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2008년의 여름으로 돌아와서 큐슈로 떠나보겠다. 스이젠지공원을 떠나 처음 탔던 전차를 다시 타고  점심을 먹기 위하여 구마모토 시내로 향했다. 스이젠지 공원을 갈 때도 느꼈지만 돌아다니는 사람이 참으로 없었다.  구마모토 시내는 아담했다. 뭘 먹을지 고민하다가, 라멘집으로 들어갔다. 구마모토는 말고기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비쌀 거 같아서 안 땡겼다. 그리고 왠지 말고기는 엄청 질길 거 같고 맛 없을 거 같기도 하고. 그리고 난 먹을 거에 있어서는 호기심이 없는 편이라 맛이 그닥 궁금하지 않았다. (한번도 안 먹어본 재료로 한 음식은 아무리 맛있다고 소문났어도 웬만하면 먹지 않는 편에 속함-지금 내가 알고 있는 맛있는 음식들만으로도 충분히 행복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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친구와 여행가서 느낀건데 큐슈 쪽 음식점 들어가면 다 잘생기고 귀여운 남자들이 서빙해주고 음식을 해주더라. 물론 지극히 주관적이지만 도쿄 갔을 때는 우리가 생각하는 키작고 등치 작고 멋 잔뜩 부린 일본 남자 이미지 그대로의 남자들이 많았는데 큐슈는 러블리 하신 분이 여길 봐도 저길 봐도 엄청 많았다. 오사카 가서는 남자들 키가 생각보다 너무 커서 놀랐다. 일본놈들은 다 키 작을 줄 알았더니만.
한국 사람 중에는 일본 라멘 느끼해서 싫다는 사람도 많지만 난 완전 좋아한다. 한국에 살면서 신라면을 안먹는 특이한 사람이어서 그런걸까? 매운 음식을 세상에서 제일 싫어하는 나는 신라면은 도저히 매워서 먹을 수가 없다. 이거 뻘소린데 매운 음식 좋아하는 사람은 대체적으로 나와 성격이 상극인 경우가 많았다. 그래서 내가 한국 사회에 적응하면서 살기가 힘든건가. 으흐흐.
라멘 먹고 편의점에서 커피랑 과자 좀 사먹고 다시 전차를 타고 구마모토 성으로 이동.
히메지성, 나고야성, 구마모토성을 제일 좋은 일본 성으로 꼽는다는데 난 그 중 두개나 가봤다. 반성해야겠다. 우리나라 궁전도 제대로 안가놓고 일본 성만 계속 가서 조금 양심의 가책을 느끼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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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끔 서양 사람들이 일본 문화에 열광하는 걸 보면서 서양 사람들이 이해할 수 있는 문화의 수준은 그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내가 우리나라 사람이라 그런 지 모르겠지만 우리나라 문화가 일본보단 뭔가 더 오묘하고 깊은 게 있는 거 같다니까) 전 세계에서 일본을 무시하는 유일한 나라도 한국이라는 얘기를 들을 때도 한국만큼 일본을 알게되면 누구나 일본을 무시할 수 밖에 없다고 코웃음을 치기도 했고.
솔직히 우리나라 사람만큼 일본 사람 잘아는 나라가 있을까? 직접 맞대하진 않았더라도 난 집단무의식론을 신봉하는 사람으로서, 우리나라 사람은 자연스럽고 당연하게 어느 정도는 일본을 싫어할 수 밖에 없다고 생각한다. 그러면서도 일본에 여행가면 진짜 책 한 권만 있으면 돌아다닐 수 있고, 사람들은 죄다 친절하고, 또 문화재 관리하는 거 보면 엄청 깨끗하고, 버스도 어쩌면 그렇게 곱게들 운전하는지, 손잡이 제대로 안 잡으면 사망 일보직전까지 갈 거 같은 인천 마을버스를 타는 나로서는 부럽기 그지없고 그렇다.
국력의 차이일 수도 있고, 정신 사나운 현대사를 간직한 나라이기 때문에 어쩔 수 없다고는 하지만 난 우리나라도 문화재 같은 거 일본 못지 않게 복원 제대로 해놓고 그랬으면 좋겠다. 국보1호 다 불태우게 내버려 두지 말고. 그리고 일본놈들이 빼돌린 문화재도 다 빨리 제대로 돌려다 놓고 말이다. 일본 가면 부러우면서도 갔다온 후 잠시동안은 애국심이 솟구치는 이유도 아마 이런 이유들 때문인 거 같다. 에잇. 일본은 왜 그렇게 깨끗하고 좋은겨.
다다미 바닥에서 차가운 스시를 먹는 일본, 온돌 바닥에서 뚝배기에서 따뜻한 밥 먹는 한국. 이렇게만 생각해도 일본과 우리나라는 다를 수 밖에 없는 나라다. 어떻게 생각하면 일본 사람들은 항상 최악의 경우를 생각해서 행동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항상 최상의 경우를 생각하는 거 같기도 하고. (얼씨구 이런것만 봐선 무슨 일본에서 한 몇년 살다온 사람일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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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에서 단체로 온 관광객도 많고, 일본 관광객도 많고 구마모토성은 관광지 분위기 났다. 역시 많이 더웠지만, 천수각 위에서 바람 좀 쐬고 그러니까 기분 전환도 되었다. 바로 옆에 호소카와 법관 주택을 걸어갈 수 있었는데 입장객 받는 시간이 정해져 있어서 우리는 서둘러서 걸어갔다.

