YMO의 베스트 앨범에 들어있는 곡인데, youtube 에도 yellow magic orchetra 의 원곡은 없다. (위 저 짝퉁 YMO 가 거의 똑같이 커버해서 저걸 골랐다) 이 곡이 70년대 말 80년 초에 나왔다는 것이 정말 놀라울 따름이다. 문화의 발전과 수준은 정말 그 시대의 경제력에 비례하는 것일까. 이 곡 말고 아래 Mass 라는 곡도 너무 좋아서 어제 밤에도 침대 누워서 두 곡을 번갈아 가면서 들었다.

 

 

  이 두 곡은 지금 당장 전위적인 SF 영화의 사운드트랙으로 깔아도 위화감이 전혀 없을 정도다. 좀 더 일찍 알았다면 좋았을텐데. 뭐 지금이라도 알아서 다행인건가.

 

  저번주에는 오랜만에 키아누 리브스 사진을 잔뜩 봤다. 정말 엄청나게. 심지어 핸드폰 잠금화면도 키아누 리브스로 해놨다. 키아누 리브스는 영화 고르는 안목도 없고, 자기 관리 잘하는 스타일도 아니라 영화사에 이름을 남길 수 있을 것 같진 않다.  하지만 정말 이 분 젊었을 때 처럼 눈매가 예쁜 배우는 앞으로 나오기 힘들 것이다. 키아누 리브스 얼굴에서 내가 제일 좋아하는 건 얇고 새까만 눈썹인데, 그 예쁜 눈썹 밑에 있는 갈색 눈의 아름다움 또한 어마어마 한다. (내가 어마어마라는 표현까지 쓰다니..)  다른 백인 배우들과 다르게 얇고 까만 눈썹과 크지 않은 눈이 이국적이고 어떤 사진에서는 전혀 백인 같지 않아 보일 때도 있다. 거기에 창백한 피부와 동양인보다 더 새까만 머리까지. 휴. 외모 전성기 키아누 리브스 님을 보고 자란 건 행운이라는 생각까지 했다. 그 분 외모는 하와이안 중국 아일랜드 영국까지 섞인 최상 조합이었는데, 그 유전자를 썩히고 계시니 안타까울 따름이다. 내가 미국가서 아들 낳아드릴 수도 없고. 모쪼록 올해는 결혼해서 떡두꺼비 같은 아들을 최소 3명이상 낳으셨으면 하는 마음 뿐이다. 늦은 거 같기도 하지만. 조금만 관리하면 30대 여성과도 충분히 결혼할 수 있으니 화이팅(?) 하셨으면 좋겠다.

 

  키아누 리브스를 영접하는 의미에서 저번 주말에는 영화 콘스탄틴 을 봤다. 영화 내내 존 콘스탄틴이라는 주인공이 순 똥폼만 잡고 스토리 또한 만화스러운 영화였지만 뭐 그럭저럭 봤다. 재밌게. 콘스탄틴이 여자에게 옷을 벗으라고 할까 말까 망설이는 장면이 제일 재밌었다.  

 

  어제는 예전부터 보고 싶었던 워호스를 봤다. 영화를 꽤 봤음에도 좋아하는 감독이 누구냐 물어보면 대답하기 힘들었다. 사실 어떤 감독이든 어떤 작품은 정말 구리고 어떤 작품은 최고고 그러니깐. 전에 말한 왕가위 영화도 사실 타락천사, 중경삼림, 아비정전, 해피투게더 이외 영화는 안 봤고, 한 때 마틴 스콜세지를 좋아했지만, 디파티드도 울프오브월스트리트도 에비에이터도 모조리 안봤다.

  하지만 앞으로 누가 좋아하는 감독 누구냐 물어보면 스티븐 스필버그 라고 대답하기로 했다. 스티븐 스필버그 영화도 다 본 건 아니지만, 그 사람처럼 언제나 기본 이상을 하는 건 정말로 힘든거다.

  워호스는 바람과 함께 사라지다 영화 만들던 시대에 만들었다고 해도 믿을법한 고전적인 색감과 고전적 스토리의 영화였는데, 그게 또 너무 제대로 잘 만드시다 보니, 전혀 촌스럽지 않았고 심지어 감동적이었다. 이 정도면 정말 인정해드려야 한다.

  흔치 않게 2차 세계 대전이 아니라 1차 세계 대전이 배경인 영화고, 영국 기병대가 독일군 처소를 덮치는 장면이 최고의 압권이다. 전쟁영화이긴 하지만 잔인한 장면은 단 한번도 안나온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쟁에서 죽어간 젊은이들에게 안타까운 마음이 든다. 이 영화 때문에 관심이 생겨서 1차 세계 대전에 대한 기록을 찾아봤는데, 오히려 2차 세계 대전보다 사망자는 더 많았다고 한다. 흠.. 언제 책을 찾아서 읽어볼까 생각 중이다.

