스타킹

단문 2016. 5. 16. 21:19

스타킹만큼 가격 대비 품질이 정확하게 비례하는 공산품도 드물다.
토요일에 친구네집 갈 때 신었던 스타킹이 하나에 8천원 짜리였는데 카페 의자에 뜯겨서 빵구가 났다.
비싼 스타킹은 하나에 삼만원도 넘지만, 내 기준에 하나에 8천원이면 대단히 비싼 편에 속하는 스타킹인데 아까워 죽는 줄 알았다.
오늘 신은 스타킹은 이천원 짜린데, 신은 느낌이 8천원짜리와 엄청나게 차이가 난다. 흐물거리고 색도 별로고 하여튼 맘에 안든다.
난 털털해서 스타킹 대부분 5번 정도 신으면 다 빵꾸나서 버린다. 저번에 백화점 가서 검정 스타킹 10개를 샀는데 벌써 2개 밖에 안남았다.
나같이 스타킹 오래 못신으면 그냥 싼 거 사서 버리고 버리고 해야 하는데, 이 싸구려 스타킹은 아무리 싸구려라지만 너무 심히 구리다. 불쾌할 정도로.
예전에 큰 맘먹고 이태리제, 일본제 스타킹을 거금 주고 사서 신어봤는데, 좋긴 진짜 좋았다. 근데 그 스타킹들도 다 빵꾸나서 5번도 못신고 버렸다.


취하고 싶다.

일상 2016. 5. 11. 22:12

아는 사람만 아는 사실이지만, 난 술을 잘 마시는 편이다. 취하지 않겠다 마음 먹고 취한 적이 거의 없을 정도로.
알코올 분해를 잘해서 술을 잘 마시는 게 아니라, 그냥 정신을 놓지 않는 걸 잘한다고 해야하나. 취하려고 맘 먹으면 작은 맥주 캔 하나에도 취하는데..
대학 시절 혼자 살 때 비틀거리면서 술취해서 들어와선 많이 울었다.
비틀거리긴 해도 정신은 온전해서 언제나 목욕재계하고 개운한 상태로 누웠다.
아무리 즐겁게 술을 마시고 들어와도 하수구 냄새가 나던 그 방에 가면 어김없이 눈물을 쏟았다.
방에 혼자라 아무도 듣는 사람 없는데 나는 굳이 이어폰으로 음악을 들었다. 나중에는 이어폰 사이에 눈물이 자꾸 들어가서 이어폰을 뺄 수 밖에 없었지만.
어렸을 때 부모님이 학교 선생님들 찾아다니면서 나 몰래 상담 받고 다닐 정도로 한동안 못난 모습을 보인 적이 있어서, 우리 부모님은 내가 울거나 조금만 취해 집에 들어가도 심하게 눈치를 보고, 걱정을 하신다. 그럴 때마다 중학생 때 내 얼굴을 쳐다도 못보시던 게 생각나서 너무 슬퍼진다. 그냥 그런 일 없었던 것 처럼 날 대해주시는 건 불가능한거겠지.
그래서 부모님과 함께 산 뒤로는 술마시고 취한 적이 한 번도 없다.
취한 순간에는 아무 생각이 안들지만, 다음날 일어나면 변한 건 하나도 없고 기분이 나아지기는 커녕 항상 더 우울해진다. 하지만 요즘 같아선 재능 발휘해서 진탕 마시고 펑펑 울고 싶다.
어제는 대학시절 이틀이 멀다하고 봤는데 갑자기 연락이 끊긴 수진이한테 메일을 썼다. 아마 그 메일주소를 사용도 안하고 그 편지도 영영 안 읽을 것 같다.
걔가 나와 연락을 끊은 이유가 뭘까.
걔에게 그럴만한 이유가 있으리라 믿지만, 걔가 없었으면 온전히 대학시절을 보내지 못했을텐데, 고마운 마음을 보답할 기회도 주지 않고 갑자기 사라진 친구가 밉다.
오늘 아침에도 자느라 정거장을 지나쳐서 지각했다. 회사에서는 되는 일 하나 없고, 엉망진창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나는 오늘 청첩장 준다고 만난 언니 앞에서는 즐겁게 사는 척했다.