아 그런데 위에 최악의 결과 최상의 결과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난 무슨 일을 할 때 항상 최악의 상황을 머릿속에 그리면서 대비를 하는 편인데, 자기 개발서 보면 그런 부정적인 생각이 실패를 부른다고들 한다. 그런데 나같은 사람이 부정적이 된 이유는 긍정적이려고 노력했는데도 최악의 결과가 반복되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나름 상처 덜 받으려고 마련한 자구책이 이건데 어떡하냔 말이냐.


 


2008년 여름 휴가 사진을 아직도 정리하고 있다. 2009년 도쿄 사진은 영원히 정리 못하는 거 아닐까. (이 게으름증)
하지만, 이렇게 늦게 정리하긴 하지만 난 나름대로의 자부심이 있다. 사진만 죽 올려놓진 않으니까. 사진만 올려놔선 나중에 봐도 우울할 것 같아서.
사진 보면 그 때 상황이 떠오른 다는게 신기하다. 이래서 귀찮아서 사진 찍으라는 건가. (그래도 귀찮아서 못 찍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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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번 도쿄여행에서도 그랬지만, 둘째날이 제일 고단한 것 같다. 후쿠오카 타워 갔던 둘째날도 제일 힘들었고 후쿠오카 타워 갔을 때 이미 내 심신은 다 지친 상태였다.
그런데 타워에 있는데 비가 엄청나게 쏟아져서 그래도, 좀 쉴 수 있었다. 나가려고 해도, 그 타워안에 있는 작은 슈퍼에서 파는 우산은 모두 동이 난 상태였다. 비가 조금 그칠 때까지 타워 안에 갇혀 있는데 피곤함이 몰려왔다.
약간 그치고 나서 다시 후쿠오카 시내로 이동.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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후쿠오카 타워 주변은 그렇게 비가 왔는데 후쿠오카 시내를 들어오니 비가 전혀 오지 않은 상태였다. 심지어 바닥은 보송보송. 짐 때문에 잠깐 호텔에 들렀다가 야타이가 유명하다고 하는데 나가보자! 하고 나왔는데 이 때 부터가 친구와 갈등의 시작이었다. 책에는 야타이가 늘어서 있다고 되어 있는데 후쿠오카 시내 어느 곳을 봐도 야타이가 죽 늘어선 곳은 없었다. 그래서 시내를 계속 걸었다.
후쿠오카는 밤이 되었음에도 살인적인 습도를 자랑했다. 진짜 최고 였다. 이루 말할 수 없을 정도의 끈적 끈적함. 계속 우리 둘 사이에는 냉랭한 공기가 흘렀고 아무리 돌아도 우리가 생각하는 야타이가 엄청 많은 곳은 없구나! 라는 결론을 내린 후 앉을 자리가 있는 야타이로 들어갔다.
아사히 슈퍼드라이 맥주를 한 병 시키고 오뎅이랑 라멘을 먹으니 조금 기분이 풀어졌다. 저기 보이는 오뎅 세트 중 물렁뼈 같은 거 꽂아놓은 꼬치도 있는데 그건 도저히 먹을 수가 없겠더라. 라멘은 베리 굳! 일본 라멘 느끼해서 못 먹겠다고 하는 사람도 있는데 난 맵지 않아서 내 입맛에 더 맞았다.
우리가 생각했던 야타이는 대만이나 홍콩 같은데 있는 정말 대규모의 야타이였는데 후쿠오카는 드문드문 있고, 야타이 가게 주인들도 다 제각각. 이랏샤이마셰!!!! 이 말이 너무 커서 귀가 아플 정도인 야타이 주인도 있고, 우리가 갔던 야타이 처럼 젊고 잘생긴 남자가 하는 야타이도 있다. (야타이 선택의 기준 중 하나였음) 우리가 야타이 간 날은 올림픽 야구에서 일본하고 네덜란드가 경기하는 날이었는데 모든 야타이 가게 주인들이 다 그경기를 보고 있었고, 그 경기에서 일본은 네덜란드한테 콜드 승 했다.
야타이를 찾는 중 한가지 사건이 있었다.
지도를 보는데 지하철역 중심으로 야타이를 찾아보자! 해서 길가는 젊은 남자에게 친구가 "텐진역" 이 어디인가요? 하고 물어봤더니, 쭉 걸어가면 된다고 웃으면서 말을 해줬다. 그래서 아리가또 고자이마스 하고, 그 주변을 두리번 거리면서
분명히 책엔 9번 출구라고 되어 있는데 여기 있는 야타이가 이게 맞냐. 이렇게 말하면서
텐진역을 그냥 지나치려는데 어디선가 그 젊은 남자가 막 뛰어오더니만, 텐진역에 가려면 이 계단을 내려가야 한다고 다시 말해주는거다. 알고보니 자신의 여자친구는 우리가 길을 물어봤던 지점 반대편에 있었고, 횡단보도를 통해 건넌 후 여자친구를 만난 후에도 그 맞은편에서 우리가 텐진역을 잘 찾나 못찾나 계속 보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텐진역을 못보고 그냥 지나치자 횡단보도 신호가 초록색으로 바뀌자마자 여자친구는 놔두고 뛰어와서 다시 말해준 것이었다. 우리는 그 남자의 성의가 무색하지 않게 원래 목적지는 지하철 텐진역이 아니었음에도 불구하고 계단을 내려가서 남자가 지나갔을 것으로 예상되는 시간까지 기다렸다가 다시 올라왔다.
지나치게 친절하여 우리에게 불편함을 준 사람이라고 할 수 있겠다.