 

  어제 오랜만에 학원 갔는데 내가 좋아하는 선생님이 나를 얼마나 반가워 해주시든지, 연말 휴가기간 동안에 웨일즈 (선생님 고향) 스완지 갔는데 날씨가 정말 축축하고 최악이었다고 서울은 날씨 너무 좋다고 신나서 말하는데 정말 귀여웠다. 말이 선생님이지 나보다 어린 것 같은데, 꼭 고등학교 학생 같아서 정수리를 쓰다듬어 주고 싶을 지경이었다.

 

  어제 오랜만에 추운데 광화문까지 행차를 해서 피곤했는지 오늘은 하루종일 힘이 없었다. 남은 힘을 쥐어짜내 교회에 가서 저번과 또 똑같은 기도를 하고 집에 와서 축 눌어져 있다가, 5시 30분 쯤 길을 나섰다. 유일하게 내가 운동을 하는 시간이니깐 힘을 내자 하는 마음으로. 나왔다가 눈이 좀 와서 다시 집에와서 3단 우산을 들고 나섰는데 그건 정말 잘못된 선택이었다. 점점 눈도 많이 오고 바람은 또 어찌나 불든지, 우산이 계속 뒤짚히려고 해서 나중에는 그냥 눈을 다 맞으면서 걸었다. 그냥 장우산이었다면 튼튼하게 잘 쓰고 걸을 수 있었을텐데. 

  이렇게 눈보라가 몰아쳐도 자유공원 에어로빅 아저씨가 나오실 것인가? 하는 생각을 했는데 웬걸. 오늘도 나와서 에어로빅 하고 계셨다. 정말 하이옌급 태풍이 인천에 상륙해도 나오실 분이다. 에어로빅 배경음악이 너무 경박해서 생각하는데 방해가 되서 아저씨에게 원망스러운 마음도 들었다.

 

  가로등 아래로 흩날리는 눈을 보고 있자니 아름다웠다. 날씨가 너무 험상궂어 아무도 산책을 나오지 않아 산책로에는 나 혼자만 있었다. 내 앞으로도 뒤로도 아무도 없었다. 랜덤으로 틀어놓은 MP3 Player 에서 No surprise 가 나오는데 잠깐 눈물이 날 뻔했다.

 

  이렇게 우울하고 찌질하고 어쩌면 누군가에겐 악몽같은 존재인 나를 더욱 혐오스럽게 만들어주는 시간이 바로 이 시간이 아닐까 하는 생각을 했다. 혼자 음악들으면서 잡다한 생각하며 걷는 시간 말이다. 언제나 틀림없이 지하 천미터까지 파묻히는 것 같은 우울함을 느끼면서도 홀린듯 또 그짓을 하고 있는 걸 보면 난 우울하다고 말할 자격도 없는 사람이 아닐까 하는 생각도 잠깐 했다.

  모든게 역부족인 것 같다. 남탓도 하고 어쩔 땐 하나님 탓도 하고 그러고 살고 있지만, 어쩌면 가장 수준 이하인 건 나 자신일 수도 있는데..



어제는 7호선 먹골역까지 결혼식에 다녀왔다. 인천에서부터 태릉쪽까지. 서울을 대각선으로 횡단하는 아주 먼 곳. 결혼식에 갈 때마다 아직도 먼 얘기같다. 나 이러다 정말 독신되는 거 아닌가. 

금요일에는 동생 졸업식이었다. 동생 졸업식 핑계로 연차를 하루 당당하게 써서 좋았는데. 3일의 긴 주말이 끝나고 이제 5일을 일해야 한다고 생각하니 한숨이 나고 힘이 빠진다. 동생 졸업식 때 오랜만에 우리 가족이 사진도 찍고, 모여서 얘기도 하는 뜻깊은 시간을 보냈다. 이런 이벤트가 아니면 정말 넷이서 외식 한번 하기가 힘들다. 졸업식 끝나고 동생 셔츠랑 타이를 사러 백화점에 갔는데, 동생이 취업에 성공한 대학졸업생이라 참 다행이구나 싶었다. 동생은 이제 회사만 잘 다니면 되는 것이다. 물론 들어가서가 더 문제긴 하지만, 그래도 동생이 취업을 한 덕분에 우리 가족은 즐거운 마음으로 졸업식에 임할 수 있었으니까. 