우리 엄마는 늦게 생겼으면 그냥 어디가서 자고 오라고 하신다. 그리고 자유 방임이라고 해도 될만큼 어렸을 때 잔소리를 안하셨다. 공부해라는 말은 한번도 안들어본 것 같고, 치워라, 씻어라. 이런 잔소리도 거의 들어본 기억이 안난다.
그런 부모님 밑에선 난 이상하게 엄청 계획적인 사람으로 자랐다.
그래서 내 계획에도 없는 회식에 가고, 원래 자던 시각보다 늦게 잠을 자야하는 것에 다소 거부감이 있다.
결정적으로 난 여러 사람이 모여서 술 마시기 대회를 하듯 쏘맥을 연거푸 마시며 취하가는 걸 보는 그런 술자리가 너무 싫다. 유흥을 못하고 싫어하는 한국인으로 사는 게 정말 얼마나 힘든 것인지 나같은 성격 아니면 모르겠지.
업무 후 술자리가 어떻게 스트레스 해소가 되는 것인지 난 아마 죽을 때까지 이해하지 못할 것이다.
나는 왜 사회생활에 특화된 사교적 한국인 성격을 타고나지 못한 것일까. 하고 직장 생활 초기에는 좌절도 했지만, 고칠 생각은 없다. 어차피 고쳐지지도 않을 걸 아니까.


1. 반복 훈련의 효과.
사무실에 앉아 있으면서 전화가 오면 반사적으로 수화기를 들고 평소때와는 다른 멘트로 전화를 받는다. 전화오면 무조건 받아야 한다. 어쩔 땐 내가 인지하지도 못한 순간에 이미 전화기에 손이 가있고  저는 누구누구 입니다. 라고 말하고 있는거다. 이제 금방도 그랬다.
아침 저녁으로 출퇴근 할 때도 난 어떻게 가면 가까운 지 알고 내 몸은 본능적으로 어느 새 그 경로를 따라 움직인다. 우리집에서 동인천 역으로 가는 경로는 2개인데 어떤 경로가 몇 분 정도 더 빠른지, 이 순간 신호등에 걸리면 다음 신호등에 걸리는지 안걸리는지, 이로 인해 나는 9분 직통을 탈 수 있는지 아니면 16분 직통을 타야 하는지, 버스를 타러 오면서 고개를 들어 신호등을 보고 저쪽 신호등이 켜졌으니 이 다음은 이 신호등 그러니깐 난 여기서부터 뛰어야 한다. 는 것 까지 이젠 다 알게 되었다.
2개의 경로 중 내가 선호하는 경로로 동인천역에 도착했을 경우 4-3칸에 타야 대방역에서 갈아 탈 때 바로 계단과 연결되고 대방역에서 1호선을 탈 때는 10-4칸을 타야 서울역에서 바로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되지만 10-4 칸은 정말 바쁘지 않음 안타는 것이 좋다는 것도 안다. (종점인 용산역에서 안갈아타고 대방역에서 갈아타는 이유는 대방역 환승로가 훨씬 가깝기 때문에) 정말 바쁘면 종종 타지만 그 칸에 탔다가는 단 4정거장만에 힘이 다 빠져버린다. 더욱 놀라운 것은 대방역에서부터 10-4번 문 앞은 단 한사람도 못탈 듯 미어터지는데 아무리 미어터져도 용산역에서 기다리던 15명 남짓한 사람 모두 무사히 그 10-4번 칸에 탄다는 것. 항상 그렇다. 그럴 때 마다 난 한국인의 저력을 느낀다. 위대한 한국인들. 절대 불가능해 보이는 일도 출근시간 지하철 안에서는 가능한 것이다.
 서울역에서 4호선을 탈 때는 6-3번 칸 까지 가야 충무로역에서 바로 에스컬레이터로 연결되는데, 정말 늦지 않았으면 내가 서울역 에스컬레이터를 걸어 내려가고 있는데 당고개행 전철문이 열렸다 하더라도 전혀 서두를 것이 없다. 그 시간대 당고개행 전철의 배차간격은 거의 3분 정도 밖에 안되기 때문이다.
퇴근길에는 정확하게 이 반대로 집으로 돌아오는데 예전에는 집에 지각한다고 시말서 써야 하는 것도 아니고 뭐하러 열심히 걷냐 싶어서 환승도 느릿느릿 하고 용산역 에스컬레이터에서도 그냥 서있지 안 걸어올라왔다. 하지만 그렇게 느릿느릿 하다가 직통 한개를 그냥 놓쳐버렸을 경우 굉장히 열 받는단 사실을 알고 난 후에는 무조건 환승할 때도 빠르게, 그 경사 심한 용산역 에스컬레이터 위에서도 막 뛰기까지 한다.
다른 사람은 전혀 관심없을 이런 것들에 쓰는 이유는 갑자기 내가 단 몇개월 위에 것들을 반복한 것으로 지금의 나는 거의 단 한번의 오차도 없이 저 모든 것을 매일 해내고 있다는 것이 갑자기 경이로웠기 때문이다. 또 단 한치의 오차도 없이 생활해야 별 탈없이 일주일이 지나간다는 것이 서글퍼지기도 하고 그렇다. 일부러 다르게 행동해볼테야! 라고 동인천역에서 직통탈 때 1-1칸에 타는 등의 일상에 대한 소심한 반항을 해봤자 고달픈 건 어차피 나 니까. 어쩔 수가 없다. 어쩔 수 없다는 것 처럼 판에 박힌 변명도 없지만.

