월동 준비

일상 2016. 10. 23. 15:39

옷정리

  사계절이 존재한다는 건 정말 좋은 것일까? 우리나라의 뚜렷한 사계절 때문에 여름 겨울 앞두고 옷 정리 할 때마다 고통스럽다. 그 엄청난 일을 어제 드디어 해냈다. 만세. 집이 넓으면 사계절 옷 다 한꺼번에 걸어놓고 옷 정리 같은 거 할 필요 없겠지. 넓은 집 사는 사람들 부럽다. 어제 정리하다보니 니트가 너무 너무 많은데, (겨울옷의 4분의 3이 니트) 그런데도 고급 니트는 별로 없다. 싸구려 니트는 이제 그만 사자. 아니 이제 옷을 그만 사고 버릴 건 좀 버려야 한다. 제발


노트북

  14만원 내고 고친 노트북이 엄청 빨라졌다. 윈도우10은 몹쓸 OS 인 것 같다. 다시 윈도우7 을 깔아서 쓰니 이렇게 쾌적할 수가 없다. 노트북으로 하는 일이 음악 CD 를 mp3 파일로 바꾸기, 블로그하기 이 두가지 뿐이다. 지금 노트북은 성능은 떨어져도 키보드가 좋으니, 블로그 용으로는 아무 문제 없이 좋다. 윈도우 10으로 업그레이드 한 뒤 부턴 DVD 롬이 작동하지 않았는데, 7으로 돌아오니 이제 DVD 롬도 잘 돌아간다. 14만원이라는 큰 돈 들인 보람이 있다.


사무실 이전

  이전할 사무실 답사(?)를 갔다. 다행히 가산디지털단지 쪽으로 결정됐다. 우리집에서 제일 가까운 서울로 이전하게 되서 정말 다행이다. 지금 회사 직원이 워낙 없어서, 이전 관련 업무의 90% 이상을 내가 해야만 한다. 눈앞이 캄캄하다. 그나마 가까운데로 오면서 일을 해야 하니 기쁜 맘으로 하리라 맘은 먹었지만, 사무실 이사 한번도 안해봤는데 대체 어디서부터 시작해야 할지 감도 안잡힌다. 


최대 몸무게 갱신

  2년마다 한번씩 해야 하는 직장 건강검진을 받았다. 몸무게를 재고 크게 충격을 받았다. 드디어, 내 몸무게 앞자리가 5가 되어버린 것. 하루종일 우울했다. 딱 50이긴 했어도... 역시 영원히 40키로대 일 순 없구나. 싶었다. 세월이 무상하기도 하고. 대학생 때 몸무게 40키로 초반일 때 스스로 날씬하다는 생각을한번도 안했다. 내 다리가 굵다 생각해서 짧은 치마도, 짧은 바지도 잘 안입었다. 그게 너무 후회스럽다. 거 참... 일생에서 제일 날씬했을 시절인데, 왜 더 몸매에 자신감을 갖지 못하고 살았던건지. 이 충격 때문에 저녁 밥 안 먹고 있는 중인데, 지금 몸무게를 빼자는 생각보단, 더 찌진 말자고 다짐했다. 회사가 가까워지면 운동 좀 할 수 있으려나.


CT 결과

  지난 월요일에 일이 손에 잡히질 않았다. 그 날은 우리 엄마의 CT 결과 소식을 듣는 날이었기 때문이다. 한국에서 난소암 항암제로 쓰이는 약은 엄마가 현재 쓰는 세가지 약 이외는 없다. CT 검사로 이제까지 항암치료로도 암이 사라지지 않았음이 밝혀지면 사실상 우리 엄마는 항암 치료는 중단하고 신약이 나오길 하염없이 기다리거나 기적을 바라는 수 밖에 없었던 것이기 때문에, 조직 검사 결과 들을 때 만큼이나 떨렸다. 다행히 좋은 소식을 들었다. 이제 4차 항암을 마치고, 수요일에 퇴원하셨는데, 3차 때와는 다르게 훨씬 더 힘들어 하신다. 그래도, 항암 치료를 할 수 있는 것에 감사한다. 엄마의 면역이 (내가 백혈구, 혈소판 등 면역과 관계 있는 세포들에게 붙여준 애칭) 들이 건강하게 자라나길 기원할 뿐이다.


클래식 음악

  락으로 시작해서 재즈를 듣다가 클래식으로 가는 게 음악 애호가들의 공식 코스라는 말을 어디서 들었다. 나에게 대입하면 그 말이 딱 맞는다. 그렇다고 해서 내가 클래식만 듣는 건 아니지만, 몇 년전과 비교해보면 확실히 클래식 음악을 듣는 시간이 많아졌다. 선호하는 작곡가나, 연주자도 없지만, 울적하고 날씨까지 흐릴 때 단조라고 적힌 유명 클래식 아무 곡이나 재생하면, 대중적인 곡을 듣는 것 보단 훨씬 마음이 편안해지고 기분이 좋아진다.





사무실 방석

단문 2013. 7. 29. 16:10

사무실 방석이 지금 라텍스로 된 주황색 방석인데 아무래도 왕골이나 대나무로 된 방석으로 바꿔야 할 것 같다. 하아... 뜨거워.

원래는 차에도 푹신한 솜방석 놓고 운전했는데 어느날 운전할 일이 생긴 아빠께서 운전을 하시려다 말고 다시 집에 와서 어떻게 이 더운날 솜방석 위에서 운전을 하고 있냐며 왕골로 된 방석으로 싹 바꿔버리셨다.

