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Santana 의 Supernatural 앨범 

  저번 주에 용인 친구네 집에 놀러가면서 오랜만에 산타나의 슈퍼내추럴 앨범을 들었다. 내가 한창 음악을 듣기 시작할 때 초히트를 쳤던 앨범으로 나 역시 열심히 들었다. 산타나 아저씨 다른 옛날 곡도 종종 듣지만, 젊은 시절 함께 했던 앨범이라 그런지 슈퍼내추럴 만큼 자주 듣게 되진 않는다.

  실제 히트한 노래들은 다 영어 가사로 된 곡들이지만, 난 Corazon Espinado 나 Migra, Primavera 같은 곡이 훨씬 좋다. 이 앨범을 어찌나 많이 들었는지 스패니쉬 전혀 모르는 나도 Migra 는 처음부터 끝까지 따라부를 수 있다.

  슈퍼내추럴은 표지가 참 좋다. 맨 위에 날개달린 개성 뚜렷한 산타나 아저씨 얼굴도 좋고 가운데 있는 왕관쓴 남미풍 인어공주도 좋고, 산타나라고 써진 폰트도 표지와 꼭 어울린다. 

  왜 산타나곡은 다 스패니쉬로 부른 곡이 훨씬 좋은지 생각을 해보니, 언어라는 게 한 나라의 문화의 정수기 때문에 한 나라에서 태어나 그 언어를 평생 쓰며 그 언어로 생각하고 말하다보면 자연히 연주도 곡도 그 언어에 맞춰지기 때문인 것 같다.

  신중현의 미인을 영어로 부른다면 엄청 이상할 것이다. 안토니오 까를로스 조빔의 노래도 영어로 바뀐 건 포루투갈어로 부른 버전보단 영 느낌이 별로다. 대학 때 보아의 Valenti 라는 곡을 꽤 좋아했는데, 일어로 듣다가 한국어로 된 Valenti 를 듣고 이건 뭔가 싶을 정도로 이상했으니까. 

  그런 의미에서 내가 살고 있는 동북아는 각 나라마다 다 그들의 언어가 있고 그래서 더 재밌다. 가깝지만 그만큼 서로 엄청나게 다르니까. 영어와 스페인어를 쓰는 나라들을 보며 쟤들은 외국 친구를 쉽게 사귈 수 있어서 좋겠다는 생각도 가끔 했지만, 내 나라에 딱 맞는 언어를 갖고 있다는 게 더 좋은 것 같다.

  뭐 한글도 대부분은 한문이라고 말한다면 할 말 없지만 말이다. 


2. 인사이드아웃

  (본 지 오래됐지만) 인사이드아웃을 봤다. 난 종종 극장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다는 생각을 한다. 라푼젤이나 토이스토리, 니모를 찾아서 같은 애니메이션을 보고 싶다 어서 보고 싶다. 하는 생각. 그런 생각을 하던 중에 인사이드아웃이 개봉했고 난 당연히 보러 갔다.

  보면서 울기도 했고, 이 애니메이션이 주는 심오한 메세지와 주인공이 여자애 인데다가 시골에서 도시로 전학간 모습이 내 어린 시절이랑 비슷해서 좋았다. 

  하지만 이런 극장 애니메이션을 볼 때마다 느끼는 건 토이스토리3이 얼마나 대단한 애니메이션인가.. 하는 것이다. 

  라푼젤은 주인공 남녀가 너무 내 맘에 쏙 들어서, 둘이 손잡고 I see the light 부르는 데이트 하는 장면만 50번 이상 봤다. 본 횟수로 따지면 토이스토리3보다 라푼젤이 훨씬 많지만, 솔직히 토이스토리3만큼 위대한 애니메이션은 아니라고 생각한다. 헤어질 때가 되어서 헤어지는 장난감과 주인을 보며 내가 극장에서 어찌나 울었는지.

