거야. 아. 근데 진짜 친한 친구들은 다 나랑 성격이 비슷해서 사진도 안 찍었겠구나. 왜 나랑 진짜로 친한 친구들은 다 돈을 안벌고 있지. 흑. 같이 여행가고 싶은데.-잠깐 골룸처럼 혼잣말과 정신병자 모드.

말은 이렇게 하지만 난 아마 안면불수하고 친구한테 사진 다 보내달라고 말할 거다.;;

이번 여행 때 가장 힘들었던 건 저번에 미즈키님 블로그에서도 말했지만, 여행가서 맛있는 걸 먹어야 한다는 개념이 전혀 없는 나와 여행가면 맛집을 꼭 찾아가야 한다는 내친구와의 가치관 충돌이었다. 나는 배가 고프면 그곳이 설령 전세계가 표준화된 맛을 자랑하는 맥도널드라 하더라도 들어가서 음식물을 섭취해줘야 하는데 친구는 아무리 배가 고파도 책에 나와있는 맛집을 찾아서 1시간 이고 2시간 이고 찾아야하니. 추후에는 혼자 오는 것도 괜찮단 생각도 들었다.
오사카 여행 때는 5박 6일 내내 쓰미마셍, 아리가또 를 각각 2번씩 일본어를 딱 4번 밖에 안했고, 의사소통이 안되면 그러면 그런가보다. 이러면 이런가보다 하고 지냈는데 친구가 일어를 잘하니 이것저것 새로 알게 되는 것도 있고 길 찾기도 쉽고 그거 하나는 좋았다.

내 디카에 있는 사진은 고작해야 몇십장 정도인데 그마저도 정리를 못했다. 아아악.
그래도 다 잊기 전에 여행기는 조금씩 남기겠다. 벌써 여행이 아주 머나먼 예전 일 같다. 8월 20일 조금만 있으면 나의 여름도 끝이나고...

P.S 일본 여행가서 2번씩이나 회사관련 꿈을 꿨다. 첫번째 꿈은 너무 생생해서 꿈이야 생시야 했는데 내용도 최악이어서 회사에 일 터졌으니까 당장 회사로 복귀하란 내용이었다. 으악. 진짜.

얼마만에 다시 쓰는 여행기인가. 이번 주말에는 약속이 하나도 없었다. 잠을 계속 잤더니.. 그래도 또 졸리네.
어찌되었든 여행 갔던 기억을 떠올려서 시작해보자면,
교토에서 기요미즈테라 이외에 별다른 구경을 못한 우리는 원래 가려던 나라 일정을 취소하고 교토를 한번 더 들르기로 했다. 전날 10분 차이로 입장하지 못했던 니조조로 가기로 하고 교토로 이동했다. 2월 5일에 교토로 갈 때는 limited express를 타고 시조가와라마치 역에서 내려 12번 버스를 타고 니조조마에역에서 내려  니조조(二条城)에 도착할 수 있었다. (전날과 같은 실수는 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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니조조는 1603년에 도쿠가와 이에야스의 교토 숙소로 지은 성이라고 한다. 니조조의 좋은 점은 성 안까지 구경할 수 있다는 점이다. 사진은 찍지 못하게 되어 있어 못 찍었지만 금칠한 벽이나 벽화, 일본식 방이 꽤 볼만했다. 안에 실물크기로 사람 인형도 제작해 놓고 거기에 그 사람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 사람인지까지 써놓아서  재미있었다. 아 근데 영어로 써 있는 안내에도 그냥 '쇼군' 이라고 써 놓았던데 왜 '장군' 이라고 해석 안해놓았나. 생각을 했는데 '쇼군' 이라고 써 놓아도 외국 사람들도 그게 장군인지 다 아는 모양이다. 성 안 복도를 걸을 때는 눈치 못챘지만 니조조 안의 복도는 수상한 자의 침입을 막기 위해서 일부러 삐걱거리도록 지어졌다고 한다. 일본성에는 꼭 하나씩 있는 덴슈카쿠가 니조조안에는 불타서 없다.
난 기요미즈테라보다 니조조가 더 좋았다. 정원도 아담하니 이쁘고 무엇보다, 성 안을 구경할 수 있다는 게 최대 장점이었다.!