우리 회사는 작은 회사에 도심에서도 뒤떨어져 있어서 에어컨 마음껏 틀 수 있어서 좋다. (여기까지 단속을 오진 않을거야. 절.대.로) 모그룹에 다니는 내동생은 더워서 미쳐버릴 것 같다고 하든데. 이거 참 작은 회사가 좋을 때도 있구만.  사장님께서 오전에는 에너지 절약 차원에서 에어컨 틀지 말라고 하셨는데 오늘 도저히 못참겠어서 내가 몰래 틀고, 12시가 땡 지나자마자 돌아다니면서 문 닫고 에어컨 틀고 다녔다.

나는야 에어컨 전도사. 흐흐흐흐.

회사 옮긴 뒤로 일하는 중 블로그 쓰긴 처음인데, 이 별 내용 없는 정신 나간 거 같은 포스팅을 그래도 공개는 해놓아야지.


1. 네스프레스 캡슐 커피 



우리회사에는 작은 에스프레소 머신과 네스프레소가 있다. 커피 맛은 에스프레소 머신의 것이 고소하고 맛이 있지만, 난 보통 네스프레소를 먹는다. 네스프레소는 에스프레소 머신 처럼 기다리지 않아도 되고 골라 마시는 재미가 있기 때문이다. 머신 옆에 보이는 게 캡슐인데, 저 사진에는 딱 두가지 색 밖에 없지만 보통 여러가지 색이 들어가 있다. 캡슐의 색도 하나같이 다 세련되고 예뻐서, 저 정사각형 박스 안에 넣어놓으면 예쁘기까지 하다. 난 솔직히 캡슐마다 맛이 다른지 어쩐지는 모르겠다. 이 캡슐이나 저 캡슐이나 다 똑같은 진한 에스프레소 맛에 에스프레소 향이다. 하지만, 네스프레소 캡슐 커피가 웬만한 길거리 아메리카노 보다 더 맛있고 향도 진한 건 맞다. 놀라운 기술이야. 참으로.

이 네스프레소를 한잔 가득 마시면 잠이 번쩍 깨고, 각성이 된다. 머신에서 커피가 추출된 뒤 바로 그냥 마시면 엄청 진해서 마실 수가 없다. 꼭 뜨거운 물을 섞어서 마셔야 한다. 물을 안 섞으면 거의 커피 원액을 마시는 기분? 

사실 장도 안좋고 체질 상 커피가 안 받는 체질이라, 커피 마시면 살짝 속이 쓰리고, 어쩔 때는 바로 배탈 기운이 나서 화장실로 달려갈 때도 있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매일 같이 네스프레소를 마신다. 끊는 건 불가능하다. 


2. 서울우유 - 흰우유



네스프레소를 천천히 다 마시면 얼추 10시 반쯤이 된다. 한 30분은 일하다가 11시~11시30분 사이에 난 흰우유를 먹는다. (난 우유를 시켜 먹는다) 배가 고프기도 하고, 첫 직장 다닐 때 부터 흰우유를 시켜 먹어서 그런지 안마시면 섭섭하다. 또 커피를 마셨으니 칼슘 보충을 위하여 우유를 먹어줘야 한다는 당위감도 들고. 그런다고 보충이 되진 않겠지만. 우유를 다 마실 쯤이면 12시 반 점심시간이 된다. 


3. 삼각 커피 우유 



난 밥을 먹고나면 단 게 땡긴다. 회사 주변에 커피 전문점이 많을 때는 꼭 카페라떼나 카페모카 같은 단 커피를 식후에 사서 마셨다. 전문점에 못갈 시간이면 편의점에 가서라도 편의점용 고급커피 (스타벅스나 T.O.P 같은 편의점에서 파는 거 치고 비싼 커피들) 를 사서 마셨다. 지금 회사에선 도시락 싸서 다니고 주변에 편의점도 커피 전문점도 없기 때문에 울며 겨자먹기로 저 서울우유 삼각 커피우유를 흰우유와 함께 시켜서 먹고 있다. 

그런데 저 서울우유 삼각 커피우유는 편의점 스타벅스 디스커버리 시리즈에 맛에 있어서 전혀 뒤쳐지지 않는다. 매일 한팩씩 마시는데도 질리지가 않는다. 항상 한결같이 맛있다!

난 밥을 먹자마자 저 삼각 커피우유를 모서리 부분을 가위로 잘라서 그냥 저 삼각우유 째 들고 마신다. 빨대도 없이... 단숨에. 벌컥벌컥!


4. 두유 


점심을 먹고 4시반에서 5시쯤이 되면 엄청 배가 고파서 정신이 혼미해지는데 그 때 난 두유를 마신다. 두유는 보통 인터넷에서 한 60팩씩 한번에 사놓고 도시락이랑 엄마가 하나씩 싸서 주신다. 두유 마시면 꽤 속이 든든해지고 배고픈 것도 잠시동안 잊을 수 있다. 


이렇게 4개를 매일 매일 마시는데, 물은 점심 먹고 바로 한모금 밖에 안마신다. 이상하게 그냥 맹물은 별로 마시고 싶지가 않다. 많이 마셔야 좋다는데. 

내일부터 의식적으로라도 중간 중간 물을 마시도록 노력해봐야겠다. (그래놓고 아마 또 안마실거다)


위에 4개의 음료 이외에 난 닥터유 같은데서 나오는 에너지바도 하나씩 까서 먹는다. 나는 공복 상태를 좀처럼 못 견디는 것 같다. 어지럽고 배가 텅빈 그 느낌이 정말로 싫다. 어떻게 보면 끊임없이 뭘 먹는다고 볼 수도 있겠다. 다행인 것이 한번에 많이 먹진 않는다는 거. 만약 한번에 많이 먹으면서 끊임없이 먹는다면 난 돼지가 되었겠지. 


