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회복

단문 2016. 5. 12. 19:21

세상 끝난 것 처럼 우울해서 찌질하기 그지 없는 일기를 쓰다보니 이제 좀 회복이 된 것 같다.
이성적으로 생각해보니 뭐 그렇게 아쉬울 일이 아니다.
즐거운 상상을 하고, 읽던 책을 읽고, 제일 친한 친구에게 메세지를 보낸다.
내일 술을 마시기로 결심했고, 월요일 오후에는 상담실을 한번 가보기로 했다.
퇴근 후 신도림역까지 와도 하늘이 낮처럼 밝고, 내가 좋아하는 여름도 다가오고 있고, 또 언젠가는 좋은 일도 생길 것 같고 그렇다.
친구​들도 부지런히 만나고 혹시 기회가 생긴다면 낯선 사람과도 만나고 싶고 그렇다.
우울하다고 엄청나게 유난 떠는 게 나름대로 내가 어려움을 극복하는 방법인지도 모르겠다.
인생의 엄청나게 중요한 대부분의 결정은 장고 끝에 내려지는 건 아닌 것 같다. 단 몇 초, 몇 분만에 감정적으로 결정되는 일이 허다하게 많으며 그 여파는 불행히도 일평생 간다.
이 사실을 겸허하게 받아들이고 포기할 건 포기하고 살면 오히려 속이 편하다.
이성적이고 냉철하게 살아봤자 아무 소용이 없다는 생각을 나이들 수록 자주한다.
감정적으로 대처했다가, 죽도록 후회하다 어떻게든 수습하려고 피똥을 싸며 노력해도 결국 이미 늦었다.


회복 알림

일상 2015. 12. 9. 13:26

내 블로그 맨 위에 있는 글이 괴로울 때 썼던 글이라, 볼 때마다 다시 짜증이 솟구치는 것 같아 이를 무마하고자 근무시간에 짧은 글을 쓴다.


지금부터 죽을 때 까지 영혼과 신체를 분리하는 연습을 하려고 한다. 말도 안되는 얘기지만 스트레스 안받고 내 뜻대로 살려면 꼭 필요한 것 같아서 말이다. 영혼까지 거론하며 거창하게 말했지만, 쉽게 말하면 난 멍하니 있는데 남들은 내가 멍한지 못 알아채도록 하는 연습을 하겠다는 말이다. 

회사에서 종종 써먹고 있다.


기분이 생각보다 좋아졌다. 저번주 내린 함박눈이 역할을 한 것 같다. 내가 기억하는 근 10년 동안 눈에 관련된 추억은 모두 엉망진창인 것 밖에 없는데, 그래도 기분이 좋아지는 거 보면 아마 강원도 살던 어린 시절 내가 기억하지 못하는 언젠가는 눈와서 엄청 기분 좋은 일이 있었나보다. 그 때 사진을 보면 대부분 눈이 무릎까지 쌓여있고, 난 모자와 목도리안에 눈만 빼꼼하게 내놓고 있다.


강원도에 살던 시절, 눈이 쌓인 공터에 가서 내 몸보다 큰 눈덩이를 굴렸던 기억이 이상하게 또렷하다. 눈덩이 두개를 만들었지만, 한 눈덩이를 다른 눈덩이에 올릴 수가 없어서, 결국 누워있는 눈사람을 만들었고, 누워있는 눈사람을 만화에 나오는 것 처럼 흙없이 깨끗한 눈사람을 만들고 싶어 까만 부분마다 흰눈을 붙여 땜질했던 생각이 난다.


이런 걸 보면 사람이 커서 겪고 행하는 일이 훨씬 많지만, 각자의 정신의 핵심은 만 10세 이전에 거의 형성되는 것 같다.


작년 12월에 존메이어 1집을 너무 열심히 들어서 그런지, 가끔 길을 가다가도 존 메이어 1집에 있는 노래가 생각이 난다. 또 12월말에는  내 생일이 있기 때문에 종종 Blur 의 Birthday 라는 노래가 또 자동적으로 떠오른다. 또... 크리스마스가 다가오면 호밀밭의 파수꾼 생각도 나고. 겨울이 정말 싫지만 낭만으로 따지면 겨울이 사계절 중 최고인 것 같다. 겨울이 배경인 사랑 영화는 수없이 떠오르는데, 여름이 배경인 사랑 영화와 소설은 인도차이나, 그 후 정도 밖에 안 떠오르는 걸 봐도 그렇고.


저번 1월에 생일인 친구에게 생일 잘 보냈냐 물었더니 Blur 의 Birthday 같은 분위기로 보냈다고 했는데, 나도 아마 올해 그럴 거 같다. 뭐 올해만 그런 게 아니라 사실은 매년 그랬다.



2015년은 지긋지긋해서 이렇게 끝나는 게 전혀 아쉽지 않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