  인사이드아웃은 기억을 시각화 한 게 정말 기발했고, 슬픔이 캐릭터의 표정과 말투가 너무 슬픔이스러워서 마음에 들었다. 사람을 사람답게 만들어 주는 건 기쁨보다도 슬픔인 것 같다. 항상 즐거운 사람보단 공감능력 있고, 남의 슬픔에 진심으로 가슴아파 할 수 있는 사람이 훨씬 인간미 있고 정이 가니까..


3. 친구의 병

  제일 친한 친구 중 한명이 암 확진을 받았다. 사실 그래서 광복절에 아산병원에 간 것이었다. 그 친구가 얼마나 열심히 살아왔는지 알기 때문에 나까지 한동안 슬펐다. 하지만 제일 힘든 건 그 친구일 것이고, 사람이 곤경에 빠지면 옆에서 호들갑 떠는 사람보다는 평소랑 똑같이 대해주는 사람이 더 편하고 고맙다는 걸 알기 때문에 난 평소대로 대하고 있다. 

  친구네 집에 가서 금요일에 같이 밥을 먹었다. 친구가 완쾌 됐으면 좋겠다. 남들은 당연하다고 생각하는 일들도 정말 당연하게 그 친구도 다 할 수 있었으면 좋겠다. 

  남들이 당연하다고 말하는 게 사실은 당연하지 않을 수도 있는데 보통 사람들은 너무 아무렇지도 않게 묻는다. 예를 들면 결혼한지 5년 됐다고 말하면 당연하게 사람들은 애는 몇살이냐고 묻는 식이다. 친구가 많이 아픈 걸 옆에서 보면서 난 절대 어떤 질문이든 함부로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난 솔직히 아직도 내 친구의 병이 실감이 안난다. 아마 내 친구는 더 하겠지... 세상이 참 불공평하다는 생각이 든다. 내친구는 대학 졸업해서 정말 착실하게 일만 했다. 그런데 왜 그런 큰 병에 걸린걸까. 생각하니 또 눈물이 날 것 같지만, 내가 할 수 있는 건 그냥 기도해주고 기원해주면서 옆에 있는 수 밖에는 없는 거 겠지.


4. 몇년 째 마이너스의 직장생활

  첫 회사부터 지금까지 쭉 다니는 회사의 규모가 줄어들고 있다. 규모가 작은 게 문제라기 보단, 체계가 없다는 게 더 큰 문제인 것 같다. 회사가 겉 보기엔 멀쩡한데 일하면 할 수록 이를 어째야 할까 하는 생각이 들 정도로 어디서부터 어떻게 손을 대서 일을 해야할지 모르겠다. 적응하려고 노력 중이다. 다 바꾸려고 하면 힘드니 하나하나 차근차근 하자 마음은 먹었지만, 가끔 한숨이 푹푹 나온다. 


5. 프리랜서들의 삶.

  지금 다니는 회사는 프리랜서들이랑 일하는 게 거의 80% 이상이다. 처음 보는 삶이다 보니 프리랜서들의 삶이 좀 흥미롭다. 프리랜서도 결국 사교성 좋고 영업력 있는 사람이 잘 먹고 잘 사는 것 같긴 하지만, 돈을 버는 방법에 이런 방법도 있구나... 하는 생각을 한다. 


내일 월요일이다. 

엄마랑 한 겨울에는 우리 둘다 밤 10시에는 침대에 눕는 것을 목표로 부지런히 잘 준비를 하자고 의기투합했다. 그런데 벌써 12시네. 빨리 자야겠다.

휴. 시간이 참 빠르다. 


아까 공원가서 눈썹 위에 산모기에 물리는 바람에 눈썹 위의 이마가 엄청 크게 부풀어 올랐고 그것 때문에 얼굴 꼴이 지금 참 웃긴데 내일 아침에는 좀 가라앉겠지 설마.