흠 그러고 보니 버릇처럼 저 4가지를 매일 마시는데 또 한가지 내가 버릇처럼 마시는 게 생각났다. 

난 기차를 타면 빙그레 바나나 우유를 무조건 사서 마신다. 이건 우리 아빠가 나 어렸을 적 기차면 꼭 바나나 우유를 사서 주셨기 때문인 것 같다. 기차를 탔을 때 먹을 걸 파는 아저씨가 지나갈 때 바나나 우유를 안사면 이상하다. 결국 난 그 바나나 우유를 사서 마시고 만다. (엄청 맛있어!)


우리 할머니 생신이 한 여름이라 우리집은 아빠가 여름 휴가 받으면 무조건 대전 할머니 댁으로 갔었다. 어렸을 때 강원도 홍천에 살았던 우리는 항상 여름마다 긴 여행을 했다. 깡시골인 홍천에서 춘천으로, 춘천에서 청량리로, 청량리에서 서울역으로, 서울역에서 대전으로. 또 대전역에서 내려서도 할머니 댁 갈 때도 택시를 탔는데. 멀미를 심하게 했던 나는 (나는 심지어 기차 멀미도 했다. 먹으면 먹는대로 다 토했던 것 같다) 할머니 댁에 갈 때는 거의 초죽음 상태가 되어 있었고, 갓난 아기인 내 동생은 중간에 차를 갈아탈 때마다 응급실에 갔던 적도 있었다.  대전에 가서도 항상 휴가 첫날에는 누워 있거나 병이 나서 누워 있거나 했다. 난 6살 쯤 되고 동생은 2살 3살 이랬는데 우리 엄마 아빠가 했을 고생을 생각해보면...지금 생각해봐도 정말 긴 여정이었다. 지금이야 뭐 교통이 좋다지만... 교통도 교통이지만, 난 어렸을 때 정말 멀미를 지독하게 했다. 지독하게. 


 

 

나는 게으르다. 늘어지게 잠도 자고, 할 일도 다 미루고, 집에 가자마자 씻기는 커녕 12시까지 늘어져 있다가 간신히 샤워를 하다가 결국 늦게 취침하는 게 내 일과.  잠과 게으름을 휴식의 일등조건으로 생각하는 우리집 분위기가 나에게는 고마울 뿐이다. 어떤 집은 아침에 아빠가 일어나기 전에 무조건 일어나야 하는 집도 있다던데. 우리집은 잠에 관대하기 때문에 전혀 그럴 일이 없다. 우리 부모님도 잠이 무지 많으시니까.

이렇게 게으름에도 불구하고 직장생활을 시작한 이후 꾸준히 하루도 거르지 않는 것이 있다면 바로 내가 사용하는 머그컵 설거지.
물론 누구나 사용 전에는 컵을 닦겠지만, 나는 아무리 바빠도, 반드시 퇴근 전에는 컵을 닦아 놓는다. 컵 하나 닦는데 얼마나 시간이 오래 걸리겠냐만, 그래도 단 하루도 빼놓지 않고 이렇게 해왔다는 게 갑자기 신기했다.
출근해서 커피가 말라 붙어 있는 직원컵을 보면 저런 컵을 출근하자마자 봐야 한다면 기분이 나쁠 것이라 생각한다.
여담으로 지금 직장은 일회용 컵도 안쓰고 페이퍼 타올도 안써서 좋다. 딱 물 한잔 먹고 종이컵을 버리는 예전 회사 사람들을 보면서 저건 너무 심하다고 항상 생각을 했다. 내가 대단한 환경 운동가는 아니지만, 종이컵 이랑 페이퍼타올 그리고 쓸 데 없이 버려지는 A4 들이 왜이렇게 아까운지 모르겠다. (근데 난 듀얼모니터가 아니라서 웬만한 건 다 프린트... 내가 이면지 생산률이 제일 높은 듯)
근데 요즘 사무실은 다 컬러 레이저 프린터 쓰는건가. 솔직히 가끔 빼곤 컬러로 뽑을 일이 거의 없어서 나는 혼자 흑백 설정해서 흑백으로 쓴다. 혼자 흑백으로 쓰면 한가지 좋은 점이 있는데 여러 사람의 프린트가 섞였을 때 내 프린트만 흑백이라 찾기 쉽다는 거? 크큭.

사진에 보이는 내 컵은 예전 학교에서 일할 때 남는 예산으로 만원주고 샀다. 요즘 학교에서 일할 때 문구류 좀 많이 사서 가져올껄. 하고 후회 중이다. 여기는 포스트잇도 귀하고, Jetstream 이라는 최고 명품 볼펜을 쓰다가 여기서 Bic 볼펜을 쓰려니 답답도 하고. 뭐 학교 돈으로 다 사고 집으로 싸오는 건 나쁜 짓이지만, 그게 그냥 내 퇴직금이려니 하고 가져올껄. 흑. (퇴직금도 안줬던 더러운 대학교)

새로운 직장에서는 하루에도 몇 번씩 나에게 실망했다가 다시 또 혼자 칭찬했다가 하고 있다. 예전 회사를 계속 다녔으면 곽대리 되고 월급도 꽤 됐겠지. 하는 생각과 나이 서른되서 새로운 일 배우느라 고생한다 하면서도, 그래도 그 회사에 계속 있을 순 없었지. 하는 결론에 봉착한다.
새 직장 구할 때 이력서를 올렸더니 동일 업종 동일 업무로 헤드헌터들에게 전화가 조금 왔었다. 유명한 회사들이라 솔깃했지만 그때 그냥 큰 맘먹고 뿌리치길 잘한 것 같다.