야타이서 먹을 거 먹으니 기분이 좋아져서 아이스크림까지 사먹고 호텔와선 추울 정도로 에어컨 틀고 잠들었다. 나야 여행으로 며칠 가 있었지만, 거기 사는 사람들은 더위를 싫어하면 못살 거 같더라. 큐슈 지역 정말 더웠다. 더운것도 더운건데 살인적은 습도는 앞으로도 못 잊을 거 같다.

유후인에서 꿀맛같은 잠을 자고 나서 일어나서 료칸 1층으로 내려갔다. 저녁은 방안으로 들여주지만 아침밥은 료칸에 있는 식당에서 모여 먹는 거였는데 역시 훌륭했다.
우리가 갔던 료칸이 한국 여행사에서 소개되지 않았던 곳이라 그런가 우리 빼고는 다 일본 여행객 이었다. 료칸에서 나눠주는 하카타 입고 내려온 사람들이 많아서 신기하기도 했고. 난 너무 일본스러운 옷이라 별로 안 땡기기도 했고 앞서 말했던 것 처럼 너무 크기도 해서 입지 않았다.
그 전날 밤에 아침에 온천 가본다고 하고 결국 자느라 못갔다. 90% 이상 예견된 일이었지만. 내 친구는 부지런하게 아침에도 온천 다녀왔다고. 결국 일본에서도 유명한 온천 관광지 유후인 가서는 온천 한 번도 안하는 불상사를 저지르고 말았다. 하지만 난 그냥 그때 더 자고 싶어서 어쩔 수가 없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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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침을 다 먹고 짐을 챙겨서 유후인 구경해야지 하고 나서려는데 캐리어가 걸리적 거려서 료칸 프론트에 맡겨달라고 하니 완전 친절하게 맡아주셨다. 아. 료칸 카미노유 강추요.
전날 비까지 와서 그런가 하늘이 정말 맑았고 정말 더웠다. 후쿠오카에서 2시간 20분 가량 남쪽으로 내려가서 그런걸까? 우왕. 우리나라에서는 익히 느껴보지 못했던 아침부터의 더위. 우리나라는 진짜 좋은 나라. 히히히. 여름도 견딜만한 더위고 겨울도 딱 견딜만한 추위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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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보니 유후인역에서 자전거를 대여해준다고 하여 자전거를 대여하러 갔다. 거기있던 자전거는 national 제품으로 반전자동 자전거였는데 오르막길 같은데 나오면 자동으로 전기가 공급되서 하나도 힘 안들이고 올라갈 수 있도록 만들어진 자전거였다. 매우 더웠기 때문에 오르막 올라가는 것 까지 힘들었으면 정말 힘들었을 듯 하다. 자전거 대여소에는 한국 사람들이 많이 오는지, 한국어로 적혀 있는 안내문도 복사해서 주셨는데 여기 저기 많이 맞춤법이 틀린 부분이 많아서 친구가 몇 개 고쳐줬다. 그랬더니 거기 운영하는 여자분 두 분이 감사하다고, 말하면서 전자 자전거를 어떻게 쓰느냐고 물어봐서 친구가 적어주고 왔다.
근 10년 만에 자전거를 타는 거라 떨렸는데 역시 자전거는 날 배신하지 않고 잘 굴러갔다. 그런데 한가지 큰 문제가 있었다. 자전거가 내 키에 비해 너무 높아서 패달은 밟히는데 절대 발이 땅에 닿지 않아서 오랜만에 자전거 타는 나에게는 큰 공포를 안겨주었다. 친구가 뒤에서 보기에 완전 불안하다고... 사실 내가 겁이 좀 많아서 사람이나 차가 좀만 가까이 와도 패달 돌리길 멈춰버리는데 넘어질 뻔 한 적이 한 두번이 아니었다.(자전거로 차 긁을뻔한 적도 한 두번이 아님) 근육 경직되어서 타니까 엉덩이는 또 얼마나 아프든지. 흑. 키작은게 죄다 죄.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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긴리코에는 오리들이 많았는데 왜 그랬는지 모르겠지만 집에와서 보니 오리 사진이 무지하게 많았다. 나 왜 이렇게 오리를 열심히 찍은거지? 흠. 저번에 TV 보는데 오리 새끼들이 나와서 내가 오리는 다른 새들보다 귀엽단 말이야. 이랬더니 아빠가 그래서 도날드 덕 캐릭터도 나온 거라고 하셨다. 음. 맞는 말 같다. 헐. 딱히 쓸 곳은 없지만 아까워서 여기에 올리겠다. 오리 시리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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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래 오늘 유후인 구경하고 후쿠오카행 기차 타는 거 까지 마무리 지으려고 했는데 그건 무리인 듯 하고 또 기약없이 다음에 써야겠다. 진짜로 큐슈 여행기 다 쓰는데 1년 혹은 그 이상이 걸릴지도 모르겠다.


