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복 알림

일상 2015. 12. 9. 13:26

내 블로그 맨 위에 있는 글이 괴로울 때 썼던 글이라, 볼 때마다 다시 짜증이 솟구치는 것 같아 이를 무마하고자 근무시간에 짧은 글을 쓴다.


지금부터 죽을 때 까지 영혼과 신체를 분리하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스트레스 안받고 내 뜻대로 살려면 꼭 필요한 것 같아서 말이다. 영혼까지 거론하며 거창하게 말했지만, 쉽게 말하면 난 멍하니 있는데 남들은 내가 멍한지 못 알아채도록 하는 연습을 하겠다는 말이다. 

회사에서 종종 써먹고 있다.


기분이 생각보다 좋아졌다. 저번주 내린 함박눈이 역할을 한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근 10년 동안 눈에 관련된 추억은 모두 엉망진창인 것 밖에 없는데, 그래도 기분이 좋아지는 거 보면 아마 강원도 살던 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언젠가는 눈와서 엄청 기분 좋은 일이 있었나보다. 그 때 사진을 보면 대부분 눈이 무릎까지 쌓여있고, 난 모자와 목도리안에 눈만 빼꼼하게 내놓고 있다.


강원도에 살던 시절, 눈이 쌓인 공터에 가서 내 몸보다 큰 눈덩이를 굴렸던 기억이 이상하게 또렷하다. 눈덩이 두개를 만들었지만, 한 눈덩이를 다른 눈덩이에 올릴 수가 없어서, 결국 누워있는 눈사람을 만들었고, 누워있는 눈사람을 만화에 나오는 것 처럼 흙없이 깨끗한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 까만 부분마다 흰눈을 붙여 땜질했던 생각이 난다.


이런 걸 보면 사람이 커서 겪고 행하는 일이 훨씬 많지만, 각자의 정신의 핵심은 만 10세 이전에 거의 형성되는 것 같다.


작년 12월에 존메이어 1집을 너무 열심히 들어서 그런지, 가끔 길을 가다가도 존 메이어 1집에 있는 노래가 생각이 난다. 또 12월말에는  내 생일이 있기 때문에 종종 Blur 의 Birthday 라는 노래가 또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호밀밭의 파수꾼 생각도 나고. 겨울이 정말 싫지만 낭만으로 따지면 겨울이 사계절 중 최고인 것 같다. 겨울이 배경인 사랑 영화는 수없이 떠오르는데, 여름이 배경인 사랑 영화와 소설은 인도차이나, 그 후 정도 밖에 안 떠오르는 걸 봐도 그렇고.


저번 1월에 생일인 친구에게 생일 잘 보냈냐 물었더니 Blur 의 Birthday 같은 분위기로 보냈다고 했는데, 나도 아마 올해 그럴 거 같다. 뭐 올해만 그런 게 아니라 사실은 매년 그랬다.



2015년은 지긋지긋해서 이렇게 끝나는 게 전혀 아쉽지 않다.


  다른 블로거들처럼 여행 사진 별로 시간 별로 여행기를 적을 엄두도 안나고 그정도로 부지런하지도 않아서 결국 이런 식으로 여행기를 마무리 하려고 한다. 

  원래 여기 블로그에 쓰던 사진 별로 없는 여행기 시리즈는 때려치고  작년 여행부터 다시 간단명료한 여행기 시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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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 생애 첫 유럽의 도시를 런던으로 정한 건 순전히 어렸을 적 좋아했던 락밴드들 때문이었다. 특히 Blur  의 London Loves 라는 곡이 아니었다면 난 아마 평생 런던을 안갔을지도 모를 일었다. 

  런던 사람들은 무표정하고, 친절하지 않지만, 우산도 없이 비를 그대로 맞으며 인상쓴 체 걸어다니는 런던 사람들이 딱 내가 그리던 모습이라 한편으론 흡족했다.  

  런던에 도착한 첫날 밤 낯선 호텔에서의 밤을 평생 잊지 못할 것 같다. 정말 내가 멀리 왔구나 하는 생각과 우리집에서는 안들리던 이상한 전기 발전기 소리와 높았던 호텔의 천장. 생각보다 기대되지 않는 여행 첫날밤 기분에 적잖게 당황하면서 깊게 잤다. 

