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3학년 부터 다이어리를 줄곧 써왔다. 처음에는 스케줄만 썼지만 요즘같이 별 스케줄이 없는 때에는 일기도 많이 쓴다. (작년 재작년에는 여유가 없어서 제대로 못썼지만)
대학 때에는 돈이 없어서 그냥 문구점에서 파는 천오백원 이천원짜리 다이어리 사서 1년내내 쓰고 그랬는데, 예전에 짝사랑하던 분이 내 다이어리를 보고 한번만 보여달라고 했던 적이 있었다.
안된다고 말하다가 그럼 3페이지만 보여주겠다고 말하고 학교 벤치에서 3페이지 정도만 보여줬다.
이 모든 일이 나 대학 때 일어났던 일이고, 지금 내가 일하고 있는 곳이다 보니, 생각이 더 많이 나는 모양이다.
어쨌든 내가 그때 다이어리를 시원하게 공개하지 못한 건 워낙 그 안에 찌질한 내 속마음이 많았고, (원래 일기라는게 시간 지나서 읽어보면 그저 쪽팔린 법이니까) 다이어리의 거의 모든 페이지에 그 좋아했던 남자에 대한 내용이 있었기 때문이었다.
지금은 도대체 뭐하고 있는걸까? 왠지 나보다 엄청 행복하게 잘만 살고 있을 것 같아서 분하다.

이 주제로만 쓰기에는 너무 단촐하여 요즘 내 소식을 하나 덧붙이자면, 2년 넘게 써오던 멀쩡한 핸드폰을 다른 핸드폰으로 바꿨다. 원래는 별로 바꿀 생각이 없었는데, 친구의 아이폰2를 보니까 도저히 안되겠다 싶어서 결국 나도 스마트폰으로 바꿨다.
애플 신봉자들이 워낙 많아서 이상하게 애플을 별로 안 좋아하던 나는 갤럭시S 로 바꿨는데, (그렇다고 삼성을 좋아하는 것도 아님) 내가 갤럭시S로 바꾼 이유는 내가 행복기변이라고 해서 다른 사람보다 보조금이 쪼금 더 많이 나오고, 야구 때문에 DMB를 꼭 시청해야 한다는 강박관념에서다. 뜬금없지만 애플 신봉자들을 보면 어떻게 기업에 저렇게 충성도가 높을 수 있는지 신기하기까지 한데, 뭐 난 비판할 자격이 없다. 한번도 애플 제품을 사용해 본 적이 없기 때문에. 사용해보면 나도 오 스티븐잡스 시여~! 하게 되려나. 으흐흐.
원래 내가 갤럭시S 와 함께 고민하던 핸드폰은 엑스페리아 였는데, 내가 간 매장에 엑스페리아가 없었다. 저번에 지나가는 사람이 사용하는 거 보니까, 갤럭시s보다 크고 좋긴 좋드만. 하지만 난 약간 고지식한 면이 있어서 그런가 그런 외국 제품은 나중에 as 걱정도 되고 하더라. 결론은 지금 갤럭시S에 만족한다는 이야기.
처음에는 이게 당최 어떻게 사용하는 제품이다냐. 했는데, 금요일에 구입하여 주말동안 열심히 독파하여 지금은 벌써 스마트폰 별거 아니구만 흥~ 하는 상황까지 왔다. 주말동안 다운받은 어플리케이션만 해도 20개 였으니까. 으흐흐. 그 중에서 제일 마음에 드는 어플리케이션은 spotv 라는 어플리케이션 (spotv 는 그날 하는 야구 경기 실시간으로 틀어주는 어플리케이션이고, 위성DMB 만큼의 화질은 아니지만 충분히 사랑스러운 어플리케이션이다) 인데, 위성 DMB 만 보던 나에게 구리게만 느껴졌던 지상파 DMB 를 필요없게 만든 어플리케이션 이다. (사실상 내가 DMB 를 시청하는 유일한 이유는 야구였으니까) t store 랑 마켓에는 없는 거라, 인터넷으로 검색하여 핸드폰으로 옮겼고, 친절한 네이버 블로그들을 보며 일련의 과정을 해보니 이제 웬만한 건 다 할 수 있을 거 같은 자신감까지 생겼다. 크크크.