한 회사를 오래 오래 다닌 사람들도 존경하고 대단하다고 생각하지만, 한번 회사를 때려쳐보는 것도 세상 사는데 도움 되는 게 꽤나 많은 것 같다. 역시 인생에 쓸모없는 경험은 없나보다. 


고개를 드는 비굴함

일상 2012. 2. 22. 00:48
나는 혼자 사무실에서 일한다. 가끔 사무실에 멍하니 앉아 있다가 보면 건물에 있는 안내 데스크에 혼자 있는 여자들의 기분이 어떤 것인지 알 것만 같다. 대접 받는 자리고 아니고 그렇게 중요한 자리도 아닌 곳에서 혼자 앉아서 되지 않는 머리로 일하고 있노라면 외로움이 더해지는 것이다. 
난 혼자 일하지만 내 위에는 수많은 교수들이 있고 또 단과대학 행정실이 있고, 나보다 나이 많은 다른 여자들이 있다. 집요하게 나를 물고 늘어지던 여자 한명이 계약이 만료되어 이제 딱 하루만 보면 안봐도 되는 사이가 되었다. 며칠 전 그 여자가 복도에서 자기네 강의실 열쇠 가지고 뛰어 오라고 했을 때 내가 뛰는 척을 하면서 속으로 엄청난 욕을 쏟아냈지만, 사실 그 욕은 어쩌면 나를 향한 것이었을 지도 모른다. 난 단한번 저항도 못해보고 타협을 했기 때문이다. 그 복도를 뛰어가면서 난 이 세상에서 가장 몹쓸, 그리고 가장 낮은 사람이 된 기분이었다. 나에게 이런 비루한 기분을 느끼게 했으므로 난 그 여자의 앞길이 꼬이기를 빌 뿐이다. 
오늘도 그 비슷한 감정을 느꼈다. 
이 얘기를 하자면 긴데, 단과대학행정실의 어떤 분이 나에게 솔깃한 제안을 했다.(일반회사로 치면 차장 혹은 과장 정도 직급) 계약이 만료되면 본부 다른 부서로 갈 의향이 있으면 말을 해주겠다고 하신거다. 그 분이 날 그렇게 탐탁치 않아 하는 걸 아는데 이건 뭐지? 싶었다. 난 그렇게 되면 감사한 일 아니냐고 말을 했고 기대를 하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가끔 그 말이 생각이 나서 화가 나기도 하고 내 처지가 우습기도 하고 해서 슬프기도 하고 그런 상태다.  
아니 근데 그렇게 말이 오간 뒤로는 남자를 소개 시켜주시겠다고 하질 않나, 카드를 만들라고 신청서를 주시질 않나 좀 난감한 상황이 연출되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난 요즘 위의 저 제안이 정말 10%라도 가능성이 있다면 난 그냥 찌그러져서 그 분이 시키는 일을 그대로 다 하고 있어야 하는 것인가? 하는 생각이 하면서, 내가 그 단과대학 행정실에서 본능적으로 알아서 기고 있다.
그런데 이 사건을 그 분 밑에 있는 나보다 한참어린 싸가지 없고 못생기고 키작고 뚱뚱한 그 여자애도 아는 것인지 오늘 나한테 겁내 무례하게 구는 것이다.  아오 하지만 난 오늘 아무 말도 못하고 걔한테 미안하다고 사과를 하고 집에 왔다. 처참하다. 
대체 저 10% 도 안되는 그 분의 제안의 가능성 때문에 내가 이렇게 저자세를 유지해야 하는 것인가 싶다.  내 자신이 말할 수 없이  비굴해서 이 일은 어디가서 말도 못 꺼낼 것 같다. 
그리고 그 못생긴 여자애는 다른 사람들이 왕따 시킬 때는 진짜 진심으로 걔가 딱하고 불쌍하고 안된 생각이 들어서, 가끔 먹을 것도 따로챙겨주고 심지어 메니큐어나 마스크시트 같은거 사다가 남으면 걔 하나 주고 그랬는데 오늘 그따위로 행동을 하는 거다. 
내가 비굴하게 행동해서 처참한 기분인 것도 있지만 걔한테 뒷통수를 제대로 맞은 것 같아서 분하다.
오늘부터 사람은 생긴대로 논다는 말을 200% 신뢰하기로 했는데 걔는 진짜 내가 이제까지 본 못난 여자 중에서도 못난지수로 따지자면 톱3 에 드는 외모다. (계약만료된 여자는 한 10위 된다. 여하튼 그 여자도 열손가락안에는 듬) 처음 봤을 때 어떻게 저렇게 생겼지? 라고 생각했고 사실 그래서 더 안된 느낌도 들기도 했었다. 크크크큭  찌질하게 남의 외모로 흉보니까 좀 후련한 기분이 든다. 아 다 잊고 잠이나 퍼자야지.

p.s 오늘 수강신청 날이었는데 역시나 분반 인원 조정에 실패했는데 난 사실 이렇게 될 걸 다 알고 있었다. 다 알고 있어서 복도에서 날 뛰어오게 한 여자에게 수강신청 전에 간곡하게 협조를 애원했지만 그 여자는 "악의적으로" 내 의견을 무시했다. 젠장. 교수한테 한 소리 들을 생각 하니까 우울하다. 우울하지만 듣는 수 밖에. 어쨌든 분반 인원은 장난 아니게 각각 잘못됐지만 한 분반이 아예 폐강되는 사태는 발생하지 않았으니 완전한 비극은 아니다. 그나마 얼마나 다행인지 모른다. 폐강됐으면 난 아마 오늘 밤 한숨도 못잤을 것이다.  

