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든.

단문 2016. 5. 9. 23:10

오늘 너무 피곤해서 전철에 앉아서 신나게 자다 아침에도 내릴 정거장에서 못내리고, 퇴근 길에도 신도림에서 못내려서 구로디지털단지 역까지 갔다왔다.
왜 이렇게 피곤한지 모르겠다.
이렇게 패배감에 절어서는 나에게 아무런 도움이 되지 않는다.
그러니까 어떻게든 이겨내기로 결심했다.
어쨌든 난 당장은 죽을 수 없고, 나에게 주어진 남은 인생은 어쩔 수 없이 살긴 살아야 하니까 말이다.
이 아픔을 넘을 수 있는 수가 있긴 할텐데 그게 뭔지는 서서히 알아나갈 수 있으리라 믿는다.


큰 결정

일상 2012. 6. 30. 21:15

저번 주 월요일에는 엄마의 생신이셨다. 요즘 우리집은 내가 초등학교 2학년 때 이후로 제일 어려운 것 같다. 그 때는 나랑 동생이 워낙 어려서 그냥 저냥 지나갔지만, 지금은 느껴진다. 우리집이 어려운 것이. 물가도 비싸고 우리집에 들어오는 돈은 적고. 다들 어렵다 어렵다 하는데 경제가 나아지면 잘살 수 있는건가? 그건 아닌 것 같은데. 

이러한 이유로 엄마의 생신 선물도 다 생략하고 우리집은 작은 아이스크림 케익 하나를 사서 초도 불고 생일 축하 노래도 부르고 했다.


수요일에는 며칠 전 블로그에 썼던 면접본 회사에서 전화가 왔다. 최대한 빨리 정리하고 출근하라는 내용이었다. 고맙습니다. 라고 인사하고 전화를 끊는 순간부터 가슴이 두근두근 뛰었다. 어찌되었든 정말 크나큰 변화가 찾아올 것이라 두렵기도 하고 무섭기도 하고 잘해낼 수 있을까 고민도 되고. 그런데 이건 내 느낌인데 사장에게 나는 최선책이 아니었던 것 같다. 차선책 정도 됐는데 아마 최선책이 연봉을 높이 불렀거나 다른 데 간다고 했거나... 그래서 이렇게 연락도 늦고, 전화해서도 연신 "잘할 수 있겠냐" 를 물으면서 계속 의심을 했던 것 같다. 솔직히 사장이 제시한 연봉에 사장이 원하는 성과를 낼 수 있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그 정도로 충격적인 연봉. 으으. 하지만 난 그 연봉을 감수하기로 했다.

근데 잘할 수 있냐고 물어보면 뭐라고 대답해야 하는거지? 거기서 요구하는 수준이 어느 정도 수준인 지를 알 수가 없으니. 솔직히 말하면 난 사장이 원하는대로 잘할 자신이 없기는 한데. 크크큭.  


사실 6월 9일에 면접을 본 후에 결과 기다리고 있는 중에 학교 교수님이 친구가 하고 있는 회사에 들어가고 싶으면 들어가라고 추천을 해주셨었다. 불시에 그 회사 사장님이 회사로 찾아와서 점심을 먹자고 하는 통에 얼떨결에 면접도 봐버렸는데, 다행히 그날 퇴근 후 연주회에 가기로 되어 있어서 예의 차린 옷차림으로 그 회사 사장님을 맞을 수 있었다. 

그 회사도 사장님은 참 인자하고 좋은 것 같고, 연봉도 나쁘지 않은 것 같아서 갈등을 많이 했다. 그래서 수요일에 출근하라는 전화를 받고 퇴근 후 몰래 그 회사를 다녀와봤다. 그리고 시원하게 확실한 결론을 내릴 수 있었다. 교수님이 추천해주신 회사는 너무도 멀었다. 난 태어나서 경기도 고양을 처음 가봣는데, 차가 있으면 행복한 회사라더니 김포공항에서 내려서 택시에서 네비게이션에 주소를 치고 찾아가는데 점점 "아.. 여기는 어딘가" 이런 생각이 들고, 점점 골목에 골목을 지나가고 옛날 전원일기에 나올 법한 시골마을 한 가운데 멀쩡한 건물이 하나 딱 있는데 그게 바로 추천해주신 그 회사였다. 차도 없고 아무것도 없는 벌판이라 택시도 다시는 못 잡을 것 같아서 타고 갔던 택시를 타고 다시 김포공항으로 돌아오는데 아쉽지만 이건 아니다. 하는 마음에 큰 결심을 했다. (택시비만 왕복 만오천원 나왔음)  김포공항도 처음 가봤는데 뭐 김포공항도 좋더구만.