 

아 그런데 새벽 전철안에서는 메이크업 하는 여자들 흔히 보는데, 요즘에는 메이크업 뿐 아니라 앞머리에 구르프 까지 말고 있는 여자들을 종종 보고 있다. 나도 메이크업은 남들 시선 의식 안하고 뚝딱 뚝딱 잘 하는데 구르프는 자신이 없다. 난 하수였다. 


1. Caravaggio 의 그림들

  척 봐도 정신상태가 정상은 아닌 것 같은 카라바조라는 화가의 그림을 보고 충격 받았다. 미술에 대해 공부한 적은 없지만, 이 사람의 어떤 그림이든 한번 보면 잊을 수가 없다. 이 시대 그림은 다 라파엘로 같은 스타일인 줄 알았는데.. 라파엘로도 좋긴 하지만, 요즘 내가 우울해서 그런건지 밝고 아름다운 그림보다는 이런 그림에 더 마음이 간다. 고달프게 살다가 젊은 나이에 요절했다는 카라바조의 그림을 실제로 보고 싶어졌다. 죽기 전엔 볼 수 있겠지.

01

 

2. Max Beckmann

  작년 독일 여행 갔을 때 입국 하는 날 혼자 프랑크푸르트 미술관에 갔다. 워낙 큰 미술관이라 Day Ticket 을 주고 하루에 몇번씩 들락날락 할 수 있게 해주는데, 나는 비행기 시간 때문에 제대로 보질 못했다.

  프랑크푸르트는 정말 특색없는 회색 도시였다. 베를린에 비해 길이 더럽고, 시내 중심에 유럽중앙은행이 있고, 그 주변에는 잘 빼입은 멋진 남자들이 많았다. 내가 머물렀던 날 프랑크푸르트의 날씨는 춥고 비까지 와서 나는 덜덜 떨면서 돌아다닐 수 밖에 없었다. (그날 혼자 찍은 사진을 보면 얼굴 표정이 죄다 똥씹은 표정이고 어깨는 움추리고 있다) 또 프랑크푸르트는 여행자인 나에게조차 재밌는 일이라곤 전혀 벌어지지 않을 것 같은 도시였다. 하지만 프랑크푸르트 미술관 때문인지 베를린 여행의 기억 보다 프랑크푸르트에서의 마지막 날이 어쩔 땐 더 생생하다.

  프랑크푸르트 미술관은 독일 그림의 역사를 볼 수 있는데, 이제가지 보던 이탈리아의 그림과는 확연히 다른 느낌이 난다. 어떤 그림은 너무 음울해서 무섭기까지 했다.

  프랑크푸르트 미술관은 특히 프랑크푸르트에서 주로 활동한 막스 베크만의 그림을 다수 소장하고 있다. 1차 세계 대전에 참전하기도 했다는 맥스 베크만의 그림 속 사람들을 보면 어딘지 모르게 다들 신경질적이고 괴로워 하고 있다. 인물화도 좋지만, 풍경화도 좋은 작품이 많았다. 그런데 지금 찾아보니 이 분 12월 27일인 내 생일날 뉴욕에서 돌아가셨군. 신기하게.

 

밤.

 

원래는 오늘 Motley Crue, Santana, 인사이드아웃 이야기도 쓰려고 했지만, 출근 때문에 그만 쓰고 자야겠다.


매드맥스 단평

위로 2015. 6. 12. 23:22

요즘 인터넷 문화를 주도하는 사람들이 딱 내 나이라는 기사를 봤다.
내 또래 사람들은 대부분 왜 그러는지 모르겠지만, 문화적 소양이 깊어 보이고 싶어한다.
물론 내 나이쯤 되면 돈도 벌만큼 벌고, 다들 결혼도 늦게 하니 이제까지 어떤 세대보다 문화생활에 지출도 많이 하겠지만… 가끔 그들의 특정 문화 상품에 대한 숭배에 가까운 성원은 참 낯설다.
요즘 개봉한 킹스맨과 매드맥스에 대한 그들의 열화와 같은 반응을 보며 잠깐 위와 같은 생각을 하고 같은 세대인 그들에게 괴리감을 느꼈다.
아마도 난 친구가 별로 없어서 그런가 보다.