우와... 무슨 3박4일 여행기를 1년 내내 쓰게 생겼네. 그래도 가끔 이렇게 여행기 쓰려고 사진보고 그러면 기분이 좋아지고 그런다.

전 여행기에서 말했던 유후인 노모리를 타고 2시간 10분정도 지나서 4시 42분에 유후인에 도착했다. 후쿠오카는 완전 맑은 날씨였는데 유후인은 비가 오락가락 하는 날씨였다.
3박4일 여행간 중에 최고 좋았던 때는 유후인 도착해서 잠들기까지 이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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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일정같은 건 거의 다 잡고 어디어디 갈 지 정했는데 중간에 료칸을 끼자고 한 건 친구 아이디어였다. 우리가 예약했던 여행 패키지가 에어텔 이었는데 난 바보같이 중간에 1박을 료칸으로 빼는 게 불가능하다고 생각했거든. 근데 료칸을 1박 안 끼었으면 무지하게 억울할 뻔 했다. 다음에 갈 때는 2박 정도 료칸에서 자고 싶다고 생각할 정도로 엄청 좋았다. 근데 저기 유후인은 하루 지나면 별로 볼 게 없어서.. 흠. 뭐 여행의 목적이 온천욕 이라면 또 모를까.

저기 유후인은 온천으로 유명하고, 료칸으로도 유명하고, 또 여자들이 좋아하는 아기자기한 기념품 많이 팔기로 유명한데 우리가 도착했을 때 이미 상점들이 문을 닫기 시작했다.
워낙 작은 동네라 료칸 찾기도 엄청 쉬웠다. 우리가 묵었던 료칸 카미노유는 유후인 역에서 직진하다가 오른쪽으로 꺽어서 길 건너면 바로 보이는 데라 더더욱 찾기 좋았다.
나중에 유후인 갈 사람들한테 우리가 묵었던 료칸 적극 추천합니다. 온천도 지하에도 있고 야외에도 있고 공중탕도 있고 무려 3개! 특히 야외탕은 시간대를 정해서 다른 사람이랑 겹치지 않게 목욕을 즐길 수 있습니다요.
료칸 문을 열자마자 다다미 냄새인지 뭔지 모를 좋은 냄새가 났다. 근데 유후인 같은 날씨에서는 다다미 안 깔고는 못 배길 것 같았다. 진짜 진득하기가 이루 말로 할 수 없을 정도. 비까지 와서는 정말 불쾌한 기분이 최고조였다.

