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사천리

일상 2015. 8. 16. 18:55

내일부터 성수역으로 출근을 해야 한다. 대학교에 근무하기 시작한게 7월 21일인데 정확히 4주만에 그만두고 다시 취업을 하게 되었다.

구직사이트에 이력서를 올려놓고 잊고 있었는데, 어떤 회사에서 연락이 왔다. 직접 가서 보니 괜찮은 회사인 것 같고, 또 정규직이고 다만 우리집에서 너무 멀다는 게 단점이었지만 경력을 쌓을 수 있는 회사이니... 결국 가기로 했다.

하고 있었던 학교 일은 무조건 계약직이고, 입사를 제의한 회사는 무조건 정규직이었으니, 어쩔 수 없었다. 이로서 한동안 내 길이라 생각했던 대학원 입학도 없던 일이 되었다. 대학원에 붙긴 붙었지만 등록하지 않았다.

교수님께 그만둔다고 말하기가 죄송해서 잠을 한 이틀 설치고 살도 빠졌다. 하지만, 교수님들도 날 잡을 순 없었다. 학교는 2년 뒤에 무조건 짤리니 말이다.

나와 같이 면접을 봤었던 사람 한명을 다시 불러서 앉혀놨고, 난 내가 아는 모든 것을 인수인계 해줬다. 교수님이 다시 모집공고내서 사람 모집한다고 하지 않아서 얼마나 다행인지 모르겠다. 보통 다른 과 교수님들은 내가 맘에 드는 애 뽑는다고 시간 끌어서 전임자가 속타고 힘들고 그런다고 하든데... 난 하루만에 그만둔다고 말하고 사람 뽑고 일사천리로 진행이 됐다. 나와 같이 일하던 교수님 별명이 "엔젤" 인데 왜 별명이 엔젤 인지 알 수 있었다. 공부도 최고로 잘하시고, 직업도 교수고, 인간성도 최고 좋고 대체 그 교수님께 부족한 게 뭘까.  

새로 오는 아이는 오자마자 시간표도 바꿔야 하고 수강신청도 해야되서 힘들것 같지만 의욕있고 똘똘해보여서 마음이 놓였다. 걔도 일자리가 급했는데 일자리를 갖게 되서 잘됐고 나는 인수인계 제대로 시켜서 사람을 앉혀놓고 가니 마음이 편하고 누이좋고 매부좋았다.

7월 21일부터 8월 13일까지 제일 더웠던 시기에 모교 사무실에서 혼자 시원히 잘 보냈다. 집에 있었다면 그렇게 시원히 있을 수 없었을 거다. 낮에는 혼자 라디오 듣고 음악도 들었으니 피서를 갔어도 그보다 좋을 순 없었을 거다.

정확한 월급이 얼마나 되는지 아직 알 수 없어서 독립을 하기도 뭐하고, 처음부터 지각하면 안되니 일단은 전철을 타야 하는데 7시에 집에서 출발해야만 한다. 잘 할 수 있겠지?

 

어제는 수술한 친구 병문안 때문에 아산병원에 갔는데, 정말 크긴 무지하게 컸다. 환자가 엄청나게 많고 친구도 힘들어보였다. 하지만, 잘 이겨낼 수 있을 것 같다. 나같으면 내 친구처럼 온화하게 친구 맞아주지 못했을 것 같은데 친구는 참 평소와 다름이 없었다. 존경스러웠다.

 

나는 아마도 내일 이게 꿈이야 생시야 하면서 전철에 탈 것이다. 몇 년전에 충무로로 회사 다니면서 신도림에서 내리는 사람들 보면서 정말 딱하다 생각했는데 나도 그런 사람 중 하나가 되었다. 역시 사람 일은 아무도 모르나보다.  


