춥고 추운 겨울

일상 2012. 1. 4. 22:30

나는 12월 27일, 크리스마스와 연말의 중간, 춥고 추운 겨울의 한가운데 강원도에서 태어났다. 내 생일 쯤은 항상 제일 추웠다. 겨울이 위력을 발휘하는 시기는 12월 마지막주에서 부터 1월 둘째주까지이다. 셋째주 금요일 쯤 되면 벌써 미세하게 한풀 꺽인 겨울바람을 느낄 수 있다. 사나웠던 바람이 그냥 차가운 바람이 되어버리면 왠지 서운하다.
나는 겨울을 엄청나게 싫어하는 사람으로서, 오바를 좀 더하자면 6월 하지가 지난 시점부터 이제 해가 짧아져간다는 생각에 그리고 겨울이 오고 있다는 생각에 우울해진다. 12월에 돌입하면 그 우울함이 극에 달했다가, 막상 12월 중순이 지나 진짜 겨울이 되면 내복도 입고 오리털도 입고 모자도 쓰고 어그부츠도 신고 바깥에 안 나가고 하면서 겨울을 지낸다. 
이번주 월요일 화요일 엄청 추웠던 날씨에 혼자 점심을 먹고 방학이라 한가한 운동장을 다섯바퀴 넘게 걸었다. 요즘 내 머리 길이가 애매해서 아예 머리를 묶고 앞머리도 완전히 실삔으로 다 고정한 채 다니기 때문에 목도 시렵고 이마도 시렵고 볼도 엄청 시려웠지만 말이다.

뜬금없지만 내가 이세상에서 죽을 때 까지 친해지지 못할 것이라 생각하는 부류는 대형 교회 청년부에서 열혈 활동을 하는 부류인데, 일단 대형 교회 청년부에 소속되었다는 딱 한가지 사실만으로도 나는 그들에게 경멸감을 느낀다. 고등학교 때 시도때도 없이 나한테 시비를 걸었던 이모양도 지금 회사에서 시비를 거는 K양도 그 소속이다. 한판 싸우고 싶지만 겁도 나고 상대하기도 싫어서 관용을 배풀면서 정신승리하는 중인데, 그렇다 보니 회사에서 혼자 점심 먹는 일이 많다.
난 교직원식당, 학생식당 가릴 거 없이 알아서 밥 주는 식당에서 나오는 반찬도 뚝딱 잘 먹어서 별 불만은 없다. 오히려 밥혼자 먹고 내가 좋아하는 음악들로만 가득 채워진 MP3 플레이어를 귀에 꽂고 커피 마시면서 운동장을 30분동안 뱅뱅 걸었더니 이루 말할 수 없는 행복이 느껴졌다. 그런게 바로 행복이었다.
내가 겨울이 싫다 싫어 라고 말은 하지만 이런 날씨에 상쾌하지만 찬 겨울 공기를 맡겠다고 혼자 운동장을 걸으면서 점심시간을 보내고 있는 걸 보면, 난 어쩌면 겨울을 좋아하는지도 모른단 생각이 들었다. 어떻게 보면 태생부터가 겨울을 좋아할 수 밖에 없을 수도 있고.

Incubus- Here in my room

음악 2012. 1. 3. 23:15

1년 휴학 했을 때 겨울은 무지하게 추웠다. 아르바이트 하고 나서 무리해서 지금은 연락하지 않는 안양에 있는 친구와 술마시고 막차 전철 타고 내려서 집으로 걸어가는데 눈과 함께 뒤엉켜 얼어붙은 보도블럭이 가로등불빛을 받아서 반질반질하게 빛나고 있었다. 
짧은오리털을 입었는데 허벅지와 다리가 너무 시려워 괴로운 가운데 들었던 이 노래.
그 뒤로는 춥기만 하면 이 노래가 조건반사처럼 떠오른다. 
incubus는 morning view 이후로는 좋은 앨범을 못 내고 있는 것 같아서 안타깝다.; science 앨범은 진짜 최고 명반, 우주에서 온 사운드라고 생각했는데.
2011년에 낸 앨범도 겁내 실망스러웠다. 그래도 보컬이 잘생기고 몸매좋고 멋지니까 난 계속 좋아 하기로 한다.

매일 아침.

일상 2009. 12. 21. 23:18

아침 6시 50분에 출근길에 나서면 완전 밤이다.
달 떠 있고 가로등 떠 있는 완전 밤.
따뜻하기만 해서 보기 좋은 옷차림과는 거리가 먼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아파트 현관을 나서면서 항상 생각한다.
내일은, 혹은 다음달에는, 아니면 이제 별로 멀지 않은 2010년에는 이런 지긋지긋한 생활을 청산할 수 있을까?
매번 이제 진짜 그만이고, 끝이라고 주변 사람들한테 말하지만 의도치 않게 항상 그 말이 거짓말이 되었다.
이제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진짜 그만이라고 말해봤자 믿어주지 않겠지만, 내가 그렇게 마음을 먹은 그 순간에는 항상 진심이었다.
이제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나 이제 진짜 진짜 진짜라고 말을 할 용기도 안생기고 염치도 안생기지만, 아마 난 내일 아침 6시 50분에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면서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럭저럭 나이에 맞는 도리라고 하는 것들을 나름대로는 착실하게 이행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난 사실 실패할 기회가 없었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실패할 기회가 생겨서 지금보다 더 망하든, 흥하든, 단 한번이라도 지금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울하다. 제길.