짐 좀 대충 풀고 이제 우리 잠깐 동네 구경이나 할까 하고 나갔는데 가게 아저씨들이 이제 문 닫는다고 들어오지도 못하게 하고 결정적으로 비가 엄청나게 많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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뭐 가게를 구경하려고 해도 다 닫고 비도 많이 와서 다시 료칸으로 복귀해선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화장실 가서 막 샤워를 했다. 거기서 주는 유카타? (내친구 말로는 유카타 라고는 하는데 아무리 봐도 샤워가운 같았는데) 를 입었는데 너무 커서 질질 끌리고 폭이 좁아서 많이 불편했다. 그래서 그냥 난 반바지에 나시 입고 있었는데 친구는 키가 크고 료칸에 왔으니까 입어줘야 한다고 계속 입고 있었다.
료칸 카미노유는 맘씨좋은 아줌마랑 할머니 둘이서 같이 하고 계신데 무지하게 친절한데 온리 일본어만 하신다. 친구가 좀 할 줄 알아서 다 알아서 해줬는데 식사는 언제 들여보내줄지 물어보고 온천은 몇시부터 몇시로 할건지 물어보고 그랬다고. 저번에 오사카 갔을 때 처럼 일본어 한마디도 할 줄 모르면 좀 곤란할 뻔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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샤워하고 에어컨을 틀고 기다리고 있으니 음식이 들어오기 시작했다. 꺅. 진짜 맛있었다!!! 상은 한 3번 들어왔었나? 처음보는 생선요리가 많이 나왔고, 따뜻한 음식보다는 찬 음식이 많았다. (여름이라 그런가 아님 일본음식이 원래그런가) 모든 음식이 딱 1인분씩 나눠져 있고, 음식에 대해서도 뭐라뭐라 설명해주셨는데 잘은 모르겠다. 뭐라 하셨는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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디저트로 아이스크림까지 가져다 주셔서 다 먹고 나니 배도 부르겠다 에어컨 틀어서 시원하겠다 샤워도 했겠다 어제밤에 3시간 밖에 못 잤겠다 잠이 막 술술 오기 시작했다. 내가 이때 머리를 감았었나 안 감았었나 기억이 안나네. 아아. 샤워하면서 감았구나. 아니 머리까지 축축한데 이게 친구 드라이어도 내 드라이어도 220V 만 사용가능한거라 110V에 꽂았더니 풍선에서 바람 빠지는 거 같은 바람이 나와서 머리도 제대로 못 말렸다.
머리 말리고 있는데 주인 아주머니가 들어오셔서 완전 깨끗한 이불도 깔아주시는데 황송하기가 어디 이를 데가 없었다. 누우니까 기분 진짜 킹왕짱 이었어.

우리가 갔던 8월 13일은 올림픽이 한창이었고, 특히 올림픽 야구 예선이 시작하는 날 이었는데 TV를 트니 일본에서도 쿠바랑 일본이랑 예선전 경기를 해주고 있었다.
흠. 그래서 그 유명한 다르빗슈 라는 애가 던지는 것도 한번 봤네. 이날 일본은 쿠바한테 졌고, 한국은 미국한테 이겼는데 엄마아빠한테 전화하면서 이렇게 이렇게 저렇게 해서 이겼다고 말을 듣고 기분좋아서 누워 있는데 잠이 절로 왔다.

친구는 여기까지 왔는데 온천을 해야겠다고 나가는데 나는 갈까 말까 하다가, 아까 샤워도 했고 단지 온천때문에 또 목욕하기도 싫고 잠도 오고 이런 핑계로 그냥 내일 아침에 할래. 하고 안갔다. 비가 엄청 많이 와서 내 친구도 결국은 야외온천은 이용 못했다고 한다. 울 아버지 말로는 비올 때 야외에서 물에 담그고 있으면 기분 좋다고 하는데... 비가 어느 정도껏 와야지. 조금 아깝다. 그 료칸이 딴데보다 쪼끔더 비싼게 야외온천 때문인데.
온천 안가고 누워서 음악 듣는데 전화가 와서 받으니 일본어로 '~까' 로 끝나는 말 그러니까 계속 뭘 물어보는 투로 계속 말하시는데 알 수가 있어야지. 계속 '오후로 오후로' 이러길래. 오케이. 하고 말았는데, 친구한테 물어보니 오후로가 욕탕이라는 뜻이랜다. 이런 거 보면 나도 참 게으르다. 온천 유명한 데 와서 졸리고 귀찮아서 온천도 안가고.
근데 그냥 온천을 안해도 그 만으로도 100% 만족스러웠다.


참고로 이 밑에 사진은 친구가 온천가서 찍어온 것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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결국에는 친구한테 메모리카드를 통째로 받은 탓에 이번 큐슈 여행은 꽤나 풍요로운 사진들을 자랑할 수 있을 것 같다. 하하하. - 근데 나 이번에도 스크롤의 압박은 심할 듯 함.

