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침 6시 50분에 출근길에 나서면 완전 밤이다.
달 떠 있고 가로등 떠 있는 완전 밤.
따뜻하기만 해서 보기 좋은 옷차림과는 거리가 먼 두꺼운 겨울옷을 입고 목도리를 두르고, 장갑을 끼고 음악을 들으면서 아파트 현관을 나서면서 항상 생각한다.
내일은, 혹은 다음달에는, 아니면 이제 별로 멀지 않은 2010년에는 이런 지긋지긋한 생활을 청산할 수 있을까?
매번 이제 진짜 그만이고, 끝이라고 주변 사람들한테 말하지만 의도치 않게 항상 그 말이 거짓말이 되었다.
이제 아무리 친한 사람이라고 해도 내가 진짜 그만이라고 말해봤자 믿어주지 않겠지만, 내가 그렇게 마음을 먹은 그 순간에는 항상 진심이었다.
이제 믿어주지 않을 것 같아서 나 이제 진짜 진짜 진짜라고 말을 할 용기도 안생기고 염치도 안생기지만, 아마 난 내일 아침 6시 50분에 버스 정류장으로 걸어가면서 똑같은 생각을 할 것이다.
그럭저럭 나이에 맞는 도리라고 하는 것들을 나름대로는 착실하게 이행하면서 살아왔다고 생각하는데, 난 사실 실패할 기회가 없었다. 한번이라도 제대로 실패할 기회가 생겨서 지금보다 더 망하든, 흥하든, 단 한번이라도 지금과 다른 삶을 살 수 있는 기회가 있었으면 좋겠다.
우울하다. 제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