매드맥스 단평이라 써놓고 잡소리가 길었다.
하고 싶은 말은 이 영화는 훌륭하다. 인상 깊다. 하지만 나한테는 감동까지주는 작품은 아니었다.
진정한 양성 평등 영화고, 공들인 액션신들과 세기말적 느낌이 물씬나는 영화 속 패션과 분장이 마음에 들었다. 이 영화의 액션신이 훌륭한 이유는 모든 액션신이 실제로 실행 가능하다는 것이다. 자동차가 날아다니거나, 주인공이 초인적 능력을 갖고 있지도 않지만 그래서 더 실감나고 긴장감이 넘친다.
개인적으로 제일 멋졌던 장면은 모터사이클과 자동차의 사막 추격 장면이었다. 그 장면에서 모터사이클 타는 솜씨들이 만만찮다 생각했는데 아니나 다를까 모두 실제 챔피언 출신이라고…
나는 4D 아이맥스로 이 영화를 봤는데, 후회했다. 시도때도 없이 의자가 꿀렁 거려서 영화에 집중하기 힘들었다. 머리 뒤에서 바람나오는 것 까진 참았지만 물까지 계속 나오는 건 짜증났다. 물이 계속 튀어서 3D 안경 닦는 것이 매우 귀찮았다.
오로지 자동차 액션에 집중했기 때문에 대단한 영화지만, 그게 가장 큰 약점이기도 한 영화였다. 영화는 뮤직비디오가 아니기 때문에 뛰어난 영상만으로는 감동까지는 줄 수 없음을 또한번 실감했다.
하지만 지금까지도 과격하고 정신병자같은 자동차 액션신이 눈에 선한 걸 보면 분명 이 영화는 훌륭한 영화다.
아, 그런데 앞으로 톰하디를 좋아하기로 했다. 베트맨때도 느꼈지만, 겉멋부리지 않는 과묵한 액션 연기가 좋다. 이 영화의 진정한 주인공 샤를리즈 테론은 얼굴은 온통 구정물에 머리도 반삭발인데도 예쁘고 아름답다. 이름도 딱 어울린다. 퓨리오사라니 멋지다.



블루 재스민 단상

위로 2015. 4. 10. 00:04

*스포일러 있음

작년에 봤던 영화 중 제일 좋았던 영화 중 하나였던 블루 재스민이 종종 떠오른다.
혐오스러운 여주인공인 재스민의 어떤 부분은 나를 닮아 있기도 했다. 말도 안되는 거짓말을 술술 하는 그녀를 보며, 누구든 저렇게 될 수 있겠단 생각이 들었다. 나도 저럴 수 있다는 생각에 무서웠다.
이 영화에서 주인공 이외 가장 인상깊었던 인물은 재스민 동생의 애인이었다. 재스민 말대로 부자 남자를 만나, 팔자를 고치기로 결심한 동생은 애인을 버리고 늙은 부자를 만난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전 애인은 재스민 동생에게 사랑한다고 찾아와서 울고, 너없으면 못 산다고 매달린다.
하지만 다정한 늙은 부자는 알고보니 유부남이었고, 동생은 결국 다시 전애인에게 돌아간다. 언니때문에 불행해질 뻔 했다고 말하는 재스민의 동생과 여전히 동생을 사랑하는 애인. 그 애인은 재스민 말대로라면 삼류 인생에 양아치 3D 노동자였지만, 동생을 진심으로 사랑했다.
​남자가 나에게 실망할까봐 전전긍긍하고, 거짓으로 만든 내 모습만을 사랑하는 남자와 우아한 척 하며 평생 살아야한다면 정말 괴롭겠지.
재스민 동생이 현명한 선택을 해서 정말 다행이었다. 남자친구도 참 대인배였고.