2. 전철 탈 때 선호하는 옆 사람의 유형.
난 용산-동인천 급행을 종점에서 종점까지 타고 가기 때문에 항상 앉고, 항상 어떻게든 자서 조금이나마 내 피로를 해소하려는 사람이다. 이 때문에 급행을 탈 때 옆에 앉는 사람은 나에게 무지하게 중요하다. 옆 사람을 제대로 못 만나면 그 아까운 40분 내내 잠도 못자고 짜증만 나기 때문이다. 내가 좋아하는 옆 사람은 메트로, 포커스 같은 공짜로 주는 신문을 읽지 않고, 이어폰 음악 소리 크지 않고, 팔장끼고 전철에 앉자마자 자려고 워밍업하고 있는 여자다. 그 이유는 신문을 보는 사람은 보통 신문을 넘기면서 자꾸 내 옆구리를 건드리고, 이어폰 음악소리가 크면 좋지도 않은 노래를 옆에 사람이랑 같이 들어야 하고, 팔장을 끼고 자려고 하는 사람은 어찌되었든 나와 목적이 같은 동지같은 사람이고, 남자는 덩치가 여자보다 커서 가만히 있어도 신체가 접하기 때문에 자는데 신경쓰이기 때문이다. 한마디로 요약하면 나 자는데 방해안하는 사람이라 할 수 있다.
그렇다고 나는 옆 사람 자는데 방해를 전혀 안하느냐. 그건 아니다. 근데 내가 방해할 때는 이미 내 몸의 상태가 내 의지를 벗어났을 경우다. 즉, 내가 자느라고 고개가 나도 모르게 옆사람의 구역을 계속 침범하는 경우가 바로 그런 경우. 그래서 나는 웬만하면 문 바로 옆에 자리, 그러니까 머리를 벽에 기댈 수 있는 자리에 앉는다. 하지만 이 경우에도 문제는 발생한다. 이럴 때 잘못 자면 나도 모르게 입이 벌어진 채로 잠을 자는데 예전에 된장녀 같은 시리즈가 유행할 때 처럼 별명을 지어보자면 입벌녀 정도 될까? 흐흐. 가끔 날 보면서 흉하다 생각하는 사람도 있겠지만 뭐 별로 신경 안 쓴다. 걔네들이 내 이름 아는 것도 아니고 다시 만날 사람들도 아니니까. 일단! 나에게는 이런들 저런들 자는게 남는 거니 말이다. 하지만 한가지 걱정은 이러다가 좀만 더 가면 침까지 흘리는 거 아닌가 하는 거다. 아무리 낯짝 두꺼운 나지만 침까지 흘리는 건 좀 아니지 싶다. 다행스럽게도 아직 침 흘리며 잔 적은 없다.