새로운 직장에서

일상 2010. 9. 28. 09:23
회사에 출근해서 처음으로 딴 짓을 하고 있다. 내일부터 조금 바빠질 것 같은데 오늘은 조용할 거 같다. 좀 있다가 저쪽 다른 건물 한번 가야 하는데 벌써 군기가 빠진건지 다른 때 같으면 부지런하게 아침에 오자마자 본부건물에 가서 제출할 거 제출하고 했겠지만 있다가지 뭐 하고 있다.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약 한달간 여기에서 일한 느낌을 말하자면

1. 무서운 대학원생들
: 나와 가까운 사람 중에는 대학원에 들어간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다들 대학 졸업해서 돈 벌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대학원에 갈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다. 이런 이유들로 난 대학원생들의 세상을 전혀 몰랐고, 여기와서 일하면서 난생처음 대학원생들을 맞대하고 있다. 내가 있는 과가 우리학교에서 그닥 밀어주는 과도 아니고 워낙 소규모긴 하지만 생각보다 대학원생들이 엄청 많다. 소심한 나는 석사과정 말고 박사과정한테는 말도 제대로 못 붙이고 있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앞으로도 많이 안 부딪치려고 말을 많이 섞지 않을 예정이다. 특히 아저씨들 한테는 말이다. 난 누가 돈 주면서 공부하라고 해도 할까말까인데 여기 사람들은 몇백씩 줘가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걸 보자니 참 이해 안간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 솔직히 난 사회나가서 일하면서 내가 대학에서 배운 건 진짜 단 한가지도 필요 없고 그냥 사회로 나오기까지의 유예기간만 늘려주었을 뿐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대학을 안나온 사람들에 대한 편견같은 것에는 자유로울 수 있다지만 일하다 보니 대학 나온 사람이나 고등학교 나온 사람이나 일하는 능력에서의 차이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전문대 나오거나 고등학교 나오서 바로 일한 사람들보다 내가 딸렸으면 딸렸지. (내가 일하는 회사만 그랬을 수도 있다) 대학원에 몸을 담은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어차피 대학원에서 웅크리고 있어봤자 점점 겁쟁이만 될 거 같다. 또 한가지 신기한 점은 난 내가 나온 이 모교에 대해서 애정이 전혀 없는데 반해 여기 대학원생들은 나름 자부심 갖고 있고 다른 곳에서 대학 나온 사람들을 약간 무시하고 텃새 부리는 느낌인데, 내가 상관할바는 아니라고 해도 좀 같잖다. (역시 난 세상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인간인가!)

2. 출퇴근 시간과 새로운 세상
: 출퇴근 시간이 짧으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흐흐흐. 무슨 소리인고 하니 난 예전 회사를 다니면서 편도로만 1시간 반이 걸렸기 때문에 퇴근 후에 무언가를 한다는 건 내 기력상 상상할 수 없는 일 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오래 걸려도 집에 오고 가는데 40분이면 간다. 예전에 마을버스 - 전철 2번 갈아탈 필요도 없고 버스 한번이면 바로 직장으로 도착이다. 칼퇴를 해도 7시 이전에는 절대 집에 올 수 없는 회사를 다니다가 예전회사보다 30분 더 늦게 끝나는데도 집에 오면 7시가 안되는 이상한 느낌에 적응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 지금에서야 예전 회사 사람들은 이런 생활을 하니까 퇴근 후에 운동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한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아침에 눈뜨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예전 직장보다 직장 내 위치도 구리고 월급은 몇십만원이 깍였지만, 몸이 편하니까 전혀 슬프지 않다. 학교고 직장이고 뭐든 가까운 게 제일이야!

3. 윤택한 사무실 생활을 위한 물건들
: 예전에 내가 일하던 회사 사진을 올렸을 때 봤겠지만 난 사무실에 이상한 걸 많이 갖추고 사는 사람 중 하나였다. 큰 건 별로 없지만, 팔꿈치 보호대까지 갖추고 살았으니까. (근데 이 팔꿈치 보호대 사용해보면 다들 좋아할텐데. 정말 안아프다!) 첫 출근을 준비하면서 큰 가방에 짐을 엄청 싸놨는데 2주동안은 일하느라고 하나도 풀지 못했었다. 그게 마음의 짐으로 계속 남아있다가 추석 당일날 결심을 하고 회사에 와서 사무실도 쓸고 닦고 그 짐을 다 풀었다. 원래 사람이 관두기 직전이면 사무실에 애정도 안가고 별로 정리하고 싶지도 않고 그러니까 이해는 하지만 예전 사무실 모습은 너무 비효율적이고 불편하고 지저분했다. 다 정리하고 나니까 마음도 편안해지고 기분 좋고 일도 막 잘되는 거 같고 이제 손 닿는 곳에 비품이 있어서 편하다. 한동안은 커피도 못 내려마셨는데 혼자 커피도 내려마시고, 화분도 가져다 놓고 조금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아직 모르는 게 엄청 많아서 긴장된 상태긴 하지만 조금씩 나아질 거라 위안하고 싶다.

