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남색 완전 기본 트랜치코트가 있다. 너무 길고 불편해서 잘 안입는데, 내가 가진 옷 중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그 옷.

그 코트를 저번달에 오랜만에 입는데 주머니에서 영수증이 나왔다.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 앞의 싸구려 밥집 영수증이었다. 그날 일이 아련히 떠올랐다. 작년 4월 초였는데, 대학 선배가 학교로 찾아왔었다.

그 선배가 왜 날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제대복학 하자마자 본 여자가 나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여하튼, 거의 7년 만에 학교에 와서 나한테 밥 얻어먹고 던킨도너츠가서 내가 차도 마시고, 늦은 금요일 밤 사람 없는 학교를 걷다가, 선배가 갑자기 손을 잡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 이게 내 대학 때 꿈이었는데. 너랑 손잡고 학교 걷는 거."

미안함이 밀려왔지만, 다 지난 일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쳇. 


난 어제 밤에 구토를 총 3번 하고 설사는 샐 수 없을 만큼 하다가 오늘 출근했다.
3박4일 내내 멀쩡하다가 왜 출근 전날 그런건지? (너무 오기 싫어서 그랬나)
결국 물 한모금 못 먹고 출근했는데 계단 내려가는데 다리가 후들후들 떨려서 고꾸라질 뻔 했다.
엄마가 전철안에서 토할 지도 모른다고 검정봉지까지 챙겨줬는데 서울역 들어오는데 갑자기 속에서 또 반응이 오는거다. 그래서 하나님께 진심으로 기도했다. 토 안하게 해달라고.
어제만 해도 좋았다. 친구랑 예스맨 보고 롤도 먹고 타조 차이티라떼도 먹고. 근데 집에와서 목마르다고 물 한컵을 벌컥벌컥 마셨는데 그게 그렇게 되냐고.
약 먹은 것도 다 토하고 웬만하면 회사도 안오려고 했는데 무슨 중요한 면담 있다고 해서 왔더니만 나는 다음으로 미뤄졌댄다.
그리고 오늘 따라 중고 카메라 팔기로 한 사람 만나고 들어가기로 했다.
이젠 열도 나고 막 오한이 오고, 중요한 면담이라고 해서 치마 입고 오느라고 다리도 시려 죽겠다.

근데 아까 회사 선배가 월말이라 일 많으니까 나보고 빨리 나으랜다.
그 선배 아프기만 해봐라. 나한테 한말 똑같이 해줄테다. 아 서러워.
체한데다가 감기까지 아주 탈수 제대로 되는구나. 아 괴로워. 콧물은 하도 닦았더니 코도 완전 아프다.
제기랄 진짜 지옥이 따로 없네.

친한 언니 만나기

일상 2008. 1. 14. 19:00
일요일에는 학교다니면서 친했던 언니를 만났다. 얼마만인지 모를 정도로 오랜만이었다. 지금 생각해보니.. 언니를 2006년 여름 이후로 처음 만난 거였다. 1년 반 만에 만난 언니였다.
만나려고 맘만 먹으면 이렇게 쉬운 걸. 그동안 이상하게 시간도 안맞고 여러가지가 안 맞아서 못 만났다.

그 언니는 일본에서 약 1년정도 살다 온 언니라, 일본 여행에 대하여 물어보려 했으나, 애초에 머릿속이 백지장 상태라 물어볼 것 도 없었다. 일본 여행 갔다온 다른 오빠는 계획 세워서 제대로 갔다와야 한다고 하고, 이 언니는 그냥 책 한권만 가져가서 그날 그날 일정 잡아도 된다고 하니 누구 말이 맞는지 모르겠다. 문제는.. 둘다 일본어 능통자라 결국 나와는 별 상관이 없다는 것이지만.

토요일에 아주 쪼금 맛보기로 여행 첫날 일정을 잡았는데, 이렇게 책으로 보아한들 뭐가 도움이 되랴 싶었다. 하지만 그래도 어떤 전철 타고 가는지는 알아야지.

홍대에서 오랜만에 만난 언니와 어떻게 이 짧은 시간에 이렇게 밀도 높은 수다를 떨 수 있을까. 감탄할 만큼 수많은 주제에 대해서 말을 했는데. 일단 내가 요즘 회사에서 겪고 있는 고민에 대하여 언니한테 상담한 결과.

결론은 이렇고 저렇고 피곤하고 힘들지만 '일단 버텨' 이거였다.

그 언니는 이번 여름에 2년차가 된다. 나는 이번 여름에 1년차가 된다. 부러웠다. 그런데 나의 문제는 일단은 이 경력이 쌓여도 이 경력으로 똑같은 일로 이직을 하고 싶지 않다는 거다. 언니도 역시 마찬가지였다. 그래도 어찌되었든 1년 더 직장생활을 했다는 것은 진짜 대단한거다. 그리고 내가 이직 어쩌고 말하고 있을 군번이 아니다. 겨우 6개월 정도 해놓고. ㅠ

아. 참. 어제 언니 만나러 가면서 우여곡절이 너무 많았다.
핸드폰이 없으면 얼마나 무기력해지는지 깨달은 순간이랄까. 평소에 친한 사람들 번호는 거의 다 외우고 다니는 편인데, 괜히 이렇게 된 것이 아니라, 하도 핸드폰을 잘 놓고 다니니 이렇게 된거다. 또 검색하는게 너무 귀찮아서 일부러 외워버린 것도 있고.
일요일에 홍대가는길에 신도림역에서 갈아타면서 깨달았다. 집에 핸드폰을 놓고 왔다는 사실을.
총 3명한테 "저기요. 죄송한데요. 핸드폰 한번만 써도 돼요?" 라고 말하며 최대한 불쌍한 태도로 핸드폰 동냥을 해서, 집에서 놀고 있던 동생한테 전화해서, 언니 핸드폰 번호를 알아내고, 홍대 공중전화에서 언니한테 전화하고 해서 다행스럽게 언니를 만났다. 공중전화가 그렇게 소중해질 줄이야. 홍대에서 전화하자고 약속을 정해놓은 터라 하마터면 못 볼 뻔 했다.;
학교 다닐 땐 이 언니 번호도 당연히 외우고 있었는데, 너무 오랜만이라 까먹었다. 다시한번 리마인드 하여 외워버려야겠다. 그 이전에 핸드폰을 잘 챙겨야겠지만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