뜬금없지만 사람들은 보통 어플리케이션을 어플이라고 말하던데, 저게 훨씬 짧고 간결하지만 난 어플이라는 말을 쓰지 않겠다. 난 말 줄여 말하는 것에 약간 거부감을 가지고 있기 때문이다. 이제 일상적인 언어가 되어버린 남친, 여친 이라는 말도 나는 싫다! 예전에 소개팅 했던 남자가 베스트 프렌드를 베푸 라고 말하는 걸 보고 홀랑 깬 적이 있는데 가만히 생각해보면 난 베스트 프렌드 라는 말 자체도 싫어하는 거 같다. 그냥 친한 친구라고 하면 되지 무슨 베푸는 베푸여. (으으 키보드로 쳐 놓고도 싫은 느낌이 들 정도!)
한가지 스마트폰 쓰면서 아쉬운 점은 씨티카드놈들이 제공하는 안드로이드용 어플리케이션이 무지하게 구려서 내가 사용한 금액을 전혀 알 수 없다는 거다. 내가 주로 사용하는 건 씨티카드인데, 무슨 승인내역 조회도 안되는지.
예전에 내 홈페이지 대화명은 radiohead 의 paranoid android 라는 노래에서 따온 android 였는데, 이제 일상적으로 다들 android 라고 말을 하니 기분이 묘하다. (이 대화명은 너무 길어서 때려쳤음)


예전과 다른 나.

일상 2009. 4. 30. 10:41
난 16살 때 더이상 자라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딱 중3때 였는데 원래 어릴 때면 어서어서 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는데 난 16살 때 지금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중3때 살던 동네나 그때 당시 친구들 담임 선생님 교복 등은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 집은 중학교랑 참 가까웠는데 그런데도 난 맨날 지각을 했다. 학교 다니면서 최고 신기한 애들은 8시까지 학교 오는 건데 항상 7시 반쯤 학교 와 있는다는 애들이었다. 가끔 주번이라 일찍 학교에 오면 항상 내가 보던 애들 바글바글 한 학교가 아니라 너무 조용하고 평화로운 학교라 마음까지 안정되고 좋았지만, 난 때려 죽여도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체질을 타고나서.. 대학교 때도 지각은 밥 먹듯이 했고.
지금도 난 현재의 내 정신을 버티게 해주는 건 다 중3때 형성된 모든 것들이라 생각을 하는데 중3때 난 완전 야행성이었다. 크크 유치하게도 예술 하는 사람들의 야행성 체질을 본받고 싶어서 새벽 5시 6시에 자는 걸 좋아했더랬다. 난 성장기가 늦게 와서 그때 사춘기도 오고 성장기도 온 거 같은데 지금 맨날 장염에 시달리고 키가 우리엄마보다 작은 건 다 그때 야행성 생활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후회되기도 하지만 맨날 그렇게 새벽에 혼자 영화보고 라디오 듣고 책 읽었던 생활이 없었다면 지금 내 정신을 지배하는 모든 것들은 아마 없었을 거다. 아. 그러면 매우 황폐했겠지.
중3때 그만 컸으면 생각해서 그런가 난 중3때부터 했던 취미나 읽었던 책 영화, 음악에 무지하게 집착하는 편이다. 그때부터 다이어리랑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혼자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영화음악 라디오 프로그램을 채널 돌려가며 3개씩 꼬박꼬박 들었다. 아 배철수의 음악캠프도 역시.
중3때 기억이 강렬했던 이유는 내가 살던 동네에 딱 중3만 다녔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모든 마을버스의 종점일만큼 외진 동네고 후졌지만, 처음 전학와서 버티기 힘들었던 것 만큼 이 동네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어제 2009년 들어 야심차게 구입한 다이어리를 펴 보았다. 1월만 열라 빡빡하다. 뒤에 노트에도 1월에 읽은 책 내용만 가득하고 1월 weekly만 빽빽하다. 일기도 안쓴다. 영화도 안본다. 라디오도 안듣는다. 아... 변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좀 슬펐다. 근데 난 이제 16살이 아니고 27살인걸. 처음에는 막 서글펐는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근본은 같을거야. 하는 생각에 위로를 했다. 아마 태어날 때부터 근본은 같았을 거라고.
월요일에 쉬면서 mp3 플레이어에 들어 있던 음악들을 드디어 바꿨다. 멜론은 진짜 진짜 좋은 거 같다. 물론 1년치 돈을 다 내려면 돈이 만만치 않긴 한데 너무 편한거다. 진짜로.
우타다 히카루 새로 나온 앨범을 다운 받았는데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가 최고 좋다. 이 곡 원래 ryuichi sakamoto 곡인데 저번에 마사지 받으로 동대문 갔을때 두타 지하에서 이 곡 듣고 누구곡인가 완전 궁금했는데 우연히 찾았다. 이 곡 말고 다른 곡은 안들어도 되겠더라. 우타다 히카루 내가 알기론 나랑 동갑인데 저음이 아주 괜찮다. 그냥 미국에서 그만 망신당하고 일본와서 다시 일본에서 음반내지. 미국가서 만든 노래는 죄다 별로다. 내가 뭐 우타다 히카루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지만, sakura drops 나 travelling 은 mp3 산 이후로 한 번도 플레이어리스트에서 지워본 적 없는 명곡이라고 생각하는데.
나 며칠 전 서부터 블로그에 뭐 하고 싶다 뭐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엄청 많았는데 이런 생각 날 쯤이면 블로그 관둬야 하는건가. (쌩뚱맞네)