3. 난 저러지 말아야지.
이 포스팅을 처음 시작한 건 어제였고 난 원래 이 말은 안 쓰려고 했다. 하지만 오늘 아침에는 써야겠다. 우리 회사에도 꼴보기 싫은 루꼴라(키드님 블로그에서 차용했습니다)가 있다. 제발 성숙해라. 루꼴라여. 물론 나도 하나도 잘난 거 없는 사람이고 누가 날 옆에서 본다면 욕먹을만한 짓만 하는 사람일지 모르지만 우리회사 루꼴라는 너무 심하다. 그 루꼴라는 가까운 부서에 있는 사람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다혈질인데, 뭐 저번에 어떤 사람 말로는 아마 우리회사에서 제일 구린 사람 중 하나. 랜다. 불행히도 그 루꼴라와 나는 일을 같이 한다.(불쌍하다는 말도 자주 듣는다) 처음 한 3개월 간은 심각하게 다른 이유 하나도 없이 순전히 루꼴라 때문에 회사 관두려고 했다. 근데 3개월 지나니 이젠 이 월급이 없음 생활이 안될 것 같아서 참고 정을 붙여보려고 했다. 지금은 뭐 포기단계다. 왜냐면 대화가 안되는 사람임을 알았기 때문에. 루꼴라 때문에 회사를 관둔 사람은 내가 아는 사람만 총 8명이다. 그 사실을 알고 난 묘한 안도감을 느꼈다. 나만 저 인간을 싫어하는 게 아니었구나. 라는 생각이 들어서.
루꼴라는 시도 때도 없이 대한민국 국민이라면 누구나 다 아는 ㅆㅂ 이라는 두글자로 된 욕을 한다. 아... 나도 나름 귀하게 컸는데 저런 욕 들으면서 돈 벌어야 하나. 라는 생각이 든다. 뭐 더 심할 땐 ㄱㅅㄲ, ㅁㅊㄴ 등 욕도 하고, 그냥 아주 평온한 상태에서는 말 끝마다 씨~ 라는 말을 달고산다. 이제금방도 저런다. 그 입 제발 닥쳐라.
아까 오전에 아주 인텔리젼트 한 모 부장님이 루꼴라한테 왔는데 그 부장님이 루꼴라를 다그치면서 우리한테 원래 같은 공간에 있는 사람은 같은 말을 쓰게 되는데 너희들은(우릴 보면서) 꼭 이사람 말투 배우지 않도록 조심해라. 그리고 넌(루꼴라를 가르치며) 여기 책상위에 있는 약 (약 봉투를 집어들고) 먹고 정신이나 차려. 라고 말하고 가시는 거다. 그 부장님은 오늘부터 2008년 들어 최고 멋있는 남자 1위다.
루꼴라의 황당한 행동을 열거하자면 아예 블로그를 하나 더 만들어서 하루에 하나씩 써도 365일이 모자를 정도이니 이쯤 해야겠다. 내가 루꼴라를 보면서 가장 자주 하는 생각은 '나는 저러지 말자. 제발' 이다. 그런데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던 다짐들을 다 실천하면 정말 훌륭한 사람이 되겠다. 라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하면서도 가끔 똑~같은 행동을 하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면 흠칫 놀란다. 앞으로 나는 저러지 말아야지 했던 것에  대해서는 정말 저러지 말아야겠다. 많이 힘들겠지만, 내가 누군가의 눈에 루꼴라 처럼 보이면 당장 충무로역에서 투신자살 해버릴테다.

4. 강력한 마취주사.
난 화요일에 치과에서 마취주사 3방을 맞았다. 치과 점심시간이 1시부터 2시라고 해서 나는 12시에 예약을 했는데 때문에 밥을 못 먹은 상태였다. 상태를 봐선 마취가 당분간은 안 풀릴 것 같고 점심시간도 얼마 남지 않았고 그 마취주사가 내 위를 마취시킨 건 아니기 때문에 배는 무지하게 고프고 해서 마비된 왼쪽 대신 오른쪽으로 샌드위치를 허겁지겁 먹었다. 그런데 마취가 너무 강력해서인지 씹기가 매우 힘들었다. 고달픈 점심을 다 먹고 휴지로 입을 닦는데 피가 묻는거다. 그것도 아주 많이. 응? 이거 왠 피야? 이러고선 거울을 봤다. 그런데 왼쪽 아랫입술과 윗입술에서 피가 철철 나고 있었다. 내가 추리해본 바로는 내가 오른쪽으로 씹는다고 씹었지만, 습관적으로 난 왼쪽으로도 씹었고 씹는 과정에서 난 입술을 아주 힘껏! 깨물었다. 그러나 나는 마취가 안 풀린 상태라 그것도 모르고 그냥 계속 샌드위치를 먹은 거였다. 상태를 봐서는 한번 깨문 것도 아니고 아주 여러 번은 깨물은 것 같았다. 그 상태로 샌드위치 먹었을 광경을 생각해보니 피는 철철 나는데 나는 허겁지겁 샌드위치를 먹고있는 매우 그로테스크한 광경이 그려졌다. 시간이 좀 지나자 이제 피는 철철 안났지만 계속 조금씩 피가 났는데 오후 4시 반 경 되서야 마취가 풀리면서 그때서야 나는 입술에서 심각한 통증을 느꼈다. 때문에 그 이후로 나는 밥을 제대로 못 먹고 있다. 오늘 아침에 보니 다행히 붓기는 가라앉았다. 아. 밥먹기 불편하다.