오늘 일요일은 아무런 약속이 없었다. 일주일이 멀다하고 만나는 친구는 어제 술을 마신다고 했기 때문에 왠지 숙취에 시달리고 있을 것 같았다. (하지만 그 친구 역시 3시 쯤에 심심해 죽겠다고 카톡이 왔다) 

누워만 있자니 머리가 멍해서 갑자기 마음이 동하여 옷을 챙겨입고 자유공원으로 향했다. 내가 걸어갈 수 있는 거리에 자유공원이 있어서 얼마나 좋은지 모른다. 

내가 세상에서 제일 좋아하는 장소는 자유공원, 제일 좋아하는 일은 음악 들으면서 자유공원으로 걷는 것 이라는 생각이 들 정도로 난 자유공원이 참 좋다. 누구랑 함께 하는 것 말고 나 혼자 걷는 것이.

자유공원에 있는 나무는 대부분 벚나무 인데 만든지 오래된 공원이라 그런지 엄청 키가 크고 그래서 참 보기 좋은데...  빨리 꽃이 보고 싶다. 

친구에게 전에도 말했지만, 내 소원 중 하나가 좋아하는 남자랑 자유공원 걷는 거다. 더 좋은 곳도 별로 가고 싶지 않고 딱 자유공원.

머리가 복잡할 때도 혼자 걷고, 외로운 느낌이 들 때도 혼자 걷고, 살을 빼야겠다고 느낄 때도 혼자 걷고, 할 일이 없을 때도 혼자 걷고, 비오는 날에도 혼자 걸었던 내 특별한 자유공원을 공유하고 싶을 정도라면 정말 좋아하는 남자여야 할 것 같다.

내려와서는 파스쿠치에 가서 요거트 스무디와 브라우니를 먹었다. 

며칠 전 부터 계속 요거트 맛이 땡기던 참이었다. 



근데 파스쿠치 생각보다 브라우니가 싸더라. 3천원. 음... 물론 저 빵 하나에 3천원이라는 것도 비싼 가격이긴 한데 5천원 넘는 조각케익 보다가 저 브라우니 보니까 싸다는 생각이 확 들었다. 

차가운 요거트를 먹으니 몸에 한기가 느껴졌다.

인터넷으로 봐둔 오리털잠바가 있었는데 본 매장에 가서 보니 생각보다 괜찮은 것 같아서 살까 말까를 망설이다가 사기로 맘을 먹고 엄마를 불렀다. 꽤 가격이 나가는 옷이기 때문에 나혼자 결정을 내리기 부담스러워다. 한 30분 엄마를 기다리는동안 동인천 지하상가를 배회했다. 엄마에게 어떤지 봐달라고 하고 결국 3개월 할부로 구입을 했다. 내년을 위한 준비다. 지금 겨울옷 사면 엄청 싸게 살 수 있으니까. (며칠 전 산 부츠도 50% 이상 할인된 가격에 샀다) 

설을 맞아서 아빠 옷도 사드렸는데 아빠 옷, 내 옷. 카드값이 걱정되는 2월. 

주말마다 일기를 쓰는 이유는 시간이 남아서도 있지만, 우울해서도 있다. 정말 일요일 밤에는 깊이 우울하다. 자유공원과 동인천역을 꽤 걸었더니 피곤하고 오늘 아주 숙면을 취할 수 있을 것 같다. 내일은 금요일에 산 치마랑 고등학교 3학년 때 산 낡은 코트를 입고 출근해야겠다.

그래도 CSI 는 보고 자야지. 

 


외로운 달

단문 2012. 6. 5. 00:0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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퇴근 후 집에 와서 바로 옷을 갈아입고 바로 자유공원으로 가서 이곳 저곳을 혼자 걷고 내려오면 아주 적당히 우울해진다. 

기분이 좋으면서도 우울한 느낌은 한없이 차분해지는 느낌이기도 하고 한없이 나른해지는 느낌이기도 하고.


절정에 달한 장미꽃을 보고 있노라면 꽃이 지는 것이 세상에서 제일 슬픈 일 처럼 느껴지기도 하고, 순간 순간 연초록을 잃고 진초록으로 변해가는 나뭇잎들을 보고 있노라면 여름이 다가오는 것을 실감하고, 내가 아무 일 없이 이렇게 충실하게 나이들어가는구나.. 하고 생각한다.


혼자 터벅터벅 자유공원을 내려갈 때에는 두더지게임의 두더지가 어김없이 익살스럽게 "안녕하세요." 라고 인사를 하는데 나는 피식 하고 웃으면서 그 두더지의 억양을 항상 정확히 흉내내본다. 


딱 그 시각, 어두워지기 시작하는 그 시각에 뜬 외로운 달과 외로운 내 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