엄마의 퇴원

투병 2020. 7. 20. 16:42

  27일을 입원하시고 도저히 더 못있겠다면서 퇴원을 하셨다. 퇴원 뒤로 오히려 입원 때보다 몸이 더 좋아지신 느낌이다. 그래서 엄마 퇴원하신 뒤로 기도하면서 울지도 않았다.

  폐암 카페에서 전뇌방사선 받은 환자들의 예후를 보니, 우리 엄마 같이 부작용 없는 사람도 거의 없다. 물론 조사량이 적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인지기능에 아무 이상없고 혼자 화장실 가고 오늘은 된장찌개까지 끓여드셨다는 얘기를 들으니 감사할 뿐이다.

  계속 내가 감사하려면 엄마 척수와 뇌에 암이 재발을 안해야 하는데, 이제까지 엄마의 발병 역사를 볼 때 그러긴 쉽지 않을 것 같다. 재발을 하더라도... 제발 한 2년 이상만 갔으면 좋겠다.

  그래도 꿈만 같다. 의사선생님 전화 받았을 당시에는 그대로 호스피스로 가야하는 줄 알았는데 퇴원을 하시다니. 글자 그대로 꿈인지 생시인지 모르겠다. 하나님 감사합니다.


엄마 꿈

투병 2020. 7. 16. 10:21

  어제 밤에는 엄마가 내 꿈에 나와서 항암 두건을 쓰고 거실에 앉아서 감자를 다듬으셨다. 혈색도 좋고 건강하고 날 보며 웃으셨다. 새벽에 엄마 꿈을 꾸고 일어나서 한숨을 푹 쉬었다. 

  간수치가 심상치 않아, 입원 이후 계속 맞던 스테로이드제를 끊었다. 뇌부종이 오지는 않을지 걱정이다. 아침 저녁으로 주님께 기도드리고 출근해서는 찬송가 한 곡을 듣고 성격책도 읽고 있다. 이렇게 가련한 노력을 한다고 한들 우리 엄마 암세포가 죽지는 않겠지만 그냥 내 마음의 위안을 위해서 한다.

  우리 엄마 오늘 꿈에서처럼 감자 다듬을 수 있는 날이 올까? 입원 이틀 전 우리한테 줄 김치 담그어 놓았다고 뿌듯해하셨는데... 그 아픈 와중에도 왜 김치를 담궈. 미련한 엄마.