교토에서 고베까지 이동하려면 시간이 꽤 걸리기 때문에 우리는 교토에서 딱 하나 더 볼 수 있는 시간 밖에 남아있지 않았다. 킨카쿠지(金閣寺)를 보느냐, 긴카쿠지(銀閣寺)를 보느냐 고민하기 시작했다. 절 자체로만 보면 킨카쿠지가 더 멋있었겠지만 왠지 철학의 길 때문에 긴카쿠지도 땡겼기 때문이다. 하지만, 철학의 길이 있다고한들 그 길을 유유자적 걸을 순 없을 듯 하여 킨카쿠지로 결정하고 다시 12번 버스를 타고 킨카쿠지로 향했다. 우리와 함께 니조조를 구경하던 외국인들도 모두 킨카쿠지로 향하는 것 같았다. (갔다와서 안 사실이지만 우리보다 일찍 일본 여행 갔다온 사람이 말하길 긴카쿠지는 공사 중이라 별로 볼 게 없었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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킨카쿠지는 1397년에 별장으로 지었던 곳을 로쿠온지로 개칭하였다고 한다. 하지만 지금은 석가모니의 유골을 모신 3층의 사리전(위 사진에 보이는 킨카쿠)이 유명하여 모두들 킨카쿠지로 부르는 모양이었다.
우리가 킨카쿠지에 도착했더니 또 비가 오기 시작했다. 우리가 일본에 온 이후로 비가 안 온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 결국 우산을 쓰고 킨카쿠지의 정원을 구경하고 이젠 고베로 가야겠다 싶어서 다시 교토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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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각보다 돈이 좀 모자른 상태라 우리는 또 교토 시내 음식점 아무데나 들어가서 밥 먹자 하고 정말로 아무 곳에나 들어갔다. 그 음식점은 내가 일본 음식에 대해서 아주 부정적인 견해를 형성하는 데에 결정적 역할을 했는데 일단 음식이 너무 짰다. 저 위에 보이는 건 동생 메뉴고 나는 카레를 시켰는데, 나중에는 너무 짜서 더이상 못 먹을 것 같아서 반 이상을 남겼다. (태어나서 그렇게 짠 음식은 처음이었다) 일본 음식이 싱겁다는 건 다 거짓말. 그리고 이제와서 말하는 것이지만 저 음식점 컵에 휴지가 들어 있었다. 정말로 말 그대로 휴지였다. 그냥 깨끗한 휴지도 아니고 테이블을 닦은 휴지가 내 컵안에 들어 있었다. 난 한모금 마셨었는데.. 한모금 마시고 나서 다시 보니 거기 더러운 휴자기 들어 있는 것 아닌가. 맹새코 내가 넣은 것은 아니었다. 내가 물을 받자 마자 마시고 발견한거니까. 일본어를 전혀 못하는 나는 결국 여기 휴지 들었다고 한마디 말도 못하고 그냥 동생 물 마셨다. 완전 기분이 나빠져선 일본이라고 뭐 특별히 깨끗하고 실수 없는 거 아니구나. 라고 생각하며 그 음식점을 나왔고 너무 짜서 제대로 못 먹은 배를 채우기 위해 옆에 있던 제과점에서 빵을 사 먹고 시조가와라마치 역에서 다시 오사카 가는 전철을 탔다.