  런던에서 좀 힘들다 싶은 일 그러니까 서비스 직이나, 공항 세관, 음식점 같은 덴 어김없이 이주민들이 있었는데, (이 사람 왜이렇게 친절하지? 하고 보면 영어 발음이 약간 정통 영어 발음이 아닌 이주민들...)  런던 사람 5명 중 1명은 영어 아닌 다른 언어를 쓰는 사람 이라더니 진짜 그렇구나 싶었다. 타국에 와서 자국민들은 힘들어서 안하는 일 하는 이주민들을 보니 좀 딱했다. 

  나보고 런던 같이 날씨는 수시로 우중충하고 음식은 더럽게 맛 없는 곳에서 평생 살라고 하면 정말 크게 절망할 것 같다. 특히 런던 식당에서 먹었던 수많은 맛없는 음식들을 생각하면, 런던 사람들도 참 불쌍하구나 싶다. 

  작년 런던 여행에서 여행객이라면 누구나 가는 박물관을 한군데도 안갔다. 그 이유 중 첫째는 해외까지 가서 실내에  갇혀 있는 게 싫어서였고, 두번째 이유는 잉글랜드 사람들이 다른 나라에서 약탈해 온 진열품들을 보기 싫어서였다. 이게 약탈당한 나라의 시민으로서 할 수 있는 복수라 생각했다. 묵었던 호텔에서 대영박물관까지 걸어서 3분이었는데도 여행 끝날때까지 결국 끝끝내 안들어갔다.  이런거 보면 나도 참 별 것도 아닌 것에 목숨을 거는데, 별로 후회는 없다. 대영박물관 말고도 런던에 볼 건 차고 넘쳤다. 

  런던 다녀온 지 얼마 안되서 드라마 셜록을 보는데 내가 걸었던 곳, 갔던 장소가 나오니 다시 가고 싶은 마음이 퐁퐁 샘솟았지만, 아마 앞으로 다시 갈 일은 없을 것이다. 런던 갈 돈이 있으면 다른 나라 가겠지. 물가도 너무 비싸니까.


 

 

 

  요즘 저번 킬러스 공연에서 무대 조명과 멜로디가  잘 어울려, 공연 중 제일 인상깊었던 Shadowplay 를 자주 듣고 있다. 이 곡 자체가 Joy Division 곡 커버이다 보니 처음 알게 된 조이 디비전 곡을 듣게되고, 또 뉴오더를 듣게 되고 뉴오더를 듣다보니 그 당시 70년대 후반 80년대 초반 활동했던 영국 뉴웨이브 밴드 음악을 듣고 그러고 있다.

  저번 월플라워스 OST 에 있던 XTC 음반도 찾아서 듣고 있는데, Dear. God 이 그 밴드 전체 곡 중 정말 튀는 곡(그나마 대중적임) 이고 다른 곡은 지금 들어도 너무 실험적이라, 어려워서 못듣겠다. Dear. God 은 가사도 그렇고, 멜로디도 그렇고 정말 좋아서 알게 된 후로 일주일에 한번 이상은 찾아 듣고 있는데.. 들을 때마다 울컥 울컥 하게 되는 뭔가가 있다. 그 곡은.

  XTC 음악은 도저히 못듣겠다 싶지만, 그 밴드 음악을 딱 틀었을 때 Blur 랑 정말 비슷하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Blur 음반을 한장이라도 좋아한다면, XTC 음악을 틀자마자 Blur 가 이 밴드에게 엄청 영향을 받았구나 하는 생각을 본능적으로 할 수 있을 정도다. 심지어 보컬이 부르는 스타일도 비슷하고.

  그러다가 아주 오랫동안 잊고 지내던 Blur 곡을 듣게 됐다. 난 솔직히 Blur 는  Parklife 음반 만 열심히 듣고 다른 음반은 거의 안듣는데, 어렸을 때 트레인 스포팅에 삽입됐었던 Sing 이라는 곡은 정말 좋아했었다.

 

 

 

  별로 재능도 없는 거 같은 공부를 해야만 했던 고등학생 시절, 나는 공부보단 음악 듣기에 더 열심이었다. 당시 트레인 스포팅 OST 를 정말 좋아했는데, (원래는 음악보다 영화를 더 좋아했어서, 난 OST 를 밴드 음악보다 더 많이 듣곤 했다.) 고등학생 때 자주 그 음반을 틀어놓고 의무감에 책상에 앉아있곤 했다.

  트레인 스포팅 OST 의 이 음악을 들으면 항상 비참한 기분이 들었다. 그리고 이 세상에 이 음악과 내 방 낡은 책상에 앉아 있는 나만 있는 것 같은 생각이 들고, 취한 기분이 들고 그랬다.