내가 거절을 해서 교수님도 조금 입장이 난감하고 삐지신 것 같고, 나도 좀 죄송스럽고 그렇다. 나도 뭐 이럴 줄 알았나.


큰 변화는 내 앞에 있고, 지금 학교에서도 일이 최고 많을 시기라서 마음도 심란하고 인수인계 해주고 난 하루도 제대로 못 쉬고 출근하게 생겼는데 당분간은 휴가 이런 거는 먼나라 얘기겠지. 그냥 한가지 위안은 30살 대한민국 여성으로서 사회에서 기능을 하는 사람이 될 수 있다는 거? 그리고 교수님이 추천한 회사를 갔으면 계속 교수님들과 얽힐 수 있었는데, 내가 내 갈길 찾은거라 완전히 여기와는 영원히 안녕을 고할 수 있게 된 거. 이왕 새롭게 시작하는 거 처음부터 다 새롭게 시작하고 싶은 마음도 컸으니까.


아 그리고 또 별개로 또 큰 결심을 하나 했는데, 신용카드를 정말 필요한 상황 아니면 사용을 안하기로 했다. 우리집이 어렵기도 하고, 요즘은 체크카드도 꽤 좋은 게 많으니까. 저번달 저저번달 리볼빙 하면서 기하급수적으로 불어가는 내 신용카드 결재액을 보면서 느낀 바가 좀 있어서. 체크카드를 주사용카드로 만들기 위해서 예금을 분할해지 해서 한 100만원 가량을 통장으로 옮겼는데..(6월 월급은 전액 카드결재액으로 나가버리고 잔액이 없어서 결국 예금을 분할해지했다. 흑흑) 금요일에 혜택 좋은 체크카드도 만들었다. 다음달에 카드고지서 받으면 좀 뿌듯할 것 같다. 좀 힘들겠지만 이보다 더 힘든 일도 해냈으니 잘할 수 있을 것이라 믿는다. 사람은 누구나 닥치면 어떻게든 해낼 수 있으니까. 

저번주에는 교회 결국 자느라 못갔는데 내일은 교회가서 기도도 좀 하고 와야지. 한 주 정리도 하고 다음주를 위하여 기도도 좀 하고. 난 신앙심이 깊은 편은 아닌데 그냥 교회가서 눈감고 속으로 소망하는 바를 말하다보면 심신이 편안해지고 진짜로 다 잘될 것 같은 기분도 들어서 교회에 간다. 뭐... 또 자느라고 못갈 수도 있지만.  


아. 근데, 내가 들어갈 회사 사장이 나보고 하도 엑셀 못할 거 같다고 해서 오늘 컴퓨터학원도 등록하고 왔다. 나도 참 어지간히 불안했나보다. 오랜만에 비와서 상쾌한 인천시내를 버스타고 돌아다녔더니 기분이 한결 좋아졌다. 다행스럽게도 요즘에는 별로 외롭지도 않고 그렇다.  


결심 후 실천.

일상 2010. 2. 8. 12:04
난 뭐든 결심하면 바로 해버릴 때도 많지만, 전혀 그 반대가 될 때도 많다.
뭐든 결심하면 바로 하는 건 대부분 뭘 살 때.(;;;)

내가 몇 년 전서부터 결심에 또 결심을 한 일이 있었는데 행동으로 옮기는데, 엄청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런데 워낙 큰 결심은 오래전 서 부터 확실하다고 생각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실제 그 상황이 닥치면 망설이게 되는 거 같다. 내가 소심해서 그런걸까?
망설인다는 것보다는 떨린다는 표현이 더 맞으려나.
망설이게 되는 건 결심을 하고 실천을 하고 다가올 그 뒷 상황을 감당할 자신이 없기 때문이겠지. 하지만 100% 보장된 일만 하면서 살 순 없다고 생각한다. 100% 보장된 길만 걸을 수 있는 사람들이 부럽고 행복해 보이지만, 남들이 말하는 맨땅에 헤딩을 하려는 것도, 누군가는 이해해 줄 것이라 믿는다.