너무 너무 싫은 운전

일상 2012. 10. 18. 11:42

운전면허를 처음 취득하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그렇게 운전을 하고 싶다는데 솔직히 말하면 난 면허를 따도 전혀 운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안들었다.
우리 아빠가 차를 애지중지 하는 분도 아니고 (뭐 애지중지할만큼 비싸지도 않지만) 시간나면 해보라고 하셨는데도 나는 무서워서 기필코 운전을 하지 않았다.
필요도 없었고, 운전을 하면서까지 가고 싶은 곳도 없고.
하지만 이젠 더이상 운전을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직장 다니는 아빠들보다 시간이 많은 아빠가 제대로 고생을 하고 계신데, 내 나이쯤 되면 이거 남자친구나 남편한테 운전 배워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못난 딸 때문에 연로하신 아버지께서 고생 중이시구나.
우리 아버지는 운전연습시키면서 화내진 않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요즘 아빠와 적어도 이틀에 한번씩은 차를 타고 출근 중이다. (나 출근 시켜주고 아빠는 다시 집으로 가시고. 죄송합니다 아빠. 으헝)
오늘은 출근길에 스타렉스 탄 젊은 남자한테서 아주 심한 쌍욕을 들었다.
내가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두번 연속 변경하면서 뭘 잘못하긴 한 모양인데 사실 뭘 잘못한 지도 모르고 욕을 먹으려니까 조금 무서웠다. 난 깜박이도 켜고 나름 사이드미러도 봤는데... 이런 얘기를 운전자들에게 하면 다들 욕먹을만 했으니 욕먹었다는 반응이라 어디에 말도 못하겠고. 여하튼 그 욕하는 와중에도 고개 숙여서 미안하다고 하니까 그냥 가기는 했다. 하긴 뭐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려서 날 죽일 수도 없고.
며칠 운전을 해보니 운전은 아직까지도 전혀 하고 싶지가 않고, 앞으로도 하기 싫을 것 같고, 안할 수만 있다면 평생 안하는게 좋다는 거.
사실 나와 카풀하는 분이 요즘들어 부쩍 불편하고 빨리 그 분에게서 독립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아서 독립의 필요성을 느끼는건데,... 지금 내 상황봐선 독립은 요원하기만 하다.
나는 신기하게 또 후방주차는 아빠보다 잘하고 있다. 하나라도 잘하는 게 있어서 다행이다. (대신 전방,평행주차를 못하는게 함정이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정말 운전에도 귀천이 없는 것 같다. 중학교만 나온 사람이라도 서울대 나온 사람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게 운전인 걸 봐선, 운전이야 말로 정말로 귀천이 없네.
결론은 진짜 진짜 너무 너무 운전하기 싫다. 흑흑흑.


출퇴근 탐색전

일상 2012. 8. 2. 23:42

저저번주 주말 저번주 주말에는 앞으로 내가 다닐 회사를 출퇴근할 것인가 알아보러 혼자 길을 나섰다. 요즘 같은 날씨에 가장 뜨거운 시간에 돌아다니려면 물을 중간중간 마셔줘야 한다고 하기에 나는 물통에 물도 넣어서 자주자주 마셔서 탈수되지 않도록 주의했다.  나시에 반바지에 편한 신발을 입고 한번 왕복을 해봤는데 출근하는 길은 넉넉잡아서 2시간은 잡아야 할 것 같았다. 자취는 전에 말한 여러가지 이유로 하기 싫고, 운전도 하기 싫고. 퇴근하는 길은 1시간 30분이면 될 거 같고.

사실 2시간까지는 안걸릴 수도 있는데 그 회사가 전철역에서 내려서 다시 버스를 타고 들어가야 하는 곳이고, 더욱 큰 문제는 그 버스가 거의 30분에 한대꼴이여. 택시도 하나도 안잡히는 곳이고. 일산은 도시지만 고양은 전혀 도시가 아니고 산좋고 물좋은 완전 시골 분위기였다. 그 동네 택시기사 말로는 그냥 콜택시를 부르라는데 매일 매일 콜택시 부르는 것도 곤욕일 것 같고 고민이 많지만 일단은 그냥 2시간 걸려서 출근하는 걸로 정했다. 뭐 요즘에는 스마트폰으로 언제 버스오는지 알 수도 있고, 언제 오는지 알 수 있으면 기다릴 수 있어. 그리고 요 며칠 내가 대충 출근시간대 버스 오는 시간을 검색해보니 최대로 기다리면 20분기다리는데.... 흠. 뭐 전철역 안에 의자도 있던데 그때 독서하면 못기다릴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든다. 그리고 버스가 금방 오면 1시간 30분도 가능하니까 최악은 아니다. (지나친 합리화인가 흐흐)