우메다역에서 내려서 우리는 교토와 정반대방향인 고베(神戶)로 향했다. 어떻게 보면 굉장히 비효율적인 루트이지만, 사람들 말이 고베는 야경 빼면 볼 것 없다고 해서 굳이 오랜시간을 투자하고 싶지 않았다. 산노미야역에 도착해서 기타노이신칸카이를 가려고 보니 이미 씨티루프(고베 시내 관광하는데 편리하도록 만든 버스)도 끊길 시간이고 가봤자 많이 못볼 것 같고 하여 과감하게 생략하기로 했다. 그래 뭐 기타노이신칸카이 그냥 이쁜 집들 빼면 볼 거 없다고 했으니까. 그래서 다시 산노미야 역에서 전철을 타고 모토마치역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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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토마치역에서 메리켄파크로. 메리켄파크에서 고베항으로 걸어서 도착. 고베항에 도착해서 우리는 여기 완전 월미도다 월미도! 이랬다. 고베라는 도시 전체의 느낌이 인천 중구 신흥동 같았다. 인천 역시 우리나라에서는 일찍이 개항을 했고, 고베도 일본에서는 빨리 개항을 하여 기타노 이신칸카이 같은 외국인 거주지역이 있는 것 같았다. 빨리 개항한 만큼 빨리 흥하고 또 지금은 도시 전체가 좀 죽은 느낌이 들었다.  (고베는 1868년 개항, 인천은 내 기억으론 1883년 개항) 고베 역시 인천항 주변처럼 오래되지 않는 과거에 흥했고 지금은 별 볼 일 없어진, 뭐랄까 그런 도시만이 가질 수 있는 특유의 처량한 분위기를 풍기고 있었다. 월미도처럼 사람이 별로 없기도 마찬가지. (고베가 인천보다 도시 자체 겉모습만으로 보자면 100배는 더 세련되긴 했지만)
고베에 오면 대부분 아리마온천인가? 거기를 가던데 전에도 말했듯이 뜨거운 곳에 들어가 있는 것을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온천도 과감히 생략했다. 결국 내가 고베에서 본 거라곤 야경 뿐인데,.. 책이나 인터넷이나 백만불짜리 야경 어쩌고 하지만, 백만불 짜린 아니고. 야경보다 그냥 우리 동네 분위기 나서 그게 난 더 좋았다.  
어렸을 때 TV를 통해 봤던 고베 지진을 아주 어렴풋이 기억을 하고 있는데 내 동생은 전혀 기억이 없댄다. 1995년이면 난 초등학교 6학년 때고 동생은 2학년 때니까 그럴 수도 있겠지. 어느 부근이 피해가 최고 심했는 지 모르겠지만 지진이 났다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고베는 낡았지만 정갈한 느낌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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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 얼마만에 다시 쓰는건지! 3월 2일에 쓰다가 결국 마무리 못 짓다가 오늘이 벌써 3월 7일!
일단 고베 여행기를 어떻게 쓰려 했는지 기억이 안나는데. 사진 보니까 고베항을 얘기하려고 했나보다. 음.. 고베항을 온 이유는 거기 야경이 이쁘다고 해서 였는데 야경을 볼만큼 어두워지려면 시간이 좀 남아있고 그렇다고 이제와서 다시 고베시내로 가서 시내구경을 하기에도 무리가 있서 그냥 고베항 주변을 슬슬 걷는 데 바닷바람이 처음에는 상쾌하다가 나중에는 어찌나 차갑든지. 추운 칼바람이 아니라 차가운 바람이었다. 사람은 코빼기도 안보이고 어딜가나 바글바글하던 한국 사람도 한명도 없었다. 그리고 의외로 고베항에 뭔가가 없어서 딱히 구경할만한 것도 없고.. 생각해보면 이번 여행에서 가장 의미없이 시간 보낸 곳 여기 고베항 아니었나 싶다. 계속 걷다보니 쓰잘데 없이 다리도 많이 아팠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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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베 포트타워 전망대를 갈까? 했는데 그것 역시 과감하게 생략.;; 결국 고베에서 한 거라곤 역에서 내려서 고베항 걸어다닌 것 밖에는 없었다는 거. 고베 포트타워 전망대에 올라가서 바다를 봐도 별로 볼 거 없을 것 같고, 도시방향을 봐도 그냥 그럴 것 같아서 딱히 올라가야겠다는 생각이 안 들었다. 고베 포트 타워는 높지도 않고 많이 낡았지만 모양이 귀여웠다. 근데 일본은 어딜가도 타워가 있는데 원래 도시에는 그 상징인 타워 하나씩 만드는 게 당연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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계속 고베항 주변을 돌기에는 너무 추워서 유명한 레스토랑인 모자이크 가든이 있는 건물로 들어가 그 안에 있던 팬시점 구경도 하고 오락실도 구경하고 그랬다. 팬시점 같은 건 우리나라 코엑스에 있는 팬시점과 별 다를 바 없었다. 내가 별다르길 기대했던 건 가격이었는데 일본 현지에서도 비싸서 결국 그냥 안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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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디어 밤이 되었고 우리는 야경을 구경하며 사진을 찍기 시작했다. 삼각대도 없고 DSLR 카메라도 아니라 찍기에 많이 힘겨웠는데 심지어는 내동생이 내머리 위에 카메라를 올려놓고 내 머리를 삼각대 삼아 찍어보려고 했음에도 찍을 수 없었다. 구경하는데 시간이 오래걸리는 것도 아니고 다리는 너무 아프고 해서 집에 가자 했는데 저 멀리 한큐 라고 써 있길래 옳타쿠나. 저기에 한큐전철이 있나보다. 하고 갔는데 거기는 한큐전철역이 아니라 한큐백화점이었다. 난 한큐가 철도전문 회사인 줄 알았더니 (우메다역에서 한큐전철만 봤기 때문에-지금 생각함 참으로 단순한 발상이다.;) 그게 아니어서 괜히 백화점까지 갔다가 다리만 더 아파지고 말았다. 결국 저 멀리에 있는 모토마치역까지 힘겹게 걸어갔다. 걸어가는 중에 인천 차이나타운과 꼭 닮은 일본 차이나타운을 봤고 그 날 밤 세븐 일레븐에서 야식을 구입할 때 쯤엔 다른 날보다 훨씬 더 지쳐서 야식을 구입했고 숙소에서 야식먹으며 TV를 보고 씻기 귀찮아서 죽겠다 투정부리며 늦게만큼 씻고 잠들었다.