5. 성인 게시판.
내가 사랑하는 한 게시판이 있다. 22살인가부터 가입했던 싸이월드 클럽 익명 게시판인데.. 비밀클럽이고 나잇대가 다 내 나잇대고 무엇보다 웃기다. 가입원들은 대부분 여자들이다. 남자도 몇 있긴 하지만 100% 중 한 10% 정도? 내가 요즘 블로그질이 좀 뜸했던 이유 중 거기 익게 읽느라. 도 있다. 심각한 얘기서부터 웃긴 것 까지 많은데 요즘 내가 최고로 웃기게 봤던 게시물은 바로 이거다. (댓글부분은 확대하여 보시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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삭막했던 사무실에서 풋. 하고 웃어버렸다. 저 게시물에서도 알 수 있듯 대부분이 애인이 없고, (그렇다고 애인 없는 사람들의 모임으로 만든 클럽은 아니다) 또 대부분이 루저다. 그런데 어떤 남자가 익게에 여기 클럽 여자들은 성에 대해 너무 무지한 것이 느껴진다. 참 걱정이다. 우리 19세 이상 게시판을 만드는 건 어떠냐? 이런 제안을 올려놓은 거다. 난 이거 보면서 참나. 오지랖도 참 넓으셔. 라고 비웃었다. 아니 그래서 자기가 성에 대해 알고 있는 정보를 다 알려주겠다고? 어이쿠~남자 구성애 나셨네. (구성애님 죄송합니다. 저 구성애님 좋아합니다)  
난 그냥 저 남자가 좀 변태같다. 성인 게시판은 도처에 널렸다. 그런데 왜 굳이 여기 클럽에까지 성인 게시판을 만들려 하는지 모르겠다. 그리고 그 남자도 그런 얘기 할 게시판도 많을텐데.. 흠.. 내 머리론 이해가 안된다. 난 왠지 그 게시판 반댈세.

6. 모르는 전화번호.
요즘에는 대출받으라는 전화도 핸드폰 번호로 온다. 벨이 울리자마자 바로 끊고, 나중에 부재 중 전화가 있길래 전화해보면 다 대출 전화. 평소에 하루종일 문자 하나 안오는 날도 허다한 (자랑이냐) 나는 처음에는 그런 부재 중 전화가 있으면 전화를 해봤다. 몇 번이나 그런 시도를 했다가 이제는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와도. 응. 그래 대출? 이러고 만다. 조금 오래 되었지만, 저번에도 모르는 핸드폰 번호로 전화가 와 있었다. 근데 그 번호로 두번이나 부재중전화가 온 것이 아닌가. 흠... 2번이나 똑같은 번호로 대출 전화가 오진 않던데. 싶어서 다시 전화를 해봤다. 엇. 컬러링이 들리잖아. 대출받으란 전화가 아니네? 라는 생각이 드니까 괜시리 가슴이 두근 두근 했다. 솔직하게 고백하자면 뒷자리 4자리가 내가 알던 번호랑 조합 딱 한번만 달랐던 것이다. (가령 원래가 1234 면 1324 로) 2번이나 전화를 해봤으나 끝내 전화를 안 받았다. 난 그때는 그냥 그래 뭐 잘못 전화했나보다. 하고 말았다. 근데 우울했던 어느날 밤 나는 통화목록을 검색하여 그 전화번호를 끝내 찾아냈다. 골똘히 그 전화번호를 바라봤다. 누굴까? .. 도대체 누굴까... 혹시? 너? 이런 생각을 했다. 솔직히 나 그 번호 하도 되내여서 외워버렸다.
모르는 사람이 전화했든, 내가 지금 생각하는 사람이 전화했든, 아니면 전혀 상상치도 못한 사람이 전화했든 달라지는 게 무어냐. 얼마나 생활이 무미건조하면 이따위일에 마음이 동하는지 모르겠다.
지금도 가끔 궁금한 게 내가 그렇게 힘들었던 것의 100분의 1정도라도 그 사람은 힘들었을까? 아쉬운 건 좀 있었어도 힘든 건 별로 없었겠지.란 생각이 드는데.. 참나. 아직도 이모양 이꼴이니. 질기다 질겨.