위플래쉬를 보고

위로 2015. 4. 5. 21:07

  저번에 왕가위 감독이 극장에서 누구와 봤는지, 함께 영화 본 후 뭘 했는지 까지가 한 영화의 완성이라고 하는 인터뷰를 봤다.

  왕가위 말대로 라면 이 영화는 나에게 엄청 나쁜 끝을 선사한 영화가 될 것이다. 영화가 끝난 후 잘 되간다고 믿었던 남자에게 팽 당했으니 말이다.

  하지만 영화 자체는 괜찮았다. 평론가들이 말하는 것 만큼 최고다. 정도는 아니었지만.

  기회가 왔을 때 준비가 되어 있으면 바로 기회를 잡을 수 있지만, 그런 때일 수록 작은 실수를 조심하고 신중해야 한다는 것. 지나친 자기 파괴적 열정과 집착은 나도 망치고 주변 사람도 망친 다는 것. 큰 열망을 품지 않고 현실과 타협하며 살아가는 삶이 과연 그렇지 않은 삶보다 못하다고 볼 것인가에 대한 질문 등 느끼는 바가 많았다.

  인상깊게 본 장면이 많다. 천장에 카메라를 놓고 찍은 연주 장면들과 플랫처와 앤드류가 기싸움 할때 플랫처와 앤드류 사이를 빠르게 오가는 카메라의 움직임, 앤드류의 여자친구가 고향을 그리워 하며 사람들이 아무렇지도 않은 척 하는게 싫다고 말하는 장면, (개인적 경험도 있어서 울 뻔했다)  마지막에 플랫처 교수가 "내가 핫바지로 보이냐?" 고 말하는 장면에서 충격과 공포와 그에 대한 앤드류의 멋진 대처도 좋았고, 앤드류가 자동차 사고 날 때는 너무 현실적이라서 극장에서 소리 지를 뻔 했다.

  앤드류가 정말 일반 음대생 같이 위화감이 느껴지지 않는다. 정말 이렇게 평범하게 생긴 헐리우드 배우도 없을거다. 악마같은 플랫처 교수를 맡은 J.K 시몬즈도 적역이다.

  감독이 85년생이라고 한다. 세상에 참 대단한 사람이 참 많다. 나보다 2살 어린데, 이런 영화를 만들었다니. 대단하다. 제목이 채찍 이라는 뜻인데, 정말 딱 맞는 내용이다. 호된 채찍을 맞아가며 최고가 됐다면 아무래도 상관 없는 것일까? 난 아닌 것 같다. 최고가 되서 이름은 남기겠지만 한번 사는 인생 평생 불행하게 살았다면 무슨 소용이겠나..


  잔인할까봐 피해오던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 중 큰 용기를 내서 바스터즈 를 본 후로는 그를 좋아하게 됐다. 킬빌은 여전히 엄두가 안나고, 장고는 언제 시간내서 보려고 한다. 바스터즈는 정말 재밌고, 유쾌하고 잘 만든 영화였다. 마지막 그 재기 발랄함이란!

  바스터즈는 각 등장인물 별로 이야기가 구성되는데, 최고는 역시 첫번째 이야기다. 한스 대령이 유태인을 숨겨준다는 소문을 듣고 프랑스 농부의 집으로 찾아와서 이어지는 대화. 결국 유태인이 있는 곳을 알려주며 눈물을 흘리는 농부 그리고 유태인을 향한 나치들의 무자비한 총격. 간신히 살아남은 쇼사나가 울면서 도망치는 모습까지 정말 흠잡을 게 하나도 없었다. 헉 하고 뒷통수를 맞은 기분이 들었고, 그 짧고 강렬한 이야기에 이미 마음을 빼았겼다.

  이 영화를 끝까지 보고나니 쿠엔틴 타란티노는 여자를 존중할 줄 아는 남자구나. 하는 생각을 했다. 나치에게 마지막 심판을 내리는 사람도 쇼사나 이고, 스파이 역할을 하는 독일 여자 배우도 남자 캐릭터의 보조 같은 느낌은 전혀 없다. 생각해보니 킬빌에서도 주인공은 여자다. 물론 그 영화는 못봤지만.