요즘 회사일이 너무 바빠서 집에 있는 다이어리고 여기 블로그고 할 거 없이 쳐다도 못보고 있었는데 티스토리 관리자모드가 진짜로 신기해졌다.
뭔가 복잡하고 맘에 안들어~!!

오늘은 9월 19일.
9월 중순인데 날씨가 어째 이상하다. 왜이리 덥지??

한 며칠간 바보 병신들만 모여 있는 게시판에 중독이 되어 있었더니 나까지 바보가 되고 찌질한 인간이 된 것 같았다.
오오. 중독성 강했던 사이트여. 이젠 진짜 안녕해야지.
흠, 역시 사람은 본능적으로 패배자들에게 더 끌리는 건가. (나만 그런가??)

오늘은 루꼴라가 안오는 날. 거깃다 금요일.
이번 주말에는 회사 안나온다. 아오. 신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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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핸드폰보다 더 고이 챙겨 다니는 내  MP3 Player, 언제나 내 곁을 지켜줘!!!!
1기가 짜리 쓰다가 완전히 고장나서 산 4기가 짜리 인데 아직까지도 그 큰 용량에 적응을 못해서 4기가 가득 채워본 적이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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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잘 때 온 몸을 다 웅크리고 자는데, 특히나 뭘 껴안고 자야지 잠이 잘 온다.
저 하마는 껴안고 자기 딱인데 쪼금만 더 솜이 들었으면 좋겠다. 아동용으로 나온거라 약간 작은 듯 하지만, 원래 키와 체형 자체가 아동수준이라, 사용하는데 큰 무리는 없다.
저 가운데 형광 주황색 수건은 엄마가 때 탄다고 감아주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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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나와 함께 했던 다이어리. 던킨에서 주던 다이어리인데 이번년도 부터는 안 주나보다. 기대했는데.  12월 31일에 중요한 사건을 정리해봤는데, 간단히 정리하니 딱 두페이지 밖에 안나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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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 다이어리 첫 페이지에는 'Slow but steady' 라는 스티커를 붙여놨었다. 당시 나에게 있어 시급한 건 취직. 사실 취직도 취직이었지만, 저 다이어리 첫장을 펼칠 때 나는 누군가를 좋아하고 있었다. 크큭. 첫 단추부터 잘못된 것을 그냥 다른 사람들보다 '느릴 뿐' 이라고 착각했었다. 다이어리 마지막 장을 덮으면서라도 깨달아서 다행이다. 안그랬음 이번년도 다이어리에도 slow but steady 라고 써 놓을 뻔 했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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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번에도 포스팅 했던 내 다이어리. 매일 매일이 똑같아서 별로 적을 것도 없겠지만, 이제는 벗어날 수 없는 나의 취미이기 때문에 소중하다. 매일 매일이 똑같을 거라고 예상은 하지만 또 혹시 알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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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년부터 갑자기 향수에 관심이 생겼다. 생겼다고 해서 눈에 불을 켜고 막 모으러 다닌 것은 아니지만, 선물로 향수를 받으면 기분이 좋아졌다. 이번 생일 때는 2명한테 향수 선물을 받았다. 가장 좋아하는 향수는 .. 당연히 최근에 선물 받은 페라가모.(두번째 줄 맨 오른쪽에 있는 놈) 그리고 내가 첫번째로 소장하게 된 향수는 휴고보스인데. 그렇다. 사실 전에 사귀던 남자친구가 사준 것이다. 난 전에 사귄 애가 사준 옷도 그냥 잘 입고 다니고 향수도 그냥 잘 뿌리고 다니는데 동생이 그러지 좀 말랜다. 설마 내가 4년째 혼자인게 첫째 남자친구의 흔적을 완전히 지우지 않아서 그런 것은 아니겠지. (그나저나 내 나름대로 배경까지 신경쓴다고 찍은 사진인데 '국세청'의 압박이;)