+1. 병주고 약주기.
원래 6번까지만 쓰고 말려고 했는데 저 6번 이야기가 너무 우울한 관계로 분위기 쇄신을 위하여 하나더 써놔야겠다. 이것은 욕먹을 각오로 쓴다. 금요일에 휴가를 친구와 보내고 토요일은 집에서, 일요일 역시 집에서 그냥 인터넷이나 하고 있을 때였다. 나보고 살빼라고 말했던 분이 자기 기숙사 복귀하기 전에 저녁이나 먹잰다. 비도 오고 날도 춥고 나가기 귀찮았지만 그래도 토요일 일요일 내내 집에 있기 싫어서 나갔다. 사람이 많았다. 우산을 같이 쓰고 가는데 난 원래 하던데로 후드자켓에 붙어있는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묵묵히 걸어가는데 이럴 땐 보통 팔짱끼지 않냐? 이러길래. 어 그래? 그러고선 그냥 뭐 까짓것. 하고 팔짱을 꼈다.
저녁먹고 차를 마시는데 또 아니 살빼라고 해놓고 왜 또 좋다고 그래? 흥? 이런 얘기나 하고 있는데 우리 미영이는 거의 요정이지 요정. 이러는거다. 살빼라는 얘기도 요정 이라는 말도 태어나서 처음 듣는 얘기니 상쇄하여 용서해주기로 했다.
그나저나. 나보고 요정이래. 왠일이야. 푸하하하핫. 진짜 웃기다. 아니 웃긴 것을 넘어 충격적이기까지.
병주고 약주는 건 안좋은 것이지만, 난 병주는 것 보단 약주는 것의 효과가 훨씬 커서 항상 잘 넘어간다. 귀가 얇아서 칭찬하면 진짜인 줄 알고 좋다고 또. 이런 지조 없는 성격 같으니라고.

월요일 아침

일상 2007. 11. 26. 17:07

1. 12월 22일 동지전까지는 밤이 점점 길어진대지만 오늘 아침은 좀 심했다. 난 6시 50분에 집에서 출발하는데 저번주까지는 먼동이 터오는 새벽이었는데, 오늘 새벽은 완전히 밤이었다. 밤. 가로수등도 다 켜져있고 하늘도 어두운 정도가 아니라 완전히 까만색 이었다.
아.. 오늘부터는 매일 이렇게 밤 같은 때 출근해야 하는건가 싶어서 좀 우울해졌는데 무언가를 하는데 가장 큰 장애물은 항상 '잠' 이었던 내가 새벽에 이렇게 걷고 있다는 거 자체가 신기하고 심지어는 대견했다. 회사앞에 도착했을 때는 8시 20분 이었는데 8시 20분인데도 해가 떠있질 않고 어두컴컴했다. 아무래도 오늘 새벽이 밤 같았던 건 오늘 날씨가 특이해서 그랬던거지 밤이 길어지기 때문만은 아니었나보다.

2. 6시 50분에서 단 1분이라도 늦으면 7시 08분 직통을 타는데 무리가 따른다. 우리 집 앞에서 가는 버스는 딱 1개 빼고 모두 역을 거쳐 가기 때문에 버스가 안와서 속 썩는 경우는 없다. 하지만 내가 횡단보도를 건너고 있으면 버스들이 우회전 하려고 호시탐탐 노리고 있는 절대 변하지 않는 이 교통체계가 문제다. 내가 건너자마자 버스들은 우회전을 하고 난 항상 30미터가량을 버스와 달리기를 한다. 저번에 달리기를 하지 않고 그냥 걸어갔다가 전철 놓치고 아슬아슬하게 지각을 면했다. (우리회사는 지각 3번 하면 시말서 쓴다) 그 이후로는 구두를 신 건 무릎이 아프건 옷이 불편하건 무조건 뛴다.
오늘 아침에도 역시 열심히 뛰었는데 내가 버스를 타려고 문앞에 서는 순간 버스기사가 문을 닫더니 스피드를 내며 그냥 출발해버렸다. 빌어먹을 버스운전기사. 그건 명백히 나를 약올리기 위한 행동이었다. 쳇.
도대체가 인천광역시 버스 운전기사들은 승객기분나쁘게하기실습을 하는건지. 급정거 급출발 급커브 난폭운전을 위한 지덕체를 고루 갖췄다. 인천 버스를 타면서 세계 최초로 버스로 드레프팅이 가능하지 않을까 하는 생각을 한두번 한 게 아니다.
아침에 기분 나쁜 일이 생기면 하루종일 꼬인 적이 한 두번이 아니라 한껏 쫄았는데 다행히 현재 5시 15분까지는 아무일 없었다. 오바.