그나마 다행인 것이 그 회사 출근이 9시 30분까지다. 예전 충무로까지는 8시30분까지 출근이어서 6시 50분에는 집에서 나섰다. 지금 이 회사는 버스를 20분 기다린다고 쳐서 2시간 걸려도 7시 20분 쯤에 집에서 나가면 되니까 못할 것도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사실 난 운전을 해서 다녀야겠다는 마음을 먹고 3주전 토요일에 바로 운전대를 잡고 백화점에 갔었다. 옆에 동생을 태우긴 했지만 갈 때도 무사히 잘 들어가고 주차도 잘했다. 돌아오는 길에는 비가 왔는데 밤이고 비가 오니까 차선이 하나도 안보이고 차선을 못 바꿔서 모르는 길로 네비게이션 말만 들으면서 긴장하면서 운전하고 오는데 뒤에 있던 마티즈가 우리집 차를 심하게 받았다. 빨간불에 정차하고 있던 우리집 차를 그냥 와서 냅다 받은 것이다. 보니까 약간 졸음운전인 것 같았다. 그렇지 않고선 그렇게 황당한 사고를 낼 리가 없었다. 나는 엄청 떨리는 가슴을 진정시키고 차에서 내려보니까 뒤의 마티즈는 범퍼가 완전히 다 망가지고 헤드라이터도 다 튀어나오고 거의 폐차 직전이었는데 우리차는 범퍼만 찌그러지고 말았다. 나랑 동생은 목에 좀 충격이 있었는데 다행히 지금까지도 아무 이상이 없는 상태. 보험처리 해서 검사도 하고 우리집 차도 다 수리를 하고 잘 마무리가 되었다. 

하지만 운전 중 아무 잘못 안했는데 사고가 나고보니, 고속도로에서 이렇게 사고가 나면 얼마나 크게 사고가 날 것이며 나같은 초보가 무슨 고속도로 운전이냐 하는 생각에 겁이 덜컥 났다. 결국 그 사고 이후로 운전 왕복의 꿈을 접고 대중교통 왕복으로 노선을 바꾼 것이다. 그리고 주말동안 두번의 경로 탐색을 해보다 보니 어떤 길이 제일 빠른 건지도 알겠고, 나름대로 최선의 출퇴근 루트를 찾은 것 같다. 두번 왔다갔다 해보니 아예 못갈 동네는 아니었다. 다행스럽게도. 


내가 가려는 회사는 지금 있는 대학교에서 교수님 소개로 들어가는 회사인데, 뭐 그렇다. 나는 소위 말하는 낙하산이다. 난 이제까지 살면서 내가 내 힘으로 알아서 살아왔다. 학연도 없고 지연도 없고 우리 집안이 유력인사도 없고 하니까. 그리고 어느 누구의 도움도 안받고 주목받지 않는 삶을 살다보니 오히려 난 누군가 나에게 관심을 기울이면 더 불편하고 날 좀 가만히 내버려뒀음 좋겠다는 생각하면서 살았는데 이렇게 누군가의 큰 힘으로 취업에 성공하다보니 부담스럽기도 하고, 아.... 이런 길이 내가 뚫었던 난관(?)에 비한다면 정말 쉽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이번 취업에서는 바보같이 말도 안되는 소리 늘어놓는 1분 자기소개도 안했고, 어떻게든 날 뽑아달라고 사정하는 뉘앙스의 면접도 안해도 되니 덜 굴욕적이었다.

한편으론 그래도 2년 동안 내가 헛수고를 한 건 아니라는 생각이 들기도 했다. 내가 2년 동안 지금 있는 대학교에서 일을 제대로 안했다면 교수님도 날 그 곳에 취업시켜주지 않았을 거다. 근데 난 정말 실수하지 않으려고 엄청 열심히 노력하면서 일했으니까. 그래서 이렇게 취업하게 되는 거니까. 괜찮은 거 겠지? 


그래도 여러가지 마음의 결정을 굳히고 나니 맘이 편하다. 덕분에 살도 1키로 쪘다. 흑흑. 입맛도 다시 돌아오고. 이제 나 다음으로 올 후임에게 인수인계만 제대로 해주면 될 것 같은데, 내가 일했던 자리가 딱 2년이 정해진 계약직이라 그런지 사람 뽑는 게 쉽지가 않다. 거의 한달째 알아보는데도 안오네. 빨리 뽑혀서 인수인계 해주고 맘편히 휴가가고 싶은데, 그래도 날 추천해주신 교수님 봐서 마지막까지 마무리 잘 짓고 새로운 직장으로 가고 싶다.



