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원생'에 해당되는 글 2건

  1. 2010.10.22 부작용
  2. 2010.09.28 새로운 직장에서 2

부작용

일상 2010. 10. 22. 10:04
오랜기간 여자가 매우 초과한 환경에서 애인도 살다보니 약간의 부작용이 있는데 첫째는 남자랑 얘기할 때 시선처리를 제대로 못하겠는 것과, 둘째는 남자가 조금만 나한테 잘해줘도 엇 나한테 관심있나? 하고 착각을 하게 되는 것이다. 또 한가지를 덧붙이자면 표정관리가 안되는 거?
회사 다닐 때는 전혀 구경도 못해보던 23~30 살 사이 직장인 아닌 학생 남자애들과 이야기를 하다보니 어색하기도 하고.. 학교 다닐 때도 우리과에는 죄다 여자라 그닥 남자랑 말할 기회가 없었으니까.
대학원생들한테는 보통 氏 를 붙여서 이야기 하고, 학부생들한테도 웬만하면 다 氏 붙여서 존칭을 쓰고 있는데, 붙임성 좋은 남자애들은 "네 누나" "누나 고마워요." 이런식으로 이야기 하는데 어떻게 반응을 보여야 할 지 잘 모르겠다. 나보고 누나라니!!! 으아. (친동생 말고는 누나라는 호칭을 같은 또래 남자한테서 들어본 기억이 없음)  보통 그런 붙임성 좋은 애들은 학부생이니 말을 편하게 하라고 하는데 오히려 난 존댓말이 편하다. 예전에는 말도 잘 놓고 그런 성격이었는데 회사다니면서 변했다. 친하게 되면 오히려 더 불편해질 수도 있다는 지극히 이기적인 생각때문인 거 같기도 하고. 지금은 완전 친하게 지내는 회사 후배한테도 말을 놓는 데에는 6개월 이상이 걸렸다.
이러한 내 성격과 남자와의 상호작용을 많이 하지 못한 것에 대한 부작용 때문에 조금 곤란한 일이 많이 발생하고 있다.
한가지 예를 들면 대학원생 중에 예전에 처음 봤을 때 부터 잘생겼다고 생각한 사람이 한명 있었는데 그 사람이 자기네 연구실 서류나 뭐 물어볼 거 있으면 여기로 올 때마다 표정관리가 안되는 거다. 얼굴 달아오르는 것도 내가 느낄 정도고, 그거 때문에 부담이 되서 그런지 그 사람 있는 연구실 서류 막 엉뚱한데다 놓고, 다른 연구실 서류 거기에 껴놓고, 실수가 과도하여 맨날 미안하다고 사과만 하고 있다.
저번에는 그 사람이 내 앞에서서 한 십오분 정도 이야기를 하는데 어서 저 분이 자기 연구실로 돌아가셨음 좋겠단 생각을 하면서 난 무슨 얘기를 더 해야하나 하고 고민하다가 멀뚱 멀뚱 딴 이야기만 계속 했다. (정적이 두려워서)
그럼에도 불구하고 며칠전에 썼다시피 워낙 회사에 낙이 없다보니, 잘생긴 남자 보는 낙이라도 있어야제 하는 생각에 오늘은 핸섬보이님 안오나? 하고 기다릴 때도 있다. 노크소리가 들리면 혹시?? 하는 기대까지 하게되니, 참 잘생기고 이쁜 사람은 좋겠구나 하는 생각을 뼈져리게 하게 되는 요즘이다.

새로운 직장에서

일상 2010. 9. 28. 09:23
회사에 출근해서 처음으로 딴 짓을 하고 있다. 내일부터 조금 바빠질 것 같은데 오늘은 조용할 거 같다. 좀 있다가 저쪽 다른 건물 한번 가야 하는데 벌써 군기가 빠진건지 다른 때 같으면 부지런하게 아침에 오자마자 본부건물에 가서 제출할 거 제출하고 했겠지만 있다가지 뭐 하고 있다.
궁금해하는 사람은 없겠지만 약 한달간 여기에서 일한 느낌을 말하자면