4. 점심메뉴 고민
: 사무실을 혼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점심은 여기 같은 단과대학 소속 사람들이랑 먹어야만 한다. 그래서 11시 30분 정도가 되면 맨날 네이트온 창을 켜서 메뉴를 정하는데 난 그냥 제일 가까운 저쪽 사범대학 쪽 식당가서 밥 먹고 빨리와서 쉬고 싶은데 사람들은 그 메뉴를 골라서 맨날 멀리까지 간다. 또 그 단과대학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을 내가 별로 안 좋아해서 그냥 거짓말 하고 혼자 사범대학 식당가서 먹고 그럴 때도 꽤 있다. 가끔 도움 받을 일이 있어서 아예 모른 척은 못하고 있지만, 차라리 혼자 밥먹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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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요나라. 충무로

일상 2010. 4. 13. 11:1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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직장인 누구나 한번씩은 생각한다는 사직서를 썼다.꼭 자필로 작성하라고 해서 자필로 작성을 했다. 퇴직 사유에 구체적으로 기술하라고 써 있었는데 적성에 안 맞는다고 썼다.학창시절에 적성검사도 하고 학교 선생들이 생활기록부에 적성에 대해서도 써주고 하는데 왜 난 28살이 되도록 내 적성하나 못 찾아서 이러고 있나 싶었지만, 지금이라도 제대로 깨달아서 다행이라고 생각했다.생각보다 사직서를 쓰는 기분은 담담했다.
우리 부모님은 나때문에 심란하다. 어렸을 적 아버지를 보면서 난 한 직장에서 오래 붙어 다녀야지 결국 3년을 못 넘겼다. 그래도 참고 참아서 2년 9개월임.
25살에서 28살 어떻게 보면 제일 좋다면 좋은 시절을 회사에서 보낸 건데 생각 나는 거라곤 기상, 출근, 업무, 퇴근이것 밖에 없다.한의원에서 나한테 한약 지어먹으려고 지어낸 말일지도 모를 나의 80세 노인 체력으론 솔직히 회사 다니면서 다른 일을 하기에는 무리가 있었다.
나 너무 무난하게 살아온 거 같아서 갑자기 우울해진다. 그렇다고 특출나게 살고 싶은 것도 아닌데. 적어도 모든 것이 불만인 인생은 살고 싶지 않았는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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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내가 일하는 곳은 다른 팀과는 분리되어 있는 곳이었다. 유리로 막혀 있었는데 앞에 앉는 새로온 사람이 달력을 덕지 덕지 붙여 놓는 바람에 바깥 동향을 알기 힘들었다. 그리고 나도 작년 다이어 살 때 준 12월치 다 나와 있는 달력을 붙여 놓으니까 일하기 편하고 그래서, 사서 붙여놨었다. 저 달력은 새로온 분한테 주고 왔다. 집에 있을 땐 12개월치 다 보면서 일할필요 없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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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그 달력 밑으로 내려오면 다른 달력이 보인다. 퇴직 전까지는 스케줄이 빼곡하나 그 이후로는 하얗다. 탁상 달력을 대학 때는 전혀 사용할 일이 없었는데 사용해보니까 편하다. 앞으로는 애용해주기로 했다. 탁상달력 옆에는 스피커, 그 앞에는 핸드폰 꽂아놓는 강아지. 그리고 모니터. 모니터 옆에 붙어 있는 건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 모니터 뒤의 코르크 보드에도 자주 사용하는 전화번호 혹은 필요한 사이트 비밀번호 아이디 목록. 모니터 밑에 있는 건 내가 사용하던 노란 연습장. 난 A4 만한 연습장을 세로 말고 가로로 놓고 쓰는 걸 좋아했다. 그렇게 해야 내 책상에 놓고 쓰기 편했다.. (이 사진 한번도 사용안해본 DSLR 로 찍었는데 촛점이 저기 연필꽂이에 딱 맞았다) 그리고 사진 제일 앞쪽으로 보이는 건 사원증하고 교통카드 넣고 다니는 카드지갑이랑 남들은 웬만해선 안쓰지만 한번 사용해보면 편한 푸카 모양의 팔꿈치보호대. (강추합니다. 여름에 팔꿈치 아프지 않아요) 그리고 내 핸드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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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니터 뒤로 보이는 코르크보드는 처음 왔을 때 부터 붙어있었던 건데, 잡다한 영수증, 버리기도 뭐하고 언젠가는 한번 찾아볼 거 같은 메모를 죽 꽂아놓기에 안성맞춤. 내 방에도 붙여놓고 싶은데, 지저분할까봐 참는다. 저기 있는 코르크보드 상태는 내가 정리하느라고 엄청 깨끗해진 상태이다. 코르크보드 최고 상단 가운데에는 기형도의 우울증 걸릴 것만 같은 시 "질투는 나의 힘" 이 붙어 있다. 그 앞으로 보이는 최근 교체하여 준 흰색 컴퓨터 본체. 그리고 그 본체 위에 있는 샤파. 저번에도 얘기했지만 난 일하면서 연필을 애용했다. 컴퓨터 본체 옆에 보이는 플라스틱 검정 책꽂이는 원래는 자주 사용하는 클리어파일이랑 서류를 보관했다. 그 앞에 보이는 건 물 넣어뒀던 던킨도너츠 텀블러. 책꽂이 옆에는 엄청 편리한 미니 서랍. 미니 서랍 안에는 한 달에 한번 할까말까면서도 색조화장품(마스카라 아이섀도, 블러셔 등)을 잔뜩 넣어놨었고, 챕스틱이랑 하드렌즈 케이스 등을 보관했다.  미니서랍 위에는 아직도 정을 못 붙인 레드스타 화분. 화분 옆에는 생명과도 같았던 핸드크림. 난 비누로 손 씻는 걸 좋아하는데, 약한 체력으로 감기도 안걸리고, 눈병에도 잘 안걸리는 이유가 손을 자주 씻어서가 아닌가 싶다. 대신 손에 주름이 많다.;; 여기엔 안 찍혔지만, 회사에 핸드워시도 가져다 놨었다. 그리고 키보드 옆에는 마우스와 타이거 맥주 마크기 찍혀 있는 마우스패드랑 손목보호대. 난 오른손잡이인데도, 마우스를 왼쪽에 놓고 썼는데 왼쪽에 놓는게 빈자리가 많아서 배치하기 쉬웠던 것도 있지만, 오른손을 너무 많이 쓰니까 오른쪽 어깨만 너무 아파서, 일부러 왼쪽에 놓고 썼다. 왼손으로 마우스 하면서 오른손으로 글씨쓰기도 편했다.