응급실

일상 2009. 11. 11. 12:09
저번 주 일요일에는 팔자에도 없던 응급실에 갔다왔다.
11월 1일 이었는데 그 때가 생리를 할 때쯤이었지만 생리통이라고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왜냐면 난 평소 때 별로 생리통이 없는 편이었기 때문이다. 더군다나 그때 난 생리를 안하고 있었다. (여기 혼자 블로그 한다고 별 말을 다쓰는구나)
그런데 이제와서 생각해보면 그게 생리시작하기 전 통증이었던 거 같다.
아침에 배가 아파서 깼는데 화장실 변기에 앉아 있어도 그 배가 아닌거다. 그런데 점점 그 통증이 심해지니까 엄살이 심한 나는 너무 아프다고 난리를 쳤다. 너무 아팠다. 정말. 그냥 장염 이런 것과는 차원을 달리하는 괴로움. 아파서 식은땀이 그렇게 많이 나보기는 처음이었으니까.
결국 우리집과 가장 가까운 대학병원 응급실에 갔는데 솔직하게 말하라면서 여러가지 물어보고 또 정말 끔찍한 검사를 하더니 다 정상이라고 했다. 비용은 10만원 넘게 나왔다.
응급실 침대에 누워서 링겔을 맞았을 때 사실 모든 통증은 가라앉은 뒤였다. 일어나자마자 물한모금 못 마시고 와서 배도 고프고, 링겔 주사도 불편하고 다른 나보다 더 아픈 사람도 많은데 점점 민망해졌다. 그 링겔 진통제라고 했는데 정말 효과가 직빵이었다.
빈속이라 타이레놀 안 먹었는데, 다음부터는 그냥 빈속이어도 타이레놀 먹고 응급실 안 가기로 했다.

내가 간 응급실은 외상은 없는 사람들이 가는 응급실이었는데 사람들이 끊임없이 나가고 들어오고 그랬다. 내 맞은 편 젊은 남자 둘은 한명은 산소마스크 하고 한명 역시 산소마스크 하고 숨을 제대로 못쉬는데 불쌍해보였다. 특히 어린 남자애는 귀엽게 생긴 애였는데 윗층에서 담당 의사가 내려와서 수능 꼭 봐야 하는 거냐고 묻고 수능 못볼 것 같다고 말하더라. 원래 많이 아픈 애고 주기적으로 오는 애 같았다. 그 아이 부모님은 수능 안봐도 전혀 상관없다고 말을 하면서 걱정스럽게 걔를 쳐다보고 옆에 있는 산소마스크 낀 남자애는 꽤나 건장해 보였는데 얼굴이 사색이 되서 거칠게 숨을 쉬고 있었다.
거기가 신종플루 거점병원이라 얘기하는 거 들으니까 신종플루 확진 환자들도 많던데, 난 현재 멀쩡하다. 그리고 바로 옆에는 어린 애들 응급실 이었는데, 원래 시끄럽고 뛰어다니고 그러는 게 정상인데 걔네들도 아프니까 축 쳐져서 엄마한테 간신히 매달려 있었다. 그리고 그때 발견한 건데 걔네들은 의사가 그냥 가까이 가기만 해도 엉엉 울었다. 그동안 얼마나 당한 게 많았으면.
아픈 건 너무 싫다. 아프면 성격이 이상해질 수 밖에 없는 거 같다. 정말 의도하지 않아도 다른 사람에게 용납하기 힘든 성격이 될 수 밖에 없을 수도 있겠지.
난 예전에 내가 좋아하는 사람이 그렇다면 다 감안할 수 있다고 생각했는데, 요즘들어선 아니다. 난 나중에 사랑 많이 받고 자란 신체 건강한 남자 만나고 싶다. 어렸을 땐 몰랐는데 역시 그런 사람들이 착하고 편하고 좋다. 여러 고생을 해봤으면, 속이 깊어지고 남을 이해할 수 있는 이해심이 깊어진다는 건 거짓말이다. 고생 안하고 잘 자란 사람이 오히려 더 남을 배려하고 남들에게도 허용적이고 그런 경우가 많더라. 뭐 이제까지 봐온 바로는 그랬다. 그런 사람들이 부럽기도 하고 가까이 있으면 마음이 편안해지고 그렇다.

어쩔 수 없이 여러검사를 하고 결국 딱히 원인을 못찾고 오는데 의사가 나중에 산부인과나 가보라고 했다. 다음달에도 생리 오기전에 이렇게 생리통이 심하다면 가야하나. 사실 한번도 안가봤는데.
이제까지 생리통때문에 고생했던 친구들 심정 다 이해한다. 정말 배 아픈 것 때문에 손끝 발끝이 다 아파보긴 처음이었다. 매달 그런다고 생각하면 오마이갓. 그건 아니겠지 설마.  
가을이 깊어가고 겨울이 시작되려고 하는데 난 벌써 봄이 그립다. 으아.. 나 겨울 너무 싫다.

