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전과 다른 나.

일상 2009. 4. 30. 10:41
난 16살 때 더이상 자라지 않았으면 하는 생각을 많이 했다. 딱 중3때 였는데 원래 어릴 때면 어서어서 크고 싶다는 생각을 자주 한다는데 난 16살 때 지금이 너무 좋다고 생각했다. 그래서 그런지 중3때 살던 동네나 그때 당시 친구들 담임 선생님 교복 등은 지금도 생생하다. 우리 집은 중학교랑 참 가까웠는데 그런데도 난 맨날 지각을 했다. 학교 다니면서 최고 신기한 애들은 8시까지 학교 오는 건데 항상 7시 반쯤 학교 와 있는다는 애들이었다. 가끔 주번이라 일찍 학교에 오면 항상 내가 보던 애들 바글바글 한 학교가 아니라 너무 조용하고 평화로운 학교라 마음까지 안정되고 좋았지만, 난 때려 죽여도 일찍 일어나지 못하는 체질을 타고나서.. 대학교 때도 지각은 밥 먹듯이 했고.
지금도 난 현재의 내 정신을 버티게 해주는 건 다 중3때 형성된 모든 것들이라 생각을 하는데 중3때 난 완전 야행성이었다. 크크 유치하게도 예술 하는 사람들의 야행성 체질을 본받고 싶어서 새벽 5시 6시에 자는 걸 좋아했더랬다. 난 성장기가 늦게 와서 그때 사춘기도 오고 성장기도 온 거 같은데 지금 맨날 장염에 시달리고 키가 우리엄마보다 작은 건 다 그때 야행성 생활을 했기 때문이라고 생각한다. 후회되기도 하지만 맨날 그렇게 새벽에 혼자 영화보고 라디오 듣고 책 읽었던 생활이 없었다면 지금 내 정신을 지배하는 모든 것들은 아마 없었을 거다. 아. 그러면 매우 황폐했겠지.
중3때 그만 컸으면 생각해서 그런가 난 중3때부터 했던 취미나 읽었던 책 영화, 음악에 무지하게 집착하는 편이다. 그때부터 다이어리랑 일기를 쓰기 시작했고, 혼자 영화를 보기 시작했고, 영화음악 라디오 프로그램을 채널 돌려가며 3개씩 꼬박꼬박 들었다. 아 배철수의 음악캠프도 역시.
중3때 기억이 강렬했던 이유는 내가 살던 동네에 딱 중3만 다녔기 때문일 수도 있다. 모든 마을버스의 종점일만큼 외진 동네고 후졌지만, 처음 전학와서 버티기 힘들었던 것 만큼 이 동네로 오길 잘했다는 생각을 수도 없이 했다.
어제 2009년 들어 야심차게 구입한 다이어리를 펴 보았다. 1월만 열라 빡빡하다. 뒤에 노트에도 1월에 읽은 책 내용만 가득하고 1월 weekly만 빽빽하다. 일기도 안쓴다. 영화도 안본다. 라디오도 안듣는다. 아... 변했다는 생각이 드니까 좀 슬펐다. 근데 난 이제 16살이 아니고 27살인걸. 처음에는 막 서글펐는데 어쩔 수 없다는 생각이 들었다. 그리고 아무리 그래도 근본은 같을거야. 하는 생각에 위로를 했다. 아마 태어날 때부터 근본은 같았을 거라고.
월요일에 쉬면서 mp3 플레이어에 들어 있던 음악들을 드디어 바꿨다. 멜론은 진짜 진짜 좋은 거 같다. 물론 1년치 돈을 다 내려면 돈이 만만치 않긴 한데 너무 편한거다. 진짜로.
우타다 히카루 새로 나온 앨범을 다운 받았는데 메리크리스마스 미스터 로렌스 가 최고 좋다. 이 곡 원래 ryuichi sakamoto 곡인데 저번에 마사지 받으로 동대문 갔을때 두타 지하에서 이 곡 듣고 누구곡인가 완전 궁금했는데 우연히 찾았다. 이 곡 말고 다른 곡은 안들어도 되겠더라. 우타다 히카루 내가 알기론 나랑 동갑인데 저음이 아주 괜찮다. 그냥 미국에서 그만 망신당하고 일본와서 다시 일본에서 음반내지. 미국가서 만든 노래는 죄다 별로다. 내가 뭐 우타다 히카루에 대해 아는 건 별로 없지만, sakura drops 나 travelling 은 mp3 산 이후로 한 번도 플레이어리스트에서 지워본 적 없는 명곡이라고 생각하는데.
나 며칠 전 서부터 블로그에 뭐 하고 싶다 뭐 했으면 좋겠다. 이런 생각이 엄청 많았는데 이런 생각 날 쯤이면 블로그 관둬야 하는건가. (쌩뚱맞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