난 휴가를 8월 12일 부터 냈다. 여행 다녀와서 이틀 쉬는 게 더 좋았겠지만 친구가 12일은 도저히 안된다고 하여 어쩔 수가 없었다. 근데 이게 나았다. 여행 준비를 전혀 하지 않은 상태라 12일 하루동안 어디어디 갈지도 정하고, 짐도 챙기고.
아침 8시 비행기라 빨리 자려고 했는데 여행 준비 때문에 그렇질 못했다. 여행 때문인지 잠을 잘 수가 없었다. 흥분하거나 그런것도 아닌데 난 뜬 눈으로 새벽 2시까지 버티다가 잠이 잠깐 들었는데 새벽에 무지막지한 천둥소리 때문에 다시 깼다. 난 태어나서 그렇게 큰 천둥소리는 처음이었다. 우리집 바로 앞에서 천둥이 친건지 거짓말 안하고 우리집 베란다 창문이 흔들리고 바닥에 까지 진동이 오는데 말 그대로 자연의 힘이었다. 아아 무력한 인간이여~~ 이런저런 이유로 결국 나는 3시간 자고 공항으로 출발.
아빠가 공항까지 태워다 주셨는데 출발하는 날 비가 정말 많이 왔다. 비가 많이 와도 비행기가 못뜨는건가? 했는데 그건 아닌가보다. 생각해보니 안개 때문에 결항되었단 얘기는 들었어도 비때문에 결항되었단 얘기는 못 들었으니까..
최고 성수기에 여행을 예약하여 그런지 최고 싼 지역임에도 불구하고 이러저러한 비용이 많이 들어가서 결국 면세점 쇼핑은 이번에도 많이 못했다. 지금 큐슈 여행 찾아보니 내가 갔을 때 보다 가격이 한 15만원 가량 저렴하구나.아 제길.
난 면세점은 24시간 풀가동인 줄 알았는데 이날 보니 그건 아니었다. 7시부터 문을 여는 모양이었다. 나는 여행 때 들고 다닐 뒤로 매는 가방을 하나 구입했는데 시중보다 많이 저렴하게 싸서 기분이 좋아졌다. (크흑 남들은 여행가면 면세점서 쇼핑 많이 하던데 난 오사카 여행때도 이번에도 딸랑 하나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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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내식 다 먹을만하니 내릴 때가 되어 후쿠오카 공항에 내렸다.(한시간 십분정도 소요) 후쿠오카공항은 국내 터미널과 국제 터미널이 나누어져 있는데 국제 터미널은 매우 한산했고, 무료셔틀버스 타고 국내 터미널 가니 복작복작했다. 우리가 갔던 시기가 딱 일본에서도 오봉휴가 시즌이고, 큐슈가 일본사람들이 많이 놀러 오는 곳이라고도 하고 그래서 그런가 저번 오사카 때와는 달리 한국여행객보다 일본 가족단위 여행객이 더 많아 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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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나라에서 가장 가까운 나라임에도 내리는 순간 공기가 다르다고 느꼈다. (사실은 그냥 다른 나라 왔다는 거 실감하고 싶어서 공기가 다르다고 나혼자 세뇌시킴) 첫번째로 느꼈던 건 "우와! 날씨 엄청 좋다! 가시거리 거의 200km!!!!" 이거였고. 그 다음은 "아이고 뜨거워" 이거였다. 습도도 높고 무엇보다 그냥 뜨거웠다. 근데 비오는 거 보다가 쨍하고 맑은 거 보니까 기분이 좋아졌다. 물론 휴가시작! 이 생각 때문에 더 즐겁기도했고.

간사이 공항에서 오사카로 진입할 때는 꽤 시간이 오래걸리고 지하철값도 비쌌는데 후쿠오카 공항에서 후쿠오카 하카타역까지는 아주 가깝고, 가격도 250엔으로 매우 저렴해서 좋았다. 지하철역으로 내려가는데 초등학교 야구부 애들이 모여 있는 걸 봤다. 귀여웠는데 아쉽게도 사진은 못 찍었다.