우와.. 이 포스팅 진짜 무지하게 길다. 나중에 이렇게 여행기 쓰길 잘했단 생각이 드는 날이 왔음 좋겠네.

잊기 전에 그래도 일본에서 내가 뭘 했는지 정도는 써야겠다고 생각했다.
사진도 생각보다 많이 못찍고 원래 계획했던 여행 일정도 결국은 제대로 소화하지 못했지만, 오늘 만난 내 친구 말대로 이번 여행의 가장 중요한 의의는 드디어 해외를 나가본 거 아닐까.
뭐 대학때는 시간이 남아 돌았는데 돈은 없었고, (여행을 위하여 돈을 벌고 싶지도 않았다는 게 더 맞는 표현이겠지만) 여행이 필요 할 만큼 괴롭지도 않았다. 그리고 난 요즘도 대학생인데 여행가는 건 별로 안 부럽다. 솔직히 말해서 대학 때 여행은 돈 있고 마음 있음 갈 수 있는 거 니까.
그런데 직장인이 여행 가는 건 진짜 부러워 미친다. 돈 있고 가고 싶은 맘은 굴뚝같아도 상황이 안되면 절대 못가는 거니까 말이다.
나도 회사에서 일본 간다고 말했더니 꽤나 많은 사람들이 부러워해줬다. 그 마음 내가 안다. 저번에 대리님이 추석연휴 이용해서 아일랜드 가는 거 보고 정말 부러워서 반쯤 기절할 뻔 했으니까.
내가 여행한 곳은 일본의 오사카 (大阪) 우리나라 말로 읽음 대판. 뜻 풀이를 하면 큰 비탈. 도쿄 이전에 계속 일본의 수도가 있었던 관서지방의 상징인 곳이다. 갔다와서 생각이지만 도쿄 안가고 오사카 가길 잘한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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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는 도착하자마자 어딘가를 가려고 했는데 비도 오고 호텔을 찾느라 너무 고생해서 뭐 다른 거 할 엄두가 안났다. 우리가 묵은 비지니스 호텔은 약도가 정말 알아보기 힘들게 그려져 있었는데 나 같음 그냥 사카이스지센 에비스쵸역 1번 출구에서 오른쪽 출구로 나와서 오른쪽 방향으로 육교가 있을 때 까지 쭉 걸어와 길을 건넌 다음 다음 오른쪽을 보세요. 1층에는 세븐일레븐과 Pronto 라는 카페가 있습니다. 이렇게 적어놓겠다. 당최 알아볼 수도 없었던 지도 때문에 어찌나 고생을 했든지. 물론 난카이센 난바역에서 사카이스지센 에비스쵸 역을 가려면 2번이나 갈아타야 하지만 그게 훨씬 빠를 뻔 했다.