  오랜 세월이 지나 들었는데, 그때와 똑같은 기분이 들어서 신기했다. 역시 음악은 배신하지 않는구나. 라고 생각하며 죽을 때까지 충성을 다 하겠다고 또 다짐 했다. 흐흐.


고요해보이는 내 일상의 작은 사건들과 시시껄렁한 사진들


1. 런던여행 계획



대학교 때 유럽 여행 다녀온 같은 과 친하지 않은 애를 보면서 대단하다고 생각했다. 부모님의 돈 500만원을 그냥 써도 되는 걔 집안의 여유로움이 한없이 부러웠다. 그때부터 나도 유럽을 가야지 가야지 했다. 진짜 가고 싶은 곳은 사실 이탈리아 였다. 

그런데 영국으로 정한 이유는 나 혼자 가는 여행이었기 때문에... 물론 진짜 가고 싶었으면 위험하다는 생각이 들어도 이탈리아에 갔겠지만. 이어폰으로 Blur 의 London Love 를 듣는데 정말 런던 가고 싶다. 런던 걷고 싶다. 런던런던런던... 이런 마음이 솓구쳤다.

또 내가 좋아하는 것들은 영국과 관계 된 것들이 더 많기도 하고.

생각해보면 내가 팝송을 듣게된 계기는 Madonna의 Frozen 뮤직비디오(끝내주는 뮤직비디오였다) 그리고 편집 앨범 Now 3집이었다. (거기서 No Doubt 의 Don't Speak 를 좋아했다) 또 Rock에 눈을 뜬 곡은 부평 미군부대 옆에 살 때 미국 라디오에서 들은 The verve 의 Bitter Sweet Symphony 였다. 당시 나는 미국 팝과 락음악을 너무 듣고싶어서 토요일이나 일요일에는 미국 라디오를 하루 종일 틀어 놨는데 농담이 아니라 이 곡이 5번 이상 거의 매일 나왔다. (미국에서도 꽤 인기가 많았나봐 The verve 는 영국 밴드지만...) 

또 제일 좋아하는 앨범도 Radiohead 의 OK Computer 고. 제일 좋아하는 영화 중 하나도 Billy Elliott 고. 

그래서 영국으로 결정. 

막상 비행기 티켓을 끊고 나니 오히려 무덤덤해졌다. 티켓은 정말 비싼 대한항공 직항으로. 

대학교 때 부터 가고 싶었는데 못가고 있다가 큰 맘 먹은 거니까 난 그냥 아낌 없이 돈을 쓸 작정이다. 여행을 많이 다닌 사람들은 더 아껴서 다른 나라를 더 갈 것이라고들 말할 수도 있지만, 저 티켓값도 의외로 별로 아깝단 생각이 안들었다. 



2. Van Gogh in Paris



몇 년 전 서울시립미술관에서 반고흐 전시회에 갔을 때는 정말 인산인해였다. 난 키도 작아서 잘 보이지도 않는데도 불구하고 꽤나 감명을 받았었다. 나 같은 경우는 그 전시회에서 반고흐가 정신병원에서 그린 그림들이 제일 좋았다. 이번 전시회에는 그에 이은 반고흐 전시회 2탄 이고, 몇 년 후가 될지는 모르지만, 고흐에 대한 전시회 하나가 더 준비되어 있다고 했다. (예술의 전당 안내 책자에서 봤음) 이번 전시회 역시 좋았다. 반고흐 초기 작품부터 젊은 시절 파리에서 그린 그림이 준비되어 있는데 저번 서울 시립미술관에서 봤던 그림들 보다 이번 전시회의 그림은 훨씬 밝고 슬퍼보이지 않았다. 음... 반고흐가 가난하지 않아서 캔버스를 마음껏 살 수 있었다면 더욱 많은 그림을 볼 수 있었겠지. 이번 전시회에서 상당 수의 그림이 썼던 캔버스 위에 또 덧칠해서 그린 그림들 이었는데 안타까웠다.

그런데 반고흐는 캔버스를 재활용하기 전 어떤 그림이 그려진 캔버스를 재활용 할 지 심사숙고 했을까? 아니면 잡히는 대로? 아무리 그래도 심사숙고했겠지?



3. 음반 3장


내 방 오디오는 한번에 3장이 들어간다. 그래서 음반을 살 때는 3장을 사게 된다. 이왕이면 오디오 CD 트레이가 나왔을 때 3장 모두 새로운 CD를 넣고 싶어서. 이 CD 를 살 때는 정말 기분이 우울했다. 너무 우울해서 계기가 필요하다는 생각으로 영국가는 티켓을 예매했으니까.