1월 14일 단상
오늘은 야근이다. 그런데 혼자 고요하고 평화롭게 하고 있다. 밀린 업무하면 다음날이 편하겠지만, 오늘은 왠지 땡기질 않는다. 수요일까지 계속 추워진다고 한다.
오늘 또 새삼스럽게 깨달았는데, 난 아픈게 싫다. 특히 열나고 콧물나고 목아프고 기침하는 게 너무 싫다. 그래서 그런지 나는 옷을 잘 껴입고 다닌다. 오늘도 (혹시 아플까봐) 곰처럼 옷을 많이 껴 입고 왔는데, 얼굴은 옷을 껴입질 못하니.. 볼이 시려웠다.
후딱 시간이 가서 빨리 집에 가고 싶다. 또 다른 한주를 버텨내야 함을 깨달으며 우울해지는 추운 월요일이다.


2008년 다이어리

일상 2008. 1. 8. 13:58
11월 부터 거의 매주 다이어리 보는 재미에 빠져 있다가 다이어리를 몇 번이나 변경하고 그랬더랬다.
원래 저번에 사려고 했던 낢 다이어리를 사려고 했으나,
가볍고 심플한 구성에 끌려서 결국 다른 다이어리를 구입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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프랑스어는 하나도 모르는 주제에 프랑스어로 된 다이어리를 구입하다니.
근데 이름이 너무 맘에 든다. april 히히. 4월은 황사가 밀려오지만, 그냥 괜히 설레고 좋다.
난 요즘 빨리 봄 왔으면. 이란 말을 자주하는데. 아직 1월 8일.. 그래도 아마 빨리 올 것이다.
매년 세월이 점점 빨라지니까.

아 그리고 이제금방 티스토리 접속이 안되서 진짜 깜짝놀랐다. 회사에서 막은 줄 알고;
- 블로그 안되면 나 진짜 일하는 낙이 없음.

어찌되었든, 결정을 하고나니 저 다이어리에 무한 애정이 샘솟고 있어서 다행이다.
(벌써 비닐로 싸기까지 했다. 이쯤되면 애정이 아니라 집착에 가까운데)

2008년은 분명히 2007년보다 멋진 해가 될 것 같다. 히힛.