2010년 들어 내 나이가 지나치게 많게 느껴지고 남과 비교 안하려고 죽도록 노력하면서도 항상 비교하고 있는 나 이지만, 그냥 거짓말 처럼 내 인생이 좀 술술 풀렸으면 좋겠다.
그런데 난 왜 이렇게 어려서 부터 항상 내 인생이 불만인 걸까. 아무래도 내 성격도 참 행복하게 살기 글러 먹은 거 같기도 하고.
더더더더 큰 나의 문제점은 결심만 하고 준비하는 데 서툴다는 거다. 아 준비하자. 준비를 계속 해왔다면 이렇게 오래 거릴지도 않았을 것을.

게으른 블로거.

일상 2010. 1. 12. 10:18

1월 4일에는 눈이 엄청 와서 정상적으로도 1시간 반 씩이나 걸리는 출퇴근 거리를 1호선 타고 일주일 동안 왔다갔다 했다. 블로그에 포스팅 했을 당시에는 엄청 화가 났지만, 한 수요일 쯤에는 이미 내 힘으로 어떻게 되는 부분이 아닌 걸 깨닫고 포기를 했다. 내가 화를 낸다고 해서 수도권에 엄청 쌓인 눈이 다 녹아버리는 것도 아니었고, 얼어붙는 전철문의 결함이 고쳐지는 것도 아니었으니까. (놀라운 자연의 힘이여~)
수요일에는 부모님과 일생일대의 중요한 대화를 하다가 속상해서 엄청 울었다. 지금 오면 내가 너무 오바해서 생각한 면이 있긴 한데, 그냥 단 한번도 내가 하려는 일이 성공할 것이라고 용기를 주지 않는 부모님이 야속했다. 부모님도 젊었을 때 꿈도 있고, 희망도 있고, 최악의 경우보다 최상의 경우를 먼저 생각했던 시절이 있으셨을 것이라 생각한다. 나에게 그렇게 최악의 경우만을 말씀하시는 부모님이 가여웠다. 내가 태어나기 전 태어난 후 최상을 생각했다가 숱하게 최악을 경험하셨을 것이고, 당연히 내가 지금 시도하려는 모든 행동은 최악을 향해 달려가는 것 처럼 보이겠지만, 세상의 이치는 어쩔 수 없다. 난 28살이다. 50살이 넘지 않았기 때문에 나중에 알게 될 일을 지금 알 수는 없는 것 아닌가. 세상에 멋지게 살고싶지 않았던 인간은 없다. 부모님도 그런 사람 중 하나였을 것이다. 날 믿지 못하셔서 그런 말씀을 하셨다기 보다는 세상을 믿지 못하셔서 그랬다고 생각하고 싶다.
1월 13일 부터 14일까지는 경북 문경까지 워크샵을 갔다. 말이 워크샵이지 가서 배드민턴, 사격, 골프, 알까기, 다트, 볼보이 등등 별의 별 운동을 시켜서 그걸 다했다. 하루종일.그리고 이틀동안. 13일 아침 7시까지 회사에 집합하라고 해서 새벽 4시반에 일어나서 용산역직통 첫차인 5시 28분차를 기다렸다. 올해 들어 최악의 추위라는 영하 15도의 새벽이었다. 너무 서둘러서 5시 10분쯤 동인천역에서 첫차를 기다리는데 지독하게 외롭고 추웠다. 아무래도 지구에 빙하기가 도래하는 건 아닌지 모르겠지만, 북극 남극에는 얼음이 녹고, 동계올림픽 개최지인 벤쿠버는 이상고온이라는데 그날 인천은 필요이상으로 추웠다. 레깅스, 얇은 츄리닝바지, 조금 두꺼운 츄리닝바지까지 총 3겹을 입었는데도 추웠다. 위에는 총 5겹. 5겹이고 3겹이고 춥고 외로웠다.