1. 무서운 대학원생들
: 나와 가까운 사람 중에는 대학원에 들어간 사람은 단 한명도 없다. 다들 대학 졸업해서 돈 벌고 있고 아마 앞으로도 대학원에 갈 생각이 없는 사람들이 대부분일 거다. 이런 이유들로 난 대학원생들의 세상을 전혀 몰랐고, 여기와서 일하면서 난생처음 대학원생들을 맞대하고 있다. 내가 있는 과가 우리학교에서 그닥 밀어주는 과도 아니고 워낙 소규모긴 하지만 생각보다 대학원생들이 엄청 많다. 소심한 나는 석사과정 말고 박사과정한테는 말도 제대로 못 붙이고 있고 더 정확히 말하자면 앞으로도 많이 안 부딪치려고 말을 많이 섞지 않을 예정이다. 특히 아저씨들 한테는 말이다. 난 누가 돈 주면서 공부하라고 해도 할까말까인데 여기 사람들은 몇백씩 줘가면서 공부를 하고 있는 걸 보자니 참 이해 안간다는 생각도 들고 그렇다. 솔직히 난 사회나가서 일하면서 내가 대학에서 배운 건 진짜 단 한가지도 필요 없고 그냥 사회로 나오기까지의 유예기간만 늘려주었을 뿐이라는 생각을 많이 했다. 물론 대학을 안나온 사람들에 대한 편견같은 것에는 자유로울 수 있다지만 일하다 보니 대학 나온 사람이나 고등학교 나온 사람이나 일하는 능력에서의 차이는 전혀 느낄 수가 없었다. 오히려 전문대 나오거나 고등학교 나오서 바로 일한 사람들보다 내가 딸렸으면 딸렸지. (내가 일하는 회사만 그랬을 수도 있다) 대학원에 몸을 담은 적이 없어서 잘 모르겠지만, 어차피 대학원에서 웅크리고 있어봤자 점점 겁쟁이만 될 거 같다. 또 한가지 신기한 점은 난 내가 나온 이 모교에 대해서 애정이 전혀 없는데 반해 여기 대학원생들은 나름 자부심 갖고 있고 다른 곳에서 대학 나온 사람들을 약간 무시하고 텃새 부리는 느낌인데, 내가 상관할바는 아니라고 해도 좀 같잖다. (역시 난 세상 사람들을 따뜻한 시선으로 바라볼 수 없는 인간인가!)

2. 출퇴근 시간과 새로운 세상
: 출퇴근 시간이 짧으니 새로운 세상이 열렸다. 흐흐흐. 무슨 소리인고 하니 난 예전 회사를 다니면서 편도로만 1시간 반이 걸렸기 때문에 퇴근 후에 무언가를 한다는 건 내 기력상 상상할 수 없는 일 이었다. 그런데 지금은 아무리 오래 걸려도 집에 오고 가는데 40분이면 간다. 예전에 마을버스 - 전철 2번 갈아탈 필요도 없고 버스 한번이면 바로 직장으로 도착이다. 칼퇴를 해도 7시 이전에는 절대 집에 올 수 없는 회사를 다니다가 예전회사보다 30분 더 늦게 끝나는데도 집에 오면 7시가 안되는 이상한 느낌에 적응하느라 애를 좀 먹었다. 지금에서야 예전 회사 사람들은 이런 생활을 하니까 퇴근 후에 운동도 하고 사람도 만나고 술도 마시고 한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무엇보다 아침에 눈뜨기가 훨씬 수월하다는 게 가장 큰 장점이다. 예전 직장보다 직장 내 위치도 구리고 월급은 몇십만원이 깍였지만, 몸이 편하니까 전혀 슬프지 않다. 학교고 직장이고 뭐든 가까운 게 제일이야!

3. 윤택한 사무실 생활을 위한 물건들
: 예전에 내가 일하던 회사 사진을 올렸을 때 봤겠지만 난 사무실에 이상한 걸 많이 갖추고 사는 사람 중 하나였다. 큰 건 별로 없지만, 팔꿈치 보호대까지 갖추고 살았으니까. (근데 이 팔꿈치 보호대 사용해보면 다들 좋아할텐데. 정말 안아프다!) 첫 출근을 준비하면서 큰 가방에 짐을 엄청 싸놨는데 2주동안은 일하느라고 하나도 풀지 못했었다. 그게 마음의 짐으로 계속 남아있다가 추석 당일날 결심을 하고 회사에 와서 사무실도 쓸고 닦고 그 짐을 다 풀었다. 원래 사람이 관두기 직전이면 사무실에 애정도 안가고 별로 정리하고 싶지도 않고 그러니까 이해는 하지만 예전 사무실 모습은 너무 비효율적이고 불편하고 지저분했다. 다 정리하고 나니까 마음도 편안해지고 기분 좋고 일도 막 잘되는 거 같고 이제 손 닿는 곳에 비품이 있어서 편하다. 한동안은 커피도 못 내려마셨는데 혼자 커피도 내려마시고, 화분도 가져다 놓고 조금은 안정권에 접어들었다. 아직 모르는 게 엄청 많아서 긴장된 상태긴 하지만 조금씩 나아질 거라 위안하고 싶다.

4. 점심메뉴 고민
: 사무실을 혼자 사용하고 있다고 말했는데 점심은 여기 같은 단과대학 소속 사람들이랑 먹어야만 한다. 그래서 11시 30분 정도가 되면 맨날 네이트온 창을 켜서 메뉴를 정하는데 난 그냥 제일 가까운 저쪽 사범대학 쪽 식당가서 밥 먹고 빨리와서 쉬고 싶은데 사람들은 그 메뉴를 골라서 맨날 멀리까지 간다. 또 그 단과대학 사람들 중에 한 사람을 내가 별로 안 좋아해서 그냥 거짓말 하고 혼자 사범대학 식당가서 먹고 그럴 때도 꽤 있다. 가끔 도움 받을 일이 있어서 아예 모른 척은 못하고 있지만, 차라리 혼자 밥먹고 싶을 때가 한두번이 아니다.

0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