하카타역에 도착하여 우리는 JR 북큐슈 레일패스를 받았다. 이건 650엔정도 하는 JR 패스인데, 오사카와는 달리 JR로 지역과 지역을 이동해야 하는 여행자에게 아주 강추하는 패스다. 보통 산큐패스 아니면 JR 패스 둘 중 하나를 사라고 하는데 작년 까지만 해도 큐슈 전체를 3박 4일간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패스가 우리나라돈으로 약 15만원 정도 했댄다. 그런데 실질적으로 후쿠오카에 도착하여 3박4일 정도면 대부분이 북쪽 규슈만 여행하기 때문에 그닥 필요는 없다.(후쿠오카에서 저기 남쪽 미야자키 가는 데만 철도로 5시간 정도)  그런데 고맙게도 올해부터 북쪽 큐슈만 무제한 이용할 수 있는 북큐슈레일패스가 생겼다. 우린 새로 생긴 북큐슈 레일패스 이걸 모르고 처음에 15만원 너무 비싸다고 산큐패스 구입할 뻔!!  산큐패스는 시외버스를 무제한 탈 수 있는 패스인데, 우리가 머물렀던 텐진역에 버스센터가 있어서 산큐패스를 샀다면 기차타러 하카타역까지 가야 하는 번거로움은 조금 적을 수 있었다. 하지만 난 가끔가다 차멀미를 심하게 하고 처음 타본 JR 은 승차감도 우왕 굳! 이고 북큐슈 레일패스는 여러모로 만족스러운 선택이었다.
여권보여주고 패스를 교환 받는데 친구가 일본어로 이런저런 얘기를 잘 해서 별 어려움 없이 패스를 발급 받았다. 그런데 우리 옆에 있는 창구 언니(여자에게 있어 만인의 호칭 언니!!-여자들은 알겠지만 가게에서는 나보다 나이 적어도 언니라고 부르는 경우도 허다함) 는 한국어를 무지 잘하는 언니라 그쪽에는 한국 여행객이 바글바글 했다.
도착하니 10시 정도 되었는데 유후인노모리 라는 이쁜 열차를 타겠다고 오후 2시 30분쯤 떠나는 열차 지정석을 예매 했다. 하지만 이건 지금 생각해도 아주 탁월치 못한 선택이었다. 괜히 시간낭비가 너무 많았기 때문에!

여행 사진도 많은 데 결국엔 인천공항에서 하카타역가서 레일패스 받은 데 까지 마무리 짓고 나중에 또 쓰겠다. ; 사실 저번 주 일요일부터 이 포스팅 붙들고 발전을 못시키고 있었다.


6월에 일이 많고 받는 스트레스도 많고 해서 그런지 주말마다 담이 왔다.
이제 담은 나와 일심동체가 되어버린 것 같다. 조금만 무리해도 담이 오니. 이제 오는 부위도 꽤 다양하다. 양쪽 등, 허리, 날개뼈 아래 등등.
저번주말에도 토요일에 12시 넘어까지 자고 있는데 좀 추워서 이불을 덮으려고 하는데 이불을 덮을 수가 없는거다. 이런 쉩! 목하고 어깨 부분 이어지는 곳에 담이 와서 왼쪽 팔이 맘대로 안 움직였다. 자느라 한의원 갈 시간도 늦었고, 씻기도 귀찮고 해서 그냥 그러고 있었다.
저녁에 부모님께 "내 팔이 안올라가~"(문희준 포즈로) 하고 반병신된 팔의 모습을 보여드렸더니 안되겠다면서 흑염소 엑기스 넣은 한약을 지어오셨다. 겉봉에 흑염소 라고 써있고 흑염소 사진도 붙여져 있는데 이런 건 흑염소의 어느부분을 달여 넣는거지? 그건 잘 모르겠지만, 요즘 자기 전에 꼬박꼬박 흑염소 한약을 챙겨 먹고 있다. 내가 챙겨먹는 건 아니고, 엄마 아빠가 챙겨주시는데 먹은지 한 일주일 밖에 안되서 아직 효과는 모르겠다. 맛은 굉장히 호러블 하다. 정관장은 나름 먹을만 했는데.
몸이 허한 사람들의 특징은 운동할 생각은 안하고 몸에 좋은 거 먹어서 건강 유지하려고 하는 거라던데 맞는 말인 듯 싶다.

작년에는 2월부터 일하다가 한번도 못쉬고 7월에 취직을 했다. 벌써 취직 1주년이 다가오고 있다니 참 장하다. 취직 처음 해서는 정말 개같이 일만 했다. 그때는 원래 이 직장이 이런건가 싶어서 꾹 참고 한 3개월 일했는데 그때 부터 지금까지도 내가 취직해서 3개월 만큼 일이 많았던 적은 없었다. 그땐 정말 죽을 것 같았지만, 취직 직후에 회사에 일이 많았던 건 오히려 잘 된 것 같기도 하다. 그때 그렇게 버텼는데 지금이라고 못할까. 이런 생각이 들어서 버티기 좀 쉽다. 입사한지 얼마 안되었기 때문에 나에겐 여름 휴가 같은 것도 있을리가 만무했는데 이번 에는 태어나서 처음으로 여름 휴가 가 생겼다.