저번에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들었는데 젊은 시절 Rock 을 듣던 사람들이 나중에는 Jazz 를 듣는 경우가 많다는데 내가 지금 딱 그 모습이다. 나는 솔직히 정통재즈는 싫어한다. 내가 생각하는 정통재즈라고 함은... 악보 없이 연주되는 것 같은 곡들. 작곡을 하지 않은 곡들. 그런 곡들이다. 나는 딱 Fourplay 와 Pat Metheny Group 이 좋다. 멜로디가 있는 재즈. 그래서 요즘 나는 이 두 아저씨들 그룹 음반을 차곡차곡 모으는 중이다. 근데 이번에 구입한 Pat Metheny Offramp 앨범은 정말로 최고다. 밤에 혼자 들으면 이보다 더 좋을 수 없을 정도로 좋다. 알고보니 완전히 명반으로 꼽히는 앨범이었다. 저번에 산 Secret Story 앨범도 좋았지만 난 이번 앨범이 더 좋다. 

또 Pat Metheny 가 앨범 표지 디자인에 있어서도 큰 업적(?)이 있다고 하던데, 그래서 그런지 항상 겉 표지가 참 예쁘고 세련미가 철철 넘친다.

이번 CD 구입의 메인 목표는 Pat Metheny 앨범이었고, 나머지는 곁가지로 산 앨범들은데 Incognito 는 대학시절 좋아했던 Morning Sun 을 다시 듣고 싶은데 멜론에서 들을 수가 없어서 샀고, Simon And Garfunkel 앨범은 9900원이길래...

Simon and Garfunkel 앨범 속지에 배순탁작가가 설명을 썼던데 거기 이메일 주소가 있어서 팬레터를 보내려다가 참았다. 크크크크. 배철수 음악캠프에 화요일마다 나오시는데 진짜 재밌어.



4. 24살의 나 



우리 회사는 회사에서 사용하는 메신저가 없기 때문에 네이트온을 쓴다. 그렇다보니 네이트온은 내가 근무를 하는 한은 계속 접속하고 있는 셈이다. 그 네이트온에서 나에게 쪽지를 보냈는데 그 쪽지는 싸이월드의 과거 사진을 보라는 내용이었다. 들어가서 봤더니 정말 쪽팔렸다. 내가 이렇게 유치했나 싶고 진짜 그 시절 나를 좋아하고 같이 놀아줬던 사람들에게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다. 

하여 어찌저찌 하다가 저 사진을 발견했는데 24살이었던 2006년을 통틀어서 저 날은 유일하게 내가 즐거웠던 날의 사진이었다. (5월에 친구와 인사동 놀러간 날) 24살은 정말로 지옥같았다. 지금 31살과 저때와 똑같은 24살 중 택하라면 나는 주저없이 31살을 택할 것이다. 

갑자기 눈물이 날 것 같았다. 난 진짜 24살때 지독히 우울하고 재수없고 운도 없고 여하튼 내 인생의 최고의 암울한 시기였다. 제일 좋아야 할 시기에 난 왜 그렇게 회색빛의 24살을 보낼 수 밖에 없었을까. 

난 그때 실패한 것들 그러니까 연애, 엄마아빠와의 관계, 학교, 우정... 

줄줄이 다 실패한 것들에 대해서 지금까지도 가끔 곰곰히 생각을 해보는데 내가 얻은 해답이 맞는 건지 아닌지는 모르겠지만 나름의 결론을 얻었다. 해답이 아닌 결론... 음 결론이 해답인가. 여하튼 작은 실수와 사건이 인생 전체에 얼마나 큰 타격을 주는지 몸소 뼈저리게 느꼈던 24살이었다. 

내가 마흔 살이 되어서 31살을 떠올리면 진짜 어렸다 혹은 바보 같았다고 회상할 수도 있지만, 저때와 지금의 날 비교해보면 난 훨씬 여유로워 졌고 좋은 사람이 된 것 같다. 

늙어가는 마당에 조금이라도 현명해지 느낌이라도 들어서 다행이다.


그나저나 CSI 가 12시 시작이 아니라 1시 시작으로 늦췄다. 내 일요일을 마감하는 기쁨을 이렇게 빼았기다니... 1시부터 시작하는 드라마를 보라는 거야 말라는거야. 썩을 MBC. 일요일은 포스팅 하나 하고 CSI 한편 보고 딱 자는게 최고였는데.


