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와... 무슨 3박4일 여행기를 1년 내내 쓰게 생겼네. 그래도 가끔 이렇게 여행기 쓰려고 사진보고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런다.

전 여행기에서 말했던 유후인 노모리를 타고 2시간 10분정도 지나서 4시 42분에 유후인에 도착했다. 후쿠오카는 완전 맑은 날씨였는데 유후인은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였다.
3박4일 여행간 중에 최고 좋았던 때는 유후인 도착해서 잠들기까지 이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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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정같은 건 거의 다 잡고 어디어디 갈 지 정했는데 중간에 료칸을 끼자고 한 건 친구 아이디어였다. 우리가 예약했던 여행 패키지가 에어텔 이었는데 난 바보같이 중간에 1박을 료칸으로 빼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료칸을 1박 안 끼었으면 무지하게 억울할 뻔 했다. 다음에 갈 때는 2박 정도 료칸에서 자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엄청 좋았다. 근데 저기 유후인은 하루 지나면 별로 볼 게 없어서.. 흠. 뭐 여행의 목적이 온천욕 이라면 또 모를까.

저기 유후인은 온천으로 유명하고, 료칸으로도 유명하고, 또 여자들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기념품 많이 팔기로 유명한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워낙 작은 동네라 료칸 찾기도 엄청 쉬웠다. 우리가 묵었던 료칸 카미노유는 유후인 역에서 직진하다가 오른쪽으로 꺽어서 길 건너면 바로 보이는 데라 더더욱 찾기 좋았다.
나중에 유후인 갈 사람들한테 우리가 묵었던 료칸 적극 추천합니다. 온천도 지하에도 있고 야외에도 있고 공중탕도 있고 무려 3개! 특히 야외탕은 시간대를 정해서 다른 사람이랑 겹치지 않게 목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요.
료칸 문을 열자마자 다다미 냄새인지 뭔지 모를 좋은 냄새가 났다. 근데 유후인 같은 날씨에서는 다다미 안 깔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진짜 진득하기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 비까지 와서는 정말 불쾌한 기분이 최고조였다.

짐 좀 대충 풀고 이제 우리 잠깐 동네 구경이나 할까 하고 나갔는데 가게 아저씨들이 이제 문 닫는다고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결정적으로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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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가게를 구경하려고 해도 다 닫고 비도 많이 와서 다시 료칸으로 복귀해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화장실 가서 막 샤워를 했다. 거기서 주는 유카타? (내친구 말로는 유카타 라고는 하는데 아무리 봐도 샤워가운 같았는데) 를 입었는데 너무 커서 질질 끌리고 폭이 좁아서 많이 불편했다. 그래서 그냥 난 반바지에 나시 입고 있었는데 친구는 키가 크고 료칸에 왔으니까 입어줘야 한다고 계속 입고 있었다.
료칸 카미노유는 맘씨좋은 아줌마랑 할머니 둘이서 같이 하고 계신데 무지하게 친절한데 온리 일본어만 하신다. 친구가 좀 할 줄 알아서 다 알아서 해줬는데 식사는 언제 들여보내줄지 물어보고 온천은 몇시부터 몇시로 할건지 물어보고 그랬다고. 저번에 오사카 갔을 때 처럼 일본어 한마디도 할 줄 모르면 좀 곤란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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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하고 에어컨을 틀고 기다리고 있으니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꺅. 진짜 맛있었다!!! 상은 한 3번 들어왔었나? 처음보는 생선요리가 많이 나왔고, 따뜻한 음식보다는 찬 음식이 많았다. (여름이라 그런가 아님 일본음식이 원래그런가) 모든 음식이 딱 1인분씩 나눠져 있고, 음식에 대해서도 뭐라뭐라 설명해주셨는데 잘은 모르겠다. 뭐라 하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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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 아이스크림까지 가져다 주셔서 다 먹고 나니 배도 부르겠다 에어컨 틀어서 시원하겠다 샤워도 했겠다 어제밤에 3시간 밖에 못 잤겠다 잠이 막 술술 오기 시작했다. 내가 이때 머리를 감았었나 안 감았었나 기억이 안나네. 아아. 샤워하면서 감았구나. 아니 머리까지 축축한데 이게 친구 드라이어도 내 드라이어도 220V 만 사용가능한거라 110V에 꽂았더니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거 같은 바람이 나와서 머리도 제대로 못 말렸다.
머리 말리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들어오셔서 완전 깨끗한 이불도 깔아주시는데 황송하기가 어디 이를 데가 없었다. 누우니까 기분 진짜 킹왕짱 이었어.

우리가 갔던 8월 13일은 올림픽이 한창이었고, 특히 올림픽 야구 예선이 시작하는 날 이었는데 TV를 트니 일본에서도 쿠바랑 일본이랑 예선전 경기를 해주고 있었다.
흠. 그래서 그 유명한 다르빗슈 라는 애가 던지는 것도 한번 봤네. 이날 일본은 쿠바한테 졌고, 한국은 미국한테 이겼는데 엄마아빠한테 전화하면서 이렇게 이렇게 저렇게 해서 이겼다고 말을 듣고 기분좋아서 누워 있는데 잠이 절로 왔다.

친구는 여기까지 왔는데 온천을 해야겠다고 나가는데 나는 갈까 말까 하다가, 아까 샤워도 했고 단지 온천때문에 또 목욕하기도 싫고 잠도 오고 이런 핑계로 그냥 내일 아침에 할래. 하고 안갔다. 비가 엄청 많이 와서 내 친구도 결국은 야외온천은 이용 못했다고 한다. 울 아버지 말로는 비올 때 야외에서 물에 담그고 있으면 기분 좋다고 하는데... 비가 어느 정도껏 와야지. 조금 아깝다. 그 료칸이 딴데보다 쪼끔더 비싼게 야외온천 때문인데.
온천 안가고 누워서 음악 듣는데 전화가 와서 받으니 일본어로 '~까' 로 끝나는 말 그러니까 계속 뭘 물어보는 투로 계속 말하시는데 알 수가 있어야지. 계속 '오후로 오후로' 이러길래. 오케이. 하고 말았는데, 친구한테 물어보니 오후로가 욕탕이라는 뜻이랜다. 이런 거 보면 나도 참 게으르다. 온천 유명한 데 와서 졸리고 귀찮아서 온천도 안가고.
근데 그냥 온천을 안해도 그 만으로도 100%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이 밑에 사진은 친구가 온천가서 찍어온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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