3. 화요일이다. 오늘 출근길에는 휘엉청 밝은 달을 보았다. 이제 난 밤에 출근해야 하나보다. 어제 아무일도 없었다는 건 거짓말이다. 집에 가기 전에 공포에 떨었다. 아.. 나 진짜 무서워서 일을 할 수 가 없다!

4. 출근을 위한 셋팅이 제대로 되었든 안되었든 난 6시 50분에 현관문을 나서는 것이 목표기 때문에 시간이 모자르면 입어야할 겉 옷, 머플러, 엠피쓰리, 가방 등등을 줄줄이 손에 들고 그냥 나선다. 엘리베이터 안에서, 내려서, 걸어가면서 옷을 입고 머플러를 두르고 엠피쓰리를 귀에 꽂고 장갑을 끼고 가방의 지퍼를 잠근다. 그 중 가장 신경쓰는 것은 엠피쓰리 음악 고르기다. 매일 고민하는데 새벽에 제일 잘 어울리는 곡은 역시 the verve 의 bitter sweet symphony 다. 어제는 새삼스럽게 그 곡이 너무 좋았다. 좋은 건 원래 알고 있었지만 원래 좋아했던 것의 한 100배 정도는 좋게 들렸다. urban hymns 는 명반 중의 명반 중의 명반이다. 진짜로. sonnet, this time 등등의 노래가 어제따라 귀에 쏙쏙 박혔다.


5. 제일 신경쓰는게 음악고르기라면 매일 아침 가장 큰 고민은 어떻게 하면 전철안에서 쉽게 잠들까 하는 거다. 부천역 전에 잠이 들어주면 좋으련만 아직까진 무리다. 예전에는 한숨도 못자다가 노력끝에 이제 잠드는 법을 터득했다. 우르르 몰려서 내리는 신도림역에서 잠을 깨지만 단 10분 간이라도 잠을 자면 몸이 가뿐하다. 신도림역에서 내리는 사람들을 보면 2호선에 직장이 있지 않음에 항상 감사드린다. 매일 매일 노력해서 눈을 감고 5분안에 잠들고 말테다.

6. 원래 주말 이틀 중 하루는 야외활동을 하는 것을 원칙으로 삼고 있었다. 이틀 연속 야외활동을 하고 출근했다가 그 주 목요일때는 피곤해서 죽을 뻔 했기 때문에 하루로 제한을 한 것이었다. 저번에 동기 남자애 아는 누나가 '주말에 쉬어야 주중에 일할 수 있어.' 라면서 하루종일 집에만 있는단 얘기를 들었는데. 이 얼마나 명언이냐. 어찌되었든 난 이번주말에 이틀연속으로 실내활동=집에서 놀기 만 했는데.. 슈퍼도 안가고 이틀연속 바깥에 안나갔다. 나중에는 좀 지겨웠지만, 월요일 아침에 난 깜짝 놀라고 말았다.
놀랍도록 가벼운 이 육체! 정말 몸이 가뿐했다.
이러면 안되지만 이 개운함에 매혹되어버릴 것만 같다.;;

7. 화요일쯤 되면 정말 막막하다. 일주일이 영원히 끝나지 않을 것 같은 생각이 들기 때문이다. 수요일에는 스트레스가 정점을 치고 목요일 저녁 때는 내일이 금요일이다. 라는 희망으로 충만하여 퇴근을 한다. 엊그제 말했지만 난 세상에서 제일 좋은 게 '퇴근' 이다. 세상에서 제일 싫은 건 당연히 '출근' 이지. 킬킬킬. 아무리 좋아하는 일을 직업으로 삼아도 '출근'을 좋아하고 '퇴근'을 싫어하는 건 불가능할 것 같다.

8. 화요일 오늘 하루도 무사히 넘어가길 바란다. 나와 날 아는 모든 사람들도. 저는 이제 점심 먹으러 갑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