  여성 캐릭터가 영혼없이 남자를 위해 존재하며 쓸데없는 노출을 하는 역할에 한정되는 것이 아니라 극 전체에서 남성과 동등한 지위를 갖고 있다는 점이 멋졌다. 

  또 한가지, 극 중에서 독일 사람으로 나오는 사람들은 모두 실제 독일어를 쓰도록 했다는 점도 마음에 들었다. 마지막 황제 같은 영화에서는 중국 황제 이야기 인데도 중국 황제인 푸이가 영어로 대사를 한다. 게이샤의 추억도 마찬가지다. 배경이 교토인데 죄다 영어로 말해. 이 무슨 병신 같은 경우란 말인가. 항상 그게 참 이상하다고 생각했고, 서양놈들은 아주 기본적 상식조차 없는 놈들이라고 생각했다. 하지만 바스터즈는 그렇지 않다. 어떻게 보면 참 이게 당연한건데도 말이다.

  킹스맨을 재밌게 봤지만, 킹스맨을 보고 나니 더욱더 타란티노가 멋진 아저씨다 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구해만 주신다면 뒤로 하게 해드리죠." 라고 말하는 스위스 공주와, 마지막에 스크린에 뜨는 섹시한 여자 엉덩이를 보며 웃긴 한편으론, 이 영화는 타란티노 영화에 비하면 한 수 아래라는 생각을 할 수 밖에 없었다. 이런 걸로 두 영화를 비교하자면 좀 웃기지만, 여자인 나는 쿠엔틴 타란티노 아저씨 영화를 더 좋아할 수 밖에 없는 것이다.  


Led Zeppelin - Kashmir

위로 2015. 2. 23. 21:27

 

  고등학생 때 좋아했던 노래를 진짜 오랜만에 들었다. 뭔가... 긴장감과 위기감이 느껴지는 신비한 분위기와 생전 처음듣는 패턴의 이 멜로디를 참 좋아했다. 언제나 그렇듯 새삼 또 감탄해 마지 않았다.



킹스맨을 보고.

위로 2015. 2. 22. 21:56



 

  연휴기간 동안 영화 두편을 극장가서 봤다. 아직 다리가 불편하다보니, 운전해서 가기 편하고 활동을 덜하는 일이 뭐가 있을까 하다가 결국 또 영화를 보게 된 것이다.

  킹스맨을 보면서 쿠엔틴 타란티노가 난 놈은 난 놈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난 영화 속 잔인함을 견딜 용기가 나지 않아, 쿠엔틴 타란티노 영화는 딱 한편, 바스터즈 밖에 못봤지만, 결국 이 영화도 타란티노 스러운 영화 중 한 편이 아니겠는가. 이 정도면 영화의 장르 하나를 만들었다고 봐도 무방할 정도다.

  본격 England 홍보 무비라고 봐도 무방할 것 같다. 감독의 온갖 미국스러운 것들에 대한 노골적 혐오와 (긍정적) 영국 이미지에 대한 묻지도 따지지도 않는 무한 자부심에 실소를 금할 길이 없었지만, 즐겁게 봤다.

  가젤이 싸우는 장면은 잔인할 것 같아 눈과 귀를 다 막아버려서 거의 못봤다. 하지만 해리(콜린 퍼스) 가 교회에서 교인들을 집단 학살하는 장면은 큰 맘먹고 끝까지 봤는데 카메라를 아주 잘 사용한 것 같다.

  최고 클라이막스 장면인 여러 명의 머리가 날아가는 신을 폭죽으로 표현한 것도 재치있었고, 샤이닝 추격신을 따라한 벙커 추격신도 공을 들인 티가 많이 났다. 