내 친구 중 최고 잘나가는 친구는 그 능력을 인정받아 회사에서 벌써 두차례 인도에서 일하라고 내보냈다 들여왔다. 그 친구가 인도 가 있을 때 우리 이번 휴가 날짜 똑같이 맞춰서 훗카이도 에 가자고 다짐을 했다. 이유는 단 하나 훗카이도는 북쪽이니 좀 시원하지 않을까? 하는 확신 때문에. 그리고 친구는 일본 애니메이션, 드라마, 책 등을 무지 좋아해서 언젠가 한 번 일본을 가리라 다짐하고 있기도 했고 말이다.
친구가 한국에 와서 우리 둘이 본격적으로 훗카이도 여행에 대해 알아보는데 이게 너무 비싼거다. 그래서 100만원 가지고는 어림도 없겠구나. 싶어서 우리 그냥 도쿄 가자 도쿄. 하고서 도쿄를 알아봤다. 근데 도쿄도 훗카이도 만만치 않았다. 결국 우리 둘은 큐슈에 가기로 합의 했다. 큐슈로 합의한 이유는 단 하나. 싸서.
주변에 큐슈 갔다온 사람이 없다. 헐. 이미 여행사에 예약도 다했고, 여행사에서 벌써 숙소예약까지 끝낸 상태. 일본 최북단 가자고 해놓고 결국 최남단으로 가긴 하지만, 뭐 나는 혼자 집에서 있는 것 보다는 훨씬 좋으니까.. 친구가 안가려고 하면 그냥 혼자라도 어딘가 가려고 했는데 그것보단 낫지.
여행 후기 보면 덥단 얘기 엄청 많지만, 괜찮아 괜찮아. 벌써 가슴이 두근두근 거리고 휴가가기 전 까지는 휴가 간단 사실 하나로 즐거이 보낼 수 있을 것 같다. 일정은 8월 13일부터 3박 4일.

이 포스팅은 어제부터 쓰던 건데.. 내가 말하는 빅매치는 프로야구에서 삼성 라이온즈 VS 기아 타이거즈. 였다. 일명 단두대 매치. 왜냐하면 이번 3연전에서 이기는 팀이 4강에 올라갈 확률이 높아지기 때문에 붙여진 게 단두대 매치다. 어제는 삼성의 에이스 배영수랑 기아의 에이스 윤석민의 대결이었고, 워낙 중요한 경기라 만만치 않겠다고 생각했다.

아... 이 포스팅을 처음 썼을 때 부터 벌써 이틀이 지났다. 우와. 진짜 포스팅 하나 완성하기 힘드네.
하던 이야기 마저하자면, 단두대 매치 첫째날은 윤석민 VS 배영수 의 대결이었는데 윤석민은 그럭저럭 잘 던지는 느낌이 안들었는데 배영수가 너무 못던져서 승리.
두번째날은 믿었던 이범석이가 내야수 실수에 흔들리면서 2실점, 번트댄 공 송구를 못해서 또 4실점 하면서 2이닝에 6점을 헌납한 결과로다가 패배.
역시 야구는 모르는거다. 이범석이 선발이라고 했을 때 당연히 이겼구나 했는데, 역시 설레발=패배 인건가.
흠... 이 단두대 매치에 대해서는 더 많은 말을 하고 싶지만 우선은 3일내내 끌어온 포스팅을 끝마치는 게 급선무라 이정도로 얘기하기로 하고.

이번 삼성전 보면서 마음이 짠했던 건 삼성 투수 배영수 때문이다. 사람들이 배영수보고 이제 완전히 맛이 갔다고 만만히 보는데 인생에서 배영수 만큼 최고 절정기를 맞아본 적도 없는 놈들이 참 말들이 많은 것 같다.( 이녀석들아!!! ) 발단, 전개, 절정, 위기, 결말 따위도 없이 발단도 못하고 있는 놈들이 지금 위기 맞고 있는 투수한테 그리 욕을 해도 되는건지.
수술이 잘못된 건지 모르겠지만, 한국시리즈 우승까지 이끌었던 배영수 저번 인터뷰 보니 수술하지 말고 재활할 걸 그랬다고, 은퇴할까도 심각히 고려했다고 하는데 으헝헝. 남일이지만 너무 슬펐다. 겨우 28살 밖에 안됐는데 무슨 은퇴야.
내년에 배영수가 보란듯이 재기에 성공해서 언터쳐블 되었음 한다. 타팀이지만, 최고 에이스가 요즘 계속 얻어터지는거 가슴아파서 못보겠다. 흑. ;
이런거 보면 운동 선수들 대단하다. 난 내가 일하는 분야에서 딱 1년 일하고 내가 전혀 새로운 일을 할 수 있을까. 하는 의심 혹은 두려움이 드는데 선수들은 부상 있을 때 마다 평생 해온 이 일을 못할 수도 있겠단 두려움을 안고 살아야하니 말이다.

아... 기아타이거즈가 4강에 가면 진짜로 좋겠지만, 기아의 6위 본능은 만만히 볼 게 아니다. 5위 되었다고 좋아했더니 하루만에 다시 6위 되버렸다. 오늘은 비와서 야구 안할 거 같은데, 잘됐다. 난 오늘도 야근. 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