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에게는 남색 완전 기본 트랜치코트가 있다. 너무 길고 불편해서 잘 안입는데, 내가 가진 옷 중 가장 비싼 축에 속하는 그 옷.

그 코트를 저번달에 오랜만에 입는데 주머니에서 영수증이 나왔다. 내가 일하고 있는 학교 앞의 싸구려 밥집 영수증이었다. 그날 일이 아련히 떠올랐다. 작년 4월 초였는데, 대학 선배가 학교로 찾아왔었다.

그 선배가 왜 날 좋아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내 생각에는 제대복학 하자마자 본 여자가 나였기 때문이 아닐까 하고 생각한다.

여하튼, 거의 7년 만에 학교에 와서 나한테 밥 얻어먹고 던킨도너츠가서 내가 차도 마시고, 늦은 금요일 밤 사람 없는 학교를 걷다가, 선배가 갑자기 손을 잡더니 이렇게 말했다.

"아... 이게 내 대학 때 꿈이었는데. 너랑 손잡고 학교 걷는 거."

미안함이 밀려왔지만, 다 지난 일이라 어쩔 수가 없었다. 쳇.