새 다이어리 고르기

일상 2007. 12. 3. 17:19

다음년도 내 다이어리의 이름은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修身 齊家 治國 平天下) 다.
음헤헤헤헤.
평소 소심의 끝을 달리는 나로서는 가슴이 답답하면 책상에 쪼그려 앉아서 다이어리에 내 우울을 토로한다. 쓴다고 해서 문제가 해결되는 것은 아니지만 적어도 울적한 감정은 덜어진다. 확실히 느껴질 정도로.
난 다이어리를 중3때부터 썼는데, 1년내내 한 다이어리를 쓰는 것에 전혀 어려움을 느끼지 않는다. 그 해에 다이어리를 샀으면 1년내내 그 다이어리를 쓸 수 있다.
대신 다른 여자애들 처럼 이쁘게 꾸미는 데는 잼병이다. 고작해야 색연필로 찍찍 줄을 긋거나 스티커 하나 띡 붙여놓는 식. 다른 여자애들은 어떻게 그렇게 꾸미는지 신기하다. 근데 난.. 그런거 좀 별로다. 다이어리를 쓰고싶 싶어서 쓰는 것이 아니라 쓰기 위해 쓰는 느낌이 들어서.
고1때 홍대 나온 미술선생이 있었는데 그 미술선생의 취미는 책상위에 올려져 있는 여자애들 다이어리 보기 라고 그랬다. 내용은 안볼테니 내가 니네 다이어리 들면 싫어하지 말아달라고 했는데.(진짜로 안 읽었을까?) 그 이유인 즉슨 여고애들이 다이어리 꾸며놓은 거 보면 가끔 놀랄 정도로 미적으로 멋있는 페이지 들이 있어서 자기가 일할때 아이디어로 참고하기 위해서랜다. 그러면서 한 마디 덧붙였다. 다이어리 꾸미는 거의 반의 반의 반만이라도 미술시간에 해달라고 흐흐. 뭐 내 다이어리는 열외였지만;
난 다이어리를 다 모아놓긴 했는데 예전에는 그 다이어리를 다신 펼쳐보지 않고 나중에 결혼할 때 남편될 님에게 줘야지. 했다. 하지만 며칠전에 재작년 다이어리 한페이지를 읽고서는 미련없이 그 생각을 접었다.
수치스러워서 견딜 수가 없었다. 내가 보기에도 낯뜨겁고 나 진짜 왜이랬니? 라는 생각이 드는데 이걸 어떻게 남에게 줄 수가 있나.
다행스러운 건 내 주변의 다이어리 열심히 쓰는 사람들이 거의 동일하게 나 같은 감정을 느낀다는 거다. 내 친구 하나는 며칠 전 발견한 2005년 다이어리를 누가 볼까봐 다 찢어 버리느라 손아파 죽는 줄 알았다고 하고, 다른 친구 하나는 무조건 새해에 작년 다이어리를 아무도 못보게 버린댄다. 이건 다이어리를 쓴 자만이 느낄 수 있는 수치감 이다.
나 역시도 가끔 종이가 되어준 나무에게 사죄해야 할 정도로 찌질한 내용들을 적어놓지만, 그로써 내 맘이 가벼워지기 때문에 다음 해 다이어리는 修身에 촛점을 맞췄다.
'마음의 평화'와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중에 고민하다가, 왠지 세계평화에 이바지 하고 싶다는 어이없는 이유로 수신 제가 치국 평천하 로 정했다. 1년 내내 내 곁에 머무를 것이기 때문에 그만큼 열심히 고르는 편이다. 다이어리에 집착이 심한 한 친구와 함께 작년에는 코엑스를 갔다. 거의 '다이어리 원정대' 라고 불러도 부끄럽지 않을만큼 코엑스에 있는 모든 다이어리를 봐주겠다는 각오로 다이어리 구경에 임했는데 결국 체력이 딸려서 몇 개 못봤다. 요즘 한참 다이어리가 나오는 시즌이라 틈틈히 구경하고 있는데, 나의 까다로운 기준을 통과하기 위한 다이어리 고르기 기준을 알려주고자 한다. (큭. 인생에 절대 도움은 되지 않습니다)

1. 딱딱한 하드 커버 별로 안 좋아한다.
2. 그림 너무 많으면 안된다. 특히 글씨쓰는 부분은 흰색이었으면 좋겠다.
3. Monthly 만 쭉 있고, Weekly 만 쭉 있는 것 보다는 Monthly + Weekly 가 12개월 반복 되는게 좋다.
4. Weekly 가 한쪽에 좁게 있는 것 보다 두쪽에 넓게 있어야 한다. (Weekly 제일 열심히 쓴다)
5. 특정 목적을 위한 칸 (용돈기입장, 체크리스트, 쇼핑목록, 영화 티켓 붙이는 란 등등) 싫어한다.
6. 너무 커도 너무 작아도 안된다. 가지고 다니기 좋아야 하니까.
7. 본드제본 말고 실제본이 좋다. 그래야 쫙 펴진다.
8. 종이가 두꺼우면서 연필도 잘 써지는 재질이어야 한다.
9. 각 시각별 계획이나 일일 계획표가 있는 건 최악이다.
10. 가격은 이만오천원 이내!

대략 이런 기준으로 다이어리를 구경하지만,
결국 나는 작년에 던킨도너츠에서 공짜로 주는 다이어리를 썼다. 왜냐하면 위의 기준을 모두 충족시키는 다이어리는 내가 제작하기 전에는 없을 것이기 때문에.;;
그리고 이번년도에 거의 부합하는 다이어리를 찾았으나 아끼는 웹카툰을 그리는 작가들의 다이어리를 보면서 침 흘리다가 결국 저 기준에 전혀 부합하지 않는 아래에 보이는 다이어리로 결정했다. (내가 그렇지 뭐;)
내년이면 이제 20대 후반인데. 나 참 어울리지 않게 이런 다이어리 써도 되나 몰라;; 쫌 부끄럽네.

그래도 귀여워서 맘에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