동생이 말년휴가를 나왔다. 17일 복귀하여 하룻밤 자고 18일 제대라고 한다. 내동생이 군대를 갈 때도 난 직장인이었다. 지금도 직장인이다. 동생이 말하길 가만히 있다가도 "나 18일에 제대." 이 생각만 하면 좋아서 미칠 것 같다고 한다. 하루에도 자신이 드디어 제대라는 생각을 100번이상 하는 것 같다. (옆에서 보기에 그렇다) 현재 대한민국에서 가장 기분 좋은 사람 중 한 명일 것이다.
저번 주 금요일 내 심경의 이상징후를 느낀 나랑 가장 친한 중학교 친구는 늦었어도 잠깐 자기를 만나서 이야기를 해달라고 했다. 그렇게 해주는 친구가 너무 고마워서 눈물이 날 지경이었고, 1호선이 또 종각역에서 연착되었음에도 친구를 만났다. 그때 놀라운 걸 알게 되었다. 내가 입사한지 두달쯤 되었을 때 내가 친구한테 그랬더랜다. "나 이 일 적성에 안 맞아. 아닌 것 같아." 라고. 2007년 가을부터 지금까지 난 미련하게 참았다. 내 동생은 이게 다 누나가 소신없는 삶을 살아서 그런 거라고 했고, 친구는 너무 착해서란다. 소신없고 착한척 한 걸 다른 말로 하면 바보 같아서 겠지. 난 바보다. 바보. 으하하하하하.
대학 때도 전공이 무지하게 내 성격과 안 맞는다고 대학교 1학년 때 이미 뼈져리게 깨달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과로 가봤자 졸업해도 실업자가 될 것이 뻔하다고 생각하여 꾹 참고 4년을 허비했다. 취직을 할 때도 이 일이 내 성격과 정말 맞지 않는다고 생각하였는데, 그래도 돈을 벌자. 해서 취직을 했다. 누구를 위해서 이렇게 무식하게 버티고 살았는지 모르겠다.
1월 초에 하도 답답해서 썼던 인턴 서류에 붙었다. 썼는지 안 썼는지 까먹고 있었던 이력서였다. 당장 월요일에 인적성을 보러 오라는데, 머리가 나빠서 아이큐 테스트 비스므리한 문제는 절대 못푸는 나는 자신이 없다. 그런데 이 죽일놈의 오지랖 때문에 후배, 선배에게 사실대로 다 말했다. 사실 다른 데 알아보고 있다고. 내가 없으면 힘들 후배만 아니면 얏호 하고 회사를 박차고 나갈 수 있을 것 같은데, 후배만 생각하면 진심으로 눈물이 앞을 가린다. 남 생각해준다고 누가 알아주는 것도 아닌데 1년 넘게 "같은 적" 을 두고 하루 8시간 이상 함께 한 정이 만만치 않은가보다. 진짜 전우애 비슷한 기분. 그래도 후배는 나보다 2살이나 어리고 키도 크고 얼굴도 이쁘니까 괜찮을거야. 하면서도 못내 안쓰러운 마음이 든다. 과거 내 모습을 보는 거 같아서. 농담이 아니라 이 블로그에 맹세하는데 지금 후배 결혼하면 축의금 30만원 이상 낼거다.
워크샵 다녀와서 일하고, 금요일에는 야근하고 월요일에는 되도 않는 머리로 시험도 봐야하지만, 2주일 사이에 성인이 된 이후 가장 큰 결심을 해서 그런가 기분이 꽤 괜찮다.  


