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08년 여름 휴가 사진을 아직도 정리하고 있다. 2009년 도쿄 사진은 영원히 정리 못하는 거 아닐까. (이 게으름증)
하지만, 이렇게 늦게 정리하긴 하지만 난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다. 사진만 죽 올려놓진 않으니까. 사진만 올려놔선 나중에 봐도 우울할 것 같아서.
사진 보면 그 때 상황이 떠오른 다는게 신기하다. 이래서 귀찮아서 사진 찍으라는 건가. (그래도 귀찮아서 못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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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쿄여행에서도 그랬지만, 둘째날이 제일 고단한 것 같다. 후쿠오카 타워 갔던 둘째날도 제일 힘들었고 후쿠오카 타워 갔을 때 이미 내 심신은 다 지친 상태였다.
그런데 타워에 있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그래도, 좀 쉴 수 있었다. 나가려고 해도, 그 타워안에 있는 작은 슈퍼에서 파는 우산은 모두 동이 난 상태였다. 비가 조금 그칠 때까지 타워 안에 갇혀 있는데 피곤함이 몰려왔다.
약간 그치고 나서 다시 후쿠오카 시내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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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타워 주변은 그렇게 비가 왔는데 후쿠오카 시내를 들어오니 비가 전혀 오지 않은 상태였다. 심지어 바닥은 보송보송. 짐 때문에 잠깐 호텔에 들렀다가 야타이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가보자! 하고 나왔는데 이 때 부터가 친구와 갈등의 시작이었다. 책에는 야타이가 늘어서 있다고 되어 있는데 후쿠오카 시내 어느 곳을 봐도 야타이가 죽 늘어선 곳은 없었다. 그래서 시내를 계속 걸었다.
후쿠오카는 밤이 되었음에도 살인적인 습도를 자랑했다. 진짜 최고 였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끈적 끈적함. 계속 우리 둘 사이에는 냉랭한 공기가 흘렀고 아무리 돌아도 우리가 생각하는 야타이가 엄청 많은 곳은 없구나! 라는 결론을 내린 후 앉을 자리가 있는 야타이로 들어갔다.
아사히 슈퍼드라이 맥주를 한 병 시키고 오뎅이랑 라멘을 먹으니 조금 기분이 풀어졌다. 저기 보이는 오뎅 세트 중 물렁뼈 같은 거 꽂아놓은 꼬치도 있는데 그건 도저히 먹을 수가 없겠더라. 라멘은 베리 굳! 일본 라멘 느끼해서 못 먹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맵지 않아서 내 입맛에 더 맞았다.
우리가 생각했던 야타이는 대만이나 홍콩 같은데 있는 정말 대규모의 야타이였는데 후쿠오카는 드문드문 있고, 야타이 가게 주인들도 다 제각각. 이랏샤이마셰!!!! 이 말이 너무 커서 귀가 아플 정도인 야타이 주인도 있고, 우리가 갔던 야타이 처럼 젊고 잘생긴 남자가 하는 야타이도 있다. (야타이 선택의 기준 중 하나였음) 우리가 야타이 간 날은 올림픽 야구에서 일본하고 네덜란드가 경기하는 날이었는데 모든 야타이 가게 주인들이 다 그경기를 보고 있었고, 그 경기에서 일본은 네덜란드한테 콜드 승 했다.
야타이를 찾는 중 한가지 사건이 있었다.
지도를 보는데 지하철역 중심으로 야타이를 찾아보자! 해서 길가는 젊은 남자에게 친구가 "텐진역" 이 어디인가요? 하고 물어봤더니, 쭉 걸어가면 된다고 웃으면서 말을 해줬다. 그래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하고, 그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분명히 책엔 9번 출구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 있는 야타이가 이게 맞냐. 이렇게 말하면서
텐진역을 그냥 지나치려는데 어디선가 그 젊은 남자가 막 뛰어오더니만, 텐진역에 가려면 이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고 다시 말해주는거다. 알고보니 자신의 여자친구는 우리가 길을 물어봤던 지점 반대편에 있었고, 횡단보도를 통해 건넌 후 여자친구를 만난 후에도 그 맞은편에서 우리가 텐진역을 잘 찾나 못찾나 계속 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텐진역을 못보고 그냥 지나치자 횡단보도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자마자 여자친구는 놔두고 뛰어와서 다시 말해준 것이었다. 우리는 그 남자의 성의가 무색하지 않게 원래 목적지는 지하철 텐진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단을 내려가서 남자가 지나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올라왔다.
지나치게 친절하여 우리에게 불편함을 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야타이서 먹을 거 먹으니 기분이 좋아져서 아이스크림까지 사먹고 호텔와선 추울 정도로 에어컨 틀고 잠들었다. 나야 여행으로 며칠 가 있었지만, 거기 사는 사람들은 더위를 싫어하면 못살 거 같더라. 큐슈 지역 정말 더웠다. 더운것도 더운건데 살인적은 습도는 앞으로도 못 잊을 거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