군대간 동생한테 면회 갔다온 얘기를 갑자기 하고 싶었다. 우리엄마는 필요이상으로 음식을 엄청나게 많이 싸 가는데 매번 갈 때마다 새로운 메뉴 개발을 위해 고심하고 있다. 저번에는 심지어 새우랑 꽃게를 저기 연안부두 가서 엄청 많이 사서 삶아갔다. 내동생은 굿 초이스라고 미친듯이 새우 까먹고. (맛있긴 하더라)
언제인지 기억은 안나는데 원래 맨날 토요일에 가다가 일요일에 한번 면회간 적 있었다. 우리 엄마는 동생이 다니는 교회는 어떻게 생겼는지 가봐야겠다고 가자고 그래서 결국 우리 가족 4명이 군대에 있는 교회에 갔다. 결국 우리만 사복입고 맨 뒤에 앉았다. 사람들이 신기한지 힐끔힐끔 쳐다보고 어휴. 진짜. 찬송가도 거기서 들으니 완전 군가야.

이제 거기 젊은 목사님이 설교를 시작했는데 군인 애들이 아예 대놓고 엎드려서 자는거다. 내동생 말로는 교회오는 이유가 일요일에 내무반에 멀뚱멀뚱 앉아있기 싫어서 그냥 자러 오는 거랜다. 뭐 그 목적에 충실하게 거기 있는 거의 3분의 2 이상이 다 엎드려서 자는데 설교하던 목사님 옆에 있던 드럼에서 갑자기 챙! 하는 소리가 나는거다. 그래서 아니 이건 뭔소리인가. 하고 쳐다봤더니 그 목사 왈 이제부터 예배시간에 2분의 1이상이 자면 드럼을 치기로 했다고. 크크크크. 별 거 아니지만 예배보다 갑자기 드럼 치는 그 상황과 아이디어가 너무 웃겨서 혼자 킥킥 댔다.

내동생 밑으로는 이제 3명이나 들어오고 대구에서 온 애는 오자마자 일주일만에 12키로가 빠져서 얼핏보면 주진모 같이 생긴 미남이 되었다고 그러고 울산에서 온 애는 경상도에서 왔는데도 사투리 하나도 안 쓰는 애고 서울에서 온 애는 뭔가 맘에 안든댄다. 서울에서 온 애가 89년 생이랜다. 맙소사. 군인아저씨가 89년생이래. 대단하다.
국군의 날 행사 때문에 두달 넘게 연습하고 대통령 앞에서 깃발들고 미친듯이 뛰어다녔는데 휴가도 안준다고 짜증부리고 있는데 아무래도 2008년 내에는 휴가 못나올 듯 싶다. 아.. 추운데 또 우리 엄마는 면회가자고 하겠지. 내동생네 부대 짱추워. 미안하다 동생아. 난 이기적인 누나야. 누나는 추워서 가기 싫어.

대학 때 그나마 최고 친했던 친구를 안 만난지 1년이 되간다. 보고싶긴 한데... 솔직히 말하면 이 친구 뿐 아니라 대학 때 알던 모든 사람을 안만난지 거의 6개월 이상이다. 이상하게 시간이 안나는데 주말에 보면 하는 건 잠 퍼자고 인터넷 하는 것 뿐이니..
갑자기 허하고 그래서 걔 이메일로 꽤 긴 편지를 보냈다. 답장 확인하는 걸 까먹고 있다가 일주일 지나서 확인했는데 너무 짧은 답장이 와 있었다. 별 거 아닌데 갑자기 너무 외로웠다.

주말마다 시간을 내서 매주 누구 만날지 시간표 만들어서 만나고 다녀야 모든 인간관계가 유지되는 걸까? 사교적인 사람이 되는 것은 참으로 힘들구나.

오늘 아침에 아파트 통로를 나왔는데 바닥에 눈이 쌓이고 있었다. 눈은 오는데 우산가지러 올라갈 시간이 없어서 그냥 눈 맞으며 걸어갔다. 새벽에 혼자 출근하면서 맞는 첫눈이라. 꽤 괜찮은데.. 라고 생각하면서도 또 다시 외로워졌다. 이젠 새벽이 괴로운 계절 시작이구나.

오늘은 회사에서 하나에서 열까지 다 꼬였다. 짜증이 폭발하기 일보직전인데 그나마의 위로는 내 눈이 겉 보기에도 조금 부어 있어서 이번 토요일 행사에는 빠지게 되었다는 거. 나 이번 토요일에 안과나 가려고 했는데 하필 이런 때 대학 선배가 보잰다. 그 선배는 참~~ 특이한게 꼭 내가 동생면회에 가 있거나 다른 친구 만날 약속 잡아놓고 이러면 뭐하냐고 물어보더라. 크크큭 안만난지 거의 8개월이 넘었네. 아 근데 별로 안 땡긴다. 이제 사람 만나는 것도 어색해져버렸는지 귀찮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