열등감 폭발

일상 2008. 3. 1. 23:31


어제는 한달동안 못보고 있었던 그 사람을 만났다. 오랜만이었다. 연락하기 어려웠을 한달동안에도 틈날 때마다 전화를 하거나 문자를 보내던 사람이었다. 그럴 때마다 보고 싶지 않냐고 물었지만, 난 한번도 보고 싶다고 말하지 못했다. 사실이 그랬다. 거짓말이라도 보고 싶다고 말할 수 있었지만, 그런 질문에 거짓말로 답하는 건 아닌 것 같았다. 그리고 난 진짜 보고 싶으면 보고 싶냐고 묻기 전에 내가 먼저 보고 싶다고 말하는 사람이니까. 생각해보니 예전에 내가 좋아했던 사람한테는 보고 싶다는 말을 잘도 했다. 지금 나한테 말하는 오빠처럼 나 역시도 '나도 보고싶다.' 라는 말을 한번도 듣지 못했다.

2005년부터 알고 지내던 사람이다. 그리고 2005년부터 한번도 변함없이 날 좋아해준 사람이었다. 2005년에는 내가 누굴 진짜로 좋아해본 적이 없었고, 좋아하는 사람에게 끊임없이 거절당하는 것이 얼마나 지치고 힘든 일인지 전혀 상상조차 못하는 그런 뭣 모르는 사람에 불과했다. 일말의 죄책감도 없이 잔인하게 거절을 하고, 다신 만나지 말자고 말했으나, 그럼 그냥 친구로라도 지내자. 는 말에 알겠다고 말하고 이제까지 제일 친한 사이로 지내오던 사람이었다. 그 사이 난 누군가를 좋아했고, 그걸 뻔히 다 보고 알고 있으면서도 한번도 내 곁에서 떠나지 않았고, 화 한번 내지 않았던 사람이었다.

벌을 받았는지 2년 남짓한 시간동안 진심으로 좋아했던 그 사람한테 끝내 난 거절을 당했고, 누군가를 혼자 좋아하는 것이 얼마나 괴로운 건지 어느정도는 알게 되었다. 예전에 날 좋아해줬던 사람한테 했던 나의 싸가지 없는 행태에 대해서도 많이 반성을 했고, 나 따위를 좋아해주는 것이 얼마나 감사한 일인지 깨닫는 계기가 되었다. 하지만 제대로 깨달은 또 한가지는 내가 누군가를 좋아하는 방식이 뭔가 잘못되어 있다는 점이었다. 애정결핍에서 비롯된 건지, 아니면 내내 혼자 좋아해서 그런건지, 나란 인간이 원래 그런건지 하는 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만약에 누군가가 내가 했던 방식 그대로 날 좋아한다면 나 역시도 오 마이 갓을 외치며 도망갔을 지 모른다. 그리고 또 한가지. 일단 내가 좋아한다고 말하는 순간 상대방은 나한테서 멀어지는 것이 아닐까? 하는 의문이 생기기 시작한거다. 의문이라는 표현은 좀 어색하다. 요즘에는 이 의문이 점점 확신으로 굳혀져 가고 있기 때문이다. 내색은 안하고 있지만, 내가 생각보다 남자들한테 사랑받기 힘든 인간이구나. 라는 생각도 이젠 거의 확신 단계로 가고 있는 상태였던 것이다. 이런 생각으로부터 자유로워지고 그나마 내가 자신감을 회복하는 방법은 무식하게도 그래 그렇다면 아무도 안좋아하면 되잖아. 이거였다. 실제로도 이렇게 생각을 하고나니 알고지내던 남자들한테도 미련이 없어졌고, 더이상 다른 남자를 만나고 싶지도 않았고, 예전의 상처를 극복하는 것에도 도움이 되는 듯 보였다.

감정의 문제로 고민하는 것 자체가 사치로 여겨지는 요즘이었다. 그냥 회사에서 하루 제대로 보내면 다행이었다. 다른 건 하나도 필요하지 않았다. 내가 사랑받지 못해서 괴로운 건 생각도 안날만큼 지겹고 구질구질한 일상이 계속되고 있었다. 한 달전에는 50% 이상 결심을 굳힌 상태였다. 한 달 후에 이 사람이 돌아오면 내가 먼저 손을 내밀기로. 어떻게 말을 할 지까지 생각해놓은 상태였다. 내가 그 사람을 좋아해서는 아니었다. 단지 이젠 벌써 2008년인데 2년이 넘었는데 이 상태로 받기만 하고 있는 건 너무  양심불량 이라는 생각이 들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젠 누굴 좋아할 용기도 없고 마음도 없기 때문에 그렇다면 그냥 날 진심으로 좋아해주는 사람이랑 함께 하는 것도 그리 나쁘지 않다고 생각했기 때문이다.

첫월급을 탔다면서 저녁을 사주고 차를 마시는 데 어쩌다보니 서로 알고 있으면서도 말 안하고 있던 문제에 그 사람이 먼저 말하기 시작했다. ("=" : 내가 말하는 부분)