이렇게 사진을 찍고 보니까 사진 한장이면 다 들어가는 좁은 공간에서 참 오래도 뭉갰다는 생각이 든다.



 


사무실 내 자리.

일상 2009. 11. 23. 11:43
이 블로그에 정말로 크게 관두겠다고 맘을 먹었던 글을 써 놓고선 아직도 못 관두고 있다.
내가 회사를 다니는 유일한 이유는 생계유지다. 나 혼자만의 생계유지면 참 좋겠지만 요즘 상황에서는 나 뿐 아니고 우리 집 전체의 생계유지라고나 할까.
직장 다니는 사람들은 통장에 쌓여가는 돈을 보면서 흐믓하다고 하는데 난 그런 생각 해본 적 한번도 없다. 그 돈이 나에게 해줄 수 있는게 무엇인지 잘모르겠으니까.
돈이 쌓인다고 한들 그 돈으로 내가 하고 싶은 것을 할 여유도 시간도 없다. 난 차라리 돈이 없어도 여유도 있고 시간도 있고 그랬음 좋겠다.
일을 하면서 내 경력을 키워서 더 좋은 회사로 가고 싶은 생각도 전혀 없다. 남들이 들으면 다 아는 좋고 큰 회사 가서 나 거기 다녀요. 하고 말한다고 한 들 지금 내가 가지고 있는 회사생활의 목적이 변할 리가 없다.
번 돈으로 쇼핑을 해도 그냥 그렇다. 뭐 사고 싶은 물건을 보러 백화점 나갔다가도 바로 지쳐버리고, 예전에는 옷이나 신발 구경을 좋아했던 거 같은데 요즘에는 나한테 붙는 점원들도 부담스럽고, 재미 없다.
그 돈이 나에게 무슨 행복을 줄까? (물론 액수가 너무 적어서 그럴지도 모르지만) 그냥 남들처럼 나 시집갈 때 다 올인해서 쓸 돈인가? 그렇게 쓰여질 돈 보면서 행복할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다. 결국 나도 그런 사람들처럼 쓰려나.
뭐 말이 길었다.
이렇게 우울증 걸리기 일보직전의 상태로 회사생활을 하고 있어서 그런가 결국 이 블로그에는 사무실, 회사에 관한 글만 넘치고, 오늘도 난 회사 관련된 사진을 올리는구나.
오늘은 발이 좀 시렵다. 그리고 월요일이라 무척 우울하다.

012

점심을 먹고 오는 길에 정말 작은 꽃집이 있는데 거기서 저 귀여운 아이비를 8천원에 사왔었다. 정성스럽게 물도 주고 반딱 거리는 새로운 잎도 나고 예쁜 저 아이비를 보면서 회사생활의 낙으로 삼았었다.
그러던 어느 날 내가 물 주는 걸 깜빡하고 반차를 쓰고 나와서 좀 친한 사람한테 내 아이비에 물 좀 줘달라고 했는데, 월요일에 보니 가장 길고 이뻤던 줄기 하나가 죽어 있었다. 눈물을 머금고 그 줄기를 버리고 다시 내가 잘 키우다가 여름휴가가 다가왔다. 그리고 여름 휴가 동안 다른 사람에게 물 좀 부탁했는데 결국 그 아이비는 다 죽었다. ;;
주인인 내가 안 줘서 속이 상해서 죽었을까? 아이비라는 저 식물이 최고 이쁜 것 같아서 원래 샀던 꽃집에서 3번씩이나 다시 심었다. 그것도 3천원씩 꼬박꼬박 다 돈내고. 그런데 꽃집에서 처음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 후진 아이비를 심어줬고 거짓말 안하고 일주일도 못가고 다 죽었다.
결국 이 회사 앞 꽃집이 사기를 치는 느낌이 들어서 집으로 가져왔고, 엄마한테 우리 동네 꽃집가서 아이비 사서 심어달라고 했다.
근데 우리 엄마가 그 꽃집에 아이비 없다고 내가 평소 때 별로 안 좋아하는 자잘한 무뉘의 저 레드스타만 잔뜩 사와선 심어줬다.  이 레드스타가 웬만해선 안 죽고 튼튼하다고 회사 앞 사기 치는 꽃집 언니도 사서 심으라고 했으나 거절했는데, 엄마가 내가 이것만은 아니었음 좋겠다 싶은 레드스타를 떡하니 사온거다.
처음부터 맘에 안들었지만, 또 엄마 아빠가 심어준거라 어쩔 수 없이 들고와서 조금이라도 애정을 가져볼까 싶어서 저렇게 그림도 그려놓고 별 짓을 다했는데 이 놈의 레드스타가 이쁨 받을 짓을 안한다.
사무실로 가져온지 한 달이 넘었는데 새로운 잎도 안나고 그렇다고 죽지도 않고 조화마냥 계속 저 상태다. 지겨워 죽겠다. 그래서 죽지도 않고 제대로 살지도 않는다고 해서 불사조라고 이름 붙여줬다.
지금도 집에 있는 남은 레드스타 보면서 레드스타 너무 안자란다고 싫다고 엄마한테 뭐라고 그런다.;;
아... 처음 아이비처럼 정이 절대 안간다.(역시 첫정이 무서운 것이야) 까먹지 말고 내가 물 주고 휴가 때도 집으로 가지고 올 걸 그랬나보다. 흑.

