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무 너무 싫은 운전

일상 2012. 10. 18. 11:42

운전면허를 처음 취득하면 몸이 근질근질하고 그렇게 운전을 하고 싶다는데 솔직히 말하면 난 면허를 따도 전혀 운전을 하고 싶은 마음이 안들었다.
우리 아빠가 차를 애지중지 하는 분도 아니고 (뭐 애지중지할만큼 비싸지도 않지만) 시간나면 해보라고 하셨는데도 나는 무서워서 기필코 운전을 하지 않았다.
필요도 없었고, 운전을 하면서까지 가고 싶은 곳도 없고.
하지만 이젠 더이상 운전을 피해갈 수 없게 되었다.
상대적으로 직장 다니는 아빠들보다 시간이 많은 아빠가 제대로 고생을 하고 계신데, 내 나이쯤 되면 이거 남자친구나 남편한테 운전 배워야 하는거 아닌가 하는 생각이 든다. 못난 딸 때문에 연로하신 아버지께서 고생 중이시구나.
우리 아버지는 운전연습시키면서 화내진 않으니 다행스러운 일이다. 요즘 아빠와 적어도 이틀에 한번씩은 차를 타고 출근 중이다. (나 출근 시켜주고 아빠는 다시 집으로 가시고. 죄송합니다 아빠. 으헝)
오늘은 출근길에 스타렉스 탄 젊은 남자한테서 아주 심한 쌍욕을 들었다.
내가 고속도로에서 차선을 두번 연속 변경하면서 뭘 잘못하긴 한 모양인데 사실 뭘 잘못한 지도 모르고 욕을 먹으려니까 조금 무서웠다. 난 깜박이도 켜고 나름 사이드미러도 봤는데... 이런 얘기를 운전자들에게 하면 다들 욕먹을만 했으니 욕먹었다는 반응이라 어디에 말도 못하겠고. 여하튼 그 욕하는 와중에도 고개 숙여서 미안하다고 하니까 그냥 가기는 했다. 하긴 뭐 달리는 차에서 뛰어내려서 날 죽일 수도 없고.
며칠 운전을 해보니 운전은 아직까지도 전혀 하고 싶지가 않고, 앞으로도 하기 싫을 것 같고, 안할 수만 있다면 평생 안하는게 좋다는 거.
사실 나와 카풀하는 분이 요즘들어 부쩍 불편하고 빨리 그 분에게서 독립하고 싶은 맘이 굴뚝같아서 독립의 필요성을 느끼는건데,... 지금 내 상황봐선 독립은 요원하기만 하다.
나는 신기하게 또 후방주차는 아빠보다 잘하고 있다. 하나라도 잘하는 게 있어서 다행이다. (대신 전방,평행주차를 못하는게 함정이네)
직업에는 귀천이 없다지만, 정말 운전에도 귀천이 없는 것 같다. 중학교만 나온 사람이라도 서울대 나온 사람보다 훨씬 더 잘할 수 있는게 운전인 걸 봐선, 운전이야 말로 정말로 귀천이 없네.
결론은 진짜 진짜 너무 너무 운전하기 싫다. 흑흑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