일본에 도착해서 느낀 내 첫 느낌은 경차도 많고 자판기도 많고 자전거도 많구나. 하는 거랑 사람들 키가 크다는 거랑 (솔직히 말해서 우리나라 사람들보다 훨씬 큰 것 같았다) 옷 입는 거나 생긴거나 우리나라랑 완전히 비슷하구나. 하는 거였다. 내 생각엔 한중일 중에서 가장 튀는 건 역시 중국사람이고 오히려 우리나라 사람이랑 일본 사람은 엄청 비슷한 거 같았다.
그리고 일본에 있으면서 내내 느낀 점은 한마디로 '일본 철도 짱' 이였다. 진짜 철도 짱이라고 부르고 싶다. 어딜가도 전철역이 있고 수많은 종류의 전철이 있어서 어디든지 철도로 쉽고 빠르게 도달할 수 있었다. (교토 시내 안에서 빼고) 우리나라에도 용산역 급행 말고 서울역 특급 쾌속 등등의 열차가 있어서 내 출퇴근 시간 좀 줄어들었음 좋으련만.

비도 많이 오고 어두컴컴해지고 해서 우리가 항상 전철을 탈 난바역 주변이나 점검하자는 생각으로 길을 나섰다. 난바역은 오사카에서 우메다역과 함께 큰 도심지인데 난카이센 난바역, 미도스지센 난바역, 요쓰바시센 난바역, JR 난바역, 긴테츠 난바역 이 있었고 우리가 주로 이용할 전철선은 미도스지센 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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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이 우리나라와 다른 점 또 하나는 저녁 9시만 되면 도시가 조용해 진다는 거다. 9시 경의 일본 도로는 우리나라 1시 2시쯤 과 비슷할 정도로 차가 없는데 상점도 8시면 다 문 닫고, 돌아다니는 사람도 별로 없고 벌써부터 노숙자들이 상자로 하룻밤을 지낼 자리를 마련하고 그런다. 한국은 9시부터가 시작인데 말이다.
그걸 보면서 선진국은 선진국인가 싶었던 게 어찌되었든 8시 이전에는 다 퇴근을 한다는 건데 부러웠다. 우리도 9시쯤 되니 딱히 도심에서 할 일이 없어져서 호텔 1층에 있는 세븐 일레븐에서 먹을 것 좀 사가지고 올라왔다.
방에 있던 온풍기 리모콘을 보니 모조리 한자라 결국엔 호텔 프론트에 있는 여자 불러다가 따뜻한 바람 나오게 하는 법을 배웠다. (알고보니 우리가 에어컨으로 켜놓고 있었던 것이 아닌가) 한자 앞에 한없이 무력해지는 나를 보며, 앞으로가 조금 걱정이었지만 일본에 도착해서 일본어 한마디도 안했는데 전철 표도 끊고 저녁도 먹고 숙소도 잘 찾아온 거 보면 앞으로도 별 문제 없을 거라 생각했다.
새로운 잠자리에 익숙치 않았던 탓인지 첫날밤에 난 중간 중간 계속 깨고 뒤척거렸다. 날씨를 보니 내일도 비가 온다고 하던데.. 하는 걱정도 하고, 비가 안오면 교토. 비가오면 오사카를 구경하자는 생각으로 잠을 청했다. 생각보다 별다를 것 없었던 일본에 도착한 첫날 밤 이었다.


발등에 불.

일상 2008. 1. 31. 23:17
발등에 불이 떨어졌습니다.
5박 6일 오사카 여행 일정을 이번주에야 눈 벌게지면서 짰습니다.
제 동생이 책 두권에 있는 일정 그대로 움직이면 된다고 배짱을 부리고 안한 결과지요.
뭐 애초에 예상은 했지만 말입니다.
그 덕에 잠도 제대로 못자고 피곤이 누적된 상태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요즘 저는 '내가 이것 때문에 산다.' 대략 이런 상태랄까요.
또 한편으로는 갔다와서 우울해서 어떡하나 하는 생각도 들어요. (왜 벌써 걱정인지 모르겠지만)

저는 2월 2일 12시 20분 비행기로 떠납니다.
비행기도 처음. 해외도 처음. 일본도 처음. 입니다.
저 생각보다 촌스럽게 살았더라구요.

통장잔고는 바닥나고 있지만, 그래도 재밌을 것 같아서 기대되고 있어요.
무사히 갔다오도록 응원해 주세요!

P.S 저 TV 틀어놓고 컴퓨터를 하고 있었는데요. 이 글과 전혀 상관 없는 글이지만, 저는 마지막에 예고 안해주는 드라마 너무 싫어요. ;; 시청자에 대한 예의가 없어!!!! 왜 뉴하트 예고 안해주는거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