한동안 red hot chili peppers에 푹 빠져 지냈다. 레드핫칠리페퍼스는 californication 앨범 때 부터 알았고 그 앨범만 가끔 듣는 정도였는데 1집 mother's milk 앨범을 제외하고 모든 앨범의 모든 곡이 다 훌륭했다. (마더스 밀크 앨범도 괜찮긴 하지만 다른 앨범에 비해서 앨범 전체가 다 좋진 않음)

나도 트위터 계정이 있는데 보통은 그냥 뉴스나 야구 소식 보는 용도로만 사용하고 있다. 내가 팔로우 하고 있는 계정 중에 팝뮤직이라는 봇이 있는데 그 봇이 추천해주는 음반이 항상 꽤 괜찮다. 어느날 그 봇이 추천한 앨범 중에 blur 의 parklife 가 추천도가 별 다섯개 만점에 다섯개가 두둥 하고 뜨는 것이 아니겠는가. 물론 블러는 예전부터 알고 있었다. song2야 그 노래가 블러 노래인지 모르더라도 다들 한번쯤은 들어봤을만큼 유명하고 boys and girls 나 coffee and TV 나 이런 곡은 알고 있었지만, 본격적으로 앨범을 처음부터 끝까지 들어본 적은 없었다. crazy beat 들어있는 앨범을 들어보고 실망해서 바로 흥미를 잃기도 했고.
봇 제작자의 추천이 계기가 되어 그 이름도 유명한 Parklife 앨범을 맘 먹고 경건한 마음으로 집중하여 들었다. Parklife는 진짜 과연 최고명반이었다. 저번 주 부터 출근 시간 퇴근 시간 계속 듣고 있는데 기분이 상쾌했다가 아련해지기도 하고 감탄도 하게 된다. 밴드이고 기본적으로 장르는 락이지만, 락으로만 한정하기에는 아깝다. 이런 앨범이 1994년 앨범이라니. 지금 나오는 웬만한 음반들보다 훨씬 세련되고 기품이 있다. 



오늘 퇴근 길에도 들은 clover over Dover. 



London Loves는 참 상큼한 느낌이 든다. 이 노래를 들으니 왜이렇게 런던에 한번 가보고 싶은 기분이 들든지.

우리나라에서도 인기가 엄청났다는 보컬 데이먼 알반. 현재 프로젝트 그룹 고릴라즈 보컬이다. (근데 난 고릴라즈도 좋아한다) 며칠 전 케이블에서 브릿팝어워드 시상식을 봤는데, 거기서 공로상을 blur 가 받았다. 데이먼 알반은 68년생으로 이제 완전한 아저씨 인데도 여전히 겁내 잘생기셨다. 남자들이 참 부럽다. 나이 마흔이 넘어도 충분히 남성미를 뽐낼 수 있으니 말이다. 솔직히 마흔네살인 데이먼 알반이 올해 스물셋된 여자를 애인으로 둔다 해도 전혀 꿀릴 것 없어 보였다. (물론 이것도 아주 일부 남자들한테만 해당되는 얘기지만)
난 개인적으로 데이먼 알반의 저 약간 치켜 올라간 눈썹 모양이 참 맘에 든다. 현재의 데이먼은 저 비디오 있는 것 처럼 죽한그릇 못먹은거 마냥 마르지도 않았다. 94년은 내가 코찔찔이 시절이라 잘은 기억 안나지만, 지금 처럼 TV 속 남자들이 죄다 근육질은 아니었던 거 같은데... 오히려 락보컬은 마른 게 미덕이었지. (그로 인해 나도 대학 때 까지는 마른 남자에 대한 환상같은 게 있었다) 

배철수의 음악캠프에서 들었는데 블러가 한창 인기를 얻을 때 한국에 내한공연을 왔는데 빈자리가 엄청났댄다. 그냥 휑 하니 사람이 없어서 공연 간 사람이 민망할 정도였다고. 그 얘기를 듣는데 어찌나 내 가슴이 미어졌다. 난 오아시스도 싫어하지 않지만, 90년대에 블러랑 오아시스 팬이 엄청난 전투를 했다는데 오아시스 최고 앨범이라는 morning glory 앨범보다 parklife 앨범이 나한테는 더 좋은 것 같다. morning glory 가 아름다운 멜로디로 당시 영국 락의 정수를 보여준 앨범이라면, 이 parklife 는 락을 넘어 당시 영국 대중음악 모든 장르를 통틀어 최고의 수준과 완성도를 보여줬다고 생각한다.(물론 코찔찔이 시절이라 잘은 모르는데 뭔소리냐, 그래도 내 생각은 이러하다) 정말 1번 곡부터 16번 곡까지 버릴 곡이 단 한곡도 없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