  에그시 역을 맡은 배우가 신선하고 귀여웠고, 콜린 퍼스 아저씨는 멋있지만, 많이 늙으신 것 같아서 마음이 아팠다. (그래도 월드워z에서 브래드 피트 봤을 때 보다는 덜 슬펐다. )  

  이 영화에 대한 요즘 사람들의 무조건적 숭배에는 동의할 수 없지만, 잘빠진 영화임에는 틀림없다.  

 

STILLCUT

 

  며칠 전에 모테키 라는 어이 없는 일본 영화를 봤다. 순전히 올레티비에서 공짜길래 본 영화였는데 의외로 난 엄청 집중해서 시청했고, 보길 잘했다는 생각까지 했다.

  왜냐하면 브리짓 존스의 일기 같은 영화를 볼 때 남자들의 기분을 정확히 알 수 있었기 때문이다. 모테키 라는 영화는 여성 판타지의 대척점에 있는 남성 판타지 영화였다. 그 영화는 쪼다 쭈구리 같은 남자가 예쁘고 잘빠지고 어리고 성격까지 좋은 최고의 매력녀를 쟁취한다는 간단한 내용의 영화이다. 여자인 나는 그 영화를 보며 남자주인공을 향해 어휴. 저 병신... 이라는 말을 할 수 밖에 없었고, 마지막에 예쁜 여자의 사랑을 쟁취하는 장면을 보며 말도 안된다. 고 생각했다. 브리짓 존스의 일기 같은 영화를 볼 때 남자들의 기분도 나와 비슷하지 않을까? 싶었다.

  뭐 그래도 나같은 사람의 정신건강을 위해 브리짓 존스의 일기나 모테키 같은 영화도 가끔은 나와줘야 한다고 생각한다.

  원래 하려던 말은 이게 아니고, 브리짓 존스의일기에서 콜린 퍼스 아저씨 완전 젊고 멋있으셨다. 는 거다. 이 때부터 콜린 퍼스 아저씨를 좋아했다.  

 

POSTER

 

  그래도 콜린 퍼스가 최고 멋있었던 건 뭐니뭐니 해도 싱글맨 에서였다. 잘생긴 남자들만 계속 99 분 내내 볼 수 있는 이 바람직한 영화의 감독은 구찌 디자이너였던 톰 포드 다. 한장면 한장면을 공들여 찍으려고 애쓴 티가 나는 이 멋진 영화를 한동안 좋아했다. (핸드폰에 저장해놓고 심심할 때 마다 봤을 정도) 

  이 영화를 보면 오 헨리의 경관과 찬송가 라는 소설이 떠오른다. 어떤 사람이 진심으로 원하는 건 언제든지 변할 수 있다. 는 메세지가 일맥상통한다고 생각했다.

  과거의 소원을 이룬 순간이 현재 최고 불행한 순간이 될 수도 있는거다.

 

P.S 그런데 자꾸 요즘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이런 식으로 영화의 이름 한글 표기에  " : " 마크를 붙이는데... 이거 좀 이상하지 않은가? 한글에 이 " : " 마크 쓰는거? 바스터즈 도 원제는 Inglorious Basterds 라 " : " 이 없는데도 굳이 '바스터즈 : 거친녀석들' 이라고 만들고,  모테키 라는 영화도 한국 개봉 제목은  '모테키 : 모태솔로 탈출기' 였다. 몇 년 지나면 한글에도 " : " 표기가 허용되는 것일까?