01

저 안마봉은 어깨 아플 때 두들기는데 어깨보다 목 부근에 두둘겨 주면 시원하다. 전기가 찌릿찌릿 오는 느낌? 두들기다 보면 중독이 되서 계속 하고 싶어지는 단점이 있다. 저렴한 가격 단돈 천원!!!!
명동 다이소 갔다가 너무 커서 깜짝 놀랐는데, 나름 이런 안마봉이나 샤워타올 같은 건 쓸만 한게 많았다.
그리고 난 의자에서 불량한 자세로 항상 엉덩이를 등까지 안 붙이고 앉아서 코즈니에서 본 저 등쿠션을 2만 4천원이나 주고 샀다. 저렇게 크고 푹신하고 의자에 딱 맞는 제품을 찾기 쉽지 않아서 어쩔 수 없이 구입했는데 대만족!!

저번 주 주말에는 금요일 퇴근해서 집 들어가서는 월요일 출근하면서 처음으로 외출을 했다. 결국 주말내내 아무데도 안 갔던 것. 그러다가 이번 주말에는 벼르고 벼르던 하드렌즈를 드디어 안과가서 맞췄고, 역시 벼르던 앞머리도 자르고 파마도 했는데 앞머리 파마해도 자고 일어나니까 영 구리다. 사람 많아서 보통 카운터에서 돈 받으시던 분이 파마를 해줬는데 망한 것 같다. 이번 주 토요일에는 일을 해야 할 것 같아서 더더더더더 우울하다. 아아악.

내가 쓰는 사무실 컵

일상 2008. 2. 21. 15:19
지다님께서 올리신 글 보고 갑자기 나도 내 컵을 소개하고 싶어서 이렇게 급 포스팅!

난 밥을 먹자마자, 컵을 쓰자마자 바로 설거지 하는 깔끔한 성격이 아니라 자취할 때도 자기전 딱 한번 설거지를 했는데 하루종일 집에 있다보면 가장 헤프게 쓰게 되는 것이 바로 컵 이었다. (여담이지만 저번에 친구가 새언니 성격 진짜 드럽다고 밥 먹고 설거지도 안해놓고 상도 안 닦아놓는다고 하는데 솔직히 좀 놀랬다. 원래 밥 먹자마자 설거지 하는건가..싶어서.. ; 친구네집 놀러갔을 때도 친구가 밥 먹자마자 설거지 바로해서 놀래고.)

그래서 난 혼자 살면서 컵을 진짜 많이 가지고 있었는데 나중에는 손잡이 떨어지고 깨지기도 많이했다. 근데 손잡이 떨어진 컵은 그냥 뭐 쓰는데 문제 없어서 청승맞게 손잡이도 없는 컵 대충 쓰고.. 그랬다. 근데 난 손잡이 떨어진 컵은 그냥 써도 이빠진 그릇에 밥 먹기는 죽어도 싫다. 저번에 친척언니네집에서 한달정도 얹혀 살 때 그 언니네 집 밥 그릇 중 이 안 빠진 그릇이 하나도 없었다. 맘 같아선 그냥 사고 다 갖다 버리고 싶었는데 사주는 것도 건방지고 남 살림에 신경쓰는 것 같아서 참았다.

우리집에는 엄마가 시집올 때 사온 그릇이 아직도 많은데, 난 엄마한테 '엄마 안 쓰는 그릇 나 시집갈 때 그냥 가져간다. 모자르는 것만 살거야.' 라고 말했는데.. 거의 진심이다. 별로 그릇 욕심이 없다.
우리 엄마는 국그릇, 밥그릇, 접시 같은 것엔 나와 마찬가지로 관심이 전혀 없는데 유독 반찬그릇 욕심이 많다.
그릇은 아니지만 또 특이할만한 점은 초등학교 1학년 때부터 쓰던 수저 젓가락을 아직도 사용한다는 거. (어린이 용이라 젓가락도 짧고 수저도 작지만 그냥 쓴다) 이것 역시 엄마가 시집갈 때 가져가랜다. 흐흐.

서두가  길었지만 내가 사무실에서 쓰는 컵은 바로 이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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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치 옷차림에 전혀 매치되지 않는 모자를 쓴 것처럼 어색해보이는 저 뚜껑은 예상하셨다시피 지 짝이 아니다. 그냥 어찌어찌 하다보니 딱 맞길래 같이 사용하고 있다. 이 컵은 원래 2개가 한 세트인데 한 개는 자취하다가 깨졌다. 저기에 커피도 마시고 우유도 마시고 차도 마시고 그런다. 그리고 내가 퇴근하기 전 꼭 하는 일은 컵 설거지 해 놓기다. 근데 사무실에서 공동으로 사용하는 수세미가 너무 불결하다는 생각이 들어서 내 개인 수세미를 하나 사놓고 싶은데... 요즘에는 너무 더러운 생각이 들어서 그냥 손을 깨끗하게 씻은 후 손에 세제 묻혀서 컵을 닦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