- 이번 년도에는 진짜 누가되었든지 사귀어야 겠다는 생각을 했어.
= 아. 그래?
- 이젠 정말 외로워.
= 오빤 내가 아직도 좋아?
- 응.
= 진짜 뭐 여자로서 좋고 그런거야? 아니..신기한게. 내가 그런 감정을 느끼기엔 힘든 인물 아닌가..
- 내가 널 진심으로 안좋아한다면 이렇게 고민할 이유가 없지. 그냥 사귀고 아니면 말면 되니까.
= 오빠 난 요즘에 뭐 누굴 사귀고 싶고 뭐 남자 만나고 싶고 그런 생각이 아예 안든다. 그냥 다 귀찮아. 근데 오빠가 보기에도 난 앞으로 남자 만날 일이 아예 없을 것 같지?
- 그건 그래. 솔직히 말하면 너 나 아니면 다른 대안이 없다니까.
= (웃으며) 그..그런가. 근데 이제부터 나 남자 진짜 많이 사귀겠다 작정하고 남자 만나도 안될까?
- 안되지. 아니. 그게 니가 못생기고 매력이 없고 그래서 그렇다는 게 아니라.. 니 성격에 그런 게 될 것 같냐?
= 하긴.
- 그냥 요즘에는 고민중이야. 난.. 니가 날 안좋아한다는 걸 알거든.
= (쥬스 마시다가) 컥.
- 예전에는 니가 날 하나도 안좋아해도 상관없다고 생각을 했는데, 지금 이 상태로 널 사귀어도 되는걸까.. 니가 날 하나도 안 좋아하는 걸 이렇게 뻔히 알고 느끼고 있는데.
= 쥬스가 안넘어가네.
- 근데 난 요즘에는 그냥 니가 나 아닌 다른 남자라도 만나고 사귀고 그랬으면 좋겠어.
= 그..그래?
- 너 그대로 가다간 진짜로 아무도 못만나고 사귀지도 못하고 결혼도 못할 것 같거든.
= 사실.. 오빠 나.. 앞으로 결국 아무도 안좋아할 것 같고 뭐 사귀지도 않을 것 같고 그래서 그냥 오빠랑 사귈까 생각을 했다. 그냥 사귀다보면 좋아지는 경우도 있지 않을까 싶어서.
- 나도 똑같은 생각을 했는데.. 얘가 그래도 사귀다보면 날 좀 좋아해주지 않을까. 하는. 근데 그렇다고 사귀고보자고 하기에는 너무 위험이 크잖아. 그러다 헤어지면 이제 앞으로 못볼텐데.


너무 시간이 늦어서 결론을 못내고 집에 오는 길에 내 머릿속을 맴돌았던 말은 이젠 나 아니어도 되니까 다른 사람이라도 만났으면 좋겠다. 라는 이 말이었다. 난 아직 26살이고 뭐 설마 앞으로 내 연애라이프가 이렇게 끝이 나겠냐고 생각도 하고 주변에 애인 없는 사람이 있는 사람보다 훨씬 많으니까. 라고 생각하면서 별로 내 상황에 대해서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다. 뭐 사실 지금 하루가 지난 상태에서는 또 대수롭지 않은 생각이 들지만.  
어제밤에는 갑자기 내가 앞으로 정말로 아무도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면 어떡하지? 하는 두려운 생각이 들었다. 언제는 아무도 안 좋아하겠다고 결심했으면서 말이다.
의도한 바는 아니지만, 처음이자 마지막이었던 연애가 끝나고 내 다시는 연애 안한다. 라고 결심을 했는데 (그러면서 또 결혼은 한다고 말했음) 진짜로 난 연애를 다시는 못하고 있다.  근데 또 결심한 것 처럼 진짜 아무도 좋아하지 못하는 사람이 되면 어쩌나 하는 생각이 드니까 별안간 두려워지고 서러웠다.

내가 결심은 했다고 말은 했지만, 연애를 한번도 안하겠다는 것도 누군가를 절대 좋아하지 않겠다는 것도 다 거짓말이다. 그냥 못하고 있는 걸 들키기 싫어서 안하고 있다고 앞으로도 안하겠다고 둘러대는 것 뿐이다. 또 '사귀다보면 좋아지지 않을까?' 하는 건 나한텐 해당되지 않는다는 걸 아주 오래 전에 깨달았다. 그렇다고 그냥 끝내기엔 뭔가 미련이 남는 것도 사실이다. 이게 바로 내가 그렇게 욕해마지않던 사귀기는 싫고 그렇다고 보내기는 싫은 사람 곁에다 두고 못살게 구는 행위 아닌가. 