인터스텔라도 2014년에 본 영화인데 빼놓고 어제 일기에 안써서 짧게 쓴다.
이 영화는 2014년에 내가 본 영화 중 최악 3위 안에 든다.
로마 위드 러브 보다 더 싫었다. 로마 위드 러브는 아이 엠 러브 에 나왔던 잘생긴 이태리 남자배우라도 나오지. 심지어 이 영화는 그런 재미조차 없다!!
난 남들이 좋다고 하면 무조건 싫어하고 보는 사춘기 소녀가 아니다. 하지만 이 영화만큼은 대체 왜 그렇게 사람들이 좋아하는 지 모르겠다. 도저히.
메멘토 때 부터 눈치챘지만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은 필요이상으로 영화를 복잡하게 만드는 것 같다.
메멘토 봤을 당시 LA 컨피덴셜을 본 직후였는데 두 영화를 비교했을 때 LA 컨피덴셜이 백배는 더 재밌었다. 영화는 LA 컨피덴셜 수준으로 복잡해도 충분히 설득력있고 철학도 나타낼 수 있다고 본다.
관객이 이해하는데 불편함이 있을 정도로 스토리가 복잡하면 안된다는 거다. 적어도 내 기준으로는.
집에서 보려다 재미없어서 중간에 꺼버린 인셉션과 동급으로 재미없었고, 심지어 앞으로 크리스토퍼 놀란 감독 영화라면 그냥 안볼까. 하는 생각까지 했다.
시각효과는 인정한다. 특히 물로 가득찼던 첫번째 행성 묘사가 좋았다.
다크나이트는 진짜 재밌었는데… 베트맨 시리즈가 유일하게 내가 좋아하는 놀란 감독의 영화가 될지도.


엑스마키나 를 보고.

위로 2015. 2. 11. 23:43

포스터의 여자 로봇을 한 배우가 대머리인데도 예뻐서 보게 되었다. 예고도 흥미로웠고.
야심이 큰 시나리오였을 것이다. 하지만 큰 거 한방이 없어 조금은 심심한 영화가 되어버렸다. 난 재밌게 봤지만, 경우에 따라선 지루하다 느낄 수도 있을 것 같다.
사람같은 로봇이 등장하는 영화는 아이러니하게도 인간다움이 주제인 경우가 많은데 이 영화도 크게 보자면 그에 속한다.
하지만 블레이드 러너 정도의 깊이와 충격은 없다. 다시 한번 블레이드 러너가 얼마나 위대한 영화인지 깨달았다.
대자연속에 파묻힌 최첨단 연구소라는 설정이 마음에 들었다. 하지만 천재 A.I 개발자로 나온 오스카 아이작은 어울리지 않는 캐스팅이었다.
케일럽 역할을 맡은 돔놀 글리슨과 최첨단 A.I 로봇 에이바 역할을 맡은 알리시아 비칸데르의 연기가 좋았다.
인간에 대한 동정심, 사랑, 터무니없는 공상이 때로는 인간을 불행의 구렁텅이로 몰아넣지만, 그것이 바로 인간이라는 증거가 아니겠는가.
불쌍한 케일럽은 로봇이 아닌 인간이기 때문에 어리석은 선택을 할 수 밖에 없었던 것이다.

사운드가 진짜 효과적으로 잘 쓰였다. 최첨단의 사운드라는 느낌이 들었다.
밀폐된 공간에서 최소한의 인원으로 이 정도 영화라면 잘만들었고, 뜬금없이 황당한 해피엔딩이 아니라 더 좋았다.
감독의 첫 영화라는데, 다음 영화가 기대된다.


두 주인공에 대해 잡소리 더.
대머리라도 좋으니 저 얼굴로 하루만 살아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정도로 알리시아 비칸데르가 예쁘다. 경이로울 정도로 예쁘다. 세상에 이렇게 예쁜 여자가 존재하다니…
돔놀 글리슨이 스타워즈에 캐스팅 되었다고 한다. 앞으로 승승장구할 일만 남았다는 거다.
돔놀 글리슨은 분명 미남은 아닌데 이상하게 가까운 과거의 고전미 같은 게 느껴지는 얼굴과 분위기다. 대공황 시절 유행하던 스타일의 양복을 입혀도 그 시대 사람처럼 잘 어울리고, 마이클 콜린스 밑에 있는 소심한 IRA 역할도 잘 어울릴 것이다.이런 독특한 분위기와 매력이 돔놀 글리슨을 잘나가는 배우로 만드는 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