서울 느낌

일상 2011. 1. 26. 15:30
고등학교 때 시골로 내려갔을 때는 마음이 무척 허했다. 어린 마음에 팝칼럼니스트나 영화평론가 혹은 기자 같은 허세 가득한 직업을 원했던 나는 문화 생활 기회가 적을 수 밖에 없는 시골이 어찌나 감옥처럼 느껴졌는지 모른다. 고등학생이라 어차피 영화볼 기회도 별로 없고 공연은 지금도 잘 안가고 책도 잘 안읽는데 괜히 그랬다. 사춘기라 우울한데 적당한 이유를 찾지 못해 내 상황을 더 비관 했는지도 모른다. 상황이 그렇고 보니 고3때 내가 공부하는 이유는 무조건 서울 진출이었다. 대전에 있는 대학을 한군데 쓰긴 했지만 말이다. (우리 엄마는 거기 학비가 엄청 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내심 거기 가라는 압박을 넣곤 하셨다) 수능 후 생각보다 점수가 안나와서 인서울 대학은 많이 못썼지만, 모든 원서를 수원, 인천 여하튼 서울과 가까운 쪽으로만 썼다.
저번에 박찬욱 감독이 인터뷰에서 자기는 영화 감독 하면서 서울에서 태어나고 자란 것에 대한 열등감 같은 게 있었다고 하는 걸 봤다. 왠지 시골 출신이 아니면 예술을 하는 데 딸릴 것 같고 그랬다는데, 서울 사람도 나름대로 저런 컴플렉스 가진 사람이 있구나 싶어서 신기했다.
여하튼 깡시골서 태어난 내가 다시 시골로 복귀한 것 뿐인데도 그게 그렇게 속이 쓰리고, 내 자신이 퇴보하는 것 같고 그랬다.
막상 인천와서 살아보니 인천이라고 별 다를 것도 없고 말로만 듣던 서울 거리는 걸어도 그냥 거리일 뿐 이고 사람만 많고 별로 좋을 것도 없구나 하는 생각에 학교 다닐 때는 한 학기 중 서울을 두번 가면 많이 가는 편이었다. 꼭 가야만 할 때만 잠깐 갔다오고 말았지. 인천과 서울은 생각보다 엄청 멀어서 한번 갔다오면 한없이 피곤했다. 시골에서 볼 땐 수도권=서울 같았는데 막상 수도권으로 오자 서울땅과 아닌땅의 차이는 생각보다 큰 것이었다. 서울은 서울 인천은 인천 경기도는 경기도. 각각 그 지역만의 삶이 있는 것이었다.

그러던 내가 졸업하던 2007년 2월부터는 하루도 안 거르고 서울을 왔다갔다 했다. 물론 그때도 서울 많은 곳을 돌아다닌 건 아니었지만, 평일에 내가 밟고 있는 땅은 항상 서울땅이었다. 아침 6시 50분에 길을 나서서 항상 몽롱한 상태로 전철을 타서 피곤에 쩔어 지하철 환승로를 걸어다녔고, 제발 제발 제발 회사랑 집 좀 가까웠음 좋겠다고 열망했는데 진짜로 회사와 집이 가까워졌다.
하지만 수도 서울, 특별시 서울의 아침 저녁 출퇴근 시간의 분위기란 그것만의 분위기가 있어서 어제는 갑자기 그 시간대 서울을 죽었다가 이제금방 깨어난 사람처럼 돌아다니고 싶었다. 너무 너무 지긋지긋했는데 그 시간과 분위기가 그리워질 줄이야.

인천시민의 슬픔

일상 2010. 1. 6. 00:16
대한민국 교통이 이정도로 거지 같을 줄 몰랐다.
오늘 아침 대방역에서 서울방면 1호선이 안와서 다시 신길로 되돌아가선 5호선 6호선 4호선 타고 출근.
퇴근길에는 정말 전철이 안오고 설령 온다고 해도 절대 탈 수 없을 정도로 사람이 많아서 만사천원 내는 공항 리무진 타고 공항에서 306번 타고 동인천에서 내려서 다시 시내버스 갈아타고 퇴근.

어영부영 거리는 거 다 합쳐서 출퇴근 왕복시간이 총 5시간이 걸렸다.
어제도 총 5시간 걸렸는데.

오늘은 버스 기다리다가 너무 피곤해서 울 뻔했다. 날씨가 춥기는 또 오지게 춥고.
2010년 벽두부터 눈부터 시작해서 춥고 재수 없는 일들 투성이다.

빨리 자고 싶은데 이직 알아보느라고 잘 수가 없다.
오기가 생겨서 내일은 6시에 집에서 나가려고 한다.

6시에 출근했는데도 지각하면 하는 수 없는거다.
전철이 130대가 고장났다고 하는데 내일도 5시간 출퇴근 할 생각하니까 토 나온다.

나 진짜 인천에서 취직하고 싶다. 인천 인천 인천.
서울 진짜 멀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