이 모든게 내 자신에 대해 자신감이 부족해서 그런 것 같은데 문제는 자신감을 복구할 방법이 아직까지는 뭔지 모르겠다는 거다. 자신감 문제가 아니라면 너무 세상을 비관적으로 바라본다는 게 문젠데. 이런 건 그냥 단순한 상처가 아니고 이미 오랜시간 굳혀진 생활태도 중 하나라 시간이 지난다고 해도 해결할 문제가 아닌 것 같은데.. 답답하고 다시 또 두려워졌다.

P.S 월요일 아침 - 어제 밤 새벽 1시까지 친구와 통화를 했는데, 다시 기분이 좋아졌다. 내 친구 말로는 나만 그런게 아니랜다. 크크큭. 모두들 마찬가지란 얘기. 하하핫. ;;


2008년의 소원

일상 2007. 12. 18. 14:03
새해가 시작되면 다들 2008년에 해야될 일을 적어보는 것 같다.
다이어리 앞 페이지에도 그런 거 적는 란이 많고.
흠.. 근데 난 그런거 적는 거 별로 안 좋아한다.
사실 지금 당장 원하는 게 뭐냐. 라고 물어본다면 난 항상 구체적으로 말할 딱 한가지 정도 밖에 없었던 것 같다. 그 이외에는 그냥 막연한 것들.
건강하기나 앞으로 별 탈 없기. 이렇게 막연한 것들이기 때문에 말해도 이건 소원이라 하기에는 좀 웃기다. 그건 소원이 아니라 언제나 원하는 것들이니까.
뭐 나의 최종적인 소원은 '마음의 평화' 인데. 이거는 평생이 가도 제대로 되지 않는 걸 아니까 이것 역시 소원이라 하기엔 뭐하다.

그리고 뭘 해야겠다는 결심을 적다보면 거의 적기 위한 결심을 적게 되지 진짜 결심을 적기는 힘든 것 같다. 결심은 그때그때 하는 경우가 많아서 그런건가.
나라는 사람 자체가 먼 미래를 바라보면서 살기 보다는 그냥 하루 하루 해야할 일이나 잘하고 그날 저녁에 오늘 하루도 잘 끝마쳤습니다. 아멘. 하는 사람이라 그럴 수도 있다.
장기적 계획을 세우고 그 계획을 위하여 체계적으로 계획 세워서 실천하기. 정말로 못한다.
딱 한가지 이유를 대자면 '쉽게 지루해하고, 쉽게 지치고 쉽게 포기하기' 때문이겠지.
한마디로 게으르다 이거다.

왜 얘기가 이렇게 흘렀는지 모르겠지만 당장의 2008년 소원이 하나 딱 생겼다. 시기부터 원하는 것 까지 아주 구체화 되어 있는 소원이다. 정말로 이것만 되면 하나님께 감사하고 매주 교회에 가서 찬송가도 열심히 부르고 주기도문도 열심히 외울 수 있다. 근데 하필 그 소원이 내 힘으로 어찌 되지 않는 거다. 그래서 내가 어제부터 이렇게 매 순간 기도하고 있는지도 모르겠지만.

이 소원은 바로 전 블로그의 중대결심과도 관계가 있는 것인데 아직 50% 정도 밖에 확신을 못하는 상태다. 나머지 50%의 가망성을 위해서 저는 언제나 입을 함구하고 반항할지도 말지어며 화내지도 말지어다. 주여! (뭐야 왜이래) 어찌되었든 견딜 수 있다. 그렇게만 된다면.

너무 일이 하기 싫어서 미뤄두고 이런 글을 끄적거리고 있는데, 컴퓨터를 켜도 할 게 없고 읽을 것이 없어서 큰일이다. 정말 재밌는 걸 읽고 싶은데. 출퇴근길에 책읽기는 너무 심심해서 열심히 하고 있지만 일하는 시간 중에 책을 꺼내서 볼 수도 없고.

아. 책 얘기가 나와서 말인데 내가 제일 싫어하는 책이 깊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찾아볼 수 없는 경영학 서적들과 이 책대로 하지 않는 당신은 우주에서 가장 멍청한 꼴통이라고 말하는 듯한 계몽서적이다. 그 책과 관련하여 요즘 난 좀 웃긴 사진을 봤다.


잊고 있었는데 내일은 대선투표일.
나는 쉬지 않지만, 다른 분들은 민주시민의 권리 행사하시고 푹 쉬는 하루 되셨음 좋겠다.
흑!